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에프 모던 클래식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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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보니것이란 성보다 보네거트가 더 익숙하다. 아마 지금까지 그렇게 읽어왔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인터넷 서점 두 곳의 작가 이름이 다르다. 같은 출판사, 같은 책인데도 불구하고. 성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그의 책들은 상당히 많이 번역되었다. 물론 새롭게 번역 출간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절판되었지만. 한참 헌책방을 돌아다닐 때 생각보다 많은 보네거트의 책들이 있었다. 작가에 대한 무지가 이 책들을 놓쳤다. 아쉽고 아쉽고 아쉬운 일이다. 다행이라면 뭔지도 모르고 산 <타이탄의 미녀> 정도랄까? 그런데 이 책 어디 있는지 지금 모른다. 그럼 없는 것인가?

 

책과 인물에 대한 이야기로 글을 시작한 것은 이 작가의 매력을 몰랐을 때 있었던 작은 기억들 때문이다. 너무 유명한 <제5 도살장>의 경우도 사실 나와는 맞지 않았다. 그러다 한 작품을 읽고 그의 재미와 가치를 알게 되었다. 당연히 이때는 그의 헌책들이 사라진 후였다. 이런 작가들이 몇 명 있는데 보네거트는 그 중에서도 탑이다. 그래서 한동안 열심히 나오는 대로 사서 모셔두었다. 말 그대로 모셔만 두었다. 나의 장기는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꾸준히 산다는 것이다. 모두 읽는 것은 언젠가 시간이 나면 할 예정이다. <내일, 내일, 그리고 또 내일>의 약 앤티제라손이 나온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믿고 있다. 아니면 아까워서 어떻게 이 책들을 두고 떠나겠는가.

 

이 책을 읽고 다행으로 느낀 것도 이런 아까움을 예방했기 때문이다. 재밌었던 것은 너무 당연하다. 다른 sf장르에서 책을 머릿속에 입력해주는 기능이 있던데 그렇다면 이 책들을 모두 머릿속으로 다운로드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재미있을까? 이 단편집처럼 다양한 장르를 다루고, 그 시대와 미래의 문제를 날카롭게 통찰하는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할까? 지금 읽었던 작품도 모두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말이다. <새 사전>에서 단어 하나를 두고 고민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작가가 제목이나 내용에서 중의적으로 사용한 단어들을 생각해본다.

 

SF소설 느낌을 자아내는 작품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평등, 반전, 인구 억제, 진화, 장수 등의 문제를 다루는데 작가는 극단적 상황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해리슨 버저론>에서 평등은 기괴한 모습을 보여주고,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인구 과잉 문제를 섹스 없음으로 풀어낸다. 처녀작 <반하우스 효과에 관한 보고서>는 초능력과 그것을 이용하려는 무리와 평화적으로 사용하려는 사람 이야기를 간결하게 풀어내었다. <입을 준비가 되지 않은> 같은 작품은 인간의 모습을 쉽게 벗고 입는 능력을 다루며 인류의 진화를 보여준다. 불노불사의 약이 등장하면서 생기는 인구과잉과 자원소멸 문제를 다룬 <내일, 내일, 그리고 또 내일>은 또 어떤가. <유피오의 문제>에 나오는 기계가 있다면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전체적으로 문제를 극단으로 설정하고 여기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아주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모두 왕의 말들> 같은 작품은 어딘가에서 본 듯하다. 인간을 장기말로 사용한다는 설정 때문이다. <포스터의 포트폴리오>는 하고 싶은 것을 하고자 하는 욕망을 다른 이의 시점으로 반전처럼 풀어내었다. <톰 에디슨의 털복숭이 개>는 우리가 몰랐던 사실(?)을 폭로한다. 믿거나 말거나. 자신의 경험담을 다룬 <영원으로의 긴 산책>이나 <공장의 사슴>은 열정과 의지를 상황으로 보여준다. <한결 위풍당당한 저택>은 예상한 장면과 예상하지 못한 반전에 어리둥절했다. <유혹하는 아가씨>의 그녀가 바란 것을 들었을 때 내가 살면서 용기없이 하지 못한 일들을 조금 아쉬워했다.

 

<옆집>은 다시 정밀하게 읽으면서 마지막 장면을 해석해야 할 것 같다. <거짓말>의 장면들은 체면의 위선이 잘 드러난다. <아무도 다룰 수 없던 아이>는 과연 계속해서 악기를 연주하면서 성장할까? <아담>의 출산을 둘러싼 상황과 두 아버지의 다른 감정은 이해가 필요한 부분들이다. 우주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들을 잃은 두 아버지의 편지는 반전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한다. <에피칵>의 개발도 전쟁이 목적이지만 주인공은 가장 중요한 사랑을 위해 이용한다. 현대의 인공 지능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는 이 컴퓨터를 보면서 시대의 한계도 동시에 느낀다. 그 외 작품들도 나의 이해가 닿는 한도 안에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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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느끼는 오감재즈 - 재즈라이프 전진용의 맛있는 재즈 이야기
전진용 지음 / 다연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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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때 재즈를 알고 싶어서 책도 사고, 음반도 몇 장 사서 열심히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좀처럼 이 재즈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마일즈 데이비스가 대단하다는 말에 그의 <Kind of Blue>를 늘 틀어놓고 산 적도 있다. 듀크 엘링턴이 대단하다고 해서 그의 음반을 열심히 들었다. 유명하다는 작품을 모은 음반을 듣기도 했지만 딱 여기까지였다. 그러다 존 콜트레인의 <A Love Supreme>을 추천한다는 말에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다운 받아 열심히 들었다. 다른 유명인의 앨범도 같이 들었지만 어렵기만 했다. 대신 대중적으로 인기 있던 유명 재즈 보컬은 취향과 잘 맞았다. 이것이 현재 나의 수준이다.

 

언제나 관심을 두고 있는 음악 장르 중 하나가 재즈다. 팟캐스터에 나오는 재즈 관련 방송도 몇 개 들었고, 좋다고 하면 음반도 다운 받아서 듣는다. 계속 시도는 하는데 귀에 익은 몇 개의 곡들을 제외하면 좀처럼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몇 곡은 유튜브를 통해 들으면서 아주 귀에 익은 선율이 나와 반가웠다. 너무 유명한 곡들이라 자주 노출되었거나 그냥 열심히 들은 결과다. 잠시 아는 곳이 나왔다는 반가움이 있지만 제목과 연결시키지 못하는 아쉬움은 그대로다. 아마도 이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앞으로 한 동안도 이런 수준 이상으로 나아갈 가능성은 낮다. 뭐 당연한 일이다. 책 한 권 읽었다고 그 방대한 재즈의 세계를 어떻게 알겠는가.

 

이 책의 저자는 재즈를 세분화하고, 그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 음악가를 나열해서 보여준다. 루이 암스트롱에서 시작해서 현재의 퓨전재즈까지 다루는데 몇몇 낯선 이름들이 보인다. 특히 디지 길레스피가 그렇다. 그와 함께 한 찰리 파커를 생각하면 나에게 의외의 인물이다. 아마 읽었던 책이나 카페 등에서 이 인물을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던 탓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무위키를 검색해도 이 이름이 하나의 목록으로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한국에서는 그렇게 비중 있게 여기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비밥을 그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혼자만의 힘으로 만든 것은 아니지만 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은 놀랍다.

 

재즈 입문서라고 하는데 재즈 거장 27인을 우리 한식에 비유한 것에는 솔직히 거부감을 느낀다. 저자도 말했듯이 이것은 저자만의 느낌이다. 그가 생각하는 한식과 내가 생각하는 한식의 맛이 다른 부분도 많다. 직관적 이해를 돕기 위해서였다고 하지만 단지 참고할 사항일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운 점은 역시 재즈 거장들의 삶 이야기다. 그리고 한 인물의 이야기가 끝난 후 관계도를 보여주는데 그가 재즈에 미친 영향과 어떤 인물과의 연계 속에서 살았는지 알 수 있어 좋았다. 특정 시기에 재즈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시대가 겹쳐지는 부분이 많아 자주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다. 공부가 더 진행된다면 이 관게도가 좀 더 의미있게 다가올 것 같다.

 

재즈가 동부와 서부로 나누어졌었다는 이야기는 새롭다. 한때 랩이 동부와 서부로 나누어졌지 않은가. 환경이 음악에 미치는 영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라 흥미롭다. 보사노바와 함께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이란 이름을 여기서 만날 것이란 생각을 못했다. 공부가 부족한 탓이다. 책을 읽고, 저자가 앨범과 음 음악을 추천하는데 대부분 낯설다. 시간나면, 아니 시간 내어 들어야할 음반이 확 늘어났다. 이번에 음악을 유튜브를 통해 들으면서 데이터 용량을 늘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시간 운전할 때 유명 음반 하나를 틀어놓고 달려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했듯이 자신과 맞는 재즈를 찾아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재즈에 올인하는 사람이 아니라 즐기는 입장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 어쩌면 내가 한동안 재즈에서 멀어진 것도 난해하지만 유명한 음반에 집중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자신의 취향과 맞고 좋아하는 뮤지션의 음반만 들어도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여기서 옆으로 범위를 넓힌다면 더 다양한 재즈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옛기억을 더듬고, 새롭게 듣고 싶은 음악이 늘어났다. 단순히 수집욕에 모아둔 음반도 다시 꺼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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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하트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57
파드레이그 케니 지음, 서애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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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 스팀펑크 SF다. 분류가 청소년 문학으로 되어 있듯이 이야기는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다. 하지만 이런 장르에 익숙하지 않고, 로봇들이 쉽게 말하고 움직이고 생각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진다면 은근히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대사 한 부분을 인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이 소설의 핵심 부분이다.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지만 끝부분에 도달하면서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들의 활약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이 시대는 마법 언어를 사용해서 로봇을 만든다. 몸은 강철로 만들고, 피부를 만들어 붙일 수 있지만 이들을 움직이는 것은 마법 언어다. 그런데 이 마법을 이용해서 영혼을 불러와 로봇 속에 심을 수 있다. 이것을 정제 추진력 기술이라고 부른다. 이것을 할 수 있는 기술자는 필립 코미어가 유일하다. 하지만 끔찍한 사고 이후 자신이 만든 모든 로봇들을 파괴하고 은둔 생활을 한다. 이 소설에서 사건이 발생하는 이유도 바로 정제 추진력을 얻기 위한 블레이크 음모에서 비롯한다. 그의 아버지는 코미어와 함께 정제 추진력 기술로 로봇 군대를 만들려고 했었다. 이 시도는 실패했다. 이제 그 아들이 로봇 군대를 만들려고 한다.

 

크리스토퍼는 자격 없는 로봇 기술자 압살롬의 조수다. 압살롬은 로봇을 팔 생각만 하고, 제대로 된 로봇을 만들지도 못한다. 그가 만든 잭, 둥글이 로버트, 그리퍼 등은 완성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잭은 크리스토퍼처럼 인간이 되고 싶다. 이들은 압살롬의 집에 머물면서 그의 돈벌이를 돕는다. 그러던 어느 날 크리스토퍼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이때 크리스토퍼의 정체가 밝혀진다. 그는 바로 로봇이다. 법적으로 인간의 영혼을 가진 로봇은 금지되어 있다. 기관에서 압살롬을 찾아와 협박을 하고, 크리스토퍼를 데리고 간다. 그런데 이들은 블레이크의 하수인일 뿐이다.

 

친구 크리스토퍼가 잡혀간 것을 본 잭 등은 그를 구하려고 한다. 자신들의 주인 압살롬을 떠나 로봇 피부를 만드는 에스텔과 함께 기관을 찾아가려고 한다. 그러다 코미어의 집에 도착한다. 그의 도움을 얻기 위해서다. 인간과 동떨어져 로봇과 살고 있는 코미어는 이들의 방문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인간 에스텔은 더 심하다. 둥굴이 로버트가 한 장의 사진을 발견하는 순간 분위기는 바뀐다. 코미어와 함께 있는 크리스토퍼의 사진을 본 것이다. 코미어가 만든 정체 추진력 로봇 중 유일하게 남은 것이고, 여기에는 하나의 숨겨진 비밀이 있다. 이제 이들은 크리스토퍼를 구하기 위해 기관으로 간다.

 

크리스토퍼를 데리고 간 블레이크는 크리스토퍼가 기억하는 마법 언어를 얻길 바란다. 이것을 위해 고문도 저지른다. 로봇 군대에 대한 그의 강한 욕망은 비뚤어져 있다. 그는 악의 한 축으로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넣어주고, 액션을 보여주고, 인간과 로봇의 차이를 분명하게 알려준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와 대결하는 코미어와 잭 일행의 모습은 아주 멋지다. 이때 잭 등이 보여주는 행동은 인간의 희생정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할리우드 영화로 만든다면 멋진 영상으로 표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작은 반전 하나가 숨겨져 있다. 그것은 아주 잔혹한 응징이다.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잭이 가장 인간적인, 아니 인간보다 더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을 연상하고 읽다보면 이 차이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인간과 로봇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느낄 때 가장 큰 차이를 보여준다. 바로 인간을 상처 입히거나 죽이는 것이다. 로봇은 불가능하지만 인간은 가능하다. 이 부분 때문에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이 떠올랐다. 그리고 인간과 마음을 떠올린다.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지, 인간이 되고자 하는 욕망 뒤에 가려진 마음의 실체는 어떤 것인지. 더 깊이 들어가면 철학적으로 어려워지겠지만 우리가 인간적이라고 하는 부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역시 잭을 비롯한 로봇들이다. 그나저나 <오즈의 마법사>는 언제 읽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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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도 서점 이야기 오후도 서점 이야기
무라야마 사키 지음, 류순미 옮김 / 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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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과 서점 직원과 책 이야기를 다룬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 있어 하고 흥미로운 소재다. 나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일본 서점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한국도 이것과 별 차이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몇 년 전 한국의 서점 총판 한 곳이 부도난 적이 있었는데 솔직히 이때는 그 여파를 잘 몰랐다. 유통 구조의 문제는 생각보다 늘 복잡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책과 좋은 서점 이야기라면 어떨까? 학창 시절이나 그 후에도 친구들을 만날 때면 늘 서점 앞이나 안에서 만났던 기억을 가진 나에게 한 대형서점이 부도로 사라진 것은 아주 큰 충격이었다.

 

이제 책을 대부분 인터넷서점에서 산다. 실물을 보고 사는 경우는 현저히 줄었다. 많은 책을 읽고, 사지만 주로 작가나 출판사를 보고 산다. 할인에 포인트까지 쌓이니 인터넷서점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서점을 그리워하고 추억한다. 모순이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가끔 가는 서점에서 사고 싶은 책들을 보고, 새로운 신간의 진열을 보면서 강한 구매욕구가 생긴다. 이런 서점 방문도 외출이 줄면서 점점 줄어든다. 아쉽다. 그런데 내가 무심코 본 서점의 진열에 서점 직원의 노력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이 책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단순히 광고비를 낸다고 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잇세이는 어릴 때 부모와 누나를 잃었다. 책을 좋아하는 소년이었고, 대학 때부터 알바를 한 긴가도 서점 직원으로 10년을 일했다. 하지만 책을 훔친 소년을 좇다가 소년이 차에 치인다. 비난은 소년을 좇은 잇세이에게 집중된다. 서점과 백화점에 피해를 줄이기 위해 퇴사한다. 오랫동안 서점에서 일했고, 다른 사람들과 긴밀한 관계도 맺지 않은 그는 홀로 외롭게 시간을 보낸다. 이런 그지만 온라인 상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던 두 명이 있다. 그 중 한 명이 오후도 서점의 점장이다. 특별히 할 일이 없는 그는 그 서점을 찾아간다. 보통의 이야기라면 여기까지가 초반이겠지만 이 소설은 중반에 해당한다. 잇세이 한 명이 아닌 긴가도 서점 직원들의 이야기를 좀 더 풀어내었기 때문이다.

 

잇세이의 별명은 보물찾기 대마왕이다. 그가 이번에 관심을 둔 작품은 예전에 TV드라마를 쓴 작가의 <4월의 물고기>다. 아직 출간되지 않았지만 교정본을 읽은 사람들은 모두 이 책에 매혹된다. 좋은 책을 많이 팔고자 하는 것은 서점인의 기본 마음이다. 이 책을 잘 팔기 위해 긴가도 서점 직원들은 모두 힘을 모은다. 이런 마음의 바탕에는 좋은 책이란 것도 있지만 잇세이의 열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잇세이를 사모하는 여직원도, 그의 온라인상 정체를 몰랐던 여직원도, 그와 좀더 가까워질 기회를 가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 점장과 부점장도 이 마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좋은 서점이란 어떤 것인지 잘 느낄 수 있었다.

 

한 서점인의 책 사랑하는 마음과 작은 서점이 주는 감동은 아주 조용히 가슴 속으로 파고든다. 오후도 서점에 점장이 병들었을 때도 고객들은 기다려주었다. 작은 서점의 매출은 정기 간행물 구독자들이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생긴다. 작은 한국을 생각하면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면 되지만 일본의 택배비가 어떤지 모르니 쉽게 이것을 이용하지 하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실물 책을 보고 책을 산다는 것과 인터넷으로 올라온 정보만 보고 책을 사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그리고 서점의 분위기 또한 책을 사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자주 다녔던 서점을 떠올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단순히 서점과 책 이야기라면 조금 딱딱했을 것이다. 작가는 잇세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사연을, 감정을 조용히 풀어놓으면서 독자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인다. 불행했던 과거와 현재의 삶을 엮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들을 말하고, 작은 연대를 보여준다. 여기에 고양이 앨리스를 등장시켜 판타지 같은 재미도 살짝 더했다.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 상처받은 사람들이 있지만 이들은 책으로 자신을 위로한다. 로맨스를 살짝 연결하는 듯하지만 직접적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조금 아쉬운 대목이지만 덕분에 책과 서점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된다. 봄날 벚꽃이 흩날리는 날에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 오후도 서점에서 책 한 권을 산다면 어떨까? 표지처럼 화사한 이미지가 마음속에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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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스티드 캔들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1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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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낯선 작가 이름이다. 영화 <킹콩>의 원작 초안을 썼다는 소개글을 보지 못했다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이다. 코난 도일과 애거스 크리스티와 동시대 추리소설 작가라고 하지만 크게 알려진 작가는 아니다. 아마도 대중적으로 흔히 알려진 대표 작품이 거의 없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 <킹콩>을 내세웠을 것이다. 실제 이 소설을 읽으면서 큰 긴박감이나 기발한 트릭이 주는 놀라운 재미를 받지는 못했다. 현대 추리소설에 비해 구성이 꼼꼼한 것도 아니다. 시대를 감안하고 읽어야 하는 작품이다. 그러면 나름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1916년 작품이다. 당연히 이 시대는 지금처럼 통신이 발전하지도 않았고, 교통수단도 그렇게 좋지 않았다. 과학 수사란 것도 아직 태동하지 않았던 시기다. 지문이 이제 막 수사에 적용되고 있었다. 당연히 지금처럼 과학수사를 위한 조직도 없었다. 이런 사실을 머릿속에 두고 읽어야 한다. 범죄자의 수준도 수사와 발전과 함께 발전한다. 수사와 범죄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나아간다. 이 소설 속 악당인 레밍턴 카라의 행위는 현대의 시점에서 본다면 초보적이다. 그의 대척점에 선 런던 경시청 경찰국장 티엑스는 그보다 조금 더 앞서 있다. 그렇다고 카라를 압도할 정도는 아니다.

 

추리 소설가 존 렉스맨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시작한다. 그는 카라의 친구다. 그의 아내 그레이스는 카라의 청혼을 거절하고 그와 결혼했다. 외모나 재산 등을 생각하면 카라가 월등히 나은 배우자다. 하지만 카라가 가진 내면의 어둠과 공포를 알고 있던 그녀는 렉스맨을 선택했다. 이것이 자존심 강한 카라를 자극했다. 그는 이 부부를 공포와 파멸로 인도할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그 방법의 하나로 렉스맨을 살인자로 만든다. 렉스맨의 친구인 티엑스는 그의 무죄를 증명할 증거를 찾는다. 렉스맨의 증언을 증명할 수 있는 총을 찾지만 보이지 않는다. 티엑스는 카라의 정체를 알고 있기에 포기하지 않는다. 이 소설의 재미 중 하나는 바로 이 둘의 대결이다.

 

둘의 대결이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듯하다가 카라가 죽는다. 실제 이 소설의 트릭은 여기서 생긴다. 카라가 죽은 방에서 발견된 양초와 누가 죽였을까 하는 의문이다. 작가는 이 살인이 생기는 과정에 또 다른 사람들을 등장시킨다. 밸린다 메리와 집사 피셔 등이다. 이들의 등장은 범인을 특정 짓는 것을 방해한다. 각자의 의도가 행동으로 이미 조금씩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뭐지?’라는 의혹을 던진 채 장면을 전환하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사건의 의혹이 풀리는 것은 렉스맨의 설명을 통해서다. 이어지는 작은 반전은 솔직히 과한 설정이다. 앞에 하나의 장치를 통해 가능성을 던져두었다고 해도 말이다. 물론 이 부분이 카라의 잔혹함을 더 잘 표현해주기는 한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엄밀함이나 빠른 장면 전환 등은 솔직히 부족하다. 현대 추리소설의 속도를 따라가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홈즈나 미스 마플처럼 매력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대로 그 시대를 감안하고 표현이 지금보다 정제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티엑스가 지닌 정보 등을 생각하면 작은 FBI 후버 국장이 떠오른다. 런던이란 지역에 한정할 때이지만 그가 모르는 일은 거의 없다. 잘 다듬었다면 아주 멋진 캐릭터가 되었을 것 같다. 이런 아쉬움들 속에서 나름 속도감 있게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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