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노래
미야시타 나츠 지음, 최미혜 옮김 / 이덴슬리벨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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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소재로 메이센 여자고등학교 학생들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소녀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원해서 이 여고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자신이 원했던 학교에 가지 못해서, 자신이 원했던 것과 동떨어져 있어서 선택한 학교다. 그러니 학교생활에 특별히 관심이 없다. 흔히 말하는 여고시절이 이들에게는 대부분 보이지 않는다. 최소한 반 대항 합창대회를 경험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함께 한 이 경험들이 쌓여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고, 인정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작가는 이 과정을 아주 섬세하면서도 재밌게 그려내었다.

 

첫 번째 이야기의 문을 여는 미키모토 레이는 이것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원했던 음악학교에 떨어진 후 음악부조차 없는 학교를 고르다가 메이센여고를 선택했다. 원래 성악을 공부했던 그녀는 반 합창에서 노래를 부르지조차 않는다. 그러다 반 대항 합창단을 지휘하게 된다. 다른 학생의 추천이다. 그냥 무시할 수도 있는데 이를 수락한다. 그녀를 추천했던 치나츠를 피아노로 추천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합창반이 선택한 ‘아름다운 마돈나’는 어려운 노래다. 제대로 된 연습도 없고, 특별한 열정도 없는 합창반이 좋은 결과를 얻기는 어렵다. 그런데 반전이 펼쳐진다. 그것은 교내 마라톤 대회다. 마지막에 힘들게 들어오는 그녀를 응원하기 위해 반 친구들이 부른 ‘아름다운 마돈나’가 그녀를 일깨운다.

 

하라 치나츠는 음악을 하고 싶지만 가정 형편상 불가능하다. 소녀의 꿈은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미키모토 레이의 엄마의 존재하지 않는 아들을 아빠의 식당에서 만나는 것이다. 헛된 꿈이지만 레이를 알기 전까지는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그녀의 피아노 실력은 서툴다. 제대로 교습을 받은 적이 없으니 당연하다. 레이의 존재를 알고 있기에 그녀를 지휘자로 추천했다. 그녀가 메이센여고를 선택한 이유는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로 한 시간 정도 거리다. 재밌는 것은 이 소설에서 가장 긍정적이고 음악을 가장 잘 즐기고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카미조 사키는 여중생 때 소프트볼 투수에 4번 타자였다. 하지만 어깨가 망가지면서 그녀의 꿈은 사라졌다. 훌륭한 선수였기에 그 여파는 더 깊고 길다.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과거에 묶여 있다. 레이의 실패와 가장 닮아 있다. 레이가 당연하게 합격할 것이라고 생각한 학교에 떨어졌다면 그녀는 부상이다. 학생을 잘 돌보지 못한 코치를 탓하지만 그뿐이다. 이런 그녀가 합창을 통해 한 발 나아간다. 황당한 이야기가 하나 슬쩍 끼어든다. 마키노 후미카의 영혼을 보는 능력이다. 현실에서 아이가 이런 말을 한다면 부모는 놀란다. 병원을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제 그녀는 영혼을 본다. 이 능력을 말했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기에 친구들에게 말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레이는 너무 쉽게 받아들인다.

 

사토나카 요시코는 읽으면서 조금 겉돌았다. 왠지 집중이 되지 않는다. 남친 집에 있는 지하대피소와 레이의 지하음악실에 반감을 가진다. 이것들을 친구에게 말할 수 없다. 그림을 좋아하지만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의 학창 시절과 가장 닮았는지 모르겠다. 반장 사사키 히카리는 모든 것을 잘하지만 특별히 잘 하는 것은 없다. 주어진 일은 열심히 하지만 그 이상의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읽다보면 여름을 말하지 않는 그녀의 심리 상태가 이상하다. 봄의 끝자락과 친구의 열정을 부러워하는 그녀가 언니의 선택에서 빛을 발한다. 합창이 그녀에게 새로운 재미와 길을 알려준다.

 

반 대항 합창단은 마라톤대회의 합창으로 빛을 발한 후 선생의 추천으로 다시 시작한다. 레이는 이때 경험으로 자신의 음악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앞에 나온 친구들이 음악으로 자신의 삶을 새롭게 만들었듯이 그녀도 음악의 재미를 새롭게 깨닫는다. 좋아하고 즐긴다는 의미를 치나츠를 통해 배운다. 작가는 이렇게 한 학생 학생을 통해 그 시절 소녀들의 고민과 걱정과 희망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제목처럼 그녀들의 노래는 기쁨의 노래다. 현재의 자신보다 미래의 자신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할 때 그 열정은 더욱 빛을 발한다. 괜히 이 작가의 작품들을 한 번 검색해본다. 여운과 감동이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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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스트 원
알렉산드라 올리바 지음, 정윤희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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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홍보문구 중 가장 시선을 끈 것은 <헝거 게임>과 <로드>, <서바이버>와 <워킹데드>를 합친 듯한 이야기란 부분이다. 본 적은 없지만 내용은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라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그런데 실제 이야기가 펼쳐질 때 나의 예상과 달랐다. 생존 게임을 다룬 방송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인지 리얼리티 쇼의 몇몇 설정들은 낯설었다. 첫 장에서 편집자의 죽음을 말하면서 전염병으로 대재앙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려주는데 이것이 리얼리티 쇼의 재미를 조금 떨어트렸다. 그 쇼를 통해 각 출연진의 다양한 성격과 행동과 선택들을 아주 잘 보여주었다고 해도.

 

이 소설은 두 개의 시간을 교차하면서 진행한다. 하나는 실시간이다. 서바이벌 게임 <어둠 속으로>에 참가한 캐릭터명 주가 홀로 챌린저를 수행한다고 생각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실제 세상은 전염병의 대재앙에 휩싸여 있다. 다른 하나의 시간은 <어둠 속으로>의 다양한 챌린지에 도전하는 도전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열두 명의 도전자들은 상금 100만 불을 획득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물론 방송의 재미를 위해 프로듀스들이 선택한 사람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빨간 머리에, 예쁘지만 육체적 지적 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웨이트리스 같은 인물 말이다.

 

방송은 편집에 따라 한 인물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 악마의 편집이란 단어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시청률이란 지상 최대의 명제를 안고 있는 방송국에서 이런 작업은 흔하다. 이 소설 속에서도 주를 주인공으로 만들려는 편집자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곳곳에서 보여준다. 작가는 리얼리티 쇼 촬영 현장에 들어가면 이들이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만 그리지 않고, 그들 각자의 내면과 함께 방송의 편집 방향도 같이 보여준다. 주인공이 습관적으로 내보인 혐오의 표정을 카메라맨이 잡았다고 해도 편집 과정에서 삭제한다. 긴 챌린지 시간을 압축할 것이란 설명은 당연하지만 이런 부분들이 우리 머릿속에서 영상 이미지를 재생하게 만든다. 이미 이런 편집과 영상에 우리가 얼마나 익숙한가.

 

다양한 출연진은 다양한 성격으로 이어지고, 이것은 각 챌린지에서 각각 다른 모습으로 드러난다.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자 트랙커가 주에게 알려준 몇 가지 지식은 이후 주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가장 문제 캐릭터인 엑소시스트와 웨이트리스는 그들의 실력과 상관없이 상당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런 인물들이 등장한다면 각 출연진의 출연 이유와 각자의 삶을 깊이 파고들 수도 있을 텐데 작가는 간단히 다루고 넘어간다. 방송의 편집처럼 다른 볼거리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챌린지의 상황에 더 많은 분량을 사용한다. 이것은 나처럼 이런 방송 문외한에게 어떻게 이런 프로그램이 연출되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각 챌린지의 우승자는 누굴지. 어떤 우승 혜택이 있을지 궁금하게 만든다.

 

의혹과 함께 흥미로운 것은 주의 행동과 심리 상태다. 방송이 중지된 상태에서 그녀가 계속 챌린지 상태라고 생각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장면과 현실을 회피하는 심리를 솔직히 이해하지 못한다. 시력이 지독히 나쁘다고 해도, 중간에 브레넌을 오해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심리를 이해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그녀의 행동의 조금은 이해된다. 현실을 외면하고, 이 모든 것이 방송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란 상상은 그녀를 더욱 가혹한 환경으로 몰아넣는다. 만약 단순하게 이 상황만 보여주었다면 심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주의 왜곡된 심리 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독자의 공감을 얻으려고 한다. 물론 나의 마음은 계속 불편한 상태지만.

 

책의 마지막에 이르면 이 전염병이 불러온 대재앙의 결과를 보여준다. 그리고 주가 봤지만 외면했던 사실들에 대한 감상도 나온다. 친절하게 다른 출연진의 상황도 알려준다. 그런데 이런 함축적인 설명 속에서 숨겨둔 몇 가지는 개인적으로 아쉽다. 현실을 외면하고 방송이라고 생각했던 그녀가 브레넌의 나이를 묻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어둠 속으로>란 방송을 둘러싼 댓글들도 마지막 장면을 위한 하나의 설정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이지 않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가 조금 실패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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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중독자의 여행 - 형과 함께한 특별한 길
니콜라스 스파크스 지음, 이리나 옮김 / 마음산책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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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중독자란 표현에 회사원을 연상했지만 실제 이 글은 쓴 작가는 소설가다. 원제는 Three Weeks with My Brother인데 처음에는 약간 반감이 있었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여행인데 왜 이런 제목을 사용했는가 하는 반감 때문이다. 하지만 더 많은 이야기를 읽고,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삶을 더 알게 되면서 이 제목에 점점 동의하게 되었다. 물론 마케팅 측면에서도 ‘형과 함께 한 삼주’란 제목을 붙이면 강한 인상을 주지도 못한다. 실제 내용을 보면 작가는 일중독자처럼 보인다. 아니 일중독자다. 하루 다섯 시간에서 세 시간으로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글쓰기, 아이들 돌보기, 청소 등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가 변하게 된 이유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형과 떠난 3주 여행은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했다. 얼마짜리인지 설명은 없지만 전용비행기를 타고 거의 세계 일주를 하는 상품이다. 페루 마추픽추, 칠레 이스터섬, 호주 에어스록,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인도 타지마할, 노르웨이 트롬쇠 등을 여행한다.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에 비해 돌아보는 관광지가 많다. 이 많은 관광지가 나의 시선을 끌었는데 실제 여행지 이야기 분량은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다. 도착해서 그가 형과 함께 한 짧은 여행을 보여준 후 자신의 인생 역정을 풀어낸다. 한참 읽다가 이 책은 여행 에세이가 아니라 작가의 자서전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의 출생부터 현재까지의 삶을 시간 순으로 정리한 연대기처럼 보여주기 때문이다.

 

작가의 소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면 미국 영화에서 자주 보는 활발하고 장난끼 가득한 소년들의 행동 그대로다. 놀라운 점은 이 형제들이 상당히 큰 상처를 입었는데도 병원에 가지 않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집에 돈이 없는 것이고, 다음 이유는 강하게 키우기 위해서였다. 다행스럽게도 이 형제들은 수많은 상처를 입고도 아주 잘 자랐다. 여동생은 여자라는 이유로 특별대우를 받기는 했지만 이 때문에 남매 사이가 털어질 정도는 아니다. 작가는 세 남매 사이에 낀 둘째다. 그가 어릴 때 받은 부당 대우(?)는 한국에서도 자주 본 것이라 특별하지 않지만 지금의 기준에서 본다면 정말 부당하다.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는 설명이 부족할 정도다.

 

작가는 아이가 다섯이나 있다. 이런 그가 형과 삼주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아내가 승낙해줬다는 것이 놀랍다. 형과의 특별한 관계를 앞에 말했는데 처음에는 공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중반 이후 이 가족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왜 일중독자란 표현이 나왔는지도 알게 되었다. 이런 공통된 경험을 겪은 후 두 형제는 종교와 관련해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한다. 형은 종교를 멀리하고, 동생은 여전히 신을 믿는다. 이 형제들이 둘러본 여행지들은 오랫동안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곳들이다. 맞추픽추에 대한 평가는 영상으로 본 후 실망한 것을 다시 되살려주었다. 캄보디아의 킬링필드를 둘러싼 이야기는 언젠가 캄보디아 책을 통해 그 비극의 현대사를 들여다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만들었다.

 

삶은 어떤 일이 언제 어떻게 생길지 알 수 없다. 미래를 대비하는 방법이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형은 더 적게 가지면서 자신의 삶을 즐기는 반면 동생은 더 많은 일을 하면서 불의의 사고를 대비한다. 개인적으로 형에게 공감하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잠시 휴식을 가져라는 말에는 동의한다. 폭주기관차처럼 달리다 그에게 일어난 일을 보면 휴식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첫 소설이 성공한 후 연달아 베스트셀러를 내놓고,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거대한 부를 쌓았지만 그는 글쓰기를 그만 두지 못한다. 이 일들이 그가 겪은 일들에 대한 도피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 책의 구성은 간단하다. 여행 가기 전 일상에서 시작한다. 여행을 가서 그곳 풍경과 감상을 다룬 후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로 돌아간다. 이 구성은 끝까지 이어지면서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여준다. 자서전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성공한 베스트셀러 작가 이면에 어떤 삶이 있었는지 보여줄 때 가슴이 아팠다. 비극이 한 번이 아니라 반복될 때 점점 그 기억은 두툼하게 쌓인다. 좋아질 것이란 거짓말도 할 수 없다. 부모님과 여동생만으로 엄청난데 둘째 아들도 장애가 있다. 그가 일에 더 집착한 이유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의사들이 진단과 달리 그의 노력으로 아이를 거의 정상인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다. 대단하다. 진단이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그의 노력의 결과일까?

 

연말 연초에 이 산문집을 들고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들의 울음을 보면서 눈물짓고, 악동 같은 행동에 화를 내었다. 엄마의 응급처치에 놀라면서 작가가 과장되게 쓴 것은 아닌지 의심을 눈초리를 보냈다. 비극적인 가족사가 나올 때는 숙연해졌고, 다른 사람의 품에 안겨 눈물을 수십 분간 흘렸다고 했을 때는 공감했다. 여행지에서 형이 보여준 몇 가지 행동은 미국인의 나쁜 행동들이 떠올라 불편했지만 솔직한 감상들은 좋았다. 긴 여행 도중에 아내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을 때 약간 나쁜 생각을 했지만 그의 삶을 생각하면서 동의했다. 그런데 역자 후기는 그 나쁜 생각을 확인해보고 싶게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강하게 흐르는 기조는 꿈과 열정과 굳은 의지와 노력과 가족 사랑이다. 하나의 꿈이 이루어졌다고 그만 두는 것이 아니라 다음 꿈을 위해 앞으로 나아간다. 두 형제의 사랑은 나의 삶을 잠시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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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블레이크의 모험 - 유령선의 미스터리 Wow 그래픽노블
필립 풀먼 지음, 프레드 포드햄 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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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필립 풀먼의 <황금 나침반>을 사 놓았다. 언제나처럼 이 책들은 책더미에 묻혔다. 영화로도 개봉되었는데 아직 보지 못했다. 케이블에서라도 자주 방송된다면 볼 수 있을 텐데 너무 오래전 영화인 모양이다. 1부가 영화로 만들어진 후 2부는 아직 이야기가 없는 것을 보면 흥행에 많은 실패를 한 모양이다. 하지만 워낙 좋은 평을 받은 작품이고, 고전이라고까지 하니 언젠가 읽고 싶다. 그러다 발견한 책이 이 그래픽노블이다. 한마디로 작가 이름과 그래픽노블이란 형식 때문에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맞았다.

 

이야기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유령선 메리 엘리스호와 이것을 뒤좇는 세계적인 거부 칼로스 달버그가 두 축을 이룬다. 메리 엘리스호에는 존 블레이크가 타고 있다. 이 배는 시간 여행을 한다. 어느 시대를 갈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배에는 다양한 시간대의 선원들이 타고 있다. 가장 최근 인물은 가족과 함께 요트로 세계 일주하다 물에 빠진 세레나다. 존이 그녀를 구했다. 이런 유령선을 쫓는 인물 중 악당 역할이 딜버그다. 이야기 후반까지 왜 그가 유령선에 집착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현재 시간 속에서 이 유령선에 관심을 두는 대니얼이 있다. 그녀의 정보마저도 달버그는 훔쳐간다.

 

유령선을 시간 여행과 연결한 것은 특이하다. 존 블레이크가 어떻게 이 배에 타게 되었는지는 중간에 알려준다. 그의 아버지가 아인슈타인과 함께 진행했던 실험 때문이다. 실험은 존을 알 수 없는 곳으로 옮겨놓았다. 오래 전에 만들어진 배는 기본적으로 지금과 다르다. 지금도 사람의 손이 많이 필요하지만 이 배는 더하다. 바다를 항해하다 바다에 바진 사람을 구해 선원으로 키운다. 각 시대를 지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한다. 해적도 만나고, 그리스 시대의 세이렌의 목소리도 듣는다. 판타지 설정은 무한한 가능성을 풀어놓았다.

 

읽으면서 세레나의 행동에 화가 났다. 자신의 시대로 그녀를 돌려보냈는데 호기심 때문에 다시 승선한다.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선택이다. 긴 분량도 아니고 소년의 모험을 다루다 보니 하나의 설정으로 나쁘지 않다. 나중에 그녀가 좋은 활약을 한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그녀와 존이 동시대의 시간대에 나타나 적의 위협에서 달아나는 장면은 또 다른 상상력을 동원하게 한다. 존의 후손은 영국 해군으로 멋진 액션을 보여준다. 도입부에서 존이 유령선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면 그의 후손은 액션으로 이 모험극에 재미를 더했다.

 

프레드 포드햄의 그림은 단정하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쓸 데 없이 화려한 연출은 자제하고, 이야기의 흐름에 집중한다. 덕분에 가독성이 좋다. 하지만 정돈된 그림체가 만화의 상상력을 조금 억누르는 것 같다. 원작이 있기 때문일까?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아주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 같다. 실제로 이 그래픽노블을 보면서 영화로 만들면 멋진 모험극이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아직 더 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 여행과 존의 후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깔끔한 그림체를 좋아하고, 현대판 판타지를 즐긴다면 더 재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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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의 신
아가와 다이주 지음, 이영미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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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회사 회식을 하고 전철을 탄 후 졸다가 종점까지 간 적이 몇 번 있다. 다행이 막차가 끊기지 않았다면 문제가 없는데 막차가 없다면 난감하다. 택시를 타고 돌아와야 하는데 지금처럼 어플이 있던 시절이 아니라 대기하거나 지나가는 택시가 없으면 무작정 기다리거나 택시가 올만한 곳으로 옮겨야 했다. 이 단편들 중 몇 편에서 긴 택시 대기 줄을 보고 문득 그 당시가 떠올랐다. 그리고 야근이나 친구와의 약속을 마치고 막차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전철의 풍경도 문득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이 소설 속 이야기 같은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파우치>는 지하철 치한으로 이야기가 넘어가는 듯하다가 반전으로 마무리된다. 한 전철역의 인사 사고 때문에 멈춘 후 생각이 이어지는 와중에 치한이 덤빈다. 이를 응징하는 모습은 속이 시원한데 예상하지 못한 장면으로 넘어간다. 마지막 장면에 가서는 훈훈한 사랑으로 마무리되는데 취향 존중이란 단어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브레이크 포인트>는 직장인의 현실적 문제를 다룬다. 마감 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프로젝트와 이 일에 투입된 팀장의 걱정 등이 아주 공감을 자아낸다. 휴식을 강제한 후 돌아가는 전철과 작은 운동은 우리 삶에 휴식과 운동이 얼마나 필요한지 느끼게 만든다. 물론 이 프로젝트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호기심은 지금도 이어진다.

 

<운동 바보>는 사랑 이야기다. 경륜 선수와 사귀는 한 여성의 심리 변화를 다루고 있다. 현실적으로 자주 만나지 못하고, 만나도 프로선수의 경력 때문에 편안한 시간도 가지지 못한다. 하루만 운동을 쉬어도 몸은 그 변화를 알기 때문이다. 그와 헤어지려고 편지까지 보낸 후 연기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가식적이다. 동시에 이해된다. <오므려지지 않는 가위>는 일본의 저력으로까지 불리는 가업 이어받기를 극적으로 다룬다. 쇄락하는 이발소와 그곳을 다니는 고객과의 만남, 아버지의 병환, 자신의 일들이 빠르게 펼쳐진다. 새롭게 이발소를 이어받아도 유지하는 것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을 바라는 부모와 그곳을 애용하는 손님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고가 밑의 다쓰코>는 전철역 인사 사고 중 하나를 알려준다. 여장 남자 다쓰코의 과거 이야기가 중요한 기본 줄거리지만 시선을 끄는 것은 설치 미술을 통해 보여주는 기록들이다. <빨간 물감>은 불편한 이야기다. 빨간 물감이 필요해 손목을 긋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손가락으로도 충분할 텐데. 이것보다 더 불편한 것은 선생의 서투르고 무신경한 대처다. 나 자신도 그 선생보다 더 나은 대처를 할 수 있다는 자신은 없지만 읽는 동안은 불편했다. 마지막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다. <스크린도어>는 역내매장에서 일하는 여성 이야기다. 과거 그녀는 그 역에 떠밀려 떨어진 적이 있다. 전철은 들어오고, 몸은 움직일 수 없다. 이때 한 남자가 그녀를 구해준다. 하지만 그 남자는 자신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길 바라지 않는다. 스크린도어 공사 때문에 매장 철수되기 하루 전 작은 일상의 반복에서 벗어나면서 그를 발견한다. 가슴 뭉클한 이야기다.

 

처음 예상한 미스터리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대신 짧은 단편 속에 전철 속 사람들의 인생을 압축적으로 잘 표현했다. 늦은 밤 전철을 타고 무심코 보던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삶 이야기가 있음을 다시 느낀다. 막차와 사고가 겹쳐지면 그 피해는 승객들이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중간에 멈춰선 전철에서 내려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런 경우 전철 안에서 무작정 대기해야 한다. 이 시간들 속에서 각자의 사연은 다양하게 풀려나온다. 그 중 몇 명만 담았는데도 이렇게 좋은 이야기가 된다. 시리즈로 나와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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