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항설백물어 - 하 - 항간에 떠도는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9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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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지 바빠 서평 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 시간 짜내기가 이전보다 어렵다보니 읽은 지 며칠 지나서 겨우 쓴다. 상권을 읽은 후 다른 책을 중간에 먼저 읽은 후 하권을 읽었다. 7년 시간을 두고 전작을 읽은 것에 비하면 아주 순식간이다. 이번에도 역시 세 이야기가 나온다. 구성은 상권과 별 차이가 없지만 요지로의 존재감이 점점 커진다. 그것과 함께 작가가 생각하는 요괴의 모습도 같이 풀려서 나온다. 티격태격하는 네 인물의 차이가 눈에 더 들어오고, 사요의 비밀도 한 꺼풀 벗겨진다. 그리고 예상했지만 아쉬운 한 장면을 마주한다.

 

원래 한 권이었던 책이다 보니 진행하는 앞부분은 같다. 누군가 괴담을 끄집어내고, 그 괴담을 조사하고, 토론하고, 잇파쿠 옹까지 가는 과정이다. <산사내>는 사람인지 짐승인지 요괴인지 불분명한 산사내의 아이를 낳은 여자가 나타났다는 사실에서 시작한다. 토론은 이 산사내의 존재에 시작한다. 요괴처럼 묘사된 문헌이 나오고, 짐승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자가 아이를 낳았다는 대목에 이르면 사람이란 설에 더 무게가 실린다. 이 토론 과정은 인간들이 어떻게 알 수 없는 존재를 마주했을 때 그것을 표현하지 잘 보여준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두 사건이 해결된다.

 

<오품의 빛>은 푸른 백로가 사람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유명한 유학자인 기미후사 경이 어릴 대 직접 이 경험을 했다고 한다. 성인이 된 후 여행을 하다가 한 지역에서 다시 이 경험을 한다. 이 강렬한 기억이 불가사의한 문제를 해결한 겐노신에게 전해지면서 토론으로 발전하고 잇파쿠 옹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기억도 마타이치의 기묘한 행적 중 하나와 연결된다. 희미한 기억 속 존재인 마타이치의 놀라운 능력은 이번에도 빛을 발하고, 그 전설 같은 이야기 속에 숨겨진 아픈 사연이 조금씩 풀려나온다. 모모스케가 요지로에게서 자신과 같은 냄새를 맡는다는 표현이 나오면서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바람신>은 달빛 어두운 밤 진행하는 백 가지 이야기를 다룬다. 마지막 이야기가 끝나면 재앙을 끌어당기고 요괴를 깨운다고 한다. 이 토론을 진행하는 과정 속에 작지만 재밌는 에피소드가 일어난다. 이 이야기 속에서 사요의 과거가 드러나고, 잇파쿠 옹이 백귀물어에 가담한다.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의 간략한 제목만 보면 이 항설백물어 시리즈 속 내용임을 알 수 있다. 이것도 작은 재미 중 하나다. 하지만 진짜 재미는 잇파쿠 옹의 의도와 요지로의 설정이다. 고조되는 이야기와 어두워지는 방과 무대장치가 결합해서 만들어낼 장면을 떠올리고, 이것이 어떻게 표현될지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당연히 반전도 있다.

 

이 책의 구성에 대한 설명이 책 속에 나온다. 겐노신의 이야기는 항상 계기가 모호하고, 들고 오는 화젯거리는 언제나 황당무계하다. 결과적으로 그 이면은 멀쩡한 사건이 숨어 있지만 항상 괴담 종류에서 이야기의 실마리를 찾는다는 것이다. 실제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잇파쿠 옹은 괴담에서 과거를 떠올리면서 그 당시 이면을 말하고, 겐노신은 이 이야기에서 실마리를 찾아 사건을 해결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 해결자의 신분이 바뀐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존재는 공권력이 되었고, 이것은 어느 정도 신뢰가 쌓여가는 과정이다.

 

“요괴는 거짓이지만 있습니다.”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거짓을 거짓인 줄 알면서 믿는다고 말한다. 머릿속에 산타크로스가 지나간다. 우리가 괴담을 즐기는 이유가 여기 있다. 무언가를 이야기해서 속이면 이야기가 된다고 말한다. 이 괴담을 몇 개씩 포개놓아 현실 자체를 속임수의 공간으로 옮기고 되돌려놓는 것이 백 가지 이야기다. 이 문장들을 읽으면서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생각이 옮겨갔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 항설백물어 시리즈를 한 번에 읽어보고 싶다. 그러면 지금과 다른 느낌과 재미를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혹시 요지로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작가의 다른 소설이 있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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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성역 1 - 노아즈 아크, Novel Engine POP
카지오 신지 지음, toi8 그림, 구자용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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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멸망을 소재로 한 SF소설이다. 작년에 읽었던 <세븐 이브스>가 하드SF라면 이 작품은 SF 판타지에 더 가깝다. 지구의 선택 받은 3만 명을 태운 세대 간 우주선 노아즈 아크나 성간 전이 기술을 이용한 점프 등은 현실적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작가가 관심을 둔 것은 이런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제목에서 나온 것처럼 지구를 버리고 몰래 떠난 미합중국 에디슨 대통령 외 3만 명과 이들을 저주하면서 위험한 기술인 점프를 통해 약속된 별로 온 인류의 갈등이다. 아직 이야기의 도입부에 불과하다보니 이 갈등을 극한으로 몰고 가지 않았지만 점프한 인류는 이것을 단결의 동력으로 삼는다.

 

이야기는 3부분으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당연히 점프한 사람들의 생존이다. 172광년 떨어진 약속의 땅으로 인류의 70%가 점프한다. 이 기술을 쉽게 이해하려면 스타트랙의 한 장면을 떠올리면 된다. 하지만 무려 172광년이다. 자세한 과학으로 들어가면 거의 불가능하다. 별이 고정된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고, 물리적 거리도 상상을 초월한다. 이 소설에서 이런 과학적 가능성은 덮어놓고 가야 한다. 대신 이 점프를 통해 정상적으로 도착한 인류가 소수라는 설정과 이들이 낯선 땅에서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작가의 상상력은 여기서 과학보다는 판타지에 더 알맞음을 잘 보여준다.

 

다른 하나는 노아즈 아크에 딴 인류다. 에디슨 대통령의 딸 나탈리와 그녀의 연인 이안 애덤스의 로맨스나 노아즈 아크에서 일어나는 일 등은 현실적인 문제를 담고 있다. 인류를 버리고 몰래 떠난 선택 받은 인류의 고민이나 폐쇄된 공간 속의 삶, 계급 차이 등은 그 속에 살고 있는 계층들의 시선을 풀어내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물론 이들은 태양의 플레어 확장에 따른 지구의 소멸을 사실로 믿는다. 처음에는 영상 조작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을 우주선에서 관측한다. 이때 에디슨 대통령이 보여주는 모습은 아주 이중적이다. 세대가 지나면서 이야기는 우주선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것으로 바뀐다.

 

마지막으로 지구에 남은 사람들 이야기다. 당연히 작가가 다루는 국가와 사람은 일본이다. 인류의 70%가 점프한 후 남은 이들은 갑자기 바뀐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해피엔드라는 독약으로 자살도 가능하다. 하지만 남은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규칙을 만들고, 서로 돕고, 사랑하고, 남은 시간을 최대한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버섯 따기와 자연 속으로 여행에서 지구를 파괴하는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인구 과밀화 문제가 해결된 지구의 놀라운 재생 속도를 보여준다. 이런 풍경 속에서 행복했던 기억을 가지고 자살 여행을 온 사람도 있고, 이들의 죽음을 보고 다른 미래를 꿈꾸는 사람도 생긴다. 마지막 장면은 일본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점프한 인류는 정보가 정말 불충분한 행성에 떨어졌다. 인류의 70%가 떠났지만 실제 도착한 인류는 얼마 되지 않는다. 점프한 곳에서 나무 등과 결합할 수도 있다. 이 과학 기술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한 대목이다. 점프한 사람들은 살기 위해 원시적인 도구를 만들고, 자신들이 살았던 문명을 다시 일구고자 한다. 하지만 자원이 너무 한정적이다. 다행이라면 중력이나 대기 상태가 지구와 같다. 이런 세부적인 과학 문제는 실제 이 소설에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생존을 위해 미지의 존재와 싸우고, 공동체를 구성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특히 미지의 존재인 스나크 사냥은 SF판타지를 아주 잘 보여준다.

 

작가의 설정 중 하나인 다른 지역으로 점프한 사람들 사이의 만남은 후반부의 재미다. 서로 오니와 식인이라 부르면서 경계하는 모습은 정보의 부재와 공동체의 결속이란 문제를 동시에 보여준다. 점프할 때 인류가 가지고 온 씨앗에 따라 경작할 농작물이 정해진다. 다양한 인종과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살다 보니 공용어란 것이 만들어진다. 아직 한 세대 밖에 진행되지 않아 그 경계가 멀지 않다. 도구 등을 보면 원시 공동체에 가까운데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설정도 살짝 끼워 넣었다. 다음 이야기에서 어디까지 점프한 인류가 나아갈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 세 곳의 사람들 이야기는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한 가지는 같다.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는 행복과 희망이다. 다음 이야기에서 이 두 인류가 만난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모습일지, 그들의 과학 기술 차이가 어느 정도일지, 노아즈 아크에 대한 복수심은 세대를 지나면서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빨리 다음 권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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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다 - 허균에서 정약용까지, 새로 읽는 고전 시학
정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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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여덟 시인의 시론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책이다. 너무나도 유명한 허균, 이덕무, 박제가, 정약용을 넘어 이용휴, 성대중, 이옥까지는 알겠지만 이언진은 낯설다. 이 낯설음 탓인지 아니면 다른 시인 이야기에서 많이 나왔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의 시가 많이 나온다. 시론을 다루면서 시인의 시가 한 편도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정민의 글에 의하면 요절한 천재 시인이다. 아직도 시를 잘 모르는 나를 생각하면 이언진의 시가 지닌 매력을 잘 모르겠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시론들은 모두 ‘나’다.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목소리로 낸다. 이 중에서 제일 이 부분을 강하게 표현하는 인물이 이용휴고, 정약용으로 넘어오면 원론적인 인간 공부로 넘어오면서 더 딱딱해진다. 책 전체가 분량이 많지 않고, 한 시인의 시론을 간략하게 다루다 보니 진중하게 앉아 집중하면서 읽어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 시인의 시론 원문을 해석하고, 그 의미를 저자의 이해로 풀이하는 방식이다. 이전 같으면 원문의 한자를 조금 해석해보려고 노력을 했을 텐데 점점 이런 노력이 사라진다. 당연히 한자 실력은 퇴보한다.

 

시 책을 읽다 보면 여덟 시인의 개성들이 간간히 보인다. 나이와 신분의 차이를 감안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언진이다. 역관에 비교적 젊은 그가 박지원의 호된 비평에 폭사했다는 글에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지만 그의 울분을 조금은 이해한다. 그의 시가 지닌 재능을 염려한 선배의 에두른 비평이 그를 힘들게 한 것은 분명하다. 그의 사후 왜 그런 평가를 했는지 따로 글로 지었다는 것을 보면 선배들이 그의 죽음을 얼마나 아쉬워했는지 알 수 있다. 그의 아내가 그가 불 속에 던진 원고를 일부 건졌다는 이야기는 재밌는 에피소드다.

 

이용휴가 ‘나는 나다’라는 제목을 만들었다. 자신의 시를 짓겠다는 시인들의 시론을 읽다 보면 결국 그들의 삶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덕무와 박제가의 이야기는 서로 대비된다. 어린이와 처녀처럼 시를 짓고 싶은 이덕무의 순실함과 문체반정에 살짝 반격하는 박제가의 글은 개성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성대중이 이언진의 병문안했을 때 부귀어란 단어를 사용했는데 사실 이 부분은 자신들의 생각을 토론한 대목이기도 하다. 이옥이 남녀의 정을 다룬 <이언인>을 내면서 고금의 시 형식들을 끌고 와 풀어낸 것은 그 시대의 완고함을 보여주는 일면이다.

 

정약용의 시는 지금까지 기억하는 것이 한 편 있다. 전문은 아니지만 그 시대의 풍경을 잘 대변하는 그 유명한 <애절양>이다. 학창 시절 한문으로 이 시를 풀이해줄 때 그 의미를 잘 몰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의미가 강하게 가슴으로 다가온다. 어릴 때는 화려한 수식어에 눈길이 갔는데 이제는 그 시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더 마음이 간다. 며칠 전 읽었던 백석의 시를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남북 분단 이후의 시들을 보고 얼마나 실망했던가. 자신의 생각과 목소리를 자신만의 표현으로 시를 지을 때 그 시가 더 빛나고 진정성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 책은 나 자신이 좀 더 공부하고 읽는다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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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맨 모중석 스릴러 클럽 45
로버트 포비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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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흉악하고 잔인하고 폭발적이다. FBI 특별수사관 제이크 콜의 아버지 제이콥은 미국 현대 화단의 천재였다. 그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자신의 몸에 불을 질렀기에 30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죽은 엄마를 생각해서 돌아온 것이다. 그가 왜 아버지를 혐오하는지는 그가 집을 떠난 후 겪어야 했던 아주 처참했던 삶을 말할 때 잘 드러난다. 아버지의 전용 화상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가 아버지의 말 때문에 거절당했던 기억은 그 후 삶과 이어진다. 책을 다 읽은 지금 그의 빈 시간들을 다룬 소설이 나오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제이크가 아버지의 집에 온 그때 아주 끔찍한 일이 둘 벌어진다. 하나는 산채로 살가죽이 벗겨져 살해당한 엄마와 아들이고, 다른 하나는 엄청난 위력을 지닌 태풍 딜런이 다가오는 것이다. 딜런이 다가오면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제이크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영화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가공할 태풍이 만들어낼 풍경과 그 위험 속에서 분노와 두려움을 가진 채 단서를 찾아다니는 제이크 등의 모습은 긴박감을 높여주는 최고의 장치다. 거대한 군용 차량이 태풍과 파도에 흔들거리는 모습을 보여줄 때 혹시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그리고 이 가공할 태풍이 그 참혹한 사건을 언론의 시야에서 잠시 사라지게 만든다.

 

제이크가 휴가를 내어 돌아온 고향에서 다시 업무로 복귀한 것은 모자 살인 사건 때문이다. 그가 현장에서 보여준 놀라운 능력은 살인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다. 그의 재현을 읽다 보면 너무 잔혹해서 할 말이 없다. 인간의 잔혹한 상상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 장면에 거부감이 든다. 왜 다른 독자들이 욕을 했는지 알겠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의 어머니 미아 역시 이렇게 죽었다는 것이다. 30년 만에 그 당시의 살인이 재현된 것이다. 그리고 살가죽이 벗겨진 모자의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아니 엄마와 아들인지도 불분명하다.

 

이 이야기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인물은 보안관 하우저다. 그는 음주 운전자에게 아들은 잃은 적이 있다. 제이크의 친구 스펜서가 경찰이 된 이유도 하우저다. 그가 술 먹고 운전했을 때 감옥에 넣지 않고 차에 태워 집까지 데려다 준 것에 감동했다. 이런 인품을 지닌 하우저지만 이런 사건은 처음 겪는다. 아니 누가 이런 일을 겪어봤겠는가. FBI의 노련한 수사관들이 아니라면, 아니 그들이라도 이런 사건은 쉽지 않을 것이다. 사건 현장에서 벌어지는 몇 가지 실수들은 제이크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하지만 제이크의 경험은 하우저가 이 사건을 보도하는데 도움을 준다.

 

천재 화가 제이콥이 보여준 기행과 공포는 의혹을 더하고, 미지의 존재를 두렵게 만든다. 그가 잠시 정신을 차린 후 병원 벽에 그의 피와 탄 뼈로 그린 그림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속물적인 나는 그 그림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제이크가 상상하는 가격을 보면서 작가의 전직을 떠올리면서 다시 한 번 더 놀란다. 더불어 이 그림 속 존재가 무엇일지, 누구일지 궁금해진다. 아버지가 작업한 수많은 작품들의 이미지가 만들어낼 것의 정체는 또 무엇일까? 그의 두려움이 커질수록 그의 정체가 의문을 더한다.

 

이 위험하고 겁나는 곳에 제이크의 아내 케이와 아들 제러미가 온다. 모리아티란 별명을 좋아하는 아들은 어느 날 버디맨이란 존재를 만났다고 한다. 어디서, 어떻게 나타난 것이지? 빨리 사건을 해결하거나 이 모자를 돌려보내야 한다. 내 마음은 그들을 위험에서 떠나게 하고 싶다. 그리고 제이크에게는 한 가지 질병이 있다. 전기로 움직이는 기계를 심장에 달고 있다. 딜런은 전기를 품고 있다. 이 때문에 몇 번이나 그는 정신을 잃는다. 아내와 아들이 사라진 순간에도 딜런의 전기가 그를 위협했다. 그가 이들을 구하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모습은 점점 거세지는 딜런의 모습과 엮이면서 긴장감을 더한다. 과연 어떻게 될까?

 

마지막으로 한 가지 고백부터 하자. 사실 이 책의 중반까지 읽고 맨 뒷장을 힐끔 봤다. 그때 본 이름은 이후 더 읽으면서 그 인물의 행동과 표현에 신경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만약 읽지 않았다면 범인의 정체를 좀 더 유연하고 쉽게 추론했을 텐데 이 이름을 먼저 보면서 의식이 그쪽으로 흘러갔다. 혹시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마지막 장은 끝까지 읽을 때까지 참으로라고 말하고 싶다. 뭐 나처럼 읽어도 그 끔찍한 반전에 놀라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들을 읽으면서 앞에 벌어진 사건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다시 볼 수 있었다. 아주 멋진 서술 트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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텨댜 : 알 수 없어 두렵지만, 알 수 없어 재밌는 내 인생
텨댜 지음 / 북치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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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 연재되었던 작가의 만화를 묶은 책이다. 시작을 보면 그냥 할 일이 없어 시작했다고 하지만 학창 시절에도 그림 그리는 것을 상당히 좋아했다. 물론 그 시절 좋아하고 그렸다고 해서 나이가 든 지금 그림을 다시 그리는 것은 쉽지 않다. 스웨덴에서 남자 친구와 살던 시절 할 일을 찾다가 실패했던 이야기를 보면 나의 삶과도 닮아 있다. 너무 쉬운 포기, 뒤로 미룬 것 잊어버리기 등. 하지만 결정적 차이가 있다. 텨댜는 그림을 꾸준히 그려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이다. 이 하나의 에피소드를 위해 그녀가 어떤 노력을 기우렸는지 뒤에 가면 나온다. 하루 5시간 정도 시간이 걸렸다고 하니 이 꾸준함은 정말 대단하다.

 

케빈과 함께 살던 시절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학창 시절, 워킹홀리데이, 배낭여행, 알바 당시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읽다가 유머 코드가 다르거나 세대 차이 등의 이유로 이해를 하지 못하는 에피소드도 있지만 나도 모르게 크게 웃게 되는 에피소드도 참 많다. 텨댜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나의 20대와 30대가 자연스럽게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나 자신도 마이 웨이로 살았지만 많은 부분 타인의 시선을 신경 썼기 때문이다. 아마 초반부터 이런 부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수없이 경험하는 외모 지적 부분에서는 나 자신도 할 말이 없다.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고, 그런 대상 중 한 명이다.

 

이 만화들에서 가장 좋은 점은 역시 솔직함이다.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솔직하게 표현한 부분들이 많다. 자기 삶의 경험을 알려주는 부분에서는 조금 재미가 떨어졌지만 디테일한 곳에서 소소한 재미가 꾸준히 생긴다. 장기 배낭여행을 한 탓인지 아니면 친화력이 좋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외국인과의 만남을 다룬 에피소드에서 앞 단어만 기억하고 다음 문장들은 그냥 배경 소리로 들렸다는 이야기는 결코 남 이야기가 아니다. 영어 꿈나무 19년차란 표현이 너무 절실하게 와 닿는다. 나는 도대체 몇 년 차인가? 그래도 텨댜는 케빈과 살면서 영어로 싸울 정도(?)는 되지 않았던가. 그 이후 영어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는 없지만.

 

성 씨를 둘러싼 에피소드의 경우 실제 자주 경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무방비 상태에서 빵 터지다니. 한국 응 씨의 실체를 아는 순간 웃음과 함께 나의 무지했던 순간도 같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운전면허증 에피소드는 기대와 의문과 실망으로 이어지는데 나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반전처럼 이야기가 이어졌다. 머릿속을 지나간 예상 이야기 중 어느 하나 맞지 않았다. 이런 의외의 반전들도 곳곳에서 펼쳐진다. 발리에서 자신을 알아 챈 독자를 닦달하는 모습은 과음과 초보 인기인의 흥분이 만들어낸 작은 이야기다. 혹시 내가 외국에서 작가 누군가를 만난다면 피해야할 것 같다. 내가 텨댜처럼 작가에게 이런 저런 말을 주절주절할 수도 있으니까.

 

만화의 반 정도는 케빈과의 살던 시절 이야기고, 나머지는 한국에 살던 시절과 워킹홀리데이와 여행 중 이야기다. 앞부분이 알콩달콩하고 자신을 알리는 에피소드였다면 뒤로 가면서 교훈적인 경험담들이 나왔다. 중간중간 경험담들이 재밌게 풀려나오지 않았다면 흔한 선배의 경험담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텨댜의 인스타그램을 본 적이 없어 몰랐지만 한동안 슬럼프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것을 이겨내고 계속 그렸다는 점에서 박수를 치고 싶다.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더욱 그렇다. 놀면서 생각나는 걸 그린다고 하지만 이런 꾸준함은 결코 쉽지 않다. 세상에서 제일 알찬 한량이 되겠다는 말에는 고개를 절로 끄덕인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있지만 가장 꾸준한 인물은 둘이다. 한 명은 당연히 케빈이고, 다른 한 명은 가영이란 친구다. 가영과의 만남과 함께 여행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는 가영의 캐릭터 때문에 더 빛난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그녀의 블로그 표현은 너무 차이가 난다. 미남에게 끌리는 그녀들의 모습에 미녀에게 끌렸던 내가 보였다. 목차를 보다 거울의 배신이란 이야기를 떠올리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내 이야기다. 음식 이야기도 내 이야기다. 한 번 사는 인생 열심히 노는 한량을 꿈꾸는 텨댜를 응원하고 다음 이야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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