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 - 젊은 괴짜 곤충학자의 유쾌한 자력갱생 인생 구출 대작전
마에노 울드 고타로 지음, 김소연 옮김 / 해나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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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과잉의 시대에 메뚜기를 연구하기 위해 한 일본 박사가 아프리카의 모리타니로 떠났다. 이 책은 그가 왜 낯선 그곳에 가게 되었는지, 그곳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그 연구 성과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보여준다. 이 과정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아니 전문 연구자라면 겪어야 할 당연한 수순 같지만 현실은 이런 연구보다 다른 쪽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저자도 말했듯이 박사가 된다고 돈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연구 자금을 따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거나 든든한 배경이 있어야 한다. 노력을 기울여 단기 연구직을 가진다고 해도 그 기간은 길지 않다. 이 책의 저자도 2년 한정이다.

 

모리타니, 낯선 지명이다. 지도를 보면 아프리카 서북부에 위치해 있다. 일본과 좋은 교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슬람 국가고, 국민소득은 낮다. 마에노가 연구소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면서 연구와 조사를 위해 연구소 차를 타고 나갈 때 현지 운전수를 고용한다. 월급으로 치면 200불 정도다. 그런데 이 운전수가 연구소와 마에노에게서 모두 월급을 받는다. 솔직히 한 달에 200불은 큰 부담이 아니다. 고정적으로 월급이 들어오고, 다른 특별한 지출이 없을 때라면. 마에노는 이 낯선 경제 감각 때문에 조금씩 돈이 세어나간다. 물론 이 때문에 얻게 되는 반사 이익도 상당하다. 운전수 티자니는 그의 전용 운전수로 연구에 많은 도움을 준다.

 

모리타니는 프랑스어를 사용한다. 책에 계속해서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저자가 프랑스어를 공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간단한 몇 개의 단어와 몸짓으로 티자니와 이야기를 한다. 오랜 고용관계는 자신들만의 언어를 만들어낸다. 큰 불편함이 없으니 새로운 언어를 배울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이것은 새로운 관계와 연구에 작은 장애가 된다. 티자니나 통역을 해줄 사람이 없을 때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그가 외국인이란 사실이 그를 불리한 환경으로 몰고 간다. 우체국에서 소포를 받기 위해 겪었던 일들이 대표적이다. 많은 여행자들 이야기에서 너무 자주 본 것이라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았다.

 

메뚜기 박사의 꿈은 메뚜기가 자신을 먹는 것이다. 이때 먹는다는 것은 식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입은 녹색 옷을 먹는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많은 메뚜기 떼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메뚜기들을 보기가 쉽지 않다. 영화나 이야기 속에서 본 것 같은 하늘을 뒤덮는 메뚜기 떼는 없다. 나중에 하늘을 뒤덮는 메뚜기 떼가 나타나지만 영화 정도는 아니다. 이렇게 메뚜기를 연구해서 메뚜기로 인한 피해를 없애고 싶은 한 박사의 노력과 열정은 수많은 장애물을 만난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그는 울드라는 이름을 얻고, 현장 연구자로 성장한다. 저자는 이 과정을 결코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풀어내었다.

 

가독성이 좋아 잘 읽힌다. 현지인들과의 조화와 관계, 문화 등이 곳곳에 녹아 있어 새로운 사실도 많이 배운다. 자연이란 환경은 많은 변수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세운 가설을 실험으로 입증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많은 연구자들이 제한된 환경 속에서 연구를 계속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연구를 해서는 차별화도, 특별한 성과도 얻을 수 없다. 바바 소장이 던지는 몇 가지 정보들은 이 자연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마에다의 문제는 메뚜기 떼를 제때 만나지 못하는 것이다. 메뚜기를 봐야 연구든 뭐든 할 텐데 말이다.

 

어쩌면 이 에세이는 모리타니 체류기에 취업 경험담일지도 모른다. 그가 모리타니에서 경험한 것은 일반 여행객들이 잘 경험하기 힘든 것이다. 연구 실적을 쌓아 논문을 쓰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메뚜기를 더 잘 아는 것도 있지만 지속적인 연구 생활을 위한 취업 문제도 걸려 있다. 2년 기간이 지난 후 그가 더 연구하기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보면 이것이 잘 드러난다. 표지의 이상한 의상과 동작은 부제처럼 자력갱생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파브르를 동경해서 선택한 일이 현실의 높은 벽에 부딪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그 결과가 현재는 어떤 것인지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모르게 그를 상당히 많이 응원했는데 현재 모습은 어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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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네 가족 이야기
손승휘 지음, 이재현 그림 / 책이있는마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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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먹먹한 7마리 유기견들 이야기다. 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분량과 내용인데 요즘 바쁜 일 때문에 조금 늦게 읽었다. 바우네 가족이란 제목만 보면 사람이 먼저 연상되지만 실제 바우는 맹도견이다. 바우네 가족들은 모두 유기견들의 모임이다. 아니 바우와 아라 사이에 태어난 퐁당은 예외다. 바우는 맹도견의 임무를 마친 후 북한산 자락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할머니가 하신 말씀을 잘 기억하고 그 말씀에 따라 살아간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자식들이 데리고 간다고 말만하고 그냥 갔다. 하지만 씩씩하고 현명한 바우는 그곳에 머물면서 유기견들로 가족을 이룬다.

 

초코는 작은 치와와다. 힘이 약해 먹을 것을 찾아다니기 힘들다. 같이 다니는 누렁이와 달마가 치와와의 먹이를 구하기 위해 농장으로 갔다. 이곳에는 경비견 두 마리가 있다. 나중에 바우와 협상을 하면서 이 둘의 이름이 밀과 쌀임이 드러난다. 농장 주인의 말을 지켜야 하는 밀과 쌀, 초코를 먹이고 싶은 달마 등은 서로 으르릉거린다. 서로의 입장 차이 때문이다. 농장 사람들이 달마 등을 보면 문제가 되기에 바우는 일단 이들을 달래고, 초코의 먹는 양이 적고 자신들이 밀과 쌀을 도와줄 수 있다는 이유로 협상을 한다. 협상은 성공하고, 이들은 친구가 된다.

 

달마와 누렁이도 개도둑과 도살장이란 나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 기억은 미워하는 마음으로 변했고, 바우와의 만남은 이 기억은 잠시 잊혀져 있었다. 할머니가 살았던 집은 있지만 집을 따뜻하게 만들 불이 없고, 식량도 부족하다. 등산객들이 흘린 음식으로 겨울을 나기는 힘들다. 산장에 가서 먹을 것을 구하기는 하지만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산장지기도 문제가 되고, 들개로 몰려 잡혀갈 수 있다. 조심 조심하는 생활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때 또 한 마리의 유기견이 가족으로 합류한다. 하양이다. 순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버려진 아이다.

 

조심하고 서로 규칙을 지킬 때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어느 날 사람들이 산에서 몰래 음식을 해먹는다. 이 냄새에 끌려간 달마가 나쁜 기억에 휩싸이고, 사람을 문다. 더 나쁜 상황까지 갈 수 있었지만 바우 덕분에 정신을 차린다. 이 사건은 이 가족에 큰 문제를 안겨준다. 다른 사람들에게 한 번도 피해를 주지 않은 이들을 유기견 혹은 들개라는 이유로 보호소 등으로 데리고 가려고 한다. 어쩌면 누군가가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문제를 더 키웠을 수 있다. 친구들은 이들에게 정보를 주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다. 바우네 가족에게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궁금해하면서 읽고 다시 인간의 잔인함에 눈길을 돌리게 된다.

 

현명하고 씩씩한 바우지만 사람과 함께 살았던 기억이 그의 행동을 많이 제약한다. 바우네 가족을 응원하고, 이들의 밝은 미래를 꿈꾸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할머니집의 이불 등으로 겨울 추위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이들은 사람들과 함께 산 개들이다. 또 먹을 것은 어떤가. 도시라면 넘쳐날 음식 쓰레기가 여기에는 귀하다. 산장지기들의 무심한 듯한 관심이 없었다면 마을로 내려왔어야 했다. 그랬다면 이들의 앞날은 너무나도 뻔하다. 야생에서 살기에는 경험이 부족하고, 모두의 체력도 딸린다. 가슴 아픈 현실을 잘 담고 있다. 그리고 읽으면서 함께 보는 그림들도 바우네 가족의 모습을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마지막 그림은 강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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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타협 미식가 - 맛의 달인 로산진의 깐깐한 미식론
기타오지 로산진 지음, 김유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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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즐겨봤던 요리 만화가 있다. <맛의 달인>이다. 몇 권까지 봤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현재 111권까지 번역 출간되었다. 이 만화에서 주인공 지로의 아버지로 나오는 우미하라를 이 책의 저자인 기타오지 로산진을 모델로 했다는 글을 어딘가에서 읽은 적이 있다. 실제 만화 속에서 우미하라는 엄청난 미식가이자 도예공이고 요릿집을 운영한다. 성격도 얼마나 모났는지, 친아들 지로와 문제가 많다. 로산진도 실제 딸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유사성은 이 책을 읽으면서 안 것이고, 로산진이란 이름은 여기저기에서 이미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미식가는 아니지만 맛있는 음식에 관심이 많으니 미식가란 이름을 보고 그냥 지나갈 수 없었다.

 

미식가들을 소재로 한 많은 작품들이 있다. 미식을 위해 그들은 엽기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언제나 맛있는 재료와 요리사를 갈구하는 그들을 보면 심한 경우 광기에 휩싸이기도 한다. 이런 부분이 소설의 좋은 소재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음식 에세이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에세이를 좋아한다. 음식에 대한 기억과 추억, 좋은 식재료를 찾아가는 여정과 그것을 요리하는 모습, 새로운 경험을 섬세하게 풀어낸 문장들, 내가 몰랐던 음식의 맛과 알고 있던 맛의 정보들, 이런 글들이 나에게 재밌게 다가왔고, 나의 삶과 비교하면서 잠시 아련한 감정에 잠긴다. 그런데 이 에세이는 아련한 감정보다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을 때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역자가 다섯 장으로 구분했다. 원래 이런 제목의 일본 원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역자가 로산진의 글을 모아 편집하고 번역한 모양이다. 다른 로산진의 글을 읽지 않아 비교할 수 없는데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 맛과 재료와 미식 등을 아주 잘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맛을 알기 위해서 많이 먹어봐야한다는 표현을 볼 때 미식의 시작은 역시 많이 먹어보는 것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로산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식기다. 자신이 도예가이기도 한데 좋은 음식을 좋은 식기에 담아내어야 한다고 할 때 처음에는 약간 반감이 생겼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이것은 하나의 즐거운 식도락이다. 아내가 좋은 그릇 등을 탐내는 마음을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물론 좋은 식기와 좋은 식재료를 늘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형편에 맞는다면’이란 전제가 붙어 있다. 요리가 비싼 데는 비싼 재료를 사용하고 그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란 논리에 쉽게 수긍한다. 실제 좋은 재료가 있으면 다른 조미료 등이 필요없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쪽으로 가면 아주 맛있다. 어릴 때는 대구 매운탕을 즐겼지만 지금은 대구 지리를 더 좋아한다. 다른 재료의 맛이 너무 부각되어 대구의 시원한 맛을 즐길 수 없다. 로산진이 좋은 재료와 재료 본연의 맛을 강조한 것에 크게 공감하는 이유도 이런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재료를 제대로 손질하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신선하고 좋은 재료가 많으면 다른 특별한 양념이 필요하지 않다. 실제 많은 양념들이 음식이 상해가거나 맛이 떨어지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존재한다. 어떤 조미료의 경우 재료 본연을 맛을 더 강화시켜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신선하지 않거나 맛이 떨어지는 재료를 사용했을 때다. 책을 읽다 보면 지역과 그 지방 특산물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을 자주 본다. 도쿄와 교토를 비교해서 이 두 곳의 차이를 말할 때 자신의 출생지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미식가가 되기 위해 그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 말할 때도 마찬가지다. 미식을 했기에 별다른 병 없이 잘 살았다는 말에 ‘음식이 약이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저자가 최고로 치는 맛은 복어다. 사실 나는 복어국의 시원함은 알지만 복어회의 맛은 모른다. 바다에는 복어, 산에는 고사리라고 말하면서 무미라고 했는데 이때 떠오른 한국 음식이 냉면이다. 슴슴한 그 맛. 하지만 조금만 들어가면 강한 육수의 맛을 느끼는 냉면. 더불어 제비집도 같이 떠올랐다. 실제 이런 무미를 지닌 식재료를 다루면서 제비집을 말한다. 궁극의 진미를 찾아 다양한 식재료를 다룰 때 생각하지도 못한 재료를 보게 된다. 그리고 생선 초밥의 명인을 이야기할 때 초밥에서 밥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닫게 되고, 지금 같은 스시집이 이때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놀란다. 다양한 오차즈케 요리법을 보면서 머릿속을 스쳐간 것은 한 여름 보리차에 식은 밥을 말고 총각김치와 먹던 기억이다. 이 투박한 음식과 로산진의 화려한 오차즈케가 묘하게 대비된다.

 

한 끼를 때운다는 말을 자주한다.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아침은 대부분 건너뛰고, 점심은 무리지어 대충 먹는다. 저녁도 제대로 먹기는 쉽지 않다. 로산진이 오늘 먹은 세끼를 말할 때 이미 이 말을 계속 주창한 사람이 떠올랐고, 그의 음식 방송을 들으면서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얻고 배웠는지 알게 되었다. 좋은 식재료를 바로 사용하지 않아 망치거나 손질을 제대로 못해 망쳤던 기억이 떠오른다. 로산진이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과 정성을 기우렸는지 말할 때 내가 얼마나 안이하게 음식을 대하고 먹었는지 알게 된다. 나 자신이 결코 미식가는 아니지만 이런 지식들을 머릿속에 품고, 조금씩 실천에 옮긴다면 내 삶에 또 다른 재미와 열정을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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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의 유령 에프 그래픽 컬렉션
베라 브로스골 지음, 원지인 옮김 / F(에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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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이민 온 러시아 1.5세대의 성장 이야기다. 다른 문화 환경에 적응하고, 차별받지 않기 위한 아냐의 노력은 우리의 모습과 닮았다. 주류에 포함되기 위한 노력들, 다른 사람과 달라 보이지 않으려는 노력들, 이민자를 가까이 하지 않으려는 마음 등을 그대로 담고 있다. 작가는 이런 행동을 평가하지 않고 아냐의 말과 행동 속에 조용히 녹여내었다. 10대의 심리 상태를 아주 간결하게 표현하면서 한계선을 분명하게 지킨다. 그리고 후반으로 가면서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펼쳐지고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농구팀 숀과 엘리자베스는 공인 커플이다. 잘 생기고 예쁜 이 커플을 보면서 아냐는 질투한다. 숀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을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다. 등굣길에 이 둘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심란한 상태에서 숲속 길을 걷다가 오래된 우물에 빠진다. 누군가가 찾아오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우물 속에 사람 뼈가 있다. 유령도 있다. 100년 전에 빠져 죽은 아이다. 아니 처음에는 유령의 모습을 보고 아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다. 10대 소녀다. 유령이 지나가는 사람의 소리를 듣고 자는 아냐를 깨워 도움을 받게 한다. 다시 밖으로 나온다.

 

밖으로 나온 것은 아냐만이 아니다. 유령도 같이 나왔다. 뼈 조각이 있으면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움직일 수 있다. 어떻게 그 뼈가 들어갔을까? 유령은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아냐를 도와준다. 특히 시험 컨닝에서는 확실한 도움이 된다. 그리고 숀의 정보를 알려주고, 그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점점 더 만들어준다. 아냐 인생에 갑자기 빛이 비춰진다. 쇼반에게 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말했는데 쇼반은 숀의 나쁜 정보만 제공한다. 이 때문에 어쩌면 유일한 친구였던 쇼반과 멀어지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사랑이란 감정은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

 

에밀리. 유령의 이름이다. 이 이름을 묻고 알게 된 것은 유령의 도움을 받고 난 뒤다. 그녀가 왜 그 우물에 들어갔고 죽게 되었는지 에밀리에게 듣는다. 그녀의 약혼녀가 1차 대전에서 죽었다는 사실까지. 이 살인 사건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봐주겠다고 하지만 그녀의 관심사는 숀이다. 이런 아냐를 에밀리는 열정적으로 돕는다. 이때부터 유령의 모습이 조금씩 변한다. 이 형태의 변화는 심리와 욕망의 변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숀과 엘리자베스와 함께 파티에 간 아냐는 아주 불편한 사실을 알게 된다. 밖에서 볼 때 완벽해 보이는 커플의 어두운 면도 같이. 여기에 유령의 폭주가 가세한다. 반전이 펼쳐진다.

 

십대 청소년들의 열등감과 불안감을 기본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날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엄마가 만들어준 고열량 음식을 버리고, 같은 이민자 출신인 다미를 멀리 한다. 자신의 성을 숨기기도 한다. 진짜 친구는 한 명밖에 없지만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녀가 이민 온 후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려주는 장면이 도서관에서 다미와 만났을 때다. 이 장면은 다시 다미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할 것을 예상하는 장면과 겹쳐진다. 다미가 체육 시간에 도서관에 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할 때 다미의 불안과 걱정이 살짝 드러나고, 그가 친구를 갈구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아냐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청소년기를 떠올린다. 물론 다른 문화 환경이니 다르지만 짝사랑의 감정은 비슷한 행동을 하게 만든다. 집에서 엄마에게 성질을 부리는 모습은 똑 닮았다. 시대의 변화를 담고 있지만 그 속에 담긴 마음은 비슷할 것이다. 이런 섬세한 감정과 행동을 작가는 세밀하고 길게 표현하기보다 간결한 그림과 장면 몇 개로 드러낸다. 그리고 마지막에 에밀리는 십대들의 심리를 잘 말해준다. 그것은 이해해주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이에 아냐는 자신이 경험한 다른 삶의 고민과 불안을 말한다. 그들도 자신과 다를 것 없다고. 이 부분은 이 만화가 한 소녀의 성장을 그린 것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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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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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이란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데 무려 <베어타운> 그 이후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최고 작품으로 손꼽고 그 재미와 감동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데 말이다. 사실 이번 작품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작 <베어타운>을 읽어야 한다. 물론 읽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렇지만 전작을 읽고 이번 작품을 읽으면 그 재미와 감동과 여운은 더 오래간다. 전작에서 몇 명의 미래를 알려주지만 이 미래로 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빠져 있다. 삶은 바로 이런 과정들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번에도 이야기의 중심에는 베어타운 하키팀이 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정치가 전면에 나선다. 정치인 리샤르도 테오가 바로 그다. 그는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위해 이용할 수 있는 것을 철저하게 이용한다. 인맥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 인맥과 지저분한 정치 행동을 통해 뒤에서 목적을 달성한다. 그가 일을 이루는 과정을 보면 정치에 혐오를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들지만 목적을 달성한다는 측면을 보면 아주 유능한 정치인이다. 그가 어떻게 페테르와 그 일당을 대립하게 만들고, 갈등하고 고민하게 만드는지 보여줄 때 현실 정치의 한 모습을 그대로 본다.

 

한 마을의 하키팀이 없어진다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일일까? 그렇다. 최소한 이 소설 속 베어타운은 그렇다. 베어타운 하키팀은 그들의 삶이다. 아이들이 자라면 하키팀 선수가 되길 바란다. 다른 삶이 있다고 해도 일순위는 하키다. 아맛의 친구가 프로게이머로 나아갈 때 그의 부모가 보여준 모습이 대표적이다. 그들의 삶은 갇혀 있다. 그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면 다른 삶이, 다른 스포츠가 있다. 하지만 삶은 공간 속에 묶여 있다. 그 공간을 박차고 나가려면 그 곳에 머물지 말고, 더 성장하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 결국 이 소설은 성장에 대한 이야기다.

 

하나의 사건이 터졌을 때 사람들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보다 비난하는 것이 더 쉽다. 마야의 사건이 일으킨 문제들을 비난자들은 기준점을 옮기면서 비웃는다. 남탓을 한다. 찌질하다고 하지만 현실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들이 이런 사람들이다. 한때, 아니 지금도 나에게 이런 모습이 보일 때가 있다. 이런 비난은 갈등을 불러오고, 갈등은 어떤 문제를 만들지 모른다. 순간적인 갈등의 폭발이 만들어내는 비극 중 하나가 이 소설에 나온다. 의도하지 않은 일들이 연속으로 이어지면서 벌어진 비극이다. 어쩌면 작가의 말처럼 기억해야할 특별한 러브 스토리이진지도 모르겠다.

 

생존자. 마야는 자신을 그렇게 말한다. 학교에서 그녀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남겨진 쪽지와 문자와 댓글 속에서 아주 힘겹게 생존한다. 벤이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 마야에게 한 말에서 그녀가 얼마나 강인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타인의 시선, 암묵적인 무시, 노골적인 욕설 등에 먹히지 않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단어가 생존이다. 전작에서 그녀의 성공을 말했기에 잊고 있던 사실을 이번 소설에서 아주 잘 보여준다. 깨어지기 쉬운 아주 얇은 유리와도 같은 상태의 그녀를 보여줄 때 아나 같은 친구가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아나는 큰 실수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순간의 실수다. 하지만 이 실수가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다. 인터넷은 순간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공간이다. 그녀가 올린 하나의 동영상은 베어타운에 폭풍을 몰고 온다. 작가는 결국 좋은 쪽으로 이야기를 이어가지만 현실은 너무나도 가혹하다. 벤이를 믿고 좋아했던 그 일당들이 보여준 반응이 대표적이다. 마야가 아나를 용서할 수 없었던 것도 그녀 자신이 피해자였기 때문에 겪었던 일을 아나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검은 재킷을 입은 일당에 대한 이야기가 이번에 전면에 나온다. 티무와 그 일당들이다. 훌리건이지만 베어타운 사람들에게는 좋은 이웃이다. 하나의 모습에서 나쁜 모습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나쁜 모습도 같이 본다. 정치인은 이것을 이용하고, 하키팀 단장은 이 문제로 고민한다. 하지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면 이들도 누군가의 가족이다. 작가는 이 부분을 아주 잘 포착해서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눈시울을 붉힌 것도 이 대목들이다. 그 속에 우리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친구의 집을 찾아와 서로 조용히 자신의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 진한 감동이 몰려온다.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궁금한 것도 있다. 베어타운과 헤어의 두 번째 경기 결과다. 이 마을에서 자란 아이들이 상위 리그로 간 후의 이야기다. 아맛이 성공한 후 그가 자란 동네 아이들의 삶이 어떻게 될지 작가는 결코 장밋빛으로 그리지 않는다. 현실을 그대로 요약한다. 전지적 시점으로 미래의 삶 일부를 알려주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삶이란 그런 것이니까. 청소년들은 이 소설 속에서 점점 자라는 모습을 보여준다. 보보도, 빌리엄도 조금씩 성장한다. 남탓하기보다 자신에게 더 집중하면서 생긴 변화다. 배크만은 말한다. “삶은 항상 공평하고, 항상 불공평하다.”고.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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