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땡의 모험 1 : 소비에트에 간 땡땡 - 개정판 땡땡의 모험 1
에르제 글 그림, 류진현 외 옮김 / 솔출판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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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에 출간된 땡땡 시리즈 첫 권이다. 어린이 잡지 <르 프티 벵티엠>에 첫 연재를 시작하여 무려 24권까지 출간되었다. 유럽 만화에 둔감한 나도 이 시리즈를 알 정도이니 대단한 흥행을 기록한 것은 분명하다. 물론 이 작품과 다른 작품을 착각한 부분도 있지만 책을 펼친 후 정신없이 빨려 들어갔다. 나의 착각 중 또 하나는 이 작품의 작가를 프랑스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는 벨기에 작가다. 이 이야기의 시작이 <소년 20세기> 잡지의 의뢰로 땡땡이 충견 밀루와 함께 브뤼셀에서 기차를 타고 떠나는 장면이다. 이때 살짝 의문이 생기긴 했다.

 

땡땡이 밀루와 함께 소비에트 취재를 위해 떠난다. 그런데 한 러시아 스파이가 땡땡의 취재를 막으려고 한다. 열차가 폭파하지만 땡땡과 밀루는 무사하다. 이후에도 러시아 스파이나 경찰들은 땡땡을 죽이려고 한다. 뭐 때문에 이런 일을 벌릴까? 땡땡의 취재가 다른 기자들보다 더 특별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런 의문과 함께 소련이 보여주고 싶은 인민의 모습과 다른 현실의 삶이 땡땡의 모험 속에서 하나씩 드러난다. 그냥 두었다면 다른 기자들처럼 보여주는 상황만 취재해서 볼세비키즘을 홍보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취재를 막으려고 하면서 소련의 실상이 더 한 눈에 들어온다. 소련의 허상과 거짓이 밝혀지는 순간이다.

 

이 만화가 보여주는 소련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그 당시 유럽 지식들이 소련의 혁명을 얼마나 찬양했던가. 그런데 그것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혹시 그가 좌파가 아니라서 이런 만화를 그린 것일까? 유럽인들의 공산주의 반감을 담고 있다는 해석을 보면서 이런 시선 자체가 사실을 왜곡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당시 벨기에 영사였던 조셉 두이예가 쓴 <베일 벗긴 모스크바>를 토대로 그린 만화라고 하지만 말이다. 이런 자료와 별개로 땡땡과 밀루가 보여주는 모험과 액션은 만화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단순히 그림만 놓고 보면 그렇게 잘 그린 그림이 아니다. 점점 더 발전했다고 하는데 이 시리즈를 순차적으로 읽게 되면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것보다 땡땡과 밀루 조합이 보여주는 모험은 황당하지만 웃으면서 즐길 수 있다. 두더쥐처럼 땅을 파서 땡땡을 구해주거나 꽃에 수면제가 숨겨진 것을 알고 잠들지 않게 하는 행동 등이 펼쳐진다. 물론 밀루가 위험에 빠졌을 때는 땡땡이 구해준다. 소년 기자인 땡땡이 차를 고치거나 비행기 프로펠러 등을 깎아 만드는 모습은 이 모험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잘 보여준다. 물론 작가가 이런 황당한 모험을 보여주기 위해 그린 것은 아닐 것이다.

 

총 24권 중 이제 겨우 한 권 읽었다. 그림체가 발전한다니 읽을 때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시리즈를 무턱대로 수용하는 것은 조금 위험할 수도 있다. 재미는 보장되지만 만화 속에 포함된 내용 중 어떤 부분이 그 시대의 한계를 담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만화가가 2차 대전을 겪은 후 그린 만화에서는 또 어떤 해석이 나올지. 제3세계 이야기는 어떤 문화와 역사 이야기로 나를 즐겁게 해줄지 모르겠다. 회가 거듭하면서 땡땡과 밀루 콤비가 또 어떤 활약을 펼치지, 어떻게 서로를 도와줄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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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야 - 2019년 제15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다이앤 리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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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외 거주 한인의 소설들이 문학상 수상작을 내고 있다. 이 소설은 제15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장편 문학상이라 선택에 주저함은 없었다. 하지만 모두 읽은 지금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휘젓는다. 다른 환경, 다른 문화, 다른 지역, 다른 성별, 다른 경험들이 읽는 내내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워놓았다. 그녀가 부모에게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부터 그녀가 누리고 있는 삶의 부유함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가늠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것들이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 중 하나이지만 말이다.

 

화자는 이란 남성과 결혼해 딸 하나를 낳았다. 살고 있는 곳은 캐나다 밴쿠버다. 실제 작가도 캐나다 밴쿠버에서 남편과 딸 하나를 두고 살고 있다. ‘몇 해 전 겪은 교통사고를 계기로 오랫동안 감춰왔던 고통의 근원을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회복하기 위해 쓴 첫 소설’이라고 하는데 이 둘이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어떻게 보면 저열한 호기심일 수도 있지만 소설 속에서 이란 남편과 공감하는 이야기들이 실제 경험담인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인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같은 국가라도 지역과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경험을 생각하면 이 소설 속에서 표현된 비슷한 경험은 놀랍다. 그리고 수없이 많이 생략된 그와 그녀의 이야기는 또 언젠가 다른 소설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로야는 페르시아어로 꿈이나 이상을 뜻한다. 이 어린 딸 이름이 제목이지만 딸 이야기를 중심에 놓지는 않는다. 화자는 자신의 고통과 과거의 기억을 풀어놓고 그 속에서 이 아픔의 근원을 찾아간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아파할 때 만난 치료사의 감정 치료가 효과를 볼 때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난 후 그 치료는 중단된다. 이때 그녀가 울면서 풀어놓고 토해낸 감정들은 억제되고 억눌렀던 기억들이다. 한국 소설에서 자주 본 가정사의 단편들이 이 소설 속에서도 반복된다. 가장 폭력, 부모와의 갈등, 이해하려는 마음, 비교하는 삶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에 뿌리를 두고, 7~80년대를 산 사람에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감안해야할 부분이기도 하다.

 

이 부부가 탄 차가 교통사고 났을 때 상황만 놓고 보면 큰 부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늘 듣는 말대로라면 교통사고 후유증은 그 이후에 나타난다. 화자도 그렇다. 응급실에 가지만 외상이 보이지 않다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이 고통은 이후 그녀 삶을 지배하고, 이 고통 속에서 과거의 기억들은 고개를 삐쭉 내민다. 육체의 고통이 정신의 고통을 불러오고, 기억은 살면서 느낀 불만과 아쉬움을 되돌아보게 하고, 자신만의 해결책을 찾아간다. 7년 만에 핀 꽃을 보고 그녀가 해낸 해식과 엄마의 대답은 이 엇갈린 감정과 해결책을 아주 잘 보여준다. 우리가 안다고, 이해한다고, 공감한다고 할 때도 이런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읽으면서 몇 가지 이해할 수 없는 관계와 작가가 다루지 않은 몇 가지 상황에 관심이 갔다. 엄마와 딸의 관계는 가끔 보고 듣고 한 좋지 않은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자식에게 효를 강요하고, 어떤 비난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임신한 딸이 묵은 짐들이 가득한 집을 청소하게 만들고, 자신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면서 아닌 척한다. 왜 이런 관계를 끊어내지 못할까? 혈연관계 때문일까? 아니면 아직도 떨쳐내지 못한 감정들 때문일까? 어쩌면 화자는 엄마에게 계속해서 사랑을 갈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낸 화나 짜증 등을 생각하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개인적 호기심인데 작가는 교통사고 뒤에 일어나는 보험 등의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 보통 이런 사고 다음에는 이 사후 처리가 상당히 번거롭다. 그리고 아빠의 기일을 동생네가 음력으로 정했는데 이 이유도 설명하지 않는다. 엄마가 아빠 기일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욕할 때 엄마의 감정은 뭘까? 몇 주의 만남 끝에 결혼한 이 부부가 어떤 감정의 교류가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남편이 이란을 떠났을 수밖에 없던 이유도. 평화로운 지역으로 알고 있던 밴쿠버에서 총기 사고가 있었다는 점은 놀랍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평론가가 속문주의란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참 구린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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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 미혼출산
가키야 미우 지음, 권경하 옮김 / 늘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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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 직원과 캄보디아 출장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임신한다. 그녀의 나이는 이제 곧 마흔, 부하 직원 미즈노의 나이는 28살이다. 이 임신을 어떻게 해야 할까? 미즈노에게는 예쁜 애인이 있다. 아니 이것보다 더 문제는 그는 결혼할 마음도 없고, 결혼도 나이 마흔에 20대와 하고 싶어 한다. 못된 남자의 심보가 그대로 투영된 잘 생긴 남자의 전형이다. 미즈노에게 임신한 사실을 그대로 말해야 할까? 이런 경우를 살짝 말하니 낙태를 빌고 싶다고 말한다. 미혼에 중년이 되는 유코는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 임신을 고민한다. 이 소설은 이렇게 개인의 문제로 시작해 사회로 조금씩 확장한다.

 

변화하는 일본 사회의 모습이 글 곳곳에 드러난다. 한국보다 업무 환경이 더 열악할 수 있다는 일본의 모습도 보인다. 야근이 당연한 듯하고, 상사는 임신한 여성의 퇴사를 권유한다. 현실적으로 육아맘들이 다른 직원보다 더 많은 휴가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일이 터져 휴가를 사용해야 한다. 아이의 나이에 따라서는 칼퇴근도 어쩔 수 없다. 이 모든 일들이 중년의 부장에게는 불만이다. 절실한 자신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나도 부장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순간도 있다. 이렇게 이 소설은 유코의 입장을 통해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유코는 아이를 낳기로 한다. 일본 도쿄 올림픽을 위한 프로젝트 팀장이 된다. 이유 중 하나가 그녀가 결혼할 예정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임신한 사실을 숨기고 있는 그녀는 자신이 맡은 일을 한다. 문제는 입덧이다. 숨긴다고 될 일이 아니다. 미즈노가 여자 친구에게 유코와의 하룻밤을 말했다. 우연히 언니와 통화한 내용을 그 여자 친구가 들었다. 이 임신이 그에게도 알려진다. 비겁한 남자는 이 아기가 자신의 아기가 아닌지 궁금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겁에 질렸다. 혹시 이것이 빌미가 되어 연상의 직장 상사에게 결혼을 강요당할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상대방이 누군지 집요하게 묻는다.

 

한 번 거짓말은 다시 되돌리기 쉽지 않다. 유코는 고등학교 동창의 이름을 말하고 넘어간다. 문제는 보수적인 시골 사람들이다. 오빠도 일 때문에 이혼을 했고, 언니도 아이의 공부와 시부모와의 갈등으로 힘들다. 그녀가 언니에게 상담했을 때 보여준 반응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불륜을 의심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신도 누군가의 아내이고, 아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하다. 언니가 내놓는 결론은 일단 친부에게 알리라는 것이지만 그의 반응은 공포고 회피다. 알릴 수 없다. 이런 상황이 엄마에게까지 알려진다. 이 엄마가 사고를 친다. 유코의 동창에게 아이의 아빠가 되어달라는 부탁을 한 것이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아이를 제대로 기르겠다는 마음이 먼저 자리잡고 있다. 미혼모가 늘어난다고 하지만 아직 사회의 시선은 차갑다. 만약 육아 때문에 회사에서 잘리면 경제적 문제까지 생긴다. 자신이 잘하는 일을 생각하면 이 아이를 같이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 사회의 시스템이 좋다면, 남편이라도 있다면 작은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그녀에게는 그것이 없다. 그러다 출장지에서 오빠가 새롭게 만나는 여자를 보게 된다. 브라질계 일본인 여자다. 아이도 있다. 그녀는 강한 정신력과 열정을 가지고 있지만 이때까지 좋은 남자를 만나지 못했다. 오빠도 믿을 수 없다. 그녀가 경험한 현실 때문이다. 오빠가 돌아가신 아버지 기일에 보인 반응이 이해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일본 거주 외국 아이들의 교육 문제도 같이 다루어진다.

 

이 소설에서는 나이 마흔에 미혼이 그녀가 왜 이 아이를 낳아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뇌를 다루지 않는다. 낳기로 결심한 후 낳기까지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보여준다. 호적 문제, 육아 휴직, 업무 복귀, 현실적 육아, 사회의 시선, 친부에게 알릴지 문제 등 아주 다양하다. 가독성 좋아 잘 읽히고,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현실의 문제가 잠시 생각에 잠기게 한다. 불임 동기의 날선 질문은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그녀와 엄마가 저지른 잘못은 누구나 경험하는 실수다. 오빠나 언니가 자신의 삶을 조금씩 바로 잡아가는 모습은 작은 용기들이 모여야 가능한 일이다. 이 용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이 유코다. 하지만 현실을 재밌게 알려주는 인물은 엄마다. 에필로그는 낳기보다 육아가 더 힘든 일임을 보여준다. 노부부가 말한 육아의 추억은 아직 그녀에게는 아주 먼 미래일 뿐이다. 관심을 가져야 할 작가에 추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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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터
김호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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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적>이란 소설을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다. 아마 이 소설을 기억하지 못했다면 이번 작품에 대한 관심도는 조금 떨어졌을지 모른다. 젊은 몸을 조종하며 욕망을 채우는 노인이란 소개글을 보면서 머릿속에 먼저 떠오른 것은 육체의 강탈이었다. 노쇠한 몸을 젊은 몸으로 바꾸는 sf적인 상상력이었다. 그런데 이 소설은 그런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sf 요소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새로운 몸으로 나의 정신 혹은 영혼이 들어가는 방식이 아니다. 아바타 조정에 더 가깝다. 자신이 선택한 인물을 성장시키고, 자신이 목표한 바까지 그 인물이 도달하기까지 물신양면으로 도와주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성취욕을 대리만족한다. 게임을 잘 몰라 비교할 수 없지만 그 옛날 다마고치와 비슷하다.

 

파우스터는 파우스트가 자신의 대리만족을 위해 선택한 인물을 의미한다. 이 선택된 청춘들은 파우스트들이 착용한 기계를 통해 파우스터와 동일한 시선과 감각을 경험한다. 부를 동반할 경우 가상의 공간이 아닌 현실에서 이 성장을 도와주고, 그 과정의 일부를 직접과 다름없는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다. 이 경험을 위해서는 한국의 경우 입회비만 100억이고, 이 파우스터를 돕기 위해 수십 억 원의 돈을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은밀하게 진행되어야 하고, 많은 조력자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당연히 권력과 금력의 도움이 뒤따른다. 파우스트들이 이런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으니 당연하다.

 

박준석. 외손 파이어볼러다. 내년에 메이저리그에 갈 가능성이 높다. 그런 그가 차를 몰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한다. 의도적인 사건이다. 경이라고 하는 여자가 저지른 일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준석이 파우스터이기 때문이다. 경의 아버지는 준석의 여자친구 지수의 파우스트였고, 그녀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자살한 재벌 회장이다. 경은 아버지를 죽게 만든 인물을 찾아 복수하고 싶어 준석에게 접근했다. 당연히 준석은 이 말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의심의 씨앗이 뿌려지고, 증거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면서 자신을 조정하는 인물을 찾아 복수하고 싶어 한다. 크게 3부분으로 나누어진 이 소설의 첫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을 다룬다.

 

준석과 경의 시선보다 오히려 파우스트들의 작업에 더 많은 공을 들인다. 새롭게 입회한 회원이 선택한 차은민의 행운과 파우스트의 도움은 준석이 어떤 식으로 성장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추론하게 만든다. 자신이 선택한 인물이 목표치까지 도달하게 만들기 위해 그들이 어떤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는지 보여주고, 그 도움의 손길 뒤에 어떤 욕망이 자리잡고 있는지 알려준다. 태근이 준석의 메이저리그 행을 바라는 것은 어릴 때부터 꿈꿔 온 아메리카드림이고, 남선은 은민을 통해 좌절된 우아한 삶과 성공한 화가를 이루고 싶다. 이들이 가진 돈과 권력은 청춘들의 꿈을 이루는데 큰 도움이 된다. 비록 그들은 모르겠지만.

 

경의 도움으로 준석은 태근이 자신 몸속으로 들어오는 순간을 알게 된다. 이것은 태근과의 싸움에서 작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준석은 야구 외에는 아는 것이 없다. 건장한 체격과 튀어난 야구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의 싸움에서 이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권력의 속성을 알고, 아직 그 권력의 끈을 가지고 있거나 돈으로 권력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이 야구 선수의 힘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짓밟을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마음대로 짓밟을 수 없는 것은 그 배후에 있는 파우스트 때문이다. 욕망과 욕망이 충돌하고, 자신의 파우스터에게 감정이 이입되는 중독성은 더욱 강해진다.

 

소설은 예상하지 못한 두 번의 반전이 벌어진다. 그 하나하나가 예상의 뛰어넘었다. 특히 마지막 반전은 우리의 성공이 과연 어떤 누구의 도움이 없이 가능한가 하는 원론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가독성 있는 이야기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원전으로 삼고, 놀라운 상상력으로 이어졌다. 한국에서 파우스트들이 더 늘어난다면 세대 간의 갈등과 파우스터를 통한 대리전도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과학이 더 발전하면 인간의 육신을 그대로 자신의 것으로 삼는 sf 설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과학의 발전이 가난한 사람보다 부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더욱더 그렇다. 작가의 다른 책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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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지혜 - 삶을 관통하는 돈에 대한 사유와 통찰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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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다양한 각도에서 풀어낸 책이다. 종교와 신화, 고대와 현대, 좌파와 우파, 미국과 프랑스 등의 시선을 모두 담고 있다. 돈이란 대상을 다루면서 다양한 철학자와 문학가들을 늘어놓고, 우리가 항상 갈망하는 돈의 실체를 생각하게 한다. 실제로 돈은 그 자체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교환가치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교환가치라는 것이 인간의 욕망을 자극한다. 많은 돈을 가진다는 것은 더 많은 물질과 서비스 등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의 욕망은 언제나 더 많은 것을 지향한다. 물론 이 욕망을 자제하는 것을 바라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그것을 현실의 실천으로 옮기기도 한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하거나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지만.

 

숭배와 경원에서 미국과 프랑스의 돈에 대한 시선을 잘 보여준다. “프랑스는 문학과 정신 예술에 헌신하는 보편적 국가로 보이기를 원하지만 미국은 누구나 자기가 원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보이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실제 프랑스 사람들의 속내도 이럴까 하는 의심이 생겼다. 기독교 세계에서 돈은 부정적인 존재였다고 하지만 현실에서 돈은 숭배의 대상이다. 과거 교황청이 보여준 부패나, 그 속에서 새롭게 탄생한 현재의 개신교들은 또 어떤가. 회개와 구원과 신앙심을 돈으로 표현하는 설교가 난무하고 있고, 신의 이름을 빌어 자신에 대한 믿음을 부르짖는다.

 

돈의 지혜는 무엇일까? 저자는 돈을 “우리의 전제군주이자 해방자”라고 말한다. 흔히 하는 말로 돈만 있으면 못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돈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표현에서 돈은 전제군주다. 우리는 돈이 지닌 마력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욕망을 자제하고, 작은 것에 만족하고 살아야 이 군주로부터 겨우 벗어날 수 있다. 무언가를 하고자 한다면 이 돈은 우리의 해방자이자 든든한 후원자가 된다.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돈을 사용할 때 이 지혜는 빛을 발한다. 개신교가 어떻게 부자들을 신의 품으로 넣었는지 보여주는 대목은 이제껏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이다. 막스 베버의 저서는 그 시대의 필요를 뒷받침하는 주장일 뿐이다.

 

행복과 부의 상관관계는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행복 척도를 계산할 때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돈이 많아도 더 많은 부자와 비교하고, 더 많은 돈을 욕망하면 행복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수퍼리치들의 의무를 다루는 장에서 잘 보여준다. 과거 귀족들의 부와 사치 과시가 현대 수퍼리치의 사치 등과 이어진다. 반면에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재단에 기부한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돈의 쓰임새를 생각하게 한다. 이 이야기 속에서도 중요한 것은 자제와 만족이다. 현실에서 이것을 실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물신을 숭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더욱더. 그리고 저자는 실패한 공산주의의 실험을 비판한다. 이런 다양한 비판은 읽는 동안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답은 무엇일까? 없다고 흔히 말하지만 그 돈의 액수가 상상을 초월한다면 어떨까? 현실에서 하룻밤 대가로, 성공의 대가로 자신을 파는 남녀들이 수없이 많다. 물론 이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그럼 결혼의 조건 중 하나가 돈인 것은 어떤가? 이혼의 진흙탕을 다룬 수많은 이야기들은 또 무엇인가? 감정의 유효기간의 사라진 후 현실로 돌아온 수많은 사람들의 돈 타령은? 부자들이 혼전계약서를 작성한 후 결혼한다는 이야기는 최소한 결혼의 이면 속에 숨겨진 진면목을 보여준다. 현실은 돈의 힘이 없다면 사랑이란 감정마저도 사상누각처럼 쉽게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돈의 지혜를 “자유, 안전, 적당한 무관심이란 세 가지 덕의 조화로운 결합”에 있다고 말한다. 이 세 가지 덕의 균형을 “정직, 비례, 나눔이라는 세 가지 의무”가 잡아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돈이 주는 매력은 우리의 태도를 분열적으로 만들고, 현실과 이상을 괴리시킨다. 돈을 독이자 해독제라고 말한 이유도 바로 필요하지만 그 필요가 유동적이라 상황과 태도에 따라 달라지는 속성 때문이다. 처음으로 읽는 저자의 책인데 가독성은 좋지만 그 내용을 온전하게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시간 나면 책 여기저기를 뒤적이면서 이해도를 조금 높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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