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 - 윤자영 연작소설 한국추리문학선 5
윤자영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전작 <교동회관 밀실 살인사건>의 평이 상당히 좋았다. 그리고 책과나무 출판사에서 내는 한국추리문학선 중 두 권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런 기억이 결합해서 이번 작품을 선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재밌는 한국추리문학을 보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외국의 엄선된 추리문학을 읽다가 한국추리문학에 실망한 적이 적지 않게 있는데 최근에는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아니 어떤 작품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 작품에 한정한다면 전자에 가깝다. 아마 이 시리즈가 계속 나온다면 계속 관심을 둘 것 같다.

 

책 소개를 보면 전작에서 사건을 해결한 두 사람이 모여 탐정사무소를 열었다. 이름은 전직경찰 나승만과 추리작가 출신 탐정 당승표의 성을 따서 나당탐정사무소다. 작가는 아직 한국에서 탐정이란 역할이 인정받지 못하는 것을 인정하고 시작한다. 당연히 사람들은 흥신소로 오해하고 일을 의뢰하기도 한다. 전편에서 사건을 해결하고 받은 돈으로 강남대로변에 사무실을 열어놓았지만 당승표의 관심을 끄는 사건은 아직 없다. 그렇게 보내다 도르래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연쇄살인사건이다. 인간을 고치처럼 만들어 놓고 도르래를 이용해 죽이는 살인사건이다. 본격적인 나당탐정사무소가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이 사건이다.

 

모두 여섯 건의 사건들이 있는데 세 건만 살인사건이 있다. <도르래 살인사건>과 <황 영감 살인사건>의 경우는 결말에 이르기 전에 범인이 누군지 대충 추리할 수 있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도중에 단서를 생각보다 많이 흘러주었기 때문이다. 이 두 사건 모두 도박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데 이것은 <의문의 도박판 사건>은 아예 사기 도박을 다룬다. 인간의 뒤틀린 욕망과 이것을 이용해 돈을 갈취하는 무리가 있고,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도박중독자의 삶이 간결하지만 현실적으로 다루어진다. 특히 <황 영감 살인사건>의 경우에는 김민영이란 과학교사를 등장시키고, 나중에 그녀를 나당탐정사무소 직원으로 영입할 정도다. 그녀의 과학지식과 다른 시각이 당승표에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트릭은 그렇게 신선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승표와 나승만 콤비의 활약은 대단히 재미있었다. 특히 돈에 엄청 민감한 나승만의 모습은 아주 현실적이다. 평소 추리소설을 읽고 흥미로운 사건만 해결하려는 당승표에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당승표가 사건 해결하고 수수료를 받으러 가서 한 행동과 이유를 보면 어떤 순간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아주 인간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줘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나승만에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결국 둘의 업무 영역은 나누어진다. 추리는 당승표, 수금과 몸 쓰는 일은 나승만이란 식이다. 나승만이 경찰이었다는 전력은 실제 일을 하는데 아주 많은 도움이 된다. 현실에서 탐정업이 인정되지 않아 경찰 내부 자료를 얻을 때에는 더욱 그렇다.

 

김민영이 탐정으로 데뷔한 사건은 쉽게 추리가 가능했지만 뒤에 밝혀진 사건은 아주 끔찍한 사건이다. 작가는 두 이야기를 번갈아가면서 풀어내면서 하나의 무시무시한 가능성을 풀어놓았다. <의문의 도박판 사건>으로 당승표를 시험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암시했는데 <왕 게임 사건>과 <최후의 대결>에서 그 배후가 누군지 보여준다. 고도의 심리 대결처럼 보였던 게임이 트릭을 이용한 것이란 설정이나 사람들을 한 곳에 몰아넣고 펼치는 추리대결은 왠지 모르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에서 긴장감이 고조되지 않았다. 사건을 해결한 후 그 시간을 돌아보는 장면과 나승만의 납치가 더 흥미로웠다. 각 단편에 나왔던 인물들 중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몇 있는데 그 중 도박장 사장이 된 아리는 다음 이야기에서도 보고 싶다. 혹시 영화로 만들면 누가 좋을지 상상하는 재미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나가카와 나루키 지음, 문승준 옮김, 신카이 마코토 / 비채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유명한 신카이 마코토가 혼자 만든 애니메이션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가 원작이다. 일본과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때문에 첫 작품이 뒤늦게 사람들의 관심을 끈 모양이다. 이것이 4부작 TV판 애니메이션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EF>로 만들어졌고, 이것이 다시 소설로 탄생했다. 그 소설이 바로 이 작품이다. 이 소설의 작가가 바로 나가카와 나루키인데 원작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른 평가인지 모르지만 아주 감성적으로 잘 쓴 것 같다. 이 소설을 읽고 신카이 마코토의 원작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간 것도 사실이다.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을 초기작만 보았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별의 목소리>와 <초속 5센티미터> 정도일 것이다. 감각적인 영상과 전개로 강한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살짝 남아 있다. 2016년 작품인 <너의 이름은>을 보고 싶었지만 계속 기회를 놓쳤다. 소설만 구해놓았다. 읽어야지 생각하다가 원작 애니메이션이 우선이란 생각에 주춤한다. 보통은 반대인데 말이다. 솔직히 말해 뭐가 먼저일지는 지금도 모른다. 시간과 환경에 따라 바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짧은 애니메이션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는 이번 주에 보려고 한다. 유튜버에 올라와 있는 것을 찾았기 때문이다.

 

5분도 채 되지 않는 애니메이션이 네 개의 에피소드를 가진 소설 한 권이 되었다. 이 과정에 신카이 마코토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녀들과 그녀들의 고양이들은 인연을 맺고, 작은 이야기의 탑을 쌓아간다. 어딘가에서 짤린 듯한 이야기는 다음 이야기에 이어지고,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좋은 마무리를 한다. 이 이야기들은 현실에 뿌리를 두고, 일상과 연결되어 있고, 외로움을 느끼는 여성들을 다룬다. 이 여성들의 옆에 나타난 고양이들은 의인화되어 있다. 물론 사람과 직접 대화를 하는 것은 아니다. 깊은 교감을 나눈다고 할까.

 

어느 봄날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사계절 동안 이어지고, 각 계절마다 하나의 사연이 나온다. 첫 봄날에 아기 고양이를 집으로 데리고 가는 그녀의 이야기가 첫 번째다. 그녀의 문제는 말에 서툴다는 것이다. 언어로 된 것에는 익숙하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익숙하지 않은 그녀에게 작은 위안이 바로 그 고양이다. 이름은 초비, 수컷이다. 문자가 아닌 말로 해야 관계도 있지만 이것에 서툰 그녀는 남자 친구와도 엇나간다. 이 엇갈림과 잘못된 감정 등은 아주 큰 상처가 된다. 이때 일상에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양이를 구해졌다는 표현은 바뀌게 된다. 그녀의 고양이에게서 그녀가 큰 위안을 받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인간의 시선과 감정을 한 쪽에 담고, 다른 한 쪽은 고양이와 개 등의 시각을 담고 있다, 이 두 주체가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를 한다. 인간들처럼 이 고양이도 자신만의 관계를 맺는다. 물론 영역을 표시하고 위세를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초비, 미미, 쿠키, 구로 등으로 이어지는 그녀들의 고양이들은 그들의 집사 혹은 주인들에게 아주 큰 위로를 전달해준다. 자신의 재능과 현실 문제, 친구의 죽음, 홀로 남은 노부인 등의 삶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외롭고 현실과 자신의 삶을 잘 분리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서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아주 멋진 고양이들이 있다. 다시 애니메이션들에 눈길이 간다. 찾아서 한 번 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의 메뉴는 제철 음식입니다 - 박찬일 셰프의 이 계절 식재료 이야기
박찬일 지음 / 달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철 음식에 다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제철 음식 중에서 과일 같은 경우는 하우스 재배가 많아지면서 언제가 제철인지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제철이란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졌다. 수많은 지방 도시들이 농축수산물 축제를 기획하고, 방송이 이것을 홍보하면서 하나의 공식처럼 되었다. 실제 이 축제 기간에 가면 그 농축수산물이 더 비싼 경우도 적지 않다. 이 책 속에도 나오지만 축제를 위해 다른 지역의 음식을 사오는 경우도 있다. 나 자신도 이 제철 음식을 먹으려고 한 적이 많다. 물론 그 지역에 가서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복잡하고 비싸고 멀기 때문이다.

 

십 수 년 전 신토불이가 유행한 적이 있다. 먹거리에서 거리는 아주 중요하다. 다행히 한국은 땅이 작아 운송에 큰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이 작은 땅도 한때는 냉장기술이나 운송 문제로 먹지 못했던 것들이 많았다. 고등어나 갈치 같은 경우 서울에서 회로 먹기 시작한 것이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다. 이제 제철 음식도 꼭 그곳에 가서 먹을 필요가 없다. 얼마든지 서울이나 큰 도시에서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곳의 풍경과 함께 맛보고 싶다면, 그 음식의 전문집을 방문하고 싶다면 그곳에 가야 한다. 실제 그곳에 가야 더 싸고 더 지역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한국처럼 4계절이 뚜렷한 곳은 그 계절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 물론 최근에는 수입산이 들어오면서 이 경계가 무너지기도 한다. 조류의 변화나 남획 등으로 가치가 바뀌거나 거의 사라진 어종도 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오징어, 병어, 명태 등이다. 20여 년 전만 해도 동해 횟집에서 오징어는 서비스로 나왔다. 오징어 물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실 병어는 생선을 잘 몰라 그랬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명태는 정말 흔했는데 이제는 귀하신 몸이다. 명란젓은 비싸 잘 사먹지 못하는데 가끔 명란아보카도덧밥을 아내가 해줘서 가끔 먹는다. 갑자기 입안에 군침이 돈다.

 

내가 자란 곳은 어촌 도시였다. 어시장에서 비린내를 맡으면서 자랐지만 생선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산나물은 초봄 쑥국을 좋아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먹지 못하고 있다. 방송에서 도다리쑥국을 외치기 전에 알고 있었지만 통영의 그 집에 결국 가보지 못했다. 여름 가지 스테이크 이야기가 나오는데 한국 전통 품종이 작아 맛있는 요리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설명이 기억난다. 포도의 하연 분이 어떤 의미인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메일 이야기를 보면서 다음에 냉면에 식초를 친 후 먹어보고 싶어졌다. 어떤 맛일까? 개인적 이효석 생가 메밀집은 별로였다. 박찬일의 광화문국밥 냉면을 한 번 먹고 싶다. 아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내 취향과 비교해보고 싶다.

 

미더덕을 먹었다고 생각하면 오만둥이인 경우가 많다. 미더덕 회가 있었던가? 어릴 때 해삼, 멍게를 초장에 찍어먹으면 아주 맛있었다. 아마 초장 맛일 것이다. 붕장어와 뱀장어는 지금도 헷갈린다. 외갓집 앞 뱀장어집에서 얼마나 많은 뱀장어 껍질 벗기는 모습을 봤던가. 예전에는 갈치가 쌌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국산의 경우 크기가 커지면 엄청나게 비싸진다. 아프리카산 갈치를 일반 식당에서 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장 먼저 양식이 된 광어의 경우 이전에 엄청나게 비쌌다고 한다. 유순해서 양식하기 좋았다는 것도 있지만 비쌌던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멸치하면 요즘 기장을 많이 말하지만 내가 멸치 터는 것을 직접 본 곳은 거제도다. 백화점에서 죽방멸치의 가격을 보고 놀랐던 것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복달임 민어도 몇 년 전에 팟캐스트로 알고 있었는데 그 이후 tv방송에서 너무 말해 평범한 것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민어전을 먹어보고 싶다. 전복의 경우 아직 그 맛을 모르겠다. 낙지의 경우 산낙지와 냉동낙지의 맛 차이를 최근에 알았다. 부드러움의 정도가 너무 차이난다. 참치도 몇 점 먹을 때 그 부드러움에 반하지만 계속 먹으면 어떻게 될까? 통조림 꽁치로 김치지개를 먹던 순간들이 입맛을 다시게 한다.

 

식량 자주권의 감자와 연결한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감자는 주식이 아니다. 간식이다. 최소한 나는 그렇다. 얼마 전 기사를 통해 딸기 품종 설명을 들었는데 더 자세히 알 필요가 있다. 위치에 따라 당도 차이가 있다니 반드시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어릴 때 꼬막을 삶아주면 하나씩 빼먹던 기억이 있다. 1박2일 덕분에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고, 최근에 생긴 식당 프렌차이즈 때문에 쉽게 먹을 수 있다. 굴도 마찬가지다. 왜 생굴에 레몬을 뿌려서 먹는 그 맛을 아직 나는 모를까? 냉면과 더불어 미식의 기준 중 하나인 홍어는 가끔 먹지만 그 진정한 맛은 아직이다. 돼지 김장은 한국보다 이탈리아 이야기인데 저장식품은 어느 나라에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 식탁 풍경을 자주 떠올려봤다. 그런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몇 가지 음식은 뚜렷하지만 대부분의 음식은 텅 빈 채다. 그래서인지 박찬일의 추억들이 부럽다. 비록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라 싼 거에 더 집착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 식재료들이 귀한 몸이시다. 일반적으로 잔잔하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욕설을 내뱉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지간히도 그 당시 기분이 상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추억보다 나의 뇌리에 강하게 꽃힌 것은 작가의 문장이다. 간결하고 분명한 문장은 읽기 좋고 재밌다. 왜 이전에는 이 사실을 잘 몰랐을까? 집에 있는 그의 다른 책을 빨리 읽어봐야겠다. 물론 그 책을 읽으면 먹고 싶은 것과 가고 싶은 곳이 더 늘어나겠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별난 분홍색 부채 에놀라 홈즈 시리즈 4
낸시 스프링어 지음, 김진희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놀라 홈즈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다. 모두 여섯 권이니 두 권만 더 나오면 된다. 사실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이렇게 빨리, 계속해서 나올 줄은 몰랐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시리즈 두 번째 작품에 나온 세실 리가 또 등장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세실리가 에놀라와 콤비가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2권을 읽고 이 왼손잡이 소녀가 함께 활약하는 장면을 기대했는데 말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찾아야 할 인물은 세실리다. 그녀를 찾으려고 하는 것은 의뢰가 있은 것도 아니고, 우연히 여성 전용 화장실에서 그녀의 불행한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여성 전용 화장실에서 세실리는 중년의 두 샤프롱에게 속박되어 있다. 그녀의 손에는 분홍색 부채가 들려 있다. 변장한 에놀라를 발견하고 직접적으로 도움을 요청한다고 해도 두 샤프롱을 감당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녀는 하나의 단서로 분홍색 부채를 남겨둔 채 끌려간다. 그녀가 탄 마차를 쫓아가다 마이크로프트 오빠와 부딪힌다. 그를 발로 차고 그 마차를 찾지만 이미 사라졌다. 그녀는 오빠의 추적도 피해야 한다. 유일한 단서인 분홍색 부채를 들고 누가 세실리를 끌고 갔는지 찾는다. 상류사회의 잡지를 읽으면서 누군지 찾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변장을 하고 유일한 단서인 분홍색 부채를 들고 이런 물건을 만들만한 업체를 찾아간다.

 

전작들에서도 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오빠들과의 관계다. 이번에도 셜록이나 마이크로프트와 만난다. 19세기의 가치관을 앞세운 오빠들의 입장과 에놀라의 입장은 차이가 크다. 특히 마이크로프트는 더 심하다. 여성 혼자 험한 세상을 살아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숙녀가 되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서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자립심과 독립심 강한 그녀에게 통할 리가 없다. 그녀가 온갖 노력을 기울여 세실리를 찾으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결혼을 막기 위해서다. 세실 리가 본성 깊은 곳에 머물고 있는 강한 독립성을 생각한다면 한 사람의 삶을 구원하는 일기도 하다.

 

전작들에서 그녀의 변신은 셜록에게 이미 알려졌다. 똑같은 변신은 이제 불가능하다. 덕분에 그녀의 변신은 더욱 자연스러워지고 다양해졌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가짜 기자로 변신해 단서를 찾아가거나 늦은 밤 넝마주이로 변해 이전처럼 작은 선행을 베푼다. 변신을 위해 옷 속에 도구를 넣어 다니고, 작은 장소만 있어도 금방 다른 사람으로 바뀐다. 순식간에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어떤 순간에는 그녀가 옆에 있어도 오빠들이 그녀의 정체를 모르고 지나간다.

 

세실리를 찾고, 그녀를 구하려는 노력이 이어진다. 그러다 은장에 빠진 오빠 셜록을 발견한다. 그를 도와준다. 이 시리즈에서 셜록은 많은 실수를 저지른다. 이 실수가 개인적으로 봐서는 에놀라의 빛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셜록의 불완전을 보여줄 뿐이다. 이렇게 만난 남매는 서로가 쫓는 인물이 누군지 알게 된다. 그런데 이 수사에는 작은 함정이 있었다. 만약 은장에 빠지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에놀라는 이 새로운 사실을 기반으로 수사를 새롭게 한다. 그녀가 가진 단서를 가지고 논리를 세우고 증거를 찾고 목표물에 다가간다. 간결하지만 빠르게 진행되고 작은 액션과 놀라운 기지가 발휘된다.

 

복식과 그 시대 문화에 대한 표현을 이번 이야기에서도 충분히 표현한다. 시대를 앞선다는 것은 많은 질시와 불편함을 초래한다. 에놀라나 세실리 모두에게 해당된다. 실제 에놀라는 십대 중반일 뿐이다. 아직 어린 나이이다 보니 셜록을 만났을 때 감정이 북받친다. 크게 우는 그녀를 보면서 내면을 살짝 엿보게 된다. 조금 더 가까워진 듯한 가족 관계가 다음 이야기에서 어떤 식으로 발전할지 모르겠다. 전편처럼 암호를 풀어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또한 가벼운 재미다. 이번에도 다음 이야기가 빨리 나오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사카 사람의 속마음 비채×마스다 미리 컬렉션 2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동네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은 흔한 일이다.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곳이고, 많은 기억과 추억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결하면서 재밌게 쓰는 것은 다른 문제다. 자신의 경험 등을 다른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영역으로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사실의 나열은 다른 가이드북 등으로 충분하다. 또 세대 변화도 생각해야 한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과거와 현재의 차이가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 중 하나가 마지막에 나온 ‘오사카 사람의 약속 장소’ 같은 것이다. 실제 내 경우만 해도 예전에 당연했던 장소들이 사라지면서 약속 장소가 얼마나 많이 바뀌었던가.

 

전작 <여탕에서 생긴 일>보다 조금 덜 공감된 것은 아마도 사투리 때문일 것이다. 사투리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번역에서 오는 괴리감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사투리를 번역할 때 전라도나 경상도 사투리를 자주 사용하는데 이때마다 나는 어색함을 느낀다. 내가 서울 출신이라면 좀 더 쉬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 에세이에서 다루는 문제를 해결해줄 정도는 아니다. 단순히 어투만 바꾸는 것이라면 쉽게 넘어가지만 이것을 전문적으로 번역한다면 어떨까? 번역가도 상당히 고민했을 테지만 작가의 표현에 충분히 공감하기는 어렵다.

 

오사카와 도쿄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라 도쿄 험담이 낯설지 않다. 일본에서도 우리처럼 오사카 사투리를 개그 소재로 자주 사용하는 모양이다. 다코야키와 오코노미야키 이야기는 순간 혼란을 겪었다. 다코야키를 왜 오코노미야키와 같은 것으로 생각했는지 잘 모르겠다. 오코노미야키를 밥과 함께 먹는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나라도 파전 등을 밥 반찬으로 먹는 것을 떠올렸다. 오사카 사람들의 영원한 히어로라는 가쓰라 분시의 경우 솔직히 모르겠다. 한국도 지역 방송이 활성화되어 지역 스타가 따로 있다면 쉽게 이해될 텐데 최소한 내가 자랄 때는 없었다.

 

그 유명한 도톤보리 강에 다이빙을 했다는 기사를 아주 오래 전 잠시 본 기억이 난다. 그런데 한신의 우승 때문이란 것은 기억이 새롭다. 오사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는 곳 중 하나인 이곳에서 이런 일들이 있었고, 이것을 이 지역 사람들의 성향으로 풀어낸 부분은 재미었다. 규슈 사람과의 미묘한 어긋남도 마찬가지다. 변명의 전주곡으로 ‘그게 아니라’라고 말하는 부분은 한국에서도 자주 듣는 말이다. 간단하게 늦어서 미안이라고 해도 될 텐데 이런 사족을 먼저 붙인다. 붙임성 좋은 오사카 사람들의 서비스 정신에 대한 에피소드는 한국 아줌마들이라면 더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붙임성이란 단어와 맛집이란 단어는 사실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오사카에서는 맛집보다 붙임성이 더 중요한 모양이다. 어쩌면 일본의 부엌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맛집이 많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일정 이상의 맛이라면 기왕지사 붙임성 좋은 집이 좋을 테니. 가위바위보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것은 우리 속에 남았던 일제의 잔재였다. 어릴 때 짱켄보 라는 단어를 듣고 사용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사용하지 않지만 기억 속에 아주 진하게 남은 것은 아마 어릴 때 모든 놀이에 이 가위바위보를 사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것도 일본에서는 다른 사투리와 혼용되어 사용된 모양이지만 말이다.

 

전작처럼 하나의 에세이가 나오면 만화도 한 편 같이 나온다. 두 편인 경우도 물론 있다. 마스다 미리의 다른 만화처럼 간결한 선으로 그린 그림이다. 이번에는 앞에서 말한 사투리를 음계 등올 표시한 부분에서 조금 힘들었다. 내가 그 음계를 따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투리란 특성도 무시할 수 없다. 글에서 없는 이야기를 만화 속에 간결하게 표현한 부분에서는 이 에피소드의 강렬함을 느낀다. 작가가 이응 삼부작을 출간했다고 하는 데 이 책으로 두 편이 나왔다. 마지막 한 권 <엄마라는 여자>에선 또 어떤 이야기로 나를 즐겁게 해줄지 궁금하다. 이 책을 읽으니 왠지 모르게 오사카에 더 가고 싶다. 오사카의 붙임성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