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른 :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 스토리콜렉터 74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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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머스 데커 시리즈 4번째 이야기다. 아쉽게도 세 번째 이야기는 읽지 못했다. 액션이 강하게 부각되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기에 이번 작품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이번 작품은 현대 옷을 입은 고전 추리와 닮은 점이 상당히 많다. 전작들에서 강하게 부각시키고, 많은 부분을 할애한 모든 것을 기억하는 능력을 이번 작품에서 그렇게 많이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머리에 충격을 받은 후 기억력에 이상이 생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시리즈에 변수가 생길 수 있음을 알려주는 설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데커는 휴가를 받고 FBI요원 알렉스 재미슨의 언니 집에 온다. 이 작은 소도시는 배런1세가 탄광을 발견하고 공장을 세우면서 성장한 도시였다. 도시 이름도 배런빌이다. 그러나 산업은 성장하지 못하고, 도시는 실업과 마약 등으로 몰락한 상태다. 제대로 된 직장이 없다는 것은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의미고, 이것은 삶의 의욕을 꺾는 일이 된다. 번성했던 과거는 사라졌고, 이 도시 사람들은 배런 일가를 미워한다. 아니 증오한다. 모든 책임을 그들에게 지운다. 왜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공장을 팔고, 수많은 가장들을 실업자로 만들었느냐 하면서. 배런 1세 이후 무능했던 후손들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지만 그 때문에 후손들을 증오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이런 도시에 모기남 데커가 온 것이다.

 

평범한 휴가를 기대한 데커에게 앞집에서 번쩍이는 불빛이 수상하다. 그곳에서 그는 시체 두 구를 발견한다. 한 명은 매달린 상태로 죽었고, 다른 한 명은 경찰복을 입고 죽었다. 문제는 이 시체들의 상태다. 이상하다. 차가운 상태고, 몸에 상처가 없는 데 피가 흘러있다. 경찰에 신고하면서 본격적으로 데커는 배런빌 연쇄살인사건에 발을 내딛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되는 사실 중 하나는 이 사건 전에도 두 사람이 죽은 사건이 있다는 것이다. 두 사건은 같은 살인자의 짓일까? 아니면 다른 사건일까? 그리고 신분증이 없는 두 시체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렇게 이야기는 시작한다.

 

고용이 무너진 도시는 재생의 가능성이 낮다. 미국 러스트 벨트 도시들 모습은 다른 책에서 이미 본 적이 있다. 술, 마약, 매춘 등으로 가득하다. 가능성과 희망이 사라진 자리를 약들이 점점 자리를 차지한다. 이 소설에서 흔한 마약보다 더 무서운 것으로 진통제 같은 처방약들을 말한다. 일반적인 마약 중독과 또 다른 위험이 이 도시를 뒤덮고 있다. 무너진 고용 때문에 수많은 가정이 깨어진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몇 명이 이 해고의 피해자 가족이다. 조금만 둘러봐도 그 피해자가 보인다. 그들은 이 악의를 현재의 배런에게 쏟아낸다. 자신의 삶이 무너진 것을 그 집안의 문제로 만들면서 작은 위안을 얻는다. 불편하다.

 

데커외 재미슨이 하나의 단서를 쫓아다니면서 조각들을 모은다. 그러다 하나의 단서를 쫓다가 트레일러 속에서 죽을 뻔한다. 이때 폭발한 트레일러에서 날아온 조각에 머리가 찢어진다. 기억에 혼선이 생긴다. 데커의 수사는 조용하고 안전하게 이어지지 않는다. 용의자를 만나고, 현장을 둘러보면서 단서를 모은다. 처음 시체들을 발견한 집 근처에 사는 노인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 중 한 노인이 말한다. 배런빌에 불법인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이 노인들과 만남을 통해 처음 시체들을 발견한 당시 그가 보고 들은 것들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다.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군지 찾는 문제와 보물찾기도 같이 나온다. 배런 1세가 숨겨놓은 보물 이야기다. 그 후손들이 열심히 찾았지만 발견하지 못한 보물이다. 살해당한 피해자 중 한 명은 이 보물을 찾고자 한 인물이다. 이 수사 도중 재미슨의 형부가 물류센터 로봇에 의해 죽는다. 의심스럽다. 작가는 이 사건들과 단서들을 하나씩 펼쳐놓는다. 뒤에 가면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지고, 추악하고 잔혹한 사건들이 이어진다. 전작처럼 데이터의 홍수 속으로 들어가 조사하고 머릿속에서 비교하는 장면이 없다. 움직이고, 추론하고, 용의자들로부터 위협을 받는다. 예상한 악당이 나오고, 반전에 반전이 펼쳐진다. 살인빌이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몰락한 도시가 직면한 최악의 모습을 작가가 이 소설 속에 구현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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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구역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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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름이지만 이 작가가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를 썼다는 사실에 먼저 눈길이 갔다. 퓰리처상을 받았다는 사실도 관심의 대상이지만 나의 관심을 더 끈 것은 아서클라크상 수상이다. 여기에 덧붙여 인류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이라는 거대한 재해로 종말을 맞이한 세계와 종말 이후의 삶을 그린 포스트 아포칼립스란 부분에 마음이 움직였다. 나쁘게 말하면 흔한 종말과 좀비 소설일 수도 있지만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라면 다른 내용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실제 일반 장르소설에서 보았던 좀비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감염자들이 등장한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다르다. 과거와 현재, 기억과 현실이 교차하는 장면들이 큰 구분 없이 이어진다.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단 3일 동안 일어나는 일이다. 당연히 과거가 이야기 사이사이에 스며든다. 이 과거와 추억이 무심코 읽던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흔한 좀비소설처럼 직선적인 이야기 구조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 소설에서 좀비란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해골, 망령 같은 단어가 나올 뿐이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을 보면 좀비와 아주 닮았다. 기괴한 설정이라면 붙박이 망령 정도랄까. 이 망령은 감염된 채로 움직이지 않고 그곳에 그냥 그대로 있다. 도시 수색대가 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이 망령을 처리하는 것이다. 움직이는 감염자들은 이미 군대가 한 번 크게 처리한 적이 있다. 다만 건물 곳곳은 아직 미해결 상태다.

 

제1구역. 별명으로 마크 스피츠로 불리는 주인공이 다른 동료들과 함께 남은 감염자를 처리하는 곳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염으로 인류의 대부분이 좀비처럼 변했지만 힘들게 살아남은 사람들은 안전한 곳으로 움직여 함께 생활한다. 막강한 화력을 가진 군대가 감염자들을 물리친 후 남은 생존자 중 일부가 한 지역에서 살아간다. 이 생존 과정이 어떠했는지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주인공의 과거 회상이다. 다른 생존자들의 이야기도 이것을 보여준다. 자신이 감염되지 않았다고 해도 가족과 친구들은 감염되어 좀비처럼 그들을 물어뜯는다. 주인공이 경험한 장면 중 하나가 어머니가 아버지를 먹는 것인데 이 설명이 상당히 특이하다. 이때 그가 느낀 감정과 심리를 해석한 부분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생존하기 위해 비감염자들은 소리도 내지 않고, 감염자 무리들의 시선도 끌지 않으려고 한다. 비감염자 중 일부들은 무리를 지어 도적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생존자들 중 일부는 감염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인간 무리도 조심해야 한다. 아직 완전히 감염자들을 몰아낸 것도 아니고, 치료제를 발견한 것도 아닌 상태다. 이 와중에 생존자들의 삶을 터전을 회복하기 위해 군대가 지나간 곳의 건물들을 하나씩 확인하는 일을 수색대가 한다. 뉴욕처럼 거대한 빌딩들이 있는 곳이라면 일일이 확인해야 할 곳도 많다. 수많은 고층건물과 사무실들을 상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많은 장소가 있다는 것은 변수가 언젠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PASD(종말 후 스트레스 장애, Post Apocalyptic Stress Disorder)는 생존자들이 겪는 장애다. 주변에서 가족들이나 친구 등이 먹히는 장면을 본 사람들이라면 정신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치료 방법, 당연히 없다. 혼자 견뎌내야 한다. 정도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 주인공도 마찬가지로 가지고 있다. 이 증상이 심해지면 자살한다. 삶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계속 생존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읽으면서 수많은 좀비 소설이나 영화의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정면에서 이 문제를 다룬 작품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종말이 왔다고 해도 인간의 의지가 순식간에 꺽이는 것은 아니다.

 

이 소설에 대한 많은 찬사들 중 나의 관심을 끈 것은 유혈, 서정, 인간, 핏빛 고어물 등이다. 좀비란 단어가 나올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공포와 액션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액션은 거의 없다. 긴장감 넘치는 액션과 좀비 무리를 기대했다면 책을 덮어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종말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종말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알고 싶다면 좀 더 세밀하게 읽으면서 현대인의 삶을 돌아볼 수 있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좀비들이 방벽을 무너트리고, 인간의 공포를 극단으로 몰고 가는 영화의 한 장면과 닮은 듯하면서도 다르다. 스릴을 즐기는 시간보다 생각해야 하는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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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 미지의 땅에서 들려오는 삶에 대한 울림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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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거의 보지 않는 나에게 강인욱이란 이름은 아주 낯설다. JTBC의 <차이나는 클라스>란 프로그램은 알고 있지만 스쳐지나가듯이 본 것도 손에 꼽을 정도다. 다만 이 방송에 나온 사람들이 각 분야에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 <알쓸신잡>이 낯선 전문가를 소개하면서 그들의 책에 관심을 가지게 한 것처럼 이 방송도 나에게 그렇게 먼저 다가왔다. 한때 고고학에 관심이 있었다고 해도 이 분야의 전문가가 누군지, 어떤 이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실제 알기 어렵다. 가끔 이렇게 만난 작가들의 글에서 새로운 지식을 얻는다. 이 책도 한동안 정체되어 있던 고고학 지식 몇 개를 업데이트 할 수 있었다.

 

저자도 말했듯이 고고학하면 가장 먼저 트로이 유적을 발굴한 하인리히 슐리만을 떠올린다. 19세기와 20세기 초에 있었던 고고학 발견들은 정말 매혹적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떠올리게 된 사실은 이 매혹적인 사실들 뒤에 숨겨진 엄청난 파괴와 무지들이다. 책 후반부에 이렇게 발굴한 유적지들이 얼마나 문제가 있었는지, 발굴한 유물에 대한 오해도 같이 나온다. 식민지 건설과 제국주의가 맞물려 벌어진 일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리고 2차 대전 이후 유물을 둘러싼 국제협약이 얼마나 기존 약탈자들에게 유리한 법인지 알려줄 때 순진했던 나의 지식에 깜짝 놀란다.

 

제국주의가 고고학의 꽃을 피웠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다. 산업화와 개발우선정책 등이 유적지를 어떻게 파괴했는지 너무 빤한 이야기지만 전쟁 속에서 고고학이 이루어졌다는 부분은 조금 생소했다. 하지만 실제 예를 보면 비행전 중에서 하늘에서 본 땅의 높낮이나 참호 속 유적 등이 있다. 고고학에서 중요한 일 중 하나가 삽질이라고 하는데 삽질하면 군인 아닌가. 이 삽질 이야기를 보다보면 고3 대학입시에 과를 정할 때 사학과라고 했더니 삽질을 이야기했던 담임이 떠오른다. 뭐 그때 다른 과를 선택했지만 역사는 그때나 지금이나 나의 관심 분야다.

 

저자는 유라시아 고고학 전공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 지역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알고 있던 이야기도 많지만 낯선 것도 많다. 유적 발굴 현장의 어려움이야 이미 알고 있었지만 발굴 과정의 훼손에 대해서는 큰 실수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 발굴 과정은 실수를 덜 저지르는 것이라고 한다. 공감한다. 그리고 이 발굴된 유물이 현재가 아닌 미래에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다는 부분에서 얼마 전 읽었던 <깃털 도둑>이 떠올랐다. 유전자 분석 등의 과학이 발전할수록 하나의 자료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고고학이 고대 유물을 다루지만 최첨단 기계 등을 이용한다고 한 부분도 이런 이유가 있는 것이다.

 

발굴과 분석 과정을 거치면서 유물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다. 그 시대를 추론하게 만들고, 우리가 알고 있던 것들의 기원을 새롭게 이해하게 만든다. 단순하게 알고 있던 조로아스트교에 대한 나의 이해를 더 깊게 만들고, 그 기원을 더 오래전까지 넓혀주었다. 술도 마찬가지다. 와인과 맥주 같은 경우 최초를 둘러싼 논쟁이 늘 있지 않은가. 이런 것들은 모두 유물로 남아 분석이 가능하지만 음악은 악기를 제외하면 알 수 없다고 한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인다. 구전으로 전해지는 노래조차 시간이 지나고, 지역이 바뀌면 원래의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지 않는데 고대의 음악은 어떻겠는가. 가끔 나 자신도 모르게 현재의 지식으로 과거를 무의식 중에 판단하는 나의 모습에 깜짝 놀란다.

 

발해와 고조선을 넣은 것은 저자가 한국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요서 지방 흥산문화 유적의 원류에 대한 논쟁을 가볍게 언급하고 지나간 것은 아직 충분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인들이 얼마나 중화를 앞세우는지, 그들이 억지 주장한 동북공정 등을 감안하면 더 많은 연구와 발굴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한 장에서는 유물 위조 사건을 다루는데 나의 시선을 끄는 것은 이 사건 자체가 아니다. 이 사건이 가능하게 도와준 수많은 조력자들의 가능성을 저자가 말한 부분이다. 거기에 속칭 국뽕도 한몫했다. 한국의 경우 국보 274호가 그렇다. 고고학을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독자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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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보는 여자
민카 켄트 지음, 나현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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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쓴 심리 스릴러다. 최근에 나오고 있는 이 장르의 공식을 잘 따르고 있다. 과격한 장면은 거의 없고, 불안과 과도한 관심으로 이야기를 이끌고 나간다. 처음부터 중반까지는 이 심리 묘사와 지나친 들여다보기에 살짝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중반을 넘어가면서 분위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꼬인 관계와 보여주시 위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그래서인지 나의 행동과 심리를 조금씩 들여다보기도 했다. 두 여인을 화자로 내세워 풀어내는 이야기는 번갈아가면서 흘려나오는데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알 수 없는 긴장감을 계속 준다.

 

자기가 낳은 아이를 입양 보낸 엄마가 훔쳐보는 내용이란 설정에 관심이 있어 선택했다. 그런데 단순히 이 엄마의 심리만 다루지 않는다. 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도 같이 다룬다. 입양 보낸 엄마는 오텀, 키우는 엄마는 대프니다. 대프니는 입양한 딸 그레이스 외에 두 명의 자식을 더 낳았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인스타페이스란 SNS를 열심히 한다. 팔로우가 1만 명이 넘는다. 당연히 업체에서 협찬이 들어오고, 그녀의 게시글은 많은 관심을 받는다. 오텀이 그녀의 계정을 팔로우하고, 그녀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단순히 딸 그레이스의 일상을 알고 싶은 것을 넘어선 관심을 그녀가 보여준다. 이 미묘한 감정들은 작은 복선 같다.

 

오텀은 자신의 딸을 좀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남자 친구 벤을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맥멀런 가족의 집 뒤편에 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벤이 원하는 여성상으로 자신을 바꾸고, 그의 연인이 된다. 그녀의 이런 집착은 그녀의 일상을 무너트린다. 대프니의 SNS에 몰입하고, 그녀가 산 옷과 물건을 구하려고 한다. 대프니가 보여주는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녀의 딸이 완벽한 가족 아래에서 자란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에 균열이 생기는 것은 대프니가 SNS를 잠시 멈춘 순간부터다. 보통 때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이때 한다. 실제 대프니의 뒤를 따라 마트에 간 것이다. 그리고 대프니가 아이 돌보미를 구할 때 다시 한 번 최상의 인물인 것처럼 변신한다.

 

대프니는 보여주는 삶과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남편의 외도다. 아이를 간절하게 원했지만 실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거의 없다. 늘 일 핑계를 대면서 나간다. 다른 여자의 존재를 알게 된 그녀가 남편을 되돌리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선택한 것이 SNS 중단이다. 하지만 이것은 별로 효과가 없다. 그녀가 그레이스의 잘못을 알고 질책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 않고 그녀와 남편의 문제에 더 집착한다. 그리고 남편의 외도와 육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시도한 대마초가 있다. 작은 일탈은 언제나 더 크게 번지고,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키우는 엄마와 옆에서 보는 엄마의 심리 대비가 아주 잘 드러난다. 실제 감정과 행동의 차이도 잘 드러난다. 오텀이 잠시 돌보미를 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24시간 육아에 시달려보지 않은 사람의 일시적인 환상이다. 물론 늘 그런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내 주변에서는 이런 엄마들을 본 적이 없다. 자신의 시간을 내기 위해, 얻기 위해 그들이 얼마나 노력하는가. 남편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대프니의 모습이나 이 완벽한 가족의 환상 속에 사는 오텀 또한 대조적이다. 이 둘의 모습은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작은 불만과 불안 등이 계속 이어지고, 희망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희망은 희망일 뿐이다. 바뀐 것처럼 보이는 일상은 거짓이다. 이 거짓을 알고 있지만 모른 척 하는 순간도 있다. 부부의 작은 다툼이 더 커지고, 이것이 아이들에게 전달될 때 불안감은 확산된다. 여기서도 작가는 한 번 더 숨을 고른다. 파격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을 보여주지 않고, 자신의 실수와 감정을 숨기고, 불안감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작은 반전 하나와 큰 반전 하나를 숨겨두었다. 큰 반전 하나 속 사실 하나는 추측한 것이지만 전체적인 것은 알지 못했다. 현실적인 심리 스릴러이지만 반전으로 작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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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생존
김주영 지음 / 인디페이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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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인 1999년 오두막 사건이라고 불리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은 사람의 잘린 목으로 벽을 쌓은 사건이다. 사건 현장은 해운대 인근, 인적이 드문 산속이다. 피해자는 열두 명이다. 범인은 목을 매 불타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취재를 나왔던 기자 미희는 공범과 어린 생존자의 존재를 주장한다. 이 도입부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왜 이런 살인이 일어났을까 하는 것과 공범과 어린 생존자의 존재 여부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소설의 방향은 왜 이런 살인이 일어났는지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공범과 어린 생존자의 존재에 초점을 맞춘다.

 

흔히 이런 연쇄살인이 일어났을 때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관심이 많이 쏠린다. 하지만 작가는 이 부분은 놓아두고 이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후 삶을 다룬다. 직접적인 피해 대상자의 가족도 나오지만 간접 피해자 가족도 같이 나오면서 이런 사건의 경우 그 영향력이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기자 미희의 경우 지속적인 공범 주장 덕분에 남편이 죽고, 딸 채은은 아빠 없는 삶을 살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열심히 운동한다. 이런 가족의 옆에 윤석이란 아이가 함께 한다. 끔찍한 사건을 겪은 후 말과 선택적 기억을 잃은 아이다. 이들의 삶은 사건들 이후 비교적 평온하게 흘러갔지만 20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 미희에게 계속적으로 오는 오두막 사건 제보 메일 때문에 깨어진다.

 

오후 3. 게스트하우스 이름이다. 이곳에는 두 명이 근무한다. 관리인 병훈과 유정이다. 병훈에게는 하영이란 고등학생 딸이 있다. 유정은 삼촌이라 부르는 명준과 함께 산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인 태형은 서울 부동산에서 얻는 임대수익만으로 충분한 여유가 있어 게스트하우스의 운영에는 별 관심이 없다. 이 숙소에 놀러 온 젊고 예쁜 손님에게만 관심이 있다. 물론 소녀 같은 외모의 유정에게도 관심을 표현했다. 그런데 유정은 삼촌 명존의 심한 관리를 받고 있다. 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온 메일 때문에 윤석은 이곳을 방문해 누가 보냈는지 알고 싶어 한다. 당연히 미희 모르게 온다.

 

미희는 이 사건을 잊고 싶지만 현실은 계속 공범과 어린 생존자에게 관심이 가 있다. 다시 이 사건을 조사한다. 평범한 외모의 삼촌과 아이의 존재는 명준과 유정을 가장 먼저 떠올려주지만 명준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새로운 단서를 얻은 후 그녀는 계속 조사를 하면서 사라진 아이의 흔적을 따라간다. 이 과정은 의문으로 가득하다. 여기에 윤석의 아버지가 전화를 해서 공범을 찾았다는 말을 한다. 이야기의 흐름 상 그 어린 생존자가 누군지 금방 알 수 있다. 하나의 엇갈림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마지막 반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사실 중 하나는 학교 폭력이다. 피해자가 가해 학생들의 죽음으로 안도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은 우리의 씁쓸한 현실이자 그 당시 그의 생존이었다.

 

게스트하우스 오후3시는 평범한 게스트하우스의 외관을 가지고 있지만 나쁜 소문도 꽤 있다. 그 대부분은 주인인 태형 때문에 생긴 문제다. 윤석이 이곳을 예약한 날 채은도 내려온다. 인터넷으로 이 게스트하우스를 많이 검색한 윤석은 태형의 집까지 간다. 묘한 분위기의 시간을 가진다. 하지만 다음 날 태형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누가 그를 죽였을까 하는 의문이다. 하영을 집쩍거린 것을 안 병훈일까? 아니면 유정에게 추근거리는 것을 본 명준일까? 아니면 또 다른 3자일까? 이런 수사 와중에 유정은 윤석에게 관심을 보인다. 삼촌 명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하영의 도움이 필요하다. 단순히 한 남자에 대한 관심이라고 하기에는 의심스러운 대목이 많다.

 

연쇄살인의 폭발적인 도입부를 보면서 기대한 것과 다른 전개와 완벽한 생존이란 제목은 좀더 액션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그들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고, 감정을 살짝 드러내고, 숨겨진 의식 안으로 파고들 뿐이다. 사람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의 이면에 어떤 폭력과 살의가 담겨져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은 사실 이 소설의 백미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인물을 뛰어넘는 표현 하나가 섬뜩함을 준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시선과 기억을 따라가고, 사실에 한 발 한 발 다가가는 모습은 기대와 다른 전개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을 높여준다. 너무 많은 예측과 기대가 이 소설에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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