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 한국추리문학선 8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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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김재희 작가의 추리소설을 읽었다. 한국 추리소설 작가 중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는 몇 명 중 한 명이다. 개인적으로 작품마다 조금씩 편차도 있고, 취향을 타는 부분도 있다. 이번 작품의 경우는 개인 취향과 맞는 부분이 많다. 조사를 많이 한 티가 글 속에 나왔고, 최근에 알게 된 심리학적 문제 중 하나를 다루고 있어 흥미로웠다. 특정한 누구 한 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고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의 활약을 적절하게 다루면서 하나의 미제 사건을 잘 풀어낸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한 캐릭터 중 한두 명 정도는 독립적으로 시리즈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프로파일러 감건호. 한때 인기 방송인이었다. 하지만 점점 그의 인기는 떨어졌고, 방송 등에서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퇴물에 꼰대다.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과거를 답습하고, 현장을 멀리하면서 정확성과 인기가 떨어졌다. 북토크 현장에서 책 내용의 오류를 지적하는 사람이 나온다. 그가 바로 포털 추리카페 왓슨추리연맹의 매니저인 주승이다. 한때 주승에게 감건호는 숭배의 대상이었다. 발전도 없고, 오히려 퇴보한 프로파일러는 질타의 대상일 뿐이다. 처음 작품의 구도는 프로파일러 감건호와 왓슨추리연맹 회원과의 대결이다. 그 대상은 2년 전 고한에서 실종된 김미준 사건이다.

 

여기에 양념처럼 끼어든 탐정들이 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탐정이고 싶은 민간조사원들이다. 본명이 정탐정이 김미준의 사건을 의뢰받고, 자신이 조사하던 일을 공영태 탐정에게 넘긴다. 정탐정은 김미준의 인터넷 생활 등을 조사하면서 하나의 단서를 발견한다. 이 단서를 조사하는 인물은 공 탐정이다. 그리고 공 탐정은 김미준과 직접 연관성이 있는 인물에게 접근하고 중요한 단서를 얻는다. 더불어 처음 정탐정이 조사하는 일도 해결된다. 왜 16세 여고생이 클럽을 다니고, 무분별하게 남자들과 성관계를 가지는지 말이다. 이 사건 또한 우리 사회의 성폭력 사건 중 하나다.

 

주승을 비롯한 왓슨탐정연맹 운영진과 감건호의 대결은 사건 현장인 고한에서 펼쳐진다. 사건 파일을 보면 초동수사 부족이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피의 비산 등은 전문가의 지식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행히 주승과 진영은 의학전문대학 조교이고, 해부학 등의 지식이 해박하다. 혈흔학에도 어느 정도 지식이 있다. 그들이 부실한 초동수사를 말하는 것은 이 지식에 기반한 것이다. 이 방송 이전에 한 번 미제사건으로 방송에서 다루어지면서 대규모 수사가 있었다고 하지만 단순히 인원만 동원된 행위였다. 책 마지막에 가서 왜 그때 해결하지 못했을까 하는 의아한 부분도 있다.

 

방송의 인기를 위해 대결 구도를 만들었지만 감건호는 꼰대의 꼬장을 부린다. 숙소를 리조트에서 동네 여인숙으로 바꾸고, 술 마시고 꼰대짓을 한다. 이 대결에서 이기기 위해 후배 프로파일러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처음 이들은 이 미제사건을 해결하기 보다는 대결에서 이기기 위한 마음이 더 컸다. 하지만 피해자의 어머니를 만나고, 현장을 둘러보고, 단서들을 하나씩 모으면서 마음이 조금씩 바뀌었다. 사건 해결의 전환점은 작은 조언과 우연과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지의 연대에서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세 분야의 등장인물들 비중을 적절히 배분한다.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 한 사건을 파고들면서 파생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잘 보여준다. 잔혹한 사건보다 현실적인 사건을 다루면서 경찰과 아마추어의 한계를 분명히 한다. 한 사람의 천재가 사건을 해결하기보다는 집단지성의 힘을 더 많이 보여준다. 단서의 조각들을 모으는 과정에서 이것은 더 분명해진다. 소소하게 깔아놓은 몇 가지 설정들도 적절히 이용한다. 개인적으로 정탐정과 공 탐정이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작은 미스터리 작품이 나와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알게 된 사실은 감건호가 <표정없는 남자>의 주인공이었단 점이다. 그때의 감건호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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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베의 태양
돌로레스 레돈도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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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수호자>의 작가다. 이 소설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다시 그때의 서평을 찾아보니 이번 소설의 느낌이 그 속에도 담겨 있다. 갈등을 억지로 만들지 않고, 조금 느슨한 느낌이 있다는 글이다. 이번 작품도 속도감 있게 이야기가 진행되지는 않는다. 자극적인 연쇄살인이 벌어져 긴장감을 높이지도 않는다. 새로운 과학수사기법을 이용해 시선을 끌지도 않는다. 다만 갈리시아 지역의 귀족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숨겨져 있던 과거의 죽음과 비극을 파헤치고 사건의 진실에 한발씩 다가간다.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크기와 한 쪽의 분량에 깜짝 놀랐다. 이전에 나왔던 열린책들의 하드커브 책들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름과 지명과 문장들에 익숙해지기 전까지 조금 더딘 속도로 진도가 나아갔다. 물론 후반부는 수사의 결과가 조금씩 나오고, 숨겨져 있던 과거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속도가 올라갔다. 그 과정 속에서 처음에 예상했던 범인은 사라지고, 새로운 용의자가 드러났다. 하지만 이런 부분보다 한 귀족 가문이 그들의 온갖 비리와 명예를 지키기 위해 저지른 행위들에 더 시선이 갔다. 비극은 언제나 과거에 집착하면서 생기기 때문이다.

 

소설가 마누엘이 <테베의 태양>이란 소설을 집필하던 중 과르디아 시빌 대원 두 명이 방문한다. 그들은 마누엘의 배우자인 알바로 무니스 데 다빌라의 집인지 묻는다. 그가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말한다. 지역은 루고 주 몬포르테 지역이다. 지역을 듣고 알바로가 아니라고 부인한다. 그가 바르셀로나로 출장을 갔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화 연락이 되지 않는다. 믿을 수 없다. 아니 믿고 싶지 않다. 왜 그가 자신에게 다른 말을 했을까? 알바로의 비서에게 연락을 한다. 거기에서 들은 소식은 배우자의 신뢰를 깨트리는 말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동성 배우자의 죽음과 함께 그가 자신을 속이고 다른 곳으로 갔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다. 급히 달려간 곳에서 알바로의 시신을 확인하는데 현지 과르디아 시빌 요원 중 중위 한 명이 교통사고가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 배우자의 비밀스러운 이중생활에 이런 말들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공증인이 재산을 그에게 남겼다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배우자 죽음이 주는 상실감과 배신감이 온몸을 집어삼킨다. 알바로가 남긴 재산을 그의 어머니와 동생 등에게 모두 넘기기로 한다. 바로 넘기고 싶지만 알바로가 3개월이란 시간 장치를 해놓았다. 장례식을 마친 후 이제 떠나려고 한다.

 

떠나는 그를 사고가 아니라고 말한 과르디아 시빌 요원이 찾아온다. 바로 노게이라다. 그는 이제 퇴직했다. 후작 가문이 이 지역에 어떤 존재인지 말하고, 알바로의 몸에 난 상처와 차에 남은 흔적의 의혹을 말한다. 아직 분노 때문에 이성을 충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지만 떠나는 시간을 늦춘다. 그리고 무니스 데 다빌라 후작의 집을 찾아간다. 처음 그를 봤을 때 사람들이 보여준 시선이 재산 포기선언으로 많이 누그러졌다. 아름다운 후작 가문의 정원을 돌아보지만 그의 감정이 제대로 추스러진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운 소식을 듣게 된다.

 

한 지역의 귀족 가문에서 동성애자가 나왔다는 사실은 공식적으로 알려지지만 않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알바로는 집을 떠났고, 동성 결혼까지 했다. 이 동안 부자의 인연은 거의 끊어지다시피 했다. 아버지가 죽으면서 동생들 중 한 명에게 귀족 지위를 물려줄 수도 있는데 그 작위를 알바로에게 상속했다. 알바로가 파악한 내용만 보면 집안이 망하기 직전이다. 그의 노력으로 빚은 모두 청산되었다. 사업도 성공적이다. 가문을 위한 아버지의 냉철한 판단이 가문의 몰락을 막은 것이다. 하지만 이 가문의 비극은 아버지가 죽은 다음부터 계속 이어진다. 그 첫 번째는 아버지 장례 얼마 후 막내 동생이 마약 남용으로 죽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알바로의 죽음이다.

 

노게이라는 마누엘에게서 받은 전화정보 등을 기반으로 여러 가지를 수사한다. 알바로의 친구였던 신부 루카스를 통해 알바로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는다. 알바로 막내 동생의 죽음도 노게이라는 의문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마누엘은 그 당시 상황을 루카스 등에게 듣는다. 알바로인 것 같은 사람이 그를 마지막으로 방문한 것을 본 듯하다고. 이렇게 하나씩 파고들면서 나오는 사실들은 수도원의 비리 은폐와 후작 가문의 숨겨진 비밀들이다. 이때부터 이야기는 더욱 긴장감이 넘치고, 한 사람의 비극에 서로 눈물을 흘린다. 한 사람의 죽음 뒤에 숨겨진 장대한 이야기가 사람들의 삶 속에서 우뚝 솟아난다. 그리고 내비게이션의 주소 하나는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고, 긴 여운을 남긴다. <바스탄 3부작> 중 나머지 2편은 언제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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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
황교익 지음 / 지식너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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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끌리지만 이 끌림에 방점을 찍는 것은 역시 저자 황교익이다. 이 책 속에 나오는 많은 이야기들은 이미 방송 등에서 다루었던 것들이다. 한때는 그가 나왔던 <수요미식회>를 매번 보았고, 여행지에서는 그 방송에 나온 식당을 열심히 찾아다녔다. 나의 일차적인 목적은 맛집을 찾는 것이었지만 그의 이야기에는 역사와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이 있었다. 물론 사료 중심으로 풀어내면서 그의 인문학적 상상력이 그 빈 공간을 채웠지만 이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취한 실증주의 방식의 이야기는 많은 부분에서 음식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데 도움을 주었다.

 

4부로 나누었지만 하나로 관통하는 것은 정치다. 떡볶이 이야기에서 남아도는 쌀 이야기가 나오고, 김치의 세계화 이면에 담긴 수출보다 훨씬 많은 중국산 수입 김치가 있다. 추석에 대한 그의 반론은 바뀐 시대상을 제대로 보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칼국수가 너무나도 정치적인 음식이라고 할 때 어릴 때 더 좋아했고, 더 많았던 음식은 수제비였다. 그가 말한 정치인들이 자주 가는 칼국수집들의 가격이 일반 칼국수 가격의 50% 이상 비싼 것을 보면 왠지 씁쓸하다. 소금이 식품이 아니라 광물이라고 할 때는 나 자신도 언론 플레이에 얼마나 쉽게, 무비판적으로 넘어갔는지 알게 된다.

 

한때 방송에서 그를 깐죽거리며 하는 말 중 하나가 ‘일제 강점기’였다. 오래 전 중국 미식 여행을 다녀온 일본 작가의 글에서 전통 음식이 얼마나 많이 사라졌는지 알게 되었듯이 한국도 이 시기를 거치면서 음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조미료다. 작은 동네식당부터 유명한 식당까지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집이 거의 없다고 한다. 물론 조미료만으로 음식의 맛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다른 식재료도 무시할 수 없다. 이때 놀라운 것은 미식의 대명사처럼 된 평양냉면이다. 일제 강점기에 돼지보다 소의 머릿수가 더 많았다는 사실은 다시 들어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나의 머리가 그만큼 굳은 것이다.

 

그가 치느님이 맛없다고 했을 때 우리 머릿속에 강하게 인식된 치킨의 신화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닭을 즐겨 먹지 않지만 삼계탕이나 치킨은 아주 가끔 먹는다. 이때 내가 좋아한 것들은 국물과 튀김옷이다. 살이 아주 많은 경우에는 튀김옷만 먹고 나머지 닭고기는 버린 적도 많다. 치킨을 시키다보면 이런 경우를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본다. 한국이 치킨 강국이라는 말을 따라하지만 외국에서도 맛있는 치킨을 먹은 적이 있다. 양념으로 넘어가면 다른 문제지만. 이렇게 내 머릿속은 알게 모르게 주입된 음식에 대한 신화가 많이 있다. 이 신화들 중 몇 가지를 이 책은 산산조각낸다. 치느님도 그 중 하나다.

 

유기농을 한때 예찬했던 적이 있다. 지금도 가능하면 유기농을 선택하려고 하지만 그 가격이 만만치 않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유기농을 사지 않는다. 최근 음식과 건강을 연결하는 문제에 고개를 끄덕였는데 약과 음식을 그는 구분한다. 이 구분에는 동의하지만 좋은 먹거리는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만든다. 그도 이 부분은 동의할 것이다. 슬로푸드에 대한 그의 주장에는 나도 동의한다. 마케팅에 의해 만들어진 수많은 슬로푸드를 알기에 더욱 그렇다. 김밥이 비빔밥이라고 한 부분과 우리가 집에서 만들어 먹는 비빔밥을 생각하면 많은 부분이 이해된다.

 

남도 음식은 어디나 맛있다고 했을 때 광주 번화가 한 식당은 정말 형편없는 맛이었다. 한정식의 상차림을 좋아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 음식들을 다 먹지 못하면서 버려지는 음식이 아깝다. 한정식이 기생집 상차림에서 비롯했다는 말은 이전에도 들은 것이지만 한정식의 지역색이 사라졌다는 부분이 빠진 것은 아쉽다. 반찬 개수로 사람을 놀라게 하는 식당이 예전처럼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줄어든 위도 있지만 제대로 된 음식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보기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먹지 못하는 음식들이 늘어나는 것은 반대다.

 

세계 어딜 가나 음식이나 문화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난무한다. 그렇다고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사찰음식에 대한 비판은 한 번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채운 웅녀와 떡 등의 이야기는 사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궁중음식과 그 요리사에 대한 날선 비판은 사료에 기반한 것이다. 역시 더 많은 검증과 연구가 필요하다. 방송으로 나온 인물들이나 이야기들의 문학적 상상력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에 대한 질타는 우리 역사에 대한 반성이다. 목차에 나온 자극적인 제목들은 그 내용을 제대로 읽지 않으면 오해할 소지가 많은 부분들이다. 단순히 음식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책은 분명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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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였다
정해연 지음 / 연담L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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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처음 읽은 그녀의 작품은 <악의 – 죽은 자의 일기>이다. 상당히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다. 정치인을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간 것도, 마지막 서늘한 여운도 좋았다. 그런데 이번에도 정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내가 가장 재밌게 읽었고, 관심을 가진 부분은 저작권 기획소송 전문 변호사 김무일과 형사 신여주의 콤비 활동이다. 읽으면서 계속 머릿속으로 영화로 만들면 누가 이들의 역할을 하면 좋을지 생각했다. 아쉽게도 최근 몇 년 동안 TV를 잘 보지 않아 최근 배우들의 이름이나 역할을 잘 모른다. 그래도 내가 아는 배우들로 가상 캐스팅하는 재미는 줄지 않았다.

 

김무일은 쉽고 편한 길을 가려고 한다. 저작권법을 어기는 카페에서 소송 대상을 찾아 돈을 번다. 자신뿐만 아니라 거의 주변 모든 사람들의 이름으로 가입해서 소송 건들을 만든다. 이런 그에게 사무장에 사표를 내민다. 이유는 사무장 아들이 저작권법을 어겨 소장을 받았고, 사무장이 아들에게 변호사 쓰레기와 함께 일한다는 말을 들어 감정이 상했기 때문이다. 일반 의뢰가 들어와도 김무일은 할 마음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사무장 때문에 다른 일을 하기로 한다. 그때 찾아온 손님이 건물주 권순향이다. 그가 온 이유는 자신이 사람을 죽였고, 자수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신여주는 형사다. 다양한 무술을 습득하고 있다. 학창시절에는 미모 때문에 길거리 캐스팅도 자주 당했다. 하지만 자신의 아버지처럼 경찰이 되었다. 여주의 아버지는 사건 현장에서 죽었고, 얼마 후 엄마도 죽었다. 이 기억은 그녀가 바른 경찰이 되게 만들었다. 그런데 우연히 입주한 건물에 자신에게 고백했다가 엎어치기 한 판을 당한 무일이 있었다. 가끔 둘은 술 한 잔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티격태격하는 사이긴 하지만. 무일은 건물주의 자수에 동행하고, 여주의 도움을 받고 싶어한다. 건물주의 의뢰를 받은 날도 둘은 친구 엄마의 포차에서 한 잔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다 건물에서 여주로 향해 떨어지는 사람을 보고 그녀를 밀친다. 떨어진 사람은 건물주 권순향이다.

 

권순향의 자백에 이상한 점이 있다. 그가 집세를 제대로 내지 않은 302호에 들어갔다가 몸싸움을 하다 상대를 죽였다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사람이 그를 내보내고, 이 사건을 자살사건으로 만들었다. 권순향이 들고 온 신문기사도 7년 전 자살사건이다. 당연히 권순향에게는 이 사건을 입밖에 내지 말라고 말한다. 그의 자수 의뢰가 있은 날 자신의 집에서 추락사한 것이다. 뭔가 수상하다. 무일은 이 일로 일반 소송에서 손을 떼려고 한다. 여주는 이 사건을 더 조사하려고 하지만 존경하던 팀장이 나타나 자살로 처리한다. 찜찜하다. 더 파고들고 싶다. 이런 그녀에게 화물차가 달려들어 위험한 순간을 만든다. 무일이 이 사건에 본격적으로 개입한다.

 

자수하고자 한 사람의 자살과 그 사건을 파헤치려는 사람을 공격하는 누군가의 존재가 아주 무거운 이야기로 바뀔 것 같지만 소설을 이 콤비의 존재와 대화와 연애 감정 때문에 가볍게 풀려나간다. 자살로 처리된 302호 남자의 신원을 알게 되면서 단순한 살인이 아님을 알려준다. 그는 국정원 직원이었다. 그의 직업은 알려지지 않는 채 죽을 당시 발견된 수많은 음란 자료들이 가족을 힘들게 만들었다. 변태의 자살로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무일과 여주는 가볍게 이 사건의 허점을 파헤친다. 허술한 국정원의 작업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현실에서 국정원이 얼마나 허술하게 사건을 만드는지 몇 번이나 보지 않았던가. 그리고 7년 전 사건의 담당자가 여주의 팀장이란 사실과 그녀를 감시하는 존재을 느끼게 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된다.

 

가독성이 좋고, 콤비의 활약은 유쾌하고 재밌다. 무일의 행동은 반전 매력을 보여주고, 둘의 로맨스는 알콩달콩한다. 이 두 자살 사건 배후에 존재하는 조직이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보여줄 때 시간은 몇 년 전 과거로 돌아간다. 현실을 반영한 마무리는 우리 사회의 아픈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그 당시의 분노를 다시 떠올린다. 적의 반격은 정보를 쥔 자의 강력한 한 방이 담겨 있다. 그래서 그 현실에 씁쓸함을 느낀다. 이 씁쓸함을 지워주는 것은 당연히 이 두 사람의 존재와 행동과 대화들이다. 2부가 올 가을에 나올 예정이라고 하니 괜히 즐겁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시간 내어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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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0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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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홀레 시리즈 10번째 작품이다. 전작 <팬텀> 이후 사건을 다룬다. 이 작품에서 해리는 거의 3분의 1 정도의 분량이 지난 후 등장한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등장하지 않은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오슬로에서 미제사건을 담당했던 경찰들을 노리는 연쇄살인이 일어난다. 살해당한 경찰들의 공통점을 따라가면 용의자가 살짝 보인다. 그런데 그는 감옥에서 죽었다. 해리의 동료들은 해리를 그리워하면서 수사를 진행한다. 그리고 죽었다고 알려진 인물이 죽지 않고 탈옥했다는 정보를 듣는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나타났다.

 

전작 <팬텀>의 마지막 장면은 경찰들이 비밀리 보호하는 중환자의 정체를 오해하게 만든다. 해리가 해결한 사건에 연결된 정치인과 경찰청장은 이 환자의 처리가 필요하다. 의도적인 연출은 전작을 기억하는 독자에게 해당되는 설정이다. 많은 해리의 동료들이 그를 그리워하는 장면을 넣으면서 이 오해를 더욱 부추긴다. 부정과 불륜과 정치적 야합 등은 이 시리즈에 계속 되는데 이 작품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경찰의 보호 아래에 있던 환자가 어떻게 됐는지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를 지키던 경찰이 잠들고, 그 사이에 환자는 죽음 속으로 빠진다. 순진하게 나는 이 환자가 해리인 줄 알았고, 뭐지? 하는 의문에 잠시 빠졌다.

 

사라진 해리는 경찰학교 강사로 일한다. 오슬로의 전설적인 형사가 아니었던가. 동료들이 찾아와 경찰 연쇄살인수사에 합류할 것을 요청한다. 거절한다. 그의 학생 중 한 명이 해리를 유혹한다. 아주 저돌적인 유혹이 거절된다. 이 상황이 잘못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해리는 동료의 도움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 그리고 이전 동료ㄹ르 만나러 갔다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챈다. 처참하게 살해된 동료의 시체를 발견한다. 경찰을 떠났던 그가 다시 자문역할로 이 수사팀에 합류한다. 해리의 주변에는 언제나 나쁜 일이 가득하다. 이런 상황들은 소설을 읽는 내내 계속된다. 작가의 노련한 연출과 이전 경험들이 이 불안감에 동조한다.

 

이번 작품은 제목대로 경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해리의 출연 빈도가 준만큼 경찰들의 개인사가 많이 나온다. 이번 이야기에서 경찰청장 미카엘은 초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의 등장은 정치적 야합과 친구인 트룰스의 삐걱거리는 관계가 나온다. 경찰들이 어떻게 시간과 상황을 조작하는지 그 방법을 알려준다. 미카엘에게 찝쩍거린 게이 경찰이 어떻게 되었는지 말하면서 한 예를 든다. 이 시리즈에서 그냥 나오는 장면들은 거의 없다. 이 장면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책을 모두 읽은 후에 알 수 있다. 작은 스포일러다.

 

해리는 다른 형사들과 다른 시각에서 사건을 본다. 운 좋게 범인을 잡는 경우도 있지만 경험과 직관과 통찰이 어우러져 사건의 핵심에 다가간다. 그라고 바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몇 번의 실수도 있다. 어떤 장면에서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몰론 이 모습이 그의 실수에서 비롯한 것은 아니다. 반복적인 살인은 하나의 규칙을 발견하게 만들고, 그 살인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내게 한다. 그 의미가 사랑이라고 할 때 쉽게 이해가 되지 않지만 증오도 사랑의 한 갈래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고개를 끄덕인다. 이런 시각들이 해리를 특별하게 만든다.

 

이 시리즈의 가독성은 말할 필요가 없다. 순서대로 나오지 않아 머릿속에서 정리가 잘 되지 않지만 독립적으로 읽어도 문제가 없다. 미카엘과 트룰스는 해리에게 어떤 숙명적인 적이지만 해리는 경찰이다. 아니 경찰이었다. 이것은 그의 정체성 문제다. 그의 연인이었던 라켈과 관계는 다시 아주 좋아졌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고 경찰 연쇄살인범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면서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고조된다. 이 소설에서 몇 번 그런 장면들이 나온다. 스노우맨 사건처럼 라켈에게 또 이런 일이 생길까? 그리고 처음 연쇄살인범으로 추정했던 인물의 은밀한 접근은 또 다른 긴장감을 불러온다. 현재까지 나온 시리즈가 열두 권이라고 하니 다음 이야기에서 그 결과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작품에서는 유난히 몇 가지 문장을 이용해 독자로 하여금 착각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경찰이 보호하는 중환자로, 나중에는 연쇄살인범과의 만남에서 말이다. 그리고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긴장감을 고조시키면서 다른 상황으로 마무리하는 일이 많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를 좋아하지만 경찰들이 이렇게 위험한 직업이라면, 연쇄살인이 이렇게 많이 일어난다면 노르웨이는 얼마나 위험한 나라일까 하는 뜬금없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 작품 마지막에 가면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는데 과연 다음 이야기에서 이것이 어떤 작용을 할지도 궁금하다. 언제나처럼 역시라는 단어를 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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