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詩作 - 테드 휴즈의 시작법
테드 휴즈 지음, 김승일 옮김 / 비아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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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는 영국의 저명한 문학상인 휘트브레드상을 두 차례 연속 수상한 이력이 있는 시인이다. 영국 BBC의 프로그램 <듣기와 쓰기>에서 진행한 그의 강의 내용을 모아 책을 낸 책이다. ‘시와 글쓰기 전반에 관한 안내서이자 시인의 마음으로 즐기며 감상하는 방법을 소개한 책’이라고 하지만 역시 시를 잘 모르는 나에게 쉽지는 않았다. 시집을 일 년에 몇 권 정도 읽고 있지만 번역시는 거의 읽지 않다보니 이 책 속 시들이 왠지 더 어렵게 다가온다. 물론 한국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결코 적지 않으니 번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잊고 있던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모두 아홉 꼭지로 나누어져 있다. 각각의 꼭지는 동물, 날씨, 사람, 생각, 풍경, 가족, 소설 쓰기, 상상 속 동물 등을 주제로 한다. 이 소재들은 시인의 삶과 경험과 생각들로 이어져 있다. 사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스치듯이 생각한 것을 집중해서 단어를 모으고 정리하고 연결한 것들이 시로 발전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관찰은 빼놓을 수 없는 행동이다. 비유와 은유는 상상을 통해 더 발전하고, 그 상상력은 세상을 다른 시각에서 보게 만든다. 이런 일들이 쉽게, 그냥 되지 않는다. 훈련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을 위한 기초적인 책으로 솔직히 이 책은 쉽지 않다.

 

목차를 읽으면서 소설 쓰기 꼭지가 두 개나 있어 놀랐다. 소설 쓰기라고 했지만 간단한 글쓰기 연습으로 소설은 아주 좋다. 물론 이것은 시인이 시를 쓰기 위해 말한 이야기와 연결되어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나 소설을 한 번쯤 써보려고 했을 것이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때 자신이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들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된다. 이것을 아주 오랫동안 해야 한 편의 시나 소설이 탄생한다. 예전에 수업용으로 시나 산문을 쓰면서 얼마나 힘들어했던가. 자신을 짜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냥 바라보고, 만지고, 냄새 맡거나 귀 기울이며, 여러분이 직접 되어보세요. 여러분이 이렇게만 하면, 단어들이 마치 마법처럼 스스로를 돌볼 것입니다.” 이 문장은 시가 쉬운 것처럼 말한다. 만약 이처럼 시가 쉬웠다면 시인들이 시를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 좋은, 훌륭한 시인이란 단서는 빠져있다. 사실 시는 누구나 쓸 수 있다. 시를 쓰는 방법을 안내하는 책들도 많다. 시집을 읽으면서 공부하는 방법도 있다. 이 책도 소재들을 통해 시를 쓰는 법을 가르치면서 훌륭한 시인들의 작품을 보여주지 않는가. 다만 내가 이 시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문제가 있을 뿐이다.

 

재밌는 사실 중 하나는 이 책이 해적판으로 여러 번 나왔고, 이 책의 역자이자 시인인 김승일이 이 책에 아주 많은 애정을 품고 있었다는 것이다. 역자의 말에 의하면 여러 번 사고,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이번에 번역까지 했다니 대단하다. 그리고 이 책 속에 테드 휴즈의 시가 상당히 많이 들어 있다. 쉽게 다가온 시도 있지만 어떤 시는 난해했다.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은 시들은 가족들에 대한 시였다. 실재 인물에서 시작해 상상력이 동원된 시는 다른 시들보다 훨씬 이해가 쉬웠다. 내가 시를 쓴다고 하면 가장 먼저 가족들에서 시작하지 않을까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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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사랑하는 우리
미사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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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타이완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로맨스 소설이란 말보다 청춘 미스터리란 단어에 혹했다. 하지만 이 미스터리는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혹시’하는 생각과 함께 아니길 바라면서 결국 ‘역시’로 끝났다. 내가 바란 미스터리는 솔직히 금방 파악할 수 있었지만 전체적인 가독성이 좋아 상당히 몰입해서 읽었다. 이 미스터리가 오히려 집중력을 방해했다고 해야 하나. 작가가 너무 많은 단서들을 중간 중간 흘려서 읽으면서 아니길, 정말 아니길 바랐다.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아쉬웠지만 재미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모나와 모디는 쌍둥이 자매다. 둘은 똑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 성격은 서로 다른데 언니 모다는 활달하고 적극적이고, 모니는 소심하고 내성적이다. 모디는 명문고 뤼인에 입학한다. 이 고등학교는 상당히 특이한데 집이 부자이거나 유력 가문 출신이거나 공부를 잘 해야 입학할 수 있다. 모디는 공부를 잘해 입학했다. 첫 등교에서 모디가 본 반 풍경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한 학생은 수업에 제대로 참석하지도 않고, 한 여학생은 다른 여학생이 자기 남친을 꼬셨다고 괜히 시비를 건다. 소심한 모디에게 이 학교는 불안해보인다. 그녀처럼 평범하고 소심한 여학생이 그녀에게 다가온다. 우린 그들과 다르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말자고 하면서 단짝처럼 행동한다.

 

첫 등교 후 모디가 피곤해 쉬고 있을 때 모나는 야식을 먹으로 간다. 한 구이집에 들어가는데 어린 점원이 나가라고 한다. 아직 늦은 시간도 아닌데 말이다. 생각보다 훌륭한 음식을 먹고, 한 커플과 대화를 나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불친절한 어린 점원은 모디의 반 친구인 지웨이칭이다. 그는 조폭 집안의 아들이다. 몸이 좋지 않은 모니 대신 모나가 뤼인에 등교한다. 쾌활하고 자유로운 모나는 여럿 사람과 잘 어울린다. 이 일을 계기로 가끔 모나가 뤼인에 와서 모니 행세를 한다. 이 때문에 벌어지는 몇 가지 소동은 이 소설의 소소한 재미 중 하나다.

 

둘은 똑같이 생겨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이 둘은 잘 구별하는 인물이 초등학교 때 리춘안이 있었다. 그런데 뤼인에서도 한 명 나온다. 바로 담임 란관웨이다. 그는 모나가 대신 등교한 그날 바로 다른 사람임을 안다. 이 리춘안을 모디는 짝사랑했다. 리춘안은 모나를 좋아했고. 이 둘의 갈등이 빚어진 것도 이때부터다. 서로 다른 중학교로,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그리고 3년 전 사건에 대한 작은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그날의 사건은 둘이 싸우고, 모나가 바다에 빠진 것이다. 이 둘은 언제나 리춘안이 어떻게 똑같이 닮은 그들을 그렇게 잘 구분하는지 의문이었다. 란관웨이처럼 행동과 분위기로 구별하기에는 너무 어린데 말이다.

 

지웨이칭이 갑자기 모나에게 키스를 한 사건은 로맨스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다. 이것을 모니에게 숨겼고, 모니는 지웨이칭을 겁낸다. 이 둘의 상반된 반응과 행동은 지웨이칭을 어지럽게 만든다. 시간이 지나면서 모니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지만 어릴 때 리춘안을 두고 있었던 일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모나는 자주 구이집에 가면서 지웨이칭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다. 둘의 사이가 가까워지고, 모니도 이것을 안다. 학교 축제는 이 학교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하나씩 드러나는 계기가 된다. 숨겨져 있던 비밀이 하나씩 밝혀질 때 고위층과 이 학교에 들어온 학생들이 가진 문제가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뒷표지에 마음의 병을 치료하기 어려운 이유로 때때로 본인 스스로 구원받길 거부하기 때문이라고 적고 있다.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사건이 축제일에 일어나지만 진짜 이야기는 숨겨져 있다. 가족, 연애, 치유, 미스터리를 모두 담고 있다고 하지만 나를 끝까지 사로잡은 것은 연애와 미스터리다, 청춘들의 달콤한 연애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교정을 걷고 싶었다는 커플의 이야기는 현대의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연애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쉽게 알 수 있는 미스터리의 단서를 좀더 많이 숨기고, 청춘들의 매력을 더 부각시킨다면 더 재밌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의 내용이 궁금한데 과연 어떨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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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분 생활자 - 혼자서 잘 먹고 잘 사는 중입니다
김혜지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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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의 일인 라이프. 솔직히 처음에는 큰 기대를 가지지 않았다. 요즘 세대들의 삶을 한 번 보자는 생각이 먼저였다. 목차에 나오는 조금 자극적인 제목인 ‘자위하세요?’란 제목에 눈길이 갔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하나씩 사라졌다. 어떤 글에서는 동생과 자취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었고, 어떤 글은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남자였기에, 다른 시대를 살았기에 알 수 없는 경험들도 많이 나왔다. 간결한 문장과 자기 의견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글은 가독성도 좋고 재미있었다.

 

여성 혼자 집을 구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심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여동생과 살 때 동생이 이사할 집을 구하러 몇 번 다녔기에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20대 여성이 살면서 느끼는 공포는 잘 안다. 주변에서 늦은 시간 혼자 다니다가 당한 사건이나 혼자 사는 여성이 남성이 있는 것처럼 꾸민 설정 등은 예전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성인 나는 이것을 연결시켜 생각해보지 않았다. 늦은 밤 귀가하는데 내 앞에 여성이 홀로 갈 때 그녀가 느낀 무서움보다 왜 나를 두려워할까 하는 생각이 먼저였으니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집을 구하러 다니면 늘 마주하게 되는 것이 예산이다. 이 예산이 넉넉하면 쉽게 좋은 집을 구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중개인이 보여주는 집들은 언제나 뭔가가 부족하다. 예산을 생각하면 위치와 집 상태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가 선유도 근처 원룸을 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옛 생각들이 교차했다. 현대인에게 출근 시간은 가격에 반비례한다. 교통이 편하고, 거리가 가까운 직장이 도시 외곽이라면 비용이 낮겠지만 대부분 도심에 사무실에 있다보니 비용은 올라간다.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피로도는 올라간다. 하지만 가깝고 비싸다고 환경이 모두 좋지는 않다. 옆방에서 뀐 방귀소리가 들리고, 옆집 출근 시간이 모닝콜이라면 말 다하지 않았는가.

 

혼자 살기 이야기에 가장 많이 담겨 있는 것은 여성 문제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그녀의 선택을 반대할 수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다. 그녀 친구의 결혼식은 놀랍고 신선했다. 최근 아내에게 내가 듣는 말들은 집안에서 여성과 남성이 얼마나 차별적인지 알려주는 것이다. 나의 말과 행동에서 그것이 나도 모르게 드러나는 모양이다. 저자는 이런 부분이 아주 불편하다. 남동생이 대학 때문에 올라왔을 때 엄마가 기대한 바를 따르지 않는 이유를 보면 혼자 사는 삶의 편리함과 동생 뒤치다꺼리를 할 마음이 없음이 잘 드러난다. 그래도 동생이 살 집은 같이 찾아주는데 이때도 여성이 느끼는 불편함이 많이 보인다.

 

법적 보호자에 대해 쓴 글에서 강한 문제를 느꼈다. 아무나 법적 보호자가 될 수는 없겠지만 친구나 동거자라면 가능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주장에 공감했다. 이런 공감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인들의 모습에서, 할머니, 엄마, 딸의 몫이었던 일들에서 각각 다른 느낌으로 공감했다. 요가 예찬에 나의 뒤틀린 몸 상태가 떠올라 나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가을 백패킹을 떠난 모습에 괜히 부러웠다. 장기간 배낭여행을 해보지 않은 나이고, 차의 편리함에 빠져 사는 나이기에 쉽지 않을 것이란 핑계를 댄다.

 

나를 지켜보는 것이 공포일 것이란 생각을 못했다. 불편하다는 것은 여러 번 느꼈고 들었지만 말이다. 소개팅남 이야기는 그가 보통의 대한민국 남성이란 부분이 눈길을 끈다. 남성 사회에서 남자들의 행동은 남자들이 잘 느끼지 못한다. 혹은 과한 반응이란 말로 덮는다. 자위 이야기는 자극적인 물음과 달리 자신의 몸에 대해 잘 알자는 내용이다. 생각보다 이것을 잘 모르는 여성들이 많은 모양이다. 그리고 마지막 생리컵은 아주 낯설다. 혼자살기에 덜 부담스럽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행동도 많다. 자위도 그 중 하나다. 이 에세이 나온 수많은 이야기들은 내가 만난 수많은 여성들의 삶과 생각이 뒤섞여 있다. 살아온, 살고 있는 환경이 다르니 당연한 일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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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 정신질환자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 그 혼돈의 연대기
론 파워스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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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이란 병명이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얼마 전 있었던 범죄 때문이다. 하지만 이전 이름인 정신분열병은 아주 낯익다. 솔직히 이 사건 이후 많은 사람들이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을 무서워하게 되었다. 그리고 언론이 이것을 부채질했다. 이전에 본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이런 환자들이 일으키는 사건 사고를 다루었다. 이런 간접 경험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시선을 결코 좋은 쪽으로 돌려놓지 못한다. 나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정신질환자를 무서워하고, 일부의 사람들은 격리 등을 말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두 아들 모두 조현병을 앓았고, 그 중 한 명이 자살한 퓰리처상 수상작가 론 파워스가 이 병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2005년 7월 3일 둘째 케빈이 집에서 목을 매고 죽었다. 3년이나 조현병에 걸려 있었는데 극단적 결정을 한 것이다. 5년쯤 뒤 첫째 딘마저 조현병 증상이 나타났다. 부모 입장에서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일 것이다. 작가는 이 사실을, 아니 자신의 개인적 가족 이야기를 쓸 마음이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을 쓸 필요를 느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상처받길 바란다. 솔직히 말해 상처보다는 내가 알고 있던 정신 질환을 다시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작가는 흥미위주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아이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여주고, 이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대우받았는지 알려준다.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앞에 놓으면서 결말에 대한 호기심을 차단했다.

 

두 개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하나는 작가의 아이들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어떤 대우, 처방, 치료 등을 받았는지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읽기 편한 것은 아이들 이야기지만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정신질환을 둘러싼 사실들이다. 아이들 이야기는 가족 이야기이기도 하다. 두 남녀가 만나고,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은 평범한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그리고 둘째 케빈이 기타에 재능이 있음을 알려주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같은 나이 또래 전국 경연에서 우승하고, 좋은 대학도 들어간다. 부모 입장에서 이보다 행복한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정신질환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첫째 딘은 약간의 음주와 운전 미숙으로 여자 친구를 크게 다치게 만들었다. 이 사건이 여자 친구 부모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음주운전에 걸리지 않을 정도의 양이지만 언론 등은 음주 사고로 확대했다. 여친의 부모는 딘을 용서하지도 않고 소송까지 건다. 열여섯 소년은 작은 마을에서 음주운전 사고자로 낙인찍힌다. 판사는 집행유예라는 판결을 내렸고, 아이는 평생 이 굴레를 쓰고 있어야 했다. 문제가 생기면 감옥에 갈 수 있다는 공포와 더불어 말이다. 그는 매력적이고, 정치적 활동을 잘 해 정치인으로 나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조현병 증상이 나타나면서 부모를 걱정과 공포 속으로 밀어넣었다.

 

조현병의 원인은 다양하다. 유전적인 것부터 외부환경적인 것까지. 현대는 정신질환자가 결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작가는 이 정신질환자를 사회가 어떻게 다루었는지 다양한 사실들로 보여준다. 정신질환자를 수용하는 시설의 설립과 이 시설들이 어떤 악행을 저질렀는지, 그것이 현대에 어떻게 재현되었는지 알려준다. 우생학에 대한 글에서는 결코 나치에게 모든 죄를 떠넘기지 않는다. 서양의 많은 학자와 지식이 이것을 얼마나 환영했는지 말한다. 우생학의 파편들이 우리 삶에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불편한 사실이다.

 

프로이트에서 시작한 정신의학은 어느 순간부터 항정신병 약으로 대체되었다. 나 자신도 이 약들 이름 몇 가지는 알고 있다. 정신과 의사들이 이제는 이 약을 처방하는 기계처럼 변했다는 말과 함께 이 약들을 제조 판매하는 회사들이 얼마나 많은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지 알려줄 때 이 부분에 대한 공부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약들의 한계와 부작용 등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정신질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몇 가지 시술은 끔찍할 정도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지만 그 시술자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사실은 놀랍다. 이런 이야기 속에서 이런 약들이나 시술 등이 치료를 위한 것이 아니라 환자 관리의 편리를 위한 것이란 느낌을 강하게 던져준다. 고개를 끄덕이는 부분이다.

 

점점 정신질환자들을 위한 세금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 이 돈의 많은 부분이 제약회사로 흘러들어간다. 이들의 고통이 장기화되고 상태가 악화된 부분적 이유로 사법제도 자체의 불안정성을 말한 부분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정신의학 전문가들의 서로 상충하는 주장에 의해, 정신증에 걸린 사람의 고통 경감보다 자신들의 이데올로기 유지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이들을 과도하게 경계하는 사람들에게 의해 흔들려왔다는 대목이다. 이 글의 몇몇 단어만 바꾸면 우리 사회의 많은 이야기에 적용 가능하다는 사실에 읽으면서 놀랐다.

 

원제목은 ‘미친 사람한테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이지만 번역되면서 병명과 부모의 감정을 더 부각시켰다. 사실 이 말은 경찰이 한 말이기도 하다. 경찰들이 정신질환자를 어떻게 다루고, 이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작가는 예를 들어 이야기한다. 늘 미국의 경찰 대응을 볼 때면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 작가가 버몬트주에 살게 되어 다행이라고 느끼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도 경찰과 관련된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 ‘누군가는 미친 사람에게 신경을 쓴다’고 하면서 약과 격리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이들을 치료하는 노력을 소개한다. 묵직하고 비극적인 이야기 속에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나의 인식을 새롭게 만들었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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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키
D. M. 풀리 지음, 하현길 옮김 / 노블마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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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키는 모든 대여금고를 열 수 있는 마스터키를 의미한다. 만약 대여금고의 마스터키가 있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시스템으로 이 마스터키 사용을 억제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악용의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이 소설은 데드키가 존재했던 시절 이 열쇠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챙긴 사람들과 이 열쇠 때문에 위험과 고통을 겪었던 사람들 이야기를 다룬다. 그리고 20년이란 시간을 두고 펼쳐지게 만들어 인간의 탐욕이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이 두 시간대의 주인공은 모두 여자들이고, 나이도 환경도 다르다.

 

1978년과 1998년이란 두 시간대 속에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가는 이 두 시간대를 결코 합치지 않는다. 1978년의 주인공은 겨우 열여섯 살 소녀 베아트리스고, 1998년 주인공은 건축회사 인턴인 23살의 아이리스다. 내 기준에서 본다면 둘 다 아직 사회의 이면을 잘 모를 나이다. 그리고 두 여성은 사회적으로 상대적 약자다. 이모 도리스의 도움으로 신분증을 위조하고 겨우 취직한 베아트리스는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 직원에 취직된다. 멋진 미녀인 맥스란 동료도 만난다. 반면 이 은행이 문을 닫은 후 20년 만에 건물 실사를 위해 온 인물이 아이리스다.

 

베아트리스와 아이리스는 자신들도 모르게 데드키와 그 정체가 의심스러운 547 대여금고에 다가간다. 작가는 이 둘이 사건의 핵심에 다가가기 전 그들의 일상을 차분히 보여준다. 평범한 직장 여성들의 모습이다. 그녀들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이 은행이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자주 암시한다. 베아트리스는 FBI수사 소문이 있고, 아이리스는 한 시점에서 사람만 사라진 사무실 공간이 남겨져 있다. 베아트리스의 시간은 그 은행이 문을 닫게 되는 이유와 숨겨진 비밀을 조금씩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아이리스의 시간은 박제된 공간 속에서 의문의 상황을 불러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

 

오래 전에는 신분증 위조가 쉬웠다. 전산자료가 없다보니 대조할 자료가 없으면 그냥 믿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예전 소설에는 이런 신분증 위조 이야기가 많다. 물론 요즘도 신분증 위조가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공문서 위조들도 프로그램으로 얼마나 멋지게 해내는가. 이런 시절에도 아날로그 방식의 열쇠를 이용한 대여금고는 아직 유효하다. 사실 집밖에 중요한 물건을 놓아두기에 대여금고만큼 좋은 것은 없다. 많은 소설들이 이 대여금고를 이용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 속 대여금고는 부패의 온상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비라가 저질러진다.

 

은행이 넘어갔다면 대여금고 주인들이 나타나 모두 찾아가야 정상이다. 통지가 늦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 주인이 죽었을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아예 알리지 않을 수도 있다. 소설 속 한 사건은 한 여성이 자신의 대여금고 속 자산이 사라졌다고 말했고, 그 얼마 후 자동차 사고로 죽었다. 아주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폐쇄된 은행의 대여금고를 열기 위해서는 절차도 복잡하다. 열쇠가 없다면 드릴로 뚫어야 한다. 20년 동안 몇 번 열린 적이 있지만 많은 수의 대여금고는 잠긴 채 있었다. 이유는 데드키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열쇠를 우연히 아이리스가 발견한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가치를 알지 못하면 보물이 아니다. 아이리스도 베아트리스도 대여금고의 열쇠가 지닌 가치를 잘 모른다. 사건은 언제나 이 두 사람의 주변에서 일어난다. 베아트리스는 도리스 이모의 병과 맥스의 실종으로 상황이 급변한다. 아이리스는 은행 건물을 조사하는 과정 속에서 서서히 진행되다 시체의 발견으로 급진전한다. 이 상황들 속에 밝혀지는 사실들은 부패, 비리, 탈세, 살인 등 돈을 위해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일들이다. 그리고 거대한 탐욕은 결코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고 그 보물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모든 사건이 끝난 시점도 1998년에 머물고 있는데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가 많이 있다. 과연 작가는 이 후일담으로 이 의문을 풀어낼지는 의문이다.

 

적지 않은 분량인데 가독성이 나쁘지 않다. 두 시간대를 교차하면서 비밀을 풀어내고 엮는다. 1998년보다 1978년도에 비밀이 더 많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왜 이모가 베아트리스를 데리고 사는지, 왜 은행에 힘들게 취직을 시켰는지 알려준다. 몇 가지는 예측이 가능하다. 부패한 집단에게 자신들의 비밀이 알려지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막아야 할 일이다. 돈의 가진 자들이 권력과 함께 할 때 그 힘은 더욱 거대해진다. 열여섯 소녀가 혼자 선택할 수 있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다. 20년이 지나도 그 위협은 현재진행형이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 베아트리스의 현재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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