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새 스토리콜렉터 78
수재나 존스 지음, 전행선 옮김 / 북로드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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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을 읽자마자 이 작가의 독특한 문장에 빠졌다. 마지막 마침표를 읽기 전에는 그 문장이 의미하는 바를 바로 알기 어렵다. 단순한 문장 같은데 두 번 꼬였다고 해야 하나. 집중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오독의 가능성이 아주 높아지는 문장 구조다.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더딘 속도로 읽었다.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도 아니고, 강한 액션이 있는 소설도 아니다. 일본하면 같이 떠오르는 야쿠자가 나오지도 않는다. 읽으면서 이것이 스릴러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루스 렌들을 말하는 이유가 조금은 이해된다.

 

제목 <지진 새>를 보고 내가 모르는 일본의 전설 같은 새가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지진을 알려주는 새라니 놀랍지 않은가. 외국인들이 일본을 배경으로 쓴 소설을 읽는 것은 일본 소설을 자주 읽는 나에게 조금 낯선 시각으로 일본을 보게 만든다. 비록 작가가 오랜 기간 일본에 머물렀다고 해도 이국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소설도 그런 부분들이 많이 나온다. 일본어로 출간된 책이 아니고 모국어로 출간되었기에 이 낯선 문화에 대한 설명이 많이 들어있다. 릴리가 집을 구할 때나 음식의 어려움을 말하는 부분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그리고 루시의 남친 데이지가 일하는 곳이 국수 가게인 것도 의도적인 것 같다.

 

신원미상의 여성 시체의 토막이 발견된다. 경찰은 이 시체의 주인을 릴리라고 추정한다. 당연히 경찰은 주변인들을 수사하고, 루시도 이미 만났다. 그런데 다시 경찰이 나타나 그녀를 경찰서로 데리고 간다. 경찰이 오기 전 그녀가 지진 새라고 부르는 새가 울었다. 취조실에서 벌어지는 작은 해프닝은 낯익다. 영어로 질문을 해야 하나 하는 고민과 어려움이 나오고, 일본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그녀를 나중에 인식한다. 경찰들이 추궁하는 질문은 릴리가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루시고, 루시가 릴리와 다투었고, 조금 있다가 그녀를 뒤따라갔다는 사실이다. 이 정도면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아닌가.

 

작가는 이 취조실에서 루시의 내면으로 파고든다. 형사와 대화하는 와중에 그녀가 처음 릴리를 만났던 상황이나 일본인 연인 데이지를 만났던 상황을 되돌아본다. 어느 순간은 그녀가 태어나고 자란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오빠만 일곱 명 있었던 일이나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했던 부모의 기대나 예상하지 못한 사고 등이 간결한 이야기 속에 풀려나온다. 자신이 나고 자란 나라를 떠나 가장 먼 곳으로 가고 싶어 떠난 그녀의 선택지에서 중국은 배워야 할 문자가 너무 많았다고 한다. 그럼 한국은 하는 질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이렇게 도착한 일본에서 그녀는 기술서 번역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일본 친구들의 도움이 적지 않았다.

 

적지 않은 체류 기간 동안 많은 경험을 한다. 현악사중주의 일원이 되어 연습하고, 다도 모임에 가기도 한다. 사고와 분위기 때문에 그만 두게 된다. 이런 일상에서 우연히 마주한 인물이 빗속에서 사진을 찍던 데이지다. 그와 만나 금방 연인이 된다. 처음에는 그녀의 외모 설명이 없었지만 릴리가 등장하면서 어느 정도 묘사가 나온다. 이 소설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릴리와 만나고, 데이지와 사랑을 나누고, 데이지의 사진 속에서 옛 연인 사치의 존재에 빠져 집착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그녀의 심리 묘사는 계속 바뀐다. 특히 릴리에 대한 회상은 더욱 그렇다.

 

일상, 만남, 사랑, 여행 등이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 이 소설이 스릴러인가 하는 의문이 들고, 살인자는 루시라는 의도된 길을 따라간다. 작가는 자신과 대비되는 릴리의 존재를 설명하면서 연인 사이가 틀어질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 소설의 재미 중 하나는 바로 이 가능성이다. 외국 독자라면 낯선 일본 문화가 더 흥미로울 수 있지만 나에게는 이 뻔한 관계가 어디서 엇나갈까 하는 부분이 더 흥미로웠다. 실제 그 장면이 일어났을 때보다 루시가 받은 충격에 더 놀랐다. 이때의 감정을 풀어내는 문장은 앞부분과 닮은 부분이 많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은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일상에서, 사건 속으로, 심리 묘사 등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면서 풀어내는 이야기는 아주 훌륭한 구성이며 연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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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인의 시선 - 연대보다 강력한 느슨한 연결의 힘
김민섭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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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섭이란 이름은 낯설지만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는 낯익다. 이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제목은 잘 알고 있다. 대학원생, 시간강사의 삶, 대학 사회의 적나라한 민낯을 고스란히 담았다는 평가를 받은 책이다. 대학이란 괴물이 어떻게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피를 빠는지 조금은 알기에 내용을 대충 짐작했지만, 그 대충 짐작과 다른 내용이 담겨 있었던 모양이다. 아마 시간이 나면 한 번쯤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후 나온 <대리사회>도 눈팅만하다 시기를 놓쳤다. 요즘 이런 사회과학 서적들이 솔직히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예전처럼 소설이나 에세이 이외의 책들은 읽지 않아 독서량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쓴 책이 아니라 여기저기에 쓴 글을 모았다. 크게 대학, 청년, 사회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대학을 다룬 부분은 저자가 가장 잘 아는 부분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엮이고 꼬이면서 아주 복잡한 양상을 보여준다. 을과 을의 싸움이란 부분은 현대 사회의 갑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지만 학교도 마찬가지다. 학교 다닐 때나 지금이나 조교에 대해 그렇게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그들의 정체성을 한 번 더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대학 교수들이 어떤 존재인지 말로 듣고 봐서 알지만 그들이 외친 정의 속에 조교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은 신랄하다. 흔히 말하는 갑질을 넘어선 ‘괴물’이 된 교수까지 있다.

 

법은 언제나 가진 자들의 편이다. 대학이 기업화된 지 오래고, 선배들은 언제나 추억팔이를 한다. 대학이 정의롭지 못한 것은 그들이 가진 자들이기 때문이다. 가진 자들이 모두 정의롭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이 대기업이나 종교단체의 사학재단인 것을 감안하면 그들의 이익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교수들이 조교와 시간강사들의 처우에 함구하는 것도 그들이 지켜야할 자리를 놓치기 싫기 때문이다. 많은 교수들이나 선배들이 자신들의 과거를 말하며 지금 학생들을 질타하지만 그들은 바뀐 시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요즘 애들이란’ 표현이 난무한다.

 

웹툰에 대한 저자의 기억 중 일부는 나와 닿아있다. 이제는 웹툰을 거의 보지 않지만 한때 나 자신도 성게군의 팬이었다. 그의 이야기가 나 자신과 다른 부분이 있었지만 공감하고 그 세대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몇몇 장르 웹툰을 빼면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늘어난다. 완전히 아재가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나 자신의 말들이 길어지고 있음을 깨닫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조직의 논리에 동화된 괴물이란 표현에 흠칫하는 것은 떠나기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더치페이와 꼰대가 되어달라는 말에서 이것이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 성향이 문제란 사실을 확인한다. 비율의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글을 삶이라고 표현한 것에 동의한다. <검사내전>에 대한 평이 나오는데 요즘처럼 검사에 대한 불신이 높은 시점에도 유효할까 하는 의문이 잠시 들었다. 검사의 자랑이 아니라 고백이라고 하니 예전에 읽었던 검사의 책과는 다른 모양이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월드컵 경험에 대한 글이다. 2002년의 경험은 사실 너무 강렬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때의 광장을 2016년의 광장과 연결시킨 부분은 아주 인상적이다. 이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행진을 ‘산책’이라고 표현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다시 한 번 흠칫했다. 과거에 머문 나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동과 구호만으로는 그 한계가 명확히 보였다.”란 문장을 보았을 때 왜 많은 사회운동이 확장성을 가지지 못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증오사회란 표현이 요즘 많이 보인다. 나는 분노한 것 같은데 말이다. 대리기사를 하면서 경험한 것을 풀어낸 이야기에서 갑을을 넘어선 ‘나이’가 부각될 때 한국의 뒤틀린 위계질서가 떠올랐다. 생활고에 최영미 시인이 시달린다는 사실에 현재 문학인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지만 베스트셀러 작가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 나의 오인이 부끄러웠다. 책을 만드는 일에 대한 글은 작가가 아닌 편집자의 몫을 많이 내세웠다. 흔히 외국 유명 작가들이 훌륭한 편집자를 만나 명작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렇게 사회과학 서적을 쓴 저자에게 듣기는 처음이다. 그리고 부제인 ‘연대보다 강력한 느슨한 연결의 힘’에 관심을 두었는데 결국 연대로 돌아온 부분을 보니 연대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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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 아주 따듯한 떨림
김인숙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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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시인과 소설가의 산문을 한 권씩 읽고 있다. 여행 작가의 여행기는 자주 봤지만 소설가의 여행기는 사실 그렇게 많이 보지 못했다. 사실 이 산문집 이전에 출간된 북경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제국의 뒷길을 걷다>에 관심이 많이 뒀다. 하지만 읽을 타이밍을 놓치면서 그냥 묵혀두고만 있다. 아마 내가 여행기에서 바라는 것 중 하나가 혹시 간다면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 이 여행기가 결코 정보 전달에 있지 않음을 알게 되어 이전 책에 관심이 부쩍 되살아났다. 언제나처럼 언제 읽을지는 모르지만.

 

아직도 나에게는 사오싱이란 중국 발음보다 소흥이란 한자 독음이 더 익숙하다. 아마 중국 지명 대부분을 무협이나 중국 역사소설에서 배웠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오싱은 일만 개의 다리가 있는 도시라고 하는데 아마 어딘가의 여행 프로그램에서 한 번쯤은 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한때 여행 방송을 얼마나 좋아했던가. 지금도 관심 있는 지역이 나오면 채널 고정할 정도다. 사오싱이란 이름보다 소흥이란 이름으로 불리면 그 유명하다는 소흥주가 떠오른다. 중국의 명주로 이름 놓은 술이다. 이 책을 보면 소흥주의 종류도 상당히 많은 모양이다. 술을 잘 먹지 못하는 내가 몇 잔이나 마실 수 있을지 괜한 걱정을 해본다.

 

몰랐던 사실 두 가지가 있다. 아니 관심이 없었다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하나는 루쉰이고, 다른 하나는 월나라다. 루쉰의 고향이 사오싱이고, 이 고향에서 이 고향을 배경으로 루쉰은 좋은 글들을 남겼다. 그 유명한 아큐도 여기에서 탄생했다. 그의 흔적들이 당연히 유적으로 남아 있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서 변한 것도 적지 않다. 와신상담의 월나라 구천 이야기도 나오고, 월나라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지 간단하게 알려준다. 이런 인문학적 정보들이 이 산문집에는 가득하다. 일반적인 여행 정보를 생각하고 펼치면 쉽게 낭패를 볼 수 있다.

 

검은 호수 묵지와 왕희지를 연결하고, 다시 문화대혁명을 이어서 이야기를 풀어낸 것은 그가 소설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묵지가 검은 것은 왕희지가 붓을 많이 씻어 그렇다고 하는 단순한 노력만을 강조하지 않고, 여기에 타고난 재능까지 담아 이야기를 풀어낸다. 재능은 노력이 함께 할 때 그 빛을 발한다. 상하이에서 고속철도로 1시간 조금 지나면 도착하는 도시라고 하는데 왜 이 사실을 이전에 몰랐을까. 알았다면 이전에 출장 갔을 때 한 번쯤은 다녀왔을지 모르는데. 당일치기 여행으로 가볍게 다녀올 정도의 거린데 말이다. 아쉽다.

 

소설가의 문장은 이 산문집에도 고스란히 살아 있다. 여행 작가들이 쓴 비교적 가벼운 감상기에 비해 묵직한 느낌이다. 여행지 정보보다 사오싱과 관련된 역사와 인물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다. 그런데 글과 다른 풍경 사진에 놀란다. 나의 머릿속 사오싱 풍경은 근대화 이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중국 소설가의 작품을 글 속에 녹여 낸 것은 루쉰의 고향이자 문화대혁명의 풍경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전에 읽은 글들인데 아주 낯설다. 문화대혁명기에 많이 것이 파손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역사 유물이 남아 있다. 작가처럼 천천히 걸으면서 일만 개의 다리 중 몇 개를 건너고 싶다. 물론 한 손에는 루쉰의 책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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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연인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13
전경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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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전경린의 소설을 읽었다.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중반까지 그녀의 소설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왠지 모르게 그 당시 읽었던 여성 작가들의 소설들을 최근에 거의 읽지 않고 있다. 나의 관심이 한국 소설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것도 있지만 그들의 심리 묘사가 어느 순간 나에게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조금 질렸는지 모르겠다. 다른 장르 문학을 더 읽게 되면서 뜸해졌고, 이 뜸한 사이에 읽게 되는 한국 문학은 또 다른 재미를 주었다. 작은 취향의 변화가 지금도 이어져온다. 그래서인지 요즘 한국 소설가의 작품에 많이 무지하다. 사놓은 책도 예전처럼 많지 않고. 이런 기억들과 함께 읽은 이 소설은 좋았다.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하니 아직 읽지 않은 작가의 작품들이 가득하다. 묵혀둔 책들도 꽤 보인다. 언젠가 읽겠지 하는 생각만 머릿속을 지나간다. 그리고 이 소설의 기억 속으로 돌아간다. 메모한 곳을 보니 ‘비스듬히 어긋난 연인 사이의 사랑’이란 글이 보인다. 작가가 쓴 글을 메모한 것이다. 이중이란 제목을 보고 양다리를 생각했지만 실제는 아니다. 처음 이열이 문을 열고 들어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보고 이런 착각을 했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수완이 빠진 남자는 황경오란 이혼남이다. 방송 PD이자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녀가 2년 전에 한눈에 반했던 남자다. 이열과 연인 사이가 되기 전 황경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사랑의 감정은 이성을 마비시킨다. 서로 사랑하는 방법도 다르다. 수완의 방으로 찾아오던 그에게 방을 보여달라고 한다. 혼자 사는 사람의 방은 그 사람을 보여준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의 방은 황량하다. 하지만 이 방을 방문한 후 황경오의 전처로부터 협박을 받는다. 이 협박은 그의 과거를 알고 싶게 만들고, 이 알고 싶은 마음이 황경오의 분노를 산다. 서로가 생각하는 지금의 차이가 충돌한다. 전처가 허언증이 있다고 말하는 그를 전적으로 믿으라고 하지만 무서운 협박 전화를 받은 사람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균열은 이렇게 조금씩 쌓이면서 점점 벌어진다. 이 둘을 묶어 줄 다른 공통 관심사가 없다보니 더 커진다.

 

이열과 처음에 잘 되지 않은 것도 한 여배우의 울음과 오해가 겹친 탓이다. 서로 알아가는 단계를 밟다가 순간의 사랑이 끼어든 것이다. 하지만 이열은 이 어긋남을 옆에서 지켜본다. 수완에게 문을 열어두라고 하면서. 이 기다림은 수완에 대한 사랑 때문일까? 그의 과거 하나가 드러났을 때 수완이 받은 생각은 또 어떤가? 이 어긋남을 바로 잡는 것은 두 사람의 감정선이 이어져 있고, 열어둔 마음 덕분이다. 작가는 이 상황을 섬세한 감정 묘사로 풀어낸다. 이성과 감정의 차이가 순간 폭발하는 순간도 있다. 현실에서 사랑은 더 감정적이다.

 

30대 잡지 기자의 삶에 홀로 된 엄마와 자격증만 따는 동생이 덧붙여진다. 엄마의 부동산 투자 실패에 따른 이자 일부를 대납해야 한다. 사랑의 또 다른 현실은 이렇게 우리를 옥죈다. 그녀가 결혼하기 전까지 갔을 때 마주한 현실은 이런 가정사가 문제였다. 남자는 여기서 너무 현실적이고 이성적이었다. 현대 남자들은 현실적이다. 사랑의 아픔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면이 둘 있다. 하나는 황경오의 죽음을 마주한 수완이고, 마마의 죽음을 곁에서 지킨 이열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는 슬픔은 어느 순간 가장 익숙한 감정이 된다는 문구에 고개를 끄덕인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나오는 소설인데 왠지 모르게 밝음보다 회색빛이 더 강하다. 중심이 비어있는 사랑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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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검사 1
서아람(초연) 지음 / 연담L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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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두툼한 책이다. 현재 1권까지만 읽었다. 카카오페이지와 CJ ENM이 주최한 제2회 추미스 소설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이번 작품을 읽고 이 공모전에 관심이 생겼다. 검색하니 관심을 두고 있거나 재밌게 읽은 소설들이 보인다. 현재 3회 공모 중이라고 하니 이 상에 더 관심이 생긴다. 추미스란 단어는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의 앞 글자를 딴 이름이다. 2회 수상작 중 2권을 읽었는데 모두 만족스럽다. 읽지 않은 다른 작품도 가능하면 올해가 가기 전에 읽고 싶다. 물론 이 소설의 2권도 읽어야 한다.

 

이 작품의 작가는 현직 검사라고 한다. 이 소설 이전에는 로맨스 소설을 쓴 모양이다. 이 로맨스 소설도 관심이 간다면 너무 심한 팬심인가. 자신의 직업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보니 사실적이고 현장감이 좀 더 있게 다가온다. 강한 검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는데 제목에서 예상한 것과 다른 ‘암흑’ 검사다. 내가 생각한 암흑은 어두운 곳에서, 법의 테두리 밖에서 정의를 실천하는 검사 정도였다. 그런데 그는 염산 테러를 당한 후 실명을 한다. 맹인이나 실명 같은 단어 대신 암흑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은 아마 내가 예상한 것 같은 효과를 노렸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도유망한 젊은 검사에게 이 염산 테러와 실명은 암흑 그 자체다.

 

강한 검사는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함께 힘들게 살다 정말 열공해서 성공한 검사다. 그의 어린 시절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복싱장이다. 단장은 그의 실력을 보고 프로가 되었어야 한다고 아쉬워한다. 검사라는 직위와 멋진 외모에 운동 실력까지 갖춘 인재다. 그가 검사로 부임한 후 처음으로 현장에 간 곳이 바로 13세 초등학생 소녀 살인 사건 현장이다. 이 사건 담당 검사로 그는 이름을 알린다. 그리고 IQ 65의 3급 지적장애인 지온유를 법정에 세워 실형을 받게 한다. 그런데 이 지온유가 교도소에서 자살한다. 그에게는 수많은 사건 중 하나일 뿐이었다. 염산 테러를 당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온유 사건으로 검사에게 불만은 품은 청년이 한 명 있다. 지온유의 친구인 소원이다. 그는 검찰청을 그래피티로 도배한 일로 봉사활동 1만 시간을 선고받는다. 강한 검사를 계속 괴롭히는 인물이다. 그런데 강한 검사가 실명하자 용의자로 지목 받는다. 원한 관계를 생각하면 쉬운 접근법이다. 스타 검사의 실명은 언론에 보도되고, 댓글은 나쁜 말로 가득하다. 실명되기 전까지는 대권 후보자의 사위가 될 뻔했다. 이 실명이 그에게서 권력과 경제력을 빼앗아갔다. 남은 것은 몇 년 동안 그의 연인이었던 정유미 검사다. 소원을 조사하는 검사도 그녀다. 하지만 강한은 현장을 조사한 자료로 소원의 기소를 중지시킨다. 그리고 소원은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강한 검사의 24시간 활동보조인이 된다.

 

이렇게 이 둘은 콤비가 된다. 시각장애인 검사와 보조인이 함께 사건을 파헤친다. 하지만 실제 검사들의 일은 서류를 통해 이루어진다. 누군가 이 서류를 읽어주거나 텍스트로 변환해 읽어주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소원이 이 일을 대신한다. 그리고 젊은 남자 둘이 동거하면서 작은 일들이 일어난다. 티격태격하는 일은 당연히 벌어지고, 이 시간들이 쌓이면서 둘의 우정과 신뢰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검찰청에서 사건을 배당받아 하나씩 해결한다. 이 사건들은 모두 강한 검사와 연결되어 있다. 이 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강한은 자신의 자존심을 강하게 내세우기도 하지만 자신이 놓친 부분들을 하나씩 깨닫는다.

 

성공적인 길을 가던 검사가 실명을 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모습이나 다시 의욕을 불태우며 세상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나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어려움을 표시한 부분들은 개인적으로 많은 부분 공감했다. 현장이 아닌 사무실에서 서류로 일한다는 검사의 일상을 설명한 부분은 조금은 의외였다. 권력과 검사가 연결되는 장면을 간결하게 보여준 부분은 왜 우리나라 검사들이 검찰개혁을 반대하는지 잘 보여준다. 강한 검사가 식물인간이 된 엄마를 병원에 모시기 위해 병원과 다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예전의 권력이 아님을 말하는 부분을 볼 때 왠지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인지, 현실을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헷갈린다.

 

소설을 중반을 넘어가면서 머릿속에 범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개인적으로 그가 범인이 아니길 바란다. 강한 검사 테러가 처음이 아니듯이 마지막도 아니다. 범인은 테러를 저지르기 전에 1년 전에 듣고 보고 선고한 것들을 묻는다. 강한에게는 “1년 전 오늘, 넌 뭘 봤지?”란 질문이다. 강한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지온유 사건만은 소원의 기억들이 중간중간 끼어든다. 검사 출신인 작가가 자신의 경험담을 조금씩 이 소설에서 풀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부분도 바로 이런 부분들 때문이다. 아직 반 정도 남은 이야기지만 결말보다 과정들에 더 관심이 간다.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도 하지 않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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