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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카페 - 손님은 고양이입니다
다카하시 유타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을 다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낀 점은 긴 시리즈의 첫 권 같았다는 것이다. <커피 구로키>를 운영하기 위해 마시타 구루미가 인간으로 변신하는 고양이들과 만나는 과정들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구루미는 이름난 출판사 계약직으로 있다 해고된 후 6개월 이상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비오는 어느 날 강에 떠내려가던 검은 고양이를 구하고, 이 모습을 본 할머니의 도움으로 이 고풍스러운 카페의 존재를 알게 된다. 숙식이 가능한 점장을 구한다는 말에 혹했다. 외진 곳에 있어 손님도 별로 없는 카페지만 스마트폰 요금을 내지 못해 끊기고, 국민연금도 못 내고, 밥도 겨우 싼 먹거리로 때우고, 노숙자 신세가 될지도 모르는 그녀에게 딱 맞는 곳이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 일을 하려고 하는 순간부터 생긴다.
그녀가 일하고 싶은, 아니 생존을 위해 일해야 할 곳의 주인은 그 동네에서 상당한 부자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녀가 이 직장을 얻기 위해 갔을 때는 이미 검은 기모노를 입은 잘생긴 구로키 포라는 남자가 점장이 되어 있다. 그는 구루미에게 자신의 집사가 되어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구루미의 손과 구로키의 손등이 닿는 순간 구로키는 줄어들고 삼각형 모양의 쫑긋한 귀가 나온다. 순식간에 검은 고양이로 변한 것이다. 그녀가 강에서 구한 검은 고양이가 인간으로 변신한 것이다. 물론 처음에 이 상황을 마주했을 때 구루미는 기절한다. 다시 눈을 떴을 때도 이 상황은 비현실적이다. 가난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이 카페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녀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하나 있다. 그것은 고양이의 말을 알아듣는 것이다. 인간으로 변신한 고양이가 아니라 실제 고양이의 말을 들을 수 있다. 뭐 작가는 문장 마지막에 ‘냥’ 같은 단어를 붙여 고양이 언어라고 말하지만 말이다. 사람과 닿으면 다시 고양이가 되는 구로키와의 동거는 새로운 고양이 마게타의 등장으로 식구가 더 늘어난다. 마케타는 삼색 고양이고, 얼마 전까지 집사가 있었다. 그는 집사 주변에 있는 스토커 때문에 가출했다. 이 장면을 보고 드디어 구루미와 구로키가 해결사로 나서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내가 기대한 탐정 같은 활동은 없다. 이렇게 예상과 조금씩 빗나가는 상황이 전개된다.
그녀가 가진 능력 때문에 동네에 작은 소문이 나서 그녀에게 부탁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하지만 심각한 사건은 아니다. 소소한 일들이고, 새로운 고양이와 함께 사는 기회가 생길 뿐이다. 작가는 고양이들이 가진 능력을 일상에 적용해서 상황에 맞게 풀어내고, 이렇게 하지 못하는 그녀를 살짝 놀린다. 그녀가 만진 고양이가 다시 인간이 되어 나체로 선 모습을 자주 보여줘 19금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그녀가 고양이들과 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오해할 말들이 오고 가는데 인간의 상상력을 최대한 자극한다. 덕분에 읽는 나는 웃음을 터트렸지만 말이다. 그리고 인간과 접촉하면 고양이로 변하는 문제 때문에 칼로 공격하는 깡패들을 때리지 못하고 피하는 장면은 아주 코믹하다. 만화적 상상력으로 나도 모르게 연출한다.
가독성이 좋고 가볍게 읽을 수 있다. 노숙자가 될 수도 있는 무거운 현실에서 고양이들이 주 고객일 수도 있는 카페를 열어 유쾌한 상황으로 이어간다. 마지막으로 러시안 블루인 고양이까지 가세해 세 마리의 수컷 고양이가 구루미와 동거한다. 몸에 닿기 전에는 외설일 수 있지만 몸에 닿으면 예쁜 고양이들과 함께 자는 여자 모습이다. 뒤에 합류한 마케타와 유리의 사연은 이 소설에 나왔지만 구로키의 사연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아마 다음 편이 나온다면 이 사연도 나오지 않을까. 그나저나 제대로 된 손님들이 오지 않는 이 카페 과연 계속 유지는 될까? 고양이 카페로 변한 후 이야기도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