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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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한때 열심히 읽은 적이 있다. 그러다 어느 날 그녀의 소설 읽기를 멈추었다. 이 멈춤이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것이었다. 우선 순위가 다른 작가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지금도 가끔 그녀의 소설을 사고, 읽는다. 하지만 이전처럼 읽지는 않는다. 이렇게 적고 보니 예전에 아주 많이 읽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몇 권 되지 않는다. 연달아 몇 권의 소설을 찾아 읽던 시절 이야기다. 지금은 한 작가의 작품을 몇 권 연달아 읽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 같다. 얼마 전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를 한 권 읽으면서 이 시리즈 한 번 달려보자고 마음만 먹었던 적도 있다. 다른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서점 검색하니 에쿠니 가오리의 에세이가 몇 편 보인다. 이 책 이전에 한 권 정도 읽은 것 같다. 출간된 책에 비해 적게 읽은 것은 내 취향과 그때그때의 사정 때문이다. 최근에 소설가의 에세이에 대해 이전보다 관심을 많이 두고 있는데 이 책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조금 더 사실을 덧붙이면 유명 작가의 에세이 한정이다. 아직 이 속물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에세이들을 읽다 보면 나 자신이 얼마나 작가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작가에 대해 몰랐던 사실은 또 어떤가. 에세이의 매력은 바로 이런 부분에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어느 정도 그 부분을 채워주었다.


책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쓰기, 읽기, 그 주변 등이다. 쓰기에서 나의 관심을 끈 부분은 일기처럼 쓴 글들이다. 매일 두 시간의 목욕과 씨 없는 피오네 포도를 먹는 생활의 반복이 시선을 끌었다. ‘비밀’에 다루어지는 지우개 이야기는 한 편의 짧은 소설 같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책은 에세이와 단편 소설이 같이 실려 있다고 한다. 그 차이를 찾아내는 것도 한가하면 재밌는 일이 될 것 같다. 대부분의 에세이들이 어디에 연재된 것인지, 나오지만 출처 불명도 몇 편 있다. 이런 글은 어디서 찾은 것인지, 아니면 소설인지 살짝 궁금하다.


읽기에서 가장 많은 선입견과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대표적인 선입견은 책을 많이 읽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읽고 추천하는 책들을 보면서 놀랐다. 그녀의 추천을 보면서 인터넷 서점에 검색한 책들도 상당히 있다. 번역된 책도 있지만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들이 더 많은 것 같아 아쉽다. 이렇게 작가들의 추천 소설들이 항상 나의 독서 범위를 넓혀주지 않았던가. 물론 이렇게 해서 점점 더 많은 책을 사게 되고, 더 많이 쌓이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에쿠니 가오리가 번역도 한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한국의 많은 소설가들이 생계 때문에 번역가로 활동하는 것을 생각하면


개인적으로 먹는 것을 좋아하니 작가의 먹방은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사계절 꽃 이야기는 나와 조금 거리가 있다. 잠시 추억 속에 빠져들어 어릴 때 동네 풍경을 떠올린 순간도 있다. 성인이 된 그 동네에 가서 너무 작고 바뀐 모습에 얼마나 놀랐던가. 하지만 지금도 그 동네의 풍경은 머릿속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다. 아련한 추억이여! ‘메밀국숫집 기담’은 한 번 가서 배부르고 맛나게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많지 않은 분량이라 단숨에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취향에 맞지 않는 글과 문장도 있고, 너무 파편적이라 집중이 힘든 이야기도 있다. 결코 짧지 않는 기간의 글이다 보니 나중에 남편과 이혼한 이야기도 나온다. 취향과 상관없이 이래저래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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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부아르 오르부아르 3부작 1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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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르메트르는 나에게 스릴러 작가로 강하게 인식되어 있다. 그런데 그가 콩쿠르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솔직히 말해 ‘뭐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 장르문학도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하는 것일까 하고 생각했다. 반가운 마음에 구입해놓고 몇 년을 묵혀두다 이제야 읽었다. 뭐 그의 대표작인 ‘형사반장 베르호벤 3부작’도 다 읽지 않았는데 말이다. 베르호벤 3부작도 이제 마지막 한 권 <카미유>만 남았으니 올해 안에 읽을 예정이다. 나의 중구난방 독서를 떠올리면 자신할 수만은 없다. 여기에 이 <오르부아르>가 프랑스 현대사 100년을 다루는 소설 중 첫 권이라고 하니 다음 작품들도 읽어야 한다.


기존 소설과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보니 조금 취향을 탄다. 특히 가장 중요한 두 인물의 성격이나 행동 등이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종전을 며칠 앞둔 어느 날 프랑스 정찰병이 죽은 이유를 발견한 후 포탄 구덩이에 파묻힌 알베르와 우연히 그곳에 묻힌 알베르를 구하다 포탄 파편에 얼굴 반쪽을 잃은 에두아르가 대표적이다. 특히 알베르의 우유부단하고 소심하고 겁 많은 성격은 읽는 내내 답답함을 느꼈다. 모르핀 중독에 빠져 방에만 머물고 생기를 잃고 얼굴 복원마저 거부한 에두아르는 ‘왜?’라는 의문과 함께 쉽게 공감할 수 없었다. 오히려 마지막 전투를 촉발하고 돈을 위해 어떤 짓이나 하는 프라델 중위가 더 공감하기 쉽다.


소설의 앞부분은 전쟁 마지막에 벌어질 수 있는 사건과 참혹한 장면을 보여준다. 그냥 종전 합의를 기다리면 되는데 지휘관들의 욕심은 병사들의 피를 요구한다. 이 피는 자신들의 영광이 되기 때문이다. 포탄 구덩이에 생매장될 뻔한 알베르가 말 머리 속 작은 공기와 에두아르의 도움 덕분에 생명을 구하는 장면은 급박함보다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이 둘은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는다. 알베르는 늑골이 부러졌지만 다른 큰 문제가 없는 반면 에두아르는 아주 큰 부상을 당했다. 마약만이 그의 고통을 잠시 잘 재울 수 있다. 상처 부위에서 풍기는 악취도 대단하다. 정석대로라면 후방 병원으로 후송된 후 가족의 품으로 가야겠지만 에두아르는 아버지에게 돌아가고 싶지 않다. 겁쟁이 같은 알베르가 신분을 위조한다.


전쟁이 끝난 1년 뒤 프라델 중위는 에두아르의 누나를 만나 결혼한 후 승승장구한다. 그 이전에 전쟁 물품을 팔아 사업의 기본 자금을 마련했다. 그의 주변에는 권력자의 자식들이 머물러 있다. 이들이 그의 사업에 좋은 배경이 된다. 그는 전쟁 당시 마구 파묻힌 병사들을 파내어 제대로 매장하는 사업에 뛰어든다. 사업을 따내면 큰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욕심은 정상적인 사업 진행이 아니다. 제대로 된 관을 사지 않고 크기를 줄여 비용을 줄이고, 프랑스어를 모르는 외국인을 싸게 고용해 대충 일을 처리한다. 이들은 신원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들키지만 않으면, 들켜도 보고서가 올라가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예상하지도 못한 한 공무원이 이 사업의 문제점을 파헤쳐 보고한다.


승승장구하는 프라델 중위와 달리 알베르는 전후 불경기에 직장에서 해고되고 샌드위치맨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한다. 그의 곁에는 에두아르까지 있다. 그를 위해 모르핀을 사야한다. 이 소심한 인물이 어쩔 수 없이 폭력을 행사해 대량의 모르핀을 훔친다. 에두아르는 현실에 돌아올 마음이 없다, 그러다 한 가지 엄청난 사기극을 생각해낸다. 이 사기극의 문제점을 회계사인 알베르가 지적한다. 이때 에두아르의 누나 마들렌이 그를 집으로 초대하다. 에두아르의 아버지 페리쿠르 씨가 아들의 상실에서 느낀 감정을 알베르를 통해 조금이나마 채우고 싶기 때문이다. 나중에 페리쿠르 씨의 은행에서 일하게 되고, 마들렌이 프라델 중위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에두아르가 계획한 사기극은 전사자 추모를 이용한 것이다. 유가족과 지역 단체 등에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팜플렛을 보내고 선금을 받는 사기다. 돈은 받지만 물건 제작은 없다. 예정된 날까지 돈을 받은 다음 외국으로 도망치는 계획이다. 목표액은 100만 프랑이다. 그런데 이 사기를 위해서는 팜플렛 제작 등을 위해 어느 정도 돈이 필요하다. 페리쿠르 씨 은행에 취직해 돈을 조금씩 모은다. 돌려막기 방식이다. 팜플렛에 들어갈 그림은 에두아르의 작품만으로 충분하다. 그의 특이하고 탁월한 그림은 나중에 그의 아버지가 기획한 전승기념탑에도 채택된다.


에두아르가 정신을 차리는데 도움을 준 인물은 주인집 딸 루이즈다. 이 소녀와 어울리면서 그는 마스크를 만들어 쓰고 활기를 뛴다. 에두아르가 이 대단한 사기극을 기획하게 된 시기도 이때다. 처음에 에두아르와 알베르는 이 사기극을 두고 갈등하고 대립했다. 소심하고 겁 많은 알베르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에두아르가 만든 말머리 마스크는 알베르에게 편안함과 용기를 준다. 표지에 나오는 말머리 마스크의 의미를 알게 되는 순간이다. 과연 이 사기극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프라델 대위의 불법 행위와 비교하는 재미가 솔솔하다.


또 하나 읽으면서 사회에 나온 프라델 대위와 알베르가 어떻게 만날까 하는 부분이 나의 시선을 끌었다. 알베르는 그날 이후 프라델 대위만 만나면 오줌을 지리고 더욱 움츠린다. 이 프라델은 엄청난 바람둥이이기도 하다. 마들렌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프라델이 정부를 속인 것처럼 그의 작업부들도 그를 속였다는 사실이다. 그의 파멸을 막아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장인 페리쿠르 씨인데 그는 결혼 당시 이미 혼전계약서로 사위와 딸 사이에 거리감을 두었다. 마들렌도 임신한 후 그에게 관심이 없다. 이런 인물들이 전후 혼잡하게 엮이고 꼬인다. 후회와 두려움과 대책 없는 자신감 등이 역사적 사실과 허구와 뒤섞여 한 편의 멋진 소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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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외 서커스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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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읽은 <분리된 기억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소설이다. 호러, 액션, 스릴러가 뒤섞여 정신없이 빨려 들어가게 만든다. 앞의 작품과 공통점이라면 아마 뛰어난 가독성과 예상하지 못한 반전 정도랄까! ‘피와 살점이 흩뿌려지는 서바이벌 쇼’라는 광고 문구가 있는데 그 말대로다. 처음 도입부를 읽을 때는 서커스 단원과 관객이 밀월을 즐기려는 것 같은데 금방 분위기가 바뀐다. 여자는 남자를 잡아먹으려는 흡혈귀고, 남자는 흡혈귀를 잡는 부대의 대장이다. 이 결투는 철저히 준비된 인간의 승리로 끝난다. 달아난 흡혈귀는 다른 흡혈귀 무리에게 대 흡혈귀 부대가 서커스단으로 위장했다고 전달한다. 흡혈귀들이 이제 서커스단을 공격하려고 한다.


하룻밤에 일어난 사건이다. 당연히 피드백을 통해 과거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소설 속 흡혈귀들은 아주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박쥐나 늑대 등으로 변신하는 것 외에도 아주 빠른 재생 능력을 보여준다. 팔이 잘리고, 상하체가 분리되어도 죽지 않는다. 이들을 죽일 방법은 딱 두 가지다. 하나는 심장을 파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목을 자르는 것이다. 아! 하나 더 있다. 뇌를 파괴하는 것이다. 컨소시엄의 특수부대원들이 총으로 흡혈귀를 죽이기 힘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의 동체시력을 넘어서는 움직임을 가진 흡혈귀의 심장이나 머리를 노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어려운 일을 인크레더블 서커스 단원들이 해낸다.


서커스 단원들이 이 흡혈귀들을 죽일 수 있었던 이유가 몇 가지 있다. 하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첫 째는 방심이다. 작가는 월등히 우월한 능력을 가진 흡혈귀들이 인간을 바퀴벌레 취급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안이한 대처방법을 드러낸다. 두 번째는 서커스 특유의 기술과 트릭이다. 방심한 흡혈귀를 자신들의 공간 속으로 데리고 와 힘겹게 싸운다. 처음부터 성공적인 공격이 아니다. 이것이 방심을 더 불러온다. 죽음을 각오한 기술이 허점을 파고든다. 물론 이 일격이 성공하지 못하고 사람을 바로 죽이면 끝이다. 하지만 흡혈귀는 너무 강력해 또 방심하고 만다. 마지막은 흡혈귀의 약점에 대한 정보다. 이 약점은 상대적으로 덜 힘들게 흡혈귀를 죽일 수 있게 만든다.


경영 악화로 기존의 서커스 단원들이 떠난 인크레더블 서커스단이 배경이다. 흡혈귀들의 오해로 이 서커스단을 공격한다. 이 서커스 단원들은 단장 포함 열 명이 전부다. 마술사와 그 조수, 공중그네 커플, 오토바이 곡예사, 아크로바틱 전문가들, 활쏘기 명인, 맹수 사육사, 피에로인 단장 등이다. 이 열 명의 단원들이 흡혈귀들과 정말 피 튀기는 싸움을 한다. 팔이 잘리고, 죽기도 하는 엄청난 싸움이다. 이런 이야기 중간에 마술사 란도의 이야기가 나온다. 단원들은 그를 랜드라고 부르는데 이 이름이 흡혈귀의 오해를 산다. 랜드는 흡혈귀 사냥꾼 랜돌프의 애칭이기 때문이다. 란도의 마술 이야기가 왜 나올까 의문이 들었는데 마지막에 이르면 이해하게 된다. 마술 도구가 좋은 반격의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속도감, 액션, 잔혹한 장면, 반격 등이 어우러져 있다. 군더더기 없는 호러 액션물이다. 영화 <이블 데드> 시리즈가 갑자기 떠오른다. 물론 이 영화 속 괴물들보다 이 흡혈귀들이 훨씬 강력하다. 잔혹한 장면에 대한 묘사는 거침없고, 끔찍하고 역겹고 처절한 장면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예측하기 어려운 능력을 보여주는 배낭 여행객 노인도 등장한다. 이 노인의 정체가 궁금하다. 그러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 하나를 만난다. 앞에 깔아둔 설정이 지뢰처럼 툭 뛰어오른다. 철저하게 재미를 추구하는 진행이다. 이런 묘사나 진행을 싫어하는 독자라면 반대이겠지만 피 튀기는 무협이나 판타지를 많이 읽은 나에겐 그렇게 큰 거부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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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외전 - 다시 검찰의 시간이 온다
강희철 지음 / 평사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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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례신문 온라인판에 연재되었던 강희철의 법조외전 중 검찰 관련 31편을 뽑아 새롭게 엮은 책이다. 이 책을 선택하고, 읽으면서 김웅의 <검사외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제목은 베스트셀러인 <검사외전>을 따라한 듯한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잘 모르는 독자라면 두 책을 헷갈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검사외전>이 검사가 쓴 검사 업무 경험이라면 이 책은 기자가 본 검찰 기록이다. 재미란 측면만 놓고 보면 <검사외전>의 압승이다. 여기에는 기사란 한계가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물론 김웅의 글 솜씨를 빼고 말할 수는 없다.


좀 아는 기자가 쓴 꽤 하는 검사들의 속살 들추기, 확 잡고 싶은 권력자들의 겉말 뒤집기란 문구는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실패하고 있다는 말은 누구나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 작년 조국 사태에서 우리가 본 검찰의 모습은 상상 이상이었다. 강희철 기자는 자산의 경력과 인맥을 통해 이 문제의 다른 면을 파헤친다. 기자에게 중요한 것은 법과 절차 등의 문제인데 어느 정도 동의한다. 하지만 언제나 이 법과 절차 등이 약자들에게 적용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면 쉽게 공감하기 어렵다. 이런 법을 고치려고 하면 반발하는 세력에 대한 언급이 부족하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내가 이 부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이야기 중 나에게 크게 와 닿는 부분은 세 곳이다. 검경수사권 조정, 공수처, 검찰 인사 등이다. 검찰 인사 부분에 대해 그가 인용하는 전직 검사 출신들의 이야기는 결국 그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눈여겨 볼 부분도 많지만 점점 더 강력해지는 검찰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수 없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있었다고 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란 인상을 받았다. 민정수석 시절 조국의 잘못된 인사나 권력 행사 부분도 보기에 따라서는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부분은 검사동일체란 현실 속에서 과연 가능한 것일지 궁금하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가장 큰 반대한 인물 중 한 명이 <검사외전>의 저자 김웅 검사다. 이제는 야당 국회의원이 되었다. 경찰이 더 큰 조직이고, 아주 많은 수사 문제가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경찰의 수사과 검찰로 가서 뒤집어 지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도 않다. 그럼 그 반대는 어떤가? 검찰과 경찰이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맞출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 둘은 어떻게 해서라도 더 많은 권한을 가지려고 한다. 이 문제는 더 많은 보완책이 분명 필요하다. 그리고 검찰이 기소를 독점하고 있는 현실에서 생기는 문제는 이 책에서 다루지 않고 있다. 김학의 출국금지의 법적 문제만 이야기하지 그가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는 부분은 넘어간다. 다른 기사에서 말했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공수처는 기자의 우려대로 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다. 하지만 고위공직자 중 특히 법원과 검찰의 비리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생각하면 필요한 조직이다. 공수처가 대통령의 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이 말에는 동의한다. 여전히 검찰의 힘이 강력하다는 부분도 안다. 법과 정의를 외치지만 현실은 어떤가. 어느 순간 공수처가 국민의 바람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순간들이 분명히 생길 것이다. 그렇다고 검찰만 기소하면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제 식구 감싸기가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전관예우 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기사 모음이란 한계가 존재하는데 기자가 일괄적으로 자신의 경험과 인터뷰 등으로 정리해 책을 내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이슈를 따라가는 기사와 분량의 한계가 느껴져서 그렇다.


나의 생각과 다르고, 내가 몰랐던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원칙에 대한 그의 의견에 동의한다. 나 자신도 원칙을 좋아한다. 하지만 세상은 원칙에 집착하면서 생기는 문제가 더 많다. 법에 유연성을 가지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이 유연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남용의 문제는 남는다. 기사를 몇 시간 씩 읽는 것은 사실 나에겐 고역이었다. 검찰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너무 적기에 더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검찰 개혁의 꼬인 부분도 조금은 알겠다. 기자가 제기하는 논란이 될 만한 사안들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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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자들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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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김언수란 이름보다 김연수란 이름이 나에게 더 익숙하다.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캐비닛>을 재밌게 읽었지만 이후 출간된 작품이 많지 않으면서 잠시 잊고 있었다. 이후 나온 두 권의 소설들이 장르 마니아 사이에 좋은 평을 얻으면서 이 이름에 점점 익숙해졌다. <캐비닛>2006, <설계자들>2010년 출간된 것을 생각하면 다작의 작가는 분명 아니다. 인터넷서점에서 검색하면 몇 권 더 나오지만 단편으로 참가한 것들이다.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뜨거운 피>에 더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와 비슷한 작품들이 김언수 작가만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도 생겼다.

 

설계자. 언제부터인가 이 단어에 익숙해졌다. 이 작품 이전인지 이후인지 잘 모르겠다. 그것과 별개로 이 소설은 우리가 보고 알고 있는 세계의 이면을 다룬다. 믿거나 말거나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어느 정도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는 설정이다. 음모론을 좋아한다면 더 좋아할 이야기다. 읽으면서 문체와 캐릭터 등에 강하게 끌렸다. 래생부터 털보, 한자, 이발사 등 아주 매력적인 인물들이 나온다. 설계자, 암살자, 그림자, 푸주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 이면 세계 속에서 암약하고 있다. 일반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는 세계다. 하지만 이들의 뿌리는 우리가 알고 있고 살고 있는 세계다.

 

주인공 래생은 수도원 쓰레기통에 버려진 아이였다. 도서관 너구리 영감이 데리고 와서 키웠는데 혼자 글자를 깨우쳤다. 이 부분은 영감이 바란 것은 아니다. 이후 영감의 암살자로 자랐다. 도입부의 암살도 의뢰에 의한 것이다. 굉장히 낭만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암살은 현실이다. 시체 처리를 애완동물 화장장을 이용한다. 이곳의 주인은 털보다. 이 털보의 화장장은 설계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시체들이 최종적으로 오는 곳이다. 아주 뛰어난 암살자였다가 살인에 반발한 추도 결국 이곳에 오고 말았다. 공식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시체들을 처리하는 곳이다. 이곳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곳이다.

 

한 암살자의 삶을 보여주면서 그 뒤에 앉은 사람들을 쫓는다. 하지만 그 뒤에는 또 다른 누군가가 있다. 분명 최종 보스가 있을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설계자들은 살인 등을 아주 정밀하게 설계한다. 살인 지시도 분명하다. 추가 살려 보낸 여자를 찾아내 죽일 때도 살인 방식을 알려준다. 암살자는 이들의 도구다. 그런데 이 암살자들의 삶이 아주 짧다. 음모론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모론의 대상인 JFK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JFK를 죽인 암살자를 죽이면서 꼬리를 자른다. 필요하면 그 암살자도 죽이면 된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의문의 죽음들에 대해 의심을 눈길을 거둘 수 없게 된다.

 

미숙한 래생이 실수했을 때 잠시 현장을 떠난다. 그때 공장에서 일하는데 그 모습은 과거 남녀 공장 노동자들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와 닮았다. 실수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 래생 앞에는 두 개의 길이 놓인다. 그의 선택은 평범함보다 익숙한 과거의 삶이다. 이후 그는 개들의 도서관에 머물고 너구리 영감의 설계에 따라 암살자로 살아간다. 이런 평범한(?) 일상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그의 집 화장실에 놓인 작은 폭탄에서부터다. 죽음의 공포가 그를 덮친다. 그의 유일한 친구에게 부탁해 이 폭탄 제조자를 찾아달라고 요청한다. 누굴까? 그리고 왜? 쉽게 생각하면 도서관을 없애고 싶어하는 한자일 것 같지만 그는 래생이 자기와 일하길 바란다.

 

한자도 도서관에서 자랐지만 독립해 점점 자신의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보안회사 등으로 위장된 그의 사무실은 강남 요지에 위치해 있다. 시대의 변화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푸주가 보여주는 거친 사업과 달리 이 설계자들은 조금 더 세련되어 있다. 하지만 하는 일은 암살이란 점에서 같다. 이 소설에서 대선은 아주 중요한 행사다. 쉽게 설계자들이 움직이지 않는 시기다. 권력자들 눈밖에 나면 공권이 개입해 사업이 엉망진창이 된다. 그래도 몰래 자신이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한 어두운 작업은 계속된다. 래생의 유일한 친구가 죽은 것도 바로 이 연장선이다. 암살자에게 복수는 아주 낭만적인 단어이지만 래생은 몰래 그것을 바란다.

 

이야기는 현재에서 과거로, 설계자들의 역사와 암살자들의 관계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시대의 변화가 요구하는 바를 따라가지 않으면 도태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인물들이 너구리 영감과 한자다. 이 설계자들의 세계를 깨트리고 싶은 사람도 있다. 가장 뒤에 누가 앉아 있는지 모른다면 이 세계 자체를 깨트리면 되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설계자들의 장부가 대중에게 알려지면 이 판이 깨어질 것이란 생각이다.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고, 의심스럽게 눈여겨 본 인물이 여기에 가세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암울한 느와르의 마무리와 닮았다. 개정판에서 보강된 결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언제 한 번 확인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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