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더트
제닌 커민스 지음, 노진선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중남미 마약 카르텔 이야기는 이미 많은 소설 등에서 만났다. 대부분의 소설들이 이 카르텔이 저지르는 만행과 그 피해에 초점을 맞추었다. 아니면 이 카르텔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이 카르텔을 부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는지 등을 다룬다. 그런데 이 소설은 카르텔에 일가족 모두가 죽은 후 살아남은 모자를 내세워 이들의 처절한 탈출기를 그려내고 있다. 단순히 이들만이 아니라 이 모자가 달아나는 과정에서 만난 다른 나라의 난민 등을 같이 엮어 이것이 결코 한 개인이나 가족 혹은 국가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여기에 미국이 세운 거대한 장벽과 정책 변화가 난민에게 끼친 영향도 같이 보여준다.


총알이 창문으로 날아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화장실에는 루카 혼자 있었다. 엄마가 들어와 커튼 뒤에 같이 숨는다. 살인자들이 일가족을 몰살시킨 후 살아남은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다. 운 좋게 이 모자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이 운은 밖에 나와 열여섯 명의 시체를 발견하는 순간 바뀐다. 대녀의 성인식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던 사람들 모두가 죽었다. 경찰에 신고한다. 하지만 경찰도 믿을 수 없다. 30% 정도의 경찰 등이 카르텔로부터 돈을 받는다. 이들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문자로 이미 보냈다. 엄마 리디아는 아들 루카와 살아남기 위해 도망친다. 현찰을 최대한 모은 후 호텔에 가서 현찰을 지급한다. 그런데 현찰 지급 사실을 수상하게 여긴 직원이 카르텔에 이 정보를 알린다. 카르텔로부터 편지 한 통이 전해진다. 달아나야 한다. 아카풀코를 먼저 떠난 후 멕시코를 벗어나 미국으로 넘어가야 한다.


호텔에서부터 카르텔에 대한 두려움을 품은 그녀에게 최대의 장애는 멕시코시티까지 가는 것이다. 버스를 타고 가면 되지만 곳곳에 카르텔이 만든 검문소가 있다. 이 검문소를 피하기 위해 남편의 친구 부부에게 부탁한다. 미국에서 온 아이들이 멕시코 시티로 돌아갈 때 같이 타고 가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이 일의 위험성 때문에 그 아내가 거부한다. 그녀가 왜 거절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그들이 버스를 타고 검문소를 지나갈 때 분명하게 드러난다. 오래 전 군부대 근처를 지나갈 때 검문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차가 지나갈 때 돈을 찔러줘야 하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죽을지도 모른다. 살벌하다.


공항에 도착했지만 비행기를 탈 수가 없다. 아이의 신분증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이라면 공항에서 가족관계증명서를 바로 뗄 수 있지만 리디아가 그 서류를 떼려면 태어난 주도로 가야한다. 그것은 바로 죽음을 의미한다. 카르텔은 지역을 넘어가는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검색한다. 방법은 걷거나 다른 중남미 난민처럼 기차에 올라타 국경 지역으로 가야한다. 물론 이 기차는 돈을 내고 타는 안락한 기차가 아니다. 화물 열차다. 이 열차의 이름은 라 베스티아다. 짐승이란 의미다. 달리는 기차에 올라타야 한다. 요령도 용기도 필요하지만 실패하면 기차 바퀴에 죽는다. 이런저런 이유로 고국을 떠난 수많은 사람들이 이 위험을 감수한 채 기차에 매달린다. 소설 속에서 이런 비극이 가끔 나온다. 살기 위해 떠났지만 살아남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모자에게 하나의 전환이 생기는 순간이 있다. 솔레다드 자매를 만났을 때다. 너무나도 예쁜 솔레다드, 그 미모 때문에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평화 시기에 미모는 화려하게 꽃을 피울 수 있지만 이런 환란기에는 오히려 독이 된다. 착한 남자들의 선의는 그들을 살아가게 하지만 나쁜 놈들의 마수에는 너무나도 무력하다. 리디아 모자와 함께 고가에서 지나가는 기차 위로 뛰어내리면서 이들은 하나로 묶인다. 리디아의 비극처럼 이 자매 또한 가족의 비극을 안고 있다. 이들이 국경지대로 가는 도중에 만나는 수많은 위기의 순간과 실제 위험은 보는 내내 치가 떨린다. 학살을 피해 달아났지만 그 과정에 만나야 하는 위험이 너무 많다. 리디아는 카르텔의 눈도 피해야 한다.


비극의 시작은 남편이 쓴 기사 때문이지만 그 이전에 그녀가 친구로 사귄 카르텔의 두목 하비에르와 이어진다. 작은 방심이, 자신이 안다고 착각한 일이 연쇄적으로 비극을 불러왔다. 두려움에 떨면서 달아나는 그녀에게 위기의 순간은 계속 찾아온다. 아들 루카가 없었다면 포기했을지 모른다. 가져온 돈이 없거나 위험에 처한 그녀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그들의 여정은 더욱 더 힘들었을 것이다. 난민들이 기차를 탈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들이나 음식을 제공하는 사람들이나 그들이 쉴 곳을 제공하는 모습은 멕시코의 암울한 현실과 너무나도 대비되는 장면이다. 이런 사람들과 달리 난민들을 사로잡아 돈을 벌고 강간하고 사냥하는 사람들도 나온다. 현실은 이렇게 다른 사람들로 가득하다. 재미있고 묵직하고 잔인하면서 진한 감동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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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일기 - 세상 끝 서점을 비추는 365가지 그림자
숀 비텔 지음, 김마림 옮김 / 여름언덕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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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집 앞에 작은 헌책방이 있었다. 주말이면 그곳에 가서 살 책이 있는지 훑어봤다. 친구집에 놀러가면 그 동네 헌책방을 기웃거렸다. 청계천 헌책방도 자주 돌아다녔다. 아마 서점들만큼 자주 가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때 친구 등을 만날 때면 약속 장소로 대부분 서점을 선택했다. 늦어도 책을 보면서 기다리면 덜 지루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런 헌책방이나 서점들이 사라지고 있다. 내가 이사하기 전, 그 후에도 자주 이용했던 헌책방은 문을 닫은 지 오래고, 인터넷 서점의 헌책방도 문을 닫는 경우가 생긴다. 쌓인 책더미 속에서, 혹은 새롭게 묶인 책들 속에서 바라던 책을 찾아 읽던 그 시절은 사라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당시 기억들을 많이 떠올렸다.


제목 그대로 일기 형식이다. 2월 5일에 시작해서 다음 해 2월 4일까지 정확하게 1년의 기록을 담고 있다. 매일의 일상이지만 그 일상 속 작은 변화들이 추억과 엮이면서 나를 즐겁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이 서점이 얼마나 큰지도, 헌책방이란 사실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각각의 월이 시작할 때면 조지 오웰의 <서점의 추억들> 중 일부를 인용하면서 시작한다. 자신의 감상을 어느 정도 풀어낸 후 매일 매일의 이야기를 적는다. 매일의 기록에 꼭 들어가는 것은 인터넷 서점의 주문 권수와 찾은 권수, 서점 하루 매상과 구매 고객의 숫자다. 단순히 판매금액만 보면 어떻게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헌책방을 유지할 수 있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물론 이 매출에는 인터넷을 통해 판 것 등은 빠져 있다.


세계지리에 무지한 내가 스코를랜드 한구석의 위그타운을 알 리가 없다. 이곳에 자리잡은 중고 서점 더 북숍은 상당히 유명한 서점이다. 물론 한국에 살고 있는 내가 알지는 못하지만. 공식 북타운으로 지정되었다고 하는데 이때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것은 청계천 헌책방과 소문으로만 들은 부산 보수동 헌책방 골목이다. 하지만 단순히 규모만 놓고 본다면 더 북숍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보통의 한칸짜리 책방과 달리 건물 하나가 헌책방이다. 장서의 규모나 종류도 어마어마하다. 16세가 가죽 제본 성경부터 최근 서적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읽다보면 없지 않을까 의심하면서 물었는데 있다는 대답을 받는 경우가 대분이다. 재미있는 것은 묻고 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일기를 재밌게 만드는 것은 저자의 필력이 가장 큰 이유이겠지만 매력적인 인물들이 계속 등장한다는 것과 내가 잘 모르는 책들 이야기가 끊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금요일에 출근하는 니키를 보면서 왜 자르지 않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다 읽은 지금은 그녀만의 매력에 살짝 빠졌다. 그리고 곳곳에 블랙유머가 넘쳐나는데 안타까운 것은 이것이 죽음과 관련된 에피소드일 때 더 부각된다 점이다. 이 에피소드에 니키의 답변이 순간 나를 멍하게 했다. 물론 다른 재미난 이야기들이 있다. 청각장애자가 자는데 진공청소기를 돌리는 이야기가 바로 떠오른다. 이 청각장애인 작가를 등장했을 때 하나의 질문으로 다시 음담패설로 넘어갔다는 대목도.


어릴 때 꿈 중에 하나는 만화방 주인이었다. 그런데 만화방이 사라졌다. 도서대여점이라도 해야지 생각했는데 역시 사라졌다. 북카페나 만화 카페 같은 것도 있지만 예전의 꿈은 이미 희미해졌다. 이 책에서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서점의 몰락이다. 책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 싸게 책을 살 수 있는 인터넷서점이 편하고 좋지만 기존 서점들에게 이것은 재앙이다. 내가 아마존에 들어가서 본 수많은 헌책들이 어떻게 공급되는지 이 책을 읽고 어느 정도 이해되었다. 헌책방도 최근 인터넷서점 헌책방에 밀리고 있지 않은가. 수많은 헌책방들이 인터넷서점 중고책방에 가입해서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현실을 적나라하게 엿보게 한다. 2만권의 장서를 매각하려는 책방 주인에게 그가 5천 파운드 정도를 말할 때 이미 가격은 25% 수준에 불과하다.


읽다 보면 내가 헌책방에서 한 행동들이 자주 보인다. 책값이 얼마인지 물어보고, 생각보다 비싸 깎아달라고 하거나 포기했던 일이나, 살 책이 없어 뒤적이다가 그냥 나온 것 등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헌책방에서 앉아 책을 오랫동안 읽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그렇게 앉아서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 헌책방을 보지 못했다. 인터넷서점 헌책방은 제외하고. 책을 팔려고 하면 그는 차를 몰고 달려간다. 그 중에서 살만한 책이 있으면 수표를 쓴다. 권수가 많은 것보다 보존과 팔만한 책인지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산 책들을 빠르게 팔아서 산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무더기 더미에서 생각하지 못한 초판본이나 사인본이 나오지만 내가 놀랄 정도의 가격은 아니다.


늘 헌책에 대한 정보를 사후에 알게 되면서 놀라는 경우가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책이 엄청난 가격으로 거래된다는 점이다. 한때 북테크란 말이 나돌기도 했다. 희귀 고서 사인본이 엄청나게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도 이전에 책으로 읽은 적이 있지만 이 서점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그런 책이 나왔을 때 그는 사지 않고 경매에 넘긴다. 그가 아마존 킨들에 대한 적개감을 표출한 것이 킨들을 총으로 쏜 것이다. 이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 모양이다. 가끔 많은 책들 때문에 전자책으로 완전히 갈아탈까 고민한 나에게는 섬뜩한 장면이다. 흥미로운 이야기 중 하나는 철도 덕후들처럼 특정 분야의 책들이 비싸게 잘 팔린다는 것이다. 초판본도 해리포터처럼 많이 나온 것은 가치가 없다는 부분에 동의한다. 뭐 수백 년 뒤는 다르겠지만. 이 책은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최적화되어 있다. 혹시 스코틀랜드에 여행을 가게 되면 이 서점에 가서 한국 책 있냐고 묻고 싶다. 사는 것은? 글쎄 적당한 가격과 원하는 책이 있다면 살 것이다. 아니면 이 서점에 온 다른 관광객과 비슷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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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고양이 칭화
바오둥니 지음, 황지에 그림, 웃는땅콩 옮김 / 엔씨소프트(Ncsoft)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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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둥니란 아동문학 작가는 낯설다. 아동문학에 큰 관심이 없으니 아주 유명한 몇 명을 제외하면 거의 모른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흔히 만나기 힘든 중국 아동문학 작가다. 이력을 보니 화려한 경력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 동화책에서 글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림을 그린 황지에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 이 책을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그림체가 중국풍이란 생각을 했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재밌는 것은 번역을 한 웃는땅콩이다. 엔씨소프트의 어린이집 이름이 웃는땅콩이다. 인터넷 검색하면 웃는땅콩이란 책도 나온 것 같다. 엔씨소프트가 출간하고 자신들의 어린이집 권장도서라고 광고하는 부분은 그렇게 보기 좋지만은 않다.


최근 내가 동화를 읽어주는 것은 아이가 잘 때나 TV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 몸부림 칠 때다. 내가 궁금해서 선택한 책을 읽어주면 한 번은 재밌게 듣지만 두 번째는 거부한다.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도 억지로 두 번 읽어줬는데 다시 읽자고 하니 싫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공룡이나 강아지를 둘러싼 해프닝을 다룬 책은 다시 읽어달라고 한다. 이 책을 선택한 것도 아이에게 읽어주기 위해서인데 한 번은 재밌게 들었다. 한 번 더 읽자고 하니 싫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동화 속 내용 하나를 엄마에게 재밌게 말한다. 이 동화의 하이라이트가 아주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칭화는 도자기로 만든 고양이다. 4월의 어느 날 칭화가 봄바람에게 말을 걸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바람과 꽃에 대한 것인데 유채꽃도 봄바람이 불어서 핀 것인지 묻는다. 이때 나타난 것이 꼬마 얼룩 고양이다. 꼬마 얼룩 고양이는 도자기 고양이 칭화를 보고 “너처럼 움직이지 않는 고양이는 본 적이 없어.”라고 말한다. 도공들이 청화백자로 구운 고양이가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만남을 통해 칭화와 꼬마 얼룩 고양이는 유채꽃 가득한 꽃밭을 보기위해 함께 모험을 떠난다. 그런데 칭화와 얼룩 고양이는 칭화가 진짜 고양이가 되는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이 부분을 보면서 ‘왜?’라는 의문 부호가 달렸다. 이미 고양이와 함께 움직이고 있는데 그처럼 변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다.


얼룩 고양이가 칭화를 데리고 간 곳은 바로 도자기를 굽는 할아버지의 공방이다. 얼룩 고양이는 몇 번이나 할아버지에게 칭화를 ‘진짜 고양이’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다. 할아버지는 얼룩 고양이의 말을 듣지 못한다. 일하느라고 바쁘기도 하고, 고양이 말을 듣지도 못할 것이다. 이 부분에서 그림작가의 아름답고 화려한 그림이 빛을 발한다. 표지의 그림도 이때 나온다. 고양이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 도자기가 진열되어 있는 곳이 나타난다. 뭐 대부분은 고양이 도자기이지만. 그 도자기 고양이 중 한 마리는 일본풍이다. 그리고 도방 그림을 통해 어떻게 칭화 같은 도자기 고양이가 탄생하는지 그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읽을 때 이 부분을 아이에게 알려주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 동화의 하이라이트는 예상밖의 전개다. 아주 인상적이다. 논리와 이성으로 풀면 말도 되지 않는 내용이지만 멋진 장면이다. 사실 이 하이라이트를 제외하면 아이가 좋아할 장면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 예쁜 스티커가 같이 왔는데 이 스티커를 가지고 엄마와도 한 번 읽어라고 살짝 유혹해봐야겠다. 스티커만 들고 가서 이리저리 붙일 가능성이 더 많지만 그래도 다른 관심거리를 말한다면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화려하고 푸르고 밝은 그림이라 그림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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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전쟁 - 모든 것을 파멸시킨 2차 세계대전 최대의 전투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오키 다케시 지음, 박삼헌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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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이와나미 시리즈 59번째 출간작이다. 한국에서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라는 출판사가 이 시리즈를 꾸준히 내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일본 출판사들을 잘 모르지만 이와나미문고라는 이름은 여러 번 다른 책에서 본 적이 있다. 내가 이 책에 끌린 이유 중 하나도 이와나미문고란 이름 때문이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2차 대전 당시 왜 독일이 소련을 침공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전의 침공들처럼 독일이 패배하게 되었는지 하는 부분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모두 읽은 지금 그 의문의 상당 부분이 해소되었고, 독소전쟁의 내용을 새롭게 업그레이드했다.


독소전쟁의 시작은 1941년 6월 22일이다. 나치 독일과 동맹국 군대가 소련을 침공했다. 이 이전에 스탈린에게 독일의 침공 정보가 도착했지만 그는 이 사실을 무시했다. 영국의 허위 정보란 잘못된 믿음이 큰 역할을 했다. 초반 독일의 전격전은 이전부터 알고 있던 그대로였다. 독일이 강한 것도 있었지만 소련의 문제가 더 큰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가장 큰 이유로 스탈린의 숙청으로 군 고위 장교들이 사라지면서 전력이 많이 약화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부분 중 하나가 장교의 존재다. 소련이 초반에 고생한 것이나 진격한 독일군이 중간급 장교들의 죽음으로 지휘 등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가끔 멍청한 장교들이 사병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지만 훈련받은 장교의 중요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강해진다.


경이적인 초반의 진격도 소련군의 반격과 길어진 병참과 러시아의 자연 환경 등으로 점점 그 위력이 감퇴한다. 통계자료를 보면 엄청난 숫자의 소련군 포로를 가지고 있지만 사망자의 숫자도 그에 못지않다. 군단이 패배한 상태에서 각 생존자들은 유격전으로 독일군과 싸운다. 이때 장교들 상당수가 죽는다. 또 하나 더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러시아의 날씨다. 추위가 문제가 된 것은 41년의 겨울이 아니다. 전쟁이 고착되고, 병참에 문제가 생기면서 일어난 일이다. 병참의 문제는 전쟁사를 읽다보면 언제나 만나게 된다. 혹자는 전쟁의 승리는 병참의 승리라는 말까지 한다. 러시아의 철도와 독일의 철도 폭이 달랐고, 진흙길은 독일군의 진격 속도를 늦추어주었다.


여기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당시 소련이 가지고 있던 용병 사상이다. 바로 작전술이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과 전투에서 이기기 위한 전술 사이에 존재하는 사상이다. 저자는 작전술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우선 전쟁의 목적을 정하고, 그것을 위해 국가 자원을 전력화하는 것이 ‘전략’이다. 작전술은 그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전선의 각 방면에 ‘작전’ 또는 ‘전역’을 상호 연관되도록 배치한다. 각각의 작전을 실행할 때 발생하는 전투에 이기기 위한 방책이 ‘전술’이다.” 작전술의 대가들도 대숙청으로 물러나 있었지만 연속적인 패전으로 다시 전선으로 복귀한다. 이 작전술과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이 히틀러의 무리한 고집 등이다.


나폴레옹도, 1차 대전 당시 독일도 러시아를 침공하고는 패배했다. 물론 2차 대전의 독일도 패배했다. 왜 이런 무리한 공격을 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수탈전쟁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나치가 정권을 잡은 후 독일은 점점 성장했지만 엄청난 부채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소련 침공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여기에 히틀러의 세계관이 엮이고,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절멸전쟁으로 나아간다. 독일군과 소련군 모두 이 대학살을 시도하는데 그때 죽은 사망자의 숫자가 어마어마하다. 두 독재자가 독소전쟁 당시 보여준 모습은 무능과 탐욕으로 가득하다. 물론 독일은 패배할 수밖에 없는 길을 가고 있었지만 히틀러가 아니었다면 그렇게까지 많은 군인들이 러시아 땅에서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공개된 사료들은 이 독소전쟁을 다른 시각에서 보게 만든다. 독일의 패배 원인을 단순하게 히틀러의 잘못으로 몰빵했던 이론이 깨어지고, 소련이 숨겼던 사실들이 하나씩 밝혀졌다. 이 사실들이 저자가 보여준 전장의 지도보다 나를 더 흥분하게 만들었다. 사실 전쟁 지도는 꼼꼼하게 읽어도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쉽게 발견할 수 없다. 그리고 중요한 전쟁 사이사이에 정치적 선택과 경제문제 등이 이 전쟁의 이해를 돕는다. 레닌그라드 포위전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알려주는 대목은 그 긴 시간보다 더 놀랍다. 인육 이야기도 처음 들었다. 독소전쟁사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내가 가진 독소전쟁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인다. 2차 대전 당시 가장 치열했고, 많은 사망자를 낸 전쟁이 궁금하다면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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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 남성작가 편 -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한국소설 12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이현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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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초에 발간된 <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 개정판이다. 먼저 여성작가 편에 글을 썼지만 실제로는 <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이 먼저다. 이번 개정판은 여성작가 편과 연도 등을 맞추면서 50년대 작가 손창섭을 빼고, 70년대와 80년대와 2000년대 작가들을 한 명씩 더 넣었다. 전체적인 작가 숫자는 개정전보다 2명이 더 늘었다. 인터넷 서점 소개글에 올라온 연대표를 보면 70년대와 80년대는 남성작가의 숫자가 많지만 90년대는 여성작가가 더 많다. 단순히 판매부수만 생각해도 90년대 이전과 이후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시대와 성별 작가를 나눈 표는 생각보다 흥미롭다.


이전 책에서 다룬 아홉 명의 작가를 여기서 더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만약 내가 그 이후 이 작가들의 소설을 한두 권 정도 읽었다면 그 당시 감상과 지금의 것을 비교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읽은 책이 없다.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세 명의 작가들도 내가 많이 읽은 작가들은 아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낯익고, 나에게 영향을 끼친 작가들이라 어떤 시선으로 이들을 풀어낼까 하는 기대를 품었다. 소설이 좋아 마구잡이로 읽었기에 체계도 없고, 재미를 쫓다보니 저자가 풀어낸 해석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바로 이 때문에 로쟈의 책을 읽는 것이지만.


아마도 <관촌수필>은 읽었을 것이다. 이문구의 다른 소설들은 확실히 기억나는데 이 대표작은 완전히 자신할 수 없다. 내 취향과 다른 이야기를 풀어낸 <매월당 김시습> 때문에 그 당시 읽었던 다른 작가들에 비해 더 많이 읽지 않았다. 이문열, 이청준, 박완서 등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제는 기억이 희미해진 예전 소설들이 다루고 있던 가족사와 전쟁 이후의 삶들이 조금씩 머릿속에서 되살아났다. 충청도 사투리를 잘 썼다고 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홍성원의 <달과 칼>에서 사투리가 사라진 것을 지적한 글이 떠올랐다. 지방 출신인 나도 이제 예전 사투리를 잊고 있기에 저자의 말에 더 공감한다.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은 읽지 않았다.(역시 확실한지는 부정확하다) 김원일에게 빠진 때는 대학 입학하고 단편을 한 번 읽어볼까 하고 도서관을 둘러보다 제목에 끌려 읽은 <환멸을 찾아서>였다. 이전까지 단편 소설을 싫어하던 나를 단편집으로 끌어당긴 그 첫 책이다. 아마 그 뒤 한두 권 정도 더 읽었을 테지만 왠지 손이 나가지 않았다. 아마도 다른 작가들이나 장르소설을 읽는다고 더 이상 읽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의 대하장편소설을 보고 늘 하는 다짐을 했던 것을 기억한다. 저자의 평가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전쟁 이후 한국 사회가 재건되는 과정을 상세히 재현하고 현대 한국의 기원을 탐색한다는 점에서 의 깊은 작품”이란 글이다. 살짝 이 작품에 대한 기대를 불태워본다.


김훈의 <칼의 노래>는 읽을 때 재미가 없었다. 문체에 적응하는데 실패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 후 읽은 몇 편의 단편과 장편은 김훈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들었다. 특히 그의 산문집은 예상외의 읽는 즐거움을 주었다. 그의 문체와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한다. <현의 노래>나 <남한산성> 등을 사놓고 오래 묵혀두고 있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현의 노래>의 경우는 작년 내내 옆에 두고 그냥 지나갔다. 들었다 읽으려고 마음먹은 후 그만 둔 책도 있다. “비극에 대해 예민한 후각을 가지고 있다”라고 평가한 부분은 앞으로 그의 작품을 읽을 때 머릿속에 담아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작년에 신작 한 권을 읽었는데 올해는 구작 한두 권은 읽어보고 싶다. 초기작에서 그의 문체를 다시 경험해보고 싶다. 늘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칼의 노래>를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인데 아마도 올해 실현가능성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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