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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웃 - 권혁진 장편소설
권혁진 지음 / 스윙테일 / 2021년 4월
평점 :
절판
카카오페이지와 CJ ENM, 스튜디오드래곤이 주최한 ‘제4회 추미스(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공모전 금상 수상작이다. 개인적으로 이 공모전 수상작들을 재밌게 읽었다. 당연히 이 공모전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는 약간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추리물이다. 10년 후 모습을 현상할 수 있는 미래 사진을 다룬다. 찍는 시점에서 10년 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때 검게 나오는 사진들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블랙아웃’이다. 이 블랙아웃이 나왔다는 것은 10년 후 그 인물이 죽었다는 의미다. 당연히 이 사진을 받은 사람들은 놀라고, 왜? 라는 의문을 달지 않을 수 없다. 소설은 이 블랙아웃과 미래 사진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찾아간다.
미래발전공사 인화팀에서 근무하는 윤시우가 주인공이다. 보통 사람들은 평생 한 번 미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찍은 시점으로부터 10년 후의 모습을 고객에게 전달한다. 일생에 한 번이란 기회는 누구에게나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의 성적에 관심이 많다. 좋은 대학에 합격하는지 알고 싶어한다. 그러다 가끔 블랙아웃된 아이의 사진을 받기도 한다. 이때 부모가 느낀 감정을 절망과 왜, 어떻게 같은 의문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이들을 대처하는 인물은 민원팀이다. 그렇다고 인화팀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블랙아웃을 현상하게 되면 한동안 악몽을 꾸는 시우 같은 사람도 있다.
10년 후 사진만 나온다는 홍보와 달리 현상액의 비율을 달리하면 특정 시간의 모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국가는 인화지 부족의 이유로 국민 한 명당 한 장씩만 제공한다. 과연 여유분은 전혀 없는 것일까? 그러다 다섯 장 더 공급된 인화지로 아이가 언제쯤 죽게 되는지 알게 된다. 회사 원칙보다 자기 마음의 평화와 부모의 의문 해결에 더 우선을 둔 선택이다. 그러다 여자친구 유이가 둘의 미래를 확인해보자고 제안한다. 친구 부부의 단란한 미래 사진에 살짝 호기심이 생긴 탓이다. 함께 사진을 찍는다. 10년 뒤 시우는 유이와 닮은 여성과 앉아 있고, 유이의 사진은 블랙아웃이다. 시우는 언제, 왜라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화지가 필요하다. 바로 이때 본부장이 파견 업무에 대해 말한다. 연봉 두 배에, 수습을 마친 후 열 장의 미래 사진 인화지를 준다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그의 파견 바로 전에 파견직 직원이 사고로 죽었다. 천해일보 기자도 음주운전으로 죽었다는 기사가 나온다. 이 정보가 음모의 씨앗을 뿌린다. 그리고 시우는 파견을 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세상에 알려진 것과 완전히 다른 세계를 마주한다. VIP만을 상대하는 이 파견직은 VIP에 한해서 무제한으로 인화지를 사용할 수 있다. 실제 그가 방문한 집에서 요청받은 것은 아이의 내일과 10년 뒤 사진인데 만약 내일 아이가 다친 흔적이 있으면 그 원인을 찾아내어야 한다. 블랙아웃된 국민에게는 추가로 한 장도 지급되지 않았는데 특권집단에게는 무제한의 인화지가 지급되는 것이다. 차별과 불평등의 현실 세계가 미래마저도 차별과 불평등하게 다루어진다.
이 소설에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설정이 있다. 바로 미래 사진을 본 후 이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면 미래가 바뀐다는 것이다. 결정론적 세계관에 인간의 의지와 노력을 집어넣어 운명이 변할 수도 있다는 지점을 만들었다. 바로 이 지점 때문에 누군가는 불안을 해소하고, 누구는 이것을 이용해 권력을 쥐려고 한다. 살짝 이 지점에 오게 되면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떠오른다. 정부가 원한다면 블랙아웃된 사진만으로 미래 사건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소설은 그렇게 나아가지 않고 시우의 활약으로 축소된다. 하지만 이 축소가 압축적이고 긴장감을 불러오는 전개가 아니라는 부분은 아쉽다. 음모의 주체가 너무 허술한 모습을 보여주고, 사건 해결도 긴박감이 떨어진다. 멋진 설정에 비해 밀도가 떨어지는 전개는 가독성과 별개로 아쉽다.
가독성은 아주 좋다. 이야기 곳곳에 미래를 알게 된다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집어넣었다. 대표적인 것인 로또다. 로또 번호를 알게 된 사람들이 그 번호로 구매하면서 배당금이 구입금액보다 떨어질 정도다. 인화팀의 경우 사건 현장 사진을 그대로 보는 경우도 있다.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사진도, 끔찍한 시체 사진도 본다. 누군가는 미래 사진으로 인생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한국의 많은 부모가 아이의 단 한 번뿐인 미래 사진을 대입에 맞추었다는 설정은 씁쓸한 현실을 반영한다. 찍는 순간과 10년 사진은 상관 관계가 없는데 사람들은 옷을 잘 차려 입고 온다. 이런 소소하지만 일어날 법한 일들을 이야기 속에 잘 녹여내고, 현실의 불평등을 잘 엮었다. 강한 스릴러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읽는 동안 작은 재미들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