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1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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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고양이>를 읽고 이상하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다음 이야기가 나왔다. 전염병, 테러, 폭동 등으로 문명이 조금씩 사라진 프랑스 파리 배경에서 조금씩 공간이 확장된다. 확장된 공간만큼 다른 동물들이 등장해 인간과 인간의 잔혹한 문화에 대한 강한 비판이 이어지고, 뒤바뀐 생태계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그려낸다. 전작과 다른 점이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대목은 하나의 이야기가 끝난 후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 백과사전은 이 소설 속 상황이나 존재에 대한 거대한 주석이다. 사놓고 아직 읽지 않은 책 제목을 여기서 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전편에서 끝난 다음 이야기가 펼쳐진다. 쥐들의 공격을 물리친 바스테트가 세느강 위에 있는 작은 시뉴섬에 자신들만의 낙원을 만든다. 이 섬에 고양이와 인간이 점점 많아지면서 시테섬으로 옮길 필요성이 생긴다. 이들은 배를 타고 다른 섬으로 옮긴다. 이 두 섬에 대한 정보가 없는 독자라면 아주 먼 거리이거나 아주 큰 섬을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 거리도 멀지 않고, 크기도 그렇게 큰 섬이 아니다. 이 시테섬에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는데 화재 후 복원되었고, 고양이와 인간 생존자들은 이 섬의 물자와 강의 물고기로 생존한다. 쥐들이 섬 주변을 포위하고 있지만 아직은 안전하고 풍족하다. 쥐들이 섬으로 넘어오는 것을 경계하면 된다.


평온한 일상에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 영원할 것 같은 섬 주변으로 쥐들의 공략이 시작된다. 상류 측에 강의 흐름을 막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위험한 상황이다. 영원히 안전할 것 같은 섬에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 여덟 마리의 고양이 특공대를 밖으로 내보내 다른 아군의 도움을 받고자 하지만 이들은 모두 살해당한다. 그리고 쥐들의 새로운 지배자 티무르가 등장한다. 이 쥐는 피타고라스처럼 제3의 눈을 가진 쥐다. 인간의 지식을 가진 쥐는 본능이 아닌 전략과 전술로 이 시테섬을 공략한다. 거대한 쥐 떼의 위협은 미래를 더욱 불안하게 한다. 새로운 아군을 모으기 위해 바스테트가 직접 떠나기로 한다. 방법은 열기구를 만들어 하늘로 날아가는 것이다.


이 열기구를 만드는 법을 인터넷으로 찾아 바스테트와 그녀 집사와 피타고라스가 타고 떠난다. 이 기구를 타고 가다 비둘기의 공격으로 추락한다. 실제 멀리까지 가지 못한다. 이 추락을 통해 바스테트 일행은 티무르의 존재를 강하게 인식한다. 주변에 고양이 무리들을 만나 동맹을 제안한다. 하지만 자신들의 요새가 안전하고, 쥐들과의 관계가 좋다고 하면서 오히려 이들을 제물로 바치려고 한다. 어렵게 탈출한 이들의 새로운 모험은 결국 바스테트마저 제3의 눈을 가지게 만들고, 인간이 동물들을 식용으로 개량하기 위해 저지른 잔혹한 행위들에 대한 적나라한 사실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런 곳에는 피타고라스처럼 실험체로 제3의 눈을 가진 동물이 있다. 이 소설의 중요한 설정 중 하나가 바로 인간의 과학기술이 만들어낸 동물들의 지식과 각성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처럼 가독성이 좋아 빠르게 읽힌다. 고양이 바스테트가 제3의 눈을 가진 후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자신의 본능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는다. 인간처럼 말하는 고양이의 솔직한 속내가 얄밉고 잔인하게 보이지만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살짝 비튼 것에 불과하다. 중반 이후 라 퐁텐의 우화가 나오는데 이 소설 자체도 거대한 한 편의 우화다. 그리고 작가의 다른 작품에 등장했던 인물이나 주제 등이 이 소설 속에 조금씩 스며들면서 자신이 구축한 세계를 더욱 굳건하게 만든다. 몇 권 읽지 않은 작품들이 나오는데 살짝 호기심을 자극한다. 언젠가 읽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늘 그렇듯이 기한은 알 수 없다.


작중에 바스테트가 자신의 이야기를 <성경>처럼 기록하고자 하는 욕심을 낸다. 그 이야기의 서막이 <내일은 고양이>인데 전편 <고양이>의 원제라고 한다. 소설 초반에 미국에서 쥐들에게 효과가 뛰어난 쥐약을 만들어 쥐들을 물리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쥐약을 실어 유럽으로 보냈다고 하는데 그 약이 파리까지 도착하지 않고 있다. 쥐들의 가공할 번식 속력과 티무진의 지식이 결합해 만들어낸 쥐떼는 더욱 무서워졌다. 인간이 가진 모든 지식 정보를 하나의 USB에 담았는데 이것을 목걸이 형태로 만들어 바스테트의 목에 걸고 다닌다. 과연 이 지식들이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어떤 반전을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이 소설의 최종 평가는 마지막 한 편이 더 나와야 할 것 같다. 현재는 만족감보다 아쉬움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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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스트
헬레네 플루드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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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심리학자가 쓴 심리스릴러다. 북유럽 스릴러가 최근 장르 소설에서 크게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소설도 그런 연장선에 있다. 일단 북유럽 스릴러라고 하면 먼저 눈길이 간다. 요 네스뵈와 스티그 라르손을 비롯한 몇 명의 작가가 일으킨 붐이다. 여기에 노르웨이의 길리언 플린이란 조금은 상투적인 홍보 문구도 시선을 끈다. 나보다 먼저 읽은 독자들의 서평도 상당히 좋아 선택을 미룰 이유가 없었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가독성이 아주 좋고, 읽으면서 이전에 읽었던 작품들의 설정을 이 이야기에 대입시키면서 작가가 만들어낸 결론에 의심의 눈초리를 들이밀면서 재밌게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사라는 심리치료사다. 결혼한 후 남편의 조부가 죽었던 집을 상속받아 그곳에 산다. 죽은 할아버지를 발견한 것도 이들이다. 이 집은 콩클레베이엔 거리에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말해 낯선 도시의 지명은 머릿속에서 그 어떤 실체도 가지지 못한다. 소설을 읽다 보면 오슬로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이란 것을 알지만 외딴 곳임에는 틀림없다. 할아버지가 살 때는 큰 문제가 없었을지 모르지만 이 부부에게는 이 집을 수리해서 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샤워실에서 추워하는 사라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수리에는 상당히 많은 돈이 들어간다. 더 많은 일을 해야 그 돈을 쉽게 마련할 수 있다. 흔한 부부의 작은 갈등처럼 보인다.


사라는 차고 위층을 개조해 환자를 만난다. 집 수리 계획은 몇 번이나 뒤로 밀렸다. 더 많은 환자를 만나 수익을 올려야 하지만 사라는 그럴 마음이 없다. 그 추위가 못 참을 정도도 아니다. 남편인 시구르가 친구들과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아침 일찍 떠났고, 친구들을 만나 잘 보낸다는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그 사이에 환자를 몇 명 만난다. 그런데 만나기로 한 친구들이 남편이 오지 않았다고 말한다. 과거의 경험에 의해 짓궂은 장난 정도로 생각하고 무심히 넘어간다. 남편에게 전화를 해도 받질 않는다. 친구들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한다. 뭐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지만 화가 난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지운다. 아주 큰 실수다. 언니를 만나 이 일을 이야기하고 실종신고를 한다. 시구르처럼 보이는 인물이 시체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경찰이 그녀를 찾아와 이 사실을 알려주지만 이상하게도 신원확인을 요청하지 않는다. 며칠이 지난 후에야 사라는 시구르임을 확인한다. 그 사이에 경찰은 가장 먼저 사라를 의심한다. 당연한 수순이지만 늘 불편한 장면이다. 남편과 함께 사라진 도면통이 돌아오고, 냉장고 자석의 위치가 바뀌고, 늦은 밤 집에 누군가가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경찰은 이런 그녀의 말에 그렇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독자는 자연스럽게 혹시 사라의 착각이나 환상이 아닐까 의심을 품는다. 이런 전개 속에서 사라는 시구르와의 만남과 결혼과 일탈 등의 과거를 회상한다. 이 회상은 현실의 흐름 속에 끼어들어 이 부부가 얼마나 아슬아슬한 상태에 놓여 있는지 보여준다.


남편이 총격으로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사망 소식에 바로 기절하는 등의 행위도 없다. 집이 안전한 곳이 되어야 하는데 낯선 누군가가 침입한 흔적이 보인다. 경찰은 그녀에게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이 눈초리는 내가 다른 소설들의 설정들을 머릿속에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가장 쉬운 의심은 사라의 시점이 거짓으로 꾸며진 것이다. 이 거짓은 또 다른 공범의 가능성과 연결된다. 이 부분은 마지막에 떠오른 생각이다. 사라가 불안한 심리와 결혼한 두 사람의 뒤틀린 시간 등을 떠올릴 때 아주 작은 단서가 흘러나온다. 이 소설의 재미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행복하고 안정적으로 보였던 부부의 살짝 벌어진 틈새로 드러나는 불안정한 관계를 그려낸 것 말이다.


살인 사건이 발생했으니 당연히 범인을 찾아야 한다. 동기도 흉기도 찾아내야 한다. 남편이 죽은 후 집에 몰래 들어온 인물이 누구인지도 밝혀내야 한다. 일반적인 형사물이라면 이런 수사 과정이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겠지만 이 소설은 그런 부분들이 지엽적이다. 피해자 아내의 심리를 따라가면서 그들의 과거를 복기하고, 삶의 한 순간을 돌아본다. 이젠 돌이킬 수조차 없는 과거의 순간들이다. 가독성 있는 문장과 현실과 과거가 교차하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드러내는 구성이 잘 연결되어 있다. 사라의 혼란스러운 심리 묘사가 아주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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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자들
루크 라인하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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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읽었다. 전작 <다이스맨>이 조금 취향을 탔기 때문이다. 엽기적이고 기이한 행동에 내가 그렇게 공감하지 못한 탓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상당히 많이 웃으면서 읽었다. 예상하지 못한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웃었다. 유머와 위트가 넘치고, 현대 정치, 경제, 문화에 대한 날카롭고 유쾌한 비평이 아주 재미있었다. 빌리의 냉소적인 말투와 황당한 말장난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다. 예전에 이런 실없는 농담을 보면 ‘뭐지?’하는 반응을 먼저 보였는데 이제 나도 많이 내려놓게 된 모양이다. 아니면 작가의 농담이 취향에 맞는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을 SF소설로 분류한다. 우리가 아는 SF소설과 조금 궤를 달리하지만 FF들이 등장해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이 구분이 맞는 것 같다. 사실 이런 분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빌리가 외계인을 만나는 과정을 보면 조금 황당하다. 비치볼 같은 모양에 은회색 털로 뒤뎦어 있는 모양이다. 바다로 버리면 다시 배로 올라온다. 나중에 집으로 데리고 오는데 이 외계인이 아이들과 놀게 되면서 어느 정도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사람처럼 루이란 이름도 붙여주었다. 그런데 이 FF들이 상당히 능력이 많고 뛰어나다. 그 중 하나가 해킹 실력인데 국가정보기관 NSA를 해킹한다. 이때만 해도 빌리와 그 가족들은 이 사실을 몰랐다. 루이와 다른 아이들이 놀면서 한 아이가 다치고, 루이의 존재가 외부로 드러나면서 빌리의 모험이 시작된다.


소설은 크게 빌리 모턴의 <내 친구 루이>와 루크의 보고서란 두 이야기를 기반으로 흘러가고, 그 사이에 다른 문서의 인용이나 뉴스 보도가 들어 있다. <내 친구 루이>는 빌리의 시선으로 자신이 경험한 것을 적은 것이다. 내가 낄낄거리며 유머와 날선 비판에 공감한 대목들도 바로 여기서 나왔다. 70대 노인이 베트남 전쟁을 경험하고, 히피처럼 산 후 멋진 아내를 만나 두 아들을 얻은 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외계인과의 만남으로 새로운 모험 세계로 빠졌다. FF들이 해킹으로 부정하게 돈을 모은 기업 등에서 빼낸 돈을 돈 세탁하는데 돕는 일도 그 중 하나다. 이 일을 하는 도중에 정부 기관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공격을 당하기도 한다. 뭐 그 이전에 테러리스트를 도왔다는 죄목으로 구속되었지만.


이 소설 속 외계인들은 지구를 침공해 파괴하고 공포를 불러오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지구로 와서 재밌게 놀려고 한다. 현대 사회 제도와 행동 속에 담긴 이데올로기를 날카롭게 분석해 풀어낸다. 그들이 지닌 해킹 기술 등을 이용하면 미국이나 다른 국가를 파멸에 이끌 수도 있지만 이것은 그들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실제 파괴한다고 해도 다음 세대가 다시 이런 이데올로기를 재생시킬 것이란 지적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의 변화가 동반되지 않은 변혁은 한계가 분명하다. FF들이 훔친 돈으로 소상공인들을 도왔을 때 나타난 몇 가지 행위는 이것을 잘 보여준다. 그들은 지금 당장이 아니라 씨앗을 뿌리고, 그 시간이 놀이란 행위를 통해 발현하기 기다린다. 이 소설에서 진지함은 어울리지 않는다.


FF들의 ‘그냥 재미로’ 행위는 권력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체제를 전복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FF를 위험한 테러리스트로 분류하고, 이들을 잡아 고문하려고 시도한다. 인간의 법을 외계인에게 적용할 수 있는가 하는 법리적 문제도 같이 나오는데 재밌다. FF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과 분석과 황당한 소문 등은 이 소설을 풍성하게 만드는 요인들 중 하나다. 이 소설이 나올 당시 민주당이 집권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몇 가지 행동은 경악할 만하다. 어쩌면 작가가 이해한 미국의 양당 제도의 한계를 적확하게 보여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소설 곳곳에 풍자와 농담이 흘러 넘치고, 황당한 듯한 은유와 비판을 통해 현실을 다른 시각에서 보게 한다. 그리고 사실을 정보 왜곡 등으로 뒤틀어버리는 작업 등과 사람들이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모습을 같이 엮은 장면은 지독하게 현실적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여유롭게 읽는다면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과 우리가 몰랐거나 무시했던 사실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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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로 산다는 것 - 가문과 왕실의 권력 사이 정치적 갈등을 감당해야 했던 운명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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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왕비로 추대된 모든 왕비를 연대순으로 다룬다.

저자 신병주는 가끔 스쳐 지나가듯이 보는 역사 관련 방송에서 본 낯선 인물이다.

방송에서도 사료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봤는데 사료가 승자의 기록임을 감안하면 완전히 믿을 수는 없다.

‘’가문과 왕실의 권력 사이 정치적 갈등을 감당해야 했던 운명”이란 부제와 달리 단순한 자료의 나열로 구성되어 있어 읽다 보면 금방 지루해진다.

생전에 왕비가 되지 못했던 비나 빈 등이 사후 왕비로 추대되는데 이들까지 모두 다루었다.

덕분에 그 왕비에 대한 기초 자료를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지만 재미는 없다.

왕비로 간택된 여성의 이름이 한 번(내 기억에 의하면 그렇다)만 나온다.

나머지는 모두 부친의 이름과 역시 어디 누구의 딸로 적힌 어머니의 딸로 기록되어 있다.

여성에게 제대로 이름을 붙이지 않는 시대였던 적도 있지만 왕비에게도 이름이 있을 텐데 이 책에서는 발견하기 힘들다. 이름이 없다면 없다고 기록해야 할 텐데 그런 기록도 없다.

다루고 있는 왕비가 많다 보니 깊이 있는 내용은 거의 나오지 않고, 기록된 사료를 바탕으로 건조하게 옮겨 적기만 했다.

드라마에 자주 다루어진 왕비 등에 대해서는 간략한 설명이 들어 있지만 그 이상의 정보는 거의 없다.

구체적인 부분과 생략된 자료를 채우는 상상력이 빠져 있다 보니 이야기가 힘이 없다.

힘없는 기록은 몰입도를 떨어트리고, 비슷비슷한 왕후의 호칭은 머릿속에서 쉽게 뒤엉킨다.

모두를 담은 기록이 자료로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대중 역사서로는 아쉽다.

연대순으로 기록하기 보다는 그 왕비들의 역할이나 추숭된 방법 등으로 나누었다면 어땠을까?

조선 시대를 연대순으로 한 번 훑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솔직히 머릿속에 남는 것이 많지는 않다.

쉬어가는 페이지 속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새로운 평가나 이야기가 없어 그렇게 신선하지 않다.

가문과 왕실의 권력 사이에서 정치적 갈등을 감당했다면 그 구체적인 내용이 자세하게 다루어져야 하는데 내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나의 역사를 보는 눈이 부족한 탓일까?

계속해서 읽다 보면 특정 가문에서 연속적으로 왕비로 간택되는 경우가 있는데 가문별로 정리된 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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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저편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김세화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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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기자 출신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이다. 가독성이 상당히 좋다. 생각보다 빠르게 읽었다.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를 미스터리로 녹여내었다는 점에서 많은 현실성을 담고 있다. 김환이란 기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방송사 내부의 갈등과 시청률을 우위에 내세운 방송의 문제를 잘 지적한다. 어떤 대목에서는 실제 있었던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의 장면들도 나온다. 그리고 기억이 아닌 기록의 확인을 통해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는 방식은 기존의 탐정과 다른 점이다. 물론 이 기록들을 기억하고, 취합하고, 분석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때 기자들이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치고,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소설들이 많이 나온 적이 있다. 일반 대중들이 정보를 수집하기 힘든 현실과 발로 뛰면서 취재하는 기자들의 특징을 잘 녹여낸 시절의 이야기다. 최근 이런 작품들의 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한국에서 탐정이란 직업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다 보니 이런 역할을 기자들이 가끔 맡아서 진행한다. 최근에는 탐정 역할을 맡는 인물들이 나와 멋진 탐정물들이 나오고 있지만 말이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김환이란 주인공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화려하지도, 완벽하지도 않지만 기억과 기록의 확인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다. 잘 만들면 시리즈도 가능할 것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오래 전 있었던 대구 개구리 소년 사건이 떠올랐다. 이 사건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모르지만 몇 가지 상황들이 그 사건을 바로 연상시켰다. 이 글을 쓰면서 인터넷 검색하니 유골 발견 부분의 이야기가 이 소설 속 설정과 너무 닮았다. 현재 개구리 소년 사건은 영구 미해결 사건으로 처리되었고, 소멸 시효도 끝난 상태다. 다행이라면 이 소설은 그런 마무리가 아니란 점이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작가의 상상력이 힘을 발휘한다. 오랜 시간 동안 발견되지 않은 유골이 갑자기 발견되고, 유골에 남은 흔적이 단순한 저체온으로 죽은 것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한다. 그럼 남는 가능성은 누군가가 죽였다는 것이다. 왜? 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방송 기자 김환은 10년 전 용무산에 사라진 아이들 수사를 리포트한 기자다. 10년 동안 이 사건을 뒤쫓았고, 이제 그 시체가 발견되면서 전환점을 맞이했다. 한 아이만 죽은 것이 아니라 세 명의 아이가 죽었다. 두 명의 쌍둥이 자매다. 경찰은 연인원 30만 명을 동원해 산을 수색했지만 아이들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등산을 하던 사람이 이 시체를 발견했다. 이야기는 여기서 두 갈래로 갈라진다. 하나는 과거 수사를 떠올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사건을 쫓는 것이다. 과거 수사를 떠올릴 때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방송국의 기록들이다. 이 기록들이 현재 사건을 쫓을 때 도움을 준다. 이 둘의 연결이 군더더기 없이 상당히 매끄럽게 이어진다.


전국적인 관심을 끈 사건일 경우 수많은 제보가 들어온다. 황당한 제보도 엄청나다. 이 사건에서 언론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 중 하나는 신뢰할 수 없는 제보에 따라 피해자 집안을 파헤친 것이다. 이것을 방송국은 그대로 송출한다. 이 방송을 거부한 기자의 용기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환은 그 정도로 대찬 기자가 아니다. 언론과 경찰의 협력이 아니라 서로의 이익에 의해 움직이는 이 모습은 나중에 한센병 환자촌에서 다시 한 번 벌어진다. 김환이 그들에게 폭행당했는데도 그 어떤 신고 등이 없는 부분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문둥병 환자들의 난입에 달아나는 사람들의 모습은 충분히 이해된다. 김환이 머리로 이해하지만 몸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의 유골이 발견된 뒤 한 남자가 살해당한다. 이학진은 아이들 실종과 관련 있다. 쌍둥이 집 마당을 파헤친 기사가 바로 그다. 그는 이들을 위해 2천만 원을 기부했는데 이 기사를 쓴 인물이 김환이다. 직장인인 이상 여기저기 엮일 수밖에 없다. 이 돈을 유가족은 거부했다고 한다. 이학진의 죽음이 단순한 강도 살인일 수 있지만 김환은 그의 아내를 만나고, 기억을 기록으로 확인하면서 하나의 가설을 만든다. 새로운 죽음은 가끔 정체된 사건의 새로운 출구가 되기도 한다.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조그만 단서가 하나씩 맞춰지고, 예상외의 결말을 맞이한다. 이 결과는 상당히 납득할 만한 것이다. 인간의 탐욕과 우발적인 실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상당히 좋은 캐릭터를 탄생시켰고, 방송사 내의 문제도 남아 있으니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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