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오르지 못할 방주 안전가옥 오리지널 13
심너울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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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오리지널 13권이다.

예전에 읽고 싶었지만 놓쳤던 소설이다.

심너울과 SF소설을 합치면 그냥 지나가기 힘들다.

자세한 설명은 보지 않고 이름만으로 선택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시대 배경은 나의 예상보다 훨씬 미래다.

25세기, 장소는 서울, 세계는 핵폭발과 인공지능의 반란으로 황폐화되었다.

몇 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져 인류가 살아가고 있다.

핵폭발의 여파는 지상의 삶 대신 지하의 삶으로 바뀌었다.

부자들은 더 깊고 좋은 곳, 가난한 사람들은 지표와 가까운 곳.


계급 사회는 인류가 거의 멸종하다시피 한 미래에도 그대로다.

여기서는 잉태인과 배양인으로 구분된다.

잉태인은 말 그대로 배속에서 키우고 낳은 사람이다.

배양인은 100개의 배양통 속에서 만들어진다.

배양인의 외모는 모두 100개로 한정되어 있다.

작가는 이 같은 배양통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능력을 다르다고 한다.

똑 같은 재료와 같은 배합으로 태어났는데 다른 일을 맡는다.

업무에 필요한 지식은 브레인웨어를 통해 빠르게 배운다.

학습과 환경에 따라 사람의 생각 등이 바뀐다는 설정이다.


신 서울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하층민들은 배양통에서 나오면 생명세를 내야 한다.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고, 평생 이 세금에 묶여 살아야 할 수도 있다.

100개의 배양통 속에서 태어나지 않은 배양인이 있는데 신록이 그렇다.

신록은 다른 배양인 리원과 함께 살고 있다.

리원은 사고를 당한 후 하체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 배양인의 재밌는 신체적 특징은 남녀 성구분이 없다는 것이다.

두 배양인이 커플이 되어 살 수는 있지만 물리적인 아이를 낳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신스라는 마약에 중독되어 있다.

당연히 이 마약 사업은 큰 돈이 되고, 이를 지배하는 검은 손이란 인물이 있다.


신록은 리원을 통해 배운 기술로 비싸지 않지만 성능 좋은 신스를 만들어 판다.

사건의 시발점이 된 것도 이 신스를 팔려고 할 때 검은 손의 부하에게 끌려가려는 찰라다.

잉태인의 모습을 한 연여인이 나타나 신록을 구하고 거부하기 힘든 조건을 제시한다.

생명세를 모두 내주고, 일이 끝나면 생명세 10배의 돈을 주겠다는 것이다.

리운의 불편한 다리를 위해 반중력 휠체어를 사려고 한 신록에게 너무 매혹적인 제안이다.

이 제안을 받은 신록은 외우주를 개척하기 위한 우주선이자 방주인 별누리에 탑승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을 마주한다.

단순한 권력 싸움이 아닌 초지능을 통해 신으로 변하려는 서지아의 음모가 깔려 있다.

평범한 배양인이었던 신록은 이곳에서 고통받고, 아파하고, 괴로워한다.

인간의 잔인함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도 같이 보여준다.


신록이 별누리에 탑승하고, 그곳에서 계속 머리를 아파한다.

이 두통과 초지능과의 연관성이 드러나면서 신록의 숨겨진 힘이 드러난다.

그런데 이 힘은 자신의 물리적인 힘이 아닌 네트워크 연결이다.

연여인이 손뼉을 치면서 지구의 시스템 일부를 조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여기에 월인들이 등장하는 데 중력 때문에 보통의 사람과 다른 외모다.

괜히 생각의 꼬리들이 월인과 심해어 등으로 이어진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서씨 집안의 두 사람, 서나루와 서지아.

잔혹한 서지아의 바람과 월인들이 요구 조건이 맞으면서 일어난 일들.

신록을 이 우주선에 데리고 와야만 했던 이유와 반격 시도.

별누리와 브레인웨어가 연결된 사람들은 별누리의 초지능에 묶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어나는 가공할 능력과 능력 과신은 파멸을 불러온다.

작가가 곳곳에 풀어놓은 미래와 연대의 모습은 재미난 설정이자 작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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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뜬구름
찬쉐 지음, 김태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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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다. 이름은 여기저기에서 본 적 있다.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라고 하는데 올해는 아니다.

찬쉐의 문학을 말할 때 어렵다는 말이 많은데 맞다.

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다. 천천히 꼼꼼하게 생각하면서 읽어야 한다.

이런 특성은 개인적인 성향과 잘 맞지 않은 부분이 있다.

이름이 아닌 ‘그’나 ‘그녀’ 로 부르면서 순간 누군지 의문이 생긴다.

이 의문은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 파악되지만 독자의 집중을 요구한다.

그리고 공간과 시간이 불분명해서 상황 해석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 난해하고 모호한 뒤에 있는 이야기가 시선을 끈다.


작가의 초기작이지만 가장 실험적이고 난해하다고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1986년 발표작인데 이 시기는 중국 문학이 해방되던 때라고 한다.

이런 역사적 배경은 잘 모르는 부분이고, 난해함에는 동의한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두 남녀, 겅산우와 쉬루화.

이 둘은 서로 이웃해 살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집은 친하지 않고 서로 옆집을 엿볼 뿐이다.

겅산우의 아내는 나무에 거울을 달아 옆집을 엿본다.

쉬루화는 집에 생긴 구멍으로 겅산우의 집을 엿본다.

이 엿보기는 억압적인 정치 상황에서 벌어진 상호 감시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 엿보기와 함께 시선을 끄는 인물 둘이 있다.

겅산우의 장인과 쉬루화의 시어머니다.

장인은 집에 와서 물건을 훔치고, 시어머니는 간섭을 하다 병이 난 아들을 데리고 나간다.

이들의 행동에 직접적인 제재를 하지 않는 두 사람.

파편적으로 나오는 두 사람의 과거와 결혼 이야기.

혐오와 증오의 감정, 불륜과 부패를 보여주는 장면.

부부관계에서 사랑은 없고, 삐걱거리거나 분노만 있을 뿐이다.

이런 장면들과 가끔 등장하는 사람들의 기이한 행동은 또 어떤가.

난장판과 다름없는데 연극 같은 느낌도 살짝 있다.


읽다 보면 난해함과 함께 등장인물들의 불안과 허무가 강하게 다가온다.

무슨 일을 열심히 하겠다는 말이나 행동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무력하고, 기이한 행동에 대한 묘사가 눈길을 끈다.

인간 본성의 추악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과 상황.

딸의 불륜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장인.

이 장면들을 보면서 사실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가면서 점점 변하는 두 인물의 외모.

천둥이 넘어뜨린 나무 한 그루의 의미는 무엇일까?

왠지 환상과 현실을 뒤섞은 듯한데 어지럽다. 어렵다.

언제 다른 소설을 천천히 읽고 이 소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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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 : 환영의 집
유재영 지음 / 반타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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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가옥과 여성 억압의 역사를 엮고, 그 집의 숨겨진 역사를 같이 잘 버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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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 : 환영의 집
유재영 지음 / 반타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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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국 적산가옥을 <힐 하우스의 유령>과 <프랑켄슈타인>과 연결시켰다.

<힐 하우스의 유령>은 읽은 기억이 없고, 내용도 잘 모른다.

물론 나의 저질 기억력을 믿을 수 없다.

<프랑켄슈타인>은 몇 년 전에 읽었고, 너무나도 유명한 캐릭터다.

이 둘을 어떻게 한국의 적산가옥에서 만나게 했을까?

작가는 일제강점기와 2차대전 당시 일제의 인체 실험을 이용했다.

일제강점기 당시 한일 혼혈 나오를 통해 적산가옥의 과거를 만들었다.

이 과거를 현재와 연결하는 고리로 규호가 선택되었다.

그리고 현재 진짜 이 집의 주인으로 수현이 등장해 과거를 복원하면서 이야기를 완성한다.

그 진행 과정은 담담하지만 조금씩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나오의 엄마는 일제강점기의 불행했던 여성의 한 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운 좋게도 좋은 고모, 좋은 일본인을 만나 일본에서 일본인과 결혼했다.

이 결혼 생활은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는데 나오가 의대가 가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나오가 마주한 의대는 인종 차별로 가득했지만 연인도 있었다.

이 연인과의 결혼은 그녀의 반이 조선인이란 이유로 취소된다.

남자 친구의 비겁한 변명과 도망, 그녀의 경성으로 이직.

엄마가 말한 명동성당과 천주교 신자가 된 그녀.

다른 의사의 요청으로 청림의 병원으로 이직한다.

부인과 의사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지만 쉽지는 않다.

그러다 만난 남편과 그 남편이 지은 적산가옥.


규호는 교정직 공무원인데 사건에 휘말려 징계를 받는다.

이때 큰아버지가 남긴 적산가옥을 현금과 함께 상속받는다.

이 집을 지키라는 큰아버지의 말, 이때는 그 의미를 몰랐다.

암에 걸린 딸의 병원비도 만만하지 않고, 다른 교소도로 옮기는 것도 필요하다.

이 적산가옥은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아내와 쌍둥이 딸을 데리고 갔는데 모두 만족한다.

이사한 후 이야기의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규호는 현재가 아닌 과거를 맡는다.

어린 시절 병에 걸린 엄마 때문에 큰집에서 살아야했던 그 시절의 기억.

자신이 억지로 봉인했던 기억들이 이 집에 살면서 하나씩 떠오른다.


수현은 아픈 딸을 돌보면서 새로운 환경에 조금씩 적응한다.

아이들은 정원 있는 이 집을 좋아하고,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만든다.

어떻게 보면 평범할 수도 있는 일상에 가끔 그녀를 놀라게 하는 일들이 생긴다.

이 일들은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금방 사라지지만 김장감을 고조하기 충분하다.

아이들을 돌보면서 그녀가 가끔 읽는 책이 바로 <프랑켄슈타인>이다.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보게 되는 장면들.

그리고 아이들이 찾은 물건을 통해 책상 속 비밀서랍을 발견한다.

나오가 남긴 일기와 기록, 가장 섬뜩한 나오의 전 남친이 보낸 편지들.

나오의 이야기 속에도 나오지만 일제의 인체 실험에 대한 기록들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드러나는 과거의 비밀들.

묻어두고 숨겨두었던 비밀들이 드러나면서 스산한 기운이 주변을 감돈다.

일제강점기 시절 여성들이 어떤 존재였는지 직접적인 서술은 피한다.

하지만 갑자기 잡혀 사라진 여성들과 매매조혼은 위안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환영들과 놀고 있는 두 딸, 암으로 고생하는 딸, 위급했던 순간들.

늘 함께 있으면서 느끼는 감정도 간결하게 표현한다.

이 간결함과 생략은 어느 순간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폭발한다.

선입견 속에서 생각했던 존재가 다른 존재로 바뀌고, 묻어둔 추악함은 현실에 드러난다.

노골적이거나 직접적인 묘사와 설명을 생략했지만 이미 머릿속에서 그 장면들이 재현된다.

가독성이 뛰어나고, 서늘한 공포와 비극은 긴 여운을 남긴다.


#장편소설 #하우스호러 #적산가옥 #공포 #호스트환영의집 #반타 #리뷰어스클럽 #리뷰어스클럽서평단 #프랑켄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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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골동품 상점
허아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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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처음 만나는 작가이지만 관심이 많이 생겼다.

제목과 소개 글만 보고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이 떠올랐다.

기이한 골동품을 받은 손님들이 겪게 될 이상한 일들을 다룰 줄 알았다.

보통의 소설들이 물건과 그 물건을 가진 사람들의 현실을 다루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그 물건의 내력과 그 시대를 엮었다.

물건을 사러 온 사람이 아닌 과거 이야기를 더 들려준다.

이 방식은 괴담과 닮아 있는데 이야기의 마무리는 괴담과 다르다.

사료를 활용해 괴담과 현실의 연관성을 만드는 것도 재밌는 점이다.


이 골동품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위치에 존재하지 않는다.

흙 먼지가 풀풀 날리고, 구덩이가 파헤쳐져 있는 곳에 놓여 있는 콘테이너다.

찾아가는데 시간이 상당히 걸리고, 장소도 늘 같은 곳이 아니다.

상점의 이름은 없고 붓으로 쓴 골동품점이란 간판이 전부다.

이 상점의 주인이 이전에 스님이었다는 정보가 나올 뿐이다.

이 상점을 소개한 사람이 말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거시서 파는 건 죄다 수상쩍은 것들뿐이야. 특히 길한 물건일수록 불길하기 짝이 없지.”

길한 것과 불길한 것을 같이 놓고 풀어내는 이 말은 주인이 내놓는 골동품에 딱 맞다.

그리고 이야기도 괴담처럼 진행되다 역사의 단편을 재해석하는 쪽으로 넘어간다.


처음 이 곳에 온 손님이 마주한 골동품은 태항아리다.

그런데 이 태항아리의 사연과 모양이 독특하다.

태항아리를 묻은 곳은 길지인데 몰래 그곳에 묻은 것들이 많다.

그러다 아주 큰 태항아리를 들고 나오는데 이 안을 들여다보는 손님이 홀린다.

뭔가 이 손님과 관련된 괴담 등이 나올까 하는 순간 이야기가 끝난다.

아! 중간에 이런 항아리를 산 가족 이야기가 나오는데 괴담으로 흘러간다.

놋쇠 그릇과 관련된 이야기는 고부 갈등과 독살에 대한 다른 해석을 풀어낸다.

대를 이어 벌어지는 지독한 시집살이, 시어머니의 죽음.

놋그릇을 닦는 물건과 중독 가능성, 그 이면에 깔린 감정.

모호하고 이상한 상황을 연결해서 풀어내는데 저주가 담겼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딸랑이를 닮은 팔주령에 대한 이야기는 또 어떤가?

조선왕조실록 속 사료를 찾아내 그 시대의 이면을 파헤친다.

아이들의 손가락을 먹고 병이 나았다는 사초의 기록.

단순히 효행으로 무심하게 보고 지나갈 수 있는 역사 속 단편을 재해석한다.

과연 아이들의 그 행동이 자발적인 것일까 하고.

그 시대 상황과 연결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까지 감안한다.

조선 최대의 성군이라 불린 세종 초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 씁쓸하다.

이슬람교도가 조선 초기에 큰 활약을 했다는 해석도 더 파고들어볼 부분이다.

실제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조선왕조실록에서 해당 부분을 찾아봤다.

그대로 있는 이야기였다.


일본의 저주인형과 다른 용도로 사용되었는다는 제웅.

이 제웅을 조선의 지배 이데올로기 삼강과 엮어 스릴러처럼 풀어내기도 했다.

주인이 하인을 강간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던 시대.

이 시대의 권력자는 법의 바깥에서 권력을 마구 휘두르고 있었다

이때 발생한 하나의 살인 사건과 의문 가득한 상황.

삼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용의자와 현령 사이에 오가는 대화.

씁쓸하고 기지 가득하면서도 안타까운 역사의 한 단면을 마주했다.

또 옥비녀와 명성황후를 연결하는 이야기는 그 기발한 발상이 재밌다.

왕권보다 시댁을 챙기면서 생긴 역사의 반전과 드라마의 허위가 만든 인물상.

이 기이한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작가 어떤 식으로 자료를 모으고 엮었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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