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진화는 구운 열매에서 시작되었다 - 700만 년의 역사가 알려주는 궁극의 식사
NHK 스페셜 <식의 기원> 취재팀 지음, 조윤주 옮김 / 필름(Feelm)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큐멘터리 NHK 스페셜 〈식의 기원(Origin of Food)〉 시리즈 5부작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탄수화물, 소금, 지방, 술, 미식이라는 5가지 주제를 다룬다. 처음에는 책 제목을 보고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목차를 보고 급 관심이 생겼다. 그렇게 두툼하지 않은 분량도 한몫했다. 구운 열매와 진화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탄수화물, 소금, 지방에 대한 어떤 해석이 나올까? 얇은 지식으로 저탄고지를 외치는 나에게 어떤 시각을 줄까? 수많은 의문들이 생겼다. 그리고 생각보다 간결하게 전개된 내용은 이 책을 빠르게 읽게 했다. 생각보다 재밌고, 나의 식생활을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했다.


탄수화물은 인체에 꼭 필요한 요소다. 하지만 당으로 변하는 성질 때문에 당뇨가 있는 사람에겐 큰 적이다. 점점 찌는 살을 보면 저탄고지 다이어트가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밥 등의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과 양질의 지방을 먹으면서 살을 빼고 싶다. 하지만 이미 탄수화물 중독에 가까운 몸이다 보니 끊질 못한다. 특히 빵이 문제다. 이 책에서 동양인은 밥을 먹어도 쉽게 살찌지 않는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밥 이외 다른 간식이나 군것질 거리들이 너무 많다. 장내세균 ‘프리보텔라’의 활약은 눈길을 끌지만 나의 시선은 유전자 특질에 따라 음식 혈당지수가 바뀐다는 연구 결과다.


한국인들은 소금의 섭취량이 많다. 한때 살이 너무 쪄 몸에 이상이 생겨 조금 싱겁게 조금 적게 먹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과거의 나로 돌아온 현재를 발견한다. 장인어른이 콩팥이 망가져 거의 혈액투석 전 단계까지 갔다. 얼마나 짜게 드시는지 옆에서 보고 놀란 장면을 지금도 자주 이야기한다. 실제 한국 음식 중에 소금이 가장 많이 들어 있는 것이 칼국수라고 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탄수화물과 짠맛의 조합은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것이다. 실제 한국의 과자들은 너무 단짠이다. 소금의 양이 외국의 짠 과자보다 훨씬 많이 들어있지만 단맛 코팅으로 속이고 있다. 인류의 진화 과정에 소금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얼마나 필요한지 보여준다.


지방이 나쁜 것이 아니란 소식이 나온 것도 이제는 좀 되었다. 모든 지방을 나쁜 것으로 치부하던 때도 있었다. 목초 먹고 자란 소의 지방은 인간에게 나쁘지 않다는 연구 결과를 보았을 때가 지금도 생생하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한때 오메가 3를 열심히 먹은 적도 있다. 고등어 기름이라 얼마나 비릿했던가! 이제는 아마씨 기름으로 만들어 이런 맛이 사라졌다. 연구가 점점 더 진행되면서 지방에 대한 해석도 달라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지방 중독이란 단어를 보았다. 오메가 3가 스트레스를 줄여준다고 말해 괜히 책상 앞에 놓여 있는 오메가 3를 하나 먹는다.


나는 술에 약하다. 한 잔 술에 얼굴이 붉혀진다. 쌀을 주식으로 먹는 한국, 중국, 일본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술을 분해하는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 유전자가 약하다고 한다. 술에 대한 글을 읽다 보면 수질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 석회가 많이 낀 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맥주 등을 마셔야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무알코올 술에 대한 글을 보면서 알코올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것과 기준치 이하로 들어 있는 술을 구분하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쉽다. 실제 무알코올 술을 마시면 처음엔 술 느낌이 나지만 어느 순간 술 맛을 느끼지 못한다. 미각의 문제일까? 아니면 인식의 문제일까? 술이 백해무익하다는 연구가 더 나오는 것 같다.


지금도 맛집을 좋아한다. 눈, 코, 입으로 음식을 맛보고 행복해한다. 언제부터인가 쓴맛 나는 음식도 잘 먹는다. 이전에는 전혀 먹지 못했는데 말이다. 재밌는 실험 하나가 있다. 같은 음식인데 이름을 다르게 해서 미각을 살짝 속인 것이다. 이 이야기를 보고 우리가 맛집에 열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생각을 한다. 미식에서 후각의 중요성을 이번 장에서 알려주는데 공감한다. 편식을 줄이기 위한 북유럽의 사페레를 보여주는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상적인 식사에 대한 답을 ‘”인간에게 있어 음식과 식사란 무잇인가를 알고 난 뒤에야 보일 것이다”란 말엔 많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놀라운 정보 하나가 있다. 디저트를 위한 배가 있다는 과학적 사실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나의 늘어난 뱃살은 다 이유가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붉은 봄 : 조선 왕실 연애 잔혹사
원주희 지음 / 마카롱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9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다. 조선 후기 왕실을 무대로 한 로맨스 미스터리라고 말한다. 내가 이 소설에 끌린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요즘 좋아하는 공모전의 대상 수상작이고, 다른 하나는 미스터리를 다룬다는 것이다. 결론만 먼저 말하면 취향에 맞지 않는다. 가독성이 나쁘지 않아 잘 읽히고, 자료 조사도 상당히 꼼꼼하게 한 듯하지만 어딘가에서 본 듯한 캐릭터와 상황 등이 큰 재미를 주지는 못했다. 간결하고 깔끔하게 이야기를 뽑아내지 않고 어딘가 중간에서 헤매는 듯한 느낌이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인지 모르겠지만.


첫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보명 공주가 남편을 독살하는 장면이다. 그를 죽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주고, 심한 욕을 하면서 분노를 표출한다. 그리고 연쇄살인범을 쫓는 왕자 자윤의 이야기가 나온다. 자윤의 고백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 지 의문이 생기지만 사건 해결에는 성공한다. 다음으로 나온 인물은 과부 소봉 이야기다. 남편과 합방도 하기 전에 죽으면서 과부가 되었다. 사업에 뛰어난 수완을 발휘하지만 그녀의 취미는 로맨스 책과 춘화도 등을 보는 것이다. 몰래 봐야 하는 것인데 책방에서 노골적으로 요구한다. 읽으면서 소봉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뭐지?’란 의문이었다. 이야기는 이 셋이 엮이고 꼬이면서 펼쳐진다. 그렇다고 삼각관계는 아니다.


두 여성의 같은 점은 과부란 것이고, 다른 점은 한 명은 남편을 독살했고, 다른 한 명은 낙마로 죽었다는 것이다. 한성의 현금 부자의 딸이자 친구들과 단미란 노리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소봉은 무거울 수도 있는 이 소설에서 가볍고 귀엽고 당돌하고 당찬 역할을 맡는다. 보명의 화양궁 연회에 참석하면서 절륜미남 시리즈의 주인공인 수안군 자윤을 보고 반한다. 실제 이 소설에서 자윤의 아름다운 외모를 자세히 설명하는데 드라마 등을 만들면 누가 이 배역을 맡게 될까 하는 생각을 계속했다. 소봉이 수안군에게 반해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장면은 황당하지만 아주 재밌다. 수안군이 느끼는 염세의 감정과 그 반대에 있고, 앞으로 이 둘이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하게 한다.


보명 공주의 화양궁은 환락의 공간이다. 시대를 앞선 비밀 클럽이다. 초대받은 사람만 들어올 수 있고, 이곳에 온 사람들은 규칙에 따라 자신의 밤을 불 태울 수 있다. 억눌린 욕망이 자연스럽게 분출되고, 가끔은 의도적인 작업으로 이어진다. 이 화양궁에 오려면 신분이 높거나 돈이 많거나 해야 한다. 퇴폐적이고, 환락적인 곳이다. 보명 공주가 소봉에게 수안군을 유혹하라고 한 것도 하나의 재미다. 하지만 이야기가 더 진행되면 수안군과 보명 공주 사이의 과거가 흘러나오고, 궁궐 내부의 암투와 권력 쟁취와 숨겨진 더러운 비밀이 하나씩 풀려나온다. 이 부분에서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것도 있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장면도 나온다.


참혹한 살인이 자주 나온다. 연쇄살인범이 이렇게나 많은 조선이란 말인가! 무력해진 왕권 탓인지 적도의 침입에 너무나도 무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읽으면서 이게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떠올리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살인범을 좇는 수안군의 활약은 부검 보고서를 잘 이해하고, 자신이 처음에 고백한 일과도 관계 있다. 그가 어릴 때 겪은 일을 보면 그가 삶보다 죽음에 더 한 발을 내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물론 이 마음을 돌려놓으려는 인물이 있다. 소봉이다. 부분적으로 보면 상당히 재밌는 장면들이 많다. 하지만 그 흐름을 타고 가다 보면 걸리는 곳이 많이 생긴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왠지 다음 작품도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전형적인 마무리이지만 재기 발랄한 소봉은 다시 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은둔형 외톨이의 마법
이준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제목을 보고 <은둔형 마법사>란 웹 판타지 소설이 떠올랐다. 이 소설도 웹에 연재된 것이 아닌가 하고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가끔 웹 플랫폼에 연재된 판타지 등이 출판사의 매끈한 편집을 거친 후 나오는 것을 봤기에 그런 종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내가 처음 눈길을 준 것이 비슷한 제목의 판타지였듯이 이 소설에서도 마법이 핵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작품을 끌고 나가는 주요 캐릭터들이 은둔형 외톨이였고, 이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었다. 대인기피증이 생긴 주인공들이 사회에 한 발 내딛는 과정을 그리고, 그 과정에 마법이 필요한 일이 생긴다.


이 책은 작가의 첫 소설이다. 상당히 안정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문장도 가독성이 상당히 좋다. 주원과 유미가 어떻게 은둔형 외톨이가 되었는지 천천히 들려주고, 스스로 가둔 곳에서 그들은 평온한 일상을 보낸다. 처음 주원이 누나와 매형이 마련해준 집에 들어와 살 때만 해도 자신은 마음만 먹으면 금방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늦은 밤 사람이 아무도 없는 순간에 겨우 잠시 나가는 그가 누군가와 부딪히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에게 변화가 생기는 것은 그를 은둔형 외톨이로 만들게 된 계기가 된 친구의 아버지가 죽었다는 부고 소식을 들은 후부터다. 나가야 한다는 마음을 의지로 바꾸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유미가 할머니집에 머물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기 전 유미의 마법을 보여준다. 한 시간 동안 자신이 원하고 상상한 공간을 만드는 마법이다. 1시간을 넘어가면 유미가 위험해진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어릴 때 이 마법을 펼쳐 부모와 함께 살던 작은 섬마을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그러다 부모와 함께 서울로 가다 사고가 나서 부모님과 돌아가셨다. 이 사고를 누군가가 그녀가 마법으로 부모를 죽였다는 악의적인 소문으로 바꾸면서 즐거웠던 생활이 깨어진다. 마법에 대한 소문을 듣고 섬에 오는 기자도 있다. 이때 할머니 집으로 온 후 계속 그곳에 산다. 외진 할머니 집은 그녀의 대인기피증에 딱 알맞다. 하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유언에 따라 그곳을 떠난다.


은둔형 외톨이들이 집밖으로 나간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유미가 할머니의 바람대로 큰 도시로 오는데 그곳이 서울이다. 특별한 목적지도 없이 왔다. 작은 모텔에서 칩거한다. 할머니가 남긴 돈이 있기에 가능하다. 주원은 집밖으로 나오기 위한 훈련을 한다. 목표를 하나씩 세운 후 실천으로 옮긴다. 힘들다. 의지가 꺾일 것 같은 순간이 있지만 하나씩 헤쳐 나간다. 그리고 은둔형 외톨이 카페의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한다. 신청자 10명 중 겨우 6명이 모였다. 그 중 한 명은 엄마와 함께 왔다. 이들이 모여 보여주는 침묵의 현장은 그들이 느끼는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카페지기조차 말 한 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다. 하지만 집밖으로 나왔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작가는 이 여섯 사람의 사연을 간결하게 들려준다. 실직, 학교 폭력, 운동부 선배 폭력, 공시 실패 등이 원인이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화내고, 욕하고, 눈물 흘리고, 두려워하면서도 다른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가지만 이들은 집안으로 들어갔다. 이 원인들은 우리 현실에서 너무 흔한 일이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상황이 꼬이고 나빠진다면 누구나 이들처럼 될 수 있다. 예전에는 나는 아니라고 말했지만 요즘은 자신할 수 없다. 머리로 이해한다고 몸이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마음은, 몸은 머리가 바라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은둔형 외톨이들의 삶을 보여주고, 이 삶을 벗어나려는 노력을 풀어낸다. 그리고 주원과 유미의 조금 다른 연애 이야기가 펼쳐진다.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데 서툴고, 다른 사람처럼 돌아다니는 것이 겁나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원에게 유미가 자신의 마법을 보여줄 때 그를 얼마나 믿고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삶은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일들로 가득하다. 잔잔하지만 잘 읽히고, 이들을 응원하면서 읽다 보면 끝에 도달한다. 그리고 주원의 작가 도전을 보면서 작가의 과거가 얼마나 투영되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유미가 마법을 사람들 앞에서 펼쳐야 하는 상황을 보고 그 이면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랑켄슈타인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메리 셸리 지음, 여지희 옮김 / 새움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시리즈 중 한 권이다. 현재 4권까지 나왔다.

1818년 초판본을 원전으로 삼았다.

많은 번역본들이 1831년 개정판을 번역본으로 삼았는데 1818년 판본에서 두드러졌던 작가의 철학적 견해가 개정판에서는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이 부분은 나의 영역이 아니라 그냥 넘어간다.

집에 이전에 사놓은 책이 있어 몇몇 비교하니 주인공 친구의 이름이 다르다.

영국식으로 하면 헨리지만 불어로 하면 앙리인 것처럼 말이다.

소설의 내용도 세부적인 부분에서 낯선 곳이 많다.

가장 큰 착각 중 하나는 주인공이 창조한 괴물이 프랑켄슈타인인 줄 안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영화 등의 원전에 대한 갈망이 다시 생겼다.

실제 그 괴물을 창조한 인물의 이름이 프랑켄슈타인이다. 괴물에겐 이름이 없다.

이 소설 속 괴물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현재 과학적 기준으로 말도 되지 않는다.

괴물이 집을 떠나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내면 모두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고 달아난다.

때문에 괴물은 숨은 채 살아간다. 그리고 그는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말과 글을 배운다.

그가 한 눈먼 노인 가족 곁에서 말과 글을 배우는 장면은 완벽한 자기주도 학습이다.

단순히 언어를 배우는데 그치지 않고 감정마저 배운다.

그가 바란 것은 자신의 외모와 상관없이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들의 편협한 시각은 그의 외모에 집착한다. 무섭고 두렵다.

이 감정이 그에게 전달되면서 그의 백지 같은 마음에 악이 스며든다.

이 소설의 백미는 바로 이 부분에 있다. 처음부터 그는 괴물이 아니었다.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을 좇아 북극까지 가는 과정에 만난 선장의 편지 속에 이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괴물이 말하는 부분을 읽다 보면 얼마나 많은 착각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영화의 이미지에 압도되어 실제 내용은 어느 순간 왜곡되고 변했다.


다시 과학을 한 번 돌아보자.

그 당시 과학은 급속하게 발전하는 중이었다. 과학에 대한 맹신은 그 시절 인류의 한계를 드러낸다.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전기를 통해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킨다는 설정은 마법이 곁들여진 판타지에서나 가능하다.

하지만 자신의 창조물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아주 독창적이다.

기존의 자연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과학을 덧붙여 만들어낸 괴물을 두려워하는 마음과 그 괴물이 지닌 놀라운 능력 등은 그 시절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이런 설정과 모습들이 아마도 후대에 많은 SF 작가와 작품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소설들을 다시 읽는 것은 그 작품에 대한 왜곡을 바로잡는 것이다.

물론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볼 때 다시 영화의 이미지에 사로잡히는 경우도 아주 많다.

예상한 것보다 잘 읽혔고, 재밌었지만 현대 과학 지식을 조금 가진 나에게 솔직히 거슬리는 대목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이라고 불리는 이 소설은 읽을 이유가 충분히 많다.

번역에 따라 호칭이나 이름 등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
다키와 아사코 지음, 김지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처음 만나는 작가다. 인터넷 서점 검색에도 딱 한 권 번역되어 있다. 일본에서 상당히 많은 책을 낸 작가인 듯한데 아직 한국 출판사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한 모양이다. 읽으면서 내가 예상한 것과 상당히 다른 전개와 구성이라 조금 혼란스러웠다. 억지로 감동을 자아내는 부분이 없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어떤 대목에서는 이야기를 풀어내다 만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오르골이란 소재를 생각하면 좀더 음악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도 있을 텐데 약한 느낌이다. 물론 나의 상상력이 부족한 부분도 있다. 일곱 개의 이야기를 좀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꼼꼼하게 읽고 더 많은 상상을 해야 한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가진 북쪽 마을의 운하 골목에 작은 오르골 가게가 있다. 이야기의 문을 여는 것은 엄마와 한 아이가 이 가게에 들어가면서부터다. 아이는 오르골을 이것저것 만진다. 엄마는 불안하다. 혹시 망가질까 봐. 주인인 듯한 남자가 나와 만져보라고 말한다. 그런데 아이는 귀가 좋지 않다. 기성품을 살 수도 있지만 음악을 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손님의 마음속에 흐르는 음악을 담아준다고 한다. 제작하면 엄청 비쌀 것 같지만 그렇게 비싸지 않다고 말한다. 이 오르골 가게의 마법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르골 음악을 제작 의뢰한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음악을 듣고 그것을 구현하는 것이다.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 음악이 가진 의미를 알게 된다.


사람들은 살면서 어느 시점에 늘 걱정이나 고민이나 갈등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 소설 속 등장인물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귀가 들리지 않거나 동거하는 여자 친구와 알 수 없는 갈등을 겪거나 소녀 밴드의 꿈을 포기하거나 사이가 나빴던 아버지의 기일을 귀향하거나 처음으로 자신의 피아노 연주에 열정을 가지거나 40년 동안 함께한 아내가 쓰러졌거나 하는 일 등이다. 이런 일상의 순간들을 작가는 간결하게 녹여내고, 오르골 가게와 연결한다. 구구절절하게 감정을 풀어내고 이해를 하기 보다 마음속에 흐르는 음악이란 설정으로 여운과 감동을 전달한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강한 인상을 받은 이야기들은 소녀 밴드의 해체 문제로 갈등을 겪는 ‘모이다’와 열 살 소녀의 피아노 연주에 대한 열정 등을 다룬 ‘바이엘’과 나이 들면서 왠지 더 입감하는 늙은 부부의 애잔한 이야기를 다룬 ‘먼저 가세요’ 등이다. ‘모이다’를 읽으면서 ‘콧노래’ 속 음악 페스티벌의 음악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소녀들의 마음이 네 개의 오르골로 합쳐지는 순간이 아주 강한 인상을 주었다. ‘바이엘’ 속 소녀의 귀와 뛰어난 연주 실력이 더 큰 무대에서 실패를 경험하는데 짧은 방황을 한다. 더 큰 무대에 어떤 아이들이 있는지 알게 되면서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 듯해 그 미래를 기대하게 했다.


‘먼저 가세요’는 이 소설의 마무리로 적당하다. 달력에 적힌 날짜의 의미를 미스터리처럼 해결하고, 오르골 가게에서 만든 음악이 어떤 의미인지 보여줄 때 그 소중한 만남의 순간이 가슴에 깊게 와 닿았다. 누군가는 잊고 있었지만 누구는 듣자마자 그 순간을 떠올리게 되면서 서로가 아끼는 마음이 합쳐진다. 3년 전 다시 가야지 했던 커피숍을 찾지 못하다 우연히 발견하고 함께 가는 모습은 내가 수없이 남발했던 다음에 또 오면 되지! 가 떠올랐다. 비록 작은 약속이지만 병마를 떨치고 함께 그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 그들을 보면서 진한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나오고, 바로 앞 이야기와 이어서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