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를 읽는 밤
김영현 지음 / 작가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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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읽은 수많은 한국작가들 중 한 명이지만 크게 주목한 작가는 사실 아니다. 20대에 열광하였던 이문열, 이청준, 박완서, 김원일 등의 스타 작가에 비하면 단지 이름을 아는 정도이다. 아마 그를 알게 된 것도 한때 즐겨 읽던 이상 문학상 덕분이 아닌가 한다. 그런 작가의 소설도 아닌 산문집을 선택한 것은 아마도 제목에 나오는 나쓰메 소세키 때문일 것이다.

 

나쓰메 소세키 때문이라고 하면 내가 이 일본 작가에 대해 잘 알고 엄청난 팬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의 소설도 읽은 것은 한두 편 정도에 불과하다. 대표작인 ‘도련님’이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같은 소설은 읽지도 않은 것을 생각하면 약간은 의외이기도 하다. 하지만 얼마 전에 본 일본 드라마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영혼이 몸에 들어온 주부 이야기를 재미있게 보았고, 일본 문학에서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이기에 정보를 좀 얻어 볼까 하는 마음에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나쓰메 소세키에 대한 것은 단 한 편이고, 나머지는 작가의 삶과 문학과 철학과 지인들에 대한 것들로 가득했다. 에세이 등을 좋아하지 않고, 이런 종류의 책을 읽기 시작한 것도 불과 몇 년이 되지 않지만 이 산문집은 김영현이라는 작가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이전에 표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그의 문학 세계와 작품에 대해 많은 이해를 하게 되었다. 산문집을 신변잡기 정도로 알고 멀리했던 나에게 그의 작품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다른 작가들의 산문집에도 눈길을 주게 만들었다.

 

1955년생인 그가 겪어야 했던 한국 현대사의 수많은 문제와 어려움을 자신의 소설 속에 담아내었다고 하는데 그 소설들에 대한 정확한 기억이 없는 관계로 이 산문집을 읽는 내내 아쉬움을 느꼈다. 80년대와 90년대 초반 문학에서 자주 다루어진 주제이지만 과격하고 노동문학에 대한 관심은 높았지만 무지한 탓으로 김영현이라는 작가를 깊이 인식하지는 못했다. 그가 겪은 고문이나 감옥에서의 체험 등은 한때 관심을 가졌었고, 몇몇은 그 잔혹함에 치를 떨었던 기억이 있지만 역시 좋아하는 작가의 목록엔 그의 이름이 올라있지 못했다. 단지 있었지와 읽었지 정도였다.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개인적으로 2부인 ‘사람들’이 가장 흥미로웠다. 아마도 작가가 본 작가나 인물에 대한 평과 사유가 나의 취향과 맞는 듯하다. 관심을 가진 분야와 인물에 대한 것이기 더욱 재미있었고, 몇몇 잘 몰랐던 사실들도 즐거웠다. 보통 작품을 선택할 경우 유명 작가라면 그냥 선택하거나 책 소개에 의지하지만 잘 알고 있지 않은 작가의 경우 이력을 많이 참조한다. 하지만 이번 산문집으로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졌고, 이전과 분명히 다른 시선으로 그를 보게 되었다. 언제나 처럼 새롭게 인식한 작가의 작품에 대한 갈증이 생겼고, 빠른 시간 안에 그의 소설을 다시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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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1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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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림에 대한 해석에 놀라곤 한다. 하나의 그림을 두고 많은 전문가들의 해석이 엇갈리는 경우 더욱 혼란스럽다. 이 소설을 보면서 얼마 전 읽은 책에서 본 해석과 다른 풀이에 또 나의 마음과 머리는 미로 속을 헤매게 된다. 과연 누가 맞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기지만 역시 숨겨진 상징이나 비밀이 담겨있지 않는 이상은 나의 기분과 감상에 맡겨야 할 듯하다. 하지만 이것도 유행어처럼 그때그때 다르니 참으로 부족함을 느낀다.

 

소설을 펼치고 몇 장을 읽지 않아 머릿속을 파고 들어온 것은 한 편의 영화다. ‘아마데우스’. 한참도 전에 본 영화가 떠오른 것은 한 천재를 두려워하고 그리워한 능력 있는 음악가의 대결과 질투가 이 소설에서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느낌은 장수를 거듭하면서 강해졌고, 뒤로 가면서 새롭게 나오는 이야기에 의해 강해졌다 약해졌다 하였다.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상황이지만 과연 충분히 납득할만한 근거가 있는지 하는 부분에서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그림에 대한 나의 안목은 정말 약하다. 특히 유명한 화가의 그림일 경우 전문가들이 평하는 것에 흔들리고, 그들의 높은 안목과 감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 소설을 보면서 그런 점을 느끼는데 그것은 작가가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을 풀어내고 해석하고 주석을 단 부분에 쉽게 동의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두 천재 화가의 그림에서 빠져있는 것은 제작연도다. 이것이 사실 나에게는 혼란을 주지만 작가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좋은 소재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소설 속에서 작가는 그림의 순서를 정하고 그 그림을 해석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었기 때문이다.

 

미스터리 소설로도 읽을 수 있는데 가장 큰 미스터리는 상상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와 과연 그 주장을 읽는 독자들이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나 하는 점이다. 나의 완고한 선입견 때문인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작가의 그림 색조와 빈번하게 등장하고 중심이 되는 인물에게서 유추한 생각들이 너무 파격적이고 비약이 심한 듯하여 감탄을 자아내기보다 심하다! 는 느낌을 먼저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 중 일부는 한국드라마에서 너무 자주 보여준 것이 아닌가?

 

소설은 두 축으로 진행되는데 하나는 앞에서 말한 단원과 혜원의 천재적 재능과 대결 구도이고, 다른 하나는 10년 벌어진 살인사건을 둘러싼 비밀이다. 10년 전 살인사건이 단순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정조와 연결된 것으로 밝혀지고, 그 여파로 일어난 일들이 소설을 재미를 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파헤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지 않아 전작에서 느낀 재미가 조금 줄어들었다. 전작의 미스터리에 너무 기대한 탓인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쏙 드는 책은 아니다. 구성과 전개가 나의 생각과 완전히 다른 것도 하나의 이유이겠지만 윤복의 형인 영복의 비중과 중요성이 뒤로 가면서 허지부지 되었고, 갑자기 파국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존재 또한 작위성을 넘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결과 질투와 애증이 교차하는 구성이 나의 화가에 대한 선호도 때문인지 납득하기 쉽지 않은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그리고 결정타를 날린 것은 미인도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 때문이다. 과연 그렇게까지 충격적인 방향 설정이 필요했나와 작가의 화가에 대한 선호도가 너무 많이 개입된 부분도 그렇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가장 백미는 두 천재 화가의 대결이나 숨겨진 출생의 비밀이나 살인사건을 둘러싼 의문 등이 아닌 작품 속에 등장하는 그림들과 그 그림을 풀어내는 작가의 상상력과 해석이다. 총 24점의 컬러 도판이 두 작가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고, 작가가 풀어낸 해석은 그 시대와 그 느낌을 새롭게 만드는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한다. 하지만 ‘미인도’에 대한 비밀만큼은 납득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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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끌기
제임스 모로 지음, 김보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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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의 주검이 왜 문제가 되지? 읽는 내내 나의 머릿속에 울린 의문이다. 만약 3000미터가 넘는 사람 형상의 주검이 있다면 엄청난 논쟁과 수많은 음모론이 대두하겠지만 그가 하느님일지라도 나에겐 영향이 없다. 왜냐고? 나를 비롯한 세상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기독교 신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읽다가 부딪친 수많은 의문과 문제가 바로 이 소설이 기독교적 바탕에서, 세계에서 이루어진 소설이란 것이다. 태어나면서 주변에서 본 것과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신에 대한 외경심과 두려움이 그들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교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제외하고 소설 속으로 들어가면서 느끼는 의문도 많다. 하느님의 주검을 목격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행동들이다. 신부와 수녀가 옷을 벗고 춤을 추는 장면이나 선원들이 약탈과 살인과 음란한 행동 들이 단지 자신들을 지켜보는 신이 없다는 것으로 나타내어지는 것을 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신부가 칸트의 정언명제를 외치며 사람들의 양심에 호소하지만 그들은 결국 자신의 피 속에 담긴 욕망에 굴복한다. 다만 그 자기 파괴적이고 황폐한 시간이 지난 후 배고픔이라는 간단한 육체적 욕망에 굴복하여 이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한 순간 광풍처럼 휩쓸고 지나간 추악한 행동들 끝에 나타난 나약하고 배고픈 인간들이 보여주는 상황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자신들이 창조주로 생각하는 존재가 죽었고, 천사들도 죽은 상황에서 그들이 느낀 자유가 단순히 파괴적이고 가슴 깊숙이 숨겨진 욕망을 표출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사람 그 자체를 파괴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다르다. 기독교적 가르침의 기반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니 이 상황을 이해하기가 더욱 어렵다. 다만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천국과 지옥이라는 상징적인 두 세계가 사라짐으로써 사후에 대한 근심이 사라진 것만으로 이런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성이란 그럼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작가가 살고 있는 세계가 나와 다르니 그가 느끼는 감정도 다를 것이다. 기발한 발상과 전개는 흥미롭고, 이야기 속에 담긴 수많은 풍자와 비틀기도 재미있다. 페미니스트 캐시가 분석해 내는 영화 ‘십계’에 대한 해석도 새롭게 다가왔다. 서부계몽연맹이나 제2차 세계대전 재연협회가 보여주는 황당한 상황과 진행들은 약간은 무거울 수 있는 상황들을 코믹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파국은 황당하고, 이성보다 감정에 매몰된 것 이상이 아님을 보여준다.

 

 

하느님을 주검을 둘러싼 바티칸과 무신론자들의 대결을 보다보면 그들이 동일한 속성을 가진 단체임을 알게 된다. 기득권을 놓치고 싶지 않은 바티칸과 하느님의 주검으로 그 존재를 인정하고 싶지 않는 감성에서 사실보다 자신들의 이익이 우선됨을 보게 되는 것이다. 종교의 가장 중요한 점을 놓친 바티칸이나 사실에 충실해야 하는 사람들이 감정과 자기 이익에 휘둘려 펼쳐 보이는 행동들은 현실에 대한 정확한 반영이 아닌가 한다.

 

작가의 종교적 성향을 잘 모르니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글 속에 드러난 것만 본다면 무신론자가 아닌 것 같다. 서양의 팩션을 읽다보면 하나의 사실이 자신들이 이룩한 거대한 종교제국을 무너트릴 수 있다는 불안감에 살인도 불사하는 것을 자주 보는데 이 소설 속에도 역시 그런 모습이 보인다. 기독교적 세계관을 벗어나지 못하다보니 그 뛰어난 발상과 유머와 풍자가 왠지 모르게 힘을 잃는 듯하다. 하지만 읽다보면 예상하지 못한 소득도 많고 재미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나처럼 보고자 하는 것만 보고, 믿고자 하는 것만 믿는다면 거짓된 정보에 의해 하느님을 공격하는 재연협회처럼 책 속에 담긴 또 다른 많은 이야기를 놓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할 것이 참 많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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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 1.5평 청춘기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오유리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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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다. 재미있다. 책에 대해 간단이 평을 한다면 이 말로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띠지에 나오는 제1회 사케노미 서점인 대상 수상작이라는 문구보다 간단하고 명확하게 이 소설을 표할 수 있는 단어가 없지 않나 한다. 근데 이 책이 소설인 것은 맞는지 모르겠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구성 등을 보면 소설이다.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가끔 자신의 책을 이야기하는 부분으로 들어가면 기나긴 노노무라 탐험기 같기 때문이다.

 

이 책에 혹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혹한 것은 역시 미야베 미유키가 ‘환상의 괴수 무벤베를 쫓아서’라는 책에 해설을 쓴 것 때문이다. 그의 모험심을 높이 샀다니 다다미 3장 1.5평의 방에서 보낸 청춘도 높이 사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약간의 생각이 있었다. 그 좁은 방에서 8년, 옆에 있는 2평방에서 3년을 보낸 노노무라 이야기는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엔 너무 비상식적이고 기이한 모습을 띄고 있다. 그래서 잡지나 방송국 등에서 취재를 하고 간 것인지도 모른다.

 

2층집에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 명 한 명이 특이하다. 화자인 다카노를 제외하고도 그와 같은 탐험부의 후배들이나 노노무라의 터줏대감들인 10년 고시생 겐조씨, 소리에 예민하고 너무나도 알뜰한 수전노 마쓰무라씨 그리고 이 모든 사람들을 조용히 품고 사시는 주인아줌마가 있다. 이 특이한 사람들과 11년을 살았으니 수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이 재미난 사건들을 재미나게 풀어내고 엮어내는 것은 작가의 역량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대단히 성공적이다. 읽기에 부담 없고 술술 넘어간다. 읽다보면 이런 이상한 사람들이 있나 하기보다 웃고 즐거워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에피소드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에서 당혹스러운 장면도 공감하는 장면도 많이 나온다. 당혹스러운 것은 역시 다카노의 현실에 대한 무지다. 세상에 그 유명한 기무타쿠를 모르다니. 기무타쿠를 놓고 후배와 사람인지 그룹인지 논쟁을 하는 대목과 드림컴트루를 노래라고 태국사람에게 말해 웃음을 산 대목은 그가 얼마나 일반적 주류에서 벗어난 삶을 살았는지 알게 한다.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시간이 나면 외국으로 나가 몇 개월씩 집을 비우고, 집에서는 뒹굴거리고, TV조차 없는 생활을 하였으니까!

 

가장 공감 가는 것은 2평방으로 옮기고 난 후 벌어진 일들이다. 이전에 좁아 생각도 못한 물건을 사들이는 것이다. TV, 컴퓨터, CD플레이어 등등. 내가 집을 옮기고 난 후 괜히 넓어진 방을 보고 다읽지도 못할 책이나 다른 것들을 사들인 것과 같은 맥락이기에 그렇다. 사람들은 빈 공간의 여유를 즐기기에는 너무 그 여백이 불안한 모양이다. 덕분에 다시 좁아진 공간과 수많은 책 등으로 머리가 아파오기는 하지만.

 

앞에서 노노무라 탐험기라고 한 것은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주인아줌마와 그곳을 다녀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이야기들 때문이다. 11년을 살았지만 몇 번이나 몇 개월씩 방을 비웠으니 어쩌면 그곳에 살던 시기도 하나의 모험이자 탐험이 아니었을까 한다. 틀에 박힌 삶이 싫고, 일반적인 사람들의 삶을 쫓아가기보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그이기에 곳곳에 그런 분위기가 가득하다. 물론 이런 삶을 살아가는데 자신이 가장 중요하지만 노노무라에서 사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역시 주인아줌마다. 그가 몇 개월씩 방을 비워도 다른 탐험부 사람들이 와서 살아도 다시 그가 돌아올 수 있게 만들어 놓고,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끼리 충돌이 있어도 원만하게 그 사건을 처리하는 지혜를 가진 분도 역시 주인아줌마다. 11년 거주하는 동안 단 한 번도 방세를 올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나 정 가득한 행동이나 모두 주인아줌마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보통의 삶을 살지 않고 집에서 빈둥거리는 듯 글을 쓴 것 같지만 그가 그 사이에 낸 책들과 여러 외국 체험은 사실 굉장히 열정적으로 살았음을 보여준다. 모험과 도전 정신이 곳곳에 보이는데 가끔은 너무 무식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많다. 특히 신종마약도전기에서 보여준 모습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 또한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끝으로 옥의 티 하나. 책속에 자신의 책을 말하고 그 제목을 ‘환상의 괴수 무벤베를 찾아서’라고 하는데 작가에 대한 설명에서는 ‘쫓아서’로 다르게 표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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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미스터리 2000 - 2
일본추리작가협회 편저 / 태동출판사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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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1편보다 더 마음에 든다. 낯익은 작가들도 많고, 일본적 특색이 묻어나거나 트릭이 더 정밀한 듯하다. 특히 요 몇 년 사이에 이름을 날리고 있는 일본추리작가들의 단편뿐만 아니라 생소한 작가들의 작품이 큰 재미를 주었다. 비슷한 유형의 단편이 아니고 거의 모두가 분위기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그 차이들이 재미를 주고 완성도를 떠나 즐거움을 준다.

 

단편집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특별히 정이 가는 작품이 몇 편씩 꼭 있다. 나이츠 키요미의 ‘시효를 기다리는 여자’와 곤노 빈의 ‘부하’나 기타모리 코의 ‘흉소면’이나 츠부리야 나츠키의 ‘생환자’와 니카이도 레이토의 ‘기스케의 세기의 대결’이다. 이렇게 적고 보니 나머지 작가들은 모두 한국에서 책으로 나왔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다. 노자와 히사시(연애시대), 모리 히로시(모든 것은 F가 된다), 와카다케 나나미(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우타노 쇼고(벛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등이다.

 

재미있는 것은 노자와 히사시는 현재 연애소설로 이름을 날리고 있고, 모리 히로시의 ‘석탑의 지붕 양식’은 고대 인도를 배경으로 한 에피소드를 통해 재미있고 깜찍하게 풀어보는 단순한 수수께끼 이야기고, 우타노 쇼고의 ‘까마귀의 계시’는 드러난 살인 속에 숨겨진 비밀을 풀어내는 아마추어 탐정의 놀라운 추리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다만 와카다케의 ‘아가씨의 출범’은 아직 읽지 않은 데뷔작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처럼  일상의 변화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나이츠 키요미의 단편이 서술 트릭을 이용하고 있는 점이 우타노 쇼고의 출간작을 떠올리고, 트릭이나 살인사건에 대한 것이 아닌 형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곤노 빈의 작품이 진한 동료애를 느끼게 한다. 전설을 이용해 민속학자가 탐정역을 하는 기타모리 코의 작품이 만화나 드라마로 본 민속탐정을 떠올려주며 일본적 풍경을 강하게 느끼게 한다. 특히 니카이도 레이토의 작품은 보는 내내 놀라운 상상력과 그 특이함에 추리소설에 대한 지적 허영심과 애착을 느끼게 만들어주었다.

 

장편으로 나를 사로잡은 작가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나에게 해당되는 것이다) 특징 있고 개성 있는 이야기를 담은 추리소설이 더 마음에 든다. 앞에서도 강조한 ‘기스케의 세기의 대결’은 추리소설 독자라면 읽어보고 놀라워하고 즐거워할 작품임에 틀림없다. 그 속에 묘사된 추리소설들과 더불어 벌어지는 기묘한 대결은 그 자체만으로도 즐겁고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만약 나에게 누군가 그런 대결을 제의한다면 나는 과감하게 포기하고 말 것이다. 나의 기억력을 내가 잘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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