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 : 인생을 바꾸는 자기 혁명 - Think Hard! 몰입
황농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몰입이란 단어와 집중이란 단어의 차이를 알기 위해 사전을 뒤졌다. 몰입이 깊이 파고들거나 빠짐을 뜻하고, 집중이 한 가지 일에 모든 힘을 쏟아 부음이라고 정의되어 있었다. 비슷한 의미지만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이 두 단어에 대한 해석이 책에 있었다면 아마 나 같은 사람이 더 쉽게 이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런 약간의 의문에서 시작한 책 읽기는 완전히 몰입은 하지 못했지만 상당한 집중력을 발휘하여 읽었다.

 

THINK HARD! 저자가 주장하는 몰입의 핵심이다. WORK HARD가 아니라 THINK HARD가 이제 필요하다는 것이다. 뭐 이미 열심히 창조적인 생각을 주장하는 회사가 많음을 생각하면 약간 늦은 듯하지만 현실에서 이것을 실천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 만약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실제 회사생활에서 한 가지 일에 몰입해서 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인다면 그 일에만 집중하고 몰입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일은 언제나 끊임없이 밀려오고 앞뒤의 순서가 간단히 바뀌는 것들을 생각하면 더욱 힘겨운 일이다. 아니 어쩌면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아직 이 책엔 그 방법까지 제시되어 있지 않지만 저자라면 자신이나 주변사람들의 경험으로 알려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기 이전엔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집중력이었다. 똑같은 시간을 사용하여도 집중력의 차이에 의해 얻게 되는 결과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헌데 저자는 이 집중력의 강도보다 지속성에 중심을 둔다. 화두선을 예로 들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집중하고 몰입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뉴턴의 경우 밥 먹는 것을 잊을 정도로 몰입하여 중력 법칙을 발견하였다고 하니 지속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강도의 몰입이 심하게 이어지면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음을 말하고 정신의 긴장감을 육체 운동의 몰입으로 풀라고 말한다. 그리고 화두처럼 지속적으로 하나의 문제에 몰입하면 생각하지 못한 즐거움과 풀리지 않던 문제가 풀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초등학생이 대학수학을 몰입으로 단숨에 풀게 된다는 것이 아니라 몰입한 상태에서 그 과정들을 하나씩 밟아감으로써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나 자신도 긴 시간을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평소에 그렇게 하기 싫던 일이 집중하고 몰입한 순간 재미와 즐거움을 느꼈고 속도가 붙어 일 자체를 새롭게 생각한 적이 있다. 또 저자가 말한 다른 비슷한 경험이 있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도 많았다.

 

천천히 생각하기. 몰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처럼 빠른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생각하면서 완전히 그 일에 빠지면서 해답을 구하라는 의미다. 속도가 생명인 곳에선 반감을 가질 수 있지만 차분히 생각하면 속담처럼 이 경우에 더 빨리 해답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개별적인 상황에 대한 예들이 좀더 많았다면 좋았겠지만 하나의 문제에 대한 몰입들이 주요 예다보니 약간 아쉬움도 남는다. 성공을 위해 99번의 실패를 거쳤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지속적인 노력은 많은 성과를 이루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험한 의학 현명한 치료 - 의사가 된 후에야 알게 된, 현대의학 바로알기 똑똑한 헬스북 1
김진목 지음 / 전나무숲 / 200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읽은 몇 권의 책 때문에 서양의학에 대한 나의 관점이 흔들리고 있다. 그 흔들리는 관점에 이 책도 일조를 했다. 물론 저자는 현대 서양의학의 장점과 자연의학의 장점을 같이 나열한다. 하지만 현대 서양의학에 대한 절망에 관해 집필한 1부가 거의 절반이 넘는 것을 생각하면 사실상 현대 서양의학에 대한 불신을 부채질한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자신이 서양의학을 공부해 수십 년 동안 근무하였고, 대체의학인 니시의학으로 자신의 고질병을 고친 전력이 있어 더욱 그런 느낌이 강해진다.

 

표지로만 본다면 자연의학에 대한 글로만 생각할 수 있고, 1부만 본다면 다른 의학 관련 책처럼 현대 서양의학에 대한 비판서로 볼 수 있다. 이런 느낌은 책을 모두 읽은 지금도 책의 성격을 정확히 단정 짓기 어렵다. 단정 짓기 어려운 책이지만 매력적인 부분이 곳곳에 있다. 현대의학의 문제점을 잘 짚어준 1부나 자연의학과 생활의학에 대한 장점을 부각한 다른 부분들이 많은 도움을 준다.

 

1부에서 다룬 현대 서양의학의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책들에서 워낙 많이 다룬 것이다. 저자가 인용한 몇 권의 책이 더 좋은 자료가 될 것이고, 깊이가 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약본 같은 느낌을 주지만 강한 인상을 남겨주기엔 부족함이 없다. 현대의학에 대한 문제의 핵심은 기계론적 인식론에 바탕을 둔 치료라는 점과 의료상업주의다. 절대 동감한다. 저자가 강하게 주장하는 점이 현대 서양의학의 문제라면 내가 더 중심을 두는 것이 의료상업주의라는 점에서 차이가 갈리기는 한다.

 

‘의학의 진실’에서 현대 의학에 승리와 장점에 대한 긴 글을 읽었다. 저자가 의학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히포크라테스가 상업적 목적에 의해 부각되었고,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는 곳이 이전엔 많지 않았다고 한다. 또 그와 그 후의 의학자들이 가장 선호한 치료기술이 사혈이었음을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현대 의학의 발전 과정을 서술한 그 책이 현대 서양의학에 대한 신뢰를 가지게 만들어주었다면 그 후 읽은 ‘100년 동안의 거짓말’은 현대 서양의학의 한계와 모순을 잘 보여주면서 더불어 합성화학물질에 의한 엄청난 위험을 인식시켜주었다. 전자가 통계와 임상의 중요성을 부각하여 현대 의학의 엄청난 발전에 초점을 주었다면 후자는 마법 탄환이라고 불리는 즉효약 등에 중점을 두면서 부작용과 상업화에 더 힘을 실었다. 이 책과 더불어 읽기 좋은 책들이 아닌가 한다.

 

수없이 공감하게 되는 부분들로 가득한 이 책으로 돌아오자. 의료상업주의와 관련된 예로 말해진 고협압의 경우 이전엔 정상이었지만 고혈압의 기준 폭을 좁혀놓으면서 환자를 양산하고 엄청난 약을 팔았다는 사실과 외국에서 의료파업으로 구급의료 외에 진료가 중단되었지만 사망자의 수가 오히려 줄었다는 기록은 현대 서양의학의 약들이나 진료 자체가 얼마나 많은 문제가 있는지 알려준다. 또 고가의 최첨단 의료 장비로 병명을 찾지 못하면 원인 불명성 환자로 판정된다는 사실은 주변에서 수많은 분들의 사례로 이미 알고 있는 것이지만 의사들이 텔레비전이나 언론 매체를 통해 정기검진을 부르짖는 것을 생각하면 상업화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게 된다.

 

사실 얼마 전에 읽은 책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의료 상업화의 위험을 주변사람들로 인해 경험하였기에 1부의 내용은 몇몇 생각이 다른 곳이 있지만 기존의 지식을 되살려주고, 새로운 놀라운 정보도 주었다. 하지만 다음에 이어지는 주장에서 이전에 읽은 책들과 같은 주장을 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역시 생활환경과 위생시설의 개선과 영양임을 다시 한 번 더 인식하게 되었다. 늘 의사들이 나와서 주장하는 적당한 운동과 좋은 음식을 먹으라는 말들이 병에 대한 가장 좋은 예방임을 확실히 알게 되었고, 예방의학이라고 불리는 현대의학의 문제점이 상업화로 너무 확대되거나 과장되었음을 보게 되었다.

 

위험한 의학이 현대 서양의학에서 주장하는 완화제 등의 화학약물들이나 검사기기들에 의한 부작용 등이라면 현명한 의학은 수천 년을 이어온 대체의학이나 자연의학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다. 특히 만성병에 대한 것이라면 대체의학이 더 효과적이고 생활치료로써 면역력을 높여 병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아직 정확한 임상자료나 통계가 부족한 단점이 있지만 큰 부작용이 없다는 장점이 있으니 항상 살아가면서 머릿속에 심어 두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옥에서 온 심판자 밀리언셀러 클럽 59
조지 펠레카노스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전작에서도 이 거친 사내가 마음에 들었지만 이번도 변함없이 매력적이다. 시리즈 1권을 읽은지 시간이 좀 지나 처음엔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았지만 금방 한 명씩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전편에서 고뇌하는 경찰이었던 퀸이 이제 완전히 자리를 잡았고, 데릭의 연애와 삶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엄청난 강한 액션이 있지도, 힘들게 풀어야 하는 트릭이 있지도, 사건의 뒤에 숨겨진 엄청난 비밀이 있지도 않지만 지난번보다 완숙해진 진행과 구성은 더욱 빨려들게 한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욕과 상황들에 감탄을 하며 읽다 보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미국에 대한 이미지가 소리 없이 무너진다. 인종문제에 대한 주저 없는 묘사나 빈부격차 등 수많은 문제점을 보여주는데 이것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삶속에 녹여내었기에 놀라워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사건은 두 가지로 진행된다. 데릭이 운영하는 풋볼팀 소년의 죽음과 퀸이 포주로부터 빼온 소녀와 관련된 두 사건이 동시에 진행된다. 이 사건들이 엄청난 비밀을 지닌 것이 아니지만 일상의 흐름 속에 돌출하면서 긴장감을 준다. 각각의 시점을 잘 포착하였고, 과장되게 묘사하지 않음으로써 현실감을 더욱 높인다. 하지만 이번에도 곳곳에 심어둔 현실에 대한 비평과 부조리는 우리사회의 단면을 정확하게 보게 하고, 현실의 꾸며진 이미지 속에 숨겨진 참모습을 보게 한다. 이 소설이 지닌 매력 중 하나가 이런 현실적인 모습들이다.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워싱턴 D.C의 모습이 이렇다면 데릭의 입이나 다른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나오는 수많은 문제들은 놀라움을 넘어 무서움을 준다. 수많은 스릴러가 연쇄살인범을 등장시켜 불안을 조성하는 반면에 이 소설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긴장을 고조시키기 때문이다. 전작이 좀더 거친 모습을 보였다면 이번엔 한결 원숙한 모습으로 진행되면서 읽기도 부담이 덜 하다. 하지만 작품이 지닌 힘이 떨어지기는커녕 더 강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흔히 구조적, 제도적 모순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 자체도 모순이 많다. 한 예로 나오는 디씨의 자유주의자들의 ‘티벳에 자유를’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면서 몇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뒷골목에서 아이들이 악몽 같은 이웃들에게 시달리는 사실은 눈 감고 있는 것이나 백인 마을 고등학교 총기사건에는 분노하면서 뒷골목 같은 학교에서 아이들이 총기와 마약의 위험 속에 죽어가는 현실을 애써 모르는 척 하거나 무기구입이 우유를 사는 만큼 쉬운 사회 환경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글들에서 단순히 구조적 제도적 모순이라는 표현은 핑계에 불과함을 알게 된다.

 

이미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있는 집 백인 아이의 실종이나 납치는 매스컴이나 경찰 등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는 반면 가난한 흑인들의 죽음은 통계의 수치로 밖에 취급되지 않는 것을 보았다. 이 냉혹하고 부조리한 현실에서 가끔 당연하게 생각하는 자신이나 타인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섬뜩함을 느낀다. 또 매춘이 불법인 나라에서 단속을 한다고 하지만 그 존재가 인정되고 있는 현실의 아이러니함과 함께 어린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매춘부로 살아가는 것을 알지만 묵인하는 그 사회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개인적으로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다.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는 과격함이나 잔인함 등이 이 소설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길 권하고 싶다. 일반적인 스릴러나 미스터리는 없지만 이런 식의 스릴러도 재미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너무 현실적이고 욕설이 난무하여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지만 잔인함과 긴장감을 억지로 끌고 가는 소설보다는 몇 배는 재미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왕의 투쟁 - 조선의 왕, 그 고독한 정치투쟁의 권력자
함규진 지음 / 페이퍼로드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 가장 싫어하는 과목을 꼽으라고 하면 암기과목이다. 영어도 물론 싫어했다. 영어단어나 숙어들을 외워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들이 암기과목으로 생각하는 국사는 나에겐 해당사항이 아니었다. 외운다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래서 수없는 반복으로 자동적으로 심어진 것들을 제외하곤 열심히 뭔가를 외운 기억이 없다. 시대의 흐름과 이야기에 더 집중해야 했다고 해야 하나! 그럼에도 점수가 시간 들인 것에 비해 엄청 잘 나온 것을 보면 좋아하긴 한 모양이다. 지금도 물론 좋아한다.

 

왕의 투쟁. 조선을 이야기하면서 왕권과 신권의 대립은 빼놓을 수 없다. 성리학의 세계관에 의해 설계되고 건설된 왕조이기에 이 두 권력의 대립은 어쩔 수 없다. 혹자는 조선왕조의 몰락과 부패 등을 왕권이 신권에 눌려 그렇다는 전제하에 글을 쓰기도 하고, 어떤 이는 신권이 강했기에 왕조가 500년을 이어왔다고 말한다. 이 부분에서 어떤 관점으로 역사를 보느냐에 따라 한 왕조를 풀어내는 방식과 인용문구들이 갈라지고 해석도 차이가 나는데 가끔 너무 심해 약간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흥미롭고 많은 점을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에서 다루는 왕들은 공통점과 차이점이 분명하다. 세종과 정조는 학문이 뛰어나고 후세에 좋은 평가를 받는 왕들이고, 연산군과 광해군은 왕의 호칭을 받지 못할 정도의 폭군에서 새롭게 역사를 해석하면서 기존의 나쁜 이미지들을 벗어나는 왕들이다. 가끔 독살설이나 음모론에서 대중역사서를 쓴 글을 읽은 적은 있지만 이런 구성으로 된 책은 처음이다. 만약 조선왕조 전체를 다루었다면 기존 서적과 차별되는 점이 없겠지만 이런 비슷하면서 다른 왕들을 묶으면서 시선끌기엔 충분히 성공하였다고 생각한다.

 

신권과 왕권의 대결에서 신권의 승리로 결판난 연산군과 광해군에 대한 평가는 요즘 읽은 몇 권의 책에서 새로운 시각을 많이 만나게 된다. 기본 관점이 역사는 승자의 것이라는 전제 아래에서 그려진다. 그들이 연구하고 조사한 결과물들이 단순히 역사서의 반복이 아니라 나름의 논리와 가정을 가지고 이어진다는 점에서 배우고 생각할 점들이 많다. 목적에 의해 극단적으로 올림을 받고, 분위기에 휩쓸려 냉정하고 정확한 판단이 사라지는 몇몇 글들에 비해 그 성과가 대단하다. 폭군의 이미지로 굳어지던 연산군의 행적을 실록 등의 기록을 통해 우리에게 드리워진 그늘을 치워주고 단순한 개인문제가 아닌 권력투쟁의 소산물이었음을 알려준다. 광해군에 가서는 권력투쟁의 결과 극단적 평가를 받았다는 요즘 학설에 개인적인 성향이나 정책들을 정밀하게 해석해 과장된 거품을 걷어내는데 도움을 준다.

 

세종과 정조는 사실 왕조 초기와 후기에 가장 태평성대를 이루었다. 세종이 왕조의 틀을 세웠다는 설에는 이론이 없고, 그의 아버지인 태종의 덕을 본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에서 항상 수위의 자리에 놓이는 인물이자 지금 쓰고 있는 한글을 창제한 분이기에 자동적으로 후광이 비추어진다. 하지만 세종을 역사가의 시각에서 냉정하게 본다면 잘못된 점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저자는 수많은 가정을 도입하는데 그의 뛰어난 업적과 성과 때문이 아닌가 한다. 최고의 성군이지만 다음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결과를 알기에 아쉬움의 한 표현으로 그런 가정들이 나온 것으로 생각 든다. 또 훈민정음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가슴 한 곳이 약간 아픈 느낌이 있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첫 목적을 뛰어넘은 광범위한 사용과 효율은 그에 대한 존경과 뿌듯함을 느끼게 한다.

 

요즘 가장 많이 다루어지는 인물은 정조다. 드라마로 소설로 평전으로 만들어져 올 한해 최고의 인물이 아닌가 한다. 조선왕조의 르네상스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그 시대에 수많은 인물들과 저작물이 나온 것을 보아도 정조 시대는 매력적이다. 왕위에 오르면서 한 첫 말이 사도세자의 아들이라는 극적 표현에서 전율을 느끼게 하고, 독살설 등의 음모론은 대중의 흥미에 맞아 떨어진다. 신권과 왕권이라는 두 세력의 대결과 당쟁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들은 한 편의 드라마 이상의 재미를 준다. 또 여기서 역사의 가정이 끼워들면서 상상하는 즐거움을 주니 이 인물처럼 매력적인 조선의 왕이 과연 몇이나 있겠나? 여기에 저자는 투쟁에 지친 왕과 세도정치의 문을 열게 했다는 평가를 더했는데 이 부분에선 좀더 생각해봐야겠다. 순간 반감이 들지만 깊게 생각하고 연구해봐야 할 대목이다.

 

저자는 네 명의 왕에 대한 이야기에 가정을 집어넣고, 왕들의 투쟁을 말한다. 가끔 현재 정치의 모습을 연상하게 하는 왕과 신하의 대립과 언론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씁쓸하게 한다. 자신들의 이상을 위해서라기보다 권력을 위해 단순한 트집 이상의 과민반응을 보여주는 모습에선 반대를 위한 반대 이상을 생각하기 어렵다. 왕들의 리더십에 대한 해석과 수량화된 자료들은 또 다른 시각에서 그들을 보게 한다. 자주 사용되어 외래어 등은 국사를 다루는 서적임을 생각하면 자제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권력 투쟁이란 제목과 달리 개인적 성격이나 상황에 더 비중을 준 듯한 인상은 아쉬움이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크엔젤 - 스탈린의 비밀노트,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1998년 작품이다. 우리나라에 네 번째로 번역된 로버트 해리스의 소설이다. 한 권을 제외하고 모두 읽었는데 모두 각각의 매력이 있다. 다른 소재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는데 몰입하게 되면 정신없이 빨려 들어간다. 이번 소설은 스탈린의 비밀노트라는 부제처럼 과거의 유물을 둘러싼 이야기다.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다른 작가들의 소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소설들과 약간 다른 방식이고 다루는 인물도 다르지만 과거의 영광이라는 측면을 생각하면 동일하지 않을까 한다. 이 부분에선 우리의 현실과도 유사한 점이 보이기에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곳곳에 드러나는 은유와 비판의식은 가끔 불편한 느낌을 준다. 나만의 과장된 반응이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소설 속에 깔린 의도가 너무 현실과 맞아떨어진다.

 

소설은 한 권의 노트로부터 시작한다. 한 늙은이가 스탈린 죽기 직전의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사학자 켈소를 자극하는 부분이다. 켈소라는 사학자는 잘못된 결혼생활과 알코올로 인생이 피폐해진 인물이다. 그렇지만 아직 자신이 연구한 주제나 소재들을 무시할 정도로 타락하지는 않았다. 그런 그에게 이 비밀노트는 역사 연구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엄청난 부를 안겨줄 물건이기도 하다. 이때부터 그 비밀노트를 찾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다. 그리고 마침내 찾은 노트에 담겨 있는 내용은 그의 예상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또 다른 조사를 위해 움직인다.

 

하나의 사실이 드러나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건과 맞물리고, 한 인물의 영웅적 행동으로 멋진 활극이 펼쳐지지도 않는다. 켈소라는 인물을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매력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육체적 능력이 뛰어나지도, 결단력도 거의 없다. 있다면 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상황에 잘 휩쓸려 들어가면서 사건을 만들어 내는 정도랄까? 기존에 읽은 해리스의 소설 속 주인공과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다른 소설과 달리 쉽게 몰입하지 못한 부분도 많다.

 

역사의 인물이나 시기를 다룰 경우 현실과의 연관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소설 속 스탈린을 단순히 과거의 인물로 치부한다면 설정부터 힘을 잃게 된다. 하지만 저자는 스탈린이란 인물이 어떤 존재였는지 과거와 현재 모두 비추어 말한다. 스탈린의 위험성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히틀러보다 더 무서운 인물이라고 평한 대목에선 놀라고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그는 죽었지만 그의 영광을 먹고 사는 인물이나 그리워하는 사람이 아직도 엄청나게 많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현실에 대입할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의 비극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을 금방 읽고 난 후 느낌과 지금의 느낌은 다르다. 책을 당시 약간 부족하지 않나 생각하게 되었고, 읽고 난 후는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아쉬움은 남아있고 마지막 반전을 생각하면서 그랬구나 생각하였지만 전체 구성을 생각하게 된다. 인물들의 등장과 성격이나 상황 등이 복잡하게 엮인다. 그의 다른 작품에 비해 부족한 느낌이 계속 들지만 현실에 대한 과거의 악령을 멋지게 되살린 부분엔 감탄을 자아낸다. 또 마지막 설정은 약간 튀는 느낌이 있지만 나름 마음에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