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나무 아래의 죽음 캐드펠 수사 시리즈 13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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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13권이다.

개정판으로 나오던 책이 이번 달에 모두 나왔다. 반가운 일이다.

앞의 몇 권을 읽고 중간 몇 권은 건너 뛰었다.

개인적으로 살짝 아쉬운 부분이지만 언젠가 읽지 않은 앞편들을 읽을 예정이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번에도 역시 캐드펠의 활약에 빠져들었다.

캐드펠은 세상 경험이 풍부하고 관찰력과 추리력이 뛰어난 노수사다.

의도치 않게 살인 사건과 이어지면서 탐정 역할을 한다.

이번 사건도 남편을 잃은 주디스 펄이 수도원에 기부한 집 때문에 살인이 일어난다.

기부의 대가로 성 위니프리드의 축일에 백장미 한 송이를 받는 조건이다.


주디스는 뛰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우아한 모습을 보여준다.

남편이 죽고, 아이를 유산한 후 방황을 하면서 그 집을 기부한 것이다.

하지만 이 조건부 기부와 그녀가 가진 부가 문제를 일으킨다.

슈루즈베리 수도원의 젊은 수사 엘루릭은 어릴 때부터 수도원에서 자랐다.

그는 주디스에게 매년 백장미를 전달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에서 자라는 주디스에 대한 연모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수도원장에게 부탁해 이 임무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원장 등은 현재 그 집에 살고 있는 청동 세공인 닐에게 그 업무를 부탁하려고 한다.

주디스는 남편의 선물 수선을 닐에게 맡기려고 온다.

닐도 아내를 잃었고, 딸은 여동생이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키우고 있다.


주디스의 부를 노리는 수많은 남자들이 그녀 주변에 있다.

각각 다양한 의도를 가지고 그녀에게 구혼한다.

주디스는 이런 현실 속에 수녀원에 들어가는 것까지 생각한다.

수녀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하는데 그녀의 진심은 지금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녀가 수녀원에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에는 같이 사는 이모가 늘 하는 말과 관계 있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듯한 일상인데 하나의 살인 사건이 큰 변화를 불러온다.

닐이 여동생 집에 다녀온 후 집에서 발견한 엘루릭 수사의 죽음이다.

집안 장미나무를 누군가가 꺾으려고 했고, 엘루릭 수사가 막다가 죽은 듯하다.

캐드펠은 사건 현장에서 수상한 발자국 하나를 발견한다.

그 신발 자국을 밀랍으로 본을 뜨고 범인을 찾으려고 한다.


장미 한 송이 때문에 생긴 듯한 살인 사건.

주디스는 조건 없이 그 집을 기부하려고 마음먹는다.

그리고 다음 날 그녀가 사라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누군가 그녀를 납치해서 설득하거나 강간해서 그 부를 가지려고 한 것이다.

용의자들은 당연히 그녀에게 구혼한 남자들일 것이다.

그녀를 찾기 위해 성의 군사들과 시민들이 동원되지만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주디스의 직원 중 한 명인 버트레드가 자신의 엄마에게 수상한 말을 한다.

버트레드는 늦은 밤 홀로 자신이 생각한 장소에 가서 주디스의 흔적을 발견한다.

실종 사건의 두 남녀의 대화 속에 드러난다.

하지만 낡은 목재가 부스지면서 버트레드는 떨어지고, 경비견 등에게 쫓긴다.

강에 떨어져 정신을 잃었는데 누군가가 나타나 그를 강으로 밀어 넣는다.


두 개의 살인 사건, 하나의 납치 사건.

이 모두 주디스를 둘러싼 사건들이다.

후반부로 가면서 사건 당사자들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진다.

아직 캐드펠이 이 사건들을 하나로 엮어서 추리할 정도의 정보가 모이지 않았다.

새로운 사건과 날카로운 관찰력이 어느 순간 사건의 진상을 떠올려준다.

홈즈의 명언이 떠오르는 순간이자 빛나는 추리력의 결과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우연과 탐욕 등이 작은 소망과 뒤섞인다.

중세 여성들의 위치를 생각하면 이런 일들이 왜 발생했는지 조금은 이해된다.

이전 같은 화려함은 없지만 섬세한 심리 묘사와 감정의 변화 등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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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에서 온 남자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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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면도칼이라 불리었던 조폭 진혁.

2년 전 사랑했던 서희가 죽은 후 삶이 무너진다.

의욕을 잃고, 조폭에서의 자리는 점점 추락한다.

그러다 받게 된 건강검진, 시한부 인생 판정을 받는다.

치료받으면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자살을 결심한다.

사랑했던 여인의 납골당을 들러 헌화를 하고,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만난다.

마지막 죽을 자리를 찾아가는 도중에 다중 추돌 교통사고가 일어난다.

앞차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하는데 사고 때문에 열린 트렁크에서 수십 켤레의 하이힐이 보인다.

창문을 열지도, 차밖으로 나오지도 않는다. 수상하다.


빠르게 진혁의 상황을 풀어내고 연쇄살인범과 만나게 한다.

라디오 등에서 연쇄살인범에 대한 뉴스가 나오지만 자살할 진혁에게 중요한 일은 아니다.

교통 사고 현장에서 도망가는 운전자를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뒤좇아 가 그를 잡는데 칼을 휘두른다.

한때 조폭의 에이스였던 그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 운전자를 잡아 경찰에게 넘겨주지만 이 남자는 경찰을 해치고 도망친다.

진혁은 그를 뒤쫓는데 이상하게 차를 버리고 산으로 올라간다.

결국 그를 잡지만 갑자기 찾아온 통증은 진혁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놈은 달아나고, 정신을 차린 진혁은 다시 놈을 찾는다.

그러다 발견한 동굴, 이 안에 그놈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동굴을 통과한 후 그가 마주한 세계는 어제의 세계다.


진혁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연쇄살인범을 좇은 날은 5월29일.

동굴을 통과한 후 그가 사람들에게 들은 날짜는 5월28일.

연쇄살인범과 싸우면서 몸과 옷이 엉망진창이었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의 신고로 그는 경찰에게 체포된다.

경찰서에서 자신이 경험한 것을 말하지만 단 한 명을 제외하고 누구도 믿지 않는다.

그가 말한 곧 있을 야구 경기 결과는 어제 들은 것과 점수 차이는 나지만 승자는 같다.

유인하 팀장이 들어와 그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다.

그녀의 도움을 풀려난 후 이 세계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단순한 어제의 세계가 아닌 또 다른 차원의 세계라는 것을.


이야기는 빠르고 거칠게 진행된다.

세부적인 상황들은 생략된 부분이 많고 핵심만 풀어놓는다.

뛰어난 가독성, 빠른 전개, 진혁의 필사적인 노력 등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다시 찾아온 기회, 실수, 또 한 번의 기회, 이제는 놓칠 수 없다.

이런 상황 속에 하나씩 밝혀지는 이 세계관의 일부 사실들.

그리고 보통의 타임슬립과 다른 설정 하나를 넣어 살짝 변주를 한다.

한 번 더 동굴을 통과하면 이전 기억을 사람들이 잊고, 전자기기는 먹통이란 것을.

그런데 펜으로 종이에 적은 것은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런 사실을 진혁만 아는 것이 아니다. 놈도 알고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단계를 지나 마주하는 사실은 머릿속을 복잡하게 한다.

살짝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속도와 재미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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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역하는 말들 - 황석희 에세이
황석희 지음 / 북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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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의 에세이다.

황석희란 이름은 나에게 낯설다.

근래 영화를 거의 보지 않았기에 이 이름은 더욱 낯설다.

하지만 그가 번역한 영화 제목들은 보지 않아도 익숙한 것들이다.

오역은 번역가의 숙명 같은 것이라 완전히 피할 수 없다.

한때 한 영화 번역가의 번역에 대한 짤이 인터넷을 도배한 적이 있다.

저자는 영화, 드라마 등의 번역에 대한 오역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일어나는 오역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이 두 부분이 상당히 재밌다.

익숙한 이야기도 있지만 다른 시선에서 본 글들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미드 게시판은 개인이나 팀 번역으로 수많은 자막이 올라왔다.

아직 한국에 정식으로 드라마 등이 수입되기 전이라 이들의 자막을 최고의 선물이었다.

채널이 늘어나면서 갑자기 미드를 비롯한 수많은 작품들이 번역되어야 했다.

이 자막 등에 대한 소송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본 것 같은데 확인이 필요하다.

일부 드라마의 경우 불법 자막을 그대로 넣은 것이 있다는 말도 있었다.

소문과 현실의 괴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정리되었다.

이 정리 과정 속에 자리잡은 번역가 중 한 명이 황석희 번역가인 듯하다.

그의 말을 빌리면 초창기는 다큐멘터리 전문이었다고 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괜히 채널 돌리다 잠깐 본 다큐멘터리들이 떠올랐다.


번역자이다 보니 번역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많이 풀어낸다.

정역, 의역, 오역 등에 대한 글들은 나의 취향과 달리 사고의 폭을 넓혀준다.

번역을 제2의 창작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잘 표현해준다.

대표적인 것으로 <파친코>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번역 이야기다.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달라질 수밖에 없는 문장을 그는 원작자 등과 의논한다.

이 의논을 통해 그 의미를 더욱 명확하게 드러낸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원작자가 동의한 최고의 정역인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잘 된 번역이라도 오역이 없을 수 없다고 말한다.

비율을 정해 놓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번역에 대한 이야기 중 두 가지 언어를 잘 하는 사람이 저지르는 실수는 아주 인상적이다.

꼼꼼하게 따지면 어색하지만 얼핏 보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외국인들이 하는 한국말을 우리가 찰떡 같이 이해하는 것과 같다.

오래 전 선배가 번역투 문장이라고 했던 것을 한참 뒤에 알게 된 것처럼 말이다.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 노력할 때 이 부분은 늘 눈에 거슬렸다.

체 게바라가 했다고 알려진 문장에 대한 그의 탐구는 재밌다.

인터넷 밈이나 쇼츠로 알려진 문장 중 상당수가 정보 오류가 있음을 파고든다.

개인적으로 이런 작업들을 좋아하는데 번역가는 더 깊숙하게 들어간다.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가 판치는 웹에서 이런 작업들은 깨진 정신력을 일깨운다.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수많은 상황을 잘못 해석한다.

아이 이야기를 할 때면 이 오역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인터넷 커뮤니티 이야기는 진영 논리에 의해 의도적으로 오역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 이런 글을 읽다 보면 팩트 체크의 필요성을 점점 더 많이 느낀다.

자신의 번역을 오역으로 몬 유튜브 렉카 이야기는 최근 사건 하나를 떠올리게 한다.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를 섞어 혐오 장사를 하는 사이버 렉카.

거의 이런 것을 보지 않지만 잘 모를 때 이런 자극적인 정보에 혹한 적이 적지 않다.

아랫집에서 사 온 성심당 빵과 다정한 사람들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밝은 미래를 보여준다.

화려하지도 겉멋을 부리지 않는 일상과 번역 이야기는 잔잔하게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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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씨년이 우리 반 반장입니다 - 2025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청소년 단편 수상작품집 북다 청소년 문학 3
장아결 외 지음 / 북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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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2025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청소년 단편 수상작품집이다.

최근 청소년 소설 몇 권을 재밌게 읽어서 선택했다.

북다 청소년 문학 시리즈는 현재 이 책 포함 세 권 나왔다.

앞의 두 권 중 한 권은 테니스를 소재로 한 장편 소설이다.

시간이 되면 앞의 두 권도 읽고 싶은데 마음대로 될지는 잘 모르겠다.

이번 수상작품집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이가 들고, 아이가 자라면서 청소년 문학에 관심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책 제목 <을씨년이 우리 반 반장입니다>는 책 속 단편의 제목이 아니다.

최혜영의 <을씨년이 대관절 뽑히는 이야기>를 재밌게 비튼 것 같다.


다섯 작가 중 이름이 그나마 익숙한 작가가 장아결이다.

찾아보니 읽지 않았지만 낯익은 표지와 제목인 <안개꽃 빌라의 탐식가들>를 썼다.

<믿을 만한 어른>은 중3 경채를 내세워 믿을 만한 어른을 찾는 과정을 그린다.

이런 어른을 찾는 이유는 부모님이 헐값에 판 감정가 3억 원의 금불상을 되찾기 위해서다.

이 금불상을 붕어빵을 사려고 기다리다 들어간 곳에서 발견한다.

3억 원이란 감정가를 알기에 사려고 했지만 상점 주인은 미성년자에게 팔지 않는다.

어른과 함께 와 사라고 하는데 이것은 나중에 생길 문제를 막기 위해서다.

이 사실을 부모님께 말하고 같이 사고 싶지만 부모님은 한탕주의에 빠져 있다.

가보를 되찾고, 3억 원을 받기 위한 경채의 노력과 좌절이 하나씩 나온다.

현실적인 문제와 조언이 먼저 나오고, 그 불상을 되찾으려는 열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 금불상이 진짜일까? 과연 믿을 만한 어른을 찾을까? 하는 호기심이 끝까지 유지된다.


조웅연의 <너만 빼고 완벽한 우리 반>은 풋풋한 재미로 가득하다.

거짓과 오해가 겹치고, 짝사랑의 감정이 풋풋하게 그려져 있다.

반 최고 인기인 장혜원과 이상하게 엮이고, 꼬인 관계지만 친한 척한다.

한때 짝사랑했던 한지웅이 전학 오는데 그가 장혜원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

장혜원과 사귀는 것을 방해하려는 나, 거짓 때문에 생기는 관계의 균열.

소문의 진짜 사실을 알고 오해를 해결하기 위해 솔직한 진심을 말한다.

한지웅이 보여준 행동의 이면에 담긴 사실은 살짝 웃게 한다.

갑자기 든 생각은 이 단편 장편으로 만들면 어떨까 한다.


천가연의 <세 번쩨 눈을 뜰 때>은 SF 요소를 가져온 성장소설이다.

외계에서 온 삼목인이 지구에 살면서 생기는 차별과 혐오의 감정을 다룬다.

외계에서 지구로 올 정도면 엄청난 과학 기술을 가지고 있을 텐데 이 부분은 의도적으로 생략했다.

인간과 다른 모습이라고 하지만 눈이 하나 더 있을 뿐이다.

초기 정착 과정에 지구인들에 의해 삼목인들은 많이 살해당했다.

이 공포와 혐오는 자신들의 정체를 숨긴 채 살아갈 수밖에 없다.

다온과 금성이 시선이 교차하면서 진행하는데 이들의 이야기 속에 현실을 담고 있다.

삼목인 대신 외국인 노동자나 성소수자를 넣으면 현재 한국의 모습이다.

청소년 소설의 재미와 함께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최혜영의 <을씨년이 대관절 뽑히는 이야기>는 유쾌하고 재밌다.

요즘 아이들의 낮은 문해력과 조금씩 피어나는 사랑의 감정을 담아내었다.

을씨년과 대관절이란 단어를 사용해 찰 지게 욕하는 국어 무능력자 소희.

문법이 틀리면 얼굴이 붉어지는 국어 능력자 준호.

서로의 감정을 모른 채, 속인 채 둘은 국어 공부를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드러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관계 하나가 밝혀진다.

이 반전과 소희의 매력이 예상하지 끝까지 유쾌하다.

이 아이들이 등장하는 연작소설도 재밌을 것 같은데 과연 더 나올까?


강지윤의 <다정의 온도>는 같은 이름과 친 엄마의 부재를 엮었다.

다른 사람의 속마음이 들린다는 노다정.

모든 사람들에게 다정하지만 속은 무심한 유다정.

이 둘은 이름이 같고, 친 엄마가 부재한 것도 같다.

하지만 이름 이외에 이런 사실은 중반 이후에 드러난다.

이 둘은 학교 앞 단맛의 떡볶이집에서 만나면서 상황이 꼬인다.

노다정은 언제나 생일이 되면 동생과 함께 생일을 자축한다.

아빠는 생일이 되면 돈을 줄 뿐 단 한 번도 다정의 생일을 축하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앞에 풀어두고, 갑자기 사라진 떡볶이집 주인 아줌마 실종 사건을 조사한다.

노다정과 유다정, 이 둘이 의심스러운 주변 사람들을 찾아 흔적을 쫓는다.

오해와 노다정의 능력이 엮이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펼쳐진다.

같은 이름이 주는 혼란, 뒤섞인 관계와 바람 등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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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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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집 책장에 동생이 사놓은 것은 읽었던 것이 처음이었다.

사실 이때만 해도 이 책이 얼마나 유명하고 대단한 책인지 몰랐다.

당연히 그냥 재밌게 읽었던 기억만 난다.

그 후 이 책에 대한 호평과 극찬을 보면서도 솔직히 그렇게 공감하지 못했다.

아마 책 속 재판 장면이 그 당시 읽던 법정 스릴러보다 덜 자극적이었던 탓도 있을 것이다.

이 재판의 이미지 때문에 다른 부분의 재미를 놓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긴 세월이 흘러 다시 읽은 지금 다양한 재미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시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것도 재미가 더해진 이유다.


1930년대 미국은 대공항의 여파 속에 있었다.

<분노의 포도>를 읽으면 이 당시 모습을 아주 잘 볼 수 있다.

미국 남부 앨라배마 주의 한 작은 읍 메이콤을 무대로 이야기를 펼친다.

아직 인종차별이 당연한 듯 시대였고, 남부는 더 심한 곳이었다.

흑인들만 따로 떨어져 살아야 했고, 인종적 편견이 가득했다.

백인 여성 강간으로 기소된 흑인을 변호했다는 이유로 비난과 혐오의 대상이 된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공교육이 시행되는 중인 것 같다.

이 공교육 시행으로 인한 초기 혼란은 이야기 앞부분에 잘 나온다.

글을 읽을 줄 아는 스카우트에게 선생님이 한 말에 그대로 드러난다.

아빠가 가르치는 방법을 모르니 더 이상 가르치지 마시라는 말이다.

황당한 말과 체벌 등은 그 시대의 한 면은 잘 보여준다.


스카우트는 오빠 잼과 함께 노는데 여름이면 딜이 와서 같이 논다.

어린 이 세 명의 아이들이 노는 장면들을 보면 <톰 소여의 모험>이 떠오른다.

자신들만의 놀이 방식을 개발해서 재밌게 논다.

이 마을 아이들 사이에는 스카웃 앞집인 부 래들리 집에 대한 괴담이 있다.

그 집 근처만 가도 아이들은 공포에 질리고, 문을 두드릴 생각조차 못한다.

무섭지만 허세를 가진 잼은 용기를 내어 문 앞까지 갔다가 급하게 돌아온다.

스카웃은 이런 오빠를 놀리지만 그녀와 딜 또한 무서워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집 앞 나무 속에서 껌과 고장난 시계 등이 나온다.

누가 이 물건들을 그 속에 놓아 두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나무 썩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구멍은 시멘트로 메꾸어진다.


스카웃이 화자로 등장해 3년 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풀어낸다.

초반은 젬 오빠 등과 재밌게 놀고 모험한 일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 이 마을 사람들의 상황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아버지 애티커스가 이 남매를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도 조금씩 드러난다.

광견병 사건이 터졌을 때 아버지가 얼마나 뛰어난 명사수였는지 알지만 그뿐이다.

아버지는 인종적 편견이 없고, 아이들이 선입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길 바란다.

50대인 아버지는 아내가 죽은 후 홀로 살면서 흑인 캘퍼니아 아줌마의 도움을 받아 키운다.

바쁜 아버지 때문에 흑인 교회에 간 장면은 다시 이 시대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높은 문맹률, 생존을 위한 흑인 공동체의 모습, 백인에 대한 배척과 두려움 등.


한 편의 법정 스릴러를 보는 듯한 재미를 준 장면이 톰 로빈스의 재판이다.

이전 기억에 가장 많이 남아 있던 장면인데 세부적인 상황이 기억과 달랐다.

법정은 흑인과 백인의 방청 구간이 나누어져 있다.

스카웃 등은 1층 백인 자리가 없어 2층 흑인 구역으로 가서 방청한다.

딸이 흑인 톰에게 강간 폭행당했다고 유얼 가족들이 신고했다.

보안관이 딸이 폭행당한 후의 장면을 봤고, 톰을 체포했다.

이 사건에 대한 법정 공방은 아무리 나쁘게 봐도 톰의 무죄가 확실하다.

아버지가 변론한 내용들은 톰의 무죄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게 한다.

하지만 백인 배심원들은 톰의 유죄를 선고한다.

이 장면은 이후 법정 스릴러에서 다른 방법으로 다양하게 변주된다.


1930년대 대공황과 인종 차별 속에서 한 소녀의 성장을 그려내었다.

아직 그 시대의 가치관 등이 집안에 그대로 드러난다.

말괄량이 소녀인 그녀의 행동과 말은 재미와 즐거움을 준다.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진 루이자의 울음 장면들이 이번에는 쏙쏙 눈에 들어온다.

인종 차별이라는 벽 앞에서 좌절하는 아이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아버지 애티커스.

아버지가 보여준 냉철함과 피곤함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확신으로 나타난다.

지금보다 더 나은 내일, 이 과정 속에 있는 우리란 주장은 가슴에 새겨둬야 한다.

하지만 너무나도 원칙적인 모습과 낙관적인 태도는 왠지 불안하다.

마지막에 스카웃이 부의 집 현관에 서서 역지사지를 깨닫는다.

한 소녀가 일을 깨고 나오는 순간이자 독자들이 자신을 돌아보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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