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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건 죽음
앤서니 호로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8월
평점 :
정말 오랜만에 이 작가의 소설을 읽었다.
오랜만이라고 하지만 검색하니 딱 한 권만 읽었다.
에드거상을 수상한 <맥파이 살인 사건>은 그냥 묵혀만 두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놓친 이 작가의 다른 소설들을 찾아볼 수밖에 없었다.
몇 권 출간되지 않았는데도 대부분 읽지 않았다. 반가운 일이다.
그리고 이 소설을 읽으면서 호손과 호로위츠 콤비 두 번째 작품이란 것을 알았다.
소설 내용에 따르면 최소 세 번째 소설까지는 나올 것 같다. 기대한다.
읽다 보면 자연스레 셜록 홈즈 콤비를 떠올리게 된다.
실제 작가는 아서 코난 도일 재단에서 공식 출간한 셜록 홈즈 시리즈의 작가다.
홈즈 콤비를 떠올린다고 했으니 당연히 호로위츠가 왓슨 박사 역할이다.
홈즈 역할은 첫 등장부터 홈즈의 그 유명한 추리를 그대로 시연한 호손이다.
전편을 읽지 않아 이 둘이 어떻게 묶이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재밌는 콤비다.
작가는 실명으로 소설 속에 자신을 등장시키고, 자신의 작품들도 그대로 말한다.
덕분에 절판된 책들에 대한 정보도 검색하게 되었고, 관심이 생겼다.
촬영 현장에 불쑥 나타나 방해꾼이 된 호손은 새로운 소설 소재가 나왔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떨어진 경찰청의 의뢰를 함께 가자고 한다.
이혼전문 변호사 프라이스가 와인병을 맞고 찔려 죽은 사건이다.
그리고 그 집에 벽에는 초록색 페인트로 182라는 숫자가 적혀 있다.
가장 강력한 용의자의 식당에서 프라이스에게 와인을 붓고 병으로 죽이겠다고 한 아키라다.
아키라는 일본계 작가이고, 상당히 유명하다.
그녀의 두 번째 결혼 상대는 부동산 부자이지만 결혼 생활은 원만하지 않았다.
이혼 합의를 둘러싼 대립 중 남편 록우드의 변호사인 프라이스 때문에 쉽게 합의했다.
그런데 그녀가 식당에서 말한 대로 살인이 진행되었다.
당연히 가장 강력한 용의자이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가능성이 없다.
하지만 경찰은 그녀를 비롯해 프라이스 관련 인물들의 알리바이를 조사해야 한다.
프라이스의 배우자가 전화 통화 중에 들은 몇 마디가 좋은 단서다.
여기에 이웃 주민이 그날 밤 본 수상한 사람에 대해 진술한다.
그런데 프라이스는 술을 마시지 않고, 그를 죽인 술은 프라이스가 준 고가의 와인이다.
와인과 숫자는 조사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단서로 이어진다.
이 소설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호로위츠의 작품들이 계속 말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의 대표 시리즈의 제목을 잘못 알고 있고, 그는 매번 시리즈 제목을 정정한다.
그가 출간한 책 제목들이 가공의 것인 줄 알았는데 한국에서도 몇 권 출간된 적이 있다.
실제 그는 여러 편의 드라마로 제작에 참여했고, 상까지 수상한 적이 있다.
현재 촬영 중인 시리즈가 별 탈 없이 진행되어야 하고, 대본 수정도 같이 해야 한다.
그런데 호손이 계약한 소설 집필이란 이유로 그를 살인 사건 속으로 데리고 간 것이다.
호손은 경찰이었을 때 하나의 사건에 사고를 치고 잘린 인물이지만 수사 실력은 탁월하다.
그가 잘린 사건은 왠지 모르게 시리즈 중에 그의 다른 이름과 엮여 풀릴 것 같다.
전편을 읽지 않아 이 밑밥이 과연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껏 자신을 낮춘 그의 작품들은 실제 대단한 평가를 받고 있다.
호손과 함께하는 수사에서 호로위츠는 충실한 기록자 역할을 한다.
나중에 사건을 해결한 후 이것을 소설로 만들어야 하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가끔 작가가 수사에 끼어들면 상당히 불쾌해한다.
그리고 호손이 수사에 참여한 것을 싫어하는 형사의 협박도 작가에게는 큰 위협이다.
촬영이 경찰에 의해 이유도 없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이 위협은 더 무서워진다.
프라이스의 죽음 이전에 열차 사고로 죽은 사건이 하나가 튀어나온다.
이 인물은 프라이스와 함께 지하동굴 탐험을 같이 갔다 친구가 죽은 사건의 동행이다.
이 사건으로 용의자의 숫자는 더 늘어난다. 최대 6명이다.
그런데 알리바이 등을 조사하면서 이들의 거짓말들이 하나 둘 드러난다.
이런 상황에서 호손은 여전히 굳건한 자세를 유지하고, 자신의 속내를 숨겨둔다.
셜록 홈즈 콤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사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엮었다,
마지막에 범인이 드러날 때 작가가 세심하게 심어둔 단서들이 튀어나온다.
사건 해결에 진심인 독자라면 아마 다시 읽으면서 더 큰 재미를 누릴 것 같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 단서들을 찾아 범인을 확정한 독자가 얼마나 될까?
매력적인 캐릭터와 자신을 낮춘 작가 덕분에 소설의 재미는 배가된다.
먼저 함께 사건을 수사한 적이 있기에 호손의 표정이나 말투의 의미를 알려주는 것도 재밌다.
호손에게 끌려 다니면서 투덜거리고, 자신이 사건을 해결하려는 모습도 역시 재밌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추리 소설의 공정한 규칙을 지킨 이 소설,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