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속의 여인 캐드펠 수사 시리즈 6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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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 6권이다.

현재까지 읽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 중 가장 강렬한 액션을 보여준다.

캐드펠의 추리 능력보다 그 시대의 문제점들이 더 부각되어 있다.

물론 캐드펠의 능력이 전혀 발휘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의사로서의 능력과 뛰어난 관찰력과 추리 능력이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던 것을 뒤집어 진실을 드러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누군가가 닌자라고 표현한 올리비아의 능력은 그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게 한다.

이브를 구하기 위해 잠입하고 적을 물리치는 능력은 현대 특수부대원 에이스 같다.


1139년 겨울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 사이의 전쟁은 계속 이어진다.

이 전란의 시기에 도적떼들이 곳곳에서 약탈을 한다.

치안이 안정적인 슈루즈베리는 많은 피난민들이 모이는 곳이다.

지치고 약탈을 벗어난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한다.

이런 평화로움은 행정 장관 길버트 프레스코트와 보좌관 휴 베링어의 안전한 통치도 한몫했다.

혼란스럽지만 평온한 일상에 하나의 소식이 들려온다.

황후 편에 있던 귀족의 남매가 슈루즈베리로 오던 중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남매의 외숙은 자신이 직접 조카들을 찾고 싶다고 하지만 왕은 거부한다.

현재 싸우고 있는 황후의 기사가 자신의 구역을 다니면서 얻게 될 정보도 막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아이들과 함께 오던 수사가 큰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두 명의 귀족 남매는 곧 열여덟이 되는 누나 에르미나와 열세 살 남동생 이브다.

이들과 함께 겨울 산을 넘은 수사와 수녀가 있는데 엘리어스 수사가 큰 부상을 입었다.

캐드펠은 이 엘리어스 수사를 돌보기 위해 다른 수도원으로 간다.

거의 죽기 직전의 상황에 빠진 환자를 돌보는데 그의 경험이 하나씩 나온다.

힐라리아 수녀는 바로 제목의 여인이자 살인 사건의 중심에 놓여 있다.

캐드펠이 다른 곳에 숨어 있던 이브를 데리고 오다가 그녀를 발견한 것은 우연이다.

그는 처음에 그녀를 에르미나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얼음 밖으로 그녀를 꺼내고, 이브를 통해 힐라리아 수녀란 것을 알게 된다.

도적떼가 산을 돌아다니면서 사람을 죽이고 약탈을 하기에 당연히 그들의 짓으로 생각한다.

이 도적 떼는 산 주변의 마을과 집들을 약탈하는데 그 어디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눈보라가 강하게 휘몰아치는 겨울 산에서 도적의 흔적을 찾기는 아주 힘들다.

이브가 잠시 피해 있던 집도 이 도적떼의 공격으로 모든 재산을 잃었다.

치안을 유지해야 하는 휴의 입장에서 이 도적 떼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한정된 인원과 극도로 나쁜 날씨는 수색을 더 힘들게 한다.

이브를 통해 이 남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듣게 된다.

독단적인 생각과 엇갈린 행동은 이 남매를 떨어져 있게 한다.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은 그대로인데 표현은 거칠다. 흔한 일이다.

도적떼가 저지른 약탈 행위의 결과로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단서도 하나씩 얻는다.

그리고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재밌는 점은 이 상황에서 발휘된 작은 기지가 만들어낸 좋은 결과다.


작가는 혼란스러운 전란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잘 엮었다.

서로 갈라진 귀족들의 전쟁과 그 전쟁으로 피해 보는 일반 민중들.

혼란을 틈타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도적떼들.

최악의 날씨가 빚어낸 작은 행동 하나의 연쇄파급효과.

뛰어난 관찰력과 탁월한 추리 능력이 빚어낸 살인 사건 뒤에 숨겨진 진실 파악.

단순히 기계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기 보다 등장인물들의 내면으로 들어간다.

탁월한 심리 묘사와 극악의 기후가 엮여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준다.

예상하지 못한 도적떼와의 대결, 전투, 위기상황, 새로운 변수 등장.

마지막 살인 사건 추리가 끝난 후 이방인 올리비아의 대화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을 보여준다.

남은 시리즈 동안 과연 이 올리비아가 다시 등장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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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여중 추리소설 창작반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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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나온 추리소설 창작반은 실제 있는 동아리를 소재로 했다.

그 동아리 이름은 삼현여중 추리소설 창작반이다.

주인공 지은은 타인과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다.

농담과 진담을 잘 구별 못하고, 말에 담긴 숨은 뜻 파악도 어려워한다.

이런 그녀가 국어 시험에서 백 점을 받은 것은 교과서를 완전히 외었기 때문이다.

추리소설 창작반 선생님이 지은을 초청한 배경에는 이런 사실이 있다.

하지만 지은에게 추리소설은 낯설기만 하다.

선생님이 내어준 추리소설 한 편 쓰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때 선생님이 논픽션 계열을 이야기하면서 지은의 추리 소설 창작과 탐정 역할이 시작한다.


타인과 소통에 어려움이 있지만 지은은 그 사람이 가면을 쓰면 바로 알아챈다.

지은은 늘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선생님이나 상대방의 이야기를 입력한다.

이런 그녀가 추리소설의 소재로 선택한 것은 할아버지가 경험했던 진송 초등학교 화재사건이다.

사건은 학교에서 캠핑을 하던 날 밤 소각장에서 발생한 화재가 학교를 태운 것이다.

범인은 늘 소각장에서 담배를 피우던 영자 할머니로 밝혀졌다.

지은은 자신의 할아버지를 첫 인터뷰 대상을 삼아 대화를 나눈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 대화 속에서 단서를 하나 발견할 수 있다.

지은의 인터뷰 대상은 그날 캠핑에 참여한 사람들로 이어진다.

그러다 영자 할머니의 손자 시우가 할머니는 범인이 아니라는 말하는 것을 듣는다.

자신이 어려 시계를 잘못 봤고, 그때 할머니는 잠자고 있었다고.


처음에는 홀로 캠핑 참석자를 만났지만 어느 순간 동행인이 생긴다.

바로 심해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심혜영이다.

지은의 별명은 말투와 행동 때문에 사이보그의 줄임말 싸보다.

지은은 혜영이라고 부르지만 혜은은 싸보라고 부른다.

이 둘이 가까워진 이유 중 하나가 나오는데 이 부분에서 작가의 작은 위트가 나온다.

이런 작은 재미들이 개성 강한 캐릭터와 어우러져 긴장감을 풀어준다.

무거운 지은 옆에서 가볍게 나불거리는 혜영은 매력적인 조연이다.

둘이 콤비가 되어 조사를 하면서 장난처럼 위험한 순간을 위한 암호도 정한다.

이 암호가 언제, 어떻게 사용되는지 기다리는 재미도 솔솔하다.


조사가 진행되면서 단순히 사실만 전달하겠다는 생각이 바뀐다.

캠핑 당일 있었던 몇 가지 일들이 수상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아이들 네 명이 과학실에 늦은 밤 괴담 때문에 찾아간 것도.

이 아이들이 놀라 달아나면서 창밖으로 담배를 피던 영자 할머니를 본 것도.

가장 결정적 증거인 영자 할머니가 담배 피던 장면도 확인하지만 얼굴은 나오지 않는다.

이상하고 수상한 일투성이지만 영자 할머니의 잘못으로 결정났다.

시우의 말이 사실이라면 영자 할머니처럼 옷을 입은 사람은 누굴까?

지은과 혜영은 홈즈와 왓슨이 되어 자신들의 의문을 더 파고든다.

그리고 폐교 이후 펫 리조트가 들어선 것도 배후를 의심할만하다.


두 소녀의 조사가 점점 더 깊이 파고들면서 지은에게 협박 편지가 온다.

지은은 이 조사를 그만두어야 할까?

이 조사 과정에 지은이 짝사랑하는 남자도 등장한다.

만약 2권이 나온다면 이 둘의 알콩달콩한 로맨스도 조금 넣어주기 바란다.

놀라운 직관과 통찰이 아닌 발로 뛰는 중학생 탐정 지은의 활약은 대단하다.

그 결과물 중 첫째가 바로 인터뷰한 내용을 깨끗하게 정리한 것이다.

이 정리된 내용은 의혹을 복기하는 순간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협박에 굴복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박수를 치고 싶다.

마지막에 사건을 해결하고 지은이 풀어낸 감정은 쉽지만 잘 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추리소설 한 편을 완상하기까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보여줄 때 고개를 끄덕인다.

화려하거나 무시무시한 살인 등은 없지만 재밌고 긴장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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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먀콘 프로젝트 - 대한민국콘텐츠대상 우수상
허관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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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콘텐츠대상 우수상 수상작이다.

극심한 기후변화를 겪은 가까운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작가는 24년간 기상청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이 전문 경력을 소설 속에 거대한 음모와 함께 풀어 놓고 엮었다.

오이먀콘은 러시아 연방 사하 공화국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사람이 거주하는 곳 중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최고로 추웠을 때 온도가 -71.2℃였다고 하는데 솔직히 감이 오지 않는다.

기후변화 후 인간들은 이곳에 거대한 도시를 건설한다.

오이먀콘 프로젝트는 선택된 사람들만 그 도시에 살 수 있다.


기후위기 이야기는 지금도 많이 나오지만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기후위기가 온다고 해도 어떤 방식이 될지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예측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지만 쉽게 간과하는 부분이 생긴다.

그 결과 수억의 사람들이 죽고, 수많은 섬과 도시가 물에 잠겼다.

이런 불안정한 미래 속에서 몇몇 사람들은 자신들이라도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

수백만 명의 인원이 살 수 있는 거대한 도시를 세우는 것이 오이먀콘 프로젝트다.

태평양에 다섯 개의 은하계가 솟아오르면”이란 예언은 이 프로젝트를 더 가속화시킨다.

계획 건설된 이 도시에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제우스 인포메이션 회원들로 정해져 있다.

여기에 참여한 회원들은 정보를 통해 거대한 부를 얻게 된다.

작가는 이 부분에서 재밌고 놀라운 미래 예측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를 설명한다.


전지구적 문제를 다루는 이야기다 보니 수많은 도시와 사람들이 나온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인공은 한국계 독일인 엠마와 용병인 KG1이다.

이들이 함께 움직이게 된 데는 UN 산하 지구대기감시 기구 GAW의 전문가들이 살해당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구 여러 곳에서 지구대기를 감시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왜 이들이 살해 대상이 된 것인지는 마지막에 나온다.

대사로 알려주지 않고, 사실 하나를 보여주면서 알게 한다.

암살자들은 각 지역을 돌면서 GAW회원들을 죽인다.

이때 이것을 본 엠마가 위험한 탈주를 하면서 긴장감을 높인다.

높은 산에서 스노보드를 타고 도망치는 그녀의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 같다.

그리고 그녀를 도와줄 KG1과 만나 오이먀콘으로의 위험한 여행을 떠난다.


이 두 남녀의 오이먀콘 여행은 결코 쉽지 않다.

그들이 가는 곳곳마다 암살자들이 나타나 그들을 죽이려고 한다.

다른 용병의 지원을 받고, 현지인의 도움으로 겨우 목적지에 도착한다.

하지만 오아먀콘를 둘러싼 거대한 음모는 이들의 노력이 무색하게 한다.

이 소설의 또 다른 한 축인 권력자와 음모자들이 충돌이 막후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인류의 종말을 막으려는 사람과 이들을 막으려는 음모가의 대결은 빠르게 이어진다.

이 부분에서 작가의 경력이 빛을 발하고, 몰입도를 높여준다.

하지만 아주 많은 내용과 사건을 너무 압축해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읽는 동안 최근에 알게 된 몇 가지 사실들이 소설의 이해를 도와주었다.

시베리아의 정령으로 늑대 무리를 내세운 것과 그 무리가 벌이는 학살은 아주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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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소년 살인 사건 요다 픽션 Yoda Fiction 6
전건우 지음 / 요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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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촉법소년이란 단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만 10세 미만의 경우는 범법소년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소년원에 들어가는 14세 이상 19세 미만은 범죄소년이라고 한다.

이런 구분을 보고 점점 흉악해지는 유소년 범죄로 생각이 넘어갔다.

요즘 촉법소년을 내세워 범죄를 게임처럼 생각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말은 들었다.

자신의 범죄 행위에 대한 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을 막 나가게 한다.

작가는 이런 촉법소년 범죄를 가운데 놓고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읽다 보면 너무 자극적인 부분이 있지만 생각할 부분도 상당히 많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조민준 형사는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다.

첫 장면에서 재벌3세의 범죄를 자백하게 만든다.

하지만 실제 관심을 끄는 것은 그의 어린 시절 사건과 소시오패스 성격이다.

작은 동물들을 죽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반 친구를 옥상에 민다.

다행히 그 친구는 떨어져 죽지 않았지만 조민준은 좋은 쪽으로 생각을 바꾼다.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다른 사람의 표정과 감정을 보고 자신의 것으로 한다.

범인 검거율이 높은 것은 범인의 마음으로 보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범인의 심리와 행동에 다가간다.

이 차이가 나에게는 굉장히 멋지게 다가왔고, 어떻게 이것을 풀려나올지 궁금했다.

하지만 내가 기대한 조민준의 활약은 약했고, 이야기의 전개는 빨랐다.


하나의 사건을 처리하기도 전에 그에게 새로운 사건이 내려온다.

미성년자 연쇄 살인 사건이다. 나중에 A군 연쇄 살인 사건으로 범인이 바꾼다.

이 ‘A군’이라는 익명성 속에 담긴 촉법소년의 문제를 부각하기 위한 설정이다.

세 명의 아이들이 이미 죽었는데 조민준이 뛰어들기 전에 연관성을 몰랐다.

이 세 소년은 다른 두 명과 함께 한 명의 반 친구를 폭력, 구타로 죽인 적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미성년자이고, 언론에도 알려지지 않으면서 조용히 넘어갔다.

조민준은 이들의 연관성을 파악하고 미성년자 범죄자들과 심리 상담을 하는 윤민우를 만난다.

윤민우는 촉법소년을 옹호하는 편인 인물로 연쇄살언법의 반대에 서 있다.

그리고 경찰의 시선은 이들에게 죽은 소년의 가족으로 시선이 간다.


조민준과 하유리 형사는 죽은 학생의 집을 찾아간다.

당연히 가장 강력한 용의자는 그 사건의 피해가족이기 때문이다.

찾아간 지하1층의 낡은 집에는 피해자의 동생과 병 든 엄마가 있다.

아이가 폐지를 주워야 겨우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가난하고 힘든 가정이다.

이 가족의 친척이 있는지 조사하지만 특별히 나오는 사람이 없다.

그러다 네 번째 소년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은 납치범을 알게 된다.

범인을 특정했지만 그의 행방을 알 수 없다.

그리고 범인은 한 유튜버에게 자신의 범행 사실을 알리고, 납치한 아이 영상까지 제공한다.

갑자기 특종을 잡은 유튜버 이슈킹은 속된말로 떡상하지만 아직 문제는 있다.

범인이 찍은 영상이 너무 잔혹해서 계정이 잠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네 번째 아이를 납치한 범인은 형법 제9조를 바꿀 것을 요구한다.

불가능한 요구이고, 나중에는 촉법소년의 처벌을 두고 투표를 붙인다.

범인이 사건을 극장형으로 만들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어진다.

이 논란을 좀더 깊이 있게 다루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 특정한 범인의 문제가 하나 더 나오면서 공범의 가능성이 제기된다.

누굴까? 혹시하는 마음에 등장한 사람들을 한 명씩 떠올려본다.

작가는 소설 곳곳에 이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뿌려 놓았다.

이것들을 친절하게 하나씩 풀어 설명하지는 않는다. 물론 필요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문제들은 아는만큼 보이는 것이고, 나도 놓친 것들이 많다.

이런 가지들을 헤치고 이야기는 빠르고 급하게 나아간다.

그 속도의 끝에 도달하면 아이의 밝은 웃음이 결코 있는 그대로 다가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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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진실이라는 거짓을 맹세해
헬레네 플루드 지음, 권도희 옮김 / 푸른숲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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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 <테라피스트>를 재밌게 읽었다.

전작의 기억이 조금 희미해졌지만 재미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중 가장 큰 것이고, 믿고 보는 북유럽 심리 스릴러다.

문제는 책 제목이 계속 입 속에서 헛돌아 제대로 외워지지 않았다.

진실이라는 거짓’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살인 사건을 다루지만 경찰이 주인공이 아니라 피살자의 불륜녀가 화자다.

당연히 수사 과정보다 불륜녀 리케의 심리 상태가 중심에 놓여 있다.

그녀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혼란과 불안과 죄책감 등이 뒤섞여 흘러나온다.


처음 나오는 이야기를 읽고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요르겐을 처음 만나는 장면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했다.

다른 색 바탕으로 구분한 이야기는 리케가 경찰에게 보낸 요르겐과의 만남에 대한 기록이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각각의 장 사이에 집어넣어 사건의 진행과 속도를 맞춘다.

불륜에 빠진 리케가 요르겐과 어떻게 불륜 관계가 되었고, 그와의 만남이 준 의미가 나온다.

같은 건물 내에 살면서 그들이 나누는 불륜은 아주 위험할 수밖에 없다.

자신들은 숨긴다고 하지만 그 흔적은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이런 상황도 리케가 경찰 수사 등을 받고, 이웃과 이야기하면서 알게 된 것이다.

이 기록이 늘어나면서 리케가 느낀 즐거움과 행복과 불안이 뒤섞여 표현된다.


리케가 시어머니를 만나고 온 날 살인 사건이 알려진다.

작가는 처음에는 그 피살자의 이름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이 소설에서 여성에 대한 인칭을 그녀라는 여성형이 아니라 ‘그’로 모두 통일했다.

이 사실을 알기 전에는 ‘그’라는 인칭 대명사의 성별을 문맥으로 파악해야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서 불편함이 조금씩 가셨지만 아직 나에겐 익숙하지 않다.

피살자가 요르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리케의 오열이 숨겨진 채 이어진다.

자신이 불륜 상대란 사실을 말할 수 없기에 더욱 억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찰 수사가 점점 치밀해지면서 그녀는 가족을 방어하기 위해 자신의 불륜을 알린다.

그때 담당 형사는 그녀의 학창 시절 친구의 연인이었던 잉그빌드다.


이 살인 사건 이전에 동네에는 고양이를 잔혹하게 죽이는 사건이 있었다.

작가는 이 살묘 사건을 집어넣어 두 사건 사이의 연관성을 살짝 이어둔다.

잔혹한 살묘 사건의 이면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 알려질 때 조금 놀랐다.

약간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독자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요르겐을 둘러싼 수사가 깊어지고, 이웃 간에 대화가 오가면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다.

이 과정에 리케의 불안감이 점점 높아지고, 불면의 시간은 길어진다.

혹시하는 마음에 남편 오스먼드와 딸 엠마를 보호하려는 마음이 강해진다.

경찰은 이 건물 입주자 남자들이 함께 간 여행의 다툼에 주목한다.

여기에 대한 설명은 그 나라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완벽하게 이해되지 않았다.


경찰 잉그빌드는 리케에게 남편에게 불륜 사실을 고백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리케는 남편과 헤어지는 것이 불안해 감히 말을 내뱉지 못한다.

그녀가 주저하는 동안 그녀가 놓친 것들이 하나씩 튀어나온다.

딸 엠마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없었는지, 가족에게 무관심했는지.

이 소설 후반부에 자신은 남들을 다 속였다고 생각한 것을 강하게 현실인식으로 드러낸다.

작은 단서 하나가 그녀가 생각한 성벽의 틈을 강하게 벌린다.

뛰어난 가독성으로 리케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마지막 장에서 반전을 빚어내는데 그 열린 결말이 아주 멋지다.

내가 가진 의문 몇 가지가 거기서 다루어졌고, 문제가 될 것 같은 장면이 그랬다.

나에게 진실이었던 것이 거짓이 되는 순간, 진짜 진실이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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