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수의 결사단 1
훌리아 나바로 지음, 김수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몇 년 전 신문에서 성의에 대한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시 기독교에 별다른 관심이 없고, 하나의 소문으로 치부하고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그 후 다른 곳에서 성의가 시대적으로 예수 생존 당시의 것이 아닌 중세의 위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다른 주장을 펼친다.

성 수의가 보관된 토리노의 성당에서 불이 나고 몇 년 전처럼 혀가 짤린 시체가 나온다. 이에 이탈리아 예술품 관련 범죄를 전담하는 경찰팀인 예술부의 팀장이 이에 의문을 가지고 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성의와 관련된 두 집단의 현재와 더불어 성의의 탄생과 에데사의 초기 기독교와 성당기사단의 등장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전개된다.

과거 에데사에서 성의를 보관하던 무리가 성의를 지키기 위해 보였던 처참한 행동과 성의를 빼앗긴 후 오랜 시간 그것을 찾기 위해 보여주는 집념과 노력을 상상을 초월한다.

성의를 소유하고 현재까지 보관하고 있는 성당기사단의 후손들의 힘은 구체적인 묘사는 없지만 엄청나다. 각 국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힘을 뻗치고 있다. 그 사이에서 예술부 팀원들의 성의와 관련된 사건의 추적과 스페인 기자 ‘아나’의 연구와 추적은 성의와 관련된 과거의 흔적과 성당기사단의 현재 모습을 밝혀나간다.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생각이 교차하는 작품이 몇 개있다. 최근에 나온 ‘다빈치 코드’나 ‘템플기사단’ 등이 그것이다. 뭐 이전으로 올라간다면 몇 가지 더 있겠지만 이 두 소설이 더 기억에 남는 것은 비교적 근대의 것이고, 성당기사단과 그들의 비밀이라는 동일한 소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작품이 다른 것이 ‘성배’라면 성 수의 기사단은 ‘성의’를 다룬다는 차이가 있지만.

왜 동일한 집단에 대한 다른 소재가 나왔을까? ‘다빈치 코드’나 ‘템플기사단’이 성배와 관련하여 예수의 결혼 여부를 다루어 새로운(?) 가설을 환기시켰다면 이 소설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에 새로운 가정을 덧붙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 부분이 강한 동의를 하기 어려웠고 왠지 부자연스럽게 느껴진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성 수의를 둘러싸고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면서 펼쳐지는 이 소설이 쉽고 즐겁게 읽히지는 않았다. 처음엔 번역자의 탓인가 하고 약력을 보니 아르투르 페레스의 작품을 번역한 이였다. 페레스의 작품에 강한 재미를 준 번역이었기에 번역 탓만 할 수 없다.

전체적으로 소재가 주는 재미와 전반적인 구성과 전개가 부족하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살아있지 못한 것이 이유가 아닌가 한다. 예술부의 팀장 마르코의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갑자기 여기자 아나의 활약과 소피아의 부각은 사실성과 짜임새가 떨어지면서 균형감이나 긴장감을 유지하거나 지속시켜주지 못했다. 그리고 성의의 기나긴 이동이 주는 긴장감이 전혀 없다. 대단한 물건임이 틀림없는데 너무 쉽게 이동하고 역사 속에 나타난 것이다.

큰 기대 없이 보기에 알맞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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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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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작가의 작품을 여러 권 읽었지만 이번 작품은 왠지 더욱 건조한 느낌이다. 도시와 빌딩이라는 소재와 함께 다른 사람들과 융합하지 못하고 겉도는 듯한 두 주인공의 모습은 현대인의 생활이자 현실이다. 주변인들과 일로 만나 이야기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잊고 자신의 삶에 다시 묻혀버린다. 가족이나 연인들이 있지만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 존재하는 바람을 채워주지도 황량함을 지워주지는 못한다.

이야기는 넘버10에서 넘버1으로 진행되어진다. 각 장마다 하야토와 이누카이 두 사람의 이야기로 채워진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만나지는 않는다. 다만 O-miya 스파이럴 빌딩이라는 공사 현장에서 건설 인부와 설계자라는 연관성만 있을 뿐이다. 왠지 카운트다운 같은 구성이지만 사람을 놀라게 하는 사건이나 반전 등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두 등장인물의 내면세계와 일상생활이 꾸준히 진행될 뿐이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공간이자 지역 역할을 하는 O-miya 스파이럴 빌딩은 나선형의 건물이다. 이 건물이 제대로 지탱하기 위해서는 센터 코어를 내포한 이너 튜브 구조가 충분히 견고하여야 한다. 만약 이 구조가 충분히 견고하지 못하면 건물 자체 무게의 의한 만곡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책을 덮고 난 지금 생각하는 것은 이너 튜브 구조이다. 우리의 삶에서 수많은 질곡과 고독과 힘겨움을 지탱하게 하는 구조는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연인, 사랑, 가족, 희망, 인내, 대화.

마지막 장에서 벌어진 자살 사건에 대해 작가는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책을 읽는 중 이 사람이 자살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다시 생각하여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지금 머릿속에서 거대한 빌딩무리와 그 속에서 황량한 모습으로 서있는 자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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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소년 1 링컨 라임 시리즈 9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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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전작들보다 적이 약하고 긴장감이 덜하지만 역시 재미있고 속도감 있게 읽힌다.

이번에는 링컨이 수술을 받기 위해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케노크 카운티에 오면서 시작된다. 사람들에게 곤충소년이라고 불리는 소년에게 납치된 여자를 찾기 위해 현지 보안관의 요청으로 그와 색스 콤비가 능력을 발휘한다. 숨겨진 증거를 찾고, 분석하면서 그들 콤비 특유의 행동으로 곤충소년을 쫒아간다. 책의 분량을 생각하면 너무 빠르게 소년이 잡힌다. 하지만 중반 이후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고 조그마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마무리된다.

디버의 소설 속에서 이번에 등장하는 적이 가장 약하다. 어린 시절 부모와 동생이 죽고 난 후 곤충에 집착하며, 곤충을 연구하는 소년이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라임 콤비를 상대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그리고 놀라운 점은 색스가 보여주는 행동이다. 그 행동을 통해 라임에게 반항하고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데 여기서 수많은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이 물고 오는 후폭풍은 반전을 이어가고 디버 소설의 특징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디버 소설을 읽다보면 반전에 많은 집착을 보인다. 반전에 반전을 이어가면서 독자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데 가끔 너무 도식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색스와 관련된 우발사고가 너무 쉽게 해결되는 장면에서 차라리 사건이 없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한다.

라임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미국 드라마 C.S.I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증거를 하나하나 수집하여 분석하고 사실을 끄집어내는 그들은 현대판 홈즈 이상이다.

이번 편에서 상대가 약하고 이전의 작품에서와 같은 훌륭한 동료의 도움을 받지 못하지만 역시 그들의 능력은 대단하다. 뭐 마지막에 몇몇이 나오니 너무 실망은 마시라! 그리고 라임과 색스의 서로 감정에 대한 진보와 로맨스가 더욱 강해졌음을 또 알게 된다.

반전을 즐기는 사람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풍부한 자료 분석과 강한 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약간 미흡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부족한 점이 있다고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가 보여주는 재미와 즐거움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책을 잡고 나면 변함없이 빨려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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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보
심포 유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민서각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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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펼쳐 목차를 보는 순간 인쇄가 잘못되었나? 하는 의문을 가졌다. 5장부터 시작하는 이야기가 혼란을 가져온 것이다. 다른 책과 함께 확인을 하니 시간의 역순과 5장에서 과거로 나가가기 시작하였다.

이 소설은 구성과 함께 재미있는 몇 가지 전개 방식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작가가 강하게 주장하는 것처럼 추리소설의 요인을 가진 것과 현재의 시점으로 모든 것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의 구성과 전개방식을 보면 영화 “박하사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과거의 시점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시작을 하려는 주인공의 외침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은 과거를 새롭게 쓰기보다 현재를 열심히 살고 과거의 열정과 삶들을 되돌려 생각할 뿐이다.

작가가 추리소설이라는 부분에서 사실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살인이나 교묘한 트릭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 장마다 조그마한 비밀들이 숨겨져 있고 끝에서 그 비밀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것이다. 그 자연스러움과 일상적인 것들이 추리소설이라는 생각을 잘 못하게 하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동의하게 된다.

누구나 현재를 살면서 과거의 어떤 시점에 대한 후회와 반성이나 계기를 생각할 것이다. 이 소설은 그 반성이나 후회를 다루기보다 그의 인생의 전환점을 다루면서 삶의 한 시점을 극대화하여 진행한다. 그 시점에서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현재의 삶과 이어지는 끈들이 보이면서 현재의 삶을 사는 것이다.

또 하나의 숨은 것 찾기는 주인공의 부인이 매장마다 등장한다고 하는데 마지막 1장에서는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찾지 못했다. 어디에 숨은 것일까? 아니면 노골적인 등장보다 다른 의미의 등장일까? 책이 주는 재미와 함께 여러 가지 소소한 흥미꺼리를 제공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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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피포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마드북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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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한편으로 나에게 그 존재감을 드러낸 작가. 이후 몇 편이 번역되어 나왔지만 왠지 쉽게 접근하여 단숨에 읽지 않은 것은 글 읽기에 답답한 마음이 생기면 읽으려고 아껴두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현실적이지 않지만 현실을 내포한 글쓰기라고 생각하는 그의 이야기는 코믹하지만 전혀 코믹하지 않은 상황에서 블랙 코메디를 만들어낸다. 인생의 성공한 사람이기보다(성공의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결핍된 사람들의 생활과 성을 결부하여 재미를 주는 이 소설은 공중그네에서 보여준 웃음을 자아내는 인물이 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다. 한명의 이야기가 다른 인물에게 넘어가고 다시 관계된 다른 사람과 연결됨으로써 연작의 느낌을 주면서 앞에 나온 인물에 대한 관심을 지속하게 한다. 마지막에 가서 앞에 나온 사람들에 대한 진행 사항을 간결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이 소설 속에서 어쩌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실천하는 유일한 사람은 폭탄녀라고 명칭이 붙은 뚱녀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약점을 타인의 약점과 결합시켜 이익을 취하는 그녀의 생활방식은 놀랍기도 하다.

자신의 과거에 집착하고 현재의 모습을 모르는 첫 인물에서부터 자신의 잃어버린 가정과 성에 대한 욕구에 불타는 중년여인과 소심남과 포르노작가 등의 이야기에서 우리 사회에서도 볼 수 있는 삶의 일면을 다시 생각하면서 때때로는 웃고 가끔은 왜 이렇게 살까? 하는 의문도 가진다. 그것이 나의 한계인지 모르겠지만 작가의 묘사는 재미와 함께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한다.

글의 내용 중 일부는 포르노성이라 지하철에서 누가 옆에서 보면 곤란함을 느낄 수 있다. 뭐 상관없이 몰입한다면 어쩔 수가 없겠지만.

그리고 라라피포의 의미는 마지막에 나온다. 약간의 힌트는 맥도널드를 마구노라르도라고 하는 일본어를 생각하면 이해가 되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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