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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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타워’라는 제목을 처음 보면서 이보다 먼저 출간된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타워’를 생각했다 (이것은 영화로 먼저 보았고 책은 좀 더 시간이 지난 후 읽을 예정이다). 2006년 일본 전국 서점 직원들이 ‘가장 팔고 싶은 책’으로 꼽았다는 사실과 다른 작가 이름을 보게 되면서 다른 책이라는 것과 영화나 드라마로 새롭게 진행되고 있는 소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이 소설에서 기대한 것 중 하나인 웃음은 거의 못 느꼈다. 슬픔을 느낀 부분도 마지막 엄니의 죽음이 다가오는 시점부터이다. 광고에 나오는 전차나 버스 안에서 읽다가 곤란한 상태에 이른다는 말에 약간 기장하고 있었다. 책의 전체적인 부분이 아닌 끝 부분에서 그런 기분을 느꼈다.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 자신과 어머니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 시기도 한 시점이나 한 시기가 아닌 본인의 탄생부터 엄니의 죽음까지 상당히 긴 시간을 대상으로 한다. 성장소설로도 볼 수 있지만 자서전 같은 소설이라고 할까? 그 만큼 작가의 생애를 모두 담고 있다. 그래서 자세한 이야기나 심리묘사가 정밀하거나 세밀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람들과의 관계 역시 그렇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얼마 전에 읽은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 어린 동구의 몇 년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한 소년의 성장과 아픔과 슬픔을 시대의 모습과 함께 잘 그려낸 것을 떠올렸다. 여기서는 시대나 자신의 성장보다 어머니의 죽음을 부각하기 위한 긴 작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자신의 일생에서 엄니가 어떤 존재였는지? 그가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주변 인물들과 어머니의 관계마저도 엄니의 죽음이라는 현실 앞에 이르러서야 그 빛을 발하는 것이다. 여기부터는 공공장소에서 책을 읽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엄니의 죽음 이전까지는 사실 한국소설에서 많이 읽었던 부분과 겹치기도 한다. 나만의 착각인지도 모르지만 생각보다 책 읽기 속도가 빠르지 않았고 누군가의 자서전을 읽는 기분이기도 하였다. 약간 지루한 부분도 있었다. 요 근래 읽은 일본 소설과 많은 차이를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약간 읽기가 즐거운 것만은 아닌 성장기 부분과 빈곤한 20대를 보낸 후 맞이하는 엄니와의 동거와 죽음은 사실 이 소설의 백미이자 눈물샘을 자극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부분이다. 여기까지 오면 책의 재미와 현실이 동시에 머릿속에 맴돌게 된다.


엄니의 죽음과 관련하여 일어나는 몇 가지 에피소드는 일본만의 것이 아님을 알지만 많은 슬픔과 울분을 자아낸다. 하지만 엄니의 말들이 그를 지탱하고 나아가게 하는 것을 보면 나이가 든다는 것과 어른이 된다는 것은 역시 분명히 다르다는 말을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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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테크리스타
아멜리 노통브 지음, 백선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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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은 분량이 많지 않다. 그래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서 가끔 본다. 몇 편은 즐겁게 읽었고 몇 편은 짜증이 나기도 하였다. 최소한 나에게는 처음부터 취향을 많이 타는 작가였다.


이번 소설은 약간 진부한 전개가 이어진다. 평범한 외모에 소심하고 친구는 없지만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살아가는 블랑슈와 매력과 자신감으로 주변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크리스타 두 소녀가 등장한다. 블랑슈가 크리스타를 통해 피해자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그 전개와 과정이 너무 진부하다. 다행히 많은 분량의 소설이 아니라서 읽을 수 있었지 많은 분량이었다면 짜증이 많이 났을 것이다.


크리스타가 자신이 가진 매력으로 블랑슈의 가족에 스며들어 신뢰를 얻고, 반면에 블랑슈가 그녀와 비교되면서 한 가정의 구성원으로써 받아야하는 애정과 신뢰감이 무너지는 중반까지의 전개는 블랑슈가 크리스타의 진실된 본 모습을 찾아서 까발리는 장면으로 발전할 것을 미리 알게 한다.

뭐 이런 방식의 전개를 이미 영화나 다른 매체에서 보아서인지 더 진부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그 두 소녀의 심리나 행동을 더 깊이 있게 파고들어 사람의 본성과 사회라는 집단을 연결하였다면 좋았겠지만 표피적인 피해자의 시선만을 그려내면서 가해자가 지닌 심리상태와 그런 식으로 사건을 끌고 가게 만든 외모에 대한 부분은 너무 간략하게 그려내고 있다.


얼마 전 노틀담의 꼽추를 새롭게 그려낸 소설 ‘공격’을 읽었을 때보다 더 못한 느낌이다. 거기에서 보여준 심리와 행동이 이 소설에선 많이 실종되었다. 사람의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 속에서 외모 지상주의 비판하지만 외모를 쫓는 사람들을 그려내었다면 이번엔 단순히 아름다운 적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것에 분노와 좌절감을 느껴 전투를 벌이는 것이 아닌가! 그녀가 비록 진실을 숨기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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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러멜 팝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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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쌍의 커플, 즉 네 사람이 순차적으로 돌아가면서 이야기하는 단순한 구성이다. 모두 읽고 난 지금 생각해보니 네 사람이 함께한 시간이 없는 듯하다.


봄으로 시작하여 겨울로 끝나는 진행에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순서도 모두 똑같이 흘러간다. 왜 이런 구성을 취한 것일까? 덕분에 편하게 읽게 되었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결코 편안한 것이 아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조금씩 흘러나오는 그들의 비밀은 예상외의 것이다. 이전에도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에서 이런 비약적인 모습을 보았기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하였지만 삶 속에 담긴 우리들의 비밀이 까발려지는 듯한 느낌이다.


지극히 일상적인 삶에서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우리는 우리의 가까운 사람들을 속이는 비밀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작가는 이 비밀을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하여 문제 삼기보다 삶 속에 일어나는 일상처럼 처리한다. 자신들이 살아가면서 지고 가야할 삶의 무게처럼 느끼게 한다. 출생의 비밀과 어머니의 불륜과 자신도 주체하지 못하는 불륜과 동성애적 성향의 충동. 너무나도 평범하게 살아가는 현실의 그들에게 숨겨진 것은 하나하나가 그들의 삶의 뿌리를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숨겨진 비밀이 이 소설의 마지막까지 다른 사람에게 노출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 때문에 번민하고 괴로워하며 힘겹게 견디어낸다.


숨겨진 것을 밝혀내어 갈등과 번민의 구조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고 시간 속으로 흘려보내는 것을 보면서 작가의 대단함을 느낀다. 대부분의 소설이 이런 사건을 확대하여 고민하거나 심화시키는데 이곳에서는 살아가는 동안의 한 에피소드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다. 1년이라는 시간을 우리의 삶에서 생각한다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다. 이 시간의 한 순간을 극단적으로 부각하기보다 흘러가는 속에 단편처럼 꾸며 우리들의 삶에 더욱 다가가게 한다.


문득 이 소설을 모두 읽은 지금 그들의 고민이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자신만의 것으로 남겨진 듯하다. 다른 이와 공유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그냥 묻어두거나 흘러가게 하는 것이다. 어렵고 힘든 것을 피하려는 사람들의 심리가 숨겨져 있는 듯하다.


이 소설의 원제목인 ひなた가 양지나 풍족한 환경이라는데 왜 캐러멜 팝콘으로 번역하였을까? 캐러멜 팝콘이라는 제목이 더 이쁜 것은 사실이지만 왠지 억지스러운 점도 있어 보인다. 캐러멜의 달콤하고 쩍쩍 달라붙는 느낌과 팝콘의 짭짤한 느낌이 이 소설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일상적이고 외양적으로 드러난 양지에서 살아가지만 그림자가 있는 삶을 담고 있는 그들을 나타내기에는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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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성술 살인사건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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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게 출간된 ‘점성술 살인사건’을 다시 읽으니 기분이 묘하다. 이전에 국일에서 나온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많은 판본이 있는 모양인데 이전의 책을 끄집어내어 몇 군데 비교하여 보니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전체적인 줄거리나 구성이 바뀐 것이 아니라 보충, 부연 설명 등과 엘러리 퀸 소설에서 자주 보는 독자에게 도전을 요구하는 장이 첨부되었다는 것이다. 세부적인 비교 조사를 하지 않아 정확한 차이를 알기 어렵지만 눈에 띄는 특징 정도라고 할까?


추리 소설에서 이전에 읽은 책을 다시 읽을 경우 가장 큰 문제는 트릭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의 트릭을 아직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많은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트릭을 금방 잊어버리는 나의 머리를 생각하면 상당히 오랫동안 기억한 것이다. 그만큼 이 트릭이 주는 충격이 나에게 신선하고 특이했다. 더불어 그 당시에 생각하지 못한 여러 가지를 다시 보게 된 부분도 있다. 답을 알고 읽는 소설에서 답만 찾는 것보다 주변을 둘러보면서 다른 것들도 함께 즐기게 된 것이다. 기억하고 있는 부분과 기억이 틀린 부분을 맞추어 보는 재미도 있다.


40년간 일본의 경찰과 아마추어 홈즈를 고생시킨 우메자와가 점성술 살인은 미궁 속에 있다. 이에 점성술사인 미타라이 기요시에게 이시오카 가즈미가 우메자와의 수기를 전하면서 시작한다. 수수께끼 풀이 같이 진행하면서 40년간 조사한 것을 풀어내면서 이 사건이 가진 불가해한 부분을 부각시킨다. 시효가 이미 끝난 사건이지만 상징적 의미와 시류가 만들어낸 흥행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미스터리에 궁금해 한다. 하지만 점성술과 아조트라는 환상이 결합하면서 점점 현실과 동 떨어지는 결론들이 남발한다. 여기에 트릭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점성술과 아조트라는 두 요소가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사람들의 시선을 가리고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게 하는 것이다. 물론 그 기반이 되는 것이 우메자와의 수기이지만.


탐정이 등장하는 소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탐정이다. 그들이 지닌 직관력과 추리력은 대부분 우리의 것을 뛰어넘는다. 책 해설을 읽다보니 점성술사인 미타라이의 능력이 계속해서 진보하는 모양인데 그는 괴팍한 성격과 더불어 묘한 매력을 지닌 인물이다. 그리고 미타라이의 행동과 말들을 보면서 왠지 교고쿠 나츠히코 소설의 탐정인 교고쿠도를 떠올린다. 두 사람 모두 천재형이고, 교고쿠도는 퇴마사를, 미타라이는 점성술을 다룬다는 것에서 평범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공통점을 떠올린 것일까? 어쩌면 두 사람의 공통점보다 책이 주는 분위기에서 그것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화려한 이력을 가진 소설이다. 출간 당시보다 이후 더욱 평이 좋은 소설로 광고에 나온 화려한 순위는 이 방면에 조금만 관심이 있어도 손이 절로 나갈 것이다. 하지만 소설을 읽고 난 후 취향에 따라 다른 평이 나올지 모르지만 대다수가 감탄할 대단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트릭과 문장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더 이 작가의 작품이 빨리 번역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언제나 그것이 가능할까? 미타라이의 진보한 모습을 계속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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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베스트 텐
가쿠타 미츠요 지음, 최선임 옮김 / 지식여행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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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 베스트 텐’은 동명의 제목을 포함한 6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집이다. 별 무리 없이 편하게 읽힌다. 일본의 소설들이 한국 소설보다 쉽게 읽히는 것은 분량도 많지 않고 약간은 가벼운 전개가 이어지기 때문인 듯하다. 뭐 그런 책들을 집중적으로 읽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소설이 한글을 잘 활용하여 빠져들면 더 매력적인 경우가 많지만 어떤 경우는 그 서술과 묘사가 너무 난해하거나 과장된 느낌이 나 읽기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개인 소설집 한권을 읽기가 힘겨워 며칠이나 소요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전엔 이런 경우가 많지 않았는데 요즘은 빈번하다. 그들의 묘사한 삶의 무게가 나를 짓눌러 오는듯한 느낌 때문일까?


이 소설집에 실린 6편 모두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에 나온 ‘바닥 밑의 일상’과 이 소설집의 제목인 ‘인생 베스트 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이 소설에 나오는 여자들은 대부분이 30대다. 그들이 느끼는 사랑과 삶과 갈등이 묘사되는데 쉽게 동의하기가 어렵다. 내가 남자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들의 삶이 무겁기 때문이다.

‘바닥 밑의 일상’은 작가의 소설을 처음으로 접한 것인데 예상외의 재미를 주었다. 초보 도배자인 화자가 겪는 두 층의 여자들과 자신의 삶을 그린 것인데 일상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을 잘 포착한 것 같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이 누수가 되어 아래 위 두 집을 수선하면서 윗집여자의 이기적이면서 일시적 처방만을 원하는 모습이나 피해자이지만 이로 인해 자신의 시간을 버려야하고 일상의 고독을 느끼는 여자가 젊은 청년의 두 눈에 묘한 대칭과 여운을 주는 것이다.

‘인생 베스트 텐’의 경우 자신의 인생에서 1,2위가 연애와 실연인 곧 40이 되는 여자의 이야기다. 이 1.2위가 25년 전의 일이고 다른 것들도 뭐 특별한 것이 없는 직장여성이다. 이런 그녀에게 중학교 동창모임을 통해 자신의 베스트 텐이 바뀌는 과정을 과거의 회상과 더불어 진행되는데 우스운 것은 가짜에게 속은 자신과 속아 산 물건으로 자신의 삶이 바뀐 것이다. 변화를 거부하고 과거에 매달려 살다 가짜에 의해 자신의 삶이 변화하는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의미심장하면서 재미있다.


그 외에도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여자나 결정하지 못하는 여자들이 나오는데 이런 모습은 가끔 나의 모습과 겹쳐 보이기도 한다. 그 순간의 감정을 비교적 쉬운 문장으로 묘사하다보니 즐거이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의 감정과 상황이 잘 드러나면서 재미를 주는 것이다.

이 작가의 작품이 몇 권 더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것도 장편으로, 조금 기대하게 되는 것은 역시 이 소설집이 나에게 전해준 매력 때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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