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쩨쩨한 로맨스
다이도 다마키 지음, 김성기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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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에 이끌리고 작가의 수상 경력에 힘을 받아 읽었다. 3편의 단편소설이 있는 작품집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장편소설로 생각하고 책을 펼쳤는데 단편들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많지 않은 분량이고 단편이라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소설집의 제목인 ‘이렇게 쩨쩨한 로맨스’는 30대 노처녀 미호와 60대 유부남 쓰쿠모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의 관계를 읽다보면 건조하고 권태로운 일상과 확신 없는 삶의 한 단면을 보게 된다. 한 남자를 좋아하지만 그에겐 존재감이 없고 30대가 되도록 남자와 자본 것은 단지 3번뿐인 그녀다. 그 중 한 번이 60대 노인인데 이 사람이 그녀 집안의 봉이자 쩨쩨한 로맨스의 대상이기도 하다.


미호가 묘사하는 주변인들의 모습이나 생활뿐 아니라 자신의 생활조차도 너무 활기가 없다. 이런 정열이 없는 삶의 모습들을 가진 주인공들이 이 소설집에 다른 작품에도 등장한다. 스모 선수와 하루를 보내는 여중생 이즈미나 성년식 이후 도쿄로 올라와 직장생활을 하는 하이다의 일상을 보면 너무 건조하여 일상의 범위를 벗어난 듯하다.


자신의 삶을 사랑한다는 느낌을 전혀 전해주지 못하는 주인공들을 보다보면 왠지 황량한 대지 위에서 건조한 바람을 맞는 듯하다. 삶도 사랑도 모두 도로 위를 자동으로 다니는 자동차 같은 느낌을 준다. 자신의 의지를 강하게 내세우지도 강렬한 열정도 없다. 10대, 20대, 30대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마음속에 자리를 잡고 강하게 흔드는 것이 아니라 부유하는 단어와 풍경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나는 나 자신이 살아온 삶의 한 모습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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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노말 마스터 1
이수현 지음 / 북하우스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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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4회 한국판타지 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이다. 이 소설을 모두 읽고 난 후 큰 만족은 없었지만 순간순간의 재미는 있었다. 에피소드 중심으로 전체를 그려내려고 했지만 부족함이 보인다. 세부적인 것과 전체적인 조화가 부족하다고 할까? 하이텔 연재된 소설이라고 한다. 한때 내가 즐겁게 읽은 많은 소설이 이 통신에서 연재된 것이 아닌가! 갑자기 몇 년 되지 않았지만 아득한 그리움에 휩싸인다.


전체적인 짜임새는 부족하지만 부분적으로 재미가 있다. 왠지 모두 읽고 난 후 게임 속 세계를 연상시킨다. 제한된 세계에 대한 설정과 설명이 이벤트 중심으로 흘러가고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공간적 시대적 묘사가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인 모양이다. 계속하여 빨아 당기는 힘은 약하지만 캐릭터가 주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약간은 정형적이다. 어디에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문장이 부드러운 편이다. 이벤트 중심의 캐릭터와 전개이니 조금 더 캐릭터를 강하게 부각하고 사건을 치밀하게 구성하였다면 더 재미있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면서 자극적인 묘사와 전개가 일부 이해는 되지만 그렇게까지 필요했는가 생각한다.


1권에 카라의 정체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누설하는 해설을 붙인 것은 출판사의 실수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두 인물 중 한 명에 대한 신비감이 사라진 것이다. 다행이라면 이자드 루이의 탄생까지 흘려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매력적인 동체가 보여주는 경이적인 능력은 서로 다른 성격과 함께 책을 읽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


작가의 약력을 보니 어슐러 르귄의 소설도 번역하였는데 이제는 번역가로 나선 것인가? 르귄의 소설을 계속 번역한 것 같은데 새로운 창작물은 없는 것일까? 본의 아니게 이 소설에 대해 나쁜 평이 많았는데 어설픈 요즘의 판타지에 비해 깊이 있는 문장과 전개를 보여준다. 그리고 깊이 있는 다양한 세계의 창조를 저자의 전공인 인류학을 잘 접목한다면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가 열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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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 거리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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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많지 않은 분량에 가벼운 마음으로 단숨에 읽었다. 주인공인 혼다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나 자신이 느꼈던 몇 가지 기분이 잘 묻어나온다. 남자인 내가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니 약간은 의외일지 모르지만 삶에 있어 남녀의 구분이 필요 없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자신의 삶에 특별한 일이 없고 밋밋한 일상에 변화조차 거의 없는 그녀에게 묘하게 감정이 빨려 들어간다. 그녀 삶에서 특이한 것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리스본으로 생각하고 그 도시의 지명을 하나씩 붙여가는 것이랄까! 하지만 그런 조그마한 비밀과 함께 그녀 삶에는 책의 소제목과 같은 감정들과 일상이 있다. 자신이 상처받기를 두려워하며 머뭇거리거나 남에게 미움 받기를 싫어하는 다른 사람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삶을 살지만 그녀는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평범한 자신과 달리 동생은 남들이 다 인정하는 멋진 남자다. 이런 동생을 두고 있는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동생의 삶에 자신의 꿈을 대입시키고, 그 환상이 지속되길 바란다. 하지만 또 다른 평범한 여자 메구미와 사귀는 동생을 보고 불안한 마음을 가지는데 이것은 자신의 감정에 대한 반영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소제목이 되는 10가지가 모두 메구미 자신에 대한 분석이라고 하지만 혼다의 삶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들이다. 그래서 그녀는 메구미와 동생의 관계를 불안해하고 자신과 사토시 선배의 관계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무리 없이 읽히지만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 긴 여운이 남지 않고 마음 깊은 곳으로 파고드는 동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주인공의 삶에 고개를 끄덕이고, 마지막 결말에 동의를 하지만 왠지 부족한 마음이 든다. 왜일까? 좀더 이야기의 진행을 보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마지막 장면에 불만이 있는 것일까? 이 글을 쓰는 지금 등장인물들의 몇 가지 관계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데 확실한 이미지가 부각되지 않는다. 아련하지만 명확하지 않은 느낌이 약간은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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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혼혈왕자 1 (무선)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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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라는 이유로 이 시리즈를 읽었다. 초반 몇 권은 사실 완성도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음에 든 것이 아마 4권부터인가? 일 것이다. 문장이나 구성 등이 상당히 치밀해져 전작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성장으로 보고 싶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많을 것이다.


시리즈의 경우 사실 연속으로 한 번에 읽지 않으면 세부적인 상황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몇 년에 한 권씩 나온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영화가 중간의 공백을 조금 매워주지만 원작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전개와 내용으로 실망을 주는 것을 생각하면 약간 안타깝다. 내가 해리포터의 열렬한 팬이라면 거듭해서 읽고 여기저기 해리포터 홈페이지 등에 기웃거리겠지만 아직 그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좋아진다고 느꼈든 문장이나 구성이 이번 권에선 약간 퇴보한 느낌이다. 물론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은 나 자신이 나이가 적지 않고 전형적인 소설에 중독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온 다양한 종족이나 동물이나 운동이 사실 많은 책이나 애니에서 이미 본 것도 이 소설에 대한 나의 평이 좋지 않은 이유 중 하나지만 결정적인 것은 문장이나 구성 때문이었다. 물론 이런 생각도 4권부터는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지만 이번 권에선 많은 의문과 마지막 권을 염두에 둔 구성과 전개 때문에 불만족스럽다.


소설의 주인공이 아이들이다 보니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글을 쓰고, 성격을 만들어가는 것을 이해한다. 그들의 성격이 쉽게 변하고, 자신의 감정을 숨긴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훤하게 보이는 모습은 작가의 글 속에 잘 살아있다. 자신의 감정이 사물을 외곡해서 보는 것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작가의 고민도 엿보인다. 하지만 마지막 권을 앞둔 상황에서 너무 마지막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쓴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시리즈로 이어지지만 하나의 완결을 가지고 있든 앞의 작품과 다른 분위기 탓에 내가 너무 신경이 예민해진 것은 아닌가 생각도 해본다.


7권이자 마지막 권이 올해 나온다고 하니 볼드모트와의 대결이나 해리포터의 죽음에 대한 모든 의문이 풀릴 것이다. 열광하는 시리즈는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매력에 읽고 있는 이 시리즈의 마지막 권에서 이번 권에서 내가 느낀 의문들이 해결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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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초린 2007-07-19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랑이란 바보가 되는 지름길이야♡』#초린이의 댓글입니다#
동감입니다.저는 해리포터를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지요.
그래서 해리포터 소설을 달고 삽니다.그러나 조앤 롤링 작가님의 최대 문제점은 그것입니다.
"너무 어린이들만 생각한다./사춘기 아이들이라지만 너무 심정변화가 심하다./의문점을 너무 많이 둔다."
그렇지만 한권한권 보면 실력이 점차 늘어나시고 있습니다.노력도 많이 하시는것 같구요.
그런것을 보면 해리포터를 좋아한다는 게 뿌듯해지기도 합니다.
저는 사실 이번 토요일,21일에 발간된다는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이라고 하죠?마지막 편,즉
7편에 굉장히 기대하고 있습니다.현재 굉장히 흥분상태이기도 하구요.
'해리와 볼드모트 중 누가 이길까'
가 독자들을 해리포터 시리즈의 유혹에 빠져들게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역시 마찬가지 거든요.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 꾸준히 해리포터 시리즈를
봐왔을 정도니까요.이번 7편에 상당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랑이란 바보가 되는 지름길이야♡』#초린이의 댓글입니다#
 
곱게 늙은 절집 - 근심 풀고 마음 놓는 호젓한 산사
심인보 글 사진 / 지안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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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 장의 사진 때문에 이 책에 관심이 갔다. 화엄사 구층암의 모과나무 기둥이다. 쭉쭉 뻗은 모양이 아닌 옹이 지고, 여기저기 굽고, 시간의 흔적이 보이는 나무가 집의 기둥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모양세가 나의 시선을 강하게 사로잡았다. 아! 아직 내가 보지 못한 아름다움이 많이 있구나! 하는 감탄과 요즘 여행지 절에서 느낀 감탄과 아쉬움을 풀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읽기 시작하였다. 결과적으로 가고 싶은 곳이 늘어났고, 보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들이 더욱 많아졌다.

절에 가면 꼭 보는 것들이 얼마 전부터 생기기 시작했다. 아니 조금씩 변했다고 해야겠다. 어릴 때는 그냥 건성으로 보거나 탱화나 부처상에 관심이 갔지만 요즘은 단청이나 조각상과 건물의 모양과 세월에 눈이 간다. 여기저기에서 주워들은 이야기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옛것에 대한 향수와 원형에 대한 그리움이 생기는 듯하다. 하지만 본격적인 공부를 하지 않은 관계로 많은 것을 느끼고 알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 책에 나오는 절들 중 내가 가본 곳은 거의 없다. 한때 유명한 절들을 골라 다닌 적이 있는데 본다는 것과 보았다는 것에 비중을 두다보니 화려함이나 웅장함 등에 점수를 주었다. 큰 절들이 지닌 명성과 거대한 불상에 시선이 갔지만 절로 가는 길의 아름다움이나 작고 섬세하면서 정성이 깃든 것을 느끼기에는 너무 어리고 욕심이 많은 시절이었다. 아니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 더욱 맞는지 모르겠다.

점점 시멘트와 대리석으로 절을 꾸미는 곳이 많아지면서 옛것에 대한 아쉬움이 생기든 순간이었는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저자가 보여주는 많은 사진에서, 감상에서 묻어나오는 세월의 흔적에 대한 그리움과 자연스러움은 나의 감성과 많은 부분에서 맞닿아 있었다. 제목처럼 곱게 늙고 주변의 자연과 자연스럽게 어울려가는 절들의 모습은 아름다움 그 자체다. 부러 꾸미지 않고,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생기는 수많은 전설과 이야기들은 또 다른 매력이자 즐거움이다.

각 장마다 각기 다른 점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책을 읽다보면 각각의 감상이나 사진들이 나의 마음을 그 절로 데리고 간다. 곱게 늙어 아름다워서, 가슴에 담긴 근심을 풀기 위해, 뛰어난 풍경에 매료되어, 수많은 사연을 듣기 위해 그 절들로 나를 인도한다. 비록 지금 당장 갈 수는 없지만 마음은 벌써 그곳에 가있다. 아마 여행할 기회가 된다면 이 책에 나오는 절 중 하나를 찾아가 저자의 감상을 나의 가슴으로 느껴보고 싶을 것이다. 어쩌면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이 책에 기대어 선택을 하고 떠날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 하나는 내가 느낀 최고의 풍경과 멋진 절들이 이 속에 없는데 혹시 그 당시의 모습들이 불사나 다른 이유로 바뀌어 그때 그 감동을 잃지 않았는지 궁금해진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자신을 주눅 들게 하지만 보는 것만큼 안다는 말로 애써 자신을 위로하고 싶다. 시간이 나면 조그마한 암자라도 가서 옛것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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