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탁상 위의 전략은 믿지 않는다 - 롬멜 리더십, 열정과 추진력 그리고 무한한 낙관주의 KODEF 안보총서 7
크리스터 요르젠센 지음, 오태경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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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멜, 그에 대해 알고 있던 지식은 독일군 장군이라는 것과 사막의 여우로 불리는 것 정도였다. 예전에 영화에서 그가 나오는 것을 보고 연합군 장군인가? 하고 착각을 할 정도로 상당히 인상이 깊었다. 승자의 역사라고 할 정도의 역사 속에서 독일군이 나쁘게 묘사되는 중에 이 장군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호의적인 것을 보고 놀랐고, 관심의 대상이었다. 이 책은 그에 대한 평전이 아니라 그가 전선에서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 전략, 전술적인 면에 집중하고 있다.

 

평전은 아니지만 그의 진면목을 들여다볼 기회는 많다. 전선에서 그가 겪었던 갈등이 비록 심도 있게 다루어지지 않지만 중요한 곳곳에서 나타나고, 왜 그가 그렇게 위대한 군인으로 평가 받게 되는지 알게 된다. 그의 위대함을 단순히 승리에 한정한다면 최종 승자로 기록된 몽고메리 등의 장군들이 더 높이 평가되어야겠지만 역사는 그를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것을 단순히 역사가의 단순한 요약이 아닌 그가 펼친 전략과 전술을 통해 저자는 자세하게 보여준다. 단순히 말로만이 아닌 화려한 작전도를 요약해서 보여주면서 그 치열했던 현장으로 우릴 데려간다.

 

전투 현장에서 그가 펼쳐 보인 작전들은 단순히 전차만의 운용이 아니라 다른 병기들과 조합들로 상승효과를 이루었다. 자신이 가진 장비들의 효율적인 배치와 운용이나 엄청난 속도전과 집중은 그만의 특징으로 현재 알려졌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당시에 처음이었다는 말은 현대전에 끼친 그의 영향을 보지 않을 수 없다. 또 아무리 뛰어난 지휘관이라고 할지라도 보급과 병력 등의 충원이 없다면 그 위력은 감소할 수밖에 없음을 다시 한 번 더 인식시켜주었다. 보급의 중요성이야 이미 삼국지 등의 소설에서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역사에서 의미가 없다는 만약을 그에게 연합군처럼 자원과 인력이 제공되었다는 것을 대입한다면 2차 대전의 향방이 어떻게 진행되었을지 모른다고 할 정도로 그는 위대한 지휘관이자 군인이었다. 이것은 승리나 전술만이 아니라 자신의 부하 병사들과 함께 고락을 같이하고 검소한 생활로 모범이 되었다는 사실들로 더 빛을 발한다.  

 

언제나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 속에서 만나는 것이 있다. 전쟁 중에도 내분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내분은 갈등과 질투로 인해 발생하는데 위기의 상황에서는 절대적인 영향을 발휘한다. 또 아무리 훌륭한 지휘관이 있다고 하여도 그를 받쳐주는 훌륭한 장교나 병사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음을 알게 된다. 엄청난 열세에 있으면서도 롬멜이 이룬 성과를 보면 훌륭한 지휘관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여실히 알 수 있다. 영국군 지휘관이 좀더 뛰어났다면 아마 더 빨리 아프리카에서 롬멜을 몰아낼 수 있었을 테지만 그들은 그의 명성과 상황 판단에서 롬멜에 뒤졌다. 그들이 롬멜에게 타격을 입힌 것은 롬멜의 전술을 모방하고, 몇 배 차이 나는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독일전차보다 성능이 뛰어나고, 끊임없이 채워지는 군수품과 병력은 이미 승부를 결정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이 책을 롬멜에 대한 평전으로 읽고자 한다면 추천하고 싶지 않다. 안보총서 시리즈로 나온 책인 만큼 롬멜의 전략과 전술을 배우고, 그 시대에 아프리카 북부에서 어떻게 전쟁이 이어졌는지 자세한 정보를 보고자 하는 사람에겐 권하고 싶다. 또 롬멜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도. 역사에서 가정을 싫어한다. 그러나 의미 없는 설정이라고 하지만 그런 가정을 생각하게 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이 대단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저자도 곳곳에 그런 설정을 넣은 것이리라. 자애롭지만 현장에서 조금도 실수나 나태를 용서하지 않은 그의 모습을 보면서 단순히 역사적 사실만이 아니라 실제 삶이나 회사 생활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군사 작전 진행에 대한 그림이나 설명이 약간은 지루할 수도 있지만 그 상황을 긴박하게 그려내고, 역사적 사실에 충실함으로써 읽는 재미를 주었다. 계속되는 전투에 쌓인 피로와 부적한 군수품 등으로 고생한 그를 보면서 안타까워하고 응원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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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 공동묘지 - 상 밀리언셀러 클럽 33
스티븐 킹 지음, 황유선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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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도 출간된 킹의 소설이다. 이 책이 황금가지에서 나왔을 때 신간으로 알고 있었다. 인터넷 서점에 올라온 서평을 보면서 이전에 다른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최근에 나온 ‘셀’에서 이전에 킹의 재미를 크게 느끼지 못한 나에게 이 소설은 초기작이 주는 재미를 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상당히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첫 권을 보았는데 역시 킹이다.

 

킹의 소설을 보다보면 공포에 대한 기원이 정확히 드러나는 것이 거의 없다. 장소나 사람이나 시간 속에 공포가 갑자기 찾아오지만 그 과정에 대한 묘사를 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빨려 들어간다. 그 공포에 격렬히 저항하지만 긴 시간을 들여 준비한 그 위력에 쉽게 이기기는 힘들다. 어떤 순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나고, 어떤 순간은 맞부딪혀 싸우기도 한다. 하지만 결과는 우리의 예상을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 소설에서도 루이스 집안에 찾아온 공포에 대한 기원은 없다. 하지만 그 공포가 시작하는 곳에 대한 정보는 있다. 평온한 일상에서 우연히 생긴 고양이 처치의 죽음을 부활이라는 과정을 통해 보여주면서 우린 앞으로 일어날 사건에 대해 미리 예측한다. 두 아이와 아름다운 아내와 아름다운 집으로 이사 온 그가 예상하지 못한 사고와 만나고, 전설과 현실이 교차하는 지점에 발을 내딛는 그 순간 공포는 서서히 우리를 좁혀온다. 또 어떤 방식으로, 누가 그 대상이 될 것인지 이리저리 예상하는 자신을 보면서 관객으로써의 재미를 누린다.

 

부활은 완전하지 못하다. 고양이 처치나 저드의 개 경우를 보더라도 그 존재는 생명감을 지닌 존재가 아닌 그냥 살아 움직이는 괴물 같은 느낌이다. 시체의 악취를 풍기고, 사람들을 맴도는 그 존재를 이전처럼 따뜻하게 대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루이스는 생각한다. 자신에게 일어난 불행을 되돌릴 수 있다고. 과거에 일어난 불행은 그 부활에 걸린 시간이 문제라고. 빨리 미크맥 매장지에 묻는다면 이전의 존재들과는 다른 생기 있는 존재로 부활할 것이라고 굳건하게 믿는다. 그 자신의 불안한 마음과 열망이 만들어낸 그 틈새를 사악한 기운이 슬며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우리가 수많은 계획을 짜고, 예측하지만 그 예상대로 흘러가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을 생각하면 그 무모함과 집착이 불어올 비극과 공포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킹의 소설을 보면 그가 만들어내는 공포에 서서히 빠지는 자신을 본다. 치밀하고 세밀하게 그려내는 그의 문장을 따라가면 공포의 현장을 만나는 것이다. 영화의 깜짝 연출처럼 공포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가랑비처럼 스며드는 공포를 마주하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어느 정도 그 결말을 예상하였고, 그대로 진행되었지만 재미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부분은 그대로 진행됨으로 인해 더욱 높아지기도 하였다. 킹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국 호러 작가 중 한 명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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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불행하다
카리 호타카이넨 지음, 김인순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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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필란드는 노키아와 자일리톨의 나라다. 세계 제일의 핸드폰 판매업체와 이제 완전히 우리 곁에 자리 잡은 껌 상표로 대표되는 것이 가장 강하게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다. 정말 가끔 보는 ‘미수다’에서 따루가 몇 가지 이야기를 해주지만 역시 광고의 홍수 속에서 끝까지 남는 것은 이 둘이다. 또 나처럼 북유럽 국가 구분에 무지한 사람에겐 각 나라의 특징을 내 것으로 삼기는 더 어렵다. 그래서 자주 그 나라들의 소설을 보더라도 헷갈려한다.

 

언제부터인가 주변에 북유럽국가의 소설이 번역되는 양이 늘어났다. 영미권과 프랑스나 독일 등에 집중되어 있던 소설이 동유럽이나 북유럽으로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반가운 일이다. 이런 소설을 통해 흔히 매체를 통해 접하는 복지국가의 이미지나 신비화되고 환상처럼 부풀려진 이미지가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한때 언론에서 비추어준 모습으로 그 나라를 평가의 기준으로 삼은 적도 있다. 극과 극을 달리는 평가들에서 제도나 삶의 극단은 볼 수 있었지만 진솔한 삶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런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그 나라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가지는 것과 같다.

 

한 남자가 있다. 그는 가정적인 남자다. 하지만 너무 심하다. 그런 마티가 아내 헬레나와의 말다툼 중 주먹을 휘두른다. 쌓여있던 감정들 때문에 아내는 이것을 이유로 이혼을 요구하고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간다. 이 가정적이고 꼼꼼한 마티는 헬레나와 아이가 돌아오길 바라며 혼자 고군분투한다. 자신을 향한 아내의 말에 상처를 받고 얼떨결에 주먹을 휘둘렀지만 그는 헬레나가 떠난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신과 헬레나와의 과거로 생각이 파고들고 아내가 원했던 것이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헬싱키 주변 단독주택 시세는 너무 올라 그가 쉽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 그는 그 집을 사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한다. 그 과정을 보면 처절하고 섬뜩하며, 때로는 정도를 넘어선 강한 집착에 놀란다.

 

집은 우리에게 삶의 터전이다.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이자 추억이 우릴 반겨주는 곳이다. 하지만 집이 재테크의 수단으로 바뀌게 되면 단순한 자산으로 변한다. 자산인 집에 추억이 있을 수는 없다. 단순히 기억만이 있을 뿐이다. 마티는 자신이 잃어버린 가족을 되돌아오게 하기위해 단독주택이라는 새로운 공간과 그 속에서 이루어질 추억을 꿈꾼다. 그런데 이 집들이 너무 비싸다. 그가 둘러본 집들이나 만난 부동산중개인들은 과장 광고와 부풀린 환상을 심어준다. 중개인을 통해 집이 아니라 분위기, 미래, 희망을 판다고 말한다. 구입자들은 그들을 통해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보다 부동산중개인이 보여주는 것에 도취되는 것이다. 그것도 높은 가격으로.

 

책을 읽다 건너집이니 윗층사람들이니 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처음엔 그 의미를 몰랐다. 단지 마티와 헬레나 두 사람의 이야기만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뒤로 가면서 그들이 단순한 출연자가 아니라 공동주택에서 살아가면서 생기는 문제점을 보여주는 장치임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울타리에 다른 누군가가 들어오는 것을 겁내고, 약간의 불편함도 참지 못한다. 관계는 단절되고, 이웃은 사라지고, 삶의 공간은 점점 축소된다. 작가는 이런 상황을 주인공이 아닌 조연들로 멋지게 보여주는 것이다.

 

소설을 읽을 때는 몰랐지만 읽고 난 후 단순히 읽고 지나간 것이 새롭게 머릿속에 떠오른다. 곳곳에 스며있는 블랙유머와 풍자는 새롭게 되살아나고, 속도감 있는 간결한 문장과 점점 불안감을 주는 마티의 행동은 책에 몰입하게 만든다. 흔히 우린 꿈을 꾸는 동안은 행복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꿈이 현실에서 깨어지는 순간 달콤했던 것 이상으로 우린 쓰라린 현실과 만난다. 이것이 소설을 모두 읽고 난 지금 마티의 행동에 대한 나의 정확한 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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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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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기욤 뮈소의 책을 읽었다. 그의 처녀작을 가지고 있지만 왠지 손이 가지 않았다. 사실 두께 때문에 주저했다. 그리고 이사하면서 어딘가로 휩쓸려 들어가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서 작가의 이름과 책 제목만 기억하고 있었다.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부피가 두껍지 않아 빨리 읽겠구나 생각했다. 예상한대로 빨리 읽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작은 분량 때문이 아니라 책이 주는 대단한 몰입감 때문이다. 책은 320쪽이 넘는다.

 

흔히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고 한다. 그렇다. 이 소설이 술술 넘어가게 한다. 그러다 잠시 쉬면서 페이지를 확인하면 이렇게나! 하고 놀란다. 짧고 간결한 문장과 영화를 보는 듯한 장면들은 속도감을 최대로 높여준다. 보면서 몇 편의 영화가 휙~하고 지나갔고, 읽고 난 후도 이전에 본 영화와의 유사함에 어떤 영향을 받았나? 하는 의문이 생긴다.

 

소설 속에서 본 것은 관계와 용서다.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사람들을 하나의 비행기에서 풀어내는 장면들을 보면 약간 작위적인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이해가 된다. 미스터리한 장면들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의 시선과 긴장감을 끌어들이고, 과거로 들어가면서 각각의 삶에 숨겨진 아픔을 드러낸다. 이 과정들이 자연스럽고 공감대를 이룬다. 잃어버린 아이 때문에 자신의 삶이 파괴된 마크나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뉴욕을 방황하는 에비나 자신을 마약과 술에 맡겨버린 앨리슨이나 모두 상처를 품고 있고, 그 상처가 주는 아픔을 견뎌내지 못한다. 그들이 저지른 실수와 안타까움과 그리움 등은 밖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 들어와 아픔과 괴로움을 준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을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학대하는 것이다. 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남을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스스로 용서하고 받는 것이다.

 

유명한 정신과의사로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자신은 결코 도움받기를 거부한 마크를 보면서 역시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도움받기를 거부하지 않는 것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 자신의 의지가 원하지 않는데 몸이 따를 이유가 없다. 현실을 거부하는 사람에게 현실이 이렇다 말하고 보여주어도 그의 눈과 마음은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 보고 생각한다. 열린 마음을 다시 되새겨본다.

 

빠르게 읽히는 중에도 앨리슨의 모습에서 패리스 힐튼을 보았다. 신문의 온갖 소문란을 가득 채우는 그녀의 행적과 많은 점에서 유사하기 때문이다. 아마 작가도 그런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뭐 딱 한 사람의 특징만 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너무 비슷한 이미지다. 돈 많은 사람은 돈 많아서 고민이고, 돈 없는 사람은 없어서 고민이라는 사람들의 말이 생각나기도 했다.

 

사랑.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다. 낯간지러워서 혹은 너무 흔해서 말하지 못하지만 누구나 가슴에 품고 있다.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인 용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자신을 믿지 못하고, 불안해하고, 잊고 싶어 하고,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그들이 한 공간에서 서로 자신의 비밀과 감정을 풀어내면서 아픔을 치료하는 모습은 작위적인 부분도 눈에 들어오지만 대단하다. 그 미스터리가 풀리는 순간 감탄을 자아내지만 충격적이지는 않다. 이미 이와 비슷한 영화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약간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앞으로 다른 작품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이다. 그것도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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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별장, 그 후
유디트 헤르만 지음, 박양규 옮김 / 민음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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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문과 일상생활을 그려낸다. 화려한 수상 경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나의 취향엔 아니다. 집중하여 읽지 못한 잘못도 있을 것이고, 그녀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미시적인 묘사와 서술은 그 속에서 내가 찾고 있는 것이 무언지 잊어버리게 한다. 찾는 것을 포기하고 문장에 집중하면 짧은 문장에 호흡이 빨라진다.

 

대학 시절 단편에 재미를 들였지만 외국소설의 경우는 아직도 예외다. 남들이 다 좋아하는 알퐁스 도데의 소설조차 나에겐 재미없다. 차라리 콩트라면 그 구분이 잘 되지 않는 이름에 상관없이 집중하기 쉬울듯하지만 인물과 지명 등에 공을 들이면 들일수록 쉽지 않다. 등장인물이 많고 이름으로 남녀를 구분해야 할 경우는 더욱 그렇다. 장편에서 잠시 흐름을 놓친다고 해도 곧 다른 이야기에서 흐름을 찾을 수 있기에 편하게 읽는다.

 

9편의 단편 중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역시 표제작이다. 첫 작품인 '붉은 산호'와 ‘헌터 톰슨 음악’도 마음에 든다. ‘붉은 산호’는 증조할머니 이야기와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교묘하게 엮어 비극을 보여주는데 왠지 비극처럼 느껴지지 않기에 모호한 문장과 확실한 사실로 재미가 있었다. ‘헌터 톰슨 음악’의 노인과 소녀의 관계는 본문에 나오는 수많은 음악과 더불어 조그마한 설레임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좋다. 역시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은 ‘여름 별장. 그 후’다. 매력적이고 잘생긴 택시 운전사 슈타인과 나의 관계부터 그를 둘러싼 성관계들과 다 허물어져가는 집에 대한 묘사와 애정은 빙판에 빠진 친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프닝과 묘하게 어울린다. 마약을 하고 빙판에 빠진 친구를 보고 웃고 다 허물어져가는 집을 거액을 들여 산 후 좋아하는 그들이 이해되지 않지만 마지막에 나타나는 미스터리한 마무리와 문장 ‘나중에’에 빠져든다.

 

편하게 읽히는 일본 현대 소설을 요즘 자주 본다. 가끔 한국소설도 보지만 무겁고 복잡한 심리를 표현한 소설은 좀 멀리한다. 가끔 읽기는 하지만 역시 그런 소설들은 읽을 당시에도 읽은 후에도 여파가 남아있다. 이 소설집도 모두 읽은 지금 그 속에서 기억나는 것은 거의 없다. 왜? 라는 질문도 하고 싶지만 짧은 단문과 나에겐 비일상적인 삶들이 거리감을 둔다. 나중에 다시 이 단편들에 공을 들여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이 생기지만 기약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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