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코드 - 최후의 1인자가 되기 위한
강인선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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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1인자가 되기 위한”이란 수식어가 붙어있다. 최후의 1인자란 미국 대통령을 말한다. 바로 미국 대통령이 되기 위해 펼치는 선거전을 저자는 현장에서 직접 뛰어 다니며 그 과정과 결과를 취재한다. 치열한 2008년 민주당 경선과 미국의 선거제도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 2000년 대선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생생한 현장감과 선거에 대한 분석은 읽는 재미와 즐거움을 준다.

 

미국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세계 최고의 권력자가 된다는 것과 동의어다. 민주당, 공화당 대통령 후배 경선부터 세상의 시선이 집중된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각국의 정치나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올해 민주당 경선은 특히 재미있다. 혼혈 오바마와 영부인 출신 힐러리의 대결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와 진행으로 누가 당선될지 알 수 없다. 여기서 저자는 민주당 두 경선인과 공화당 매케인 후보에 대한 간단하게 말하고 재미있고 흥미로운 대선 이야기로 들어간다.

 

저자는 리더십 코드를 선거전 속에서 미국 유권자들이 어떤 후보를 대통령으로 원하는지 알아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길고 치열한 유세 과정을 국민과 대통령이 서로 마음의 열쇠를 맞춰보는 과정이고, 리더십 코드를 찾는 여정이라고 한다. 대선 역사를 통해 대통령이 된 사람들의 선거 전략과 패배자들의 선거 전략을 이야기하면서 그 시대의 리더십 코드를 말한다. 약간 사후 약방문 같은 느낌도 있지만 세심하게 들여다 볼 필요성도 있다. 그 시기의 민심을 가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이지만 그 과정과 역사를 돌아보면서 한국의 대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 중 하나인 부시가 재당선되면 4년 동안 외국에 나가거나 이민을 가려고 한다는 말은 얼마 전 나를 비롯한 몇 명이 자주 말하던 것이다. 또 2000년 대선에서 전국 득표에서 이기고, 선거인단 투표에서 지면서 낙선한 고어의 이야기는 선거제도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선거제도 개선을 위해 법안을 올렸지만 상원에서 계속 거부했다는 이야기는 민생 법안을 뒤로 하고 늘 싸우거나 자신들의 세비 인상에만 재빠른 우리나라 정치인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약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도 있다. 리더십 코드라는 말처럼 명확하게 드러나는 정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으면 했는데 약간 산만하다. 하지만 미국 경선과 대선에 대한 생생한 현장감과 풍부한 정보는 기존에 몰랐던 사실을 알려주고, 미국이란 나라를 조금 더 이해하게 만든다. 책 내용 대부분이 2000년, 2004년, 2008년 경선과 대선을 다루다보니 익숙한 대목도 많다. 미국 경선이나 대선에 관심은 있지만 잘 모르는 사람에겐 많은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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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숲에서 사랑을 만나다 - 신화 속에 감추어진 기이한 사랑의 이야기들
최복현 지음 / 이른아침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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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나 그와 비슷한 책을 몇 권 읽었다. 나의 나쁜 기억력과 복잡하게 얽힌 족보 등으로 아직도 어렵다. 책을 읽다보면 알고 있는 내용이 거의 대부분이다. 몇몇 세부적인 이야기나 잊고 있던 이야기가 새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고 하기엔 그 속에 담긴 폭력과 질투와 욕망이 너무 많이 넘실거린다. 약간 삐딱하게 시선을 기울인다. 신화의 공간과 시간 속에서 만난 사랑들이 나에겐 아름답지만은 않다.

 

저자는 사람들이 유독 그리스 신화에 열광한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의문이 생긴다. 나의 경우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는 이유가 유럽 문화를 이해하는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알지 못하면 책 속에 나오는 인물이나 사건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었다. 물론 영웅들의 모험담에 내가 열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헤라클레스의 모험담은 손에 땀을 지고 읽었고, 미노스 궁전은 괴물이 없다면 한 번 도전하고 싶은 곳이다. 이런 모험담과 사랑 이야기는 분명 재미있고 즐겁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나라 신화나 다른 나라의 신화보다 더 열광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신화 자체가 지닌 매력은 대단하다. 그런데 저자가 유독 그리스 신화에 한정하기에 약간 투정을 부려본다.

 

그리스 신화에서 최고의 난봉꾼 제우스를 빼면 이야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최고의 신이자 난봉꾼에 수많은 자식을 둔 그의 엽색 행각을 지금 시각에서 본다면 여성들의 적이다. 물론 남성들의 적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눈물을 흘린 여자와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또 그로인해 발생한 비극은 얼마나 많은가! 덕분에 우린 풍부하고 재미있는 그리스 신화를 즐기게 되었지만 그 시대에 딸은 둔 아버지나 그의 아내는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지 않았을까 한다.

 

제목에서 저자는 사랑을 말했지만 이 속엔 애틋한 사랑보다 납치, 강간, 욕망, 질투, 시기, 폭력 등이 가득하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행하여지기도 하지만 순간의 욕망에 휩싸인 경우가 더 많고, 그 사랑이 지속되는 경우 극히 드물다. 워낙 유명한 제우스를 제외하고 태양의 신 아폴론이나 지하의 신 하데스가 보여준 행동은 지극히 인간적 본능에 충실하다. 사랑을 받아주지 않자 저주를 내리고, 욕망에 휩싸여 강간하고 납치한다. 인간의 시각에서 본다면 분명한 범죄행위다. 이런 범죄행위가 신들의 이야기로 미화된 것이다. 물론 바로 여기에 그리스 신화의 매력이 있기는 하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고 본능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과 결과로 인해 만들어진 무수한 이야기와 문화는 현재 우리를 이해하는 초석이 된다.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기대한 사람에겐 부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바람둥이와 강간과 폭력과 욕정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물론 오르페우스 이야기에서 지순한 사랑을 만나기는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아름다움과 거리가 있다. 너무 삐딱한가? 좀더 이야기하면 이 책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그림과 조각상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누구의 작품인지 언제 그려지거나 만들어졌는지 하는 정보가 없다. 시작부분에서 컬러 사진을 보여주지만 본문에선 흑백 사진이라 명확한 이미지를 알 수가 없다. 아쉬운 대목이다.

사실 제목 때문에 삐딱하게 보았지만 그리스 신화를 이해하기엔 나쁘지 않은 책이다. 쉽고 별자리나 어원 등에 대한 설명이 많아 지식 습득에 도움이 된다. 딱딱한 그리스 신화가 아닌 이야기 그리스 신화로 초보자에게 더 좋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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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로와 아름다운 은행가 - 빈도 알토비티 초상화 이야기
데이비드 앨런 브라운.제인 반 님멘 지음, 김현경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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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폭의 그림을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책들은 많다. 문학이나 인문학 서적으로 가끔 그런 이야기를 만난다. 특히 소설로 만들어진 경우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에 매혹되곤 한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닌 여러 자료들로 저자들이 세심하게 되살린 그림의 과거사다. 그 과거사에 매혹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겐 너무 힘든 과정이다.

 

가장 힘든 이유는 미술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몇 권의 대중 미술서적을 읽었지만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방식은 초심자에겐 조금 버겁다. 복잡한 유럽 이름과 수많은 사람의 등장은 낯선 공간으로 들어간 느낌으로 가득하다. 수많은 각주들은 쉴 새 없이 뒷장을 넘기게 만들고, 불친절한 설명은 초심자를 더욱 힘겹게 한다. 그래도 읽다보면 만나게 되는 몇 가지 이야기들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편견을 바로 잡게 만들어주었다.

 

도 알토비티 초상화 이야기다. 하지만 이 그림을 둘러싸고 수많은 오해가 있었다. 가장 많은 오해는 라파엘로의 자화상이란 것이다. 바사리가 이를 지적한 후 미술사가나 미술상들은 이 말을 믿었다. 다른 미술사가가 빈도 알토비티라고 주장하기도 하였지만 라파엘로를 추앙한 수많은 화가들은 자화상으로 믿고 그 구도와 비슷한 자화상을 그렸다. 오해에서 비롯된 행동이 하나의 유행처럼 퍼진 것이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거장 독일에서 벌어진 그림 교환거래다. 바이에른의 황태자 루트비히가 어렵게 구해 자국민을 위해 전시한 라파엘로의 그림을 뮌헨의 미술관장 부흐너가 자신의 취향 때문에 그뤼네발트의 작품으로 착각한 그림과 교환한 것이다. 그것도 일대일이 아닌 일대삼으로. 이 부분에서 만약 소설가라면 살을 더 붙여서 멋진 한 편의 스릴러로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시기가 2차 대전이 막 벌어지려는 순간이고, 그뤼네발트의 그림으로 착각한 그림을 발견한 순간 등이 너무나도 드라마 같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이 2차 대전 당시 수많은 미술품을 약탈한 사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저자들은 이 빈도 알토비티 초상화를 둘러싼 이야기에서 그림과 소유자의 변천을 다룬다. 당시 아름다운 은행가였던 빈도 알토비티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현재 그림이 있는 미술관까지 이동과 그 사이의 논쟁을 담고 있다. 이 그림을 둘러싼 논쟁과 모사는 하나의 그림으로 이렇게까지 많은 일이 생길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물론 이것은 거장의 그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시대의 대세가 그림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거장일지라도 그의 아류로 평가받는다. 부흐너의 실수가 독일 화가에 대한 선호와 이런 착각 때문임을 생각하면 그림의 진정한 가치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제목에서 라파엘로에 대한 이야기로 짐작했는데 사실은 그가 그린 아름다운 은행가 빈도 알토비티 초상화에 대한 내용이다. 그래서 더욱 힘겹게 읽혔는지도 모르겠다. 다음에 조금 더 미술에 대한 지식을 쌓고 읽는다면 더 많은 부분을 이해하고 즐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저자들이 말하는 내용을 담기엔 너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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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길을 잃어라 - 시각장애인 마이크 메이의 빛을 향한 모험과 도전
로버트 커슨 지음, 김희진 옮김 / 열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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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다는 것과 그것을 안다는 것의 차이는 무얼까? 이 책 속 주인공 마이크 메이에게 본다는 것과 그것을 구별하고 아는 것은 너무나도 어렵고 힘든 일이다. 세 살에 시력을 잃고 평생을 살아오다 좋은 의사를 만나 다시 시력을 되찾은 그를 보면서 이런 생각에 빠졌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한 “보면 알잖아”가 그대로 통하지 않는 그를 보면서 많은 생각과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되고, 그의 인생을 보면서 놀라움과 그 용기에 감탄과 박수를 보낸다.

 

책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술 전과 후다. 수술 전은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우연히 아내의 눈을 위해 안과를 찾은 그에게 의사는 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놀라운 제안을 한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새로운 안과 수술이다. 하지만 그는 현재 살아가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수술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과 실패에 대한 설명은 이를 주저하게 한다. 여기서 과거 그가 눈을 잃는 시점으로 돌아간다. 새로운 제안을 받는 한 축과 과거의 성장을 다른 축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과거 성장 이야기는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그의 어머니가 아이를 위해 한 행동들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일반 학교에 보내기 위해 싸우고, 아이가 부딪히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도 내색하지 않으면서 지켜본다. 책을 읽는 내가 오히려 긴장된다. 물론 현실에서 그녀가 나보다 수천만 배는 더 긴장하고 두려움에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굳건하게 지켜본다. 이 어머니의 영향 때문인지 타고난 성격 때문인지 마이크는 새로운 도전에 주저하지 않는다. 넘어지고 부딪히고 피를 흘리지만 놀랍고 경이로운 모험과 도전 정신은 멈추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 왔다. 수술이다.

 

새로운 수술로 그는 사물을 보게 된다. 그가 처음 세상을 보는 장면은 놀라움 그 자체다. 우리가 그냥 지나가는 공간이 그에게는 완전히 신세계다. 어린 아이가 길을 가다 이것저것을 마구 묻는 것 이상으로 묻는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상상한 것들과 눈으로 보는 것과의 차이를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본다는 것에 머물 뿐이다. 그는 공간에 대해, 사물에 대해 보통의 사람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이전에 다른 사람과 공통된 부분이다. 하나는 앞을 보게 되는 것은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경험이고, 이에 따른 심각한 정신적 위기를 겪는다는 점이다. 그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책 후반부는 이런 현실을 현재의 시간으로 따라간다. 눈으로 본다는 놀랍고 경이로운 경험 후에 다가오는 보통의 사람과는 다른 인식을 다루고 있다. 색에 대해서는 구분이 가능하지만 사람의 얼굴이나 남녀 구별도 그에겐 힘들다. 문자는 전부 새롭게 익혀야 한다. 덕분에 그는 한 동안 아이들의 놀이 대상이 되기도 한다. 작가는 메이의 경험을 통해 본다는 것과 안다는 것 사이에 있는 지식과 경험에 대한 신경학 이론을 풀어놓는다. 그리고 나 자신도 읽는다와 이해한다는 책 읽기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이런 평범한 상식이 새롭게 눈으로 보는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어린 시절 우리가 알게 모르게 경험하고 배운 것들이 결여된 메이에게는 이 세상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놀라운 이야기와 경험으로 가득한 이 책에서 존경스러운 두 여인을 만난다. 한 분은 메이의 어머니고, 한 명은 메이의 아내다. 그 어머니는 앞에서 대충 이야기 했으니 아내에 대해 말하자.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과 결혼을 했다는 것 자체는 대단하지만 존경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와 만나면서 그가 보여준 행동과 의지를 충분히 경험했기에 좀더 쉬웠을 것으로 짐작한다. 내가 존경하는 대목은 메이가 방황하고 주저할 때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아주고 강력하고 튼튼한 버팀목이 되는 장면들이다. 메이가 이혼을 이야기할 때 아직 서로 배워야할 게 많고 포기하지 말자고 하는 대목은 그녀의 강한 정신력을 보여준다. 이후 곳곳에서 존경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수술 전이나 후나 그는 제목처럼 기꺼이 길을 잃을 준비가 되어있다. 보이지 않을 때도 새로운 시도와 도전에 주저함이 없었고, 보게 된 후에도 새로운 어려움에 결코 주저앉지 않았다. 한 인물의 긴 도전 속에 생각해볼 에피소드 하나로 마무리하자. 그것은 그가 쇼핑몰에서 거대하고 뚱뚱한 여성을 보고 지게차로 착각하는 장면이다.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그것이 여성임을 알고 순간 혐오감에 빠진다. 보기 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감정의 편견이다. 자신에게 놀라고 반성한다. 이 에피소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본다는 것과 안다는 것, 본다는 것을 통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우리사회에 깊숙이 뿌리박은 편견들. 이렇게 이 책은 감동뿐만 아니라 지식과 새롭게 사물이나 생각을 들여다  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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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사 전(傳) - 한국사에 남겨진 조선의 발자취
김경수 지음 / 수막새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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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많이 읽은 역사서가 조선왕조에 대한 것이다. 몇 명의 왕을 다룬 것이나 한 명의 왕을 다룬 것이거나 아니면 왕조 전체를 다룬 것이다. 각 역사서가 자신만의 색채를 가지고 그 시기를 풀어내었는데 많은 부분 중복되는 내용이 있고, 하나의 사건을 두고 해석이 갈리는 경우도 많았다. 실록의 기록을 두고도 다른 기록과 함께 다른 해석을 풀어내는 것을 보면서 역사를 제대로 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태조에서 순종까지 27대 조선왕조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다. 적지 않은 시간이고 왕조다. 조선왕조실록의 분량을 따지면 이 짧은 책 한 권에 담는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하지만 저자는 핵심만 추려서 그 왕조의 특징을 살려내면서 간결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 긴 흐름을 따라가면서 느낀 점은 비교적 중립적 시각을 지키려고 했다는 것이다. 왠지 모르게 국정 교과서의 느낌을 가끔 받기도 했는데 그 덕분이 아닌가 한다.

 

이 책의 구성과 서술에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이 있다. 그것은 야사나 일화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록 등의 정사가 기본 틀을 잡고 있지만 세부 사항이나 이야기를 끌고 가는 대목에선 일화가 많이 인용된다. 덕분에 책 읽는 재미는 많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 많고 의문이나 논쟁이 될 수 있는 일화를 그대로 실어면서 정확성을 약간 떨어트린다. 가독성이나 읽는 속도감을 높였지만 인용된 이야기의 출처나 해석이 갈리는 부분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없다보니 전체적인 깊이도 부족하다.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읽었지만 몇 가지 사소한 것을 집고 넘어가자. 세종의 신하에 대한 부분에서 “세종의 남자”라는 소제목을 붙였는데 얼마 전 흥행한 영화 때문인지 묘한 느낌을 준다.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않았든 권신이나 다른 표현도 가능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연산군에 대한 서술에서도 기존의 학설을 그대로 반복하면서 새롭게 해석되는 권력 투쟁에서 실패한 왕의 모습을 담지 않은 아쉬움이 있고, 이를 왕세자 교육의 부작용으로 연결한 것은 확대 해석이 아닌가 한다.

 

조선왕조실록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기록문화유산이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긴 왕조에 대한 정확한 기록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 방대한 기록을 일반인이 모두 읽는다는 것은 사실 무리다. 전문 연구가조차도 모두 읽은 사람이 드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불과 몇 년 전에 한글로 번역이 이루어졌다. 인터넷 검색이나 시디롬으로 쉽게 검색이 가능하지만 그것도 하나의 사안에 대해 어느 정도 알 때 이야기다. 그래서 비전문가인 우리들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런 종류의 왕조사를 다룬 역사서는 상당히 유용하다.

 

가끔 논쟁이나 의문이 있는 부분에 대해 간결하게 그 의문을 표시하거나 논쟁을 서술한 대목들은 현재의 흐름을 알게 한다. 개인적으로 조선 당파 계보도를 만들려고 했는데 이 책에 잘 나와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조선 중후반기 당파에 대한 흐름은 그 시기 역사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런 부분적으로 도움을 받는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으론 약간 밋밋하다. 한 왕조에 대한 흐름을 알기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새로운 해석이나 논쟁을 알고 싶은 사람에겐 권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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