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우 J 미스터리 클럽 3
미치오 슈스케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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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제7회 본격미스터리 대상 수상작이다. 일본에 엄청나게 많은 문학상들이 있음을 기억하는 나에게도 이 상은 익숙한 이름이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고,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이 상을 수상한 작가들에 대한 평들이 상당히 좋았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선택해서 실패할 확률이 낮은 상이란 의미다.

 

제목만 두고 본다면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섀도우란 제목에서 느낀 첫 인상은 은밀하게 움직이는 살인자를 연상시킨다. 이 부분은 스릴러와 살인자들을 선호하는 나의 취향이 약간 개입하였다. 그런데 소설은 이런 잔인하고 냉혹한 살인자 대신 아버지와 아들의 마음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렇지만 긴장감을 완전히 풀어놓게 만들지 않는다. 작가가 뭔가 있는 듯한 분위기를 계속해서 연출하기 때문이다. 한 소녀의 행동과 반응이나 심리묘사를 통해, 한 소년의 환상이나 꿈을 통해 그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하지만 이 긴장감은 뒤로 가면서 가속되지 못한다. 작가가 촘촘하게 깔아놓은 복선들이 예상하지 못한 반전으로 이어지지만 강한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 이 부분은 사람들마다 평이 갈릴 수 있지만 최소한 나에겐 그 구성과 진행에서 너무 튀어나온 해설이 아닌가 한다. 나중에 소설에 대한 이해를 위해 접어놓은 몇 쪽이 소설의 진행과 별로 관계없음을 알게 되고, 독자를 한 방향으로 몰아가던 진행이 하나의 트릭이었음을 생각하면 치밀한 연출에 점수를 줘도 되지만 감탄을 자아내지는 못한다.

 

특히 아들인 오스케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초등학교 5학년임을 감안하면 너무나도 현실과 동떨어진 인상을 준다. 후반에 보여주는 놀라운 인식과 추리력은 명탐정 코난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코난은 그래도 고등학생이 초등학생으로 줄어든 것인데 이 오스케는 어지간한 탐정들보다 나은 추리력으로 사건 하나를 풀어낸다. 이 장면에서 사실 긴장감이 많이 감소한 것도 사실이다. 깔아놓은 복선과 트릭인 작가의 시선 유도에 내가 과장되게 반응한 부분도 있지만 갑자기 튀어나온 몇 가지 사실은 내가 놓친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것인지 다시 찾아봐야 할 듯하다.

 

전체적으로 서술트릭을 이용해 읽는 사람의 시선을 마술사의 트릭처럼 잘 유도한 작품이다. 독자와의 대결에서 공정했는가 아닌가 하는 부분에 들어가면 다른 문제가 되겠지만 쉽게 읽히고 긴장감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요 근래 일본 미스터리에서 서술 트릭을 다룬 추리소설이 많이 번역되는데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고는 있지만 감탄을 자아내는 작품은 드물다. 이 이유 중 하나가 혹시 내가 속았다는 사실에 기분 나빠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단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그런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공정한 대결이 아니었기에 그런 것일까 생각해본다. 그래도 이런 추리소설에 계속 나와 나를 생각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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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푸른빛이었다 -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우주로 가는 길
유리 알렉세예비치 가가린 지음, 김장호.릴리아 바키로바 옮김 / 갈라파고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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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린. 그는 인류 최초로 우주공간을 비행한 인물이다. 이 책은 가가린의 수기를 번역한 것이다. 시대를 감안하지 않고 읽는다면 노골적인 사회주의 찬양과 옹호가 눈에 많이 거슬릴 수 있다. 하지만 그 시대를 조금만 안다면 가가린의 이런 찬양들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질 것이다. 덕분에 우린 그 시대의 영웅이었던 가가린과 사회 분위기를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책은 2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가 우주로 가기 전 그의 삶을 다루었다면 2부는 지구를 벗어나 우주공간으로 간 그를 다룬다. 많지 않은 분량이다 보니 자세한 기술은 거의 없다. 차라리 우주비행사에 대해 더 자세한 글을 읽고 싶다면 ‘우주비행, 골드핀을 향한 도전’이란 책을 추천하고 싶다. 꿈과 열정으로 가득한 우주비행사들의 심리와 우주비행을 둘러싼 알력 등이 잘 나타난 책이다. 가가린의 자서전인 이 책은 이런 정밀하고 섬세한 묘사가 빠져 읽는 재미가 조금 부족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너무 영웅적인 서술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조금 인간미가 부족하다고 해야 할까? 다른 서적에서 느끼는 불안이나 동요는 거의 없고, 사회주의 찬양과 우주를 향한 열정과 노력에 대한 숭배로 가득하다. 60년대 소련연방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그 영웅담이 가슴 속으로 파고들지 못한다. 비록 가가린이 우주로 나가기 전까지 소련에서 어떤 노력과 실패를 거듭했는지 보여주는 사실들이 있지만 인류 최초 우주비행사의 삶과 심리를 제대로 나타내었다고 생각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미 이 대단한 업적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로 생각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 후 인류가 달에 착륙하고, 우주정거장을 건설하여 머무는 등 대단한 일이 이어지면서 그 당시의 흥분과 전 세계인의 놀라움이 가슴속 깊은 곳까지 전해지지 않은 탓도 있다. 그 시절 미소 양국이 벌인 우주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고 대단했는지 절실히 느끼지 못하기에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최초로 대기권을 벗어나 지구를 보면서 한 말이나 그 감동은 그 후 수많은 우주비행사들이 반복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최초라는 것을 뛰어넘어 부럽고 그 아름다운 광경에 대한 동경을 불러온다.

 

1968년 가가린은 비행훈련 중 사망한다. 하지만 그는 인류 최초 우주비행사라는 거대한 발자취를 남기고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그의 자서전도 우주를 꿈꾸는 수많은 우주비행사 지망생들에게 열정을 심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록 시대의 한계가 분명히 드러나지만. 그리고 책 부록으로 나온 정보들은 우주개발의 역사를 한 눈에 알 수 있어 많은 도움을 준다. 우리나라도 이제 자체 기술로 우주로 나갈 날이 곧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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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무엇이든 믿고 싶어할까?
마르틴 우르반 지음, 김현정 옮김 / 도솔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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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를 믿고자 하는 것은 사람의 본성이 아닌가 생각한다. 모든 것을 의심하고 다시 한 번 더 되돌아본다면 삶은 무척이나 피곤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믿음은 생활에 활력과 속도를 높여주는 윤활유와도 같다. 물론 이것이 신앙으로 들어가면 다른 의미가 되겠지만 많은 부분에서 믿음은 불안과 공포나 의문 등에 대한 방패로 작용한다.

 

저자는 신앙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 출발점은 고대 생존을 위해 사람들이 해석능력을 발전시킨 것이다. 다른 동물들이 생존을 위해 겉모습 변화를 시도한 반면에 인류는 두뇌를 발전시켜왔다. 뇌에 대한 이야기는 영혼에 대한 것으로 넘어가고, 이런 해석능력의 발전은 무의식이란 거대한 바다로 스며들었다고 한다. 끊임없이 재인식하고 재해석하며 진화해 왔기 때문에 우린 왜? 라는 의문을 던지는 생명체가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우연이다. 하나의 사례로 어떤 남자가 탑승완료 몇 분 전에 비행기가 추락할 것이라는 영감을 받아서 비행기 추락에서 살아남았다면 자신의 생명을 보호해준 신에게 감사할 것이고 말한다. 단순히 통계수치로 보면 우연이지만 개인에게 있어서는 “유의미한 우연”이다. 자신이 살아난 것에 대해 감사하지만 다른 수백 명의 탑승객들이 죽은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보호할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란 의미일까? 이런 개인적이고 자기중심적 사고는 우리 실생활에서 자주 보이는 일이다. 우리가 점쟁이에게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란 예언을 들으면 늘 일어나는 일도 그 예언의 실행이란 믿음에 빠져든다. 종교에서 개인적 체험을 중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 번 생각해볼 문제다.

 

많은 부분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한다. 저자 자신이 독일인이고 자란 문화가 기독교권이기 때문이다. 책 중반으로 가면서 종교가 어떻게 생겨나고, 권력과 위계질서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불신보다 믿음이 더 위험한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런 긴 흐름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이성이다. 하지만 종교인에게 이성은 언제나 신앙의 하위 개념이다. 그들에게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질문을 던지면 하는 말은 언제나 동일하다. 믿음이 부족하다니 이성을 초월한 신앙을 말한다. 오랜 역사에 걸쳐 편집된 책이 성경이란 사실도 그들에겐 중요하지도 믿을 것도 되지 못한다. 점점 근본주의로 돌아가는 종교의 모습은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는데도 그들에겐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현대 교회가 현대적이지 못한 이유도 이런 신앙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다. 신교가 구교의 교리해석이나 권위적인 로마 카톨릭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하였지만 그들 또한 하나의 틀 속에 갇혀있음을 지적한 대목에선 아쉬움을 느낀다. 특히 미국의 근본주의자가 득세하는 현실은 이라크 사태를 넘어 우리를 불안으로 밀어 넣고 있다. 믿음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믿음에 매몰되어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 그 믿음은 엄청난 화를 가져온다. 저자가 믿음과 이성의 조화를 외치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사람이 사람이나 자연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들이 신이란 존재를 만들어내었다고 학자들은 주장하지만 신자들에겐 통하는 주제가 아니다. 저자가 수많은 연구 성과를 이 책 속에서 풀어내면서 이성과 믿음의 조화를 외치지만 그것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지 않는 사람들에겐 그냥 하나의 이론일 뿐이다. 생물학, 심리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학문을 인용하며 믿고 싶어 하는 마음을 해석하였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 깊은 곳에서 울림이나 머릿속 이성의 작용이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나의 이성도 점점 굳어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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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종료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
빈스 플린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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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스릴러가 만나면 어떤 재미가 있을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이 이 소설에 담겨있다. 사람들이 바라보는 정치와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음모가 긴장감 넘치는 살인사건과 결합하여 순식간에 빨아 당긴다. 덕분에 몇 시간 동안 정신없이 읽었다.

 

추악한 정치인. 정치인에 대해서 말하라고 하면 대부분 더럽고 추악하다고 하면서 불신감을 드러낼 것이다. 그 혐오와 불신감이 어느 정도인지는 이번 총선에서 투표율로 분명히 나타났다. 이런 통계수치를 멀리하고 개개인에게 말을 옮겨도 대부분 정치인들은 일반 대중에게 혐오의 대상이다. 소설 속에서처럼 선거철에만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공약을 남발하고 한 표를 구걸한다.

 

가끔 인터넷 만화에서 국회의사당과 관련된 파괴를 다루면 달리는 댓글이 상당히 재미있다. 그만큼 불신과 혐오가 강하다. 그런데 이 소설은 시작부터 노골적으로 3명의 국회의원을 죽인다. 이유는 그들이 부패한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여기서 주인공 마이클 오루크의 입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한다. 단순하게 보면 테러지만 상대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유의 투사라고. 이 살인행위를 통해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키려고 하지만 정치가 그렇게 쉽지는 않다.

 

분명히 위협에 굴복하는 정치인은 인기가 없다. 현재 정치에서 여론으로 통하는 통계수치는 행정부 최고 수반이나 재선을 노리는 사람이 쉽게 무시할 수 없다. 더군다나 자신의 생명이 위협 받는다면 더욱 그렇다. 이에 FBI와 CIA등 최고 수사인력을 동원해 범인을 찾고자 한다. 당연하다. 정치인들은 이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이익을 찾기 위해 야합한다. 그리고 이 상황을 이용해 새로운 세력이 살인행위에 끼워든다. 수사도 혼선이 일어나고, 다른 목적을 가진 두 살인집단은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650쪽이 넘는 두툼한 책 속에 이런 정치와 스럴러를 잘 녹여내었다. 읽는 재미가 대단하다. 나라면 과연 이 살인 행위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생각해본다. 아마 우리나라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언론에서 합법적인 수단을 통해야지 이 같은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할 것이다. 비록 많은 사람들은 통쾌하고 시원함을 느끼면서 이를 적나라하게 표현하지는 못할 것이다. 작가는 이런 상황과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 소설의 재미난 대목 중 하나다.

 

역사를 읽다보면 자주 보게 되는 것이 목적과 수단에 대한 해석이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 인식은 테러를 자유나 민중을 위한 투쟁으로 해석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해석으로 이어진다. 만약 이 소설 속 상황과도 같은 현실이 벌어지고, 만약 그들이 요구가 관철된다면 아마 또 다른 세력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다른 살인을 벌일 것이다. 소설은 여기까지 나가지는 않는다. 다만 뒤로 가면서 속도감과 재미로 사람을 끌어당기면서 소홀히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덕분에 쉴 새 없이 책 속에 몰입하였지만 한 번은 집고 넘어가야할 대목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정치와 스릴러, 권력집단들의 알게 모르게 벌어지는 음모와 살인자를 밝혀내기보다 자신들 조직의 비밀을 숨기는데 더 집중하는 그들을 보면서 진실이나 사실은 남의 집 이야기임을 알게 된다. 모두 읽고 난 후 이전의 스릴러 거장들의 향기가 진하게 남는다. 러들럼, 크랜시, 포사이드 등등. 두툼한 분량에 놀라고, 생각보다 빠르게 읽히는 재미에 놀라고, 새로운(?) 작가에 다시 한 번 더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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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도박 - 유럽을 뒤흔든 세계 최초 금융 스캔들
클로드 쿠에니 지음, 두행숙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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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긴 시간 속에서 우린 가끔 시간이 쌓여 만들어놓은 업적을 무시하거나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냥 주변에서 늘 보던 것이고 너무 익숙하다보니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 수많은 당연한 일 중 하나가 지폐를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나 경제학사에 조금이나마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경제체제가 만들어지기 위해 어떤 굴곡과 어려움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여러 번 바뀐 화폐제도에 대해서도 알 것이다.

 

새로운 시스템을 사회에 도입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그 시스템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적은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기존 시스템에 너무 적응하였거나 이 때문에 얻는 이익이 많은 사람들의 저항 때문에 더욱 힘들다. 이 소설 속 주인공 존 로도 자신의 이론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시스템을 관철하기 위해 어떤 노력과 열정을 들였는지 본다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이렇게 이 소설은 존 로라는 도박사이자 금융가의 일대기를 재구성하였다.

 

유럽을 뒤흔든 세계 최초의 금융 스캔들이란 부제처럼 존 로의 이론은 현실에서 힘겹게 탄생하여 화려하게 꽃을 피운 뒤 불행하게 몰락했다. 작가는 이 과정을 한 사람의 일생을 통해 보여주는데 화려한 시기를 길게 묘사하기보다 그가 어떻게 이론을 세우고, 성장하고, 이론을 적용하게 되는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 긴 과정을 통해 18세기 유럽의 정치와 경제를 묘사하고, 시대를 뛰어넘은 개혁가로써의 존 로를 그려내고 있다.

 

한 인간을 평가할 때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흐름은 바뀔 수밖에 없다. 작가는 존 로에 대해 따뜻하고 동정적이며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시대를 뛰어넘은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졌지만 그를 질시하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인물 덕분에 그 위대하고 거대한 도박이 실패했다고 말한다. 존 로에 대해 충분한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기에 이 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조금은 당혹스럽다.

 

경제학을 배우다보면 사용가치니 교환가치니 효용가치니 하는 용어들을 배운다. 여기서 지폐가 담당하고 있는 것은 교환가치다. 실제 상거래가 왕성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환가치가 있으면서 안정적인 수단이 필요하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동전이나 주화였다. 하지만 이도 시간이 지나면서 효율성이 떨어졌다. 적은 돈 거래에서는 무리가 없지만 큰 규모의 거래를 생각하면 금궤나 보석들이 엄청나게 움직여야 하는 부담이 생긴 것이다. 이런 사항이니 투자나 상거래가 확장되는데 힘겨운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을 꾀 뚫어 본 사람이 있으니 18세기 존 로다. 약간 이해하기 어렵다면 현재 지폐조차 교환되지 않고 숫자만 움직이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해가 더 빠를 것이다.

 

이 소설 속에 나온 주인공에 대해 어떤 시선을 가지고 볼 지는 개인에 따라 다를 것이다. 분명한 것은 그가 도입하고자 한 시스템이 대단히 선구적이라는 것과 소설 속에 그려진 사회와 사람들의 삶이 굉장히 사실적이란 것이다. 또 존 로에게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현실에 적용하려는 열정이다. 엄청난 부를 이루었지만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 속에 옮기려는 그의 노력과 열정은 그 시도의 성공 여부를 떠나 시간을 넘어서 우리에게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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