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교도 미술 - 신과 여신, 자연을 숭배하는 자들을 위한 시각 자료집
이선 도일 화이트 지음, 서경주 옮김 / 미술문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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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도란 단어는 한 종교의 일방적인 표현이다.

이 책 속에서는 “과거 기독교도들이 아브라함의 신을 믿지 않는 종교라는 개념”으로 사용했다.

초기 기독교인들의 자신들의 유일신교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단어가 ‘이교(Pagan)’이다.

이 단어를 한국 등의 동양으로 넘어오면 주류 종교 이외의 종교 단체 등에 사용한다.

가끔 사이비 종교와 헷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언제 정확하게 구분해서 공부할 필요가 있다.

초기에 이 단어를 사용했던 의미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한다.

현대로 넘어오면 자신들을 이교도라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했다.

이 단어를 보면서 백인과 유색인종으로 나눈 이분법이 떠오른다.

왜 유색인종 대신 ‘비백인’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을까? 흰색도 색이 있는 것인데 말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몇 쪽을 할애해 이 이교도란 단어에 대해 설명한다.

어디서 유래했고, 현재는 어떤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며, 또 어떻게 변했는지 보여준다.

이교도 미술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지는 것은 당연히 그리스 로마의 문화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순히 유럽에 머물지 않고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몇몇 지역으로 넘어온다.

극동 지역을 다룰 때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은 중국이 아니라 일본이다.

일본의 신도를 다루는데 저자가 가진 자료의 한계인지, 취향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한국의 경우 거의 다루어지지 않고 무당이 뒤에 한 번 나올 뿐이다.

일본 문화의 상당수가 중국과 한국을 거쳐 간 것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이교도라고 하지만 그 당시 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자신들을 이교도라고 칭하지 않았다.

이 글에서는 편의상 아브라함 종교를 제외하고 이교도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현재 나에게 가장 익숙한 이교도는 드루이드교이다. 최근에 가장 많이 노출된 이름이기 때문이다.

토르의 망치 모양 팬던트를 걸고 다니는 게르만 신들을 숭배하는 히든이란 것도 있다.

토르 망치의 그림을 보면 마블 영화 등에 익숙한 내가 보기에 조금 허술해 보인다.

스스로 마법사라고 말하고 의식을 치를 때 마법을 거는 위칸이란 존재도 있다.

솔직히 현대 마법사의 능력을 신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의식 등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것 이외에 인도와 중국과 일본 등의 수많은 나라의 종교들이 있다.

다른 지역의 종교를 다룬 부분을 볼 때 낯설고 재밌고 잠시 생각에 빠진다.


저자는 3부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대의 관습, 종교적 의식, 공동체 등이다.

기독교의 신은 성경이란 경전을 통해, 이 경전의 영상화 등으로 잘 알려줘 있다.

하지만 다른 종교들은 상대적으로 경전도 낯설고, 영상도 적고 왜곡되어 표현된 부분도 많다.

저자가 인신공양 등에 관한 부분을 다룰 때 그 이야기를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나의 세계관과 그 시각으로 그 당시 제의를 볼 때, 혹은 자신들의 종교를 알리려는 목적 때문이다.

이교도들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도 신화와 전설의 형태로 남아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들이 남긴 수많은 그림이나 자료도 새로운 이교도의 탄생을 도와주었다.


신탁과 점술 부분에 가서 중국 역경의 하나의 점술로 다루는 부분을 보고 조금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유학도들이 주역을 공부하고 이것으로 세상을 보려 한 것을 알기 때문이다.

타로 카드의 기원과 현재 같은 모습으로 변하게 된 것에 대한 간단한 설명도 유익하고 재밌다.

스토리텔링으로 본래 모습을 왜곡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팩트 체크는 점점 중요해진다.

종교와 함께 결코 뺄 수 없는 것이 축제다. 세계의 수많은 축제와 종교와 관계 있다.

책 내용과 함께 재밌게 볼 수 있는 수많은 그림과 사진들이 실려 있다.

아는 그림과 사진도 가끔 있지만 도상학으로 이해해야 하는 부분도 있어 공부가 더 필요하다.

아는 만큼 볼 수 있고, 공부할 것을 잔뜩 남겨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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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샤라 휠러와 키스했다
케이시 매퀴스턴 지음, 백지선 옮김 / 시공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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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표지는 나의 취향이 전혀 아니다.

로맨스라는 장르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럼 왜?

‘로맨스 미스터리’라는 단어가 들어가면서 나를 혹했다. 정확하게는 ‘미스터리’란 단어다.

실제 이 소설의 앞부분은 졸업 파티 후 사라진 ‘샤라 휠러’를 찾는 문제를 다룬다.

그녀를 찾으려는 사람들은 모두 샤라 휠러와 키스를 한 사람들이다.

샤라의 학교 최고의 적수인 클로이, 이웃인 로리, 현재 남친인 쿼터백 스미스 등이 바로 그들이다.

샤라는 키스와 함께 쪽지 등을 그들에게 남겨 숨바꼭질하듯 사라졌다.

그녀의 부모는 그녀를 공개적으로 찾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 찾지 않으면 되지 않는가? 하지만 그녀가 키스한 이유가 평생 궁금하지 않을까?

샤라가 왜 키스했는지 궁금해 그녀의 방에 갔다가 마주한 로리.

둘이 단서를 찾아 다니면서 만난 그녀의 남자 친구 스미스.

새로운 단서를 찾아 다니면서 마주하는 다른 학생들과의 관계와 몰랐던 그들의 모습.

그리고 단서를 찾는 것 자체가 하나의 모험이자 스릴 넘치는 행동이다.

혹시 잘못하면 클로이가 바라는 미래가 산산조각날 수도 있다.

조심하면서, 위기의 순간을 넘기면서 이들은 샤라가 남긴 쪽지를 찾아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이 모험에 가장 적극적인 인물은 당연히 클로이다.

그녀는 샤라가 나타나지 않아 정정당당하게 승리하지 못하는 것이 싫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자꾸 샤라가 키스했을 때 향기와 감촉 등을 떠올리는 것일까?

클로이가 다니는 학교는 굉장히 보수적인 윌로그로브 기독교 학교다.

보수적인 기독교 학교라고 하면 떠오르는 모든 금지 목록이 이 학교에 그대로 적용된다.

교복 치마의 길이까지 단속할 정도다. 당연히 다른 것은 더 심하다.

이 학교에서 동성애자라고 말하는 것은 전학이나 퇴학을 의미한다.

공공연하게 이것을 말할 수 있는 학생은 없다. 실재한다면 몰래 말하지 말아야 한다.

클로이는 동성애 엄마들의 딸이다. 남자 아빠는 없다.

엄마 한 명이 이 학교를 졸업했고, 이곳으로 오고 싶어해서 이사하고 전학 왔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전교 1등으로 졸업생 대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 샤라 휠러가 그녀 앞에서 그 길을 막고 있다.

샤라 휠러는 이 학교 교장의 딸이다.

학교 최고의 미녀이자 항상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유지한다. 뛰어난 학업 성적까지 갖추었다.

학교의 학생들이 동경하는 여신 같은 존재다. 내가 상상하는 모습과 표지 이미지가 조금 다르지만.

그녀가 왜 이 세 사람에게 키스를 했고, 단서를 남겼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 이유를 찾아가는 도중에 억눌러져 있던 개인의 성 취향 등이 하나씩 드러난다.

어떻게 보면 막장 드라마의 한 장면 같다. 여기저기서 동성애자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당당하게 자신이 양성애자라고 말하는 클로이는 당연히 예외이지만 말이다.

마지막에 샤라를 찾을 것이란 나의 예상은 빗나간다.

이 빗나감 이후 펼쳐지는 이야기는 로맨스와 학원물의 결합으로 이어진다.

성소수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밝고 쾌활하게 진행된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동성애 커플의 딸인 클로이가 있다.

학교에서 억누른 성 문제는 그 학교를 벗어나면 자유롭게 변한다.

단순히 성 정체성만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개성까지 인정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생기는 문제와 갈등은 또 다른 방식으로 풀려나간다.

이 소설의 재미는 유쾌한 캐릭터와 예상하지 못한 상황과 뻔한 로맨스의 결합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묵직한 퀴어 문제를 담고 있어 불편하게 느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좁고 닫힌 세계에서 열린 세계로 나아가려는 학생들의 다음 이야기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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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생활자 안전가옥 앤솔로지 10
최현수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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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앤솔로지 10권이다. 안전가옥×왓챠 공모전 수상작이다.

안전가옥 앤솔로지 중 아직 읽지 않은 책이 몇 권 있다. 행복한 일이다.

이번 앤솔로지에 참여한 작가들은 모두 처음 만난다. 흔한 일이 아니다.

앤솔로지와 안전가옥 책들을 자주 읽다 보니 아는 작가들이 점점 많아진다.

좋은 일인데 책 욕심이 그만큼 커지는 것은 문제다.

이번 앤솔로지의 주제는 제목에 나온 ‘이중생활자’다.

서문에서 말한 것 같은 방식이 가장 흔하고 알기 쉽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 다양한 삶의 모습 중 다섯 가지를 뽑아 이야기를 풀고 엮었다.


최현수의 <열일곱, 여름, 전쟁>은 왠지 조금 무거운 라이트 노벨을 연상시킨다.

적대적인 두 나라의 이름, 소년들이 주인공인 점, 청소년 스파이 등 그 이유 중 하나다.

암국의 군사학교에 잠입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려는 영, 영의 기숙사 파트너인 이비.

처음에는 서로 티격태격하지만 점점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는 두 소년.

자신이 주입 받은 것과 다른 현실. 다른 분위기. 청춘의 열정.

자신을 적을 없애는 폭탄으로 이용하려는 명국의 군사 작전.

끌림과 순수함과 열정은 갇혀 있던 사실을 밖으로 드러내고 깨닫게 한다.


나혜림의 <드림센스>는 꿈과 한국형 요괴 두억시니를 엮었다.

맥에게 물려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 초등학교 6학년 소녀 설이와 그녀의 담임인 화식조 선생.

잠자는 아이들의 꿈을 먹고 더 강해지는 두억시니.

이 둘이 아이들을 아프게 하고, 사람들의 꿈을 먹는 것을 막기 위해 힘을 합친다.

이런 과정에 오고 가는 대사나 지독한 현실적인 화식조의 말들은 웃픈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경쾌하고 유쾌하게 진행되고, 이 두 콤비의 활약이 재밌다.


김해일의 <부귀수산>은 무겁다. 엄마와 딸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전직 해녀 춘단은 양식장 겸 횟집을 운영한다. 거의 위장 사업체다.

주요 수입원은 도망치려는 사람들의 물건을 숨겨주고 받는 수수료다.

그녀에게 이런 사업 방식을 처음 알게 한 인물이 나나다. 나나는 이 일을 소개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나나가 소개한 친구가 피 묻은 트로피를 들고 찾아온다.

다른 물건처럼 큰 조개에 숨긴다. 그리고 경찰이 춘단을 찾아온다.

용의자의 내비에 부귀수산 주소가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왜 그녀는 이 주소를 지우지 않았을까?

단순한 실수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이 사건과 춘단의 과거가 엮이면서 이야기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전효원의 <부처핸접>은 가장 흥겨운 단편이다. 랩과 판타지를 엮었다.

망해가는 학선사를 살리기 위해 엉성한 템플스테이를 연다.

치매가 있는 큰 스님이 속아 탕진한 5억을 벌기 위해 랩 배틀 프로그램 <샤워 미 더 머니>에 나간다.

지거 스님이 이런 결심을 하게 된 데는 짝퉁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랩퍼 무량이 지나가듯 한 말 때문이다.

그런데 지거의 단순한 변장을 무량은 알아채지 못한다.

학선사에 와서도 지거와 자신의 팀원을 구분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은 금방 알아채는데.

이후 벌어지는 일들은 황당하고 코믹하고 엉뚱하고 흥겹다.

연작 단편으로 만들어도 흥겨울 것 같은 소재와 유쾌한 캐릭터가 가득하다.


이산복의 <단골손님>은 49년생 세탁편의점 사장이 주인공이다.

그는 다양한 약을 먹으면 하루를 시작한다.

그에게는 친한 사람이 한 명 있는데 그가 집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그의 집 뒤편에 고양이 시체가 쌓여 있는데 고양이 이빨들이 모두 빠져 있다.

그의 세탁소에는 다양한 손님이 찾아온다. 진상도 적지 않다.

이런 와중에 한 단골손님을 조용히 찾아와서 세탁물을 맡기고 찾아간다.

얼마나 좋은 단골인가! 그런데 그가 맡긴 옷에서 이상한 물건이 나온다.

이후 펼쳐지는 이야기는 서서히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든다.

단골손님을 대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그의 전직이 궁금해진다. 어둡지만 매력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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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요괴상점
기구름 지음 / 씨엘비북스(CLB BOOKS)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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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된 웹소설에서 몇몇 에피소드를 가져와 한 권으로 묶었다.

웹소설의 방대한 이야기에 비하면 적은 분량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웹소설의 일부도 같이 읽었는데 두 매체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방대한 양을 한 권으로 묶으면서 생략된 많은 이야기가 아쉬움을 준다.

이 소설이 마음에 든다면 카카오페이지로 전체 이야기를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더 많은 에피소드와 더 많은 요괴 캐릭터들이 나와 즐거움과 재미를 준다.

아쉬움이 드는 것은 카카오페이지를 같이 읽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부모님의 실종 이유에 좀더 초점을 맞추면서 많은 에피소드가 빠졌다.

작가의 인터뷰에 의하면 세 번째 시리즈를 연재할 예정이다.


지명은 조선이지만 가상의 세계다.

요괴가 일상적으로 돌아다니고, 이런 요괴를 잡는 엽괴란 직업이 현실 조선에서는 없었다.

한기의 부모님이 한성요괴상점을 운영하다 갑자기 사라졌다.

첫 장면에 집이 불타는데 한기는 꼼짝하지 못하고 누워만 있다.

불에 타 죽어야 하는데 어머니가 먹인 영약 때문에 살아남는다.

누가 불을 지른 것일까? 왜 지른 것일까? 부모님은 왜 사라졌을까?

이 의문들에 대한 답은 하나만 나온다. 그것은 부모님들이 사라진 이유다.

마포에 있는 한성요괴상점에 가 어머니의 말을 떠올린 후에 발견한 편지 덕분이다.

그리고 한기는 오복마음상담소를 연 복희를 처음 만난다.


부모님이 사라진 이유를 알게 된 한기.

부모님이 남긴 ‘요괴화첩’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다리에 북두칠성 점이 있는 존재.

요괴화첩 속 열두 요괴를 잡으면 부모님이 야반도주하게 한 북두칠성 점을 가진 존재와 싸울 수 있다.

열여섯 한기는 요괴화첩의 완성과 미지의 존재를 동시에 이루고 싶어 한다.

그 첫 번째 임무는 바로 두억시니다.

작가는 강력한 요괴를 등장시켜 한 마을 사람들 모두를 죽게 한다.

이런 죽음을 너무 쉽게 풀어내어 놀랐다. 보통의 판타지에서는 이렇게까지 나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복희 친구인 종사관 황희와 함께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그리고 그곳에서 두억시니를 만나 대결하고, 겨우 그 요괴를 화첩에 가둔다.

자신이 바라는 바를 이루는 동시에 정부 관료와 업무로 엮이는 순간이다.


요괴화첩 속 새로운 요괴가 등장해 사건을 일으킨다.

이 요괴를 처리하는 것은 당연히 한기다.

이런 방식을 계속 유지되고, 한기의 약간 변태적인 확인 작업이 이어진다.

변태적인 확인 작업이 뭐냐고? 바로 허벅지에 있는 북두칠성 점을 확인하는 것이다.

작가는 요괴들에게 인격을 부여해 이런 행동을 재밌게 다루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 흑백 요괴 고산자를 등장시켜 귀여운 캐릭터를 만든다.

말하는 판다로 분장시킨 후 돈벌이까지 시키는데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다.

고산자의 강력함은 한기와의 대결에서 이미 나왔고, 나중에 다시 한 번 더 나온다.


가볍게 술술 읽힌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재밌게 이끌어 나간다.

이야기 곳곳에 허술한 부분이 있는데 요약하는 과정에 나온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초반 설정 부분을 지난 후 책 중반부터 빠르게 진행되는데 특히 이 부분들이 아쉽다.

생략되고, 누락된 이야기가 전체적인 균형을 깨트린 느낌이기 때문이다.

한기의 성장을 좀더 세밀하게 다룰 수도 있고, 복희와의 관계도 좀더 알콩달콩하게 풀 수 있기 때문이다.

뭐 중간중간 이 둘의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이 나와 아쉬움을 씻어주기는 하지만.

그리고 한기의 무술 설정 중 초식명에 대한 부분은 상당히 신선하다.

무협의 거창한 초식명 대신 일상에서 따온 부분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늘 궁금했던 한국 요괴에 대한 다양한 모습과 그들의 이야기는 한국형 요괴에 대한 나의 갈증을 살짝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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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
에이미 벤더 지음, 황근하 옮김 / 멜라이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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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의 특별한 능력과 작가가 참여한 단편소설 모음집 <안 그러면 아비규환> 때문에 선택했다.

판타지 능력에 대한 착각과 기대로 생각보다 힘들게 읽었다.

정통 판타지 소설처럼 이 능력을 이용해 특별한 활동을 펼칠 것이란 기대를 했던 것이다.

좀더 읽으면서 이런 기대를 걷어내고 이야기 속에 더 집중했다.

그러니 한 소녀의 성장과 한 가정의 불안과 일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연히 발현한 능력이 어린 소녀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저주와도 같았다.

결코 알고 싶지 않는 음식에 담긴 감정들이 소녀를 괴롭힌다.

보통의 판타지에서 이런 재능이 너무 쉽게 특별한 능력으로 다루어지는 것과 다른 방식이다.


로즈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아홉 살 생일을 앞둔 로즈는 엄마가 자신을 위해 만든 레몬 초콜릿 케이크를 맛본다.

초콜릿의 달콤함 뒤에 따라오는 낯선 맛은 소녀를 혼란으로 몰아간다.

이 케이크를 만들 때 엄마의 감정이 그녀의 혀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순간만 느낀 것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이 능력은 다른 음식을 먹을 때도 그대로 재현된다.

타인의 감정이 자신의 혀를 통해 들어오면서 느끼는 혼란은 예상하지 못한 고통이다.

엄마가 만들어준 음식을 먹고 그 감정을 씻어내고 싶어 외치는 장면은 그 고통을 절절하게 보여준다.

이 고통을 잊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인스턴트 음식과 몇 사람의 음식만이 그녀를 지탱한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그녀의 미각은 더욱 단련되고 특별해진다.


음식의 맛을 통해 결코 알고 싶지 않은 엄마의 진실을 알게 된 로즈.

이 비밀을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숨긴 채 살아간다.

이 능력을 조지프 오빠의 절친 조지 오빠에게 말하지만 어린 그가 할 수 있는 것을 특별하게 없다.

하지만 조지 오빠는 로즈가 동경하고 좋아하는 오빠다.

그에게 느끼는 감정은 어느 순간 정리가 되지만 결코 완벽하지는 않다.

그녀의 오빠 조지프는 가끔 어린 로즈를 돌보는데 갑자기 사라지는 순간들이 있다.

집 어디에서도 찾지 못하는데 돌연 나타나 로즈를 놀라게 한다.

이 비밀스러운 능력은 후반부에 실체가 드러나는데 머릿속에 ‘히키코모리’가 떠올랐다.

조지프가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이나 행동이 그런 생각으로 이끈 것이다.


특정한 시기만 다루지 않고 긴 세월 속에 로즈의 삶을 녹여내었다.

그 과정에 이 집안 사람들의 괴이한 특징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엄마는 조금 다르다.

아빠는 병원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아이들이 태어날 때도 병원 밖에 머물렀다.

사랑하는 아들이 아파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병원 안에 들어가지 않고 자신이 아는 의사들의 도움만 요청할 뿐이다.

그리고 왜 그렇게 하는지, 이 집안의 특별한 능력이 어디에서 기원한 것인지 알려준다.

원하지 않는 특별한 재능이 삶에서 어떤 반작용을 불러오는지 보여준다.

물론 로즈처럼 이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는 길을 찾는 사람도 있다.

로즈가 이 능력을 다른 사람 앞에서 멋지게 드러낼 때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다.


단순하고 가볍게 읽으려는 독자에게는 무거운 이야기다.

특별한 능력을 걷어내고, 이 가족의 삶을 들여다보면 불안하고 집착하고 헛헛한 감정들이 보인다.

보통의 소녀들처럼 성장하지 못하는 로즈의 삶과 숨겨야만 했던 비밀들은 또 어떤가.

조금 더딘 듯하지만 생각보다 좋은 가독성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함께 하는 듯하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그 가족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의 모습이다.

이야기를 멈추어야 하지만 삶은 계속되기에 그 후 일어날 그녀의 삶이 궁금하다.

여운이 길게 남고, 현실적인 삶을 담담하게 그려낸 부분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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