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멧 : 계절이 지나간 자리 - 2021 볼로냐 라가치 미들그레이드 코믹 부문 대상작 스토리잉크 2
이사벨라 치엘리 지음, 노에미 마르실리 그림, 이세진 옮김, 배정애 손글씨 / 웅진주니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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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동화책이다. 어린 시절 동화를 좋아해 친구집에서 빌려 있었던 기억도 난다.

요즘 동화책은 가끔 아이와 함께 읽거나 아이가 읽고 놓아둔 책을 읽기도 한다.

이 책을 선택한 것은 ‘2021 볼로냐 라가치 미들그레이드 코믹 부문 대상작’이기 때문이다.

내가 문학상에 약한 것을 고백하는 일이 하루이틀이 아니다.

한때 문학상 수상작을 책장 가득 모은 적이 있다. 뭐 지금도 손길이 계속 가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그림체의 동화를 좋아한다.

간결한 선과 특성과 감정을 잘 표현한 윤곽 등이 나에게는 늘 놀랍다.

보통 글자가 많지 않은 동화는 금방 읽게 되는데 이 책은 한 장에 많은 그림이 실려 있다.

대사가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지만 그림으로 표현된 감정을 읽어야 한다.

이렇게 읽다가 내가 오해한 것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루시와 함께 캠핑장에 온 사람을 엄마라고 생각한 것이다. 책소개에는 언니라고 나와 있다.


로망은 캠핑카에서 엄마와 생활한다.

캠핑장이 로망의 놀이터다. 홀로 캠핑장을 돌아다니면서 논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여자 아이가 한 텐트에서 나온다. 루시다.

긴 금발 머리를 가진 루시는 로망과 쉽게 친해지지 못한다.

서로 떨어져 자신들의 놀이에 집중한다.

로망은 칼을 만들어 기사와 모험 놀이를 한다.

카메라를 가진 친구와 함께 영상을 찍으면서 재밌게 논다.

루시는 캠핑장 주변을 돌면서 사람들을 지켜본다. 그러다 인형 뽑기에 눈길이 간다.


서로 다른 두 아이가 엇갈리고, 다가가고, 맴도는 과정이 반복된다.

그러다 우연히 로망이 루시의 머리를 잡는다. 머리가 벗겨진다. 가발이다.

작가는 이 부분에 대한 어떤 설명도 하지 않는다.

머리카락이 없는 상태로 화장실에 가서 자신의 모습을 본다.

캠핑장 주변을 돌면서 이전에 들어가지 못한 물에도 들어간다.

결코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유로워진 듯하다.


로망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가발을 돌려주려고 한다.

간단한 일이지만 발걸음과 말이 쉽게 나아가지 못한다.

그러다 루시가 인형 뽑기 하는 것을 본다. 자신의 동전을 루시의 텐트 앞에 놓아둔다.

이렇게 두 아이는 서로에게 한 발 다가간다. 하지만 직접적인 대화나 놀이는 없다.

작가는 이 과정을 특별한 설명 없이 그림으로 보여준다.

친구들이 떠난 후 홀로 남은 로망의 울음, 그를 안아주는 어른.

제목 ‘메멧’을 검색해도 나오지 않았는데 루시가 뽑은 강아지 인형의 이름이라고 한다.

컷 사이의 여백과 그 속에 담긴 감정 등은 진한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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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스프 리플렉스
김강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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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무슨 뜻인지 몰라 검색했다. 파악 반사(把握 反射)라고 한다.

“신생아의 손바닥을 검사자의 손가락으로 건드리면 꽉 붙잡는 반응으로 원시 반사의 일종이다.”

어떤 점 때문에 작가는 이 제목을 사용한 것일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공 장기를 단 노인들이 가지는 욕망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런 노인들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그 아들의 욕망을 말하는 것일까?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그들의 힘은 더 강력해진다.

책 후반부에 이 노인들이 주고받는 대화 속에 부조리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소설의 배경은 의학의 발달로 점점 수명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의 근미래다.

최만식은 노인 관련 산업으로 거대한 부를 이루었고, 인공 장기를 달고 살아간다.

인공 폐를 다는 수술을 하고 돌아가는 길에 납치되었고 그는 시체로 발견된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그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과 그 이면을 천천히 다룬다.

만식의 죽음으로 남은 사람들의 이해가 엇갈린다.

죽음을 준비하지 않은 노인이지만 자식은 단 한 명이다. 오십 대의 아들 최필립이 유일하다.

내연녀의 배속에 아이가 자라고 있지만 아직 법적 관계는 아니다.

그의 돈에 기대 승승장구한 국회의원 영권은 자금줄이 끊어질 수 있다.


작가는 여기서 두 개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하나는 만식의 인공 장기 적출 사건을 파헤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와 관련된 사람들 이야기가.

형사들은 이 살인 사건에 외압까지 받으면서 수사하지만 단서가 충분하지 않다.

CCTV에 남겨진 영상조차 없어 수사는 더디기만 하다.

가능성은 고액의 인공 장기가 시장에 흘러나와 그 단서를 따라 가는 것이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그러다 노인을 위한 나라에서 노인 아닌 환자에게 생기는 문제가 흘러나온다.

단지 젊다는 이유로 노인들보다 훨씬 비싸게, 혹은 늦게 구입해야 하는 현실이 나온다.


만식의 죽음으로 가장 이익을 보는 사람이 범인은 분명하다.

당연히 일순위는 아들 최필립이다. 그의 과거 가족사는 불행으로 가득하다.

형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 물에 빠진 후 그만 홀로 살아나왔다.

이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어머니도 함께 간 제주 여행에서 의문의 실족사를 당해 죽었다.

오십 중반의 나이가 다 되도록 그는 아버지 회사의 전무에 머물고 있다.

자신의 부를 나누어 줄 생각도, 자신의 지위를 넘겨줄 생각도 없는 아버지 때문이다.

여기에 새로운 내연녀를 집안에 들이고, 임신까지 시킨다.

인공 폐까지 달고 2~30년을 더 살게 되면 그의 나이도 70대다.

이런 현실은 그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부와 권력을 가진 노인들의 자식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읽다 보면 현실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국민기본소득을 막고 노인기본소득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나온 정치 문구가 대표적이다.

정책의 대부분이 노인 복지에 맞추어져 있다. 그들의 한 표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가.

작가는 세부적으로 더 깊이 파고들지는 않지만 큰 틀에서 이 문제를 적절하게 보여준다.

한국의 중위 나이가 40대 중반을 넘어갔는데 이것이 출생률 감소와 맞물리면 어떻게 될까?

아마 더 높아질 것이다. 젊은 세대가 지고 가야 할 노인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이런 문제를 과격하게 다룬 일본 소설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노인들이 흔히 하는 “젊었을 때는 열심히 일했어. 지금은 보상을 받는 거지.” 같은 대사를 보라.

그들이 일한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더 많은 보상으로 누리고, 우선 순위를 자신들에게 주는 현실을.

역시 가독성이 좋고, 생각할 거리를 준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드러날 세대 갈등의 한 모습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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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걷는 여자아이 푸르른 숲 38
델핀 베르톨롱 지음, 권지현 옮김 / 씨드북(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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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청소년들이 직접 투표해 뽑는 ‘앵코륍티블상’ 수상.

토론을 통해 가려낸 ‘세잠상’ 수상.

이 두 상을 수상한 것이 책 선택의 이유다. 청소년 직접 투표와 토론으로 뽑았다는 점 말이다.

낯선 작가를 선택할 때 몇 가지 기준 중 하나가 이런 문학상 수상이다.

자주 읽지 않는 청소년 소설이지만 왠지 으스스한 표지와 이런 수상 이력이 바로 끌어당겼다.

스티븐 킹의 <샤이닝>을 끌고 와 홍보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 물론 이 부분은 ‘엘르’의 평에 나온 것이다.


일기 형식의 소설이다. 날짜, 요일, 날씨 등이 각 장에 표시되어 있다.

일기란 형식을 쓰게 된 이유가 앞부분에 나온다. 이모가 준 것도 있지만 이사 온 후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파리에서 나고 자란 말로가 아빠의 새 직장 때문에 낯선 시골 마을로 이사한다.

집도 시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산 중간에 있다. 아직 아는 사람도, 방학이라 새로운 친구도 없다.

집주변을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면서 소소한 탐험을 한다. 그러다 이상한 폐가를 발견한다.

왠지 어스스하다. 온갖 쓰레기가 쌓여 있다. 오랫동안 방치된 곳이다.

이런 일상에 예쁜 우편 배달부 릴리가 찾아오면서 말로는 살짝 흥분한다.


평범한 듯한 일상에 반복되는 균열을 만드는 것은 여섯 살 여동생 잔이다.

새벽 3시만 되면 비명을 지르면서 잠에서 깬다.

잔에게는 비밀 친구가 있다. 바로 폴린이다. 수상한 분위기를 풍긴다.

잔은 말로에게 폴린이 자신의 머릿속에서 말을 한다고 한다.

말로는 폴린에 대해 부모에게 말하지만 그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간다.

부모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지점이다.

말로는 잔과 대화를 하고, 폴린에 대한 단서를 하나씩 모은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폴린에 대한 정보가 없다. 이때 릴리에게서 이 폴린에 대한 단서를 얻게 된다.


산 속에서 특별히 할 것도 없고, 동생도 걱정된다.

폴린에 대한 정보를 모은다. 릴리의 아버지가 폴린 실종 당시 경찰이었다. 종은 정보원이다.

여기에 잔을 찾아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폴린이 있다.

이런 정보들을 가지고 폐가에 간다. 그리고 오래된 과자 박스를 찾아낸다.

그 속에는 1987년에 폴린의 독백이 녹음된 카세트 테이프가 들어 있다.

작가는 이 부분에서 재미난 표현을 몇 가지 사용한다.

하나는 그 박스를 한정판이라고 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카세트 테이프의 기능 부분이다.

나중에 이 박스를 판매할 때 가격을 말하는 부분이 나온다. 현실적인 표현이다.

대부분의 요즘 아이들은 카세트 테이프가 뭔지도 모르고 재생할 장치도 없다.

이 부분은 말로의 아버지가 음악 선생님이란 설정이 빛을 발한다.


한적한 시골 마을, 정적인 생활, 이 일상을 비집고 들어온 폴린이란 유령.

교통사고로 죽은 엄마. 엄마의 불륜 사실. 재혼과 여동생 잔의 탄생.

작가는 잔을 이야기하면서 살짝 작은 에피소드 하나를 넣어 특별한 존재임을 암시한다.

그리고 폴린의 육성 테이프에 담긴 내용과 폴린의 가정사가 엮인다.

서늘한 분위기를 풍기고, 소년 탐정을 등장시켜 과거의 미스터리를 풀어간다.

단서가 널려 있지만 정확한 하나가 부족해 모두 해결하지 못한 것들이다.

이 결정적인 하나를 찾아낸 인물이 바로 말로다.

사건의 진실은 진술서에 담겨 있다. 몰래 이것을 빼돌린 것은 릴리다.

폴린의 진실을 알게 될 때는 세월호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이 소설을 시리즈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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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죽어도 힙합
정재환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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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감성 가득한 단편집이다.

일곱 편의 단편들이 나를 재밌게 해주었다.

예상하지 못한 반전도 있고, 황당한 설정으로 웃기는 단편도 있다.

미스터리처럼 곰곰이 생각하면서 읽어야 하는 단편도 있다.

다양한 느낌을 전달해주는 이 단편집의 목적은 ‘재미’다. 나에겐 그렇다.

이 단편집에 실린 몇 편은 다른 앤솔로지에 실린 적이 있다.

가끔 여러 작가의 단편집을 읽다 보면 특정 앤솔로지의 단편 대부분을 읽는 경우가 생긴다.

찾아보니 내가 좋아하는 앤솔로지에서 그런 낌새가 조금씩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 단편집에서 가장 재밌게 읽은 것은 <고백하는 날>이다.

구울과의 액션으로 가득 차 있는데 마지막 문장이 가슴에 와 닿는다.

세계의 멸망을 앞둔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고백하러 가는 그녀의 모습이 찡하다.

읽으면서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아픈 현실이 가슴을 파고든 작품이 있다. <하정 01번>이다.

마을 버스 운전수가 새로운 운전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담담한 듯하지만 의심스럽다.

훈훈한 이야기가 하나의 뉴스를 거친 후 분위기가 바뀐다.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한곳에 모아 놓은 듯한 마을 버스 속 승객들. 그들의 이야기.

그리고 이 마을 버스가 가려고 하는 곳과 그 이유 등이 먹먹하게 다가온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다단계판매원과 연쇄살인마의 결합을 이야기한다.

새로운 아파트 단지의 다단계판매 성지를 만들려는 지선의 앞길을 막는 것은 살인 사건이다.

살인 사건이 벌어졌는데 집값 떨어질까 바 사실을 왜곡하는 아파트 주민들.

몇 가지 단서를 통해 연쇄살인범을 특정해내는 탁월한 추리력의 지선.

반전과 반격이 어우러지고, 판매왕의 욕구는 제품 홍보를 결코 잊지 않는다.

<형사 3이 죽었다>는 범인 3이 단역 형사 3의 죽음을 파헤치는 추리물이다.

범인을 추리하고, 단서를 모으고, 밝혀내는 과정이 천천히 진행된다.

가설을 세우고, 물증을 찾고, 사소한 듯한 이유를 찾는 과정은 상당히 재밌다.

마지막 마무리는 매끄럽지 않지만 작가가 의도한 것은 마지막 장면에 담겨 있다.


<창고>는 소문으로 가득한 회사의 풍경을 보여준다.

싸이코 박 부장의 놀림에 소리쳤다가 창고 청소를 맡게 된다.

온갖 소문이 다 있는 창고 청소를 하면서 마주하는 이상한 물건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내가 뭔가를 놓친 듯한데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박 부장의 놀림만 기억난다.

<네버 체인지>는 스포츠 도박과 시간 여행을 엮었다.

어느 날 귀신 같은 여자가 나타나 승패의 결과를 알려준다. 극적인 역전승.

이런 행운이 반복되지만 그는 크게 걸지 않았다. 한 번 진다. 이 한 번이 문제다.

그리고 드러나는 진실과 결코 변하지 않는 사람의 모습이 엮인다. 마지막 장면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표제작 <곧 죽어도 힙합>은 정말 B급 감성과 황당함으로 가득하다.

힙합이 사라진 세상, 한국 시골 어딘가에서 랩 배틀이 벌어진다.

승자만이 방송국 음악 쇼에 나갈 수 있다. 이것만 보면 힙합 소설인가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슈퍼 컴퓨터가 나오고, 누구나 집에 무기를 가질 수 있다는 가공할 설정이 나온다.

여기에 의문의 청년 은호가 힙합 황제 석재를 찾아온다.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다.

석재의 가사를 써주는 컴퓨터가 세계의 멸망을 막을 슈퍼 컴퓨터라고 말한다.

왠지 ‘터미네이터’의 한 장면 같다. 석재를 죽이려고 달려드는 비밀 결사단.

석재를 구하려는 그의 친구들. 황당한 장면들이 넘쳐난다. 생각하지 말고 그냥 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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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마와리 하우스 에프 그래픽 컬렉션
하모니 베커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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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 그래픽 컬렉션 중 한 권이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 좋아한다.

상당히 두툼하고, 글자가 많아 다른 그래픽노블보다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각각 국적이 다른 세 명의 여성들을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일본 태생 미국인 나오, 한국에서 온 혜정, 싱가포르에서 온 티나 등이다.

이 세 명이 세어하우스 히마와리 하우스에 살면서 경험하고 느끼고 사랑하는 것을 다룬다.

그리고 왜 이들이 먼 일본에 오게 되었는지도 같이 풀어낸다.

그림체 등을 보면 일본 만화의 느낌이 강하게 난다. 나만의 착각일까?


이 만화의 편집도 읽는데 약간 어려움을 겪게 했다.

일본어로 나오는 부분은 일본어를 같이 표기했기 때문이다. 크기가 작은 것은 다른 문제다.

무시하고 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괜히 읽으려고 한 부분도 적지 않다.

특히 나오 등이 이해하지 못해 생략한 부분이 나오면 더욱 그렇다.

이 부분만 놓고 보면 아주 현실의 상황을 제대로 표현한 것이다.

그들의 말을 일부만 알아듣고, 나머지는 이해하지 못하는 인물의 상황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보면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이런 현상은 일어난다.

물론 이런 상황의 의미는 다르겠지만 말이다.


일어보다 영어가 더 익숙한 나오는 어린 시절 기억을 가지고 일본에 왔다.

낯선 문화를 전철에서부터 경험한다. 조금 힘들게 히마와리 하우스에 도착한다.

이런 그녀를 반갑게 맞이해주는 두 여성이 있다. 혜정과 티나다.

곧 이 세 명은 함께 어울리면서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된다.

이 집에는 이 세 명 이외에 일본이 형제 둘, 신이치와 마사키가 같이 거주하고 있다.

그 중 마사키는 여자에게 심하게 부끄러움을 탄다. 오해를 받을 정도다.

이 오해가 우연한 기회에 풀리고, 그는 나오의 마음 속으로 조금씩 파고든다.

이 둘이 서로 마음이 있지만 표현하는 방식의 차이로 힘들어할 때 장면은 아주 재밌다.

단순히 문화의 차이라고 하기에는 마사키의 숫기가 너무 없다.


나오가 미국에서 인종차별을 받는 장면을 집어넣었다.

한때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아이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일본인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나오가 1년간 일본에 살며 일본어를 배우려고 한 것도 이 연장선이다.

이런 그녀와 달리 혜정과 티나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일본에 왔다.

작가가 상대적으로 더 비중 있게 이야기를 다루는 인물은 혜정이다.

그녀가 부모의 기대와 달리 갑자기 일본에 왔는데 그 이유가 나중에 나온다.

부모와의 갈등, 어린 시절의 추억, 명절, 부모님의 생신 등이 그녀의 감정을 드러나게 한다.

읽으면서 혜정의 비중이 많은 부분과 사실적으로 한국의 현실을 그려낸 부분에 놀랐다.

나중에 찾아보니 한국에 잠시 산 적이 있다고 한다.


나오가 미국에서 당한 인종차별을 티나가 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나는 일본어가 능숙하지 않아 편의점에서 일본인을 써야 한다고 말하는 고객의 말이다.

다른 하나는 술집에서 손님들이 티나를 유쾌하게 부르면서 껴안는 행위 등이다.

이런 혐오와 차별이 단순히 미국만의 문제가 아님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 부분은 한국으로 확장하면 우리도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작가는 다양한 국적의 여성을 등장시켜 현실을 마주하게 한다.

억지로 과장하거나 부풀리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내면서 독자의 인식을 끌어낸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곳곳에 각 나라의 문화 등을 넣어 놓았다.

일본이 배경이다 보니 일본의 풍습을 보여주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많다.

추운 겨울 고타츠 안에서 따뜻한 겨울을 보내지만 온돌을 그리워하는 혜정도 같이 보여준다.

각각의 명절 음식을 만들어 먹고, 세 명은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웃고 눈물을 흘린다.

티나의 짝사랑을 보면서 응원하게 되고, 엇갈린 합격 통지에 아쉬움을 느낀다.

영어 문법에 대한 에피소드도 나오는데 K 드라마의 영향으로 어수룩한 한국어도 한다.

이 셰어하우스에서 세 명의 여성들은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고, 힘이 되어준다.

이들은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성장한다. 보는 재미가 가득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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