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미궁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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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도입부를 보면서 웹 판타지 소설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갑자기 낯선 곳에 떨어진 사람들. 강요된 선택. 완수해야만 하는 각 단계들.

한때 유행했던 판타지 소설의 흔한 설정과 너무 닮았다.

이제 유행이 지났는데 하는 생각을 하고 더 읽으니 현실의 이야기가 나온다.

실종 사건 전문 민간조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나도희가 의뢰받은 일이 낯선 곳에 떨어진 인물 중 한 명이다.

예상한 설정을 벗어 던지면서 이야기에 대한 생각이 수정된다.

이것은 낯선 곳에서 깬 사람들의 활동과 맞물리면서 어떤 세계일까 호기심을 자극한다.

물론 이 설정도 어느 정도 진행되면서 예측이 가능해진다.


이름 이외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유민욱은 낯선 곳에서 깬다.

그곳엔 그 이외에 8명이 더 있다. 모두 왜 이곳에 온 것인지 이유를 모른다.

그때 스테이지 1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미션은 묶여 있는 남자를 죽이라는 것이다. 그 남자가 늑대인간이라고 하면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주저한다. 그런데 이 남자가 변한다.

사람들은 달아나고, 수영이 늑대인간에게 발을 잡힌다. 민욱이 그녀를 포기하지 않는다.

덩치 큰 남자가 칼로 늑대인간의 팔을 친다. 느슨해진 순간 집밖으로 달아난다.

이 비현실적 이야기에 모두 어리둥절하다. 너무나도 당연한 반응이다.

다음 단계에 대한 기계음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각 스테이지를 돌파해야만 한다.


형사 출산 도희는 자신에게 의뢰 온 일을 쉽게 생각한다.

이부국 교수 부부를 찾아달라는 아들의 의뢰나 실종된 아들 현상철을 찾아달라는 엄마의 의뢰 말이다.

하지만 이 둘 사이에는 공통적인 키워드가 있다. 바로 안개다.

뛰어난 촉을 가진 나도희는 ‘안개’와 ‘실종’이란 키워드를 가지고 빠르게 사실에 다가간다.

물론 이 과정에 전직 경찰이란 인맥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그녀가 조수인 도출과 함께 돈 냄새를 맡으면서 다른 실종자를 찾아낸다.

단서를 따라가면서 과거 인기 있었던 ‘안개 미궁’이란 온라인 게임을 만난다.

악마의 게임이라 불리기도 했던 무시무시한 게임이다.


이야기는 민욱과 그 동료들의 생존 게임과 나도희의 실종 사건 수사가 교차한다.

어디에서 이 둘이 만날까 생각하는데 조금 황당하게 이어진다.

경찰 나도희와 무의식 전이 다이브인 민욱의 협동 작전이었다.

도희는 민욱을 짝사랑하고, 민욱은 아픈 과거 때문에 다이브가 된 사람이다.

민욱은 스테이지가 더 진행되면서 잃었던 기억을 조금씩 더 찾는다.

작가는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게임소설의 재미와 실종 사건의 미스터리를 동시에 진행한다.

솔직히 말해 이 두 부분 모두 완성도가 아주 높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뛰어난 가독성과 간결하지만 빠른 전개와 반전이 이것을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마지막 스테이지를 지나 보너스 스테이지로 넘어가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소설을 검색하다 비슷한 제목의 연재 소설 하나를 발견했다.

소설의 제목은 <붉은 안개의 미궁>이고, 작가는 전건우다.

이 소설은 2016년에 연재되었다. 제목이 바뀌고, 편집을 조금 본 후 낸 것이다.

한국 공포문학의 대가 중 한 명인 작가가 그 당시에 책으로 내지 못했다는 것에 놀란다.

최근에 이렇게 웹소설 플랫폼에 연재되었던 소설들이 종이책으로 나오고 있다.

무수히 많은 웹소설을 모두 읽을 수 없는데 이렇게 선별해서 나오니 반갑고 재밌다.

그리고 많은 웹 판타지 소설이 너무 쉽게 다루는 살인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 고개를 끄덕인다.

좀더 분량을 늘여 조금 간결하게 다룬 사건들을 좀더 깊게 다루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빠르게 읽히고, 서늘하게 만드는 재미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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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인 1
제인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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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소설로 연재되었던 소설이 종이책으로 나왔다.

이제는 이런 출간 방식이 조금은 흔한 일이 되었다.

웹소설 플랫폼에 연재되었던 소설을 조금 손봐 내 놓거나 많은 편집을 거친 경우도 있다.

이 소설의 경우는 어떤 방식인지 지금은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출간된 책만 놓고 보면 상당히 가독성이 좋고, 이야기를 잘 끌고 간다.

다만 좀더 압축하고, 주인공을 더 몰아붙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소설 중반 이후로 넘어가는 숨겨진 악당이 누군지 짐작하는 것이 쉬웠다.


필명인데 이력을 보니 잡지사와 광고, 홍보 경력이 보인다.

이런 경력이 소설을 풀어가는 과정에 사실적이고 적절하게 녹아 있다.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것은 수행 기사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어디까지 사실인지 궁금하다.

사실 수행 기사들의 실제 삶을 이렇게 많이 다루는 소설을 본 적이 없다.

권력의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다른 방식으로 많이 나왔지만 말이다.

주인공을 기자 출신 수행 기사로 만들어 이런 이면을 풀어낸 것은 상당히 재밌다.

그 작은 사회에서 관계를 쌓고, 정보 등을 교환하는 모습은 또 다른 재미다.


모든 일은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했다.

김유찬은 잡지사 기자를 하면서 회원제로 운영하는 대리운전회사의 대리기사로 일한다.

짤짤한 페이와 슈퍼카를 몰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마감으로 바쁜 시간이라 거절하려고 하는데 슈퍼카 부가티란 말에 달려나간다.

손님을 태우고 가려고 하는데 차주가 그를 알아본다.

초등학교 친구였던 정이준이다. 집에 도착하자 같이 한 잔 하자고 한다.

재벌가 아들의 집에는 비싼 술들이 가득하고, 오랜만에 둘은 취할 만큼 마신다.

그리고 다음 날 깨어났을 때 정이준은 시체로 발견된다.

이 상황에서 그의 애인인 윤조와 다른 동창 도원이 나타난다. 그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사인은 약물 중독사, 유찬의 마약 검사 결과도 양성이다.

이렇게 그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다행히 기소 유예 상태로 풀린다.

하지만 이제 그를 고용하려는 회사는 없다. 나락으로 떨어진 채 2년을 보낸다.

그러다 회원제 대리운전회사를 통해 그에게 수행 기사 일이 들어온다. 면접을 본다. 합격이다.

IT기업인 위너 이한경 사장의 수행 기사로 취업한다.

이한경 사장은 일중독자이자 직원들에게 아주 친절한 사장이다.

비서실에서 첫 날 출근해 자신의 업무시간과 할 일에 대해 듣는다.

그 이외에도 낮 시간을 담당하는 수행기사 박영태가 있다. 둘은 일정을 공유한다.


나락으로 떨어진 그의 삶이 위너에 취직하면서 조금씩 풀린다.

하지만 작은 균열의 징조는 곳곳에서 보인다.

이전 수행 기사들의 사고와 사장 차량의 갑작스러운 이상 신호 등이다.

그리고 호텔 로비에서 받아오는 정체 불명의 파란 쇼핑백도 수상하다.

이 가방을 주고받는 과정에 50만 원 정도가 든 봉투가 오간다.

여기에 정이준 사건과 관련된 두 사람 윤조와 최도원이 다시 나타난다.

윤조는 이한경 사장의 애인으로, 도원은 이 회사의 새로운 사업과 관련해서 말이다.

경찰서에서 만난 이준혁을 회사 로비에서 다시 만나는데 그는 위너의 상무다.

사장의 수행 기사로 일하면서 이 기이한 관계 속으로 빠져든다.


미스터리란 소개를 읽으면서 언제쯤 이 미스터리를 풀어갈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작가는 기업의 인수합병과 암투에 더 초점을 두면서 이 부분은 뒤로 미룬다.

밑밥을 잔뜩 뿌리지만 유찬의 업무를 부풀리면서 그 긴장감이 조금 떨어진다.

민가영과의 로맨스, 갑자기 사라진 박영태 기사, 회사 내부의 권력 투쟁 등이 엮인다.

이런 설정과 전개는 필력으로 재미와 가독성을 놓치지 않지만 기대한 미스터리는 더 밀리고 약해진다.

그리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 장기의 말처럼 움직이는 유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도달하면 밝혀지는 진실과 자신의 위치가 씁쓸함을 준다.

어떻게 보면 마지막에 나온 ‘대리인’은 통쾌하지만 사족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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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로봇이 낳아드립니다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정은영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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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시리즈 중 한 권이다.

단편 두 편이 이 책에 실려 있다.

이 두 편은 작가가 집필 중인 부모 연장 시리즈의 첫번째, 두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SF소설의 외피를 가지고 있는데 솔직히 SF소설의 재미는 약하다.

기존 SF소설의 설정을 더 발전시킨 부분은 있지만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설정의 발전은 우리의 상상력을 더욱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것이 표제작인 <임산부 로봇이 낳아드립니다>이다.


<임산부 로봇이 낳아드립니다>는 정말 로봇이 임산부가 된다.

임산부 로봇 한 대에 한 명의 태아가 들어 있다.

이 임산부 로봇이 엄마처럼 태교도 하고, 개월 수가 차면 아이를 낳는다.

사람들이 이제 예전처럼 임신해서 힘들게 낳은 일은 사라졌다.

인간은 난자와 정자만 제공하고, 태어난 아기를 키울 뿐이다.

임신 중 태아가 기형아로 판별되면 낙태까지 시킨다.

임산부 로봇을 지우고 현실에 대비하면 냉혹한 현실의 대리모와 닮아 있다.

이 소설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임산부 로봇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캡슐형 인공자궁 방식으로 아이를 낳으면 사회성 발달장애로 직결되는 문제 때문이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임산부 로봇의 이름은 헐스로 불린다.

약간 구형 로봇이지만 자신이 품고 있는 태아를 엄마처럼 잘 돌본다.

이 로봇이 품고 있는 태아의 검사 결과 장애가 감지된다.

이 태아의 부모는 유산을 바란다. 하지만 헐스는 이것을 바라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고물상이란 존재가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갑자기 도약한다.

나의 이해력 부족 탓인지, 충분한 설명이 없는 탓인지 조금 혼란스러운 전개와 마무리다.

후반부에 헐스의 인공지능이 느끼는 감정 표현은 아주 멋지다.


<소년과 소년>도 읽는데 조금 공을 들여야 한다.

문제아 아들 선호의 일탈과 이 아들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아버지의 의지가 예상하지 못한 결말로 이어진다.

선호는 아버지의 플라잉카를 운전하다가 사고가 난다. 그런데 다시 깨어난다.

선호의 아버지는 뇌수술 전문의다. 뒤틀린 부성애는 아이를 뇌수술로 되살린다.

하지만 선호는 반복된 실수를 하고, 죽음에 이른다.

아버지의 선택은 교육으로 아이를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뇌수술로 살리는 것이다.

다시 깨어날 때마다 선호에게는 새로운 자아가 나타난다.

처음에는 의문이 생겼지만 마지막 장면은 그 실체가 분명해진다.

어떻게 보면 서늘한 공포소설 같지만 선호의 악행을 생각하면 해피엔딩이다.

다만 생략되고, 비약한 이야기들 때문에 약간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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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흐르는 강 : 토멕과 신비의 물 거꾸로 흐르는 강
장 클로드 무를르바 지음, 정혜승 옮김 / 문학세계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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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 나온 책의 개정판이다. 번역자는 같다.

이 작가가 수상한 문학상은 13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대단하다.

사실 내가 끌린 것도 이런 문학상 수상 이력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두툼하지 않은 분량은 부담없이 끝까지 읽게 했다.

재밌고, 놀랍고, 신기한 이야기들이 조금은 담백하게 풀려나온다.

한 소년의 모험을 이렇게 자극적이지 않고 재밌게 풀어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토멕은 마을에서 잡화상을 운영하고 있다.

마을 가장 안쪽에 자리한 이 가게는 24시간 열려 있다.

토멕이 잠시 자리를 비우면 마을 사람들이 물건을 가져가고 쪽지를 남긴다.

한 번도 토멕은 이 마을을 벗어난 적이 없다. 벗어나고 싶은 욕망도 없었다.

이런 토멕의 잡화상에 한 소녀가 오면서 그의 삶이 뒤흔들린다.

아름다운 소녀는 토멕에게 거꾸로 흐르는 강, 크자르강에 대해 말한다.

이 강의 마지막 정상에 있는 물을 마시면 영원히 죽지 않게 해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소녀는 떠났고, 토멕은 이 강에 대한 전설이 소녀에 대한 그리움과 엮인다.

한 번도 문을 잠근 적이 없는 가게를 닫고 토멕은 여행을 떠난다.

마을을 벗어난 적이 없는 소년의 여행은 간단하다.

걷고, 걷고, 먹고, 쉬고, 걷고, 자는 것이다.

들판에서 깬 토멕 주변에 한 여성이 있다. 나중에 그녀 이름이 마리란 것이 알려진다.

마리에게 토멕 앞에 놓인 거대한 숲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 숲의 이름은 망각의 숲이다. 이 숲에 들어간 사람은 그를 아는 사람에게 잊혀진다.

재밌는 것은 이 숲을 벗어나면 다시 그 사람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리가 왜 이 숲에 오는지 이야기를 듣는다.

슬프지만 결코 웃지 않으려는 그녀의 이야기는 짧은 사랑 이야기다.

숲을 통과해서 나간다고 해서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꽃향기를 맡고 잠든다. 이렇게 잠든 토멕을 데리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향수 마을 사람들이다.

이 꽃향기를 맡고 잠든 사람을 깨우는 방법도 신기하다.

어떤 단어를 말해야만 잠에서 깬다고 한다. 7년 동안 잠에서 깨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

다행히 토멕은 한달 조금 지나 깨어났다.

그리고 자신이 찾아다닌 소녀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앞에 먼저 잠들고, 얼마 후 깨어나 여행을 간 소녀다.

그 소녀 하나는 토멕에게 편지를 남겼다. 이 둘은 언제 어떻게 만날까?

이후 토멕의 여행은 계속 이어진다.

그리스 고전이나 다른 소설 등에서 빌려온 듯한 설정이지만 재밌다.

이런 설정들은 토멕의 모험에 신비함과 재미를 더해준다.

존재하지 않는 섬에 도착했을 때나 그 섬을 떠날 때 장면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야기 속 이야기들이 또 다른 재미를 전해준다.

대표적인 것이 마리와 한나와 바스티발라곰 들의 이야기다.

성스러운 산에 도착했을 때 일어난 일들에 대한 이야기는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

가벼운 듯하지만 묵직한 이야기가 담긴 이야기는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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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어째서 자꾸 돌아오는가 문지 에크리
백민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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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 에크리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이 시리즈를 아주 띄엄띄엄 읽고 있다.

나에게 백민석은 소설가로 인식되어 있다.

오래 전 읽었던 책들이 모두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목화밭 엽기전>이다.

희미한 기억에 의하면 상당히 엽기적인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른 소설도 한두 권 읽었고, 몇 권은 읽으려고 사 놓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 그가 절필했다는 기억이 나는데 그 이유가 이 책에 나온다.


작가는 자신이 쓴 산문을 두 부류로 나누었다. 정치적인 것과 미학적인 것.

하지만 읽다 보면 이 분류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앙코르와트의 미학이 킬링 필드의 정치와 엮일 때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바다의 문명화 과정]은 전시회 작품을 미학적으로 분석했다고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정치는 또 어떤가.

나의 의혹에 약간의 억지가 끼어 있지만 그의 글 속에는 정치적인 요소가 곳곳에 배여 있다.

읽다 보면 그가 분석과 인용에 이용한 책에 관심이 간다. 읽을 자신은 없다.

현대문학의 <몬터규 로즈 제임스> 같은 책이라면 언젠가 읽고 싶다.

이 소설에 대한 평은 아주 인상적이고, 마지막 문단은 그것을 함축한다.


묵직하지만 상당한 흡입력을 보여주는 산문집이다.

W. G. 제발트의 소설 <아우스터리츠>로 문을 연 [타자의 장소] 는 소설의 해석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가 여행하면서 지켜본 몇몇 상황들이 우리가 놓친 삶의 현실을 보여준다.

스페인 팜플로나 축제에서 외떨어져 있던 흑인들이나 프랑스 니스의 테러 사건 등이다.

이것은 다시 한국의 세월호와 촛불 집회 같은 현실로 이어진다.

사유의 연속은 다른 글에서도 마찬가지다. 읽은 내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자신의 과거와 연결해서 풀어낸 이야기는 오래된 기억을 더듬게 한다.

[공포의 만화방]은 예상과 다른 내용이었다.

공포 문학과 심리학을 연결한 것과 과거 출판 현실을 다룬 부분은 흥미로웠다.

또 하나 과가의 기억을 더듬게 한 것은 [내가 처음 읽은 책’]에 나오는 김남주 시인 이야기다.

재수생이 시를 배우기 위해 간 그곳에서 마주한 김남주 시인은 운동가가 아닌 시 창작 선생이었다.

소설가로만 기억하고 있던 그가 평론가 상을 수상한 소감을 쓴 것을 보니 놀랍다.

천천히 다 읽은 뒤 조금씩 뒤적이다 보면 많은 이야기들이 불쑥 튀어 오른다.

올해 안에 백민석의 소설 한 권 정도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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