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 타운
장세아 지음 / 북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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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다른 소설로 읽은 적이 있다고 착각했던 작가다.

가끔 비슷하거나 비슷하다고 착각하는 이름들이 있다.

이번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기억하는 소설이 없어 착각했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착각과 관계없이 전작에 대한 호평 등은 이 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제목을 보면서 몇 가지 설정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다양한 스릴러에서 안전한 집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방식으로 풀어내지 않았던가.

그리고 첫 장을 읽고 난 다음 이상한 거리낌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난 후 스멀스멀 불안감과 긴장감이 피어올랐다.

이 불안감은 갑작스럽게 현실화되고,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되었다.


심리 상담사 지수는 중고 거래를 하다 어린 두 남녀에게 폭행을 당한다.

이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는 그녀의 삶을 뒤흔들고, 알코올 중독에 빠진 적도 있다.

새로운 집에 들어가 살지 못하는 그녀는 친구가 운영하는 요가 학원에서 먹고 잔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상가 건물에 화재 경보가 울린다.

지수는 이 화재 경보가 자신 때문에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 요가 수강생이 여성 전용 타운하우스를 소개한다.

낯선 이가 소개한 곳이라 처음에는 이 집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요가 학원에서 먹고 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머물 곳이 사라졌다.

이 순간이 불안감을 처음 고조시켰고, 다시 되돌아보는 순간이다.


타운하우스를 소개한 사람은 친구의 요가 학원 수강생인 미주다.

덩치가 좋은 그녀는 지수에게 친밀하게 다가왔지만 그녀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머물 곳이 없는 순간 다가온 안전한 집에 대한 소개.

실제 그곳을 둘러보기 위해 갔는데 긴 담장을 이어져 있다.

그녀를 딱딱하게 대하는 안전요원, 신원 확인 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모두 다섯 채의 집이 있고, 한 집에 한 명의 여자만 살고 있다.

면접에 통과한 후에 입주가 결정되고, 혜택은 아주 많은 편이다.

며칠 동안 연락이 오지 않아 포기하려는 순간 입주 결정되었다는 연락이 온다.

보안이 철저하고, 지켜야 할 규칙도 많지만 안전한 집이 새롭게 생겼다.

다른 입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자신이 바라는 방식으로 집도 꾸몄다.

오래 전 남녀의 폭행 사건 후 처음으로 느끼는 안정감과 행복감이다.


이런 행복은 그녀가 입주민들과 함께 축하 파티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간 날 사라진다.

술집에서 먹은 약과 술, 끊어진 기억, 다음 날 알게 된 한 남자의 죽음.

조각처럼 떠오르는 기억, 남자에 대한 정보 수집.

그러다 알게 된 과거 나쁜 행적과 세이프 타운의 누군가와 연결된 것을 알게 된다.

사적 복수, 각자의 불행했던 과거사, 복수의 연대.

지수가 겪은 일을 알게 된 타운의 사람들은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해주겠다 한다.

당시 청소년이라 크게 처벌을 받지 않았고, 현재 건실하게 그들은 살고 있다.

이들의 현재 모습에 불만을 토로하고, 강력한 복수를 부르짖는다.

그들이 택한 복수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낳고, 지수는 다시 불안감을 느낀다.


작가는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상황을 조금씩 뒤틀면서 나아간다.

새로운 사실을 하나씩 말하면서 조각들을 하나씩 맞춘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가장 잔혹한 복수를 꿈꾸는 타운하우스의 여성들.

자신이 저지르지 않았지만 바랐던 일 때문에 느끼게 되는 죄책감과 불안감.

같은 편일 때도 불편하고 불안했던 사람들이 내 품는 강렬한 복수심.

그 칼날이 언제 자신을 향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안감의 연속.

단순한 이분법적 세계를 강요하고, 강압적으로 상황을 몰아가는 사람들.

빠르게 진행하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으로 넘어간다.

이 반전이 씁쓸하고, 또 어떤 상황을 만들지 알 수 없게 한다.

생각할 거리가 많지만 빠른 전개와 뛰어난 가독성이 이것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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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우 씨는 다 죽어야 한다 - 2024년 타이베이국제도서전대상 소설상 수상작
탐낌 지음, 우디 옮김 / 엘릭시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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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타이베이국제도서전대상 소설상 수상작이다.

홍콩 출신 작가 탐낌의 첫 번역작이다.

현재 다른 소설의 번역 이야기는 없는 것은 조금 아쉽다.

찬호께이의 작품이 계속 번역되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제목만 보고는 한 가문 전체를 죽인다는 생각을 쉽게 하지 못한다.

내용을 조금 읽고 ‘씨’가 가문을, ‘다’가 모두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얼마나 황당하고 무서운 이야기인가?

한 가문의 사람들을 모두 죽인다는 것이 가능한 것이기나 할까?

그런데 이 쓰우 씨는 몇 명 되지 않고, 한 자리에 모이는 기회가 있다.

이 기회를 이용한다면 이 행사에 참석한 모두를 죽일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이런 살인을 다룬 소설에서는 준비 과정을 더 자세하게 다룬다.

과연 어떤 방식으로 잠입하고, 어떤 방법을 사용할까? 하고.

그런데 이 소설을 살인자의 시점보다 살아남은 쓰우 씨의 조사에 초점을 둔다.

그리고 이 독특한 성과 가족 구성과 자본의 분배 등을 조금씩 보여준다.

단지 쓰우 씨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매월 10만 홍콩 달러를 받는다.

이 돈을 받는 사람이 할 것은 단지 가족회의에 꼬박꼬박 참석하는 것 정도다.

물론 이 회의란 것은 형식적이고, 가주가 모든 것을 독단적으로 정한다.

이 독단이 여성들에게 불편하지만 매월 나눠주는 부는 달콤하다.

즈아이가 이 집안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 돈 때문이다.


가주 쓰우원후는 코로나19로 만나지 못한 쓰우 씨 모두를 집으로 불러들였다.

성대한 연회를 준비하고, 연회 전문업자를 불렀다.

그런데 이 연회에서 가족들이 떼거지로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당연히 연회 담당자와 살아남은 쓰우 씨들이 가장 강력한 용의자다.

특히 이 연회에 참석하지 않은 쓰우즈신은 더 의심의 눈길을 받는다.

재밌는 것은 즈신은 쓰우 씨를 떠나면서 매월 받는 돈도 표기한 인물이다.

단지 그가 쓰우 씨란 이유로 강력한 용의자가 된 것이다.

조사받기를 끝낸 후 그는 누가, 왜 가문의 사람들을 죽이려고 했는지 파고든다.

한때 기자였고, 파파라치였으며 현재는 탐정인 그가 말이다.


즈신은 애꾸눈 명수사관으로 소문난 처서우런과 협업해 진실을 파헤친다.

이 과정에 홍콩의 역사와 문제점 등이 같이 다루어진다.

그리고 쓰우 집안의 비리와 문제도 같이 나열되면서 동정의 감정을 차단한다.

서로의 욕망이 뒤섞이고, 새로운 사실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읽다 보면 ‘뭐지?’, ‘심한 데’ 같은 말이 절로 나온다.

처서우런은 경찰의 인맥을 동원하고, 자료를 파헤치면서 단서를 모은다,

자신의 동료를 구하고, 눈 하나를 잃었지만 그의 명성은 아주 더 높다.

탁월한 수사 능력은 자신의 실적을 관할 경찰에 넘기면서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탁월한 통찰력과 뛰어난 추리력은 사건의 핵심을 나아간다.


이 소설에서 가장 존재감이 없는 인물이 의외로 살인을 의뢰받은 사람들이다.

두세 번 등장하지만 실명은 나오지 않고, 직접적인 활동도 없다.

쓰우 가문의 다른 가족들이 등장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낸다.

그러다 2부에서 조폭 쩡상원의 과거가 흘러나오고,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

새로운 단서와 가능성은 쩡상원의 불행한 출생과 엮여 있다.

이 출생과 쓰우 집안의 가주 독재 시스템은 묘하게 연결된다.

하지만 새로운 사실과 과학의 발전이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

이렇게 이야기는 확장되고, 이면을 파헤치면서 진실로 나아간다.

뛰어난 가독성을 가지고 있고, 홍콩의 과거와 현재를 잘 보여준다.

한 가족의 이면과 모순을 파헤치면서 개인의 탐욕을 적나라하게 다루었다.

씁쓸한 사실 속에 자기 가문의 문제를 인정하는 모습에는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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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를 넘어 - 칼 세이건 이후 우주와 인간의 새로운 이야기
세라 알람 말릭 지음, 고현석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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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A Brief History of the Universe (and our place in it)”이다.

그래도 해석하며 ‘우주의 간단한 역사와 그 속에 있는 우리의 위치’정도 일 것이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끌고 와 시선을 사로잡았다.

<코스모스>를 사 놓고 읽지 않아 두 책을 비교하는 것을 불가능하다.

하지만 생각한 것보다 재밌고, 인류의 우주에 대한 관심과 과학의 발전을 잘 녹여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존 지식을 새롭게 하고, 새로운 지식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서구 과학자 중심의 천문학에 아랍계 천문학자를 더한 것은 개인적으로 놀라운 일이다.

다른 책들에서 아랍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봤지만 그 이름들을 이렇게 다룬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인류의 발전사와 우주를 엮어 풀어내면서 우주 물리학의 역사를 배운다.


고대의 우주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천동설이다.

이 이론 하나를 깨트리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오랜 시간 동안의 관찰과 기록의 결과로 지동설이 탄생했다.

하지만 누가 쉽게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겠는가.

지금도 지동설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는데 말이다.

첫 장에서 이 사실을 밝혀내는 과정과 노력들이 수많은 학자들의 이름과 함께 나열된다.

여기서 낯선 이름들과 여성 과학자의 이름을 보고 편협했던 나의 지식을 깨닫는다.

수십 년 동안 하늘을 보고 관찰하고, 기록하고, 연구했던 학자들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봐도 그냥 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전부인데.


단순히 관찰을 넘어 하나의 이론으로 발전시킨 사람들.

뉴턴의 사과와 중력의 개념, 이 개념을 깨트리는 또 다른 이론의 등장.

아인슈타인으로 넘어와 상대성 이론으로 알려진 그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공식.

하지만 이 이론으로 해소되지 않는 우주의 발견들.

더 작은 쪽으로, 더 넓은 쪽으로 발전하는 과학 이론.

기존의 물리법칙을 뛰어넘는 존재의 발견과 새로운 이론.

읽다 보면 나의 인식을 뛰어넘은 단위로 나아간다.

쉽게 이해되지 않지만 이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세계가 확장된다.

그리고 머릿속에서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간다.


읽는 내내 특정 대목에서 내가 본 영화와 소설의 한 대목들이 떠올랐다.

보이저 1호와 관련해서는 희미해진 기억 속 영화 <스타트랙>의 한 편이.

우주로 보낸 메시지의 위험성에 관한 부분은 <삼체>가.

무한한 우주 속에 새로운 생명체의 가능성 부분에서도 당연히 수많은 영화와 소설들이 말이다.

우리의 인식을 넘어선 우주에 대해 피상적으로 생각한 것들을 작가는 현재 수준에서 알려준다.

그 과정에 발견한 것들과 이것을 재현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들도 나온다.

재밌고 놀랍고 신기한 것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언론을 통해 간략하게 다루어진 인류의 우주탐사선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볼 수 있었다.

내가 놓쳤거나 몰라던 그 활동들이 지닌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아직 우리는 우주에 대해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는 그 단어조차 생소한 경우도 많다.

지구 밖에서 인간의 몸에 어떤 작용을 할지 알 수 없는 수많은 우주선들.

인간과 지구의 생명체들이 지구의 중력과 환경 등에 적응하면서 생긴 몸과 그 능력.

이 무한한 우주 속에 인류만이 지적 생명체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다른 생명체와의 조우를 바라고 우주로 보낸 수많은 전파와 물질들

인류가 아닌 AI나 안드로이드 등으로 우주로 나아갈 가능성에 대한 단상.

디지털 아바타란 단어 속에서 또 다른 SF소설의 한 설정이 떠오른다.

인류의 우주로 향한 눈부신 여정이 이 책 속에 간략하지만 잘 요약되어 있다.

우주에 관심이 있다면 지식을 재정비하거나 새로운 것을 배울 기회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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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호랑이
네주 시노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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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2023년 페미나상을 수상했다. 다른 문학상도 많이 수상했다.

이런 이력이 눈길을 끌었지만 자전 소설이자 에세이, 회고록이란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읽다 보면 이 책이 소설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자신의 성적 확대 피해 경험을 기반으로 깊은 바닥까지 사고가 파고들기 때문이다.

단순히 자신의 피해 사실을 나열하기보다 이것을 확장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처음 나의 시선을 끈 것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해석한 부분이다.

작가는 피해자의 심리가 아닌 가해자의 심리를 알고 싶어했는데 이 소설에 그 부문이 나온다.

그리고 롤리타가 피해자란 부분을 들려준 대목은 기존 이미지를 깨트리는 순간이었다.

오래 전 나보코프의 소설을 힘들게 읽어 무한정 미루어 둔 것이 반갑게 다가왔다.


이 책을 단숨에 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중간중간 사실적인 설명과 묘사는 자극적이고 역겹다.

이런 부분이 어떤 독자에게는 불편할 수 있지만 실제 있었던 일들이다.

자신이 당했던 순간, 그 이후의 일들, 이 사실을 알리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엄마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소송을 하는데도 1년이 더 걸렸다.

현실의 무게가 바로 진행하는데 작은 걸림돌이 된 것이다.

그 현실적 무게는 그 남자와 결혼해 낳은 남매와 경제적 문제 등이다.

소송이 벌어진 후 있었던 이야기들은 이게 프랑스인가 할 정도로 우리와 닮았다.

특히 가해자가 출소했을 때 그와 인사를 하고 평소처럼 대하는 모습은 충격적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그가 자신들에게 피해를 끼쳤지 않았다고 말할 때다.


수많은 사람들이 성폭행과 강간을 당하지만 신고하는 경우는 적다.

신고해도 소송으로 가는 경우는 더 적고, 승소하는 경우는 더 적다.

이 글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 강간당한 여성에 대해 쑥덕거리던 어른들이 떠오른다.

그들을 결코 피해자를 도와주거나 위로하기보다 하나의 소문으로 소비했다.

이것은 한 편의 시 인용에서 잘 드러나는데 아주 서늘하고 가슴 아프다.

한 소설에서 자신이 강간당하는 것을 본 소년에게 피해자는 말한다.

소년이 본 것을 책으로 써야 하다고. 직접 본 것을 잊어버린 권리가 없다고.

“침묵은 배신이다.” 이 문장을 읽고 왜 방관자들이 가해자인지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것은 피해자의 집이 여러 해 동안 강간범의 장소가 된 것보다, 강간범이 있었다는 사실보다.

“마을에 대한 평판이 달라지게 하는 말, 마을 사람들에게 치욕을 안기는 고소 행위”에 더 분노한 부분이다.

너무 낯익은 장면이라 놀랍지 않지만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소송에 대해서도 다행히 작가는 의붓아버지의 인정으로 쉽게 넘어간 부분이 있다.

하지만 실제 소송이 벌어졌을 때 이야기 속에 서로 어긋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불일치가 말하는 사람의 신뢰를 의심하게 하기 때문이다.

“어떤 세부 사항에 의심을 품기 시작하면 나머지 전제에 대해서도 의심하게 된다.”

어린 피해자에게, 오래된 기억 속에서 정확한 기억을 요구하는 자체도 문제가 있다.

그렇지만 현실은 “고소장을 낼 때, 나는 날짜를 정확하게 기재해야 했다.”와 같다.

이런 현실이 수많은 성폭력 희생자들을 주저하게 하고, 가해자들이 달아나는 원인이 된다.

그리고 그 가해자들이 피해자에게 하는 말들과 행동에 자신이 한때 피해자였다는 변명도 들어있다.

이런 가해자의 피해성을 너무 쉽게 스릴러 등에 인용하는 부분의 지적도 생각할 바가 많다.


아동 성폭행을 고문에 비교할 수 있을까? 확대 적용이라 보고,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피해자인 작가는 “그렇게 비교하는 것을 스스로 금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일회성이 아닌 오랜 세월의 아동 성폭행과 고문의 비교는 단순하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경험도, 제대로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둘을 비교하는 것은 나의 상상력 밖의 일이다.

다만 두 사건의 피해자들이 겪은 후유증 등으로 잠시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읽는 내내 너무나도 솔직한 감정을 표현해서 놀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강간이었던 성행위가 자신의 자발적 성행위로 바뀌었을 때 느낀 감정 변화도 인상적이다.

평생 불감증으로 고통받았을 것 같은 그녀의 삶이 아니란 점에서 다행스럽다.

하지만 이 상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란 것을 분명히 한다.

하나의 긴 흐름 속에 여기저기를 돌면서 다양하게 풀어내는 사고의 깊이는 대단하다.

읽기 편한 책은 아니지만 이 부분에 관심이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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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치라이트와 유인등 에리사와 센 시리즈 1
사쿠라다 도모야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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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사와 센 시리즈 첫 권이다.

한국에서는 다음 권인 <매미 돌아오다>가 먼저 출간되었다.

수상 이력을 생각하면 당연한 수순이다.

이전 번역본을 먼저 읽어서인지 이번에는 이전보다 쉽고 재밌게 읽었다.

어쩌면 에리사와 센이란 인물에 더 적응하게 되었다고 할까?

단숨에 읽지 않고 하루에 한두 편 정도만 읽은 것도 한몫한 듯하다.

미스터리를 좀더 여유있게 즐길 시간을 보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전 글에 천천히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다른 책을 통해 이루었다.

일상과 살인을 조금 느슨하게 다룬 이 단편집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표제작 <서치라이트와 유인등>의 화자는 에리사와 센이 아니다.

이 시리즈에서 에리사와가 화자로 등장하는 경우는 없다.

각각의 화자가 사건 현장에서 에리사와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사건의 실체에 다가간다.

이 단편에서도 화자는 마을 공원을 순찰도는 자경단원 요시모리 씨다.

그가 공원을 순찰하다 만난 인물이 에리사와 센인데 그를 노숙자로 착각한다.

에리사와는 벌레 유인등을 켜고 있었는데 이것을 모르는 요시모리가 착각한 것이다.

재밌는 대목 중 하나가 지신의 직업을 독신 귀족이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실제 그가 귀족일까? 뭐 중요한 일은 아니다.

요시모리는 에리사와가 의심스러워 그와 함께 공원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그 과정에 한 탐정을 만나는데 그가 다음 날 시체로 발견된다.

이 사건의 실체를 꿰뚫어보는 인물이 에리사와 센인데 그 과정도 재밌다.


<호버링 버터플라이>는 자원봉사자의 아내였던 세노 마루에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그녀가 에리사와를 만나는 것은 큰 채집망을 휘두르고 있을 때다.

그녀는 작은 주의를 주고, 산정상까지 걸어서 올라간다.

그리고 정상에서 하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내려온다.

그냥 평범한 등산 이야기 같은데 에리사와와 다시 만나면서 분위기가 바뀐다.

에리사와를 태워 중간에 내려주려고 하면서 옛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원봉사 단체가 관의 지원을 받는 재단이 되면서 생긴 문제점 등이다.

의욕적인 사업의 실패, 자원봉사자 감소, 활동의 침체 등.

여기에 에리사와가 본 장면과 하나의 가능성이 사건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실제 미행하면서 발견하는 것은 그 이상이고, 작은 간절함을 담고 있다.


<나나후시의 밤>은 곤충 박사인 에리사와의 허당적인 모습이 잘 드러나는 단편이다.

산에서 한 노인이 먹는 버섯이라고 준 것이 사실을 독버섯이었다.

이것이 지나가듯이 버섯 사고와 엮이는데 그냥 단신일 뿐이다.

동네 작은 바에서 술에 취해 있는 모습은 술 약한 내 모습과도 닮아 있다.

바에서 일어나는 작은 이야기들이 그냥 평범한 술집의 한 단면 같다.

그런데 이 술집에서 같이 마셨던 도시유키가 다음 날 살해당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이 사건을 보고 구보타가 생각한 범인은 당연히 한 사람밖에 없다.

하지만 사실은 사람들의 오해와 작은 욕망이 뒤섞여 착각한 것이었다.

에리사와 센의 놀라운 통찰력과 한 여성의 고백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화재와 표본>에서도 에리사와 센은 술에 취해 쓰러진다.

그 이전에 불구경과 여관 주인의 과거 이야기가 조금씩 풀려나온다.

죽을 뻔했던 과거, 어른들의 편견, 자신에 대하 두려움 등이 나타난다.

과거 사건에 대한 화자와 다른 해석을 내놓는 에리사와 센.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서늘함은 더 진하게 다가온다.

<대림절의 고치>는 목사의 살인 사건을 다룬다.

경찰과 함께 현장조사에 참여해 천천히 단서를 얻는다.

그 과정에 드러나는 목사 집안의 비극과 신앙심 문제.

경찰 조사와 작은 단서를 이어 범인을 찾아내는 에리사와 센.

그리고 사라진 목사의 아들 행방에 대한 단서까지.

후기에 <아 아이이치로> 시리즈 작가에 대해 말하는데 이 부분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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