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로미어 -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박성신 지음 / 북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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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이다.

더불어 작가의 다른 소설을 재밌게 읽었기에 선택했다.

전작처럼 뛰어난 가독성과 재미는 기존에 나온 다른 소설로 눈을 돌리게 한다.

매력적인 캐릭터인 두 콤비와 마지막 장면의 실험체를 엮은 다른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이런 기대는 전작에서도 한 번 한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노화의 종말을 둘러싼 이 시대를 불과 2년 후로 잡은 것에 놀란다.

현재 과학 기술에서 이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가까운 시기는 소설 속에서 현실과 떨어져 새로운 시간으로 작용한다.

뛰어난 스토리텔러의 모습을 보여주고, 쉼 없이 달려가게 한다.


생체 시계를 50년 이상 되돌릴 수 있는 약이 있다면 어떻게 할까?

많은 노인들이 이 약에 환호하면서 어떻게 든 먹으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국가가 노화종말법을 만들어 75세 이상 노인에게 이 약을 준다고 한다.

몸이 아프지 않은 노인들은 없고, 이 약을 먹고 젊어지려는 노인들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이 약은 아직 시중에 풀리지 않았고, 완전한 임상을 모두 거친 것도 아니다.

문제는 하나 더 있는데 치매 등을 앓고 있는 중증질환 환자는 투약 대상에서 제외다.

작가는 교묘하게 이 시대의 세대갈등과 신분갈등을 넣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리고 현실적이지 않은 신체능력을 가진 존재를 등장시켜 재미를 더한다.

이 비현실적 존재는 과학과 우연의 부산물이다.


형사 현묵은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홀로 돌본다.

요양원에 넣으면 편할 수 있지만 아직 결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노화종말법이 시행된다고 해도 어머니는 제외대상이라 젊어질 수 없다.

집에서 보호사를 불러 어머니를 돌보게 하는데 결코 쉽지 않다.

보호사와 어머니의 갈등, 점점 높아지는 비용 등이 그를 더욱 힘들게 한다.

이때 살인 사건이 하나 발생하는데 의혹으로 가득하다.

온몽의 뼈가 열세 군데 부러진 채 사망한 남자인데 흉기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독자들은 이 피해자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시체가 어떻게 방에서 발견지까지 옮겨졌는지 의문이다.

한 소년의 증언이 있지만 너무 비현실적이라 믿기 힘들다.


기해는 사회복지사로 힘들게 살고 있다.

그녀에게 아버지의 죽음이 전해지고, 홀로 장례식을 치른다.

아버지가 죽으면서 보낸 물건들을 통해 아버지가 죽기 전까지 했던 연구에 대해 알아간다.

하지만 그녀가 아버지가 죽은 곳과 남긴 물건을 찾았을 때 그녀의 집은 낯선 누군가가 다녀갔다.

아버지가 남긴 USB 속 자료를 보기 위해 함들게 암호를 풀어낸다.

15년 전 자신을 두고 떠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단서로 작용한다.

그리고 그녀가 가진 USB를 훔쳐가는 도둑이 나타난다.

암호를 푼 그녀가 본 자료는 문외한에게는 단순한 숫자의 나열일 뿐이다.

그녀는 조심하면서 이 문서를 해독하는데 도움을 줄 사람을 찾는다.


초인적인 힘을 가진 범인은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른다.

두 번째 피살자를 통해 경찰은 이 인물이 하나의 사건으로 묶여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 둘은 젊음의 물 사기 사건의 주범들이었다.

이 사기의 물은 마신 노인들은 다른 질병을 얻어 빨리 사망했다.

이 사기단의 당사자들이 모두 다섯 명인 것을 감안하면 아직 세 명이 더 남았다.

누군지 초반에 쉽게 예측 가능한 그는 자신의 초인적 능력으로 이들을 찾아간다.

그리고 이런 그를 뒤쫓는 HL코리아의 직원들이 있다.

이들은 총까지 들고 다니면서 실험체를 잡으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들의 활약이 약하게 묘사된 것은 조금 아쉽다.


연쇄살언빔은 초인적인 능력으로 살인을 이어간다.

비현실적인 존재를 알게 된 현묵은 이 사건의 연관성을 파고든다.

젊음의 물 사기 사건 당시 자료가 흘러간 곳도 알게 된다.

하지만 그가 알아낸 사실이 언론에 발표되거나 더 깊은 관계자 조사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한다.

젊음을 얻어 자신들의 권력을 더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은 자들의 반대 때문이다.

현묵의 사정을 알고 오히려 그를 유혹하려고 한다.

그들은 이런 혐오를 부채질하고, 부작용 없는 젊음을 얻고 싶어 한다.

작가는 여기서 청년들의 노인 혐오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노인 돌봄의 힘듦을 말한다.

수많은 유혹 앞에 너무나도 나약한 사람들을 보여준다.

점점 늙고 병들어 가는 육신에서 젊음을 되찾고 싶어하는 욕망을 솔직이 드러낸다.

개인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읽을 때면 더 풍성한 논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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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1 조선 천재 3부작 3
한승원 지음 / 열림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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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한승원의 소설을 읽었다.

아주 오래 전 그의 소설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단순히 딸 한강의 노벨문학상 후광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

작가의 조선 천재 3부작의 다른 개정판들도 이미 작년에 나왔기 때문이다

이 3부작 중 하나는 집에 구판으로 가지고 있다. 다만 찾기는 힘들다.

한때 다산에 대한 책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온 적이 있다.

다산을 탐정으로 등장시킨 소설도 있는데 이 소설 속에서도 그런 에피소드 하나가 있다.

나 자산도 다산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게으름과 귀차니즘에 포기했다.

그리고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전 기억들이 조금씩 떠올랐고, 새롭게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다산 정약용의 저서는 굉장히 많다.

거의 유배생활이 길어지면서 저서가 더 늘어난 것이다.

정약용을 이야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 있다.

한 명은 그를 크게 총애한 정조이고, 다른 한 명은 그의 형인 정약전이다.

이 소설 전반부에서는 정조와의 관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를 총애한 임금이 어떻게 그를 중용하려고 했는지 등이 나온다.

하지만 정조의 사후는 정적들의 공격으로 결코 편히 쉴 수 없었다.

그의 형제들이 한때 믿었던 천주학 때문에 노론의 지속적인 공격을 받았다.

그리고 작가는 정약용이 천주를 버리지 않았다는 전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천주학과 관련하여 두 인물이 그와 그의 가문을 크게 위협했다.

한 명은 그의 형인 정약종이고, 다른 한 명은 정약용의 조카사위인 황사영이다.

정약종은 도교를 공부하다 이벽에 의해 천주교로 개종한 후 열성신도가 되었다.

제사를 거부하면서 육체는 부모에게, 영혼은 천주에게 받았다고 말한다.

그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 에피소드는 왜 그가 그렇게 외골수가 되었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정약종이 황사영을 천주교로 이끌어 들인 것이라고 말한다.

천주교 박해 때문에 쓴 황사영 백서 사건은 또 한 번 정약용으로 죽음 앞까지 몰고 간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도 정약용은 의식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살아남기 위해 어머니가 말한 생존법을 먼저 생각하고 실천한다.

그런데 이 현실적인 어머니의 선택이 정약종을 외골수로 만들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하다.


기본적으로 시간 순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작가의 말에 나오듯이 장면들은 굉장히 많이 쪼개 놓았다.

이렇게 많은 분할은 쉽게 읽을 수 있게 하지만 집중도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데는 방해가 된다.

하나의 이야기를 다른 제목의 여럿 장으로 나눌 필요까지는 없었을 것 같다.

그리고 사도세자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이덕일의 주장이 곳곳에서 보인다.

실록의 내용과 다른 부분이지만 한 번쯤 의심해볼 만한 주장이다.

그의 긴 유배생활을 생각하면 2권이 유배생활로 채워진 것이 이해된다.

본격적인 저술활동에 들어간 시기이고, 제자 양성에 힘쓸 때다.

그리고 오랫동안 잊고 있던 <애절양>를 쓴 인물이 정약용이란 것을 다시 알게 되었다.


후반부에 가면 초의가 등장해 그들의 교우 관계가 하나씩 흘러나온다.

초의하면 추사를 떠올렸는데 이번에 기억을 새롭게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전까지는 정조가 너무 빨리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재임기간이 생각보다 길다.

무려 24년 동안이나 왕으로 있으면서 개혁 군주 역할을 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는데 일등공신이었던 노론을 몰아내지 못했다.

이것을 위해 정조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수많은 자료들이 나와있다.

이 장면들을 보면서 현재 한국 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부패조직을 떠올린다.

작가는 정약용의 삶을 새롭게 해석하고 쉽게 풀어 쓰고 함축하려고 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대목이 있지만 그의 인간적인 면모들이 많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언제 늘 그냥 지나가기만 한 양수리 정약용 생가나 한 번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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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 이야기
이스카리 유바 지음, 천감재 옮김 / 리드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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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작가이고, 작가의 첫 단편집이다.

현재 한국에 3권 출간되었고, 한 권은 절판이다.

불행하게도 가장 대표적인 소설이 절판이다. 중고 가격은 너무 비싸다.

다행이라면 전자책은 아직 절판이 아니다.

이렇게 알아보는 이유는 이 단편집을 재밌게 읽었기 때문이다.

영미권 sf와 다른 느낌과 감성이 느껴지면서 자연스럽게 장편으로 관심이 갔다.

언제 시간이 난다면 장편도 읽고 단편과 비교해보고 싶다.

그때 기억이 날지는 모르지만 단편 중 한 편은 연작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이 단편집에는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재밌게 읽은 단편은 <겨울 시대>, <중유맛 우주 라멘>, 〈No Reaction〉 등이다.

이 중에서 연작으로 만들어졌으면 하는 단편은 <중유맛 우주 라멘>이다.

언제인지 알 수 없는 미래의 시간 속에 모든 계외인들이 먹을 수 있는 라멘집이 무대다.

작은 소행성에 차린 이 라멘집은 정말 다양한 외계인이 와서 먹고 간다.

그들의 입맛에 맞추는 노력과 정성은 기이하지만 재밌다.

특히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생명체가 찾아와 음식을 요구하는 장면은 특히 그렇다.

그리고 마지막에 살짝 흘린 이 일의 원인은 당연히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겨울 시대>는 빙하기가 찾아온 미래가 배경이다.

두 소년이 따뜻한 봄 나라를 찾아 남하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천천히 풀어낸다.

이 단편에서 빙하기가 오기 전 인류가 유전자 조작을 한 동물들이 나온다.

이것은 인류에게도 적용한 듯한데 정확하게 말하지는 않는다.

읽으면서 만화나 애니에서 본 장면이나 상황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No Reaction>은 자칭 투명인간의 인간사회 경험담이다.

어떤 현상으로 투명인간이 된 것이 아니라 투명인간으로 나타났다.

인간의 집에 살면서 TV를 통해 인간의 말과 문화를 배웠다.

이 투명인간은 인간과 동일한 질량을 가지고 있지 않아 스스로 문을 열 수 없다.

기존에 생각하던 투명인간과 너무나도 다른 투명인간이다.

이런 투명인간의 첫사랑과 그녀를 보호하려는 노력 등이 재밌게 풀려나온다.


<즐거운 초감시 사회>는 <1984>의 저작권 소멸과 함께 쓴 글이라고 한다.

어딘가에서 본 듯한 이름과 설정은 이 소설 덕분이다.

작가는 이 초감시 사회를 비틀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모두가 감시하고, 모든 곳에 감시 카메라가 있는 사회에서 어떻게 즐거움을 누리는지 보여준다.

집안에서 상호 감시하는 방법 중 하나는 유튜브의 한 장면을 변주한 것이다.

진지하지 않게 이 소설을 읽는다면 이런 초감시 사회에서도 즐거움은 곳곳에 있다.

<기념일>은 갑자기 자신의 방에 들어온 거대한 바위 이야기로 시작한다.

물리적으로 이 바위는 창으로도, 문으로도 방안에 들어올 수 없다.

보통의 시선이라면 이 바위의 존재를 두고 연구하고 조사하는 쪽으로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 바위과 함께 사는 것을 선택하고, 관리한다.

친구와 함께 나누는 마지막 장면에서 이 바위가 어떤 존재 의미를 가지는지 말한다.


표제작 <인간들 이야기>는 조금 묵직한 이야기다.

자랄 때부터 보통의 아이들과 조금 달랐던 주인공 교헤이.

그가 어쩔 수 없이 맡게 된 외조카 루이 한 명.

그가 연구하는 업무와 세계 각국의 우주 경쟁.

이 경쟁에서 승리한 것처럼 보이는 주인공 팀과 그를 치켜세우는 일본 언론.

이런 외형과 달리 갑자기 사라진 조카 루이를 찾아다니는 교헤이.

그리고 교헤이가 깨닫게 되는 가족의 의미.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

이 여섯 편은 어려운 이야기가 많이 배제된 채 진행된다.

기발한 부분도 있고, 유쾌한 발상도 돋보인다.

화려하거나 거대한 부분은 적지만 기대 이상의 재미와 유쾌함으로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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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여행입니다 - 나를 일으켜 세워준 예술가들의 숨결과 하나 된 여정
유지안 지음 / 라온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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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의 나이에 900일간 세계 배낭여행을 한 기록이다.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후 찾아온 상실감과 병을 잊기 위해 떠난 여행이다.

처음에는 아들과 함께 떠났지만 곧 혼자 이 긴 여행을 다녔다.

결코 젊지 않은 몸이지만 그녀 속에 담긴 열정이 이 여행을 멈추지 않게 했다.

글 곳곳에 그녀가 만난 사람들과 도시와 기록들이 가득하다.

처음에는 편안하게 여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도 했지만 아니다.

저렴한 숙소와 대중교통을 이용해 자신이 바라는 곳으로 떠났다.

읽다 보면 너무 방대한 분량이라 좀더 핵심만 추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 여행 에세이는 시간순이 아니라 잠깐 혼란을 겪게 한다.


크게 세 분야로 나누어져 있다.

문학가, 음악가, 화가 등이다.

터키에서 시작하면서 파묵의 소설을 인용하는데 낯설게 다가왔다.

내가 놓친 대목들과 감성들이 다시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문학가만 다루지 않고, 그 지역에만 머물지 않고 또 다른 화가와 음악가의 집으로 떠난다.

다섯 장으로 나누어진 이 책은 분야별도, 지역별도 아니다.

자유롭게 따나고, 위로하고 치유하고, 긍정의 힘을 가지고, 용기로 도전하고 극복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현재와 미래의 표현했는데 개인적으로 그 차이를 잘 모르겠다.


900일이라는 긴 시간과 수많은 곳을 방문하고 경험한 기록이라 읽고 나서도 기억이 희미하다.

저자의 기록이 나의 뇌 용량을 초과한 것이다.

저자가 돌아다닌 곳 중에서 내가 거의 기 본 곳이 없다는 점에서 부러움을 느꼈다.

물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의 집을 방문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방송에서 유명한 작가나 화가의 저택이 나와도 솔직히 관심이 없다.

만약 그곳에 작가의 작품과 관련된 특별한 기록이나 작가의 이해를 돕는 것이 있다면 다르지만.

하지만 이것과 별개로 저자가 방문하면서 들려주는 감상과 추억 등은 시선을 끈다.

내가 잘 모르는 화가 등이 나왔을 때는 인터넷 검색하면서 찾아보기도 했다.


긴 시간의 배낭여행 기간 동안 힘들었지만 좋은 친구도 많았다.

좋은 숙소 주인을 만나기도 하고, 낯선 곳에서 친구를 사귀기도 했다.

이 만남이 짧게 끝난 것도 있지만 며칠 이상 이어진 경우도 있다.

그런데 편집 때문에 이 관계가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순간도 있었다.

시간 순이 아니다 보니 갑작스러운 시간과 장소가 나오는 때도 있다.

읽으면서 곤혹스러운 대목 중 하나가 바로 이런 편집 방향이다.

남편 상실의 감정이 어느 순간 조금 해소되었는데 덜 몰입해서인지 그 시간을 놓쳤다.

긴 시간과 많은 곳을 방문한 여행 때문이라고 괜히 변명해본다.

결코 젊지 않은 몸으로 이 긴 시간을 해외에서 배낭 하나 매고 여행했다는 것 그 자체로 존경스럽다.

그리고 수많은 작가와 화가 등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가를 찾아 떠나려는 독자라면 이 책이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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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란 무엇인가 - 팔레스타인 문제의 역사적 맥락과 집단학살의 본질
오카 마리 지음, 김상운 옮김 / 두번째테제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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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7일 이후 가지지구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해 기습 공격했다.

이 공격은 이스라엘의 반격으로 이어졌는데 여기에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역사적 배경이 숨겨져 있다.

이스라엘이 주장하는 하마스의 테러가 사실과 다르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이것을 정확하게 알려주기 위한 긴급 강연회가 2번 열렸다.

이 책은 이 강연회에서 발표한 것을 정리해 출간한 것이다.

제1부는 2023년 10월 20일 교토대학에서 개최한 강연회을 바탕으로 한다.

제2부는 같은 해 10월 23일 와세다대학에서 개최한 강연회를 바탕으로 편집, 재구성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속에서 분노가 불타올랐고, 나의 무지에 부끄러웠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던 곳에 이스라엘이 건국된 것부터 문제였다.

영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정했다.

문제는 단순히 이들이 정착만 한 것이 아니라 미국 등의 무기 지원을 받은 것이다.

강력한 무력으로 이스라엘은 수많은 곳에서 집단 학살을 저질렀다.

강대국과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 난민이 생기게 되었다.

이 역사적 과정에 얼마나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죽었는지 자세하게 알려준다.

이 역사적 과정에 얼마나 많은 전쟁 범죄가 일어났는지 셀 수조차 없다.

이 과정 속에 팔레스타인들은 가자지구에 몰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감옥”이라 불리지만 상황은 그보다 더 나쁘다.


단순히 가자지구에 몰아놓고 그대로 두었다면 다행일 것이다.

전면 봉쇄는 가지지구로 들어가고 나가는 모든 자원과 사람을 통제한다.

가자, 여기는 실험장입니다.”란 표현이 나올 정도다.

백만 명이 넘는 난민을 가둬 두고, 간신히 살아가기에 급급하게만 한다.

이스라엘의 폭격은 민간시설과 병원 등도 가리지 않는다.

자신들이 당한 것의 100배 이상의 보복을 가하는데 여기에도 거짓이 대부분이다.

세계 언론들은 두 정부의 의견을 정확하게 판별해서 보도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이 내세우는 주장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반복할 뿐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테러조직에 대한 반격 정도로 이해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의 보수들이 어떤 가짜뉴스를 퍼트리는지가 떠올랐다.


전쟁범죄로 판정이 났지만 처벌하지 않는다.

대량 학살이 일어났지만 세계의 언론은 눈을 감고 있다.

유엔 결의안이 있지만 미국은 반대했고, 이스라엘은 이것을 무시하고 있다.

이 하마스와의 전쟁 이면에는 네타냐후 총리가 사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란 설도 있다.

하지만 본질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집단학살이란 것이다.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에 의해 실업률 50%가 넘고, 이슬람에서 금지하는 자살자가 늘어난다.

가자지구의 전기는 하루 몇 시간만 공급되고, 의약품은 거의 없어 마취없이 절단 수술을 한다.

이스라엘군이 시위자들의 다리를 특수탄으로 저격한다고 할 때 이 비극은 더 크게 다가온다.

전쟁 무기 재고의 소진처이자 새로운 무기의 시험장이란 표현에는 암담하기만 하다.


이스라엘은 본질을 흐리고, 거짓뉴스로 사실을 왜곡한다.

이스라엘의 집단학살과 가자지구의 비극은 인권단체 등에 의해 알려진다.

이 인권단체에는 이스라엘 유대인 단체도 포함되어 있다.

실제 미국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에 반대하는 유대인들의 점거 농성도 있었다.

이런 사실들은 이스라엘과 유대인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 등을 제공한다.

미국 정치인들이 이스라엘을 규탄할 수 없는 이유로 유대인 정치자금을 말할 때는 씁쓸했다.

반복되는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등은 시간속에서 망각의 늪으로 흘러간다.

저자가 인용한 한국 문부식 씨의 “망각이 다음 학살을 준비한다.”란 말은 너무 가슴 아프다.

울화가 치밀어 오르게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어느 정도 냉정과 함께 여러가지를 고민하게 한다.

가자지구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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