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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고루 먹고 가시게 - 한국무속 앤솔러지
김아직 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5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한국 무속을 재해석해서 장르 소설로 풀어낸 앤솔러지다.
일본 추리소설을 볼 때 부러워하던 것 중 하나가 민간 신앙을 잘 녹여낸 것이었다.
이 앤솔러지가 그 수준까지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낯익은 무속을 재밌게 풀어내었다.
무당, 제사, 굿, 고사상까지 낯익은 소재들이다.
이 소재들을 미스터리나 호러와 엮었는데 재미있다.
물론 완성도가 부족하거나 아쉬운 점도 있지만 조금은 지면 탓을 하고 싶다.
좀더 분량이 많았다면 세밀하고 풍부한 내용으로 채워졌을 것이다.
이 아쉬움은 낯익은 소재들을 잘 활용한 것으로 조금 채워진다.
물론 나에게 익숙한 단어나 행위가 누군가에게는 낯설 수도 있다.
김아직의 <사람 고기를 내어드리니>는 트릭을 잘 사용하고 있다.
잡귀를 단순한 조연이 아닌 주연급으로 다루고 있다.
출사 왔다가 가방을 잃고 강변을 뒤적이다 발견한 굿판.
도당굿이 벌어지는 곳에서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귀신들.
연목리 사람을 잡아먹고 싶다고 말하는 귀신의 뭉치.
악귀라고 생각하고, 악귀에게 줄 희생자로 살인자를 쫓는다.
작년 수도 검침원 아주머니 살인 사건의 범인을 말이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를 방문하지만 허점이 너무 많다.
다른 곳에서 진범을 마주하지만 상황은 기대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 소설을 재미는 이 범인 찾기가 아닌 주인공의 정체와 원한 풀기다.
교묘하게 풀어내고 가린 시간의 흐름은 멋진 트릭이다.
정명섭의 <금단의 술법>은 소환굿을 다룬다.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굿으로 작가가 창조해낸 것이다.
무속학자 강성찬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학교 폭력 피해자 가족의 복수를 다룬다.
이 소설 설정의 재밌는 점은 소환굿으로 자신의 영혼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것이다.
단순히 한 사람에게만 혼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순서를 정해 옮긴다.
소환굿을 한 무당의 정체, 그런 복수를 하게 된 이유 등이 나온다.
권력의 힘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덮고, 오히려 가해자로 만든 가해자와 그 가족들.
학교란 공간이 더 이상 안전하지도, 안전을 지켜주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복수에 공감하는 강성찬이지만 다른 이유 때문에 이것을 막으려고 한다.
마지막 장면은 갑작스러운 부분이 있고, 감정적인 부분도 많아 조금 아쉽다.
현실에서 법의 불공정함을 말하는 작가의 말에는 공감할 수밖에 없다.
문화류씨의 <대운의 기운을 내리소서>에는 대운굿이 나온다.
영험한 무당이 이 굿을 제대로 치르면 주수정의 한 해는 대운이 온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번 굿에는 무당 두 명이 굿판 중에 죽었다.
원래 자신의 대운을 열어 준 무당은 오래 전에 죽었다.
두 번째 죽음 이후 자신의 전담 무당에게 이 사건에 대해 묻는다.
약간 코믹하고, 과장된 듯한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장면들도 그렇게 무겁지 않다.
귀신을 찾아 벽조목으로 물리치려는 노력과 코믹한 의심.
그러다 드러나는 범인의 정체는 갑자기 장르를 비틀어버린다.
웹소설에서 본 단어와 굿을 연결한 부분은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다.
최하나의 <한밤중의 고사상>은 제목대로 고사상 사건을 다룬다.
대학원에서 범죄심리학을 공부하려는 인수는 범죄 관련 방송 등을 틀어 놓고 생활한다.
그런데 방음이 잘 되지 않아 살벌한 이야기들이 다른 집에도 들린다.
같은 빌라 아주머니의 한 소리를 듣고 조심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다 이전에 신청했던 사당 투어의 날이 되었다.
사당, 지적 호기심에 신청했지만 당일 가보니 자신이 바란 것과 달랐다.
그러다 발견한 출입 금지 구역 문 사이의 빛과 문틈 사이의 상 하나.
그리고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기절하고, 그는 상 위에 있던 사람 머리 세 개에 대한 기억.
증거도 없고, 황당한 주장에 경찰은 이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착각일까 하는 순간 같은 머리 없는 시체 셋의 새로운 발견.
경찰은 자신의 말을 믿지 않고, 인수는 이 살인사건을 막기 위해 조사와 온갖 노력을 다한다.
마지막에 오컬트와 엮은 부분은 조금 약한 부분이 있지만 장편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