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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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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재벌 집안의 상속자가 상속 재산을 거의 모두 사회에 환원했다는 말에 혹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상속자가 쓴 글이 아니다.

그 상속자가 관심 있게 읽었던 책들 중 한 권이었다.

나의 착각과 소유에 대한 생각이 처음 만나는 작가의 책으로 이어졌다.

솔직히 말해 이 책을 재밌게, 혹은 빠르게 읽었다고 말하지 못하겠다.

짧게 끊어지는 이야기들이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파편으로 떠다녔다.

왜 이렇게 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내 기대와는 너무 달랐다.

하지만 이 글들 속에 담긴 인종, 부, 계급, 소유 등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리고 사실 몇 가지는 그 시대와 더불어 더 깊은 사고로 이어지게 했다.


저자는 교육받은 중산층 백인 여성이다.

사실 한국에 살면 인종이나 계층에 대한 생각이 많이 희미하다.

물론 요즘 지역과 부모의 직업 등으로 계급을 나누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인종 차별 같은 경우 한국에서 한국인은 가해자이지 피해자는 아니다.

미국으로 넘어오면 이런 차이가 가끔 피상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흑인들의 동네였던 곳이 백인 중산층에 잠식되는 것에 대한 반발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들이 산 집의 가격이 한국 서울이나 수도권 기준을 본다면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다.

이런 괴리와 소비와 돈 등에 대한 인식은 결코 단순하게만 볼 수 없다.

그래서 미시적으로 넘어간 이야기를 읽다 보면 가끔 그 괴리 때문에 길을 잠시 헤매기도 한다.


이 책에는 수많은 책들이 인용되고 있다.

사실 그 책들 중 읽은 책은 거의 없고, 낯설기만 하다.

읽다 보면 유명한 두 작가의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한 명은 그 유명한 버지니아 울프이고, 다른 한 명은 마르크스다.

이 두 작가의 저작들이 후대에 끼친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그런데 이들의 사생활로 넘어가면 그 시대의 한계 속에서 살았던 기록이 가득하다.

<자기만의 방>을 외친 울프가 집 하인들이 없었다면 제대로 삶을 유지할 수 없었다는 사실.

마르크스가 딸들의 미래를 걱정하면서 한 행동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사실들이 그들의 뛰어남을 깎아내리지는 않지만 우리의 인식을 더 넓게 확장하게 한다.


저자는 젊을 때 자신의 부와 현재를 비교하면서 많은 글을 썼다.

현재의 부에 윤리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순간도 많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 삶의 모순 등을 직시하면서 천천히 기록한다.

자신의 이상을 생각하면서 현실에 대한 불만이나 불안을 말할 때 나의 삶을 돌아본다.

과연 나의 삶은 저자가 생각한 것처럼 깊은 고민을 한 적이 있는가? 하고.

투자의 문제로 넘어오면 그의 부와 윤리적 투자 문제로 고민이 깊어진다.

재밌는 대목 중 하나는 투자 대상을 정할 때 비윤리적인 기업을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돈이 돈을 불리는 현실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는 저자를 본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윤리적인 투자로 번다는 사실에 만족할 텐데.

이렇게 이 책은 다양한 소비, 투자 등에 대한 작지만 중요한 것들에 대한 사유와 고민을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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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렛 걸 동남아시아문학총서 시리즈 7
라티 쿠말라 지음, 배동선 옮김 / 한세예스24문화재단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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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의 흐름 속에 크레텍 담배의 성공과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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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렛 걸 동남아시아문학총서 시리즈 7
라티 쿠말라 지음, 배동선 옮김 / 한세예스24문화재단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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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동남아시아문학총서 시리즈 7권이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는 처음이다.

인도네시아 소설 번역이 거의 없는 것을 감안하면 반가운 일이다.

같은 제목으로 넷플릭스 시리즈가 제작되었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구성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고, 두 개의 시간이 교차한다.

현재는 임종을 앞둔 아버지가 애타게 부르는 이름의 여성을 찾는 여정이다.

과거는 ‘시가렛 레이디’인 정야의 삶과 크레텍 사업 이야기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현대사가 끼어들어 두 인물의 변곡점을 만든다.

아버지 수라야가 왜 정야를 외쳤는지, 그 이면의 역사는 무엇인지 하나씩 보여준다.


작가는 세 아들 중 막내인 르바스를 현재의 화자로 내세웠다.

두 형이 크레텍 사업에 열중하는 반면 르바스는 미국 유학가서 영화 등을 공부했다.

귀국 후 첫 영화가 공포영화였는데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것이 영화 작업의 족쇄가 된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의 시나리오를 형에게 보내지만 관심도 가지지 않는다.

아버지가 외친 정야란 여성을 찾는 일을 형들은 동생에게 맡긴다.

처음에 이 장면을 보면서 르바스가 조금씩 사실을 알아채는 구성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시간대를 나누고, 과거와 현재의 간격을 조금씩 줄여나간다.

이 과정에 왜곡되어 있고, 잘못 알았던 사실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흔하게 보고 겪는 잘못된 역사의 전달과도 닮아 있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는 크레텍 담배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다.

담배 냄새와 연기를 싫어하기에 더 관심이 없다.

크레텍이란 단어는 담배가 타면서 나는 소리를 표현한 것이다.

우리가 타닥타닥이라고 표현한 것을 그들은 크레텍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 담배에 정향을 넣어 기침에 좋다고 하는데 과학적으로 맞는지도 모르겠다.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에는 수많은 마을의 크레텍 담배 사업가들이 있었다.

네덜란드를 물리친 일제가 들어와 본색을 드러내면서 이 사업을 접은 사업가도 있었다.

정야의 아버지 이드루스 무리아도 이때 크레텍 사업을 시작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 루마이사의 사랑을 얻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업을 하면서 처음으로 글자를 배우고 익힌다.


루마이사를 두고 무리아의 친구 수자가드가 먼저 청혼을 했다.

하지만 그는 문자를 몰라 서기인 루마이사 아버지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열심히 공부한 무리아는 시험을 통과하고, 상당히 좋은 사업 능력을 뽐낸다.

그가 성공한 길을 그대로 따라한 인물이 있는데 바로 친구였던 수자가드다.

무리아가 일본군에 끌려가 고생을 했을 때 루마이사에게 청혼을 하기도 했다.

이 둘의 인연과 악연은 이후에도 여러 곳에서 충돌을 일으킨다.

정야의 앞에 나타난 수라야의 정체를 처음에는 다르게 오해하기도 했다.

정야가 왜 크레텍의 여인인지 알려주는 이야기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여기에 사랑과 욕망과 현실의 문제가 엮이면서 둘은 헤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사의 흐름 속에 크레텍 담배의 성공 이야기가 펼쳐진다.

좋은 크레텍 담배라고 늘 사업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소스 비법을 훔쳤다면 다른 문제다.

성공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기에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이것을 깨닫는 과정이 세 아들이 정야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역사 속에 묻힐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크레텍 담배와 잘못된 역사.

열등감에 빠진 남자가 우연히 잡은 성공의 동아줄이 사실은 썩은 동아줄이란 것.

자신이 배운 소스 비법과 행운이 결합해서 만들어낸 거대한 성공과 뒤늦은 회한.

곳곳에 심어져 있는 민간 신앙과 인도네시아의 문화와 사회문제들.

예상한 것보다 훨씬 재밌고, 놀랍고, 흥미로웠다.

내가 읽으면서 생각한 이미지와 영상은 어떻게 다른 지 한 번 확인해보고 싶다.


#시가렛걸 #라티쿠말라 #한세예스24문화재단 #인도네시아문학 #사랑 # #철학 #배동선 #리뷰어스클럽 #리뷰어스클럽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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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한 세계 크로스 1
김연수.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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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크로스 시리즈 첫 권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두 작가가 ‘윤리적 딜레마’라는 주제로 작업했다.

이 두 작가는 빠르게 읽을 수 없지만 매력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들이다.

당연히 두 작가가 참여한 책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두 작가가 풀어낸 주제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울림을 주었다.

이번 소설에서 개인적으로 더 다가온 것은 히라노 게이치로의 소설이다.

김연수의 <우리들의 실패>는 나의 기대 혹은 흐름 파악의 실패로 깊게 다가오지 못했다.

아마도 좀더 직접적으로 그 사건을 다루지 않은 것 때문인 것 같다.


김연수의 <우리들의 실패>는 기자가 인터뷰한 손동화의 과거를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대통령 친인척의 국정 개입 사건에 연루되었다고 하는데 정확한 사건 이야기는 없다.

계엄 직후 일본으로 달아났는데 기자가 연락해서 그를 만난다.

손동화의 과거 이야기는 뚝 때어놓고 보면 한 소년의 성장기다.

어머니의 암, 아버지가 놓쳤던 서울에서의 생활과 자산.

구 서울역사 그릴에서 처음 맛본 돈가스의 맛과 기억.

막 팽창하던 서울의 풍경과 부동산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

친척의 결혼식과 한 소녀와의 만남, 작은 위로와 대화.

여기에 삼촌이 들려주는 노자의 ‘짚으로 만든 개’ 이야기.

이 이야기와 국정 개입 사이에 직접적으로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소년의 이야기를 따라가면 한국 현대사의 한 자락을 엿볼 수 있다.

소년의 풋풋한 기대와 어리둥절한 모습.

암 수술 후 완치 기대와 어머니의 바람을 이루르는 노력과 그 결실.

정해진 길은 기대를 무너트리고, 그는 현실에 충실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그 뒤와 현재 사이의 간극을 작가는 생략했다.

이 과거 이야기가 현재의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인간이기에 생각을, 선택을 멈출 수는 없다.

읽으면서도, 읽고 나서도 내가 놓친 부분이 무엇일까 계속 생각한다.

마지막에 대구 지하철 참사 사건 에피소드는 또 다른 여운을 남긴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결정적 순간>은 좀더 즉각적으로 다가왔다.

미즈마키 가스미가 존경하던 사진작가의 유품에서 발견한 사진 때문에 생긴 일이다.

그 사진은 어린 소년의 나체 사진인데 정확한 묘사는 생략되어 있다.

이 발견이 사진작가의 유고전을 기획한 미술관에서 문제가 된다.

미투와 아동 성추행 등의 문제가 불거진 최근의 상황과 맞닿아 있다.

모른 척하고 전시회를 개최해도 되지만 혹시 하는 마음이 생긴다.

이 사진의 피해자가 나타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한몫 했다.

작가는 이 발견과 상황에 대해 일기처럼 매순간을 기록한다.

이 기록은 발견과 전시 연기를 둘러싼 논쟁을 다룬다.


쉽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그 사진을 없애고 모른 척하는 것이다.

나중에 나타날 피해자에 대해서도 유족들에게 떠넘기면 된다.

하지만 그 사진을 본 것과 그 사실을 아는 관계자들의 마음과 생각은 다르다.

자신이 존경한 사진작가의 이 사진이 어떻게 해서 유품에 섞여 있는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성착취와 학대로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의 사연은 이 문제를 더 깊게 들여다보게 한다.

유족과의 갈등, 윤리적인 문제, 선택의 기로 등이 엮인다.

짧은 단편이지만 다양한 장면들을 삽입해서 이야기를 풍성하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 상자를 열지 않은 순간을 생각하는 주인공을 마주한다.

사진작가가 이전까지 이룬 업적과 유품에서 발견된 사진이 만들어낸 긴장감이 잘 전해진다.

역사 속 명화나 소설 등을 끌고 와 고민하게 한 것도 생각의 폭과 깊이를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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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영화관
시미즈 하루키 지음, 임희선 옮김 / 하빌리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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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작별의 건너편> 시리즈의 작가인데 처음 읽었다.

제목에 시선이 갔고, 목차에서 재밌게 본 영화들이 보여 선택했다.

물론 아직 보지 않은 영화도 있지만 대충 내용은 알고 있다.

소설의 설정은 천국에 있는 영화관에서 한 사람의 삶을 영화로 상영한다는 것이다.

영화가 상영되고 나면 주인공은 다른 곳으로 가는데 그곳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다.

상영되는 영화의 주인공이 누군인지는 필름이 와야만 알 수 있다.

한 사람의 삶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그 영화의 내용은 사람마다 다르다.

살아온 방식과 환경이 다르다 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다섯 편의 영화와 그 영화 속에 녹아 있는 각자의 삶은 그 자체로 진한 여운과 울림을 준다.


오노다는 자신의 과거에 대한 기억이 없다.

어떻게 천국에 왔는지, 죽기 전의 상황은 어떤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그에게 영화관 지배인 아키야마 씨가 영화관 스태프를 제안한다.

수습으로 한 달 일한 후 정식 직원이 된다는 조건이다.

천국이란 것을 생각하면 약간 의외의 설정이다.

한 달의 수습이 끝난 후 노부인의 필름이 도착한다.

죽을 때 나이는 81세, 이름은 도미타 기쿠.

영화관은 그녀의 필름을 홀로 볼 지, 다른 관객과 함께 볼지 정해야 한다.

주연인 도미타 씨와 대화를 나누고, 과거의 기억 이야기도 함께 듣는다.


영화는 주연의 기억과 다른 부분들이 있다.

첫 영화가 대표적인데 그녀가 기억하는 꽃과 다른 부분이 대표적이다.

평생 다정한 부부였던 두 사람, 말년에 남편의 치매.

하지만 작가는 작은 반전과 꽃말로 예상하지 못한 울림을 준다.

이것은 너무나도 평범하고 변화가 없는 삶을 산 삼십 대 직장인의 이야기와 대비된다.

평범한 일상의 지겨울 것 같은 반복, 그 반복에서 벗어난 하루의 일탈.

극적이지도 드라마틱하지도 않지만 그 하루의 일탈이 만들어낸 멋진 장면 하나.

그 일탈이 주는 감동은 나의 과거 삶을 돌아보게 한다.

“나중에까지 기억될만한 멋진 장면이 있는 좋은 인생 영화”란 말에 공감한다.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각 개인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은 그 주연이 그리워하고 생각한 대상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자책과 후회로 가득한 삶을 제대로 보게 한다.

어떤 영화는 천국의 생활과 너무나도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죽기 전의 암담함과 비교되는 천국에서의 행복하고 즐거운 모습.

단순히 과거에만 멈추었다면 어둡기만 했을 텐데 현재 모습으로 반전을 이룬다.

이것은 마지막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무거울 수만 있는 영화에서 희망과 행복한 미래를 열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등장하는 영화 <시네마 천국>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정말 얼마나 멋지고 감동적이었던가.

예상한 결말이지만 살짝 천국의 인연을 넣어 작은 여운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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