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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손에 닿았을 뿐
은탄 지음 / 델피노 / 2025년 2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작가의 첫 작품이다.
작가는 언론사 취재기자로 활동 중이고, 소설의 배경도 언론사다.
자신의 전문 분야를 배경으로 서지영과 서은우,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서울쥐와 시골쥐>도 오마주했다고 하는데 주인공 둘이 “서” 씨 성인 것도 이 때문이다.
나의 시선을 끈 것은 초능력으로 얽힌 사이와 조현병이란 단어 때문이었다.
초능력라는 인물이 조현병 환자라는 가능성을 알려주었다.
읽는 내내 이 가능성은 머릿속을 어지럽게 했고, 하나의 장치가 되었다.
상당히 가독성이 좋고, 약간 섬섬한 로맨스로 진행된다.
이 섬섬함에 가끔씩 뿌려지는 독한 맛은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지방 도시 상산읍에 살고 있는 서지영.
제과 공장 직원이고 할아버지 병수발을 십수 년째 하고 있다.
이런 그녀가 바라는 것 중 하나가 서울로 떠나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살아 있는 동안에 이 일은 끝날 수 없다.
그런데 어느 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사람저널> 대표 서은우가 서울로 오라고 한다.
늘 공장에서 쳇바퀴 돌아가는 일정을 살아가던 그녀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서울로 떠나는데 장애가 되었던 할아버지 장례까지 치룬 상태다.
가장 친한 친구들을 뒤로 남겨두고 그녀는 서울로 향하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은 언론사 대표인 서은우는 초딩 때 짧은 인연이 있었다.
언론사 출신이었던 그가 펀드 환매조작 사선으로 사직하고 언론사를 차렸다.
영업은 자신이 홀로 하고, 기자들은 취재한 기사만 쓰면 된다.
직원이 10명이나 되는 상당한 규모의 언론사다.
<사람저널>은 출판도 하는데 대부분 대필인 듯한 자서전과 자기계발서 등이다.
처음 지영이 이 회사에 왔을 때 한 일은 단순 사무직이었다.
고졸이지만 기자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던 그녀의 기대와는 많이 달랐다.
대표가 어느 날 지영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키면서 문제는 더 커진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앞으로 이어질 두 사람의 관계를 맺어주는데 있어 작은 해프닝일 뿐이다.
대표가 지영에게 좀더 관심을 드러낼 때 자신의 비밀 하나를 말한다.
자신이 마인드 컨트롤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란 것이다.
이 능력은 상대방의 손을 잡아야 하고, 지속 시간은 겨우 5분이다.
이 황당한 이야기는 지영에게 놀리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초능력을 시현하면서 보여준 몇 가지 일들은 의혹을 품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둘이 함께 움직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점점 둘 사이가 가까워진다.
은우에게 끌리는 이유가 그의 초능력 때문일까? 아니면 실제 마음이 움직인 것일까?
둘 사이의 로맨스는 어느 순간 멈출 수 없는 한계까지 도달한다.
언제나 최고 행복한 순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긴다.
이 소설의 반전은 바로 이 예상하지 못한 일에서 일어난다.
곳곳에 작가는 자신의 기자 경험을 녹여내었다.
기자들이 취재뿐만 아니라 영업까지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털어놓는다.
메르스 등은 그대로 말하면서 왜 코로나 19는 다른 이름으로 부를까 하는 의문이 있다.
두 사람의 숨겨진 사연이 하나씩 밝혀질 때 의외의 상황에 놀란다.
둘 모두 큰 아픔을 안고 있고, 이 아픔은 그들의 마음을 갉아먹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은우의 전 여친 이윤경의 비중이 늘어난다.
그냥 질투하는 여자정도로 생각했는데 재밌는 일들이 생긴다.
거대한 연극의 연출자였던 재욱이 경쟁자로 활약하지 못하고 사라진 것도 아쉽다.
은우가 하는 말이 아니라 은우를 믿는다는 말은 가장 사랑스러운 고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