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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으로 들어가기
카롤리네 발 지음, 전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처음 만나는 독일 작가의 소설이다.
이 소설 이전에 출간된 책이 <스물두 번째 레인>이다.
전작을 말하는 이유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 이번 소설 주인공 이다의 언니 틸다이기 때문이다.
책 겉날개에 나온 책 소개 내용이 이번 소설에 나온 것과 너무 닮았다.
한 집안의 두 자매의 각각 다른 시간과 시점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 같다.
전작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 정도 유사성이 있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하지만 설정과 상황, 이름 등을 감안하면 이어지는 소설일 것 같다.
이다가 어린 시절 언니와의 추억을 말할 때 특히 잘 드러난다.
언제 시간이 되면 한 번 읽고 확인해보고 싶다.
이다는 엄마가 죽은 후 불안정한 시간을 보낸다.
언니 틸다가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기차표를 보내주었지만 가지 않는다.
임대해지계약서를 보내고, 무작정 떠나 가게 된 곳이 발트해의 섬인 뤼겐.
유스호스텔에 머물면서 자신만의 세계 속으로 빠진다.
그러다 바다에서 수영을 하는데 안전요원이 그녀가 얼마나 위험했는지 지적한다.
하루 아르바이트 비용이 너무 적어 찾아간 곳이 동네 작은 술집이다.
경력을 살짝 속이고 이곳에서 일해 생활비를 벌 생각을 한다.
그런데 일한 지 얼마되지 않아 그녀가 쓰러진다.
술집 주인 크누트는 아내 마리안네를 불러 그녀를 집으로 데려간다.
낯선 사람의 호의가 그녀의 삶 속에 스며 드는 순간이다.
이다는 가슴속에 큰 아픔을 품고 있다.
이 아픔을 밖으로 드러내는 데 서툴고, 겁을 먹고 있다.
죽은 어머니와의 추억이 스쳐 지나가고, 수영장과 언니의 기억이 수시로 떠오른다.
이 과정에 그녀의 불안과 불안정한 마음은 갈 바를 찾지 못한다.
마리안네의 따뜻한 보살핌은 그녀 속에 꼭꼭 숨겨둔 아픔을 풀어낸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불안감을 완전히 내려놓지 못한다.
이것은 나중에 마리안네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다시 한번 크게 드러난다.
그녀의 말과 행동과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그녀가 어디로 튈지 몰라 불안하다.
여기에 낮은 자존감과 부족한 자신감은 자신의 삶을 더 힘들게 한다.
낯선 곳, 낯설 사람, 그리고 갑자기 다가온 한 남자 라이프.
라이프와 이다의 관계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둘이 나누는 대화, 빈도, 시간 등을 생각하면 시작하는 연인으로 보기 힘들다.
이다가 엄마와의 기억으로 힘들듯이 라이프도 할아버지의 병 때문에 힘들어한다.
할아버지 때문에 섬에 오기 전 라이피는 뛰어난 디제이로 유명했다.
형부를 통해 그 이름을 확인하고, 유튜브로 그가 디제잉하는 것을 봤다.
하지만 왠지 둘은 거리를 두고, 어색해하고, 주변을 맴돈다.
이 둘에게는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의 열정과 욕망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한 것은 나의 조급함과 나의 미숙한 경험 때문이다.
20대 초반 여성이 혼자라는 생각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이웃인 된 사람들의 도움이 그 벽을 조금씩 깨트리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엄마의 죽음을 발견한 그녀, 그 이전에 있었던 친구와의 즐거운 여행.
알코올 의존증을 가진 엄마와 자신을 두고 떠난 언니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이고, 트라우마가 된 엄마의 죽음은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자신이 바라는 바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기대지도 못하는 그녀.
그녀의 생각과 대비되는 마리안네가 보여주는 따뜻한 환대와 관심.
그리고 그녀만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들.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의외로 라이프다.
그의 어린 시절 경험과 성장이 주변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을 잘 꿰뚫어본다.
개인 취향과는 벗어나 있지만 이다는 한동안 내 머릿속에서 쉽게 떠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