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분이 이렇게 쉬웠어?
류치 지음, 이지수 옮김, 정동은 감수 / 동아엠앤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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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분을 생각하면 고등학교 때가 생각난다.

중학교까지는 수학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는데 이때부터 힘들었다.

나의 이해력 부족도 이유 중 하나지만 선생들의 입시용 수업도 하나의 이유다.

원리를 설명하기보다 암기식으로 공식만 열심히 가르쳐주었다.

하나의 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 수 있다는 것을 몰랐던 시절이었다.

당연히 이것은 머릿속에 혼란을 불러왔고, 그냥 외우기 바빴다.

이렇게 배운 수학은 대학을 지나면서 하나씩 잊혔다.

이 잊힌 수학은 어느 순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씩 생겼다.

그래서인지 보지도 않을 수학 관련 책들을 몇 권 사기도 했다.

하지만 읽지도 공부하지도 않았고, 다시 이 책의 제목에 홀렸다.


이 책은 <수학책을 탈출한 미적분>의 개정판이다.

이때 부제는 ‘일상 생활 속 숨은 미적분 찾기’였다.

개인적으로 이 제목이 더 맞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제목이 더 끌린다.

열 개의 사례로 미적분에 대해 설명을 한다.

일상에서 만날 수 있거나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다.

‘열 가지 일상적 상황을 통해 미적분의 핵심 원리를 자연스럽게 유도’한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졸업 후 수학에 대한 지식이 중학교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이의 초등학교 수학 문제를 풀면서도 버벅거리고 헤매는 실력으로는 무리다.

물론 1장의 개념은 쉽게 이해가 되었지만 그 깊이 들어가면 멈출 수밖에 없다.

잊고 있던 수학의 용어와 개념을 알아야 하는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한 장씩 읽어 나갈 때마다 나의 처참한 이해력과 수학 실력에 놀란다.

공식이 늘어날 때마다, 풀이 과정이 수식으로 가득할 때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읽게 되는 것은 풀이 이전에 나온 개념에 대한 설명 때문이다.

수학적으로 풀어내지 못한다고 해도 개념의 일부는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 각 용어의 정의와 기초 지식을 더 공부한다면 다를 수 있다.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공부한다면 저자가 바라는 바를 이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정도 정성이나 노력이 없다면 한 번 읽고 이해하기는 어려운 책이다.

전문가들의 추천은 그 분야를 잘 알기에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전공했고, 계속 공부한 경우 다른 사람보다 쉽게 이해하는 것과 같다.


현재 미적분을 공부하고 있고, 최근까지 공부한 사람이라면 어떨까?

아마 내가 이해한 것 이상이고, 추천자들의 말대로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책을 이해하는 데 미적분에 대한 최소한의 기초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인, 코사인에 대한 지식도 잊고 있는 나에게는 무리였다.

부록에 나온 것들도 나에게는 암호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에게는 아주 멋진 수식일 것이다.

이 공식 하나에 얼마나 많은 것이 들어 있는지 알기에 하는 말이다.

정말 아는 만큼 보이고, 굳어가는 뇌세포를 깨우는 것이 필요함을 느낀다.

언젠가 이 책을 이해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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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 독 살인 사건
윤자영 지음 / 북오션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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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이를 키우면서 학폭을 보면 생각한다.

내 아이가 학폭의 피해자가 되면 어떻게 행동할까?

단순한 피해에서 그치지 않고 죽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떨까?

이 질문에 대한 답 중 하나가 이 소설에서 벌어진다.

딸의 죽음을 자살로 처리한 경찰과 가해자 가족들.

법은 사실을 규명하고 처벌하기보다 돈과 권력의 편이었다.

학교의 대처는 또 어떤가? 사실을 말하려는 교사를 말리고 처벌한다.

억울한 죽음,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과 고통.

하지만 딸의 아버지는 5년을 참았다가 딸의 복수를 한다.

왜냐고? 복수를 하기 위한 준비와 다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소설은 네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는 딸을 잃은 아버지 신용득이 잔인한 복수를 한다.

이 복수극을 발견한 형사들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범인을 뒤쫓는다.

범인은 자신이 준비한 대로 딸 사건의 가해자들을 모두 죽이려고 한다.

처음 두 명은 쉽게 죽였지만 세 번째는 조금 더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경찰은 피해자를 발견하고 시체에서 복어 독을 발견한다.

잔혹한 복수가 복어 독과 어우러져 더욱 잔인하게 발전한 것이다.

마지막 대상은 자신이 대상이란 것을 알고 더 공포가 질리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상황은 자신이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 않고 결국 붙잡힌다.


첫 장이 끝나면서 이 복수극이 너무 간단하게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딸의 친구였던 가흔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가흔의 힘겨웠던 해외여행과 악착 같은 삶을 하나씩 보여준다.

하지만 일확천금의 꿈은 야생에서 늘 조심하던 그녀의 경계를 무너트린다.

코인 사기를 당한 그녀, 하지만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의 고등학교 졸업을 도와준 선생님 남선을 만난다.

남선 또한 코인 사기의 피해자다.

남선을 통해 조금이라도 보상을 받고자 만난 변호사 최가로다.

다른 소설에서 탐정 역할을 한 듯한데 나에게는 낯설다.


국선변화사 최가로는 신용득의 변호인이 된다.

세 명을 잔인하게 죽인 신용득은 사형을 생각하고 있다.

실질적인 사형이 오래 전에 중단된 한국에서 사형은 무기 징역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사형 판결을 받는 것과 무기 징역에 처해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범인의 마음을 돌리려는 변호사, 복수를 마무리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아버지.

20대 청춘의 팍팍한 삶과 외국에 사는 자식을 둔 선생의 삶.

엄청난 친화력을 보여주는 가흔이 세 여인을 하나로 묶는다.

거침없고 거칠지만 가스 한 곳에 따뜻한 마음을 가진 가흔이다.

이런 가흔을 곁에서 조용히 도와주는 인물들이 남선과 최가로다.


복수를 마무리 짓지 못한 아버지. 

그가 5년을 참은 이유와 사건의 진실이 하나씩 풀려나온다.

학교에서 학폭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이 소설에서 드러난다.

사적 복수를 찬성할 수 없지만 그의 마음 일부는 이해가 된다.

이런 그의 마음에 대해 가흔과 남선과 가로의 생각이 서로 다르다.

현실에 대한 더 깊은 이유는 남선과 가로이고, 감정적인 부분은 가흔이다.

그리고 다른 사건이 하나 더 벌어지면서 세 여인은 이 사건을 더 깊이 파고든다.

사실보다 권력에 의한 악의가 얼마나 무서운지 그 현실을 보여준다.

약간 거친 듯한 구성과 전개이지만 뛰어난 가독성 때문에 거침없이 달렸다.

기존의 탐정 소설이나 경찰 소설과 다른 방식인데 재밌다.

다만 불필요한 듯한 술자리와 과음은 개인적으로 조금 거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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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어둠의 천문학
은하른(신박천문연구소) 지음 / 든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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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천문학이나 물리학과 관련된 책 몇 권을 읽었다.

과학사를 읽으면서 나의 무지를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어느 정도 지식이 쌓였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무지를 깨달았다.

이전까지 읽은 우주에 대한 책들은 우주의 밝은 면에 집중했다는 사실도.

그렇다고 이 책이 제목대로 어둠으로 가득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의 다른 면을 들여다보고 생각하게 한다.

이 다른 면은 물리학적 시선으로 우주를 재해석하는 것이다.

그 어둠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해석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우주의 공포나 고독 등을 떠올리게 한다.


네 개의 장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첫 장 코즈믹 호러는 우리의 태양계가 얼마나 작은 지 알려준다.

사실 이 내용은 특별한 것은 없지만 마트료시카 인형을 예로 들면서 이해를 돕는다.

개인적으로 특별한 내용은 없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재밌다.

안과 밖에 대한 해석과 처음 듣는 용어들의 나열은 또 다른 우주를 떠올린다.

그리고 소행성의 사각지대 궤도 이야기는 순간적으로 섬뜩함을 느끼게 했다.

당연히 모든 소행성의 궤도를 알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주의 붕괴 가능성에 대한 부분에서 이 책에서 반복되는 표현이 등장한다.

“가능성은 0이 아니다.” 과학적이지 않고 감정적이지만 순간 서늘하다.


천문학을 잘 모르는 독자라면 앞파벳과 숫자로 표기된 것의 의미를 알 수 없다.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딴 별이나 우주 현상도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태양풍에 대한 것은 다른 책 등에서 본 적이 있다.

강력한 태양풍이 지구에 도달할 때 인류는 대정전을 마주한다.

여기서 저자는 다시 인류에게 돌아온 밤 하늘의 모습을 말한다.

낭만적인 듯한 이 글이 끝나면 시간 여행의 환상을 깨트린다.

빛보다 빠른 것이 없고, 인과율을 말하면서 말이다.

개인적으로 화성에 도달한 지구인이 뿌린 물이 학살일 수 있다는 말에 놀랐다.

다른 생태계를 감안해서 현재 진행 중인 과학적 논쟁이라고 한다.

다른 책에서는 잘 보기 힘든 이야기라 신선하게 다가왔다.


인류가 우주로 보낸 전자파 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재밌다.

류츠신의 <삼체> 시리즈를 보면 위치가 드러날 때 생기는 문제를 심각하게 다룬다.

하나의 은하를 파멸시키는 강력한 존재와 무기는 또 어떤가?

다른 지적 생명체의 가능성과 필터 이야기는 또 다른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리고 태양계에 존재하는 수성, 토성, 목성 등에 대해 처음 듣는 이야기도 많았다.

토성의 포이베 고리가 대표적인 것이다.

얼음이 아닌 먼지로 구성되어 있고, 엄청나게 거대하다.

그림으로 보면 그 거대함이 눈에 들어오지만 숫자로는 잘 인식하지 못하겠다.

푸른 지구가 이전에는 보라색이었을 수도 있다는 가정은 또 어떤가!


천문학자들이 별자리를 잘 모른다고 할 때 놀랐다.

하늘의 별을 좋아하면 별자리도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빛 공해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너무 어두운 것에는 아쉬움이 있다.

우리나라 새해 자정이 틀렸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어딘가에서 봤는 데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32분 시차는 분명 처음이다.

건국 초기 이 30분을 반영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새해와 구정과 설날의 변화를 계속 지켜봤지만 이것의 의미는 새로웠다.

달력의 의미와 중요성은 알면 알수록 더 무겁고 대단하게 다가온다.

천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새로운 정보를 더 얻고 싶다면 좋은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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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제13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이선화 외 지음 / 북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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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매년 재밌게 읽고 있는 수상작품집이다.

이전과 다른 느낌이라 개인적인 호불호는 생길 수 있다.

매년 읽고 있지만 이런 다양한 장르를 다루는 문학상이 있다는 것이 즐겁고 반갑다.

이번에도 다섯 편이 실려 있는데 예상하지 못한 기발함이 보인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현실이 만나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었다.

이 기발함이 현실에서 가능한가? 하는 부분은 읽다 보면 뒤로 밀려난다.

사람과의 관계, 안드로이드 등과의 관계 등이 더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 관계들이 나의 현실과 마주할 때 점점 큰 울림으로 자란다.

이전보다 즉각적인 재미는 조금 떨어질지 모르지만 여운은 더 짙게 남는다.


이선화의 <고래는 낙화한다>는 동생과의 관계를 다룬다.

식물인간 같은 상태의 동생, 동생이 남긴 장기기증증서.

배달 라이더 박진은 이 상황에 이해되지 않고, 동생을 포기할 마음도 없다.

그리고 전세계에 죽은 고래의 시체가 낙하한다.

처음엔 좋게 작용했던 이 낙하가 어느 순간 사람들이 죽으면서 분위기가 바뀐다.

언제 어떤 고래가 어디에 떨어질 지 알 수 없는 현실.

이 현실에서 힘겹게 동생을 간병인에게 맡기고, 자신은 더 많은 돌을 벌기 위해 노력한다.

동생을 포기할 수 없는 그 마음. 혹시 하는 절박감.

고민과 처절한 몸부림, 현실의 높은 벽. 읽는 동안 무거웠고 많은 생각이 오갔다.


양지숙의 <핑키 프로미스>는 처음에는 황당했다.

핑키라는 쥐를 먹을 수 있으면 셀럽으로 성공할 수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화자의 동기 성주가 편의점에 나타나 핑키를 살 때만 해도 평범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성주가 이 핑키를 먹지 못하는 것을 보고, 화자의 마음 속에 악의가 자란다.

이 악의는 교통 사고로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과거와 맞닿아 있다.

성공을 위한 하나의 통과 의례와 같은 핑키 먹기 도전과 성공.

화자는 성주를 위해 이것을 도와주는 스튜디오를 찾아낸다.

스튜디오의 도움으로 핑키를 먹는 데 성공한 성주와 그 성공의 이면.

마지막에 이 핑키 먹기가 트라우마 극복과 이어져 있음을 알려준다.


최주희의 <옮겨심기 서비스>는 기발한 발상과 관계의 단절이 눈에 들어왔다.

단순히 옮겨심기란 단어만만으로는 알 수 없지만 그 내용은 기발하다.

은하의 아버지 뇌를 문어의 몸통 속으로 옮겨심기를 한다.

갑작스러운 통지로 알게 된 이 사실과 옮겨심기 서비스.

문어가 된 아버지와의 어색한 대화와 소통.

이 부녀의 관계와 과거사가 문어와의 면회 속에 흘러나온다.

이 기술의 현실 가능성보다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부녀의 모습이 더 눈길을 끈다.

그리고 왜 그들은 조금이나마 관계를 좁힐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원하릴의 <홈.zip>은 휴머노이드 박제사 홈의 감정과 작업이 여운을 남긴다.

외계 행성에서 동료를 잃고 홀로 복귀한 하석의 불법적인 의뢰.

이 불법 의뢰를 그대로 이행하는 홈과 그 과정에 발생하는 과열된 열정.

창조 작업과 휴머노이드의 감정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김이숨의 <호랑이의 맛>은 고기를 못 먹는 트라우마와 인간의 탐욕이 뒤섞여 있다.

대기업 메타버스 동물원에 량이 데이터를 등록해야 한다.

사료를 못 먹어 삐쩍 마른 호랑이 량이를 돌보는 동구

동구의 과거 트라우마와 이 사업 이면에 깔린 인간의 식탐.

낭만적 엔딩 뒤에 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현실의 씁쓸함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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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고루 먹고 가시게 - 한국무속 앤솔러지
김아직 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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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한국 무속을 재해석해서 장르 소설로 풀어낸 앤솔러지다.

일본 추리소설을 볼 때 부러워하던 것 중 하나가 민간 신앙을 잘 녹여낸 것이었다.

이 앤솔러지가 그 수준까지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낯익은 무속을 재밌게 풀어내었다.

무당, 제사, 굿, 고사상까지 낯익은 소재들이다.

이 소재들을 미스터리나 호러와 엮었는데 재미있다.

물론 완성도가 부족하거나 아쉬운 점도 있지만 조금은 지면 탓을 하고 싶다.

좀더 분량이 많았다면 세밀하고 풍부한 내용으로 채워졌을 것이다.

이 아쉬움은 낯익은 소재들을 잘 활용한 것으로 조금 채워진다.

물론 나에게 익숙한 단어나 행위가 누군가에게는 낯설 수도 있다.


김아직의 <사람 고기를 내어드리니>는 트릭을 잘 사용하고 있다.

잡귀를 단순한 조연이 아닌 주연급으로 다루고 있다.

출사 왔다가 가방을 잃고 강변을 뒤적이다 발견한 굿판.

도당굿이 벌어지는 곳에서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귀신들.

연목리 사람을 잡아먹고 싶다고 말하는 귀신의 뭉치.

악귀라고 생각하고, 악귀에게 줄 희생자로 살인자를 쫓는다.

작년 수도 검침원 아주머니 살인 사건의 범인을 말이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를 방문하지만 허점이 너무 많다.

다른 곳에서 진범을 마주하지만 상황은 기대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 소설을 재미는 이 범인 찾기가 아닌 주인공의 정체와 원한 풀기다.

교묘하게 풀어내고 가린 시간의 흐름은 멋진 트릭이다.


정명섭의 <금단의 술법>은 소환굿을 다룬다.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굿으로 작가가 창조해낸 것이다.

무속학자 강성찬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학교 폭력 피해자 가족의 복수를 다룬다.

이 소설 설정의 재밌는 점은 소환굿으로 자신의 영혼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것이다.

단순히 한 사람에게만 혼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순서를 정해 옮긴다.

소환굿을 한 무당의 정체, 그런 복수를 하게 된 이유 등이 나온다.

권력의 힘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덮고, 오히려 가해자로 만든 가해자와 그 가족들.

학교란 공간이 더 이상 안전하지도, 안전을 지켜주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복수에 공감하는 강성찬이지만 다른 이유 때문에 이것을 막으려고 한다.

마지막 장면은 갑작스러운 부분이 있고, 감정적인 부분도 많아 조금 아쉽다.

현실에서 법의 불공정함을 말하는 작가의 말에는 공감할 수밖에 없다.


문화류씨의 <대운의 기운을 내리소서>에는 대운굿이 나온다.

영험한 무당이 이 굿을 제대로 치르면 주수정의 한 해는 대운이 온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번 굿에는 무당 두 명이 굿판 중에 죽었다.

원래 자신의 대운을 열어 준 무당은 오래 전에 죽었다.

두 번째 죽음 이후 자신의 전담 무당에게 이 사건에 대해 묻는다.

약간 코믹하고, 과장된 듯한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장면들도 그렇게 무겁지 않다.

귀신을 찾아 벽조목으로 물리치려는 노력과 코믹한 의심.

그러다 드러나는 범인의 정체는 갑자기 장르를 비틀어버린다.

웹소설에서 본 단어와 굿을 연결한 부분은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다.


최하나의 <한밤중의 고사상>은 제목대로 고사상 사건을 다룬다.

대학원에서 범죄심리학을 공부하려는 인수는 범죄 관련 방송 등을 틀어 놓고 생활한다.

그런데 방음이 잘 되지 않아 살벌한 이야기들이 다른 집에도 들린다.

같은 빌라 아주머니의 한 소리를 듣고 조심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다 이전에 신청했던 사당 투어의 날이 되었다.

사당, 지적 호기심에 신청했지만 당일 가보니 자신이 바란 것과 달랐다.

그러다 발견한 출입 금지 구역 문 사이의 빛과 문틈 사이의 상 하나.

그리고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기절하고, 그는 상 위에 있던 사람 머리 세 개에 대한 기억.

증거도 없고, 황당한 주장에 경찰은 이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착각일까 하는 순간 같은 머리 없는 시체 셋의 새로운 발견.

경찰은 자신의 말을 믿지 않고, 인수는 이 살인사건을 막기 위해 조사와 온갖 노력을 다한다.

마지막에 오컬트와 엮은 부분은 조금 약한 부분이 있지만 장편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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