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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곡미풍 -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
위화 지음, 백도라지 옮김 / 푸른숲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랜만에 위화의 에세이를 읽었다.
조금 힘들게 읽었던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 이후 처음이다.
이 에세이는 위화의 소설과 다른 시각과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기억 때문에 이번 책도 약간 걱정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인터넷 서점으로 검색하니 생각보다 많은 에세이들이 보인다.
개인적으로 놓치고 있었던 제목들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사놓고 묵혀두고 있는 책들과 함께 언젠가 읽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는 이번 에세이가 재밌고, 추억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그가 경험했던 몇 가지는 나의 어린 시절과 닮아 있었다.
바다에서 수영하다 해류에 휩쓸려 가는 장면은 나의 오래된 기억을 불러왔다.
수영도 잘 못하는 내가 팔 튜브 하나를 찾겠다고 바다를 헤엄쳤던 그때를.
한참 나간 후 튜브는 잡지 못하고 멀어진 거리에 놀라 뭍으로 돌아왔던 그때를.
이런 기억들은 다시 다른 이야기들과 맞물리면서 기억의 문을 열었다.
이 책의 앞부분 에세이들이 최근에 쓴 것들이라면 뒤로 가면 90년대 글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이 시기에 쓴 글들이 더 많은 추억을 불러왔다.
물론 나와 다른 환경에서 살았던 그와 닮지 않은 부분이 더 많다.
하지만 그 바탕에 깔린 이야기들은 비슷한 부분들이 많다.
아주 어릴 때 이모집에 놀러갔다가 동네 형들이 나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 너의 집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 사는 도시 이름을 말했다.
그때 돌아온 말이 그 흔한 그 도시가 너의 집이냐? 하는 것이었다.
어린 나에게 버스 정류장 몇 개만 넘어가면 엄청나게 먼 거리였다
어른이 된 후 어릴 때 대단한 모험처럼 갔던 곳을 차로 지나가면서 추억에 잠겼다.
소년의 세계가 얼마나 작은 지, 세상은 얼마나 거대한 지.
위화의 형이 2층에서 보이지도 않는 바다가 보인다고 거짓말을 하지만 그것을 믿던 아이들.
별 거 아닌 것을 우기면서 사실처럼 믿고 했던 그 시절.
그런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살아났다.
쿠스트리차의 묶지 않은 신발끈 이야기는 아픈 현실을 담고 있다.
그에게 신발 끈을 꽉 묶는다는 것은 긴장해서 언제든 도망치려 한다는 의미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불편해 보이는 이것이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행동이다.
이 이야기가 위화의 말더듬이 증세와 연결해서 풀리는데 웃픈 부분이 있다.
특히 사형인 앞에서 그 말더듬이 증상이 나타난 부분이다.
이 사연을 말하면서 그의 신발 끈은 한 번도 풀린 적 없고 꽉 묶여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의 신발 끈을 보면서 내 삶도 그런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다음에 신발 끈이 풀리면 좀더 여유를 가지고 묶어야겠다.
위화와 형이 어릴 때 부모님이 집에 가두어 놓고 일하러 간 모양이다.
밖에서 잠궈 안에서는 나갈 수 없었다고 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오래 전 잠긴 집에서 불이나 아이들이 죽었던 비극이 생각났다.
다행히 위화 형제는 별 탈 없이 잘 자랐지만 이것이 일상인 모양이었다.
두 형제가 갇힌 집에서 자신들만의 놀이를 찾고 노는 모습은 재밌다.
이때 5킬로미터 떨어진 바다에 대한 기억이 흘러나온다.
그때 아이들이 그렇게 가고 싶었던 바다를 이제는 부모님이 가자고 하신다.
바뀐 상황이 씁쓸하지만 바다는 여전히 그대로다.

아들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은 데 자신의 취미를 이식하려고 했다.
그런데 몇 개월의 노력이 동요 한 곡에 바로 무너져 내린다.
콜라를 술이라고 속여 트림하게 하는 또 얼마나 재밌는가!
이런 아들과 관련된 재밌는 에피소드는 아들의 폭주로 이어진다.
아마 옆에서 봤다면 아이 아빠가 아이를 잘 다루지 못한다고.
아니면 아이가 너무 떼를 쓰거나 버릇없이 키웠다고 말할 것 같다
90년대 초반 그가 배이징에 매료된 부분으로 난방기를 말했다.
그 시대 중국과 집 구조를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 그때 근처 집들의 커튼을 둘러보면서 풀어낸 이야기에 공감했다.
“우리는 집이 없어도 청춘이 있잖아.” 낭만적으로 드린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집이 생겼지만, 청춘이 없다.”는 현실이 바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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