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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힘 - 위대한 삶의 여행자들을 찾아서
마리-루이제 폰 데어 라이엔 지음, 김미선 옮김, 노지혜 사진 / 북스토리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춘향전의 한 구절처럼 '몽둥이 들고 지켜도 못 막고, 철사줄로 동여매도 잡지 못하는' 것이 가는 세월이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체력이 저하되는게 생로병사의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사회적인 나이는 개인적인 노력여하에 따라 생물학적인 나이와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에게 나이가 갖는 의미는 무엇이고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걸까?
『내인생의 힘』은 '위대한 삶의 여행자들을 찾아서'라는 부제의 책이다. 저자가 2년 동안 유럽과 미국, 특히 런던, 에든버러, 파리, 니스, 밀라노, 마드리드,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지를 다니며 13인의 명사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이 책은 나이가 든다는 것이 전적으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전제를 가지고 출발한다. 저자는 서두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나이가 든다는 것을 내적 경험으로만 여기며 몇몇 경고성 통계들을 제외하면 거의 화제로 삼지 않는다. 노년에 대한 논의도 없고, 나이듦에 대한 모범상도 거의 없다."(4쪽) 인생의 깊은 맛을 가장 잘 담고 있는 나이가 노년이고, 살아온 인생에서 터득해온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여유는 노년이 아니고선 얻을 수 없는 행복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고령화 시대에 대배해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에 대한 숙제를 안고 있는 현대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저자의 관점인 셈이다.
이 책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나이듦에 대한 이야기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 몇몇 소제목을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행동하는 것만이 인생을 변화시킨다.', '인생은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이성과 열정의 균형이 내 행복의 열쇠이다.',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다른 사람을 대접하라.', '사랑으로 뿌린 씨앗은 말라죽지 않는다.''다른 사람에게 좋은 모범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소제목만 쭉 봐도 알 수 있듯이 저자는 나이들면서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켜갈 수 없는 삶의 변화를 긍정적이고 열정적으로 살아나간 13인의 명사들의 지혜를 통해 나이의 의미를 논하고 있다. 이를테면 영국의 동물학자인 제인 구달은 일흔다섯 살의 나이에 1년에 약 3백 일 동안 세계를 돌아다니며 동물과 환경보호를 위한 강연과 강의를 계속하고 있다. 그녀에게 일흔다섯이라는 나이는 '단지 더 많은 것을 할 수 없다는 시간적인 아쉬움' 뿐이다. 오히려 세월이 가져단준 현명함이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나이들면서 배운 가장 중요한 것들은 "용기를 가질 것, 내 확신을 지킬 것, 진실할 것, 그리고 스스로에게 성실하며 동시에 타인에 대해 이해심을 가지고 너그럽게 열려 있을 것." 이라고 한다. 그녀가 삶을 젊게 유지하며 살수 있었던 힘은 동물과 환경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외 12명의 명사들도 자신들이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힘이 되어준 것들이 있다. 가족을 비롯해서 오래된 친구, 인생의 동반자인 배우자, 자신을 사랑해주는 팬들, 예술에 대한 애정 등 나이가 들수록 그 소중함을 더 인식하게 되고, 사랑을 더 쏟게되면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살아오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또 받고 있다는 그 느낌이 나를 위로하고 나를 움직이게 합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사랑을 하고 사랑을 줄 수 있다는 것 역시 그렇습니다." (67쪽)
"젊었을 때 생각하기로는 나이가 들면 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좀 더 현명해지고 좀 더 좋은 사람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틀린 생각이었지요. 나는 더 현명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그 사람의 원래 모습이 되어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당신이 항상 분노하는 사람이었다면 노년에는 더 분노하게 되지요. 많은 사람들에게서 그것을 보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의 노년을 준비합니다. 더 나쁜 사람, 더 불편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말이지요. 가능한 한 변함없이 '나'로 남아 있으려 합니다."(75쪽)
이들 명사들의 개인적인 삶의 가치관을 인생의 진리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명사들의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삶의 진리는 있다. 그것은 결국 우리의 현재가 우리의 내일을 만든다는 의미이다. 현재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을 갖고 가족을 포함하여 소중히 여기는 것들에 사랑을 쏟는 것이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만들 수 있는 힘이라고…. 미래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 보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