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습작 - 김탁환의 따듯한 글쓰기 특강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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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하고 매혹적인 글쓰기란 무엇인가

소설은 ’노동’이라고 믿습니다. 소설이 유희라면, 기분 좋을 때만 즐기고 기분 나쁠 때 하기 싫을 때 하지 않아도 되는 놀이라면, 소설에 헌실할 까닭이 없겠지요. 적당히 즐기다가 떠나면 그만입니다.(71쪽)

요즘 출판가에는 글을 잘 쓰는 법을 배울수 있는 '글쓰기' 관련 책이 부쩍 눈에 많아졌다. 인터넷 블로그를 포함한 다양한 매체를 통한 글쓰기 바람과 입시를 위한 청소년논술 교육의 영향으로 최근의 우리 사회는 글쓰기 열풍이라고 할 만큼 폭넓은 세대에 걸쳐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전에 비해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글쓰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거라 생각한다. 이렇게 글쓰기의 무한 매력에 빠져들면서 전업작가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창작의 영역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천년 습작』은 현역 작가가 문학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문학청년, 이른바 ’문청(文靑)’ 들을 위해 만든 책이다. 그러나 표지에서 느낄수 있듯이 소위 가벼운 글쓰기 테크닉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따듯하고 매혹적인 글쓰기에 관한 작가의 생각을 전하는 책이다. 우선 이 책의 지적에 의하면 글쓰기에 뜻을 둔 이들이라면 예술을 노동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유희로 볼 것인가를 먼저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문가(직업인)에게 있어서 예술은 노동이고, 아마추어나 감상자에게 있어서 예술은 유희입니다. 또한 아마추어에게는 좋은 예술가나 좋아하는 형식, 스타일이 정해져 있지만 프로는 모든 영역을 다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71쪽) 

이는 비단 예술가들의 정신적인 노동에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다. 저자에 의하면 밤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중간에 1시간의 휴식과 식사를 제외하곤 집필과 퇴고에 몰두 했던 ’소설 노동자’ 발자크 처럼 손으로 쉴 새 없이 집필하는 것, ’과잉’으로 소설 세계에 빠지는 것만이 뛰어난 소설가가 되는 길이라고 말한다. 작가들이 천재적 재능과 하룻밤 영감으로 글을 쓸 것이라는 작가에 대한 신비감을 가진 현대인들의 편견이 잘못됐음을 지적하는 대목이다.

 저자에 의하면 작가들은 매 작품을 쓸 때마다  매혹에 빠져들기를 바란다고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시간의 부재, 그 매혹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20쪽)  프랑스 소설가인 모리스 블랑쇼의 이 문장은 저자가 문학청년 시절, 재능에 확신이 없어 불안하던, 그렇지만 글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그때, 스스로 왜 글쓰기에 매달리는지를 깨닫게 해줬다고 한다. 저자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문청들이라면 공감이 가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 책의 부제로 사용된 <김탁환의 따듯한 글쓰기 특강> 에서 ’따듯한 글쓰기’란 어떤 의미일까. 저자는 따듯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따듯하게 타인의 작품을 읽고 정리하여 자신만의 문체로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글쓰기의 기술적인 요소만 되풀이하는 일부 책들과 달리 풍부한 이야기와 저자의 경험을 통해 나오는 살아있는 조언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독의 가치가 있다. 블랑쇼, 카프카, 발자크, 폴 오스터 등 저명한 이들의 이야기를 함께 엮었다는 점도 이 책의 풍부함을 더한다.

 물론 작가의 실용적인 글쓰기 비법을 기대하고 이 책을 펼쳐든 이들라면 조금은 아쉬울 수 있다. 시점, 구조, 주제, 인물을 만드는 법을 다루는 스토리텔링 교재의 내용과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면서 구체적인 글쓰기 테크닉이나, 디지털에 기초를 둔 스토리텔링 기술을 전해주려고 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독자들, 특히 습작에 몰두하는 청년들이 각자의 눈과 손과 걸음걸이를, 하여 인생을 대하는 ’자세’를 되돌아 보게 만들고 싶었습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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