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어른아이에게
김난도 지음 / 오우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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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가 불가능한 말기암 환자에게는 항암제보다는  고통을 잊도록 도와주는 진통제가 더 절실하다. 절망이 끝을 보이지 않는 우리 젊은 세대에게는  어쩌면 이런 책이이야 말로 절실했던 건지도 모른다. 필요는 수요를 만든다. 시간이 흘러도 비루한 현실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홀로 내 던져진 청춘에겐, 그리하여 산업 역군이 되어 있어야 할 총명한 인재들이 공무원 과거 시험 준비로 영혼이 바싹 마른 고달픈 청춘이 되어 버린 시대에겐 위로와 치유와 같이 달콤한 언어 외에는 달리 그들을 구제할 대안이 없을지도 모른다.

 

견뎌라.
네 운명을 사랑해라.

 

이 어처구니 없는 운명론을 스스로 말하기는 챙피했던 모양이다. 니체를 빌려온다. 누구나 이름을 익히 들어 알고 있을 철학자 니체를 끌어들이고, 아모르파티라는 뭔가 감각적이고도 세련돼 보이는 외국어인지 전문용어인지를 첨부하면 운명론이라도 면죄부가 주어질 지도 모른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수상한 그녀>에서 노년 전문 교수가 학생들에게 노년의 특징 강의 도중 한 학생은 늙으면 뭐하러 사냐며 자기는 늙기 전에 죽을 거라고 했던 장면을 떠올려본다. 우리도 어릴 땐 어른이 안될 줄 알았다. 어른이 되면 어떻게 살지. 어른이 감내해야 하는 모든 책임과 의무와 노동을 떠안고 어떻게 살지. 두려웠지만 어찌어찌 살아졌다. 누구나 어른이 다가오고 피할 수 없이 어른의 책무를 다하며 살아간다.  평범한 가정에 시련이 닥쳐 나락으로 떨어져  죽는 것 말고는 달리 살 방법이 없은 것 같아도 대개는 자살하지 않고 살아간다. 암에 걸리기고 하고. 차 사고도 나고. 하루 아침 실업자가 되기도 하고. 배우자가 배신을 때리기도 한다. 그렇게 인생엔 온갖 시련이 있지만 저마다 교회를 가거나, 그냥 앉아서 참거나, 참지 못해 미치거나, 어쨌든 그렇게 살아간다. 너무 불행해져서 못 살것 같아도 그렇게 살다 보면 또 그 나름대로 적응하고 그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이런 종류의 책도 어떤 사람들에겐 그런 상황을 지나는 순간엔 짧은 위로가 될 수 있다.

 

니체가 말했다는 아모르파티는 네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의 철학적 용어인데 김난도 교수가 전하는 메시지는 대략 그 운명론에 가깝다. 개인의 운명은 사회가 책임질 수 있는 게 아니므로 괜히 저항하느라 힘빼지 말고, 아무리 비루한 현실이라도 그 현실, 그 운명을 사랑하라는 것.  아 알흠다워라.

 

육체적 통증이 격심할 때에도 한 순간만 살아넘기고 나면 견딜 수 있다 깊은 좌절이 그 바닥을 보여 주지 않을 때에도 마음을 호두껍데기로 단단히 감싸고 꼭 하루씩만  살아가면 견딜 수 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다 보면 신기하게도 지나간 얘기로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오고야 마는 것이다.74

 

사표를 원하는 직장인에게는 '사랑하지 않을 것이면 떠나고 떠나지 않을 것이면 사랑하라'고 충고하고, 자신은 공중목욕탕에도 책을 들고 다니며 읽는다면서 (자신과 같이 성공한 사람들을 본받아) 고독한 시간에는 자신을 성장시키라고 말하며, 결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더라도 준비나 자신감이 확실해 지는 시점이란 영원히 없으므로 마음 먹었으면 실행하라고 충고한다. 사랑에 대한 충고는 어찌 보면 그럴싸해 보일 수도 있겠다.

 

사랑에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없다. 소통이 단절되는 때가 사랑이 끝나는 때다. 항상 곁에 있고, 아무리 친밀하더라도 더 이상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랑은 다하고,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서로 소통할 수 있으면 사랑은 유지된다.  그리고 그 소통의 끝에 섹스가 있다.184

이 말이 그럴싸 해 보인다면 소통 대신 아무 긍정적 단어나 갖다 붙여 보시라. 이해, 감동, 배려, 용서, 베품, 나눔, 공감, 등등등. '이해가 단절되는 때가 사랑이 끝나는 때다.', '감동이 단절되는 때가 사랑이 끝나는 때다.', '배려가 단절되는 때가 사랑이 끝나는 때다.'  수백가지 단어를 넣어도 성립하는 게 사랑이다. 사랑이 그렇게 만만한 거다. 사랑이 만만한 게 아니라, 사랑을 말하는 방법이 만만한 것이겠지. 그럴싸해 보이지 않나.

 

여기서 영감을 얻어 갑자기 떠오르는 사랑에 대한 나의  의견.  사랑에 대한 나의 빈 칸에는 소식이라는 말을 넣어본다. 소식이 끊겼을 때가 사랑이 끝났을 때이다. 소식을 전할 수 없는 백 가지 이유는 모두 핑계다. 충분히 사랑하지 않으면 천가지 이유라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사랑은 소통이니 이해니 배려니 하는 그런 자기계발서의 저자들이 지어내는 단어가  아니에요 교수님. 사랑은요 만나지 못하면 그걸로 끝인거에요. 멀리 있어 그리운 마음은 환상이랑 부르는 거지요. 뭔가를 단순화시킬 땐 그것만이 아니면 안되는 고유성과 설득력이  필요하지 않나요. 말을 할 수 없더라도, 말로 소통할 수 없어도 왕자 옆에 있기 위해 인어는 사람이 된 거지, 소통할 수 없다고 사랑할 수 없는 건 아니거든요. 따라서 소통할 수 없으면 섹스도 무용지물이란 말은 틀렸어요.  소통할 수 있다고 해서 인어가 인어인 채였다면 왕자는 단 한 순간도 인어공주가 바라는 눈빛을 보내주지 않았을 거거든요. 다가갈 수 없으면 바라볼 수조하 없기 때문에 옆에 없으면 사랑이 끝난 거에요.

 

그렇다고 해서 변영주 감독과의 트위터 설전에서 변씨 편을 들고자 하는 생각은 없다. 다만 별 거 아닌 한마디에 아무르파티인지 뭔지 외국말을 주워다가 철학자를 동원하고 별거 아닌 생각들이 마치 영혼잃은 청춘과 애어른들의 삶의 지침서인양 불티나게 팔리고 홍보되는 현실에 대한 작은 저항에 발끈해서는  만국민이 바라보는  공개 설전 트위터로 끌고가는 모습 역시 이런 종류의 착하고 예쁜 책을 짓는 멘토로서의 이미지와는 한참 다르다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실망은 앞으로도 쭈욱 안고 가셔야 할 듯.

 

"일단 기본적으로 <아프니까 청춘이다>류의 책 을 써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정말 쓰레기라는 생각을 한다. 지들이 애들을 저렇게 힘들게 만들어 놓고서 심지어 처방전이라고 써서 그것을 돈을 받아먹나? 애들한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 면 무가지로 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그걸 팔 아먹나? 아픈 애들이라며? 아니면 보건소 가격으로 해 주던가."

 

이런 글이 프레시안에 가감없이 턱 하고 실렸을 때, 변영주가 느꼈을 기자에 대한 배신감을 생각하면 내 속이 다 쓰리다. 이런 말은 너랑 나 사이에서만 오프더 레코드로 한 말이잖니.  프레시안의 인터뷰 기자가 사적인 견해 오프더레코드를 그대로 옮겨적은 것이 화근이었어도 이걸 읽고 발끈 해서 공개 설전으로 치고 나서는 김난도 역시 어른이 되는 종류의 책을 써낼 만큼 성숙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서울대 최고 인기 교수이고, 온국민의 멘토를 자처하고 나선 사람이라면 변영주가 한 말은 자신 개인을 향한 말이 아닌,  자신이 발딛고 서 있는 자본기득세력들을 향한, 즉, 자신들이 살아온 삶의 잣대로 대안도 없이 이리저리 리드하고 자기 착취를 유도하면서 한편으로는 치유니 힐링으로 그들을 또다시 기만하고 있는 자기계발류 산업 자체를 향해 있다는 것 쯤은 알아차려야 했다.

 

아픈가. 아파하시라.  지적질 당해서 아픈 것이지, 몇백만 독자로부터 사랑받는 멘토의 권위에 난 작은 흠집 때문에 아픈 것이지,  절대적 고통, 절대적 절망 때문에 아픈 것이 아니다. 당신의 아픔은 당신이 위로하는 사람들의 아픔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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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크랩 - 1980년대를 추억하며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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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수필은 소설을 쓰는 하루키와는 다른 자아가 쓴 것 같다. 물론 칼럼의 성격상 소설처럼 자신의 내면을 투영할 필요야 없다.  그렇다 해도 만들어 내는 족족 불티나게 팔린다는 그의 수필이 설마 모두 이렇게 가볍고 '편안'하지야 않겠지. 하지만 서두를 읽고 기획의 가벼움에 조금 당황했던 것은 사실이다.


 

우리의 청년들이 보도블록을 깨서 나르고 화염병을 던지며 한국 근대사와 역사를 향해 분노하며 3인칭 전지적 시점으로의 전환을 꿈꿀 때, 일찍이 우리가 겪었던 비슷한 과정을 뚫고 지나갔을 열도의 청년들은 어떤 이상을 꿈꾸며 어떤 나른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을까. 나는 이를 엿볼 수 있는 단서가 될 수도 있을거라 생각했다. 80년대의 노스탤지어에 젖어 추억을 곱씹을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도, 책으로 엮었다는 것이 고작 그 옛날 주간 스포츠지의 짧은 칼럼들까지 푹 울궈냈을 거라고 까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좋다.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은 모조리 상품이 되는 자본주의 그래프의 꼭대기에 선 이 시점에. 그럴 수 있다. 이웃나라 반도에선 자기언어로 쓰는 작가보다도 인기있고, 배타성으로 악명높은 영미권에서도 번역서를 출판하고, 전세계 50개국에서 그의 책을 출판하고 노벨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이 세계적 반열의 베스트셀러 작가의 손끝에서 쓰여진 글이라면 낙서쪼가리라도 상품이 될 수 있는 거니까. 80년대 스포츠잡지의 가십거리를 적은 글과 올림픽 기간 중 일기까지 찾아 긁어 내어 '1980년대를 회상하며'라는오골거리는 카피라이트를 적어 놓은 이 책. 솔직히 기획 의도는 좀 뻔뻔하다.

 


<에스콰이어>, <뉴요커>, <라이프>, <피플>, <뉴욕>, <롤링 스톤즈>, <뉴욕타임즈> 등의 미국 월간 주간지 기사가 이 책의 소재다.<스포츠 그래픽 넘버>라는 일본 잡지사는 연재를 위해 이 미국 잡지들을 영어를 잘하는 하루키에게보내 주고, 재미있을 만한 기사가 있으면 스크랩해서 그걸 일본어로 정리하여 기사를 쓰라고 했다. 딱 봐도 거저 먹기지만 작가 자신도 거저먹기였다고 말한다. 그 거저먹기 기사들이 20년 후엔 노스텔지아로 탈바꿈할 해 한 권의 책이 될 줄 어찌 알았겠는가. 간혹 건질 수 없는 기사도 있었던 모양이다. 날짜가 많이 빈다.

 


하루키가 '뒹굴거리며' 엄선한 미 주간지의 기사 중엔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길라잡이의 묘미란 이런 것이다.그 많은 잡지의 그 많은 기사들 중 마음에 쏙 드는 것들만 뽑아서 걸러내고 일본인 눈에 흥미롭게 비치는 것만 하루키의 깔끔한 문체로 잘버무려 놓았으니 어찌 재미가 없을 수 있으리. 하지만 재미가 없는 부분도 있다. 많지는 않지만. 잘 모르는,혹 알더라도 별로 관심도 없는 미국스타와 부호들의 가쉽거리가 그렇다. 대부분은 가볍지만 재밌다. 영화, 음악, 문학, 스포츠 등 평소 작가의 관심 분야가 골고루 엮여 있고 지금은 세계적 스타 작가가 된 80년대 일본 젊은 작가가 미국 문화를 바라보는시선과 취향이 짧은 칼럼들 깔끔한 문장들 속에 잘 드러나 있다. 거기까지다. 인용할 문장도 멋지게 마무리할 그럴싸한 여운도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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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 한국사 : 15세기, 조선의 때 이른 절정 - 조선 1 민음 한국사 1
문중양 외 지음, 문사철 엮음 / 민음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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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만일 이런 종류의 역사책을 대했더라면, 역사가 훨씬 쉬웠을텐데.. 늘 좋은 책을 읽으면 드는 생각이지만, 역사는 내게 어려운 어휘에 대한 몰이해와  암기에 대한 부담감으로 어렵게 느껴졌던 과목이기에 더욱 아쉽다. 책이 나오자마자 유독 많은 서평이 올라왔기에 익히 들어 명성을 알고 있었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총천연색 도판이 가득한 원본 한 권과 텍스트만 묶은 소책자 한권이 같이 왔다. 소책자는 짬짬히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도, 불빛 반사 때문에 원본을 읽기가 부담스러운 밤에도 유용하고, 무엇보다도 책을 아끼지 않고 마음껏 줄을 쫙쫙 그어가며 볼 수도 있어서 좋다. 

 

설명을 돕는 그림과 사진, 각종 인포 그래픽스가 가득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역사책으로서의 구성은 특별하지 않다. 15세기 전체 국제 정세와 특히 중국과의 관계를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고려말의 몰락과 조선의 개국 등의 배경을 , 세조의 집권, 세종의 부흥기와 성종까지의 각 시대별로, 경제, 외교, 군사, 문화, 정치, 농업, 과학 전반에 걸쳐 객관적으로, 어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서술한다. 

 

 

 

 

이 책에서 인상깊은 점은 어떤 제도를 시행하거나 공을 소개할 때, 그 배경 과정을 여러 문헌들을 곁들여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공법이 제정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기에 앞서 과전법의 전세 수취 방법인 담험수취제의 폐단을 배경으로 설명하고, 세종이 공법을 제정하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적고 있다. 세종의 치적은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다시 만나도 위대하다. 공법이라흔 새로운 전세 수취 법제를 제정하기에 앞서 문과 책문을 직접 출제하는가 하면, 공법 제정 논의를 시작하던 무렵 이에 대한 찬반 여론 조사를 전 관민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 때, 촌민으로 불리던 일반 백상의 의사까지 적극 수용하려 했던 점은 민본과 위민을 현실적으로 실천하려는 강한 의지였다. 일종의 국민투표인 셈이다. 한글 창제와 관련된 오해와 진실, 과학 기술 발전을 위한 노력, 음악에 대한 깊은 사랑, 여진을 치고 비로서 공고히 한 북방 경계선, 어느 한 분야 소홀함이 없이 골고루 뜨거운 정렬을 실행에 옮겼던 대왕의 업적 뒤편에 있던 이야기들이 매번 작은 감동을 준다. 이렇게 자세히 알게 된  사실에, 그 전에는 막연했던 세종 대왕에 대한 존경심이 좀 더 구체적으로 변했다.

 

시대와 지역을 뛰어넘어 세종의 업적은 한 명의 국왕이 이를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 주었다. 그를 보필한 신하들조차 뛰어났다.

 

 1401년부터 1450년까지 15세기의 절반은 조선의 가장 뛰어난 국왕들인 태종과 세종의 탁월한 통치에 힘입어 획기적으로 발전했고, 이러한 이른 문화적 절정은 15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막을 내리고, 성종의 통치가 안정적인 궤도에 이르기까지 혼란을 거듭했다.

 

스토리텔링 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처럼 모든 역사적 사건에는 이야기가 있다. 만일 학생들을 가르치는 역사 교사가 훌륭하다면, 이 책처럼, 시대를 관통했던 역사적 사건들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풀어줄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중학교 역사 교사는 칠판에 뜻도 모르는 글자들을 잔뜩 써놓고는 다음 주까지 외워오라고 하고는, 매 수업 시작할 때마다, 칠판의 내용을 그대로 백지에 외워서 쓰는 시험을 봤다. 암기력이 부족해서 고달팠던 그 때의 기억은 어둡다.  교과서가 이런 내용들을 모두 싣기는 어렵겠지만, 보조적인 수단으로 학교에서 함께 활용하면 학생들의 역사 이해에 아주 큰 도움이 될 듯하다. 감동이 있어야 기억은 오래간다.도도하게 흐르는 역사는 우리에게 하나의 감동 그 자체이다.  다양한 시각 자료를 제시하고, 사실을 파헤쳐 스토리를 전달함으로써 하나의 이야기로 가슴에 품는 것만으로도 역사와 역사 속 인물은 인식과 사고의 틀을 넓혀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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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그림들의 인터뷰 - 미술품 도둑과 경찰, 아트 딜러들의 리얼 스토리
조슈아 넬먼 지음, 이정연 옮김 / 시공아트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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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작품 659점, 호안 미로 397 점, 샤갈 347 점, 살바도르달리 313 점, 앤디워홀 216 점, 렘브란트 199점.이것은 2011 년 세계적인 도난 미술품 등록 데이터베이스인 아트 로스 레지스터이 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명화들을 인기 순으로 정리한 것이다. 세계적인 미술관들을 아무리 돌아다녀도 절대로 만나지 못할 작품들이며, 우리가 원하는 작품을 보기 위해 세계 유명 갤러리들을 순방해도 많은 작품을 만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맘에 드는 미술품을 구매했는데 알고 보니 도난된 미술품이라면 어떨까? 그 미술품은 누구의 소유일까.  도난품이므로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할까.  내가 직접 훔친 것이 아니고 돈을 주고 구매했으므로 내 소유일까. 미술계에서는 이런 일이 일상적으로 일어나지만 1993년 영국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도난품 소유권 분쟁에 얽힌 실화는 한 편의 잘 짜여진 코메디다.


 짐 그로브스는 버몬지 시장이라는 골동품 거래 시장에서 오래된 초상화 두 점을 각각 한화 10만원, 15만원 정도에 구입했다. 친구 중 한 명이 초상화의 이니셜을 발견하고는 전문 감정을 받아보라고 했고, 그는 동서 오설리번과 함께 감정을 받으로 소더비로 갔고, 즉시 체포되었다. 그 그림들은 얼마 전까지 법률 협회 링컨스 대회당의 벽에 걸려 있던 레이놀즈와 게인즈버러가 그린 초상화로 세계적인 미술관들이 영구 소장하고 있는 대가의 작품들이었고 1990년 다른 그림과  한 점과 함께 회당 벽에서 도둑맞은 그림이었던 것이다. 조사 결과 무혐의로 인정되어 풀려났지만 그림은 압수당했고, 그림값도 회수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해가 뜰때부터 질 때까지 공정한 거래로 구입한 모든 물건에 대한 법적 소유권은 구매자에게 넘어간다'는 영국의 오래된 공개시장법  조항을 한 기자로부터 전해듣게 되고,  링컨스인에게 그림 값으로 1억3천만원을 보상한 보험사와 소유권 분쟁에 들어간다. 보험사는 그림을 찾아준 대가로 한화 1700만원을 제안했지만, 짐과 동서는 그 대가들의 초상화가 백만, 천만 하는 엄청난 가격에 거래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욕심을 낸다. 큰 돈을 벌려던 두 덤앤더머는 보험사가 보상금으로 애초 링컨스인에 지불한 금액의 돈을 보험사에게 지불하고 그림의 소유권을 가져와서 수백만 파운드에 되 팔 계획을 세우고 집을 팔아 실행에 옮긴다. 그러나 예상한 가격에 팔리지 않았고, 빚더미에 올라 앉게 된다. 그들은 그림을 팔기 위해 밀반출하여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변호사를 고용하고 그림을 복원하는 등의 더욱 더 많은 돈을 쓰게 된다. 후에 경매를 통해 가까스로 팔린 곳은 알고 보니 그림의 원소유주인 링컨스인이었다. 그들은 집과 그림을 팔은 후에도 빚더미에 앉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국의 공개시장법은 폐지되었으며, 미국에서는 가드너 도난 사건을 계기로 연방법인 중요 미술 작품 도난 법령이 통과되었고, 누구든 훔친 작품을 소유할 수 없게 되었다. 대부분의 나라는 거래자가 도난품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국가절도재산법'의 적용을 받는다. 그러나 딜러가 거래하는 물건이 도난품인지를 알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이다. 물론 선구적인 경영인들의 도난당한 미술품들은 아트 로스 레지스트(ALR)과 같은 세계적인 도난 미술품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다. 딜러와 옥션 하우스, 콜렉터들은 미술품들을 사고 팔 때 이것들이 도난품인지를 확인가능한 유료 시스템에 액세스할 수 있다. 공식적으로는 그렇다. 비공식적으로는 안그렇다.


아름다움을 다루는 미술계에는 가장 추한 것의 세계가 먹이사슬처럼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미술품에 숭고하고 거룩한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그것을 훔치는 행위 자체도  살인 폭력, 마약 등의 범죄는 물론 돈이나 귀금속을 훔치는 행위만큼 맹비난하지도 시대를 개탄하지도 않는다. 회화나 조각작품들은 세상 어딘가를 배회하며 우리의 행복을 위협하고 있을 범죄자들과는 다르다. 그래서, 미술 범죄를 전담하는 경찰도 세계적으로 손에 꼽을만한 수준이고, 딜러들과 갤러리들은 도난 사건이 발생해도 경찰의 도움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오션스 일레븐과 같은 매력적인 도둑들이 득실대는 헐리웃 영화들은 경찰과 미술계를 비웃듯 관객의 응원을 받으며 미술품을 훔친다.  수억에서 수백억원까지 오가는 유명 도난 미술품의 가치가 우리같은 사람에겐 비현실적이라 그것은 언제나 영화같이 멋진 일이고, 남의 일, 부자 콜랙터들이나 멍청한 미술관 공무원들의 일이다. 


그러나 2003년부터 2011년에 걸쳐 미술품 도난과 관련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취재한 결과물인 이 책에서 만나게 되는 진실은 미술품 도난은 다른 범죄나 다를 바 없이 추접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미술이라는 것을 다루는 아름다움의 이면에는 다른 범죄 못지 않은, 인간의 탐욕과 욕망에서 비롯된 추악한 목적과 위협적이고 부도덕한 행위들이 같이 있다. 미술품 절도 역시 다른 절도와 마찬가지로 살곰 살곰 숨어 들어가 들키지 않게 훔쳐내거나, 총을 들고 위협해서 강탈해 오거나, 야비한 거짓말로 상대를 속여 사고 파는 사기이며, 도둑질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마약상들은 훔친 그림을 옥션 하우스에 돌아다니며 경매에 부치고 관중석에 심어 둔 사람이 그림 가격을 올리면서 비싼 값에 경매 나온 그림을 사는 식으로 돈을 세탁한다. 미술품 거래는 언제나 현금으로 거래되고, 문서를 만들어 놓지 않는다. 그래서, 미술품 시장의 규모가 얼마인지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그냥 근거 없이 떠오른 숫자가 추정치가 되어 이 곳 저곳에서 인용된다.

 

범죄 조직은 돈을 세탁하는 수단으로 그림을 사용하고 옥션하우스가 그 통로가 된다고 했다. 마약과 그림을 맞바꾸면 그림을 받은 사람은 경매를 통해 그림을 현금으로 바꾸고 거꾸로 마약으로 번 돈을 그림을 사는데 사용하기도 한다. 결국 예술은 피와 마약으로 물드는 돈을 합법적인 수단으로 걸러내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에 양쪽으로 다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376)


미술품 도난은 렘브란트와 고흐와 마네의 그림처럼 그 가치가 이미 상상을 초월한 액수를 넘어간 미술품만이 그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대도시의 유명 미술관에 걸려있는 값비싼 그림보다는 영국의 해변 도시 브라이튼의 중산층 가정에 몇 세대 이전에 누리던 부의 흔적처럼 벽에 걸려있거나 장식장에 앉아 있는 골동품과 그림들이 전문 도둑꾼들에게는 현금화하기에 유리한 타겟이라는 것이다. 유명 그림의 도난은 매체를 타고 일파만파 세계 각지로 퍼지기 때문에 도난품이라는 사실이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미술품 거래는 범죄자들에게 더할나위없이 좋은 비지니스에요 그림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극소수이기 때문이죠. 사람들의 무지를 이용해 돈세탁이 가능해요. 그냥 끝자리에 0만 더 붙이면 되니까요. 뿐만 아니라 소득세를 내야 할 때가 되면 상황에 따라서 이 만큼의 돈을 잃었다거나 벌었다고 쉽게 위조 할 수도 있지요.(383)

저자 조슈아 낼먼은 로스앤젤레스의 어느 미술품 도난 사건을 계기로 알려지지 않은 그쪽 세계에 대해 글을 쓰기로 마음 먹는다. 막막한 현실 앞에서 시작한 그의 프로젝트가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긴장감 넘치고 생생한 스토리가 된 것은 많은 오랜시간을 걸쳐 이 알려지지 않은 무법 세계를 더듬더듬 조사한 덕분이다. 그는 세계 각국의 미술품 담당 경관들, 변호사, 미술관의 보안 담당자 및 큐레이터 뿐만 아니라 도둑들을 오랜 시간에 걸쳐 차곡차곡 파헤치며 치밀하게 인터뷰했다. 그가 최종적으로 깨달은 것은 보이지 않는 미술품 도난의 세계는 상상을 할 수도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이며, 이를 전담하고 있는 조직은 아주 적고 정보는 극히 부분적으로만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정보는 사실이며 밖에서 이리저리 떠돌고 있는 작은 조각들입니다. 하지만 정보가 그 주제를 알고 있는 사람을 통과하게 되면 지능이 됩니다. 지금은 관련된 정보가 아주 적고, 지능은 더더욱 없는 상황이에요(238)

 

책에는 재미있는 사건에 대한 일화가 가득하다. 2000년 스웨덴 국립미술관 도난 사건은 어느 도둑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소설같은 일화다. 기관총으로 경비원을 위협해서 르느와르와 램브란트의 그림 세 점을을 떼어냈고, 미술관 뒤편으로 정박시켜 두었던 도주용 보트를 타고 도망갔으며, 미술관 앞에는 경찰의 추적 차량을 타겟으로 타이어를 터트리는 뾰족한 못들을 설치해두었고, 경찰들을 바쁘게 만들기 위해 도시 전역에 주차된 자동차에 폭탄을 설치해두었다.  후에 도둑들은 그림의 몸값을 요구하였으나 미술관은 이를 거절했고, 결국 그림들은 연합한 치밀한 함정수사로 따로따로 미국과 스웨덴에서  각각 되찾았다. 


그러나 미술품을 되찾는 경우는 드물다.  추정하기론 전체 도난 미술품의 1%에서 15%만이 회수된다고 한다. 골동품은 암시장에서 거래되고 약탈은 수출 무역업과 연계된다. 값비싼 미술품은 아주 멀리 있는 다른 국가의 보내지거나, 아주 오랫동안 훔친 그림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작품을 잘 숨겨두고 기다리는 방법으로 세탁된다.  교묘하게 추적망을 빠져나간 도난 예술품들은 지구를 떠돌아다니며 도둑에서 중개인으로, 그리고 다시 딜러와 컬렉터들 사이로 전달된다. 암시장과 합법시장의 경계는 모호하다. 거래하면 안되는 것들이 일반 거래 시장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 마약 총기류와 다른 점이다. 그것은 미술 시장의 수많은 이해 당사자들과 실제 훔치고 팔고 사는 행동파 범죄자들이 연루되어 있다. 도둑들이 돈을 벌기 위해 훔쳐내고, 딜러들과 옥션하우스 컬렉터들 사이를 사고 팔고 되팔고 한 나라에서 다른나라로 밀반출하고 밀반입되고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어다니며 거래되는 과정에서 미술품들은 거대 범죄 조직의 자금 세탁에 이용되고, 한 세대가 넘도록 조용히 어느 개인의 축축한 지하실에서 잊혀진다. 



풀은 저자가 인터뷰한 사람들 중 그 곳 미술품 도난의 세계의 대부와 같은 전직 미술품 도둑이다.  폴과 같은 전문 미술품 도둑의 탄생 배경을 보면 시대적 변화 속에 갈 곳을 잃은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 남기 위한 하나의 적응 과정 같았다. 영국 브라이튼의 시장에 불어닥친 현대화의 물결은 대형 쇼핑센터 건설에 설 자리를 잃은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을 시장에 내다 팔던 선량한 시민들에게 변화를 요구했다. 농사 지은 것들을 내다 팔 장소를 잃은 노커들은 가가호호 방문판매를 시작했고, 그들이 두드린 문 안쪽에 사는, 한때 영광을 누렸던 중산층들은 대대손손 물려내려오는 골동품들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에 노커들은 그들이 필요없는 골동품을 골동품상에 넘겨주는 중개인이었다. 그러다가 차츰 그들은 좋은 물건을 봐뒀다가 다시 훔치러 들어오는 도둑들이 되었다. 처음에 그들은 생계를 잃었고, 그래도 먹고 살아야 했고, 집집마다 노크를 하고 다니며 농산물을 팔아야 살아 남을 수 있었다. 범죄의 태생은 그렇게 시대가 만든 낙오자들의 삶에서 대안적 생계수단으로서 시작되었다. 

 

생애 동안 인정받지 못하고 자기 만의 예술 세계에서 붓을 들고 현실과 타협하지 않은채 쓸쓸히 죽어간 수많은 예술가들의 붓을 생각했다. 그것의 가치가 그들의 사후 너무 비현실적으로 높아져서 이제는 범죄 조직에 합법적으로 이용되거나 어느 부자 콜렉터의 거실에서, 어느나라의 재벌 며느리의 철통같은 보안 속 사설 갤러리에 잠자고 있을 그 숭고한 영혼을 쓸어담은 붓자국들의 기구한 운명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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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존 말코비치 되기
스파이크 존즈 감독, 카메론 디아즈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시나리오 작가 찰리 카우프만을 처음 알게 된 건 <이터널 선샤인>에서였다. 


연습만 더 하면 존 말코비치는

내 작업실에 있는 퍼피(인형극 인형)들과 다름없어...


인형극 연출가 크랙은 묘한 매력이 있는 인형극을 포기하고 구한 반층 짜리 직장에서

맥심을 사랑하게 된다. 반층짜리 직장이란 그 직장의 사무실이 건물 내 반층 높이의 공간만으로 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 반층짜리 회사 7층 반에는 존 말코비치가 되는 통로가 있다. 

그 통로 문을 열고 미끄러져 들어가면, 존 말코비치가 된다.  존 말코비치라는 사람의 몸으로 영혼이 들어간다고 해야 하나. 그의 자아를 바꿔치기 한다고 해야 되나. 아무튼 존 말코비치가 된다.



그러나 크랙이 사랑하는 맥심이 사랑하는 사람은 존 말코비치의 몸에 들어온 그의 와이프 라티다.

완전 돌고 도는 삼각관계다. 크랙(남)은 맥심(여)을 사랑하고, 맥심(여)은 라티(여)를 사랑하고 라티(여)는 크랙(남)을 사랑하고..


맥심에 대한 질투로, 자기 와이프 라티를 우리에 감금하고 협박하여,

존 말코비치와 만나게 하고, 존 말코비치가 되어,

존 말코비치의 몸을 움직여 맥심과 사랑을 나눈다. 


세 사람의 사랑이 이렇게 쳇바퀴돌 듯 서로 다른 사람을 향하는 동안,

존 말코비치의 몸에는 7층 반 짜리 회사의 통로에서 온 여러 사람들의 영혼이 들락날락한다. 


남이 자기를 마음대로 조정하고 있음을 알게 된 존 말코비치는 놀라 화를 내지만,

자신으로 들어가는 통로에 스스로 들어가 보기를 시도한다.


존 말코비치의 안으로 들어온 존 말코비치의 눈에는

온통 존 말코비치 뿐이다.


이렇게 이상하고 매력적인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이터널 선샤인을 처음 보았을 때

대체 어떤 천재 작가가 저런 시나리오를 썼을까? 

궁금해서였다.


맥심이 존 말코비치의 안에 들어있던 사람이 자기가 믿던 라티가 아니라

크랙이란 걸 알게 된 후에도 개의치 않고, 존 말코비치의 속에 들어있는 크랙과 사랑을 나누러 가고..


그렇게 이상하게 꼬여가는 스토리를 보고 있으면 멍해진다. 

상상의 끝이다 이제 수습을 하겠지 하면 더 황당한 상상이 기다린다. 

시나리오 작가의 붓끝에서 관객은 조롱을 당하고 있는 건지 영화를 보고 있는 건지 헷갈린다. 


그의 초기작은 이터널 썬샤인이나 그의 다른 작품들보다도

훨씬 더 풍부하고 이상하고 한심하면서도 신비스러운 상상력으로 가득차 있다.


여기서, 맥심이 누구를 사랑하는 지는 중요치 않은 듯하다.

단지 두 사람이 한 몸이 되어 사랑을 나누는 행외 자체를 즐거워하는 듯하다.


라티는 회사 사장을 찾아가, 왜 자신이 항상 

존 말코비치가 되고 싶어하는지를 알고 싶어한다.


어쩌면 이것은 완전히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 다른 사람이 되어 그 사람을 조정하는 것

그것에 대한 상상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지 모른다.

어쩌면 남의 몸에 들어가 남의 자아를 대신하고 남의 몸을 맘대로 움직인다는 것의 이면에는

심오한 철학이 내포되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이 써놓은 비평을 읽고 싶지 않다. 

그냥 나만의 이 황당한 느낌을 '비평'에 오염되지 않은 채 그대로 갖고 있고 싶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에는 국내에서 DVD도 구하기 어려웠는데, 

찾아보니 블루레이까지 나와 있다. 

하나 장만해 놓고 싶은 영화다. 이거 사려면 블루레이 플레이어부터 사야된다.


기분이 개떡같은 날들은 이렇게 이상한 영화를 찾아보는 것이 장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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