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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울어도 되는 밤
헨 킴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더운 여름, 무더위에 잠 못 이루고 있다 조심스레 <실컷 울어도 되는 밤>의 책장을 넘겨본다. 밤의 시간이 흐를수록 찾아오는 감성의 시간들은 더욱 깊어져간다. 흑과 백으로만 이루어진 헨 킴의 일러스트들은 감성의 시간 속에 놓인 나에게 위로를 건넨다. 오늘 밤은 실컷 울어도 된다고.

 


  마음에 드는 부분에 인덱스를 붙이다보니 꽤 많은 양의 인덱스가 모였다. 화려한 색감들의 일러스트들과는 달리 흑과 백, 단 두가지 색으로 표현한 일러스트들은 생각보다 매력적이었다. 단순하면서도 단순하지 않은 일러스트들은 마음 속을 콕콕 찔렀다.

 

 

 

 마치 작가가 직접 사인을 한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무심한 듯 흘려쓴 그 이름은 책을 읽기 전 작가에 대해 궁금하도록 만든다. 심플한 그의 서명은 심플하지만 많은 감정들을 건드리는 그의 작품을 표현하는 듯 했다.

 

 

  인스타그램에서 60만의 팔로워를 가진 작가 헨 킴. 그의 작품은 이미 수많은 인스타그래머들을 열광시키고 있었다. 그런 그의 작품을 이제서야 책을 통해 만났다는 사실이 조금은 아쉬었다. 반대로 이제라도 만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둡고 아름답게 뒤틀린 환상을 그립니다.

 

 

  인스타그램을 중점적으로 활동하였던 작가였기에, 책은 그의 작품에 맞게 마치 인스타그램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정사각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작은 네모 속, 흑과 백으로 이루어진 그의 환상들은 충분히 시선을 사로잡았고 재치있는 표현들은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책은 《밤이 되길 기다렸어》, 《너와나》, 《good night》,《sunday mood》라는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었다. 《밤이 되길 기다렸어》의 경우에는  스스로에 대한 위로를, 《너와나》는 관계와 사랑, 《good night》은 꿈으로의 매혹적인 여행, 그리고 《sunday mood》는 일상에 여유를 주는 위트 있는 상상을 표현하고 있었다. 또, 그것을 관통하는 것은 '위로'였다.

◁  ◀  ◆  ▶  ▷

 

 

 

 

 

  그의 작품들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작품 속 큰 배경우 별들만이 빛나는 어두운 밤하늘(우주)로 이루어져 있고, 그리고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이 여성이며 얼굴이 없다. 설사, 얼굴이 있다고 하여도 결코 정면을 보여주지 않는다. 주로 사용되는 소재들은 꽃, 심장, 선인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외에 다양한 일상 소재들을 이용하여 위트있게 공감대를 형성한다.


  또, 그림과 함께 소개되는 위트있는 문구들은 작품을 한 마디로 표현해주면서 은근하게 이어지는 표현들로 이루어져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작가는 그림을 통해서, 그리고 문구들을 통해서 우리에게 끊임없이 '위로'를 보낸다.

 

 

 

 

  대부분의 인물 중심의 일러스트에는 저마다 다른 표정을 가진 얼굴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헨 킴의 작품 속에는 얼굴을 가리고 있거나 뒷모습들이 대부분이었다.
전시회를 돌아다니면서 작품들을 보다보면 얼굴은 대부분 특정 인물을 가르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간혹 표정이 드러난 얼굴이 담긴 작품들은 그 대상을 작품 속에서 한정 짓게 되는 느낌을 자아냈다.

  그러나 오히려 헨 킴 작가의 작품들에는 표정이 드러난 얼굴이 없기에 내 자신을 투영하기가 쉬워진다. 작가가 그림을 통해 건네는 위로의 대상은 그 누구에게 한정된 것이 아닌, 우리 모두라는 느낌을 자아낸다. 작품 속에 갇혀 있는 인물의 감정을 끄집어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우리의 감정을 작품 속에 넣으려는 느낌을 받는다.

 

 

  헨 킴의 작품을 보다보면, 유독 꽃이 많이 등장한다는 느낌을 받는데, 이 꽃은 마치 자아 또는 자존감을 표현하는 듯하다. 사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아의 경우 늘 활짝 펴 있지만은 않다. 우울한 날에는 한없이 우울해지고, 기분이 좋은 날에는 한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자아, 자존감도 활짝 피고 진다.

  무엇보다도 그의 작품이 더욱 좋은 것은, 시들어버린 모습의 꽃들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활짝 만개해버린 꽃을 중심으로 앞으로 만개 할 예정인 꽃봉오리들은 우리의 자아에 위로를 보내준다. 마치 너도 이렇게 활짝 펼 수 있을 것이라고. 네 자신도 언제든지 만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밖에도 고통, 상처들은 선인장들을 끌어안은 행위로 표현되고 있었고, 마음은 심장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또, 자물쇠, 담배, 정수기, 스테이플러 등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을 이용하여 재치있게 표현을 하고 있었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일러스트들은 고요한 시간의 밤을 잘 표현해주고 있었으며, 그 감성적인 시간 속에서 따스한 위로를 전하고 있었다.

 


 

 

 대림미술관 구슬모아당구장 프로젝트로 선정되어 <미지에서의 여름> 전시가 진행 중(7/29~10/1)이라니 한 번쯤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심이 있어 찾아보니 전시의 구성이 헨 킴 작가의 작품들을 더욱 감성적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공간에서 그의 작품을 본다면, 오늘 밤과는 또 다른 위로를 받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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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 나폴리 4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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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인 <나의 눈부신 친구>이다. 이탈리아 나폴리를 연상케 하는 책 표지는 충분히 감각적으로 아름답다. 네온 느낌의 강렬한 색감들이 눈길을 끌기에 표지를 보고 자연스레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눈부신 친구>는 어느날 사라져버린 나의 친구 '릴라'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은 60년지기 친구 릴라의 아들 리노로부터 릴라가 사라졌다는 내용의 전화로부터 시작된다. 나는 리노의 전화를 받고 릴라의 흔적을 찾아보았지만, 그녀는 마치 증발한 것처럼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리고 이후부터는 나와 릴라의 이야기로 소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나와 릴라의 유년기 시절로 돌아가 이야기가 전개된다. 릴라와의 첫만남, 릴라가 나의 인형 티나를 버린 일 등등 릴라를 중심로 사건들과 그 당시에 내가 느꼈던 감정, 생각들로 내용은 구성된다.

  당시 나와 릴라가 살던 지역에는 '돈 아킬레'라는 인물이 살고 있었다. 고전 동화에 보면 꼭 한 명씩 있는 어두운 인물이랄까. 아이들에게 '돈 아킬레'는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어른들에게도 그리 좋은 평판을 얻지 못했다.

 

 

 

 

 릴라는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씩 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었는데, 약간은 괴짜스러우면서도 '어린이'라고 생각하기엔 다소 어른스러운 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나는 그런 릴라에게 많은 영향을 받는다. 처음엔 릴라를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릴라와 있는 시간이 좋았고, 릴라를 다른 친구들에게 빼앗길 수도 있겠다는 질투심에 사로잡힌다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 릴라의 제안에 의해 나는 릴라와 여행을 떠난다. 바다를 보러 가고 싶었던 나는 부모님 몰래 여행을 떠나지만, 비가 오자 릴라는 여행을 그만 두고 집으로 돌아가기를 원했다. 그러나 나는 바다를 보고 싶은 마음에 릴라에게 계속 하자고 이야기하지만 단호한 릴라의 태도에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 과정에서 나는 릴라와 나의 성격이 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내린 결정에 단호한 태도를 가졌던 것은 릴라였으며 나는 릴라의 결정을 따르면서도 늘 두려움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년기의 나에게 릴라는 그런 존재였다. 전혀 무서울 것이 없는 것만 같은 아이. 현재만, 지금만을 중요시 여기는 어린 아이의 시선에서는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나'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존재해왔던 '돈 아킬레'는 나에게 충분히 두려움을 안겨준 존재였다. 그러나 릴라는 자신이 하는 행위가 마치 정답이란 듯이 당당하게 행동했다.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사춘기가 되어버린 '나'는 중학교는 물론,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그에 반해 릴라는 구둣방에서 일을 하게된다. 학교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진학하지 못하게 된 릴라는 신발을 만들어 부를 축적하겠다는 꿈을 가진다. 사춘기가 되자 릴라는 '나'에 비해 더 여성스러우며 묘한 매력을 뿜어내는 여성이 되었고, 나는 그 때부터 나의 외모에 대해 불만이 생기게 되었다. 가장 먼저 여성적인 모습을 가지게 된 것은 나인데 반해, 릴라가 훨씬 아름답고 여성적 면모를 보이니 말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고등학교를 진학한 뒤에도, 나는 릴라보다 더 높은 학력을 가졌다는 자부심과 동시에 학교에 진학하지 않아도 자신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릴라에게 열등감을 느낀다. 릴라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과 한편으로는 릴라에게 의존하지 않겠다는 내적갈등을 겪으며 나는 사춘기 시절을 보낸다.
  유년시절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사춘기 시절 역시 '릴라'로 이어진다. 릴라는 그녀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크고 소중한 존재였다.

 

 

 

   중학교 시절까지만 해도 괴팍하고 강한 성격을 보이던 릴라는 어느 순간 나에게 새로운 느낌을 주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는 그 변한 느낌에 대해 독특하게 표현했는데, '경계의 해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이전과는 다른 그 모습을 표현하였다.
  내가 릴라의 경계의 해체를 느낀 것은 그녀에게 2차성징이 나타난 뒤였다. 그녀는 다소 낯설음을 느끼며 이전에 강렬하고 단호했던 릴라의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원했다.

 

 

  릴라는 나의 진학에 부러워하지만 그 마음을 감춘다. 그녀는 늘 뒤에서 공부하며 나가 그녀를 따라잡았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 어느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 점은 언제나 나를 힘들게 했다.
  그러나 릴라는 한편으로 나를 응원하고 지지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는 자신의 꿈을 '나'에게 투영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학교에 다니고 싶은 마음을 숨기고 있었을 뿐, 그 누구보다 진학하고 싶었을지도.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 다녀온 나에게 늘 질문을 통해 얻고자 한 대답을 얻는 행동을 반복했을 것이다.

 

 

 

 


   엘레나 페란테라는 작가를 처음 접하게 된 책. 주인공의 시점에서 주변 인물들을 소개하는 1인칭 관찰자시점이기에, 다소 내용을 이해하는데에 어려웠다. 나(엘레나)의 진술을 통해 릴라라는 인물을 파악해야되기 때문에 정확히 파악하기에 어려웠으며, 릴라에 대해 느끼는 나의 감정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내가 릴라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는지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많은 인물이 등장함에도 자세한 묘사를 통해 인물 하나하나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많은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에 집중하고 읽어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들마다 개성이 있기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나의 눈부신 친구>를 시작으로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을 만날 생각에 두근댄다. 나폴리 2권인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를 읽게될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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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스트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윤정숙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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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많은 독자들에게 고결하고 아름답던 뱀파이어 에드워드 앓이 열풍을 남긴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쓴 스테파니 메이어의 신작이다. (아마 이 책을 읽은 뒤에 나는 다시 에드워드 앓이 열풍으로 걸어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스테파니 메이어의 작품들은 '흡입력'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많은 독자들을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들을 앉은 자리에서 단시간에 금방 읽도록 만들었다. 물론, 700페이지가 넘는 <케미스트> 역시 마찬가지이다.

 

 

 

<케미스트>는 시크릿 에이전트 스릴러로서, 국가의 비밀 조직에서 심문하는 일을 맡은 알렉스(사실 계속해서 신분을 세탁하는 탓의 그녀의 이름은 매우 많다.)가 새로운 국면에 다다르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녀는 이제 다른 자아, 그 부서에서 '케미스트'라 불렸던 자아를 불러냈다. 케미스트는 기계다. 냉혹하고 끈질긴 괴물이 이제 풀려났다.

   유일한 가족이자 친구였던 동료 버나비가 살해당하고 난 뒤, 알렉스는 살해의 위험을 느끼며 그 부서로부터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 세 번의 생존의 위협을 받고 네 번째의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던 도중, 그 부서로부터 새로운 제안을 받게 된다. 자신들이 진행 중인 사건을 해결해주면 그녀에게 자유를 선사해주겠노라고. 더 이상 그녀를 쫓지 않겠노라고. 알렉스는 이 제안에 의심을 품으면서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 부서에서 활동하면서 그녀의 이름은 '줄리아나'였다. 그리고 어제 그녀의 이름은 '알렉스'였고, 오늘 그녀의 이름은 '제시'였다. 그녀는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일 새로운 신분을 사용했고, 그에 맞는 변장을 했다. 그녀는 최대한 자취를 남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노력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그녀는 좋아했던 적이 없다. 오히려 연민이 많기에 이 일과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소설이 진행되면서 알렉스가 심문을 하는 과정이 나오는데, 그 때마다 그녀는 냉철하게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녀의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험에 처한 알렉스가 빠져나오기 위해 뒤꿈치의 칼날을 이용하는 대목은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에그시가 떠올랐다. 영화 후반부 독이 묻어 있는 작은 단검이 나오는 구두를 신고 싸우는 에그시의 모습이 알렉스의 모습과 오버랩 되었다. 시크릿 에이전트의 요원들의 필수품인가보다.

 

 

 

 

  스테파니 메이어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로맨스. <케미스트> 역시 로맨스가 있었다. 사랑은 역시 위험 속에 싹트나보다. 그러나 극 중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절제된 로맨스는 소설을 흡수되도록 만들어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사실 이 대목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그동안 가족이 없었기에 자신만을 지키면 되는 알렉스가 처음으로 자신 외에 지켜야 할 존재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약점이 생겼지만, 그녀는 오히려 그 약점으로부터 위로를 받는다.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위로를 받으며 그녀는 자신에게 닥친 위험을 이겨내기 위한 원동력으로 삼는다. 그를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알렉스를 사랑하는 대니얼 역시 그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스테파니 메이어는 묘사력이 뛰어난 작가이다. 사실 그녀의 소설을 읽다보면 인물들의 대화보다는 배경 묘사와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주가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 공간을 설명하더라도, 그녀는 독자들이 그 공간에 대해 익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상세하게 묘사한다.

  그런 묘사력이 그녀의 소설이 마치 영화처럼 느껴지도록 만든다. 이미 영화화된 <트와일라잇>시리즈 역시 에드워드나 벨라의 심리(감정)묘사와 그들에 대한 외형적 묘사가 매우 뚜렷했기에 독자들은 그들에 대해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물론, 그녀의 묘사력이 매우 뛰어나 처음 <트와일라잇> 시리즈 영화가 개봉했을 때, 상상했던 에드워드의 모습과 이질감이 느껴져 울었던 소녀들이 몇몇 있었다.) 이번 <케미스트> 역시 뛰어난 묘사력이 두드러지는데, 변장을 하는 알렉스의 모습이나 그녀가 주로 머무는 장소에 대한 묘사를 통해 스테파니 메이어는 독자들에게 소설을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조금의 배경지식과 함께 '알렉스'라는 인물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소설의 초반부에는 대화보다는 묘사 위주이기 때문에 다소 지루함을 느낄 수 있겠지만, 중반부부터 인물들간의 대화가 자주 나타나니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소설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기에 <케미스트> 역시 영화화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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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고바야시 미키 지음, 박재영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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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부터 자극적인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독박 육아, 독박 가사에 고통받는 아내들의 속마음을 담고 있는 책이다. TV를 보며 낄낄 웃는 남편의 뒤로 보여지는 검은 그림자는 다소 무섭기도 하다. 아내의 무서운 그림자에 대해 남편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그에게 아내의 속마음은 전혀 들리지 않나보다.

 

 

 

   '어쩌면 내 아내도 꾸는 꿈'이라는 부제목은 아마 유부남인 독자들이 읽으면 소름이 돋을지도 모른다. 제목으로 본다면, 아내들의 속마음을 표현하였기에 그들을 주요 독자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부제목을 본다면, 결코 이 책을 읽어야 할 독자가 아내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책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것은 결혼 후에 생겨나는 일들, 즉 가사노동과 육아노동에 대한 역할 분담을 다루고 있다. 제목과 부제목을 통해, 이 책은 가사노동과 육아노동이 결코 한 쪽에 치우쳐서는 안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책은 총 5개의 챕터로 구분되어 있다. 작가가 실제 아내들을 인터뷰하여 재구성한 사례들로 책의 내용이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마치 친한 이모의, 옆집 아줌마의 결혼 생활 이야기를 듣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집의 이야기를 그대로 그려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전반부에는, 결혼 전에는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결혼과 육아에 대해 꿈꿔온 2030세대들의 이야기를 그려나가고 있다. 자신들이 생각해왔던 결혼과  육아는 생각보다 무미건조했고 오히려 고통을 안겨주었는데, 그 중심에는 남편이 있었다는 것이다. 후반부에는 지금의 부모세대, 즉 가부장적 가치관이 만연해 있는 중년세대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시대가 바뀌어가고 있음에도 그들은 여전히 고정적인 성 역할(남자는 바깥일, 여자는 집안일을 해야한다)에 사로잡혀 있었고, 이것 역시 아내들의 분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젊은 세대든, 중년 세대든 그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남편이 죽었으면 하지만 결코 남편과는 이혼하는 것을 택하지 않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아직 결혼 생활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그들에게 감정 이입이 되었음에도 나는 그들이 왜 이혼을 택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이혼을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사회적 요인이 매우 컸다.

 

  '결혼'과 '육아'를 하면서 가장 많이 손해보는 쪽은 어디일까. 사회 분위기상, 아직은 '여성'이 손해를 많이 보고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났지만 물가가 오르고 경제가 악화되자 맞벌이를 하는 부부들이 늘어났다. 사회는 점점 여성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아졌다. 회사 일은 회사 일대로, 가사 일은 가사 일대로, 육아는 육아대로 모든 노동을 여성에게 전임하고 있었다. 이러니 여성들이 뿔이 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더구나 이제와서 남편과의 이혼을 선택한다면, 가사노동과 육아를 전담하던 시기에 있던 '경력 단절'도 걱정이다. 인기 있는 주말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서는 임신을 하였지만 육아휴직을 낼 경우, 경력 단절이 되어버릴까 노심초사하는 여성의 모습이 보여진다. 하지만 이것은 곧 드라마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정리하자면, 아내들이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지만 이혼을 하지 못하는 데에는 사회적 요인에 의한 금전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육아 휴직도, 경력 단절도, 여성들이 이 모든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그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고, 그 중심에는 사회 구조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사회는 변하기 시작했다. 육아휴직을 내는 남성들의 수도 급증하였고,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집안일에 적극적인 남성의 수도 늘기 시작했다. 물론, 남성들도 남성들만의 고충이 있었다. '가사노동과 육아는 여성이!'라는 고리타분한 가부장적 가치관이 암묵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그 누가 먼저 "남성 역시 가사노동과 육아를 해야합니다!"라며 당당히 말할 수 있었을까.

 

결혼은 서로 맞지 않는 사람끼리 맺어주는 신의 장난입니다. 결혼을 통해 인간의 참된 모습이 무엇인지, 자기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에 아는 데 의미가 있지요. 결혼으로 인생을 망치느냐, 아니면 포용력이 큰 사람이 되느냐 둘 중 하나예요.

 

   결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두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런 결혼의 핵심인 가사노동과 육아는 왜 한 사람이 도맡아 해야하는지. 오늘도 일, 가사노동과 육아에 시달리는 이 시대의 슈퍼우먼, 워킹맘들에게 존경의 의사를 표한다.

* 추가

 

  아내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남편이 명심해야한다는 3원칙들. 그러나 남편뿐만 아니라 아내도 명심해야 할 3원칙들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부부가 서로 이 3원칙을 잘 지킨다면 그 누구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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