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투쟁 2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지음, 손화수 옮김 / 한길사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의 사랑은 야만적이고 낯설어 두렵기까지 했다

 

 

  실제 그 공간에 있었던 듯한 느낌을 주는 자세하고 세밀한 묘사력에 놀랐던 <나의 투쟁 1>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자신의 유년 시절의 이야기를 담았다면, <나의 투쟁 2>는 자신의 세 아이들과 아내 린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나의 투쟁 1>에서도 그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에 대한 서술을 주로 했는데, <나의 투쟁 2>에서도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로부터 하여금 자신의 기억들을 불러 오고 있었다. 아버지, 윙베 형, 삼촌 등 다양한 가족 관계에서 이제는 자신의 세 아이들, 아내 린다, 그리고 친구 게이르 등으로 그 관계는 축소되었다. 아버지에 대해 떠올리던 아들은 어느새 자라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인간은 같은 조건으로 평등하게 태어나지만 성장하면서 접하는 외부적 환경 때문에 저마다 다른 인성을 형성한다고 하는 말은 진실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진실은 이와 정반대다. 인간은 저마다 다른 인성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외부적 환경에 따라 서로 비슷비슷하게 또는 평등하게 변해간다. (p.34)

 

 

  바니아, 헤이디, 욘의 아버지가 된 칼 오베는 자신의 아이들을 돌보며 아내 린다와 함께 살아간다. 세 아이와 함께 하는 그 곳은 전쟁터와 다름 없다. 린다와 번갈아 가며 육아를 하지만 두 사람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세 아이들을 돌보기엔 너무 힘들다. 부정할 수는 없지만 세 아이들은 모두 그와 닮고 또 닮았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그들은 닮아갈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는 그런 느낌을 싫어하지 않는다.
  <나의 투쟁 2> 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서 보자면, 바니아와 헤이디에 대한 그의 생각과 아내 린다와의 연애이야기이다. 소설의 전반부는 주로 자신의 딸들에 대한 서술이 이어진다. 칼 오베는 지옥 같은 육아에 가끔은 아이들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지만, 굉장히 자상한 아버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바니아와 헤이디에 대해 서술한 부분들을 읽다보면, 그는 그 어느 아빠보다 자신의 아이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했고 파악했다. 그리고 그 두 아이들의 성격에 맞게 맞춤 육아를 한다. 물론, 자신의 자유 시간이 필요해 아내 린다에게 혼자 육아를 부담할 때도 있지만 그 누구 못지 않게 육아를 도와주는 남편이다.

 

 

 

 

그리고 린다를 만났으며 태양은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다른 적절한 표현은 생각해낼 수가 없다. 태양은 내 삶 속에서 다시 떠올랐다는 말 외엔. 그것은 처음엔 지평선을 비추어 내리는 희미한 빛에 불과했다. 그 빛은 마치 이곳을 바라봐야 한다고 내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뒤를 잇는 강렬한 빛 한 줄기. 세상의 모든 것은 그 빛을 받아 더욱 선명해졌고 더욱 가벼워졌으며 더욱 생동감을 얻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내겐 기쁨이 하나둘 쌓이기 시작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니, 어느새 태양은 내 삶의 하늘 한가운데로 떠올라 이글거리며 타들어가고 있었다. (p.276)

 

  <나의 투쟁 2>의 후반부는 아내 린다와의 연애 이야기로 채워진다. 토니에와의 8년 간의 결혼 생활을 마무리 지은 후 스웨덴으로 온 칼 오베는 아내 린다를 만나게 된다. 그녀와의 연애가 처음부터 평탄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녀와 사랑하면서 일상적인 것들을 보내게 된 그는 큰 행복감을 맛본다. 그녀와 함께 보냈던 일상에 대한 서술들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영화 <어바웃타임>의 주인공들이 사랑하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간지러운 장면들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들도 연인이긴 연인이었다. 제3자인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 문제들로 싸우기도 하며, 언제 싸웠다는 듯 서로를 찾기도 했다. 그들의 사랑도 그렇게 특별한 것은 없었다. 어느 연인들처럼 지내던 그들은 결국 서로의 아이를 갖고 싶다는 말로 결혼 생활을 시작한다.

 


 

 

 

  <나의 투쟁 1>에서도 자주 언급되었듯이 그의 직업은 '작가'이다. 그에 따라 그는 글을 쓰는 일, 작품을 쓰는 일, 그리고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끊임없이 고찰한다. 글이 쓰여지지 않을 때마다 글 쓰는 일에 대해 여러 고민한 그의 흔적은 <나의 투쟁 2>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나의 투쟁 2>는 <나의 투쟁 1>보다 읽어 내려가는 데에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큰 사건 없이 잔잔한 자전 소설'이라는 이미지가 머릿속에 박혀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나의 투쟁 2>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큰 사건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의 일상이 마치 내 일상인듯 평온하기만 하다. 칼 오베의 <나의 투쟁>은 그게 매력이지 않나 싶다.
  그의 기억과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소설이 끝나있는 마법이 이루어진다. 특별한 사건이 있어 흥미진진한 것도 아닌다. 그러나 괜히 그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너는 화장실에서 대소변을 보는 일에 대해서도 스무 장씩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그 글을 읽고 싶게 만들고 심지어는 눈물까지 흘리도록 만들 수 있잖아. 그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도대체 몇이나 된다고 생각해?(p.197)"  어쩌면 화장실에서 대소변을 보는 일에 대해서 스무 장씩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칼 오베 한 명 뿐이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그의 기억들을 읽는 일이 즐거워진다. 그의 묘사들이 머릿속에 재밌는 그림들을 그려주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쉬왕의 딸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작년 동명의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 관심이 생겨 읽었던 책이 있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창작되어 더 호기심을 자극하였던 엠마 도노휴의 <룸>이었다. 5살짜리 잭의 시선에서 쓰여진 이 책은 7년 전 납치된 잭의 엄마가 잭이 5살이 되는 해에 탈출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탈출 계획을 세우고 잭과 함께 그 악몽같은 좁은 방에서 벗어난 그들의 이야기는 금새 읽어버릴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카렌 디온느의 <마쉬왕의 딸>은 엠마 도노휴의 <룸>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보이는 책이다. 유괴범에게 납치된 뒤 수차례의 강간을 당하고 태어난 아이들의 시선으로 내용이 전개되는 것은 공통되나 두 아이들의 성별이 다르다는 것과 <룸>은 탈출 직후의 이야기까지만 다루고 있지만, <마쉬왕의 딸>은 탈출 직후, 성년이 된 이후의 모습도 다루고 있다는 점이었다. <룸>은 <룸>대로, <마쉬왕의 딸>은 <마쉬왕의 딸>대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제이콥 홀브룩이 교도소를 탈출했다. 마쉬왕[Marsh king, 늪을 다스리는 왕]이, 나의 아버지가.
그리고 애초에 그를 감옥에 보낸 사람이 바로 나였다. (p.24)

   남편, 두 딸과 살고 있는 헬레나는 어느 날, 죄수가 교도관 2명을 죽이고 탈출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탈출한 죄수가 자신의 아버지란 사실을 인지하고 자신의 가족이 위험에 처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를 쫓아 막을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사실도. 아버지가 교도소에 끌려간 이유는 아동 유괴, 강간 및 살인 죄목때문이었다. 
  사실 헬레나의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납치당한 뒤 14년동안 두려움에 떨면서 살아야했다. 늪지대의 오두막에 살고 있던 그들의 존재는 바깥 사람들에게 쉽게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발견되었을 때, 많은 언론들은 헬레나와 헬레나의 어머니가 어려운 생활을 해왔을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헬레나의 유년 시절은 아버지와의 추억으로 가득했다. 아버지에 대한 비밀을 알기 전까지만 해도.

그런 차림을 하고 있으면 언젠가 아버지를 꼭 닮은 남자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아버지의 버릇과 말투, 걸음걸이를 그대로 따라했다. 아버지를 숭배했던 건 아니었지만, 그것과 비슷하기는 했다. 그때 나는 참으로 부끄럼도 없이 절대적이면서도 극도로 아버지를 사랑했었다.(p.105)

  <마쉬왕의 딸>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전개된다. 늪지대에서 아버지에게 사냥을 배우며 보냈던 유년시절에 대한 회상과 탈옥한 아버지를 추격하는 헬레나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여기서 주목해야될 점은 과거와 현재, 아버지에 대한 헬레나의 생각의 차이이다.
  유년 시절, 헬레나는 아버지에게 사냥의 기술들을 배우면서 그를 동경하고 사랑한다. 자신의 생일날, 아버지에게 받은 칼은 그녀의 보물이 될 정도로, 아버지의 존재는 그녀에게 매우 소중했고 그녀가 존재하는 이유였다. 그러나 탈옥 후 자신의 가족을 위협하는 아버지의 존재는 어렸을 적 그녀가 가졌던 감정과는 정반대였다. 그를 원망하면서 서둘러 그를 잡아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고자 한다.

 

 

  <마쉬왕의 딸>이 더욱 재밌는 점은 안데르센의 동명의 동화 <마쉬왕의 딸>을 차용하여 창작된 소설이라는 점이다. 이집트 공주가 늪을 다스리는 마쉬왕에게 잡혀가는 안데르센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동화 속의 주인공들은 헬레나와 그녀의 가족들과 매우 닮아 있었다. 늪지대에 살고 있는 마쉬왕은 헬레나의 아버지 제이콥 홀브룩을, 이집트 공주는 헬레나의 어머니를, 그리고 마쉬왕의 딸 헬가는 헬레나를 가르킨다.
  이 동화에서 헬가는 낮과 밤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과연 어느 것이 그녀의 진짜 모습인지는 동화 후반부가 되어서야 알게 된다. 아름답지만 괴팍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낮의 모습인지, 온순한 성격과 슬픈 눈을 가지고 있는 흉측한 개구리인 밤의 모습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이는 아버지에 대한 헬레나의 생각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헬레나는 아버지를 그대로 닮은 헬가의 낮의 모습인지, 바이킹 부인을 생각하고 그녀의 마음을 헤아리는 밤의 모습인지에 대해. 결국, 그녀는 밤의 헬가겠지만.

 

 

 

 

  간결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마쉬왕의 딸>은 스릴러 소설답게 빠른 호흡을 자랑한다. 대부분의 장면에서 긴장감이 넘치는데, 특히 헬레나가 탈옥한 아버지의 뒤를 추격하는 장면에서는 함께 그의 뒤를 쫓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빠른 속도감이 느껴진다. '사냥', '사냥꾼'이라는 소재가 더욱 이 소설의 호흡을 빠르게 만드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빠른 호흡으로 순식간에 읽을 수 있는 심리 스릴러 소설을 찾고 있다면, 주저없이 <마쉬왕의 딸>을 추천한다. '잔인한 사이코패스와 무력한 여성 피해자'라는 클리셰를 벗어나 새로운 여성 영웅의 모습을 보여주는 <마쉬왕의 딸>의 매력에 다른 독자들도 빠져들기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붕당실록 - 반전과 역설의 조선 권력 계보학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역사적 소재를 다룬 영화들이 개봉되면 종종 챙겨 보는 편이다.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가장 재밌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물론, 재미를 위해 조금씩 왜곡된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취하지 않는 태도를 가져야 되겠지만.
 이런 영화들 중 대부분은 '조선'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닥쳐온 위험에 대해 고민하는 왕과 그 옆에서 견해를 펼치는 신하들의 모습. 신하들의 말에 왕은 화를 내기도 하며, 무력하게 그들의 말을 듣는 모습을 보인다. 후자의 모습에서 많은 사람들은 생각할 것이다. '저 당쟁의 모습이 조선을 망하게 한거야!'

 이렇듯 어느 한쪽이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서로 팽팽한 대립과 견제가 유지될 때 왕은 정치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다. 물론 왕도 권력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 왕과 양쪽 권력의 지형이 팽팽한 삼각관계를 이룰 때 정치는 가장 발전된 모습을 띨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붕당정치는 왕조시대의 정치 중에 가장 발전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p.5)

 

  그러나 <조선붕당실록>의 저자 박영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붕당 정치의 모습은 일본 학자들에 의해 주입된 식민 사관의 영향이라고 주장하며, 붕당 정치는 가장 발전된 모습의 정치임을 이야기한다. 붕당이 조정을 이끌기 시작한 후부터 상호 견제를 하게 되면서 정치를 발전시키는데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붕당의 영수들을 중심으로 정치가 전개되거나 붕당 간의 권력 투쟁이 심화되면서 피를 부르는 사건들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저자 박영규는 <조선붕당실록>에 붕당을 만들어낸 사림파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선조, 광해군부터 영조, 정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많은 말과 상소들은 순식간에 정세를 뒤집으면서 치열한 조선 붕당 정치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사이에서 고뇌하는 왕의 모습과 그에 따른 결정이 또 다른 정세를 낳게 되며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끄러운 것이다. 그러나 시끄럽다고 해서 나라가 망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치판이 시끄럽다는 것은 정치가 건강하다는 반증이다. 정치적 투쟁과 소란이 없는 정치야말로 나라는 망하게 하고 백성을 고통스럽게 한다. (중략)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조선 후기에 이뤄진 230년간의 붕당 시대는 조선의 정치가 매우 건강했음을 증명하는 일이라고 하겠다. (p.330)

  붕당이 생긴 이후부터 동인과 서인, 남인과 북인, 노론과 소론 등 다양한 대립 구조 양상을 보이며 시끄러웠던 붕당 정치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조선 평민의 삶은 안정된 상태였다고 한다. 마냥 신하들이 권력을 위해 서로를 죽고 죽이는 투쟁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조선붕당실록>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고, 그 장면들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 가끔 TV에서 중계해주는 국회의 모습을 보다보면 자신의 주장들을 펼치는 시끄러운 모습들이 붕당 정치의 모습을 연상시키기는 하지만, 결코 그 모습이 건강한 정치의 모습이라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 소리 지르는 그 모습들 속에서 시원하게 나오는 결과는 크게 없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를 알고 현재의 나를 반성한 뒤 다가오는 미래에 대해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붕당 정치를 마냥 '시끄러운 정치'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 속에서 느껴지는 움직임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 과정들을 살펴보다보면,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뽀짜툰 6 - 고양이 체온을 닮은 고양이 만화 뽀짜툰 6
채유리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귀여운 동물들을 좋아하는 나는 동물들의 사진이 주기적으로 올라오는 SNS 페이지들을 구독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심심하고 따분할 때, 시험 공부를 하다가 지루해서 더 이상 집중이 되지 않을 때, 혼자 밥 먹으면서 외로울 때 SNS를 들어가보면 귀여운 동물 사진들이 올라와 있고, 보다보면 자연스레 '엄마 미소'가 지어진다. 
  귀여운 반려동물의 사진이나 동영상에 관한 게시글, 또는 댓글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글은 "사람들 다 고양이(강아지) 있는데 나만 없어!" 이다. 그만큼 고양이, 강아지가 귀엽다는 뜻으로 많이 사용되는 표현이다.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는 나에게 <뽀짜툰6>는 강아지에 이어서 고양이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책이었다. 강아지를 키우는 나 조차도 "고양이 나만 없어!"를 외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다음 만화 속 세상에서 연재 중인 <뽀짜툰6>는 쪼꼬, 짜구, 뽀또, 포비, 봉구 총 5마리의 고양이 이야기를 그린 웹툰이다. 짜구와 뽀또, 쪼꼬를 시작으로 포비, 봉구까지 하나씩 늘어나게 된 고양이 식구들은 하루도 평탄하게 보내는 날이 없다. 가끔은 사고를 쳐 집사를 화나게 만들기도 하며, 애교를 부리며 집사를 웃게 만들기도 했다. 평생 살을 부대끼며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늘 이별은 다가오기 마련이다.

 

 

 

  <뽀짜툰6>는 짜구와의 이별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짜구의 투병 이야기부터 짜구가 떠난 뒤의 이야기까지. 반려동물을 키우는 입장이어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을 하고 가슴이 찡해왔다. 지금 나의 옆을 지켜주는 우리집 강아지는 나와 어떤 이별을 하게 될까. 그 이별이 너무 슬프면 어떻게 하지.
  키우던 반려동물이 무지개 다리를 먼저 건너면, 나중에 내가 죽었을 때 나를 위해 마중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뽀짜툰6>의 에필로그를 읽다보니, 괜히 그 무지개 다리 넘어 세상을 그려낸 것 같아서 더욱 마음이 아팠다. 이 이별이 영원한 이별은 아닐 것이라는 믿음이 더욱 슬프게 느껴진다.

 

 

 

  짜구가 떠나도 4마리의 고양이는 여전히 집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함께 짜구의 빈자리를 느끼기도 하고, 오히려 짜구가 떠난 그 슬픔의 자리를 대신하기도 했다. 귀여운 4마리의 고양이들의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어느새 <뽀짜툰6>이 끝나게 된다. 아쉬움이 남아 검색창에 '뽀짜툰'을 검색하고 그 이전의 이야기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전히 드는 생각은 "고양이 나만 없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한 번쯤 보면 좋은 웹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든, 강아지든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인 그들의 존재에 대해 공감하고 함께 힐링할 수 있는 기회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반려동물을 키우지는 않는 사람들도 읽는다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반려동물을 키울 예정인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는데, 동물을 키우는 데에 필요한 '책임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밀리언달러 힙합의 탄생 - 대한민국 최고의 힙합 아티스트 12인이 말하는 내 힙합의 모든 것
김봉현 지음 / 김영사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액~ 수액~ 고로쇠 수액~  


  2011년, 방구석에서 MBC 무한도전을 보고 있던 나는 열심히 고로쇠 수액을 찾던 박명수의 모습을 보고 깔깔 거리며 웃었다. 힙합에서 자신의 멋, 자신의 스타일, 더 나아가 자기 만족과 자아도취, 자유로움, 가벼움 등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는 '스웩(Swag)'에서 비롯된 유머였다. 아마 이 즈음부터 힙합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이 TV나 신문 등 대중 매체를 타고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힙합도 대중 문화의 하나로 자리잡기 시작하지 않았나 싶다. 
  2013년, 우연히 보게 된 <쇼미더머니> 시즌2를 시청하게 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 지루한 고3 생활을 즐기고 있던 나에게 <쇼미더머니>는 굉장히 신선한 프로그램으로 다가왔다. 여전히 공중파의 위력이 강하던 때였기에, 그렇게 삐- 소리가 많이 나는 프로그램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쇼미더머니>를 접하기 전부터 랩이 들어간 노래들을 좋아했었지만, <쇼미더머니> 속 삐-처리의 향연은 새로운 힙합의 세계를 열어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음 날부터 "네 귀에 때려 박아 줄게!" 라는 유행어를 남긴 래퍼 매드클라운의 노래는 내 MP3 리스트를 장악했다. 그러나 이 거친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였다.

 

 

 

털ㄴ업! 너와 나의 연결고리!


  갈수록 높아지는 수위에 항상 논란이 끊이지 않던 <쇼미더머니>였다. 힙합을 대중들에게 알렸던 프로그램이었고, 함께 높아지는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늘 새로운 수위를 마련했어야 했다. 래퍼들은 경쟁을 통해서 서바이벌 단계를 거쳤고, 그러다보니 상대방에 대한 디스와 욕설이 난무하는 음악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방송이 끝난 뒤에는 그들의 수위에 대한 기사들이 올라오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의 음악은 음원 차트를 점령하기도 했다. 
  <쇼미더머니>부터 <언프리티랩스타>,<고등래퍼>까지 다양한 힙합 프로그램들은 많은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게 되었고, 방송이 끝난 뒤 SNS는 항상 그들의 이야기로 가득 찼다. 그러다보니 "이게 진정한 힙합이야!", "너희들이 힙합을 알아?","이건 진짜 힙합이 아닌데."라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진짜와 가짜를 논하는 이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저도 알죠. <쇼미더머니>나 <고등래퍼>나 100퍼센트 힙합은 아니에요. 그런데 저는 이 말을 하고 싶어요. 그걸 따지기 전에 이미 한국이 힙합이 아니라고요. 당신이 원하는 힙합이 이루어지려면 시간이 걸릴 거고, 그런 거 일일이 다 따지면 언더그라운드에서 우리 공연할 때 교복 입고 오는 그 고등학생들부터 먼저 쫓아내야 한다고요. 그 친구들부터가 이미 힙합 정서를 가지고 공연을 보러 오는 게 아니잖아요. 어떤 창의적이고 멋있는 오빠 언니들이 공연하는게 좋아서 오는 거지, 그 중에는 라임이 뭔지 모르는 사람도 아마 많을 거에요. (p.243 스윙스 인터뷰 중)

 

 

 

 

아버지!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


  <밀리언달러 힙합의 탄생>에서는 12명의 힙합 아티스트(도끼, 더콰이엇, 빈지노, 팔로알토, 제리케이, 스윙스, 허클베리피, 산이, 딥플로우, JJK, 타이거 JK, MC메타)들의 인터뷰를 통해 힙합에 대해 알려준다. 물론, 12명의 힙합 아티스트들이 가지고 있는 힙합에 대한 생각은 모두 다르다. "오, 그래! 이게 힙합이지!" 하면서 책을 읽다가도, 다른 아티스트가 가진 힙합에 대한 생각을 읽고는 "아, 그래~ 이것도 힙합이지!" 하게 되는 상황이 12번이나 반복된다. 날 보고 있는 아버지도 정답을 내려주기에 어려운 상황이다.
  작가 김봉현은 힙합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벗겨내고 힙합 고유의 멋과 매력을 알리는 작업, 힙합이 지닌 긍정적인 태도와 역동적인 에너지를 대중과 연결하는 작업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고 나면 다양한 12명의 힙합 아티스트 사이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은 모두 힙합을 사랑하고 있고, 힙합을 한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런데 힙합은 유독 내 얘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힙합의 장점은 본인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한다는 데 있으니까. (p.61 더콰이엇 인터뷰 중)

저는 항상 자기객관화를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내가 쓴 가사에 내가 떳떳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가사를 써놓고 나를 거기에 끼워 맞추면 자기가 만들어놓은 네모 칸에 자기를 가두는 거니까 그러지 않으려고 평소에 자기객관화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요. (p.157 팔로알토 인터뷰 중)

 

 

 

 

그 다음엔 사이 좋게 나눠내, N분의 1로! 
 
  힙합의 팬들이 화성에서 왔다면, 다른 사람들은 금성에서 왔다. 화성에서 온 사람들에게 힙합이란 가장 혁신적인 음악이자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또 삶을 구원한 존재이자 존중받아 마땅한 고도의 예술이다. 그러나 금성에서 온 사람들에게 힙합이란 다른 장르에 비해 열등한 음악이자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음악이다. 또 세속적이고 물질만능적이며 올바르지 못한 음악이다. (p.7)

  아마 이 책의 마지막 인터뷰까지 읽고 난다면, 금성인들은 힙합에 대한 오해를 조금이나마 풀지 않을까 싶다. 금성인이었던 나 역시 어둡고 거칠어 보이던 이 문화가 재밌고 역동적으로 느껴졌으니 말이다. 힙합에 대해 오해하던 금성인도, 힙합을 좋아하고 즐겨왔던 화성인들도 <밀리언달러 힙합의 탄생>을 읽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생각보다 힙합의 세계는 넓고 다양하니까. "힙합: 음악, 문화, 삶의 방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