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견주 1 - 사모예드 솜이와 함께하는 극한 인생!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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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전, 금남의 공간인 '여탕'의 비밀을 낱낱이 파헤친 <여탕 보고서>를 완결까지 매주 챙겨 보았었다. 많은 독자들은 부끄럽고 민망한 소재임에도 하나도 야하지 않게(?) 그려낸다며 <여탕 보고서>를 좋아했었다. 물론, 심하게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그랬겠지만. 그 <여탕 보고서>의 작가 마일로의 신작 <극한 견주>! <여탕 보고서>의 애독자로서, 마일로 작가의 차기작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이렇게 단행본으로 만난 <극한 견주>가 매우 반가웠다. 현재 <극한 견주>는 케이툰에서 연재 중이라는 소식도 접했다. 

 

 

 

  현재 작가 마일로는 북극곰과 솜사탕을 닮은 대형견 사모예드 '솜이'와 유쾌한 동거 중이다.  착하고 귀여운 매력을 발산할 때는 언제고, 화장실 신발을 물어뜯고 음식이라면 뭐든 먹어버리는 활발한 식성 등 갖가지 다양한 사고를 치는 솜이이다. 가끔은 쉴새 없이 사고를 치는 솜이의 모습이 얄밉기도 하지만, 그 모습마저 귀여워하고 사랑스러워하는 작가 마일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웹툰이다.

 얼마 전 보았던 고양이 웹툰 <뽀짜툰>과는 다른 매력을 선사해주는 <극한 견주>. <뽀짜툰>이 고양이에게 심쿵하게 만든다면, <극한 견주>는 강아지의 매력에 빠뜨려 헤어나오지 못하게 한다. 더구나 이미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나로서는 <극한 견주> 속 솜이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너무나도 익숙한 그 모습을 보고 '나도 극한 견주야! 우리 집 개도 지옥에서 온 악동이 아닐까 싶어!' 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솜이와의 훈련 과정을 그려내었던 작가 마일로의 이 한 컷은 너무나도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솜이가 훈련을 제대로 따라오지 않자 그에 대한 히든 카드로 '간식'을 내보이는 마일로. 근데 이 모습이 너무도 익숙했다. 훈련을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강아지에게 어떤 보상을 내린다면, 훈련을 쉽게 이어나갈 수 있다는 말에 간식부터 집어 들었던 나였다. 물론, 그 효과로 '앉아!', '엎드려!' 의 훈련을 끝냈지만...(가끔은 손에 간식을 쥐고 있는 척해도 속아 넘어 간다.) 간식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면, 결코 따라오지 않는다.

 

 

 

  마일로 작가가 외출 후 돌아오면 반가움을 숨길 수 없는 솜이는 얼굴부터 핥으려고 한다는 에피소드. 나를 너무 좋아해줘서 '뽀뽀'해주는 건 좋지만, 가끔 입 안에 들어오는 혓바닥은 너무나 당황스럽다. 나는 최대한 입을 오므리고 이야기해도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뜻밖의 혓바닥을 피하기 위해 손으로 입을 가리고 말하기도 한다. 좋아서 하는 표현이라고는 하지만, 그 순간의 당황스러움이란... 가끔은 입을 벌리고 자거나 하품을 하다가도 뜻밖의 혓바닥 공격을 당하기도 한다.

 

 

 

  소형견을 키우는 입장에서도 같이 잠을 자다보면 어느 순간 베개도, 이불도 모두 뺏겨 있는 경우가 많은데, 대형견 솜이의 경우에는 그 스케일이 남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강아지 잠을 깨울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구겨져서 자는 장면이 너무나도 공감되었다. (그리고 그 옆에 편안히 자는 언니의 모습도.)
  같은 견주로서 보는 내내 너무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던 <극한 견주>. 그리고 강아지라면 귀여워하고부터 보는 나로선 <극한 견주> 속 솜이의 모습은 너무 귀엽다. 에피소드가 끝나고 나서 솜이의 실제 모습을 사진을 통해서 볼 수 있는데, 매력이 철철 넘치는 아이였다.

 

 

 

 

   작가 마일로와 사모예드 솜이가 함께하는 유쾌하고 발랄한 일상툰이지만 개그툰에 더 가까웠던 <극한 견주>. 강아지를 좋아하고, 강아지를 키우는 견주라면 너무나 공감되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는 웹툰이다. 앞으로 작가 마일로와 솜이가 함께 보낼 좌충우돌 동거 이야기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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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카네기 메달 수상작
사라 크로산 지음, 정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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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함께였던 사람이 내 곁에서 사라지게 된다면 그 기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늘 함께 잠을 자고, 같이 밥을 먹고, 사과 파이를 만들고, 쇼핑하고… 모든 하루 일과를 함께하던 소중한 사람이 내 곁에서 사라진 그 공허함을 어떻게든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사라 크로산의 <원>은 어떻게 둘이 살았고, 어떻게 하나로 살아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결합 쌍둥이로 살아온 그레이스가 자신의 자매이자 단짝인 티피에게 띄우는 마지막 인사.
  그레이스와 티피는 다른 쌍둥이들과는 조금은 특별한 쌍둥이다. 몸이 하나인 결합 쌍둥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샴쌍둥이다. 머리와 심장이 각각 2개인 그레이스와 티피는 하나의 하체를 함께 공유하는 삶을 살고 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 더이상 홈스쿨링이 어려운 그레이스와 티피는 16살에 처음으로 학교를 간다. 그동안 자신들을 괴물보듯 바라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웠던 두 소녀들은 학교에 가는 것이 큰 두려움으로 느껴졌다. 

 

 

 

 

  그렇지만 용기를 낸 그레이스와 티피는 혼비컨 고등학교로 가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야스민과 존을 만나면서 처음으로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그레이스와 티피는 야스민과 존 외에 다른 아이들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은 채 학교를 다니려고 노력했고, 그들은 어느새 학교를 좋아하게 되었다. 야스민과 존만 있다면 어디든지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티피가 기절하면서 병원에 입원한 그들은 뜻밖의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레이스의 심장이 좋지 않아 분리 수술을 해야하며, 성공 가능성은 생각보다 낮다는 소식을. 누구보다 떨어지기 싫었던 그들이었지만 오랫동안 함께하기 위해 수술에 감행한다.

 

 

 

 

  처음 <원>의 책장을 펼쳤을 때 놀람과 동시에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문장과 문단으로 이루어져 있는 기존의 다른 소설들과는 달리 <원>은 자유시 형태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짧은 제목과 함께 특이하게 쓰여진 문장들은 한 곳에 오래 머무르게 만드는 법이 없었다. 속도감은 물론, 주인공 그레이스의 감정 하나하나 강조되는 느낌이었다. 500페이지라는 두께가 전혀 부담없이 느껴졌다. 오히려 아쉬움이 더 남았다.
  SNS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긴 글을 읽는 게 조금은 힘들어져 책을 멀리한 적이 있었다. 짧은 글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읽을 수 있지만, 긴 글을 읽는 데는 많은 집중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원>은 짧은 문장과 독특한 단어 배치들로 이루어져 있어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어떤 책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읽었던 것 같다. 책을 읽고는 싶지만 쉽게 읽히지 않는 사람들에게 <원>을 시작으로 책 읽기에 도전해보라고 권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원>은 그레이스의 1인칭 시점으로, 결합 쌍둥이의 이야기를 그 누구보다 가깝고 진실하게 들려준다. 
그리고 그레이스가 존의 존재를 떠올릴 때마다 간혹 그녀 옆에 티피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처럼 가끔은 티피가 그녀의 옆에 있다는 사실을 함께 잊어버릴 정도다. 그레이스는 자신과 티피의 이야기를 그 누구보다 담담하게 전해주는데, 스스로가 불운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과 티피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들은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그려낸다. 그들을 '괴물'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의 시선은 무시하면 그만이니까.
  늘 붙어다니는 티피와 그레이스지만, 그레이스는 가끔은 혼자가 된다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조금은 더 자유롭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그러나 그레이스의 상상은 오래가지 못한다. 서로를 잃을 수도 있다는 그 위험한 수술을 떠올리면, 옆에 있는 티피의 존재가 한없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운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피곤에 지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티피는 코를 내 코에 비볐다.
"다 잘될 거야.
설령 잘 되지 않는다 해도, 괜찮아."

 

  어떻게 둘로 살아갔고, 어떻게 하나가 된 그들의 삶에도 아름다운 순간들은 존재했다. 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냉대 속에서도 그들은 불가능할 거라고 믿었던 우정을 느꼈고, 사랑을 꿈꿨다. 그 찬란한 순간들은 그들은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함께 했다. 그러기에 이 소설은 덧없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레이스와 티피의 소중한 관계처럼,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따뜻함을 주는 관계에 놓인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레이스와 티피가 느꼈던 그 따뜻함을, 끈끈한 유대감을 함께 느끼고 싶다. 시간이 지날수록 추워지는 날씨에 몸이 웅크려지는 연말이지만 곁에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포근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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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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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스마트폰을 들어 밤 사이 일어난 사건들을 인터넷 뉴스로 확인한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먹고 싶은 음식들을 냉장고에서 꺼내어 식사를 한다. 버스나 자동차를 이용하여 이동하면 힘들게 걸어다닐 필요가 없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모든 게 다 평화롭다. 순탄하게 지나가는 하루다.
  그러나 이 하루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은 어땠을까?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를 통해 이 평화롭고 순탄한 하루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유인원 이야기부터 이제는 머지 않은 로봇, 인공지능의 이야기까지. 역사, 사회, 생물, 종교 등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류 역사의 시간을 보여주고 앞으로 우리가 어떤 미래를 맞이할 것인지에 대해,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인간'으로 해야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준다.

 

 

 

 

  <사피엔스>는 인류의 역사를 인지혁명(우리 인류가 똑똑해진 시기), 농업혁명(자연을 길들여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하게 만든 시기), 과학혁명(우리가 위험할 정도의 힘을 갖게된 시기)로 구분하여 바라보고 있다.  다양한 종이 살고 있는 지구에서 왜 우리 호모 사피엔스만이 더 나은 지적 능력을 갖게 되었으며,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다른 종은 살아남지 못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떠돌이 수렵 생활을 하던 우리는 어떤 이유에서 정착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우리의 삶의 방식은 어떻게 변했는지, 그리고 그 이후 우리의 생각의 변화와 또 새로운 삶의 방식의 등장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유발 하라리는 이 3가지 혁명 속에서 우리가 저질렀던 일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특성이 다른 세 혁명임에도 '파괴'라는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지혁명에서는 우리와는 비슷하지만 다른 네안데르탈인들의 멸종을, 농업혁명에서는 그 곳에 정착하면서 없앴던 수 많은 다른 종들(아예 멸종되거나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들), 과학혁명에서는 제국과 피할 수 없었던 전쟁 등을 언급하면서 우리가 이렇게 평화롭고 순탄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파괴하고 괴롭혔는지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우리의 모든 일들을 하나의 질문으로 통합할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

 

  유인원이었던 인류가 한 곳에 정착을 하고 '자본주의'라는 사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유는 끊임없이 행복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더 나은 삶'에 대한 욕망은 우리가 이렇게 살 수 있도록 끌어 당겨주는 원동력 같은 존재였다. 물론, 우리가 이룩한 진보의 양은 아직 그렇게 크지 않다.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무지의 세계 중 일부에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이 욕망에서 비롯된 모든 것들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 더 큰 우리의 욕망에서 비롯될 모든 것들에 대해 우리는 너무 무지하다.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불만스러워하며 무책임한 신들, 이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있을까?

 

 

 

 

  인류의 첫 진화부터 시작하여 떠돌이 생활에서 정착생활, 종교에 대한 의미, 과학의 등장과 반복된 정복, 돈과 자본주의, 로봇과 인공지능 등 인류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600페이지에 인류의 역사를 모두 담아내기에는 짧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600페이지 안에 담긴 인류의 역사를 보니 그렇게 긴 역사는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우리는 천국과 지옥으로 나뉘는 갈림길에 서 있다. 한쪽으로 난 문과 다른 쪽으로 열린 입구 사이에서 초조하게 오락가락하고 있다. 역사는 우리의 종말에 대해 아직 결정내리지 않았으며, 일련의 우연들은 우리를 어느 쪽으로도 굴러가게 만들었다.

우리는 우리의 전망에 대해 확신할 수는 없는 상태이다. 우리의 욕망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큰 지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피엔스>를 읽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미래에 대해 어느 정도 예견하고 대비할 수 있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인류의 역사가 예견치도 못한 것들로부터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전망에 대해 확신할 수 없는 것이 정답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쩌면 그가 독자들에게 물었듯이,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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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코미디 - 유병재 농담집
유병재 지음 / 비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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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들기 전, 유튜브를 돌아다니다 우연히 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유병재의 스탠드업 코미디. 3분 정도의 짧은 영상이었음에도 웃음이 계속 났다. 자신을 향한 악플을 읽으면서도 긍정적으로 받아치는 모습이 매우 통쾌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밖에도 짤막한 그의 영상들을 보면서 시원시원하게 말을 하는 그의 모습이 좋았다. 그리고 얼마 후에 그의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유병재 농담집 <블랙코미디>. 그의 영상을 본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그의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에 앉아 1시간동안 다 읽을 정도로 <블랙코미디>는 쉽게 읽히는 책이었다. 쉽게 읽히지만 그만큼 씁쓸해지는 책이기도 했다. 사실 유병재의 SNS를 자주 접하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듯이, 그는 간혹 사회의 몇몇 문제들을 유머로 승화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블랙코미디>는 제목답게 사회의 몇몇 문제들을 유머로 승화시키고 있었는데, ‘해학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보면서 공감되어 웃음 짓는 나로썬 한편으로 씁쓸함이 들기도 했다.
  작가 소개부터 서문, 마지막 책장까지 그만의 매력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사람들이 저마다 마음 속에 꾹꾹 눌러 담았던 것들을 그는 속 시원하게 이야기해주니, 그것으로부터 오는 쾌감이 있다. 그래서 그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 것이 아닌가 싶다. <블랙코미디>를 읽으면서 특히나 공감되는 부분들을 모아보니 생각보다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어제의 나 개새끼야 ㅠㅠ 너 때문에 뺑이 치게 생겼잖아 부탁한다 내일의 나 ㅠㅠ

 

  할 일이 많음에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굴뚝 같을 때가 있다. 억지로 일을 시작하고 끝내는 것보단 하고 싶을 때 다시 시작하고 끝내는 게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거야, 라면서 자기 최면을 걸 때가 종종 있다. 그 때의 나는 "내일의 나에게 모든 것을 맡길게!" 라며 친구들에게 카톡을 보내기도 하며 할 일을 미루는 것을 알리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친구에겐 "어제의 나를 때리고 싶다, 어제의 나는 쓰레기다" 라며 징징대는 카톡을 보냈다.
 평소에도 자주 사용하는 말이어서 그런지 이 페이지가 나오자마자 나는 격하게 공감했다. 할 일을 미루지 말자는 반성을 함과 동시에 또 그 날의 할 일은 다음 날로 미뤘다.

 

 

 

 

주댕이 싸물어.
나한테 상처 줄 수 있는 건 나뿐이야.

 

  가끔 친하지도 않은 상대로부터 충고를 들을 때가 있다. 말이 좋아 충고지, 충고가 충고처럼 느껴지지 않을 때도 종종 있다. 굳이 이야기 해주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 모두 이야기 해주는데, 듣다보면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나도 '자기 방어' 능력이 점점 상승하고는 있지만, 조금의 틈을 비집고 상처되는 말들이 들어올 때가 있다.
 남이 나에게 하는 말에 나도 상처를 받는데, 내가 하는 말에 남들은 상처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남이 나에게 충고 아닌 충고를 하는데, 나라고 남에게 충고 아닌 충고를 한 적이 없지는 않을테니까. 그 누가 되었든 자신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자신 뿐이다.

 

 

 

 

 요즘같이 머릿속이 복잡할 때, 이 책을 만난 것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은 크게 생각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결코 생각하지 않고는 볼 수 없는 주제들(직장 내 성희롱, 상사의 부적절한 대우 등)을 주로 사용하여 유머로 표현하고는 있지만, 다른 책들에 비해 계속해서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며 한 장 한 장 넘기게 되니 말이다.
  책이 출간된 기념으로 세상에서 가장 느린 사인회가 진행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그의 사인회에 갈 수 있던 상황이 아니어서 아쉬움은 매우 컸다. 훗날, 두 번째 책이 출간하게 된다면 그때는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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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이야기가 된다 - 시간이 만드는 기적, 그곳의 당신이라는 이야기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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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에 들어온 뒤, 인간 관계에 회의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 지금도 가끔은 탄탄하다고 믿었던 그 관계가 무너지고 나면 회의감을 종종 느낄 때가 있지만. 한동안 읽지 않았던 책들을 다시 잡은 시기도 그 때였다. 자기 계발서, 에세이, 소설 등등 책들을 사 모으고 하나씩 읽기 시작했다. 여러 권의 자기 계발서와 에세이를 번갈아 가면서 읽으면서 내 마음을 사로잡는 글들을 종종 만났다. 어쩌면 내 마음을 그렇게도 잘 아는지 모르겠다며, 그 글들을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 놓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그 회의감이 잦아들자 나는 더이상 자기 계발서와 에세이들을 찾아 읽지 않았다. 오히려 그 분야의 책들은 멀리하기도 했다. 회의감이라는 감정이 사라지자 내게는 더이상 그 책들에게 공감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기 계발서나 에세이를 읽는 일이 내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물론, 가끔은 제목이 너무 예쁜 에세이를 만나 읽기는 했지만 그것도 책이 끝날 때까지 하염없이 책장만 넘겼을 뿐 크게 와닿는 부분은 없었다.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라는 책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겐 유명한 작가 강세형의 신작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는 그녀가 사랑하는 책과 영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에세이다. 그리고 내가 처음으로 읽은 작가 강세형의 책이다

 

 

이 책은 불쑥불쑥 쓸쓸해지곤 하는 수많은 평범한 삶들에게 보내는 위로다. 뭔가 더 있지 않아도 된다고, 당신이 보낸 그 대단치 않아 보이는 시간들도, 이렇게 모여 한 편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해 준다. 당신이 겪어낸 그 수많은 시간들이 곧 한편의 영화이며, 한권의 책이며, 기적이라고.시간이 만들어 준 기적. _본문 중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삶을 가지고 있고 그 시간들은 또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책, 영화 등에는 '이야기'가 존재하고 우리가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것이 아닐까. 그게 마치 나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가 강세형은 자신이 좋아하는 책과 영화 작품들을 인용하여 삶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엉뚱섬'이 사라져버린,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들에게 조금은 씁쓸한 질문을 던지며,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와 책 <고령화 사회>를 통해 함께 밥을 먹는 행위를 통해 외로움을 느끼는 우리에게 조금의 위안을 주고 있다. 

 

 

 

 

  이미 내가 알고 있었던 책이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나도 모르게 집중하고 보았던 것 같다. 내가 알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 수도 있었고, 같은 이야기임에도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이 재밌어 강세형 작가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에세이가 좋은 점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 비슷하면서 비슷하지 않은 그 이야기들에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는 것.

 

 

 

저녁에는 연필을 깎아선 안 된다는 여름 별장의 규칙처럼, 당신의 저녁에는 그저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이야기 한 편이 필요한 걸지도 모른다. 이미 그걸로도 충분하지만 어쩌면 그 시간들이 쌓여, 어느새 당신은 그 시간들에게서 힘을 얻고, 위안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_본문 299쪽에서

 

   한 문장, 한 문장 긴 호흡을 가지고 있는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를 집중해서 읽다보면 어느새 강세형 작가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위로에 대해 깨닫게 된다. 가끔 우리는 이야기에 집중하는 시간을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차라리 그 시간에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라고. 그러나 강세형 작가는 이야기에 공감하는 것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그 시간이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이 되기 때문에. 이 책을 읽은 나의 시간도 이야기가 될 것이며, 이 책을 읽을 다른 사람들의 시간도 이야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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