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싱글-뻔한 내용, 뻔뻔 혜수, Fun한 영화
별 3개 반
영화의 순기능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다양한 것들이 있다.
유독 영화 공부로 책장에 진열하기 좋아하는
영화판 리더들은
영화가 어렵거나 무겁지 않으면
눈을 내리깔고 별 하나도 아까워한다.
대중들 역시 영화로 방귀 좀 뀐다 하면,
생각의 방을 좁혀버리고
소수 평론가의 미디어에 휘둘려야
영화 매니아의 체면이 선다고 자부한다.
영화는 강의가 아니다.
물론 감동도 좋고, 교훈도 좋지만,
연신 하품만 나는 학창시절 수학 시간 같은 영화는,
영화의 근본적인 오락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해도
2시간 남짓, 스마트폰을 잊을 수 있다면,
그 영화는 기능적으로 충실히 책임을 다한 것이다
쌍문동 봉블리 <안재홍>을 탄생시킨
<족구왕>의 극본가 <김태곤> 감독의 <굿바이 싱글>은
철저히 상업 영화를 표방하고 있다.
방송국 명절특집 드라마처럼
결과를 미리 내다 볼 수 있는 뻔한 내용이지만,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텔링으로
뱀장어처럼 미끈하게 빠져있다.
의미심장한 복선이나 화려한 미장센은 없어도
뻔뻔한 <김 혜수>의 연기 하나만으로도,
과거 <이 광훈>감독의 <닥터봉>이나,
드라마 <직장의 신>에 버금가는 재미를 선사한다.
개인적인 최고의 장면은
엄마를 찾는 <산이>를 안고,
민낯으로 자기 설움에 대성통곡하는 장면은
<김 혜수>가 아니면 공감대를 얻지 못했을 명장면이다.
게다가 <오지마>란 대사 하나로도
미친 존재감 폭발하는 <안 재홍>이나,
단 한 씬의 출연으로
여배우의 신경전을 보여주는 <이 미도>의 싸가지도
영화의 재미를 한층 도약 시키고,
부담스런 체격의 스타일리스트 <마 동석>의
100% 자신을 놓지 못한 어설픈 코미디도
오묘하게 영화에 녹아 들었다.
또 <또 오해영>의 히로인 <서현진>의 캐스팅도
<굿바이 싱글>로서는
어떻게 해도 되는 영화의 행운인 것이다.
결코 가볍지 않은 청소년 미혼모 문제와 인구 감소 등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굿바이 싱글>에는 그닥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미혼모인
김 단지<김현수 분>의 비중이 적기 때문이다.
분량이 적은 것이 아니라,
단지의 심적 갈등을 심도 있게 다루기는커녕,
객관적으로 쿨하게 보는 시선이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단지는 내내 입을 다물고 참는 것으로 일관하며,
오직 자신의 감정은
임산부 수첩의 <무섭다>라는 글을 적어 표현할 뿐이다.
이게 사실이고, 생활밀착형 영화이다.
실제로 청소년 미혼모는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다.
이를 알고 있는 관객은 공감대를 형성하겠지만,
극적 갈등에는 크게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이다.
또, 지훈 <곽 시양 분>이나 <단지> 언니의
악랄함이나, 비열함도 더 살아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고,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 같은 사족(蛇足)캐스팅도 보인다.
또, <김태곤> 감독이
전작 <1999 면회>나 <족구왕>에서 보여준
독특한 의외성이나 블랙 코미디가
많이 감소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자 회견장을 버리고 단지에게 가는 길에서
평구 <마동석 분>의
<오늘은 국민진상 고주연이 맞는 것 같다>라는 대사라던가,
이사 후 발견하는 단지의 스케지북의 필연성은
영화의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굿바이 싱글>은
잘 만들어진 재미있는 상업영화임은 틀림없다.
영화의 긍정적인 재미와 Refresh라는 측면에
거의 완벽하게 올인한 영화다.
영화 후반부에
이동차에서 속도를 조절하지 못해서 넘어지는 카메라는
<김태곤> 감독의
독립영화의 열악한 현실을 비꼬는
자조적인 색깔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상업 영화와 밸런스를 잘 맞추고 있다.
공부를 하러 가는 영화가 아닌,
돈이 아깝지 않고 시간이 값진 영화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분명 머리 복잡한 세상에 스마트폰의 강박을 잊고,
단순하게 머리를 식힐 수 있다면
그 영화는 책임을 성실하게 이행한 것이다.
오랜만에 섹스와 폭력이 없는,
우연히 만난 <굿바이 싱글>은
부담 없이 머리가 반짝 닦여지는 상업영화다
마지막 장면 작은 집 창문밖에 걸린
뜬금없는 미러볼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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