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판-잘못된 마케팅이 망친 잘 만든 영화
별 4개 반
5770명.
<자크 오디아르>감독의 영화 <디판>의 국내 관객수다.
2015년 제68회 칸느 국제영화제의 황금종려상 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국제영화제나 아카데미 수상작의 국내흥행이
전통적으로 부진하다는 것을 감안하고도,
5770명의 관객수는 정말 어이가 없다.
물론 <자크 오디아르>의 전작 <예언자>나 <러스트앤본>을 살펴보면,
그리 대중적인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아니다.
늘 외면하고 싶은 사회 소수자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혹은 더욱 처절하게 만드는 상상을 덧붙여
영화 내내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곤 했던 것이다.
영화 산업의 언저리에 있는 지인들도
그의 영화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고 묵직한 아트 무비로 손꼽히고 있다.
그러나, 그의 영화적 경향은
우리가 <홍상수>식 영화를 인정하듯이,
그저 <자크 오디아르>의 색깔인 것이다.
더구나 <디판>은 그의 전작과는 달리
조금은 더 대중을 배려하며,
이해도가 대폭 쉬워진 잘 짜진 영화임에 틀림없다.
<디판>의 시작은 스리랑카 내전으로 인한 난민들의 삶을 다루지만,
사회적 이슈를 위한 스리랑카 내전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단지, 살아가기 위한 생존본능이 투철한 세 사람에게
포커스가 맞춰진 까닭에,
심장까지 깊숙히 박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난민이 되기 위해,
거짓으로 가족이 되는 디판(제수타산 안토니타산),
알리니(칼리스와리 스리니바산),
그리고 먹고 살기 힘들어 친척으로부터 내쳐진 소녀
일라이얄(클로딘 비나시탐비)가 합류하면서,
전쟁보다도 더 혹독한 가족 되기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난민만 되면 모든 것이 단번에 행복해질 수 것만 같던 희망은
이 가족이 프랑스 우범지역인 <르프레>로 배치되면서,
희망조차 가질 수 없는 절망이 된다.
블랙에서 형광 놀이기구를 파는 장면이나,
어두운 방에서 전구를 밝히는 장면은
난민의 놓칠 수 없는 희망을 장치한 것이다.
폭력과 살인과 마약이 난무한 <르프레>에서
목숨을 내걸고 자신의 가족을 지키려
범죄자들에게 안전구역을 표시하는 디판의 행동과
스리랑카의 가족 사진을 액자에 넣어
문까지 달아 벽에 거는 행위는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의 끈에서
같이 사는 사람들의 존엄과 사랑으로 옮겨지는
내적 변화를 잘 표현하기도 한다.
가끔 뜬금없이 나오는 코끼리의 클로즈업은
힌두교의 신 <가네샤>를 뜻하는 듯
지혜와 희망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몸집은 크지만 육식동물에게 당할 수 밖에 없는,
즉, 인간의 존엄성을 가지고 있는 난민이지만,
세계의 정치적 상황과 인종차별, 언어차별로
피투성이가 되어야 하는 사회적 소수를 대변하기도 한다.
더구나, 관객에겐 전혀 익숙하지 않은 신인 배우를 기용,
다큐멘터리적인 사실감과 감동을 배가시키면서,
사회영화에서 멜로, 다시 느와르로 능숙한 연출 솜씨를 보여준
감독의 역량에 놀랄 뿐이다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명작 <디판>이
만 명도 보지 못했다는 것에 은근히 화가 난다.
가장 큰 이유는 잘못된 마케팅이다.
아무리 작은 영화사라지만,
포스터와 티저에서 전혀 생각이 없는 듯 보인다.
낡은 옷소매로 얼굴도 없이 끌어안은 포스터는
칙칙하고 머리 아픈 아트무비로 선뜻 지갑을 열수 없고,
메인 카피 <당신이 보게 될 올해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는
포스터의 컨셉과 상반되면서
너무 긴 부연 설명으로 조급한 관객에게 힘을 싣지 못한 것이다.
차라리 인물 위주의 두번째 포스터가
그나마 첫번째 포스터보다 시선을 잡는다.
더구나 <디판>의 가장 큰 Contact management 인
칸느 그랑프리는 종교적 색감에 묻혀 보이지도 않는다.
게다가 난민 <쿠르디>의 죽음으로
전세계적 관심사 난민문제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이 없다.
도대체 마케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있기라도 한 걸까?
그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안이하고 루저적인, 혹은 아트 독재로 밀어붙인 걸까?
혹자는 아트무비를 상업화 시키려한다고 손가락질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관객이 보지않는 영화는 아트무비도 될 수 없다.
적은 스크린 수를 탓하고,
영화평론가나 기자들의 독단적 평점에 분노하고,
마케팅 비용의 부담을 변명하기 전에,
수입사는 이 좋은 영화를
많은 사람에게 보이겠다는 노력과 고민을 했는지 물어보고 싶다.
입소문이라도 나려면
대중 입장에서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마케팅의 기본과
정확한 컨셉은 필수인 것이다.
예전 영화 쪽 일을 하면서,
저급한 영화에 날개를 달게 하려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써 슬로건만 뽑는데
약 2개월을 매진한 적이 있었다.
졸작도 마케팅에 성의를 다하는데,
잘못된 마케팅으로 명작을 망친 셈이다.
영화의 엔딩에 <알리니>가
고단한 디판의 머리를 쓰다듬는 장면이 나온다.
힐링이다.
인간에 대한 존엄성이다.
현시대를, 특히 한국에서 사는 이들에게는 가장 필요한 것을
오직 5770명만 누렸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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