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 자체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반도체 산업 부문에서는 한국·일본·타이완·중국·유럽연합등 주요국들이 거의 어김없이 관련 법률을 이미 제정했거나 추진 중이다. 그러나이런 나라들은 보조금 수혜 기업들에 ‘누구와 거래하면 안 된다‘ 같은 조건을 달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법은 특별하다. 지정학적 목표를 노골적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 P17

미국과 기술 측면에서 경쟁하며 다음시대의 주역이 되려는 자는 누구인가? 중국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무엇을 할 것인가? 설리번이 말했듯, 중국의 기술 역량이 미국을 따라잡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이 오히려 퇴보하도록 적극적인 공세를 펼쳐야 한다. 반도체법과 10-7 조치의핵심이다. - P19

한편 중국의 약점은 강점이기도 하다. 중국은 국내 반도체 수요의 80% 정도를 해외에서 수입한다. 2020년의 반도체수입액이 무려 3500억 달러를 웃돈다. 반도체 제조 장비 부문에서도 중국은 전세계 수요의 25~30%를 점유한다. 이 정도의 고객을 무시할 수 있는 공급업체는 없다. 미국의 ‘중국 포위망‘에 참여한 국가의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당장은 바이든정부의 위세에 휘둘리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반발심이 강해질 것이다. 내부분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 P21

설계부터 제조, 패키징에 이르기까지 반도체 생산의 전 과정을 모두 수행할 수있는 나라는 없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 팹리스, 제조 장비 등 고부가가치 부문에서 여전히 최대 강자다.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한국과 타이완이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 제조 장비와 소재 부문에서 상당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영국의 지식재산과 네덜란드의 노광장비가 없다면 전 세계의 반도체 생산이 중단될 것이다. 최근 격화되기 시작한 미국과 중국 사이의 반도체 전쟁은 지난 30여 년 동안 형성되어온 이 같은 글로벌공급망의 미래를 오리무중으로 몰아넣을 전망이다. - P25

<요미우리 신문>은 이렇게 한·일 사이에 있는 입장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즉, 일본은 미국의 핵 사용 판단에
‘소극적 관여‘라는 입장이지만, 한국은 실천적 핵억지력 구축 차원에서 핵 사용 협의에 ‘적극적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일본이 ‘소극적 관여‘의입장을 취하는 것은 일본이 피폭 국가이고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 고향이 히로시마이기 때문이다. 핵 협의체에 참석은 하되, 피폭 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는 교묘한 태도이다. - P31

지금 한·미·일이 논의 중인 군사협력의 수준은 무한 군비경쟁을 통해서 안보 딜레마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3국 군사협력 강화가 도리어 주변국들과 충돌하여 우리의 안보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일본의군사화에 백지수표를 내어주는 듯한 상황은 미래의 안보 불안 요소가 될 것이다. - P32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장)는 양 지대장의 죽음을 두고 ‘혐오 살인‘이라고 표현했다. "건설 현장에 노동조합이름을 쓰는 조폭도 있는 건 사실이다. 건설 노동자들을 ‘노가다‘라고 해서, 천대시하는 경향이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서도 정말로 자부심을 가지고 현장을 바꿔보려고 열심히 활동하는 노조원들이 있다. 그런데 대통령과 장관이 이런 사람들까지도 하루아침에 조폭과 동일시하고,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상황을 견디기 어렵지 않았을까. 구속영장도 정부기관의 공적 문서인데, 노동조합 이름 대신 ‘무슨무슨 파‘라고 넣어도 전혀 어색함이없다. 경찰이 노조 활동을 조폭과 똑같이 바라보고 있다. 당사자가 읽었다면 충격이 컸을 것이다." - P37

간협이 보기에, 간호법은 고령화 대책이다. 고령화에 따라 만성질환자는 급격히 늘어나는데, 이들 다수는 긴급한 치료가 아니라 ‘관리‘가 필요하다. 지난해 질병관리청이 펴낸 ‘2022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에 따르면 2021년 국내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전체 사망 중 79.6%다. 의료법상 간호사의 업무인 ‘간호 판단‘ ‘간호 요구자에 대한 상담 요양을 위한 간호‘를 병원 밖에서 하도록 유도하자고 간협은 주장한다. ‘돌봄‘의 질 향상이다. - P39

지난 30여 년간 세계화 과정을 통해 우리가 목도해온 것은 투자할 자본의 부족이 아니라 오히려 과잉화된 자본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면서 기업은 성장하지만, 국민은 안정적인 일자리의 부족에 시달리며 언제든 가난해질 수 있다는점이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합리성이 경제를 통해 추구해야 할 국민적 이해와 일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둘 사이의 괴리가 점점 커져왔다. - P43

여야 정치권이 합작한 강원특별법은 중요한 선례가 될 수밖에 없다. 지방분권이라는 명분 아래, 중앙정부가 개입해야할 ‘의무‘를 놓아버린 첫 번째 사례가 될수 있다. 거꾸로 지역 입장에서는 최초의성공 사례로 기록될 수도 있다. 5월10일 국회 공청회 이후 특례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법안이 수정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국회 통과를 장담한다. 심각한 것은 이것이 강원도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 P47

원래부터도 소아과 의사들은 그런 상담을 다 해왔어요. 아이는 아픈 곳만 특정해서가 아니라 통으로 봐줘야 해요. 소청과 수련 과정에서 제일 중요하게 배우는 내용이 ‘아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라 독립적인 주체이다. 아이의 성장 발달은 어른과 다르다. 아이는 어른 환자처럼 현재 증상만이 아니라 변화를 봐줘야 한다‘라는 거예요. 소아과 진료실에 있으면 예방접종 때 보호자와 가장 많은 대화를 해요.  - P49

어느 역사가나 사회과학자도 역사적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온전히 도달하는 글을 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역설적으로 그것은 학문 탐구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단일한 시각과 내러티브로는 불가능합니다. 인간의 감각이나 기억의 불완전성, 트라우마에 의한 왜곡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스스로 의심하고 질문할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시각, 각자의 내러티브가 있습니다. 우선은 많은 내러티브들을 모으는 것이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는 데 중요할 것입니다. 이 글이 1980년 5월을 밝히는 데 조금이라도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 P5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본래도 신학기와 환절기가 겹친 3·4·5월은 소아과가 붐빈다. 올해는 차원이 다르다. 마스크 착용이 전면 해제되고 지난 3년간 코로나19 유행으로 주춤했던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단체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감기 바이러스 7~8종이 일시에유행하고 있다. RSV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나을 즈음이면 보카 바이러스에 보카 치료를 끝내면 아데노바이러스에 다시 걸리는 식이다. 3월부터 두 달째 약을달고 사는 아이들이 수두룩하다. 치료 시기를 놓쳐 폐렴으로 악화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생긴다. - P13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제자리를 찾을 문제까? 이 ‘특수 시즌‘이 지나면 지금 당장 목도하는 극단적 형태의 소아과대란은 약간 풀리겠지만 소아과 의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은 앞으로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몇 년째 전공의를 확보하지못한 진료 과목은 전공의 확보율을 반등시키기 점점 더 어려워진다. 전공의 정원이 비었던 그 병원, 그 과에 전공의로 들어가면 1년 차 레지던트가 2~3년 차 레지던트의 일까지 모두 떠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팔라지는 저출생 기조도 예비의사들의 소아과 선택을 주저하게 한다. - P17

숨겨진 비밀은 바로, 이 빛 좋은 개살구 같은 핵협의그룹에 있다. 정부는 핵협의그룹을 강화된 확장억제의 알맹이로꼽고, 심지어 제2의 한·미 방위조약이라고까지 칭한다. 정작 차관보급 회의체에불과한데도 말이다. 그래서 빛 좋은 개살구같지만, 한·미 핵협의그룹은 한·미·일3자 핵협의그룹으로 변신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숨겨진 비밀이다. 나아가 오스트레일리아까지 포함한 아시아 핵협의그룹으로 확대해갈 것이다. - P27

정부 관계자들은 국제정세가 근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전략적 모호성‘이 아닌 ‘전략적 명확성‘을 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러시아와 각을 세우더라도 한·미·일 삼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미·일 핵협의그룹이 만들어지면 동북아시아에서 이 전략적 명확성이 가시화되는 조치가 될 것이다. 유엔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중국·러시아 2개 나라가 한국에 대한 위협을 전략적으로 명확하게 하는 시기가 눈앞에 닥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무역, 한반도비핵화와 평화 체제, 그리고 미래의 한반도 통일 등 우리의 국가이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나라들이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 P28

그런데 AI가 개를 포함한 온갖 동식물과 물건과 풍경과 개념의 이미지를 텍스트에 연결 지어 ‘복원 (생성) ‘해내려면, 수많은 이미지와 텍스트의 쌍이 필요하다. 스테이블 디퓨전은 인터넷상에서 긁어모은 50억 개가 넘는 이미지 - 텍스트쌍을 학습했다. 출처는 워드프레스 같은개인 블로그 플랫폼, 디비언트 아트 같은아트플랫폼, 게티이미지 같은 이미지 플랫폼 등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따로 동의를 구하거나 대가를 지불하는 절차가 없었다는 것이다.  - P35

논란의 핵심에 ‘화풍‘이 있다. 인간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화풍을 확립하는 데인생의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그런데 국내외적으로 화풍(그림체·스타일)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법이 보호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표현‘이다.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장려하는 취지다. 그러나 어디까지가 화풍이고, 어디부터가 표현인가? 생성 AI의 등장으로 누구나 짧은시간에 특정 아티스트 스타일의 작품을대량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누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해당 예술가에게 작품을의뢰할까?  - P38

생성 AI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내가 공들이는 걸 포착해주는 독자들이 있길 바란다. 번역가로서 엄밀한 표현을 쓰려고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고 시간을 들인다. 그런데 요즘 신문을 보면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문장들, 특히정치 영역에서 의도적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하는 말들이 난무한다. 거기에 대해서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다. 당연하다고 여기고 넘어간다. 말을 정확하고 아름답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 자체가사회적으로 의미가 없어지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으면, 특히 기자들이 끝까지 질문했으면 좋겠다. 말의 의미에 대해서. - P41

반면 정부는 피해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돕는 데에는 선을 긋는다. 주거까지는 정부가 지원하겠지만, 재산 손해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세 사기도 단지 사기의 일종일 뿐이란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 P44

대통령의 연설은 눈앞의 청중을 기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서 질문을 한 단계 더 들어가보자. ‘그런데 한국 대통령은 왜 미국 의회에서 연설했나?‘ 청자를 만족시키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만족한 상대를 대상으로 우리 몫을 얻어와야 한다. 그 지점에서 윤 대통령의 미국 의회 연설을 따져봐야한다. 외교에는 국적이 있기 때문이다. - P7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허약한 윤석열 체제가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을 더욱 부추기는 모양새가됐다. 윤석열 정부에 실망한 이들에게 기대는 민주당과 그러한 민주당의 잘못에편승하는 국민의힘이라는 악순환 속에서 ‘무당층‘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정치권 전체가 반사이익 그 이상을 추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불거진다. - P12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는 일은 대통령의 최우선 책무다.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는‘ 국제정세 흐름에서적과 친구라는 이분법으로만 상대를 인식할 경우 치르게 될 비용은 명확하다. 익명을 전제로 한 정치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백번 양보해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내정치 행보에 대한 비용은 자기 지지율을 깎아먹는 것이라고 치자. 외교무대에서 하는 말과 행동은 차원이 다르다. 국가전체의 코스트(비용)로 돌아온다. 너무 위험하다." 나라 안팎으로 ‘윤석열 비용‘
의 청구서가 쌓이고 있다는 뜻이다. - P13

개방 1년, 청와대는 문만 열려 있었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활용 방안은 아직도 확정되지 않았다. 청와대를 주도적으로 관리할 주체는 개방 1년을 약 한 달 앞두고 정해졌다. 청와대가 가지고 있던권 위를 허물고 싶은 쪽과 한국 정치 심장의 역사성을 지켜내고 싶은 이들이 곳곳에서 맞붙고 있지만 뚜렷한 답은 나오지않는다.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은 돌고 돌아 다시 청와대 영빈관을 쓰기 시작했다. - P16

문제는 대통령 배우자의 일정과 메시지 등을 총괄하는 담당자가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과거 정부에서는 제2부속실장이 이 역할을 맡았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제2부속실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에서 나아가 대통령 배우자 활동의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통령 배우자의 지위나 역할을 규정한 법률은 없다. - P23

이처럼 팜유 생산지에서 환경과 인권이슈가 계속 불거지자 팜유 업체는 ‘팜유 인증제‘를 들고나왔다. 지속가능한 팜유를 생산하고 사용하겠다는 약속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속가능한 팜유생산 협의회(RSPO)‘의 인증제다. 산림청 등 국내정부 부처에서 RSPO 설명서를 제작해배포하고,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팜유 사업에 투자하는 국내 기업이 RSPO 인증을 받았다며 홍보할 만큼 국제적으로 공신력이 높은 제도다. 그러나 최근 이런 팜유인증제도가 실은 ‘그린워싱(친환경인 척 가장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국내에서도 제기됐다. - P28

하지만 토론과합의의 과정이란 언제나 정치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제학은 당연히 ‘정치경제학‘일 수밖에 없다. 만일 이 과정을 몇몇 똑똑한 경제학자가 수학적 방정식을풀어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건합리적인 경제학이 아닌 지적 사기일 뿐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경제학은 대학연구실이라는 폐쇄적 공간에 갇힌, 박사학위 면허를 가진 소수 전문가들의 지적전유물이 아닌 대중이 공유할 수 있는 상식이 되어야 한다.  - P33

 녹색당은 1983년 5.6%를 득표해 처음으로 연방의회에 진출했고, 점차 독일 탈핵의 역사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정치세력으로 성장해갔다. 1981년 10월10일 본에서 벌어진 시위는 당시 반핵운동이 단순히 발전소 건설 반대를 넘어 시대적 위기와 결합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시위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핵무경가기가 독일에 배치되는 것을 반대하기 위함이었다.  - P37

하지만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과 자민당으로 구성된 메르켈 2기 정부는 2010년 원전 폐쇄 정책을 철회했다. 당시정부가 발표한 ‘에너지 구상‘에는 온실가스 감축 달성과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위한 원전 사용기한 연장이 강조되어 있었다.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를 줄이는대신 원전의 사용을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전국적인 반핵 시위를 촉발했다. 그리고 2011년 3월11일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자 상황은 완전히 뒤집혔다. 기민당 지지율은 떨어졌고 탈핵을 지지해온 녹색당의 지지율이 전례 없이 높아졌다. - P38

미얀마는 중국이 인도양으로 진출하는 유일한 육로에 놓여 있다. 라카인주 차우퓨 지역에서 경제특구 개발과 심해 항구 건설사업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이 프로젝트에 대한 보호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국이 군부뿐 아니라 군부와 내전 상태에 있는 라카인주 주류 종족인 라카인족 반군단체 아라칸군(AA)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라카인주에서 세를 빠르게 확장해가는 반군을 지렛대 삼아 이 지역에 대한전략적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게 중국의계산법이다.  - P41

2014년, 아베 정부는 위안부는 강제가 아니었다며 외무성 홈페이지에서 호소문을 삭제했다. 2023년 4월24일,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은 <워싱턴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이거는 저는 받아들일수 없습니다." 역사적 책임에 대한 오랜고민들이 깃털처럼 가벼운 말 속에서 증발했다. "아무리 사과해도 아물어질 수없는 상처"라는 최소한의 인식마저 사라졌다. 아베를 향해 사죄를 촉구하던 사카모토 류이치도 떠났다. 역사의 전진이나후퇴 같은 거친 표현은 가급적 삼가려고한다. 이번에는 쓴다. 역사가 후퇴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 P47

지원금을 주는 제도라 일시적으로 살아남는 데에는 도움이되었지만 결국 산업으로 바꿔나간 쪽이살아남는게 아닌가 싶다. 영화가 그걸 해냈다. 개방이라는 힘든 조건 속에서 산업으로 만들어 살아남은 것이다. 당시만 해도 외국 영화와 한국 영화의 체급 차이가 말도 안 되게 컸다. 스크린쿼터 논의가 있을 때 시장을여느냐 마느냐로 굉장히 치열했다.  - P5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많은 트로트 가수 가운데 왜 임영웅이었을까. 2022년 11월 장유정 단국대교수(자유교양대학)가 투고한 논문 <트로트에 나타나는 남성성의 상투성과 전복성>은 나름의 틀을 제공한다. 그에 따르면, 상당수의 트로트가 남자다움을 강조하거나 남자의 순정을 주로 담아냈다. 남진과 나훈아의 트로트에서 보듯 사나이, 총각, 남자 등 남성을 지칭하는 단어가 제목과 노랫말에 등장하곤 했다. 그에비해 임영웅의 트로트는 남성성을 전복한다. - P16

그런데 임영웅은 기성세대를 정조준하며 아이돌 가수의 전략을 취했다. 트로트 가수의 공식처럼 여겨지던 ‘히트곡 ‘지역 행사‘ 대신, 앨범 단위 음악을 내면서 공연에 힘을 쏟는 것이 대표적이다. 말초적인 트로트보다는 스펙트럼이 넓은음악에 중점을 찍었다.  - P16

이전에는 없었던 ‘시장‘이 열렸다. 시장의 소비자로 호명된 이들은 10여 년 전과는 달라진 중장년층이다. 취미생활에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덜하다. SNS로도활발히 소통한다. 트로트를 연구해온 이영미 대중예술 평론가는 "이미 그전과 다른 문화 집단이 등장했지만 발산될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트로트 열풍과 함께 거대한 수용자 집단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라고 말했다. 그간 촌스럽다고 치부되었던 트로트 음악이, 종편 방송사가 주도한 트로트 열풍을 만나면서 새로운 수용자층을 끌어들였다.  - P17

임영웅이 취하는 전략도 기존 트로트가수와 달라진다. 기성세대를 타깃으로한 아이돌 전략의 핵심은 고급화다. 정민재 평론가의 말이다. "스타덤에 오른 트로트 가수는 히트곡 한두 곡만 있어도 막대한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지역행사 섭외 요청이 쏟아진다. 그런데도 앨범 단위음악을 내고 있다는 것은 말초적인 히트곡에 치중하는 게 아니라 음악적인 성과를 가져가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콘서트에 힘을 쏟고 그 공연을 영화화하는것은 기성의 팝스타 아이돌 전략을 닮았다. 가장 트로트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트로트 열풍을 이끈 셈이다. - P19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료 인프라와 시스템도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지역의 응급의료를구성하는 119 구급대와 응급실, 또 병원과 병원 사이에 커뮤니케이션, 즉 호흡을맞춰가는 일이 못지않게 중요하다.  - P25

반면 JMS 신자들이 금산에 가져다주는 이점은 확실하다. 지방 소멸 위기에 처한 금산 입장에서는 유입 인구를 늘리는것이 절실하다. 특히 지방 소도시에서 귀해진 ‘젊은 사람‘이 유입된다는 장점이 있다. - P32

금산 지역사회의 변화와 긴장은 비단이 지역만의 일은 아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22년 3월 발표한 ‘소멸 위험지역은 전국 228개 시군구 49.6%인 113곳에달한다. 이들 지역 대부분이 금산군이 처한 사정과 비슷하다. 청년은 없고, 인프라는 악화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금산은 사회적 공분을 사는 종교단체 구성원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갈 것인가. 지역은 이들의 지속적인 이주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 JMS와의 공존은 여전히 금산 주민들에게 숙제로 남았다. - P34

하천 둔치나 도심 녹지공간에 파크골프장이 늘어나면서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비판이 뒤따르기도 했다. 잔디 관리를위해 농약을 사용한다는 점, 야생동물 서식지가 파괴된다는 점, 식수원 근처에 설립될 경우 수질이 오염된다는 점, 홍수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 등이 지적되었다. 하지만 파크골프장은 작은 면적을 이용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런 비판을 피해왔다.  - P37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지리·경제학적분열로 인한 공급망 파괴‘를 중기적 세계경제 성장의 장벽으로 본 IMF의 예측은타당하다. 선진국 그룹의 대표자라 할 수있는 미국과 영국 재무장관들의 IMF 비판이 ‘우리는 밝다‘거나 자신들에게 유리한 공급망 재편을 위한 심리전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옐런의 ‘상당히 밝다‘는 ‘미국엔 그렇다‘로 해석될 수 있다. - P45

공화당 의원들이 702조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조항이 미국인의 사생활을 좀 더 보호하는 쪽으로 개정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폐기될 가능성은 없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미국인의 사생활 침해 문제에 주목할 뿐, 해외의 첩보 문제를 거론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702조가 아예 폐기되지 않는 한 우방에대한 미국의 도감청에는 종전처럼 별 영향이 없으리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 P5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동안 정부는 쌀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쌀 소득보전직불제(변동직불제), 쌀생산조정제 (논에 작물 재배지원) 같은 제도를 운용해왔다. 변동직불제를 통해쌀값이 일정 금액에 못 미치면 정부가 이를 보전해줬고, 생산조정제를 통해 논에 타 작물 재배를 유도함으로써 쌀 과잉생산을 방지하려 했다. 쌀에 관한 한 한국정부는 사실상 ‘강제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온 역사가 있다. 이번 양곡법 정국의 도화선은 ‘의무화‘였다.  - P13

양곡법 사태는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징후적이다. 우선 국내 정치사에 이렇게 노골적으로 농민을 홀대하는 정부·여당은 없었다. 과거 정부 역시 농업 예산비중을 계속 줄이고 청와대 농업 담당 비서관을 오랫동안 공석으로 두는 등 농정에 무관심했지만, 적어도 문제가 불거지면 농민의 눈치를 봤다. - P14

또 하나는 쌀을 ‘시장재‘로 바라보기시작했다는 점이다. "시장의 쌀 소비량과상관없이 남는 쌀에 막대한 혈세를 들인다"라는 표현은 지금껏 없던 말이다. 국내에서 쌀은 시장재가 아니라 ‘정치‘였다. 시장질서와 상관없이 보호해야 할 ‘가치‘였다. 이제 그 가치가 ‘정치권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 P14

‘쌀 과잉과 쌀값 폭락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쌀은 농민의 안정적인 소득원이자 국가의 식량안보를 떠받치는보루다. 국내 곡물 자급률이 20% 수준에불과하지만 그나마 쌀 자급률이 90%를넘기 때문에 (2020년 기준 92.8%),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가루 가격이 폭등했을 때도 ‘우리는 쌀이 있으니까‘ 하는 마음으로 참을 만했던 거다. 기후위기와 전쟁으로 전 세계적으로 식량위기가 확산되면 곡물자급률이 20%에지나지 않는 우리나라가 가장 커다란 타격을 입을 것이고, 많은 국민은 ‘식량 난민‘으로 전락할 것이다. 쌀을 지키는 비용을 낭비라는 관점으로만 바라보면 정말 심각한 위기가 올 수 있다. - P18

국내총생산(GDP)에서 농림어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 수준이다. 성장주의자 시각에서 보면 고작 2%에 불과한 농촌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모두 쓸데없는 낭비일 것이다. 그러나 농촌이 사라진다는 것은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고유의 먹을거리·자연경관·지역문화가사라진다는 뜻이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완전히 박정희식 성장주의로 돌아섰다. 그런 대통령의 눈에 농촌이 보이겠나. 지금 시대에 오랜 성장주의 담론의 고리를끊어내야 하는 게 정치인, 그것도 대통령의 일인데 요원해 보인다. - P19

사실 이번 사태는 2021년 문재인 정부가 양곡관리법을 잘 지키기만 했어도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당시 쌀 변동직불제 (목표가격에 미달하면 차액을 보존해주는 제도)를 폐지하면서 쌀값이 하락할 거라는 농민들의 우려를 달래기 위해수급 상황을 감안해 쌀을 매입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게 현재의 양곡관리법이다. 그런데 농림부장관이 초과매입 약속을 제때 지키지 않아서 쌀값이 45년 만에평균 20% 가량 폭락했다. 농민들이 격렬하게 항의했고, 놀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매입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으로 바꾸는 개정안을 제출한 것이 지금 사태의발단이다. 양곡관리법의 규정만 잘 지켰으면 사생결단을 할 필요가 없었다. - P19

"윤석열정부가 친미의 깃발로만 나라를 끌고 가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는 게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그러한 기본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세상이 ‘친미‘와 ‘반미‘로만 나뉘지 않는다. 도감청사건을 지금처럼 대응하는 것은, 이번 사안을 너무 값싸게 받아들이는 태도다."
심지어 한국은 미국의 유일한 동맹국이 아니다. 한국의 유일한 동맹국이 미국인 것과는 비견된다. 미국은 전 세계 수많은 나라와 동맹 관계를 맺고 있다.  - P22

IAEA라는 기구의 설립 목적 자체가 핵의평화로운 ‘사용‘을 장려하고 원자력산업발전을 촉진하는 일이다. 핵무기에 대해서는 강하게 규제하고 감시하지만, 원자력발전과 사고 처리에 대해서는 위험과부작용이 발생하지 않거나 최소화될 수있도록 각 국가에 일종의 ‘컨설팅‘과 ‘지원‘을 제공해주는 역할이 더 크다. - P26

IAEA 검증의 한계는 명확하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배출되는 오염수와 관련된 모든 위험과 안전성을 판단하지 않는다. 검증 범위가 명확히 한정되어 있다. 일본의 오염수 방출 계획과 그 이행 과정이 IAEA 국제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다. 판단의 근거는 대부분 일본 측이 제공하는 자료들이다.  - P26

현대차로서는 굳이 생산직을 뽑지 않아도 사내 하청업체에 고용된 노동자에게 일을 시킬 수 있었다. 이들은 정규직과 달리 사실상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고 임금도 낮았다. 그런데 한국의 노동법상 일을 시키면서도 직접 고용하지 않으면 ‘파견‘이다.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은 파견이 불법이다.  - P34

북한은 ‘정면돌파, 자력갱생‘을 군사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2021년부터 시작한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앞으로도 전술핵무기와 ICBM 성능향상,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전략핵무기개발, 극초음속 미사일과 군사위성 등 군사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갈 것이다. - P44

‘윤리적 AI‘는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문제는 AI의한계가 아니다. 한계가 큰 AI를 맹목적으로 신뢰하고 그것에 의존하는 사람이 문제다. 기권을 할 수도, 상대를 설득할 수도 없는 이미테이션 게임에서 우리는 이제 어떤 전략을 짜야 할 것인가. - P5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