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판토 해전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4
시오노 나나미 지음, 최은석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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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판토 해전>은 시오노 나나미의 전쟁 3부작 중 마지막 3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이 책을 읽은 시점은 2002년 월드컵 무렵이니 벌써 14년 전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는 시오노 나나미의 열렬한 팬이어서 거의 그녀의 작품을 읽었던 시기에 읽었던 작품이다.


전쟁 3부작은 총 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1편은 <콘스탄티노플의 함락>으로 1453년 비잔틴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의 함락으로 인한 기독교 세계의 위기, 2편 <로도스섬 공방전>은 로도스 섬의 기사단과 오스만 투르크의 사투를 그리면서 기독교 세계의 반격 준비가 그려지고, 마지막 3편 <레판토 해전>을 통해 오스만 투르크의 서진(西進)을 저지한 것으로 그려진다. 


시오노 나나미의 '전쟁3부작'만  놓고 보자면, 레판토 해전 이후 오스만의 세력이 이후 몰락의 길로 가게 되는 것처럼 그려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이후에도 오스만의 유럽 공략은 계속되어 1683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비엔나 전투'가 오스만 투르크 vs 폴란드-리투아니아, 신성로마제국 동맹국간 발생되어 이후에도 유럽은 오스만 투르크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러한 면에서 시오노 나나미는 역사를 흥미있게 일반에게 알리는 면에서는 매력적인 작가지만,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서술에서는 작가-역사가의 입장을 오가는 무책임한 면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내가 그녀의 작품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시오노 나나미의 작품에 대해서는 후에 기회가 되면 추가적으로 분석하도록 하고, 갑작스럽게 <레판토 해전>에 대해 리뷰를 쓰게 된 이유는 <레판토 해전>에 나오는 국제 정세를 속에서 '박근혜 탄핵'과 관련하여 시간끌기를 하며, 명분쌓기를 하는 정치권의 모습이 연상되어서이다.


 작품<레판토 해전>에서 베네치아는 동지중해 무역의 중심 거점인 키프로스의 함락을 저지시키기 위해 '베네치아-교황청-에스파냐 함대'를 십자군의 이름으로 결성시킨다. 그렇지만,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결집한 이들이지만, 각자의 정치적 입장 차이 때문에 좀처럼 출정하지는 못한다.


 베네치아는 키프로스의 수도인 파마구스타의 함락을 위해 빠른 출정을 원하지만, 에스파냐는 자신의 출정으로 베네치아만 좋은 일을 시켜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런 저런 이유로 출정을 미룬다. 작품에서는 노련하게 출정을 미루는 안드레아 도리아의 모습이 베네치아 지휘관인 바르바리고의 시선에서 잘 그려진다. 목적을 달리하던 이들을 하나로 결집시킨 것은 키프로스의 수도 '파마구스타 함락'이라는 사건이었다. 포로가 된 베네치아 지휘관이 코와 귀가 베어진 채 끌려다니다가, 살가죽이 벗겨진 채 숨이 멎을 때까지 바닷물에 담궈진 충격적인 사건 속에서 이들은 비로소 '그리스도의 전사'로 변모하게 되어 하나가 되고, 결국 이교도들을 물리친다는 이야기다.


유럽인들에게는 가슴 뛰는 이야기이겠지만, 기독교 신자인 나도 비(非)유럽인이라서일까. 

'배달의 기수'같은 이야기의 결론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박근혜 탄핵'을 둘러싼 정치권의 흐름과 제3차 박근혜 담화를 듣고 곰곰히 생각하던 중 <레판토 해전>이 생각났다.당대 국제정세와 우리 정치현실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무리한 비교는 하지 않겠지만,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담화는 <레판토 해전>의 '키프로스 파마구스타 함락'과 같은 충격을 우리에게 주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라 생각한다.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이들'에게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내야겠다. 그리고, 다음 선거에서는 한국어를 잘 알아듣는 이들을 정치권으로 보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Battle of Lepanto 1571.jpg


[그림]레판토 해전 (그림 출처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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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2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02 0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거서 2016-12-02 2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양치기 목동이 된 대통령의 담화문을 보고 레판토 해전이 생각나다니 겨울호랑이 님의 해박함에 감탐하고요, 얼마 전에 댓글에서 알게 되었지만, 역시 레인맨이 맞나 봅니다. ㅎㅎ

겨울호랑이 2016-12-03 06:45   좋아요 1 | URL
^^: 사실 아는 게 얼마 없어서 조금 아는 것으로 조합해서 계속 우려먹고 있는 편입니다.. ㅋㅋ 레인맨보다는 사골국물이 보다 정확할 거 같아요. 오거서님 감사합니다
 

「중세1 : 476 ~1000」은 움베르트 에코를 비롯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중세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작품이다.

헤룰리족의 족장 오도아케르에의해 서로마의 로물루스 아우구스툴루스 황제가 폐위된 기원후 476년부터 이슬람의 침입에 서유럽이 반격을 준비하던 1000년까지의 시간에 지금의 유럽지역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움베르트 에코는 ˝야만인, 그리스도교도, 이슬람교도의 시대˝라고 이름 붙였다.

책은 역사, 정치, 경제, 철학, 과학과 기술, 연금술과 화학, 문학과 연극, 시각예술, 음악 등 중세 유럽의 모든 문화와 같은 시대의 다른 문화와의 교류 등을 포괄한다. 사실상 문화사 전반에 해당하는 매우 넓은 범위를 다루고 있다. ( 지금까지 적은 것이 대목차 제목일 정도로 다루는 분야가 넓다.)

또한, 당시 각 분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인물과 이론, 문화등은 거의 모두 거론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세에 관해 많은 자료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중세에 대해 익숙한 그림을 머리에 그리지 못한다면 페이지 넘기는 것에 부담을 느끼게 되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너무 친절하게 세세히 중세 476년부터 1000년까지의 서술을 하기에 초보자로서 핵심을 파악하기 어려운 점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처음부터 끝까지 단일화성으로 연주되는 음악같은 느낌 또는 책 자체가 ‘그레고리안 성가‘같다고 느껴진다.

양은 1000페이지를 상회하지만, 다루는 시간과 내용적 범위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짧다고 생각된다. 이 책이 600여년의 시간 동안의 한 문명의 문화사를 다룬다 점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90년대 ˝한국을 빛낸 103명의 위인˝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단군부터 시작해 현대사까지 역사인물을 나열한 노래로 매우 길었던 곡으로 기억된다. 그렇지만. 그 노래에 나오는 인물들이 한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한다면 그 노래는 매우 짧게 한국사를 소개한 노래라할 수 있겠다. 마찬가지로 이 책을 읽을 때 어느 정도 목적을 가지지 않는다면 마치 그 노래를 듣는 듯한 느낌을 피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 움베르트 에코는 중세를 ‘어둠의 시대‘로 규정하지 않는다. 21세기에 이루어진 많은 산물들의 뿌리가 중세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점을 제시한다. 또한, 중세가 희망의시기일 수 있는 근거로 동시대에 이루어진 다른 문명권의 성과를 제시하면서 유럽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려는 모습도 보여준다. 비록 이 책 대부분이 유럽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한계가 있지만.

그러한 큰 틀에서 넓게 중세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라 생각된다.

이번 리뷰는 전체 내용을 요약하지 않았다. 백과사전을 내용적으로 요약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인데, 대신 책 뒤에 부록 사진을 첨부하며 마치고자 한다.

최종적으로 이 책은 독립된 책으로서 가치를 가지기보다 교양차원에서 깊이 있는 중세 공부를 위한 좋은 참고서 또는 백과사전이라 생각된다.「중세」시리즈는 최소한 공동저자인 움베르토 에코 자신의 작품 「장미의 이름」,「바우돌리오」등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에 대한 훌륭한 주해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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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11-19 16: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두께가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움베르트 에코가 저자에 포함되었다니 기대되네요.

겨울호랑이 2016-11-19 16:38   좋아요 3 | URL
페이지가 1000페이지가 넘네요 1년당 2페이지씩 할당한 것 같습니다 ㅋ

겨울호랑이 2016-11-20 08:48   좋아요 2 | URL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네요..분량이 1년에 2페이지 정도라는 말씀이고, 책의 서술은 주제별로 되어 있습니다.. 예술사, 철학사, 음악사 등 ˝종합 문화사˝ 형식입니다^^

마르케스 찾기 2016-11-19 23: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년에 2페이지 정도라,,,
대장정을 끝내셨네요ㅋㅋ
자세히 쓰신 리뷰를 읽으니 별 네개의 의미를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책 사진을 첨부해 주셔서 감사!!
생각지도 못한 빠른 시간에 리뷰를 읽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기다림이 괜한 조급증으로 불편을 드리지는 않았나,, 죄송하기도 하면서,, 사실 죄송함보다는 책의 장단점을 세세히 알려주심에 감사함이 더 큽니다ㅋㅋ

겨울호랑이 2016-11-19 23:28   좋아요 2 | URL
마르케스찾기님께 도움이 되어 좋네요^^: 조급하게 읽은 것은 아닌데 마음에 깊이 와닿기보다 쏟아지는 지식에 도중에 낙오한 느낌이 네요 ㅋㅋ

마르케스 찾기 2016-11-19 23:44   좋아요 3 | URL
책 두께와, 책이 기술한 시대의 양과, 세세한 장단점, 올려주신 사진들에서,, 그리고 결정타!! ˝백과사전˝이란 표현에서 책의 모습을 전혀 몰라도 대충이나마 그려볼 수 있겠어요ㅋㅋ
백과사전을 다 이해하거나 다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을 듯ㅋㅋ
일단 쭉 통독한 후, 꽂아두고 발췌독을 할까,, 1년에 2장 정도의 설명양이라면 발췌독보다는 인터넷 검색이 나을까,, 이런저런 고려를 할 수 있는 정보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6-11-20 08:20   좋아요 2 | URL
^^: 마르케스찾기님께 도움이 되어 저도 좋네요. 저도 시간을 두고 발췌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유럽 사람들과는 달리 우리에겐 중세유럽은 세계사 중 일부니까요^^:

2016-11-20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20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프리쿠키 2016-11-20 00: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두께에 놀라고 가격에 놀라는 1인입니다.ㅠ.ㅠ
이런 책을 읽어내시는 겨울호랑이님. 정말 대단하세요. 아 생전에 도전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ㅎ
에코의 저작물이라 생각했거늘..여러 전문가들이 참여한 책이군요.

책에 대한 정보 감사드립니다.
그냥 겨울호랑이님의 리뷰에 입맛만 다셔야 할 듯 싶어요. ㅎㅎ
좋은 밤 되시길 바랍니다.^^;

겨울호랑이 2016-11-20 08:11   좋아요 3 | URL
아니에요, 북프리쿠키님 저도 제 것으로 온전하게 소화를 못 시켜 수박 겉 핥기로 넘어간걸요.. 보다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충분히 여러 번에 걸쳐 읽어야할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yureka01 2016-11-20 01: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책은 언젠가 꼭 읽어 보고 싶은 책중에 하나 입니다,^^..

겨울호랑이 2016-11-20 08:13   좋아요 3 | URL
^^: 네 중세에 대한 좋은 책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오거서 2016-11-21 22: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값에 놀라고 두께에 질려서 읽고싶은 맘을 억눌러 간신히 진정하고 있었는데 겨울호랑이 님의 리뷰를 읽고서 그만 허물어졌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6-11-22 04:08   좋아요 2 | URL
중세 음악에 대해 상세하게 정리되어 오거서님께서 곁에 두고 유용하게 잘 활용하실 책이라 생각됩니다^^

camphortree85 2020-02-03 1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번역은 괜찮나요??

겨울호랑이 2020-02-03 19:01   좋아요 0 | URL
네, 제가 번역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라, 저는 잘 읽었습니다만, 읽는 분에따라 다르게 느끼실 수도 있을 듯 합니다. camphortree85님 즐거운 독서 되세요!^^:)
 
랑케 & 카 : 역사의 진실을 찾아서 지식인마을 7
조지형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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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케 & 카 : 역사의 진실을 찾아서>는 지식인 마을 시리즈 중 근대역사학의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책에서는 실증사학의 선구자로 알려진 '랑케'와 우리에게 <역사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E.H 카'의 역사관을 개략적으로 제시하며, 추가적으로 최근 '포스트모던 역사학'에 대한 내용도 소개한다.


랑케(Leopold von Ranke, 1795~1886)는 실증사학의 주창자로 알려져 있으며, 그의 실증사관은 과거의 사실이 진실로 어떠했는가를 밝히는 것이 역사학이라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책에서는 실증 사관의 이해를 위해 고대 역사학자인 헤로도토스, 타키투스의 저사인 <역사>,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통해 고대와 근대 역사관의 차이를 살펴보고, 랑케의 저서 <라틴 및 게르만 제(諸) 민족의 역사 1494 ~ 1514> 서문을 중심으로 객관성을 강조한 실증사학을 비교조명하고 있다. 


객관적인 사실을 강조한 랑케의 사상은 불완전한 사료, 남겨진 사료의 객관성, 역사가의 해석 등의 제약으로 인해 역사가에 의해 재해석될 수 밖에 없음을 강조하는 '반(反)실증사학'의 비판을 받게 된다. 이러한 '실증 사학 - 반실증 사학'의 조화를 강조한 것이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작품이다.


카(E.H. Carr, 1892~1982)는 이 저서를 통해 역사는 '과거 사실'과 이러한 사실에 의미를 부여하는 '역사가' 의 역할에 대해 주목한다. '단순한 과거'가 아닌 역사가에게 '의미가 부여된 과거 사건'이 바로 '역사'가 된다는 사실을 통해 '역사는 과거(사실)와 현재(역사학자)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주장을 한다.


 <랑케 & 카 : 역사의 진실을 찾아서>에서는 E.H 카 이후의 최근 연구방향흐름인 포스트모던(Post-modern) 역사학에 대해서도 소개를 한다. 포스트모던 역사학에서는 최근 학문의 흐름인 '융합(融合)'의 영향으로 기호학, 언어학 등의 인접 학문과 연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 중에서도 '언어학-역사학'의 관계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언어학자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 1857 ~ 1913)의 시니피앙(le signifiant 지시어)와 시니피에(le signifie 지시 대상)를 통한 언어학과 역사학의 접목에 대해 설명한다.


<랑케 & 카 : 역사의 진실을 찾아서>는 역사(歷史)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사학(史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책 전반을 통해서 '역사'라는 학문이 단순한 과거 사실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재해석되는 과정을 거치는 현재의 학문임을 강조하기 때문에, 서양 근대이후 역사학 입문서로서 좋은 책이라 생각이 든다. 

 

주로 서양역사학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우리와 관련이 없는 이야기로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랑케의 실증 사관은 우리나라 역사와도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일본 개화기에 랑케의 제자인 루트비히 리스(Ludwig Riess)의 지도하에 근대 역사학의 방법론이 도입되었고, (출처 : <우리 안의 식민 사관> 이덕일) 이러한 방법론에 기초하여 조선의 식민사관이 성립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랑케의 실증 사관이라는 방법론을 이해하는 것은 '식민사관 극복'이라는 과제를 가지고 있는 국내 역사학 연구에 있어 기본이 되는 일이라 생각된다. 


누군가의 말처럼 의도적으로 자랑스러운 역사를 후대에 남겨주기 위해 사실을 왜곡해서도 안되겠지만, 올바른 상식과 양심의 눈을 가지고 우리의 역사를 바라보기 위해서도 개인의 역사관의 수립은 필요한 일이다. 이 책은 개인의 역사관 수립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단편적인 지식을 제공해준다고 생각된다.


PS. 책의 안내를 위해 소개된 영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羅生門)>(1950)은 역사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한 번은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된다.(영화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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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16-10-17 1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사 분야 관심도서로 놓겠습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6-10-17 11:4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사마천님 관심깊게 읽어 주셔서 저야말로 깊이 감사드립니다. 좋은 오후 되세요^^:

yureka01 2016-10-17 1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번 역사교과서는 집필자도,삼사자도 비공개 ㄷㄷㄷㄷ
저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역사교과서랍니다...

겨울호랑이 2016-10-17 14:32   좋아요 2 | URL
이제 곧 새로운 국정 교과서 발표한다지요? 길어야 2년 쓸 교과서라서 크게 신경을 안씁니다만, 그 교과서로 공부해서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마치 애들을 볼모로 1970년대의 `국민교육헌장`을 부활시키는 것 같습니다..
 
장미의 이름 세트 - 전2권 열린책들 세계문학
움베르토 에코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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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은 움베르토 에코가 쓴 중세 수도원을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이다.


1980년에 출간된 작품으로 이미 1986년 숀 코너리가 주연한 영화로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작품을 이번에 처음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장미의 이름>을 통해서 추리소설의 흥미진진한 전개보다 중세 수도원의 생생한 분위기 재현이 더 마음 깊이 다가왔다. '중세=암흑기'라는 공식속에서 정체된 시기를 연상하기 쉬운 우리에게 작품의 배경이 된 시대의 대립 구조는 사실은 중세가 흥미진진한 역동적인 시기임을 알려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1. 교리의 대립 : 아우구스티누스와 토마스 아퀴나스(아리스토텔레스)


작품의 배경이 되는 1327년은 중세 가톨릭 교회에 있어 많은 변화가 있었던 시기였다. <신학대전>을 저술한 토마스 아퀴나스가 1286년 이단으로 몰려 부관참시 당했다가,  극적으로  1323년 가톨릭 성인(聖人)으로 인정받은 시기와 맞물린다. 


이처럼 14세기 초 인정받게 된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神學)은 아우구스티누스 이래의 기독교 사상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종합한 '스콜라 철학'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으며, (출처 : 위키피디아) 이후 교리의 중심으로 자리잡게 된다. 작품 속 수도원장은 바로 토마스 아퀴나스가 죽었을 때 그의 시신을 들쳐 메고 탑루 계단을 내려온 것으로 명성을 이룬 인물로 소개된다.(p754)


이러한 신학적 변화 이외에도 새로운 철학(哲學)적 변화도 이 시기에 이루어진다. 


'중세 자연학 분야에서의 독창적인 발전은 대륙이 아니라 영국의 대학들에서 중점적으로 발전했다. 특히 옥스퍼드 대학의 초대총장인 로베르투스 그로쎄테스테(Robertus Groesseteste, 1175 ~1253)는 과학적 방법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개별 사건들을 관찰함으로써 일반법칙을 발견한 후, 이것을 실험 작업을 통해 검증하거나 반증하는 방법론을 발전시켰다. 그의 제자 로저 베이컨(Roger Bacon, 1210 ~ 1292)은 당시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귄위에 대한 맹종을 비판하고 자연의 직접적인 관찰과 실험에 바탕을 둔 학문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토마스 아퀴나스>, 박승찬, 새길, 2012, p20)


작품의 주인공인 윌리엄 수도사는 바로 로저 베이컨의 제자로 등장한다. 직접적인 관찰과 실험을 추구한 스승의 뜻에 따라 윌리엄 수도사는 날카롭게 현실을 관찰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와함께 당대에 미친 아리스토텔레스의 간접적 영향은 수도자 윌리엄과 화자(話者)인 아드소 간 이루어지는 추리과정에서 드러난다. 주로 '삼단논법'을 통해 논리적으로 사건을 구성하는 과정속에서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을 만날 수 있다. 그렇지만, 새로운 학문적 변화에 모든 이들이 동조했던 것은 아니었다. 작품 속에서도 이러한 팽팽한 대립의 관계가 잘 나타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서책은 하나같이 기독교가 수세기에 걸쳐 축적했던 지식의 일부를 먹어 들어갔소. 우리의 초대 교부들은 일찍이, 말씀의 권능을 깨치는 데 필요한 가르침을 모자람없이 베푸셨소. 한데 보에티우스라는 자가 이 철학자의 서책을 극찬함으로써 하느님 말씀의 신성은 인간의 희문(戱文)으로 변질되면서 삼단 논법의 희롱을 받아왔소.... 우리 수도원 원장이 장사까지 지내 준 한 도미니크 회 수도사(토마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꾐에 빠져 하느님을 자연의 이치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불렀소.(p841)'


<장미의 이름>에서는 플라톤 사상(특히, 플로티누스)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아우구스티누스 교리와 십자군 원정 이후 유입된 아리스토텔레스 영향으로 성립된 토마스 아퀴나스 교리의 충돌을 작품 전반을 통해 느낄 수 있다.


2. 수도회간 대립 :  베네딕토 수도회와 프란체스코회


작품의 배경이 되는 수도원은 베네딕트 수도회 소속 수도원이며, 수도원 방문객이자 사건을 풀어가는 윌리엄 수도사는 프란체스코회 소속이다. 초기 기독교 시기(6세기)로부터 형성된 베네딕토 수도회에 비해 프란체스코회는 13세기에 성립된 신생 교단이었다. 베네딕토 수도회는 당대 주류 수도원으로 중세의 지식과 부를 독점한 기득권이었다. 이에 반해, '청빈'을 추구하는 프란체스코회 수도회는 기존 교회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교단과 대립되고 있었다. 여기에 '교황권'과 '황제권'의 대립과 수도회간 대립이 엮이면서, 14세기 초는 급변하는 흐름 속에 있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윌리엄 수도사가 이 수도원을 방문하게 된다.

 (최근 교황이 된 프란체스코 교황은 프란체스코회 소속 사제이며, 바티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개혁은 이러한 프란체스코 수도회 정신과 연관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안 부분의 내용 중 프란체스코 교황이 프란체스코회소속이라는 부분은 오류이며, 예수회 출신 교황으로 정정합니다. 오류를 알려주신 clavis님께 감사드립니다.^^; 예수회에 관련해서는 다음에 기독교의 신/구교 분리와 관련해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니, 일단 pass 합니다.


<장미의 이름>은 시대적으로 이러한 갈등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이야기 전개는 수도사들의 연쇄살인을 통해 진행된다. 그래서, 작품 전반에 깔린 <요한 묵시록>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한 묵시록>은 기독교 신약성경에 포함된 유일한 계시록이자 마지막 문헌이다. 계시록이나 묵시록으로 줄여 부르기도 한다. 요한 묵시록은 기독교에서 성경 가운데 해석이 어려운 책이다. 같은 본문의 해석이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으로 가능하기도 하다. (출처 : 위키피디아)


'그 물건, 다리가 두 개 달려 있어서, 기수(騎手)가 말 잔등에 올라타듯이, 새가 홰에 앉듯이 그렇게 사람의 코 위에 올라앉을 수 있게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두 갈래로 나뉜 다리가 만나는 곳, 그러니까 눈과 맞닿는 곳에는 둥근 쇠테가 있고, 쇠테 안에는 술잔 바닥 두께의 편도꼴 유리가 박혀 있었다.  윌리엄 수도사는 글을 읽을 때마다 이 물건을 눈 앞에다 대기를 좋아했는데, 까닭인 즉, 햇빛이 기가 꺾일 때는 특히 이 물건을 이용해야 자연이 그 연세에 허락한 이상으로 밝게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p146)




본문 중에서 제자인 아드소가 스승인 윌리엄 수도자가 쓴 안경을 묘사한 부분이다. '안경'이 어떻게 생긴 물건이며, 용도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우리는 안경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고, 작품의 묘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안경'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다면 위의 글을 통해 '안경'의 정확한 모습을 연상하기가 쉽지 않을것 같다.


<요한 묵시록>은 저자가 본 것을 기술한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요한 묵시록>은 논란이 많은 문헌이며, 아마도 신약 성경 문헌 중 가장 신비적인 성격이 강한 문헌일 것이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이비 예언가들이 이를 바탕으로 해서 대중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는지.


'요한은 하느님의 말씀과 예수 그리스도의 증언, 곧 자기가 본 모든 것을 증언하였습니다.(묵시1:2)'


작품 속에서 '묵시록의 예언의 실현'과 '종말 사상' 에서 오는 공포에 무기력하게 휩쓸려가는 수도사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이들을 어리석다고 말할 수도 없었던 것은 어지러운 현실과 쏟아지는 정보속에서 사실을 알지 못하고 휩쓸려가는 내 자신의 모습 역시 보였기 때문이다.


<장미의 이름>은 말 그대로 잘 쓴 추리 소설이다. 그렇지만, 내게는 이 책이 중세 수도원과 당대의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사실의 재현과 과거를 통한 현실의 재발견이라는 면에서 더 뜻깊게 다가왔다. 역사적 사실의 뼈대에 살을 입힌 움베르토 에코의 뛰어난 사실 재구성으로 추상적이었던 중세가 안개속에서 피어나는 장미처럼 느껴졌다. 중세(中世)가 궁금하다면 읽을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수도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진 중세의 재현이 움베르토 에코의 대작(大作) <중세> 컬렉션으로 더 확장되어 나타났으리라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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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vis 2016-09-21 13: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예수회원이십니다.프란치스코회 소속이 아니고요^^우리나라에서는 예수회에서 서강대학교를 지어서 알려져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6-09-21 14:0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clavis님 오류를 지적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마립간 2016-09-21 15: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방문객이 10분인데, 추천 10개네요.^^

겨울호랑이 2016-09-21 17:0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마립간님 연휴 잘 보내셨지요?^^: 방문하신 분의 수도 셀 수 있는 방법이 있나봐요..아마도 제가 오랫만에 들어와서 `좋아요`해 주신것 같아요^^: 마립간님 좋은 오후 보내세요

cyrus 2016-09-21 17:40   좋아요 1 | URL
To. 겨울호랑이님 / 컴퓨터로 호랑이님의 알라딘 서재에 들어가면 화면 오른쪽 상단에 있는 방문자 수가 보입니다.

cyrus 2016-09-21 17:41   좋아요 1 | URL
To. 마립간님 / 알라딘 서재와 북플 시스템 전체를 잘 모르지만, 제 생각에는 ‘좋아요 수’가 북플로 접속한 회원들의 흔적인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북플에 접속하는 일이 편하죠.

cyrus 2016-09-21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코의 <미의 역사>를 읽은 뒤에 <장미의 이름>을 다시 읽어보니까 아퀴나스의 미학 이론이 보였어요. 처음에 소설을 읽었을 땐 어려웠던 내용이었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6-09-21 17:41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도 「미의 역사」와 「중세2」를 읽어본 후 다시 읽어야겠네요^^: 좋은 독서방법 추천에 감사드립니다

북다이제스터 2016-09-21 19: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화는 엄청 잼 있게 보았는데,
책은 작년 읽다 읽다 상권에서 포기한 책입니다. ㅠ
감축드리고 부럽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6-09-21 19:5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북다이제스터님 저도 일단은 읽긴했지만 뭔가 줄줄 흘리고 지나간 느낌이 드네요.ㅜㅜ 중세에 대한 공부 후 다시 읽어볼까합니다. 감사합니다^^:
 
수량화혁명 - 유럽의 패권을 가져온 세계관의 탄생
앨프리드 W. 크로스비 지음, 김병화 옮김 / 심산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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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량화 혁명>은 유럽 제국주의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책이다.


이 책에서는 유럽 제국주의가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을 '수량화'와 '시각화'의 관점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책의 내용을 개략적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수학은 중요한 학문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렇지만, 현실보다는 이상세계의 추구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현실을 보다 정밀하게 그려내는 측량술의 발전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음악은 기억에 의존해서 전승되고 있었고, 회화는 신학(神學)적 현실의 반영일 뿐이었다. 


 시간이 흘러, 16세기에 일어난 인쇄, 계산, 원근법의 변화는 서양인들에게 '시간'과 '공간'에 일대 혁명(革命)을 가져다 주게 되었다. 

시간적인 변화는 달력체계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어 최종적으로 17세기에 도메니쿠스 페타비우스(Domenicus Petavivus)에 의해 AD/BC 체계를 최종적으로 손질하고 이를 확립하게 된다. 공간적인 변화는 측량술의 발전을 통해 보다 정밀한 지도 제작이 가능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원거리 항해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또한, 학문적으로도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다. 

수학의 발전은 아라비아 숫자 도입과 각종 부호의 사용으로 인해 촉발된다. 이러한 배경을 통해 계산이 편리해졌고, 편리한 계산은 화폐경제를 뒷받침하여 복식부기를 탄생시켰으며 (자본주의를 발전시키게 된다.) 시각화는 음악에 있어서 악보를 만들어낸데 공헌하게 되고, 변화된 시간의 관념을 통해 비정량적인 음악(그레고리안 성가)에서 다성음악으로의 발전된다. 회화 부문에 있어서는 중세의 추상적인 기법 대신 원근법을 통한 현실의 반영한 기법이 새롭게 등장하게 되었다. 이처럼 수량화, 시각화를 통해 일어난 일련의 혁명이 유럽 제국주의는 다른 제국주의에 비해 유례없는 성공을 가져다 주게 된다.


저자는 유럽제국주의를 편향된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서구 문명에 대한 저자의 편향된 시각은 '비유럽권 문명'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대항해시대 초기에도 유럽의 문명은 타문명에 비해 거의 앞서지 못했으며, 이러한 경향은 제국주의 침탈이 한창이던 19세기 중엽까지도 이어지게 된다.  이는 병인양요(1866) 당시 프랑스군이 강화도에 있는 외규장각 도서를 약탈한 이유를 분석한 기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도널드 라크와 에드윈 클레이가 1965년에 쓴 <유럽을 만든 아시아>에 따르면, 16~17세기에는 수백 권의 아시아 서적이 유럽인 선교사·상인·선장·선원·의사·군인·여행가 등에 의해 유럽의 주요 언어로 번역되었다. 또 시어도어 포스가 1986년에 쓴 논문에 따르면, 18세기까지만 해도 서양인들은 중국의 기술서·실용서 등을 번역하는 데 아주 적극적이었다.


1866년에 프랑스 병사들이 건물은 불태우면서도 책만큼은 소중히 챙겨간 이유는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동아시아 서적을 열심히 번역해내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프랑스 병사들의 눈에는 외규장각 도서들이 아주 값나가는 물건으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 ... 서양 중심주의에 빠진 지식인들은 서유럽이 아주 오래 전부터 세계 일류였던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서유럽은 19세기 중반에야 비로소 동아시아를 능가하고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프랑스군이 외규장각 도서 탐낸 진짜 이유' 中]


실제로, 유럽은 인도로부터 아라비아 숫자 등 수학을, 아랍으로부터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비롯한 자연철학을, 중국으로 부터는 종이, 화약, 나침반 등을 받아들이는 주변 문명이었다. 유럽문명은 다른 문명에 비해 군사력 이외 부문에 있어서는 후진(後進)문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16세기 이후 다른 문명을 선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스페인인들이 16세기에 유카탄 반도와 중앙아메리카 연안에 도착했을 즈음 마야인들은 이미 지적인 침체에 빠져 들었고 더 이상 수학이나 달력을 발전시키고 있지 않았다. 스페인인과 포르투갈인이 동아시아에 도착했을 무렵 중국인들은 이미 송 왕조의 거대한 시계에 대해 부관심한 상태였고, 결함투성이던 그들의 달력 체계는 예수회 신부들의 도움으로 고쳐질 때까지 내내 그런 상태였다.'(p34)


'우리가 대개 아라비아 숫자라고 부르는 것의 기원에 대해서는 아랍인들이 그것을 발명하지 않았다는 사실 이외에 거의 아무것도 밝혀진 바가 없다. 아랍인들은 이 숫자를 인도인들에게서 배웠으니, 인도인들이 발명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도인들은 그것을 중국인에게서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p146)


이러한 저자의 주장을 접하다보면,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과 자본주의 정신>이 생각난다.  막스 베버가 자본주의의 성공요인을 유럽 문명의 특징에서 찾으려 했던 것처럼, 저자 앨프리드 W. 크로스비는 유럽 제국주의의 성공요인을 그들의 문명에서 찾으려 했던 것은 아닐까. 


'키루스 대왕, 알렉산드로스 대왕, 칭기즈 칸, 후아이나 카팍은 위대한 정복자였지만 이들이 차지한 땅은 한 대륙 이상을 넘지 못했고, 기껏해야 두 번째 대륙의 가장자기를 건드리다 만 정도이다. 이들은 빅토리아 여왕에 비하면 골몰대장 수준이었던 셈이다. 여왕의 제국에서는 문자 그대로 해가 지는 일이 없었다. 또 전성기 때의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네델란드, 독일의 영토에서도 태양은 지지 않았다.'(머리말 p8)


저자가 말하는 제국(帝國)은 '땅'인 것 같다. 제국의 크기를 제국의 역사적 의의, 세계사에 미치는 영향으로만 생각하는 그의 관점은 지극히 편협하다. (마치, 부동산 투기업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 책에서 논리를 관철시키기 위해 음악, 미술 등 여러 분야의 변화를 제시했다. 그렇지만, 변화의 원인 중 유럽 고유의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으며, 대부분이 외래 문명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굳이 유럽 문명의 고유성을 찾는다면 그들의 '폭력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문명들의 발전과는 달리 유럽문명은 측량술의 발전을 통해 침략할 세계를 살펴보고, 수학을 활용한 포병 화력으로 다른 문명권의 사람들을 몰살시켰다. 이러한 유럽 문명의 '폭력성'에  대해 저자는 기술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 책은 유럽 내부에서 일어난 16세기의 각 분야별 변화요인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는 반면, 유럽 제국주의의 특징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반쪽짜리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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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16-09-12 1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주 충실하고 유용한 리뷰입니다.대단히 감사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6-09-12 12:51   좋아요 1 | URL
항상 좋은 말씀과 격려 감사합니다^^;사마천님 행복한 추석 연휴 되세요

2016-09-12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2 1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딩 2016-09-14 1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 호랑이님 추석 잘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6-09-14 13:18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초딩님도 행복한 추석 연휴 보내세요. 항상 좋은 글과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2016-09-14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4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4 1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음의소리 2016-09-17 1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굉장히 유용하고 흥미롭습니다. 리뷰 자주 써주세요. 글 잘 쓰시네요. 읽는 재미가 있어요 ㅎㅎ 또 다른 리뷰도 기대합니다.

겨울호랑이 2016-09-17 18:0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마음의소리님 추석연휴 잘 보내고 계신지요? 격려 말씀과 함께 즐겁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시몬 2016-09-17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사피엔스>와 <총,균,쇠>을 읽으면서 역사적 사실이나 현상의 맥락적 이해와 탁월한 관점의 확보가 얼마나 힘들고 중요한가 새삼 느끼는 중 위 서평을 보게 되었습니다. 탁월한 식견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이해와 통찰력이 빛나는 서평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비평적 책읽기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16-09-17 19:2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시몬님 추석 연휴 잘 보내고 계신지요? 과분한 칭찬에 많이 부끄럽습니다. 또한, 좋게 읽어 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좋게 읽어주셔서 같이 성장하는 기쁨을 느끼는 요즘 입니다. 다시 한 번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아직 「사피엔스」와 「총, 균, 쇠」를 읽지 못했습니다만, 저도 조만간 기회가 되는대로 읽어보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

2016-09-18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8 2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0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0 1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