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온 포이히트방거,『고야, 혹은 인식의 혹독한 길』(대산세계문학총서 147), 문광훈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8(2).
문광훈 선생님께
알바 공작부인은, 고야에게 한 희극 작품을 언급하며 이를 모티프 삼아 부채에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러는 사이 그녀는 다시 이전 어조를 회복했다. “시간 날 때, 뭔가 다른 걸 그려주겠어요, 돈 프란시스코?” 그녀가 물었다. “이를테면 부채 같은 것 말이에요. 내게서「성직자와 마하El Abate y la Maja」를 그리고 싶나요?” 그러나 그것은 라몬 데 라 크루스의 막간극「수도사와 마하El Fraile y la Maja」였다. 작지만 대담한 이 희극은 연인의 은밀한 생각 때문에 공개 상연이 금지된 작품이었다.”(21-22쪽)
→ 그러는 사이 그녀는 다시 이전 어조를 회복했다. “시간 날 때, 뭔가 다른 걸 그려주겠어요, 돈 프란시스코?” 그녀가 물었다. “이를테면 부채 같은 것 말이에요. 내게「성직자와 마하El Abate y la Maja」를 그려줄래요?” 그러나 그것은 라몬 데 라 크루스의 막간극「수도사와 마하El Fraile y la Maja」였다. 작지만 대담한 이 희극은 공개 상연이 금지된 작품이어서, 연극 애호가들이 사적으로 몰래 공연했다.
독일어 원문: Sogleich indes nahm sie den früheren Ton wieder auf. »Wollen Sie mir in der Zwischenzeit etwas anderes malen, Don Francisco?« fragte sie. »Einen Fächer vielleicht? Wollen Sie mir ›El Abate y la Maja‹ malen?« Es war aber »El Fraile y la Maja«, »Der Mönch und das Mädchen«, ein Zwischenspiel von Ramón de la Cruz, eine gewagte kleine Komödie, die, für die öffentliche Aufführung verboten, in einer heimlichen Liebhabervorstellung gespielt worden war.
• Liebhabervorstellung = 아마추어 공연
• die[=Komödie], für die öffentliche Aufführung verboten, in einer heimlichen Liebhabervorstellung gespielt worden war
= 이 희극은, 공개 상연이 금지되어, 애호가들의 은밀한 공연으로 무대에 올려졌다.
오독의 원인은 한 단어 때문입니다: Liebhabervorstellung.
= Liebhaber + Vorstellung = 연인 + 생각 → 연인의 생각.
독일어 Liebhaber의 경우, 연인(戀人)─정확히 말하자면, 정부(情夫)─이라는 의미가 워낙 강해 다른 뜻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 오독이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대표적인 단어의 뜻을 텍스트에 강요해, 뜻을 억지로 끼워 맞췄기 때문입니다.
다만 단어를 대할 때, 일대일(一對一) 대응 방식이 아닌, 일대다(一對多) 대응 방식으로 유연하게 생각하고 독해하는 습관만이 오독을 피할 수 있는, 번역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일 것입니다.
2018. 4. 3.
박진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