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소설...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 배고픈 건 참아도 궁금한 건 못 참는다는 인간의 호기심을 가장 잘 어루만져주는 이야기. 기발한 트릭과 흥미로운 플롯, 우리의 기대를 200% 충족시켜 주는 명탐정의 존재까지 추리 소설만큼 흥미로운 게 또 있을까..이미 영.미나 일본같은 출판 선진국들 사이에선 팔리는 책의 대부분이 추리 소설이나 추리 소설에서 파생된 소장르가 휩쓸고 있다.

클린턴, 부시같은 미국 대통령들도 인터뷰를 보면 추리 소설을 즐긴다고 스스럼없이 말한다...(한국같으면-_-;)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만큼은 추리 소설이 불모지로 남아 있다. 올해 <다빈치 코드>가 80만부를 넘기기는 했지만, 야심차게 기획된 추리 소설들이 대다수 8000부도 넘기지 못하는 것이 또한 한국 추리 소설계의 현주소이다. 이에 추리 소설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쭉 훑어 보며  읽어 보시면 반드시 추리 소설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줄 걸작 20편을 소개하는 바이니, 추운 겨울이 다가오는 이 때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추리 소설을 읽는 인생의 참 재미를 발견하게 되시길 바라마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나는 추리 소설의 입문자가 부럽다...이런 걸작들을 한편 한편 새로 읽어가니 얼마나 짜릿하고 신나겠는가...아! 나도 다시 돌아가고 싶다...-_-;;;)

 

<1> 추리 소설의 탄생.

 

아시는 분도 많겠지만 최초의 추리 소설을 쓴 사람은 미국 문학사에서 유명한 에드거 앨런 포이다. 그만의 독특한 상상력과 로맨티시즘, 악몽같은 그로테스크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일궈내 세계 문학사에 이름이 남은 천재 작가, 애드거 앨런 포가 최초로 추리 소설을 썼다면 고개를 끄덕이실 분도 많이 것이다. <애너벨 리>같은 주옥같은 시에서...<어셔가의 몰락>같은 고딕 호러, 잊혀지지 않을 <검은 고양이>...포는 최초의 명탐정 오귀스트 뒤팽을 창조했다. 오귀스트 뒤팽이 등장하는 단편은 단 3편이지만 이후 추리 소설의 모든 원형이 담겨 있다 할만큼 뛰어난 작품들이다.

 

추천 1. <애드거 앨런 포> 단편집...

 

   

 

국내에 출간된 단편집이 워낙 많기에 번역이 잘된걸로 아무 거나 골라 들기 바란다. 위에 언급한 오귀스트 뒤팽이 등장하는 3작품 중 가장 유명한 <모르그 가의 살인>은 밀실 살인과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불가능 범죄를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을,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는 신문 기사의 스크랩만 보고 토막 살인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내용이다. 마지막 작품인 <도둑맞은 편지>는 아직까지도 단편 추리 소설의 최고 걸작중 한편으로 손꼽히는 작품인데, 끝까지 읽으면 뒤통수를 단단히 한대 맞은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그 외에 <황금충>같은 작품은 암호를 풀어내는 암호 미스터리의 효시격인 작품이다

 

 

<2> 추리 소설의 제 1 전성기

 

에드거 앨런 포는 1846년에 사망했다. 그는 추리 소설가라기 보다는 다종다양한 문학의 장르에서 실력을 발휘한 문학인이었기에 향후 추리 소설은 약간의 공백기를 맞게 된다. 포 뒤에 에밀 가보리오라는 작가의 <르콕 탐정>시리즈가 인기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추리 소설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는 건 바로 이 작가 때문일 것이다. 그 이름도 유명한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말이다...원래 코넌 도일은 의사 출신인데 지지리도 장사가 안되서 남아 도는 시간을 주체 못해 쓴게 바로 셜록 홈즈 의 제 1 장편 <주홍색 연구>이다. 이 때가 1887년이다. 아내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썼다고 알려져 있는데, 자기도 의사면서 왜 못 고치고 소설을 썼는지 모르겠다...-_-;; 여튼 다음 작품 <4개의 서명>이 대박을 치면서 돈 안되는 의사는 완전히 접고 소설가로 거듭났다. 당시 영국에서 남성 젠틀맨을 위한 잡지 '스트랜드 매거진'이 창간되면서 편집자는 코넌 도일에게 단편 소설을 의뢰한다.(지금으로 치면 GQ쯤 되나 보다...) 도일은 매호마다 단편 1편씩을 연재하며 그야말로 불멸의 이름을 남긴다...

 

추천 2. <셜록 홈즈>

 

 


청승맞게 부슬부슬 비내리는 런던 거리, 가스등 불빛은 흐릿한데, 4륜 마차는 정신없이 달려간다. 마부석에 앉은 사람은 승마 모자에 쇠장식을 단 지팡이를 들고, 체크 무늬 상의를 입고 있쥐...^^; 셜록 홈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이거일 것이다. 설명할 수 없는 기괴한 사건을 명쾌하게 풀어내는 홈즈의 매력이야말로 이 소설이 100년동안 사랑받은 이유일 것이다. 말이 필요없다. 아직도 안 보신 분들은 꼭 읽어 보시길...홈즈 이야기는 4편의 장편과 56편의 단편으로 이뤄어져 있다. 장편중에선 <공포의 계곡>을 추천하는 바이고, 단편은 뛰어난 작품들이 워낙 많으니 한편, 한편 읽어보시라(개인적으로는 <얼룩끈>). 비오는 밤, 이보다 더한 오락거리는 아마 없을 것이다...

 

셜록 홈즈가 이처럼 엄청난 인기를 얻자 다른 잡지에서는 경쟁적으로 추리 소설을 쏟아낸다. 홈즈의 라이벌들이 각지에서 튀어나오고, 바야흐로 셜록 홈즈로 촉발된 추리 소설계는 첫 번째 전성기를 맞은 것이다. 1900년대 초반 엄청난 양의 추리 소설들이 쏟아졌는데, 셜록 홈즈의 영향을 받아 단편이 많았고, 홈즈가 인기 있었던 가장 큰 이유인 탐정의 개성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이 많았다...

이 시기 탐정들은 홈즈를 능가하는 개성을 갖추기 위해  한 가지씩 이상한 결점들을 가진 온갖 잡놈들이 줄지어 튀어 나오게 된 것이다. 심지어 장님 탐정 <맥스 캐러도스>도 등장하게 되었다.^^;;  이런 결점있는 탐정들을 추리 소설 사조에선 라고 한다고 하더라...여튼 이런 홈즈의 라이벌 (<사고 기계 반 두젠 교>, <구석의 노인>, <마틴 휴이트> 등등) 들 중에서 가장 특출난 두 작품을 꼽아 보겠다...

 

추천 3. <브라운 신부의 결백>

 

 이 작품을 쓴 G.K 체스터튼은 원래 추리 소설가가 아니고, 버나드 쇼와 친한 문인이었고, 버트린드 러셀같은 철학자와 논쟁을 벌인 철학자였다. 당대의 석학, 시인으로 손꼽히던 사람으로 추리 소설은 그저 재미로 쓴 건데 후대에는 추리 소설가로만 기억되게 되었다..-_-;; 여튼 철학자요, 문인답게 그의 작품은 회화적인 묘사가 아름답고, 문장이 또한 기막히다. 그는 단편집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5권 썼는데, 제 1권인 <결백>이 최고 걸작으로 보인다. 철학자답게 그의 작품은 인식론이나 인생에 대한 우화를 날카로운 필치로 담은 듯 하다. <결백>에 수록된 <보이지 않는 살인자>는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은 건만 본다는 인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추리 단편 중 최고의 걸작이다. 그 외에도 <부러진 검의 의미>, <이즈라엘 가우의 명예>등과 같은 뛰어난 작품  들이 즐비한 걸작 단편집이다. 굽은 허리에 촌로같은 어벙한 탐정 브라운 신부지만 그는 날카롭다. 그에게서는 용서하는 신의 모습이 아닌 단죄하는 신의 모습이 언뜻언뜻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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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5-10-25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기서부터 퍼갈께요~~ ^^

jedai2000 2005-10-25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얼마든지 퍼가세요.^^;;
과일이 좋아님: 추리소설 좋아하시는 분들은 전부 다 친구랍니다..^^;;

panda78 2005-10-25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마틴 휴이트는 처음 들어봐요.. 궁금해라..

jedai2000 2005-10-25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마틴 휴이트의 단편집이 국내에 소개된 건 없는걸로 알고 있구요. 유명한
단편 <렌튼관 도난사건>이 동서추리문고 중 어떤 작품의 뒤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jedai2000 2005-11-02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반갑습니다. 하네님..^^;; 제 의도를 알아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조금이라도 많은 분들이 추리소설과 가까워질 수 있다면 제가 못할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너무 감사드리고 영광입니다. 겨울 방학 때 추리소설 많이 읽으시길...^^;;
 




일본의 만화 '작가' 아다치 미츠루의 불후의 명작이다.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만화로써, 상큼한 청춘물로써, 이 작품과 겨룰만한 작품은 타케이시 이노우에의 <슬램 덩크>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제목이 왜

인고 하니 위의 그림에서 글러브를 끼고 있는 투수의 이름이 바로 히로(웬지 영어의 HERO를 연상케 함)이고, 배트를 들고 있는 타자의 이름이 히데오(일본어로 영웅이란 뜻이란다...)라서이다. 두 명의 영웅의 앞글자를 따서

라는 이름을 지은 것이다.

 

재미있는건 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여주인공 이름이 히까리, 일편단심 히로만을 사랑해주는 또 하나의 여주인공 이름이 하루까로 등장인물 모두 H로 시작된다. 그 두 여주인공 이름 또한

인 것이다.

히로와 히까리는 소꿉친구 사이로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사이다. 중학교에 들어간 히로는 야구부에서 만난 베스트 프렌드 히데오를 히까리에게 소개시켜 주고 둘은 사귀게 된다. 그 때만 해도 히로는 코흘리개 아이와 다름없었고, 히데오는 상당히 어른스러웠거든...

 

그러나 오호! 통재라...고등학교에 들어간 히로에게 사춘기가 찾아오고 자신의 곁에 항상 있었던 히까리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젠 가장 친한 친구의 애인이 되어 있는 여자를 말이다...

히까리를 되찾아오기 위한 히로의 분투...그런 히로를 곁에서 지켜보며 보듬어주는 하루까...연애담의 와중에 최고 투수 히로와 최고 타자 히데오의 자존심 대결까지 번져 작품은 최고의 재미로 독자를 황홀케 한다. 결국 두 사람의 대결은 전일본을 흥분케 하는 갑자원 대회 결승전에서 마무리된다. 과연 두 영웅의 승패의 향방은? 히까리는 누구에게로? 직접 보시고 확인해 보기 바란다. ^^; 우정과 사랑, 남자들의 승부가 어우러진 최고의 걸작 만화임에 틀림없다...

작품에서 가장 나를 가슴 아프게 하는 부분은 히로의 고백...히로는 말한다. 나는 단지 사춘기가 일년 늦었을 뿐이라고...누구를 덜 좋아하고 더 좋아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히로는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섭리로 인해 단지 일년 늦게 출발했고, 그게 결국 지울 수 없는 현재의 차이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타이밍의 어긋남이라고 할까...그래, 단지 일년 늦었을 뿐이야...널 좋아한다는 걸 깨달은 게...그게 전부인거야...

역시 연애는 운명이 아닌 타이밍이 문제인 법...차가운 겨울이 다가오는 이 때, 히로의 가슴아픈 사랑에 다시 한번 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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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5-10-25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2 저두 무척 좋아하는 만화에요 ^^

날개 2005-10-25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다치 미츠루 만화 자체를 무지 좋아합니다..^^ 물론 H2도...
이리 반가울수가~

jedai2000 2005-10-25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좋은 만화는 다들 알아봐주시는군요. 이거 흐뭇한데요. 한 번에 전권을 다 빌려서 왕창 쌓아두고 누워서 읽고 싶은 욕망이 팍팍 생기는 작품이죠.
 




 

 인천 남동구청에서 군복무를 할 때였다..구청에서 웬 군복무 하실 분들은 조용히 입을 다물어 주기 바란다..당신들이 모르는 세계가 있다.-_-;; 여튼 공익 생활 중에 남동 구청 구민의 날 행사가 있었다..구민의 날 행사에는 각종 연예인, 소찬휘,태진아, 박혜경, FLY TO THE SKY 등등의 가수가 출연하기로 되어 있었다. 우리 공익들은 대기실에서 가수들을 경호(?)해주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 물론 그일을 하겠다고 서로 싸우고 난리도 아니었지만..^^;; 나에게 무슨 복이 있었는지 다행히도 대기실에서 가수들을 볼 수 있었다...

 

 거기서 나는 보고야 말았다. 샤크라의 려원양을 말이다...T.T 당시 려원양은 대기실 안에서 어찌나 깜찍하고 귀엽게 구는지 선배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사회보던 노사연씨가 <얘! 너 몇살이니? 너무 귀엽다>이러면서 볼을 꼬집어 줄 정도였다. 다른 가수들이 춤추는 걸 애교있게 따라하지 를 않나, 선배들이 들어오면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지를 않나...내가 그날 본 바로는 려원양은 가식적이지 않고, 진짜 생기 발랄하고 활달한 귀여운 소녀였다...

 

그런데 얼마 전 TV를 보니 호주에 살던 려원양이 잠시 한국에 다니러 오다 프로듀서 이상민(막걸리 랩퍼)을 만났는데, 그가 샤크라 활동하지 않겠냐고 제의했다고 하더라...그 제안을 수락하고 2주뒤에 앨범이 나왔단다.. 얼마나 졸속 제작됐는지 가히 짐작이 간다...

 

각설하고, 그날 이후 려원양에게 빠져버린 나는 당장 음반 가게로 달려갔다. 당시는 샤크라의 1집

타이틀곡 <한>의 인기가 저물고 후속곡 도 시들해지고 있을 때였다. 음반 가게로 가니

샤크라 1집이 진열되어 있는데, 옆에는 샤크라의 다른 앨범이 있는 게 아닌가? 아니! 이런 깍쟁이들. 벌써 2집이 나왔구나...ㅋㅋ 당장 두 장의 테이프를 사들고 집으로 날듯이 뛰어왔다..

 

자, 이제 포장을 뜯자...그런데...샤크라 1집은 맞는데, 한 장이 먼가 이상했다. 샤크라가 아니라

샤모니이었던 거다...영어로 써 있는데 비슷하기도 했고, 나란히 진열되어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사진도 샤크라처럼 울긋불긋한 옷을 입고 있어 그만 잘못 사고야 말았던 것이다...

 

에이 씨, 화가 났지만 벌써 뜯은 걸, 뭐. 혹시 또 알아..의외로 좋을수도..^^; 마음을 다 잡고 노래를 틀어 봤다...그 때가 밤 11시쯤이었는데 진정한 공포를 느꼈다...무슨 무당 노래같기도 하고, 주술 같기도 하고...소름이 오싹 끼쳤다...

 

살펴 보니 타이틀곡은 <화무십일홍>이다. 2번 곡은 <바리향>...속지를 읽어 보니 그들은 국내 최초의 국악 접목 여성 댄스 그룹이었다. -_-;;; 아아~ 밤에 들으면 귀신 나올까 무서운 음악을 하는 여성 댄스 그룹이라니...T.T

 

지금은 샤크라의 려원에 목맸던 것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만(벌써 5년이 지났다...) 샤모니만큼은 용서가 안된다...테이프 정리하다가 발견하고 옛 생각이 나 몇 자 적어 봤다. 이 아가씨들 요즘 머하고 있을까나?? ^^;;;

 

샤모니 노래 목록

1. INTRO <바리의 부활>

2. 바리향

3. 기원

4. 상실

5. 내 그리운 나라

6. 이별

7. 화무십일홍

8.YOU & ME

9. FF(FAST FORWARD)

10.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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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문
김래성 지음 / 명지사 / 199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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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내성 작가님의 단편집입니다.  9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야금야금 한 편씩 읽는 맛에 2시간도 안 되서 다 읽게 되더군요... 일단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감동이었습니다. 우리 추리 문학계에도 이런 작가가 있었구나...세계 추리 문학계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1930년대와 40년대에 활동한 작가가...마치 나무의 굳건한 뿌리같은 그런 존재가 한국 추리 문학계에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

 

 비오는 런던 거리가 아닌, 종로에서의 살인 사건.  원산, 금강산등의 익숙한 지명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너무 흐뭇합니다. 특히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살해 현장 요약도가 그려져 있는 것도 보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살해 현장인 양옥집 옆 '행길' ㅋㅋ에 흐르는 강이 대동강이라는 것도 아름답지 않습니까..^^;;

 

 

 이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1. 비밀의 문 - 수록된 다른 작품들과 달리 유머러스한 소극입니다. 원래 라디오 방송 대본을 소설화한거라고 하더니 흐뭇한 마무리가 훈훈한 작품입니다. 유괴 사건을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2. 이단자의 사랑- 가장 엽기적인 이야기네요. 한 여자를 사랑하는 예술가와 외과 의사의 집념을 보여주는 작품인데, 식인까지 동원한 극도의 그로테스크가 오히려 예술성을 조금 훼손하지 않았나 싶네요.

 

3. 악마파- 좋은 작품입니다. 역시 한 여자를 사랑하는 두 악마파 화가의 이야기입니다. 결말이 몹시 섬뜩합니다. 새디스트-메저키스트인 두 화가의 관계가 결국 끔찍한 파국을 낳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금동 김동인의 <광염 소나타>가 생각나기도...

 

4. 백사도- 추리 소설이라기보다는 한국적인 괴담입니다. 무속(무당)을 소재로 한데다 부모님의 원수를 갚는 오누이, 뱀과 대화하는 여인 등 한국적인 배경 속에서 펼쳐지는 공포 소설의 요소가 강합니다.

 

5. 벌처기- 전반적으로 괴담의 성격이 강한 작품집에서 비교적 본격의 요소를 갖춘 작품입니다. 마무리도 좋고요. 중요 단서를 강조하는  꼼꼼함도 돋보입니다. 구성에 있어서는 법정 기록이 쭉 나열되는 형식인데, 당대에는 참 신선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6. 광상 시인- 남편의 아내를 향한 집착이 낳은 병적인 사랑 이야기.

 

7. 타원형 거울- 가장 좋은 작품입니다. 일단 미해결된 범죄를 현상 응모해 풀어낸다는 도입부가 흥미롭고, 트릭도 아주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세계 단편 추리 소설 걸작선>같은 앤솔로지에도 충분히 수록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8. 복수귀- 죽은 자가 살아돌아온다는 괴담스러운 이야기지만 반전이 있지요...

 

9. 무마- 에도가와 람포 작품과 굉장히 비슷합니다. 특히 정통파 추리 소설을 쓰는 주인공과 변격 추리 소설을 쓰는 변태 소설가가 나오는 부분은 완전 <음울한 짐승>입니다. 전반적인 분위기와 모든 요소가 에도가와 람포를 벤치 마킹한 듯 보입니다.

 

김내성 님의 작품의 중요한 특징은 2가지 인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에도가와 람포의 영향을 굉장히 많은 듯 보입니다. 에도가와 람포의 변격 추리 소설을 지향하는 듯 해요. 퍼즐이나 트릭보다는 음산한 배경 묘사와 기이한 정신 세계를 가진 인물들, 엽기적인 사건을 중점적으로 묘사하고 있거든요.

 

또 하나는 여성에 대한 시각입니다. 위의 요약에서도 얼핏 눈치채셨겠지만 그의 작품은 거의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특히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팜므 파탈스러운 여성들이 많습니다. 독특한 아름다움과 천진난만한 순수함을 갖춘 그의 여주인공들은 그 육체적, 정신적 매력으로 인해 지식인 남성들을 홀려 도덕적 타락을 감행하게 만드는 이질적이고 공포스런 존재입니다.

 

작가 해설을 보니 어느 정도 해답이 보이는 듯 하더군요. 13살에 결혼을 했다고 하던데,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해서 정신적 성숙보다도 육체 관계에 먼저 눈을 뜨게 되고, 그런 면이 작가의 섬세한 도덕성에 큰 상처를 준 듯 보입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한 여성들을 보면 제 말씀이 이해가 될 듯 하네요.

 

정말 역사적 가치는 물론이고 읽는 재미도 있는 책이었습니다. 꼭 구해서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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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관 1 -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15
퍼트리샤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인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띄어쓰기에 조심하여 '법의 관' 이런 식으로 오해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  스카페타 시리즈는 한국에 약 6,7권 정도가 출간된 바 있지만 다른 나라와는 달리 묻혀 버린 아픔이 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도 전에 출간된 작품으로 2권 정도를 읽은 바 있지만 첫 작품부터 차근차근 읽어 나갈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렌다.

 

 용어부터 생소한 '법의관'은 사건 수사 과정에서 현장 단서를 과학적으로 조사하는 직업을 말하는 것 같다. 미국에서, 아니 국내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는 <CSI 과학 수사대>를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CSI 처럼 이 작품에도 DNA감별기, 지문 판독용 레이저 등의 전문 장비가 나와 독자의 흥미를 돋우나 독자들이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작품의 출간 연도는 1990년, 분명히 CSI보다 먼저 나온 시리즈라는 것이다. CSI의 성공을 등에 업은 모방적으로 오해하는 일은 행여 없길 바란다.

 

 작품의 도입부는 버지니아 주 리치몬드시에서 벌어지는 연쇄 강간 살인 사건으로 시작한다. 끔찍한 방법으로 여자를 교살한 후 강간까지 하는 악랄한 악당이 4명째의 희생자를 찾아낸 것이다. 리치몬드시의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박사는 자신도 여성으로서 범인에게 분노를 느끼고 범인의 정체를 밝혀내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범인은 지능이 매우 뛰어난 놈이라 쉽사리 꼬리를 밟히지 않는다. 다만 현장에 남아 있는 건 정체모를 반짝이는 가루 분말과 들척지근한 냄새뿐....

 

 보시다시피 시작부터 흥미롭다. 스카페타 박사의 투철한 직업 의식과 여성으로서의 피해자와의 동질감, 범인의 악랄함 등이 시작부터 빠르게 제시되어 작품의 불을 당긴다. 또 스카페타 박사의 주변 인물들이 작품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다. 과학 수사를 담당하는 스카페타 박사와 한 팀을 이루는 두 명의 남자, 냉철한 프로파일러 벤슨 웨슬리, 현장 수사를 담당하는 경사 피트 마리노, 게다가 스카페타의 조카인 천재 꼬마 루시, 범죄 심리학자 스파이로 박사등 한 사람도 대충 묘사하지 않는다. 작가는 섬세하고 유려한 필치로 주인공과 등장 인물들의 성격, 행동, 심리 등을 묘사한다. 특히 거칠고 전형적인 형사 타입인 피트 마리노와 사사건건 반목하던 스카페타가 화해(?)하는 장면이나,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걷도는 루시와 스카페타의 새로운 유사-모녀 관계 형성 등 인물들간의 관계에 얽힌 이야기에 작가는 힘을 집중한다.

 

 이는 1장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2장에서 추격이 벌어지고 3장에서 액션이 벌어지는...기계적인 게임같은 스릴러가 아닌 작품에 문학적인 향취를 가져다 주는 좋은 장치이다. 작가의 이력을 읽어보니 흥미롭다. 기자와 컴퓨터 분석관을 거쳐 실제로 검시에도 600회 이상 참여했다고 한다. 기자 생활을 한 덕분이지 글에는 다큐멘터리적인 사실감이 있고, 컴퓨터 분석관 생활을 한 덕분이지 작품에 컴퓨터 해킹에 관한 지식을 풀어 놓기도 한다...(개인적으로는 컴퓨터에 별 관심이 없는 편이라 이 부분이 좀 부담스럽기도 했다.) 검시 장면에도 물론 사실감이 보인다.

 

 전개가 빠르고 재미있는 작품이다. 500쪽 가까운 페이지지만 하루만에 모두 읽었다. 스릴러로써 최후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 전개도 좋았고, 분명 작품 중간 중간 범인을 추리할 수 있는 단서가 제시되어 추리물의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여성인 스카페타를 압박하는 남성들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능력을 입증하는 스카페타의 이야기는 여성들이 감정 이입하기도 좋을 듯 하다. 특히 요즘 강간같은 강력 성범죄가 만연한 세상에 스카페타 같은 법의관 우리 나라에는 없나 생각하게 만든다.

 

 책은 아주 가벼워 누워서 보기에 좋았다..-_-; 디자인도 이쁘고...개인적으로 여전히 제목은 <검시관>이 더 낫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역자 후기에 보니 제목을 <법의관>으로 정한 이유가 충실히 설명되어 있었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다음 작이 궁금한 멋진 시리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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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dai2000 2005-10-25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블하우스와 관계없기 전에 쓴 글이라 올립니다.

panda78 2005-11-03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다 두 권으로 나와서 아쉬워요. 예전에 다른 출판사에서는 다 한 권으로 나왔는데...
8권부터는 사 볼 예정인데,.. 쩝. 분권만 아니었더라도 더 기뻤을 텐데 말이에요. ^^;

jedai2000 2005-11-03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분권을 싫어하시는 분이 많죠.^^;;
유감스럽지만 스카페타나 링컨 라임은 계속 분권으로 나올 것 같습니다. 좋은 소식 못 드려서 죄송하네요.

시리즈 8편이 인쇄, 제작 중입니다. 9편은 내년 초쯤 나올 거예요. 저도 9편까지 봤는데, 9편은 스카페타 최고작 중 하나있니다. 정말 재미있어요.

panda78 2005-11-03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계속 두 권으로 나오다가 한 권으로 나오긴 어렵겠죠. ^^; 투정 좀 해 봤사와요.
으흐흐- 9편 얼른 읽고 싶어서 근질근질하는데요? ^^ 기대기대-

jedai2000 2005-11-04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참 저도 사는 사람 입장에서 분권은 싫죠. 여기 알라딘 님들은 특히 책을 엄청 많이 사시니까 부담도 많이 되실테고...저도 <밀약>사고 피눈물 흘렸어요.
그런데 또 사람마다 의견이 다 틀려서, 장사하신다고 밝히는 어떤 독자분께서는 본인이 연세도 있으시고 또 무거운 책 읽으며 장사하면서 보기 버거웠는데, 분권해 줘 고맙다고 쓰신 분도 있구요. 참, 책이라는 게 사람마다 욕구가 다 다르니 만들기 어려운 것 같아요.

8권 <죽음의 닥터>는 오늘 가제본한 걸 받았습니다. 특별한 문제가 없어 곧 제작 공정을 끝마치고 출간될 예정입니다. 재미있으니 기대해 주세요. (9편이 더 잼있지만요..^^;)

panda78 2005-11-04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녜- 기대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