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추리소설의 시장은 상당히 크다. 거의 모든 베스트 셀러 리스트에 한 두권쯤은 의례히 추리소설이 들어가 있고, 많이 팔리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 추리소설이 대단하다'와 같은 베스트 소설의 리스트를 많이 제공하는데 이 리스트에 오른 작품들이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다.. 한편 문예춘추에서도 20세기에 출간된 작품 중 베스트를 뽑았는데... 

 

일본 추리소설 부분, 20 세기 베스트 리스트

 

1. 텐도 신, 대유괴 (1978) - 다음넷 전자책으로 볼 수 있음. 출간을 전제로 번역됐으나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소개되지 못한 저주받은 걸작.

 

2. 미야베 미유키, 화차 (1992) - <인생을 훔친 여자>라는 이름으로 시아출판사에서 출간.

 

3. 다카무라 카오루, 마크스의 산 (1993) - <마크스의 산>으로 고려원에서 2권으로 출간. 경찰 소설의 걸작.

 

4. 시마다 소지, 점성술 살인사건 (1981)- 1980년대 신본격 추리 소설의 서막을 알린 작품. 절단된 시체에 얽힌 놀라운 트릭....하지만 일본의 모 추리 만화가 노골적으로 표절해 더 이상 놀랍지 않은 트릭이기도...국일 출판사에서 출간했지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관시리즈> 여섯 권과 더불어 중고 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되는 책임.

 

5. 다카무라 카오루, 레이디 죠커 (1997)- 3위작인 <마크스의 산>과 그 다음 작품 <석양에 빛나는 감> 마지막으로 <레이디 죠커>가 고다 주임이 등장하는 형사물 3부작이다. 한국에선 <마크스의 산>과 <석양에 빛나는 감>만 출간...

 

6. 쿄코쿠 나츠히코, 망량의 상자 (1995) - 올 여름 출간된 교고쿠 나츠히코의 최고 걸작.

 

7. 미야베 미유키, 이유 (1998) - 한국에선 출간되지 않고 있음. 정말 보고 싶다..T.T

 

8. 오오카 쇼우헤이, 사건 (1977) - 처음 들어봄.

 

8. 다카하시 가츠히코,  샤라쿠 살인사건 (1983) - 역시 금시초문...확인결과 김홍도라는 설도 있는 일본의 중세 화가 샤라쿠의 그림을 둘러싼 살인사건이란다.

 

10. 텐도 아라타, 영원의 아이들 (1999) - 출간된 걸로 확인. 가족 붕괴를 다룬 뛰어난 소설이라 함.

 

11. 오오사카 코우, 백설이 외치는 밤 (1986)  - 낯선 작품.

 

11. 렌조 미키히코, 회귀천 정사 (1980) - 출간되지 않았음. 유명한 단편

     

13. 오사와 아리마사, 독원숭이/ 신주쿠 2 (1991) - 고독한 한 마리 상어같은 신주쿠 형사 사메지마 시리즈 제 2작...출간됐으나 구하기가 매우 힘듦.

 

14. 이자와 모토히코, 시루마루 환시행 (1980)- 출간되지 않았음. 일본에 실재하는 유명한 민속학자가 등장하는 아카데믹한 추리물.

 

14. 오사와 아리마사, 소돔의 성자/ 신주쿠 1 (1990) - 신주쿠 상어 사메지마 시리즈 제 1작. 출간됐음. 신주쿠 상어 시리즈는 4권까지 국내 출간. 일본에선 8권까지 나왔음....

 

14. 하세 세이슈, 불야성 (1996) - 대만 혼혈인 야쿠자를 주인공으로 한 하드보일드 추리물. 국내에 출간됐으나 구하기 어려움

 

14. 하라 료, 내가 죽인 소녀 (1989) - 국내에 출간됐음. 유괴사건을 다룬 사립탐정이 등장하는 하드 보일드 추리물.

 

18. 기리노 나츠오, OUT (1997) - 국내에 3권으로 출간. 4명의 평범한 주부가 살인과 친밀해져가는 과정을 그린 걸작 스릴러.

 

19. 아리스가와 아리스, 쌍두의 악마 (1992) - 국내 미출간. 일본의 엘러리 퀸이라 불리우는 신본격 추리물의 대가인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대표작.  

 

19. 후지와라 이오리, 테러리스트의 파라솔 (1995) - 국내 출간.

 

20. 사사키 죠오, 에트로프발 긴급전 (1989) - 국내 미출간된 스파이 전쟁물

21위부터는 번역가 권일영 선생님께서 쓰신 내용입니다.

21. 시마다 소지의 <기상, 하늘을 움직이다>. 시마다 소지가 사회파적(+본격)으로 쓴 작품입니다. 형사 요시키 시리즈.
아사쿠사에서 부랑자로 보이는 한 노인이 소비세 12엔을 청구했다며 가게 여주인을 칼로 찔러 죽입니다. 노인은 자기 이름도 말하지 않고 완전 묵비권을 행사합니다. 과거 수십 년에 걸친 거대한 범죄의 구도가 요시키 형사의 수사를 통해 드러난답니다. 당시 평 가운데 <모래의 그릇>을 연상시킨다는 평을 들었을 정도로 사회파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같은 해 하라 료의 <내가 죽인 소녀>가 2위를, 오리하라 이치의 <도착의 론도>가 7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20세기 베스트에서는 21위를 차지한 작품이 이해에 9위를 차지했군요.

21死の泉(97) 皆川博子
미나가와 히로코(1930년 도쿄 출생입니다)의 <죽음의 샘>. 나치에게 농락당한 사람들의 비극을 그립니다. 아야츠지 유키토가 “나치를 소재로 해도 이 작가의 손이 가면 이토록 아름다운 환상적인 이야기가 된다”고 하는 평을 적었습니다. 기리오 나츠오의 을 제치고 1997년 베스트1으로 꼽혔습니다.

24. ガダラの豚(93) 中島らも
나카지마 라모(본명:나카지마 유지. 2004년 타계)의 <가다라의 돼지>. 같은 해에는 다카무라 가오루(1위), <얼굴에 흩날리는 비>(기리노 나츠오(2위), 무간인형(오사와 아리마사(3위), <외국인들의 저택>오리하라 이치(4위)에 밀려 5위를 차지했습니다. 종교, 초능력 등의 소재를 교묘하게 소화한 걸작이라는 평이 붙어 있습니다.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입니다. 황당무계한 부분도 있지만 정말 재미있다는 읽은 분의 평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일본어 문고판 3권으로 나와 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뮤지션으로도 활동한 작가로 유명합니다.

25. 哲学者の密室(92) 笠井潔
가사이 기요시의 <철학자의 밀실>. 같은 해에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에 밀려 2위를 차지했습니다. <쌍두의 악마>는 4위. 본격으로는 의외로 묵직한 작품입니다. 밀실물이고, 나치 비판도 가해집니다. 나치 시절의 3중밀실살인 트릭으로 유명한 작품이죠. 문고판 판형으로 1000페이지가 넘습니다. 재미있게 읽고 앞부분 번역하다 지쳐서 미뤄놓았습니다. ^^

26. 野性の証明(77) 森村誠一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야성의 증명>. 저도 <인간의 증명>보다 <야성의 증명>을 더 좋게 읽었는데, 보기 드물게 제 의견과 랭킹이 일치된 결과를 보여준 사례입니다. 이때 이 순위는 국내외 작품 합동 랭킹이었는데, 제프리 아처, 스티븐 킹, 제임스 야페 등을 누르고 3위를 차지했습니다. 내용은 자주 언급되는 작품이라. 바둑으로 따지면 ‘타개’의 솜씨가 돋보인 작품으로 보입니다.
-국내출간

27. 猛き箱舟(87) 船戸与一
후나도 요이치 <다케키 하코부네>(제목을 옮길 적당한 말을 못 찾겠습니다. ‘거친(사나운) 방주’라고 옮기자니 어색합니다. 읽어봐야 적당한 제목을 찾겠습니다). 이 해 최고의 소설이라고 하는 평이 달려 있습니다. “모든 등장인물을 죽인다고 하는 쾌거를 어드벤처 소설에서 성공시킨 기념비적인 작품”이라는 묘한 평이 달려 있습니다.

27. ホワイトアウト(95) 真保裕一
신포 유이치의 <화이트아웃>. 영화만 보고 이 작품을 말하지 마시기를. 영화는 원작을 만화처럼 만들어버렸습니다. 박력도 대단하고, 나름 감동도 있습니다. 걸작으로 꼽고 싶지만... 영화에서는 남자 주인공의 표정이 너무 ‘환하고’(아마 다른 영화에서 본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었는지). 1995년 랭킹에서 1위는 <테러리스트의 파라솔>입니다. 어지간해서는 남의 랭킹에 시비를 걸지 않는데, <테러리스트의 파라솔>은 제가 보기에 너무 과대평가된 것 같습니다. 이 해의 랭킹에는 결코 동의하지 못합니다. <화이트아웃>이 2위를 차지했고, 교고쿠 나츠히코의 <망량의 상자>가 4위를 차지했습니다. 이해 역시 하라 료 선생이 불쑥 <안녕 긴 잠>으로 3위였습니다. 저는 하라 료의 이 작품이 왜 20세기 베스트에 오르지 못했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제 취향이지만 <테러리스트의 파라솔>보다는 한참 위로 평가되어야 옳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출간

29. 生ける屍の死(89) 山口雅也
본격추리의 맹장, 야마구치 마사야의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제목 옮김새가 좀 썰렁합니다 生ける屍는 원래 식물인간 정도의 뜻으로 자주 쓰이는데 여기서는 ‘죽은 시체가 되살아나는’ 스토리 관계로 이렇게 옮겼습니다). 1989년 작품이지만 그 해의 베스트 10에는 들지 못했습니다. 이거 무슨 일인지. 뉴잉글랜드에서 시체가 막 되살아난답니다. ^^;; 하지만 내용은 결코 괴기, 공포물이 아니라 진짜 본격추리.

29. 檻(83) 北方謙三
기타카타 겐조. 제목은 일본어로 그냥 읽으면 <오리>. 우리말로 짐승 같은 것을 가두는 <우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공간입니다. <덫>이나 <올무> 같은 뜻도 있습니다. 이 한자의 우리 발음은 ‘함’입니다.^^;; 이 작가로는 드물게 주변 이웃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소재로 하드보일드를 썼다는 평이 있습니다. 역시 읽어보지 못하여 적당한 제목을 찾기가 난감.

29. 霧越邸殺人事件(90) 綾辻行人
아야츠지 유키토의 <무월저 살인사건>(기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아직까지는, 마지막으로 만족하고 읽은 아야츠지 유키토의 작품. 너무 길어졌다는 것을 제외하면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괜찮았던 작품입니다.(<암흑관>은 읽지 못했고, 앞으로도 읽기 쉽지 않을 것 같군요). 문장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친 모습 등등, 작가의 애절한 노력이 엿보이는 작품입니다. 적어도 제게는 그렇습니다. ^^;. 저는 아야츠지 유키토의 멋진 재기를 기대합니다. 비록 그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더라도. 이 작품은 폭설로 외부와 두절된 저택에서 일어나는 본격추리적 연쇄살인사건입니다. 앞부분에 수많은 문화 코드들을(문학이라거나, 도자기라거나 등등) 늘어놓아 지루할 수 있겠지만, 나름대로 찾아가며 읽으면 재미있습니다. 제게, 아야츠지 유키토의 마지막 뒷모습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애틋한 작품입니다. 흑흑...

29. ナポレオン狂(79) 阿刀田高
아토다 다카시의 <나폴레옹광>. 얄미울 정도의 단편들을 뽑아내는 작가의,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단편집이죠. 요즘은 수필가라고 해야 하나, 뭐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문필업에 종사하고 계시면서 나오키 상 수상작가일뿐 아니라 지금은 심사위원으로 장년 수고하면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듯한 인물. 음, 그의 에세이들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좋아하는 작품 성향이 제 마음에는 별로 마땅치 않습니다. ‘나오키 상은 작가에게 준다’는 묘한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렇다면 심사위원이나 주최측 마음에 드는 작가에게 준다는 것인지 뭔지.... 아토다 다카시도 작가에게 주는 나오키 상을 받은 것인 모양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소개가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라고 하던가 하는 제목으로.
- 국내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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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5-10-25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기까지 퍼갔어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

jedai2000 2005-10-25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든지 퍼가세요..^^;;

mong 2005-10-25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대거 업뎃이~
구경하고 갑니다 ^^

jedai2000 2005-10-25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 건 없지만 놀다 가세여~~ ^^;;

야클 2005-10-25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갈게요 ^^

jedai2000 2005-10-25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네~ ^^;;

panda78 2005-10-25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겁게 잘 봤습니다- 신주쿠 상어 시리즈랑 하세 세이슈의 책들은 제 취향과 거리가 멀어서 별 재미를 못 느꼈는데, 다시 봤습니다. ^^;;
가사이 기요시의 [철학자의 밀실]과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가 제일 보고 싶네요.

이매지 2005-10-25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모셔갈께요^-^

jedai2000 2005-10-25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78님의 취향엔 현대 일본 하드보일드가 별로 맞지 않으시나 보네요. 저에겐 <독원숭이>와 <불야성>이 일본 미스터리 중 베스트 10에 들어가는 작품이랍니다.
저도 <철학자의 밀실>과 <무월저 살인사건>이 보고 싶은데, 두 작품 다 분량이 굉장하답니다.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쩝.

이매지님, 얼마든지요..^^;;

2005-10-26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jedai2000 2005-10-26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올드핸드님 너무 반갑습니다. 제가 아시는 분이었군요. 저희 뵌 지도 너무 오래됐네요. 다음 모임에는 꼭 나가겠습니다..^^;; 저도 옛날에 써논걸 일단 재활용 끝내면 새로 업데할 시간이 별로 없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올드핸드님 즐찾 하겠습니다. ^^;;
 

 

<5> 추리 소설의 황금기 - 3 -

 

 추리 소설의 대가인 애거서 크리스티와 엘러리 퀸에 버금가는 존재이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소개가 잘 되지 않았던 작가가 바로 미국의 존 딕슨 카이다. 존 딕슨 카는 미국인이지만 영국에서 주로 살았고 스스로 영국인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영국을 사랑했다. 작품의 배경도 거의 전부 영국이다. 하지만 작품 속의 경쾌한 유머나 으스스하지만 유쾌한 분위기가 천상 미국 작가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존 딕슨 카의 주요 특징은 3가지이다. 밀실과 불가능 범죄에 대한 집착이 첫 번째다. 그의 작품 60편은 거의 전부 밀실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밀실에서의 살인을 명쾌하게 해결하는 게 그의 작품의 대부분이다.

 

두 번째는 오컬트에 대한 관심이다. 그의 작품에서 대부분의 사건은 오컬트적인 배경에서 일어난다. 마녀라던지, 목없는 시체, 늑대 인간, 요괴 등의 전설이 있는 배경에서 사건이 일어나 독자들의 흥미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물론 오컬트는 작품을 더욱 맛있게 해주는 양념일 뿐이지 사건의 해결은 항상 명탐정에 의해 논리적으로 이루어진다.

 

세 번째는 유머 감각이다.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지만 분위기는 경쾌한 게 딕슨 카 작품의 특징이다. 끔찍한 사건의 내용을 조금은 중화시키기 위해 유머를 쓰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추천 11. <세 개의 관>

 


   존 딕슨 카의 밀실과 불가능 범죄에 대한 관심이 폭발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밀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상황이 다 벌어진다. 어떤 교수를 과거에 은원 관계가 있던 인물이 살해할 거라고 공언한다. 그 교수는 결국 살해당한다. 도저히 누구도 침입할 수 없는 밀실에서 말이다. 명탐정 기디온 펠 박사는 사건의 비밀을 풀어 낸다.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바로 '밀실 강의'. 작가 딕슨 카가 정리한 모든 밀실 트릭을 기디온 펠 박사의 입을 빌어 강의를 하는 장면인데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기계적인 밀실 트릭의 수법에서는 정점에 달한 작품.

 

 

추천 12.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

 

 

  딕슨 카의 최고 걸작 중 한편이며, 세계적인 걸작이다. 개인적으로 아주 높이 평가하는 작품으로 트릭의 기발함과 논리적인 해명의 수준에서 정점에 달해 있는 작품이다. 추리 소설에 입문하실 분들은 반드시 읽으셔야 할 고전이자 최고 중의 최고 작품. 이혼녀 이브가 재혼 이야기가 오가는 집의 창문으로 시아버지 될 사람이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그러나 이브 곁에는 전 남편이 방안에 같이 있었기 때문에 스캔들이 날까 우려한 그녀로서는 전 남편을 돌려 보낸다. 하지만 뜻 밖의 증거로 그녀가 살해 용의자로 몰리자, 알리바이를 대기 위해 전 남편을 찾아보지만 전 남편은 불의의 사고로 식물 인간이 되어 있다. <세 개의 관>이 기계적 트릭의 정점이라면,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는 의표를 찌르는 심리적 트릭의 정점에 달해 있는 작품이다. 애거서 크리스티도 탄복했다는 작품이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영국에서 '추리 소설의 여왕' 칭호를 들었지만, 그 칭호는 곧 또 다른 여성 작가에게 공유되어야 했다. 그녀의 이름은 도로시 세이어즈. 도로시 세이어즈는 애거서 크리스티와 동시대에 활동한 작가로 라이벌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다만 현재는 도로시 세이어즈의 명성이 조금 떨어지는 데 이는 그녀가 12편이라는 과작의 작가라는 이유가 크다.

 

  그녀는 간호사 출신인 애거서 크리스티만큼 독약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조금은 독특한 방법의 살인을 고안해 냈다. 대표작인 <나인 테일러스>의 살인 방법은 기가 막힌다. 또한 독학으로 글을 쓴 크리스티에 비해 명문 옥스퍼드에서 문학을 공부해 문장이 좀 더 근사하다는 차이점도 있다. 물론 트릭의 기발함에서는 크리스티가 한 수 위지만 말이다. 하지만 작품에서의 불길한 분위기 묘사나 배경 묘사, 대사들은 솔직히 세이어즈가 더 잘 쓰는 것 같다. 그러나 세이어즈는 12편의 작품을 남기고는 말년에 단테의 <신곡>을 번역하는 등 종교적인 글쓰기로 완전히 전향하고 만다.

 

세이어즈 작품의 인기 비결은 바로 탐정 피터 윔지 경의 매력 때문이다. 피터 윔지 경은 귀족답게 젠틀하면서도 젠체하지 않는 소탈한 매력이 있다. 여자 분들이 아주 좋아하는 탐정이다..^^;; 한국에서 출간된 작품은 장편 <나인 테일러스>와 단편집 <의혹>뿐이라는 게 아쉬울 뿐이다. 

 

추천 13. <나인 테일러스>

 

 



  피터 윔지 경은 여행 중 명종술을 하는 교회에 머무르게 된다. 명종술이란 영국의 전통 음악으로 몇 개의 커다란 종을 여러 사람이 울려 화음을 만다는 것을 말한다. 명종술이 끝나고 시체가 발견되는데 신기하게도 전혀 외상 흔적이 없다. 작품 내내 비와 홍수의 우울함, 교회와 교회 음악의 짓누르는 듯한 장엄함, 인간의 연약함, 그런 인간을 비웃는 듯한 신의 단죄 등의 심각한 주제들을 만나볼 수 있다. 딱딱하고 무겁지만 충분히 읽어 볼 가치가 있는 걸작이다.     

  

 

 

 

 영국과 미국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독특한 대가가 나타났다. 추리 소설가라기 보다는 문학가적인 향취가 나는 작품을 썼던 그의 이름은 조르주 시므농. 그는 벨기에 태생이었는데 프랑스에서 명성을 날렸다. 프랑스 최고 영예 훈장 '레종 도뇌르'도 받았다. 그는 심각한 성격의 메그레 경감이 나오는 이야기를 100편 이상 썼다. 장편이 100편이라지만 한글로 옮겨보면 150-200쪽 정도의 작품이니 중편이라는게 맞겠다. 작가 생활동안 400편을 썼다고 한다.

 

 그의 책은 단순한 추리 소설이 아닌 1930년대 당대의 풍속도를 잘 드러내며,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리얼리즘에 입각한 작풍을 보여준다. 프랑스 문단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라는 칭호도 들었던 작가다.

 

추천 14. <사나이의 목>

 

 

  

 <사나이의 목>과 <황색 개>라는 두 편의 중편이 수록되어 있다. 두 편 다 메그레 경감이 등장한다. <사나이의 목>은 시므농이 추구했던 심리적인 방법을 이용한 추리 소설을 보여준다. 범인이라는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는 청년을 집요한 메그레 경감이 굴복시키는 내용이다. 메그레 경감의 심리 전술이 압권이다. <황색 개>는 <몽떼크리스토 백작>의 알렉산드르 뒤마를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다. 항구 도시에서 연이어 벌어지는 살인 사건. 범인을 체포해 보니 그의 사연은 구구절절한데... 추리 소설에서 만나기 힘든 감흥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시므농의 작품은 트릭이나 미스터리의 요소보다는 인간과 인간의 심리의 해부, 현실 세계에 대한 섬세한 묘사 등의 요소로 인해 문학성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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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5-10-25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확실히 책 그림이 나오니 좋긴 하군요.^^;; <황제의 코담배갑> 이랑 <나인 테일러스>는 읽었어요.

아영엄마 2005-10-25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에서 책이미지 복사해서 붙여넣기해 놓았어요. ^^

jedai2000 2005-10-25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잘 하셨어요. ^^;; 다른 작품들도 꼭 보세요. 그런데 재미없어서 저 혼나면 어쩌죠? ^^;;

panda78 2005-10-25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신 20선은 거의 다 읽었는데 좋던걸요. 멋진 리스트, 잘 봤습니다. <(_ _)> 꾸벅. ^^

jedai2000 2005-10-25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고맙네요. 그런데 아직 20개를 다 못 채웠어요. 쓰다가 만거라 14선에서 끝났죠. 조만간 20선을 완간하겠습니다.

jedai2000 2005-10-27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 테일러스> 아주 좋아요. 너무 진중한 분위기라 읽기 힘든 면도 있는데 읽고 나면 도로시 세이어즈에 대한 감탄과 존경의 마음이 들 거예요.

panda78 2005-11-02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드소머 살인사건이라고, 홀마크채널에서 가끔 해 주는 영국 드라마가 있는데, 거기에 이 종 치는 게 나오더라구요. (이름이 뭐더라,,, 하여튼 그 어려운 타종법)
그거 보고 난 다음에 읽었더니 훨씬 재밌었어요. ^^
 

<4> 추리 소설의 황금기 - 2 -

 

 영국에선 애거서 크리스티가 '추리 소설의 여왕' 칭호를 들으며 승승장구하고, 미국에선 반 다인이  퍼즐 추리소설로 베스트 셀러를 석권하며 인기를 끌자 뉴욕에 살던 두 사촌 형제는 이에 자극받아 자신들도 추리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들의 이름은 맨프레드 리와 프레드릭 더네이...두 사람은 1928년, 추리 소설 현상 공모에 응모를 해 처녀작 <로마 모자의 비밀>을 발표한다.

 

 두 사람은 합동 필명으로 엘러리 퀸이라는 이름을 창조했고, 자신들의 소설 속 탐정 이름도 엘러리 퀸이라고 붙였다. 그 뒤 두 사람은 제목에 나라 이름이 들어가는 '국명 시리즈' 9편을 발표해 일약 유명해진다. <그리스 관의 비밀>,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중국 오렌지의 비밀>등의 작품이 있다.

 

그들은 철저하게 논리와 트릭, 퍼즐의 요소를 중시한 본격 지향주의였는데, 작품 속에서 가장 중요한 단서나 범인을 맞출 수 있는 장면에 '독자에의 도전'이라는 편지를 삽입했다. 이 부분을 꼼꼼히 읽어 보면 범인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들은 트릭을 만들 때 있어 페어플레이 정신을 강조했다. 냉철한 이성과 논리, 집중력, 관찰력을 가지고 작가에게 도전할 것을 촉구했던 것이다.

 

한편 그들은 추리 소설 역사에 남을 또 하나의 불후의 시리즈를 발표했다. <X의 비극>,<Y의 비극>,<Z의 비극>, <최후의 비극>의 4편으로 이루어져 있는 비극 시리즈가 그것이다. 그들은 이 책들을 '버나비 로스'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는데, 추리 소설 작가다운 재미있는 장난을 친다. 어느 파티 석상에서 맨프레드 리가 엘러리 퀸으로, 프레드릭 더네이가 버나비 로스로 서로의 작품을 혹평했던 것이다. (당시만 해도 엘러리 퀸이 두 명의 사촌 형제의 공동 필명인 줄 사람들은 몰랐다.) 사실은 두 사람이 같이 쓴 작품인데 말이다. ^^;;

 

추천 9. <Y의 비극>... 

 

 

 발표된 지 7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본격 추리 소설에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엘러리 퀸의 정수를 모두 담고 있는 작품으로, 재벌가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 사건을 귀머거리 탐정 드루리 레인이 조사한다. 단서와 복선들이 상당히 꼼꼼하고 지능적으로 배치되어 있어, 머리를 열심히 굴려 보면 범인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범인의 정체는 굉장히 의외의 인물이지만 단서가 충분히 있다. 씁쓸한 마무리가 주는 여운이 좋은 작품으로 그야말로 대단한 작품이다. 

 

 

엘러리 퀸의 작품 세계는 대략 3기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1기는 '국명 시리즈'와 '비극 시리즈'를 집필했던 때로, 퍼즐과 트릭에 몰두하던 시기이다. 2기는 소설이 많은 인기를 끌자 헐리웃으로 스카우트되어 영화 각본을 집필하던 시기인데, 영화 각본가로는 별로 성공하지 못했다. 영화 일 외에 짬짬이 집필하던 추리 소설들은 아무래도 수준이 떨어진다. 

 

헐리웃 생활을 마감한 엘러리 퀸이 다시 추리 소설로 돌아온 3기의 작품이 바로 '라이츠빌 시리즈'이다. <재앙의 거리>,<폭스가의 살인사건>,<열흘간의 불가사의>,<더블, 더블> 등의 작품이 있다. 이 시기의 특징은 가열차게 새로운 트릭과 퍼즐에만 몰두하던 퀸이 인간에게로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파고 드는 심리적인 색채를 가미함으로써 퀸은 그의 작품 세계를 완성한다.   

 

추천 10. <재앙의 거리>...

 

 


엘러리 퀸에게 익숙해져 있던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라이츠빌'시리즈의 제 1편이다. 라이츠빌이란 가공의 도시인데, 결혼식 다음날 사라졌던 신랑이 10년만에 신부곁에 돌아온다. 곧 신랑은 살해되고, 때마침 라이츠빌에 있던 탐정 엘러리 퀸은 사건을 조사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추리 소설 중 한편이다. 위에도 언급했던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줄기차게 파고드는 작품이지만 본격 추리 소설적인 퍼즐의 요소도 일급이다. 훌륭한 트릭으로 독자를 감탄하게 하고 문학적 향취로 여운도 길게 남는 좋은 작품이다.

 

 엘러리 퀸의 작품 중에서는 <X의 비극>과 <Y의 비극>,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그리스 관의 비밀>, <네덜란드 구두의 비밀>, <재앙의 거리>와 <열흘간의 불가사의>를 꼭 권하고 싶다. 단편집  <신의 등불>에 수록된 중편 소설 <신의 등불>도 명작으로 많은 추앙을 받고 있다.

 

엘러리 퀸은 60편이 넘는 작품을 남겼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20권을 조금 넘게 만나볼 수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와 더불어 쌍벽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크리스티 여사처럼 정말 좋은 작품을 많이 남겼다. 한편 그들은 <엘러리 퀸스 미스터리 매거진>이라는 추리 소설 전문 잡지를 만들어내 스텐리 엘린등의 뛰어난 작가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이 잡지는 두 사촌 형제가 모두 사망한 지금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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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0-25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블, 더블]은 못 봤는데.. 번역되어 나왔나요?

jedai2000 2005-10-25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이런 실수를...시그마 라이츠빌 시리즈 4권 <일곱번의 살인사건>의 원제가 <더블, 더블>이랍니다. 국내에 나온 거지요. ^^;;

panda78 2005-10-26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그런 거군요! ^^ 시그마로 나왔을 때 싹 장만해 뒀으면, 하고 몇 번이나 후회했는지 몰라요.... 집에 한 네 권 있나.. 볼 때마다 아쉽더군요. ^^

jedai2000 2005-10-26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저는 시그마가 14권 정도 있는데 나올 당시 산 책은 <챔피언 시저의 죽음> 밖에 없어요. 웃돈 엄청나게 주고 이만큼 구해놨지요. 책이 한창 나올 때만해도 추리마니아가 아니어서 한국 추리소설계의 난맥상에 대해 몰랐던 게지요...^^;;
 

<4> 추리 소설의 황금기 - 1 -

 

 1910년대 후반까지 추리 소설은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추리 소설의 역사에서 1920년 이전의 모든 시간은 진정한 황금기의 준비 기간에 다름 아니었다. 1919년 사람들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처녀작을 만나볼 수 있었다. 감히 비유하자면 하느님은 일주일 만에 세상을 창조했고, 크리스티는 펜을 들어 추리 소설을 창조했다고나 할까... 1919년에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으로 추리 소설 창작 활동을 시작했던 그녀는 1975년까지 작품 활동을 하면서 60여년을 추리 소설과 함께 보내왔다. 장편이 66편, 단편집이 20편..그렇게 많은 작품을 썼지만 과히 수준이 크게 떨어지는 작품이 없다. 추리 소설의 여왕이라고 칭하면 그녀에겐 실례다. 남녀 통틀어서 최고였기 때문에...

 

추천 6.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외딴 섬...남에게 말할 수 없는 과거를 지닌 10명의 남녀가 모여든다. 섬의 저택에는 인디언 인형이 10개 놓여져 있는데, 한 명씩 살해당할때마다 불길하게 인형이 파괴된다. 말할 수 없이 공포스럽고, 독자를 몰입시키게 하는 작품. 정말 교묘하게 안배되어 있는 상황 설정과 놀라운 진상이 숨겨져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는 추리 소설중 한 편으로 꼽으며 이 책을 읽으면 크리스티의 다른 책을 찾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될 것이다.

 

 

 

 

추천 7.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크리스티의 대표작 중 한편. 비교적 초기작인데 이 작품으로 크리스티는 명성의 정점에 올랐다.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 씨를 살해했을까? 추리 소설 사상 가장 충격적인 범인을 명탐정 포와로가 밝혀 낸다. 이 작품의 범인은 너무도 의외의 인물이라 출간 당시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았고, 영국과 미국의 추리 소설가들로부터 페어, 언페어 논쟁을 낳았다. 크리스티의 모국인 영국에서는 페어를 미국에서는 언페어를 주장했는데, 이는 아직까지도 추리 소설 애호가들에겐 즐거운 논쟁거리다. 반드시 읽어야 할 추리 소설의 명편이다.

 

 

 

 크리스티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나일 강의 죽음> 등에서 보여주듯 트릭의 정교함과 기발함이 뛰어났다. 퍼즐 푸는 형식의 추리 소설에서는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고 생각한다. 크리스티의 작품은 거의 모두 뛰어나지만 개인적으로 베스트 10을 뽑아 보겠다. <장례식을 마치고>- <비뚤어진 집> - <0시를 향하여> - <창백한 말> -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메소포타미아의 죽음> - <예고 살인> - <오리엔트 특급 살인>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나일 강의 죽음>의 순으로 적어 보았는데 여기 10편 모두 수준작이니 참고하기 바란다.

 

 한편 영국의 애거서 크리스티 이후로 미국에서도 뛰어난 작가들이 배출되었다. S.S 반 다인이라는 작가가 미국 추리 소설 황금기 작가의 효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 다인은 원래 저명한 미술 비평가였는데 병이 나서 입원을 했다고 한다. 의사는 그에게 독서를 금지시켰는데 다만 심심풀이로 읽는 추리소설만큼은 허용했다. 그동안 출간된 거의 모든 추리 소설을 다 읽은 그는 이 정도라면 나도 쓸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던지 퇴원하고 추리 소설을 쓴다.

 

1926년의 <벤슨 살인 사건>이 바로 그 작품이다. 반 다인 작품의 주인공 탐정은 파일로 밴스라는 남자이다. 이 친구는 갑부에, 잘 생겼고, 운동도 만능이고, 무엇보다 온갖 분야에 지식이 엄청나게 많다. 작가인 반 다인이 미술 평론가로 지식인이었던 게 소설속에 투영된 듯 입만 열면 온갖 현학적인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반 다인 작품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는 이 현학적인 이야기들을 어떻게 참고 넘기느냐에 달려 있다.

 

반 다인은 6이라는 숫자를 완벽한 숫자로 생각했다. 전 작품의 제목이 전부 6자로 구성되어 있다. <벤슨 살인 사건 BENSON MURDER CASE>, <비숍 살인 사건 VISHOP MURDER CASE>, <드래곤 살인 사건 DRAGON MURDER CASE>, <카나리아 살인 사건 CANARY MURDER CASE>등처럼 말이다. 작품도 6편외에는 쓰지 않으려 했는데, 독자들의 사랑으로 그것만큼은 지키지 못했다. 총 12편을 남겼다. 반 다인은 역시 좋은 트릭을 구사했고, 흥미로운 퍼즐을 만들었고, 논리적인 글을 쓸 줄 알았다. 그의 바로 뒤에 등장하는 엘러리 퀸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추천 8. <그린 살인 사건>

 

 

 
12편의 반 다인의 작품 중 <비숍 살인 사건>과 더불어 가장 뛰어나다고 흔히들 말해지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린 살인 사건>을 더 높이 평가하기에 이 작품을 골랐다. 음습한 분위기가 감도는 대 가족 내의 살인 사건...가족들은 한명씩 피살되고, 파일로 밴스는 역시나 잘난 체를 멈추지 못한다..ㅋㅋ

 가족안에서의 살인이라는 추리 소설의 오랜 테마를 다룬 작품으로 가정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애증이 넘치는 공간이기에 이렇게나 많은 추리 소설들이 홈 머더물(HOME MURDER)물을 배경으로 할까 생각해 보게 한다. 으스스한 맛이 매우 뛰어난 작품으로 공교롭게도 엘러리 퀸, 애거서 크리스티도 이 작품과 거의 유사한 범인이 나오는 작품들을 한 편씩 쓴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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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1-02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 다인 작품 중 제일 재미있게 읽은 게 [그린 살인사건]이에요. 가장 최근에 읽은 [드래곤 살인사건]은 좀 지루하더라구요.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어렸을 때 축약본으로 읽은 듯한 케늘 살인사건... ^^;
 

추천 4. <엉클 애브너의 지혜>...

 

 

 홈즈의 라이벌들은 홈즈의 고향인 영국에서 주로 출몰(?)했지만 추리 소설의 종주국 미국 작가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이 시기 미국 작가들 중 가장 특출난 작가가 멜빌 데이비슨 포스트인데, 그는 여기 소개하는 <엉클 애브너>시리즈로 뛰어난 실력을 입증했다. 탐정격인 엉클 애브너는 미국의 개척 초기의 이주민인데, 그 당시 신대륙을 찾아왔던 대다수 사람들처럼 엄격한 청교도인이고 개척 정신과 정의감이 투철한 인물이다. 미국인들은 초기 개척 시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이제는 지나가 버린 유산이 되버린 프런티어 정신을 가진 주인공 엉클 애브너를 좋아했다. 엄격하지만 정의감과 신앙심을 갖춘 엉클 애브너의 매력이 인기 요인이겠지만, 이 단편집 <엉클 애브너의 지혜>는 추리 소설 본연의 재미 또한 뛰어난 단편들로 가득찬 작품이다.  밀실 살인을 다룬 <둠도프 살인사건>은 어느덧 고전이 되어 있고, <나보테의 포도원>, <양녀>같은 주옥같은 작품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다소 딱딱한 문체가 부담스럽지만 초기 추리 소설의 정수를 담았다고 평한다.

 

추리 소설의 제 1 전성기는 역시 도일의 홈즈와 그의 다수의 라이벌들로 화려하게 수놓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이 시기, 프랑스 작가 모리스 르블랑의 <괴도 신사 뤼팽>같은 뤼팽을 다룬 작품들은 프랑스에서 엄청난 인기를 모았으며 지금도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독자들에게 영국의 홈즈, 프랑스의 뤼팽이라는 추리 소설의 공식을 잊지 못하게 했다. 한편 신문 기자 출신 가스통 르루의 <노란 방의 비밀>도 뛰어난 수작으로 많은 인기를 모았었다. 마지막으로 영국 작가 오스틴 프리맨의 <손다이크 박사>시리즈도 주목해야 한다. 최초로 범인이 도입부에 나오고 탐정이 범인의 음모를 밝혀내는(독자는 범인을 이미 알고 있는...따라서 범인과 탐정의 두뇌싸움을 제 3자 입장에서 흥미롭게 볼 수 있다..) <도서 추리> 형식을 최초로 구사했기 때문이다. 한편 <손다이크 박사>는 현미경등을 이용하는 과학 수사를 하는 최초의 탐정이기도 하다...(CSI의 선조라고나 할까..)  

 

<3> 추리 소설의 리얼리즘 시대

 

제 1전성기 시절의 작품들이 인기를 많이 모았지만, 어느 덧 사람들은 식상해지기 시작했다. 신기한 트릭 위주의 작품들만 쏟아지다 보니 어느 덧 물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 일군의 작가들이 매너리즘에 빠진 추리 소설을 혁신하게 된다. 트릭과 탐정의 개성에만 집중하던 기존의 작품들과는 달리 문체를 일신하고 심각한 주제를 가미하는 등 문학성을 높였던 것이다. 또한 기성 작품들이 종종 사용하곤 했던 비밀 통로나, 변장, 맹독, 등의 허황된 트릭에서 벗어나 좀 더 현실감있는 내용으로 사실성을 높였다. 또한 <누가 누구를 어떻게 죽였는가?>에만 집중하던 종래의 방법을 버리고 <누가 누구를 어떻게 죽였는가? + 그런데 그는 왜 죽였는가?>에도 시선을 돌리게 된 것이다.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의 심리에도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작가는 새로운 추리 소설을 써냈다는 평가를 받는 E.C 벤틀리의 <트렌트 최후의 사건>, 알프레드 메이슨 <독화살의 집>, 이든 필포츠의 <어둠의 소리>,<빨강머리 레드메인즈>를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추천 5. <>...

 

 

 이런 추리 소설의 리얼리즘 흐름에 대표적인 작가가 F.W 크로프츠라는 영국 작가다. 이 사람은 중년 넘어서까지 철도 회사에 근무했는데 퇴직을 몇 년 앞두고 경력을 살려 철도에 얽힌 추리 소설을 쓰게 된다. 그 데뷔작이 바로 <>인데, 고전 추리 소설의 최대 걸작 중 한 편이다. <>은 커다란 술통 속에 들어 있는 여자 시체의 비밀을 밝혀내는 내용인데, 영국과 프랑스의 철도를 넘나 들며 일체의 감상없이, 밝혀지는 사실들만 가지고 냉정하게 조사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크로프츠는 향후에도 추리 소설을 많이 썼는데, 거의 다 철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철도의 시간차를 교묘히 이용해 알리바이 조작을 하는 범인을 역시 끈질긴 탐정이 철도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밝혀낸다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 작품 <>은 언급한대로 추리 소설에 강한 리얼리티를 부여함으로써 추리 소설이 아이들이나 보는 허황된 모험담이 아닌, 어른들이나 따지기 좋아하는 머리 좋은 지식인들이 보기에도 흥미로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큰 의의가 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추리 소설 입문자에겐 권하고 싶지 않으나(너무 딱딱해서...) 추리 소설사적 의의가 너무 큰 책이라 선정함을 밝혀둔다...(<기암성>과 경합을 벌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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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1-02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은 너무 기대를 많이 하고 봐서 그런가, 쬐끔 재미없었어요. ^^; 담에 다시 보려구요. [엉클 애브너의 지혜]도 나오자마자 샀는데 번역이 좀.. 잘 읽히는 문체는 아니더군요. 둠도프는 다른 선집에서 몇 번 봤던 이야기라 즐겁게 읽었지만.. 음..
나중에 생각나면 다시 봐야겠어요. ^^
제다이님 리스트 보고 나니, 다시 읽어야겠다 싶은 책들이 꽤 눈에 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