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없는 살인의 밤 - 히가시노 게이고>

 

1990년에 출간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교적 초기 단편집. 게이고는 긴 이야기를 능수능란하게 매만지는 능력이 워낙 뛰어나, 보통 단편보다는 장편에서 더 실력 발휘를 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 <탐정 갈릴레오>나 <예지몽> 등의 연작 단편집을 제외하고는 그간 국내에 일반 단편집이 소개된 적이 없기도 했다. 이 타고난 스토리텔러가 단편은 어찌 쓸까 궁금하던 차에 읽어봤는데,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물론 아무래도 20년 가까운 시차가 있으니 어느 정도 낡은 느낌도 들고, 이거다 하고 서슴없이 내세울 만한 걸작 단편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심심할 때 읽으면 딱 좋은 전형적인 히가시노 게이고 표 미스터리로 큰 부족함은 없는 듯. 수록작 중 '작은 고의에 관한 이야기'는 초기 게이고의 작풍을 대변하는 물리트릭+학원물의 공식을 사용해서 반가웠지만 2프로의 아쉬움이 남고, 표제작인 '범인 없는 살인의 밤'은 작가가 잘 구사하지 않았던(그래서 이건 못하겠지 했던) 서술트릭을 표방한 작품이라 트릭에 대한 게이고의 천착에는 한계가 없구나 하고 감탄했다. 그러나 내 기준에는 사회파에 가까운 '춤추는 아이'의 안타까운 결말이 가장 기억에 남고, 제일 훌륭한 작품으로 보인다. 각 단편들의 분량이 그리 많지 않으면서도 어느 선 이상의 재미는 항상 보장하므로 초보 미스터리 독자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책표지에 '출간 2주만에 3만부 돌파'라는 스티커를 붙였던데, 솔직히 믿을 수도 없는데다 벗겨버리면 그만인 띠지도 아닌 스티커를 표지에 붙여 표지 디자인을 망치는 행위가 그리 마음에 들진 않았다. 

 

 



 

 

 

 

 

 

<뒤마 클럽 -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라고 불리우는(본인만 그렇게 주장하는지도 모르겠다) 레베르테의 팩션 스릴러. 어떤 고서든 찾아주는 책 사냥꾼 코르소가 악마를 불러낼 수 있다는 <아홉 개의 문>이라는 고서의 비밀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한편 코르소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의 육필 원고의 진위를 밝혀내라는 의뢰도 받고 있는데, 그가 가는 곳마다 <삼총사>의 악역인 로쉬포르 백작을 연상시키는 인물이 나타나 살인을 일삼는다. 우리가 흔히 알지 못하는 고서 수집, 복원, 감정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차용하고 있기에 비교적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다. 간략히 줄거리를 설명한 대로 크게 <아홉 개의 문>과 악마 루시퍼, 그리고 <삼총사>와 뒤마에 관한 이야기의 두 흐름으로 진행되는데, 두번째 이야기인 <삼총사>와 뒤마에 관한 결말은 독서가들(특히 추리소설 독서가들)이 저지르는 본능적인 실수와 오류를 파고들어 아주 기발했고 크게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다만 전 세계에 세 권만이 남아 있다는 <아홉 개의 문>에 관한 이야기는, 책에 있는 악마가 직접 그렸다는 삽화(타로카드를 닮은 9장의 그림들이 실제로 그려져 있다)들의 차이점을 조목조목 비교, 분석하는 등 초반에는 무척 흥미로웠으나 결말에 이르러 대충 끝맺었다는 불쾌감을 지울 수 없었다. 어떤 여운이나 독자에게 결론을 맡기는 식의 문학적 테크닉이 아니라, 단순히 작가가 어떻게 끝을 내야 할지 몰라서 허둥지둥 끝낸 느낌이었다는 말씀. 책을 다 읽어도 시원하게 해결되는 맛이 없다. 개인적으로 반은 재미있고, 반은 허접한 이런 류의 책이 참 추천하기 난감하다. 조니 뎁이 코르소로 나오고, 로만 폴란스키가 감독한 <나인스 게이트>라는 영화로도 있으니 참고하시길...

 

 



 

 

 

 

 

 

<백기도연대 雨 - 교고쿠 나츠히코>

 

2006년에 <광골의 꿈>이 나온 이래 3년간 소식이 없는 '교고쿠도 시리즈'를 기다리다 지친 나머지, 스핀오프격인 <백기도연대 雨>를 먼저 읽기로 했다. 다들 아시다시피, 헌책방 주인이자 음양사, 더구나 아웃사이더를 방불케 하는 속사포 수다쟁이 교고쿠도와 그의 친구인 염세주의 소설가 세키구치, 타인의 기억이 보이는 미중년 탐정 에노키즈 등의 교고쿠도 패밀리가 협력해 좌충우돌 온갖 괴사건을 해결하는 게 원래 시리즈라면, <백기도연대> 시리즈는 비교적 조역에 가까웠던 에노키즈가 전면에 나서는 연작 단편집이다. 교고쿠도 시리즈에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 법한 기묘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총출동하는데(그래서 이 시리즈를 캐릭터성을 중시하는 라이트노벨의 원조격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그중에서도 에노키즈는 그야말로 천하제일의 엽기 탐정이다. 본인을 신으로 생각하는 방약무인함과 절대 추리를 하지 않는 기기묘묘한 탐정질(살해 장면이 머릿속으로 보이는데 왜 추리를 하겠는가),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고 우왕좌왕하다 끝에 가서는 결국 사건이 해결되니 다행이긴 하지만 이건 좀 아닌데,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화자의 선택에 있었다.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나'라는 1인칭 화자는 우연히 에노키즈에게 사건을 맡긴 다음부터 교고쿠도 패밀리를 접하게 되는데, 세상에 이런 잡놈들이 어디 다 숨어 있다 이제 나타났나 싶을 정도라 가치관에 혼란을 겪게 된다. 이제 충분히 시달렸다 싶지만, 다음에도 그다음에도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에노키즈와 교고쿠도 친구들을 찾는 '나'. 이는 아마 이 시리즈를 접한 독자의 마음이 아닐까.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이런 괴물들에게 질렸다 싶으면서도 어느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독자들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절묘하게 공명하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창조한 이 인물들에게서 당신들은 결코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작가의 강한 자신감과 이 시리즈를 그토록 사랑해준 독자들까지 작품에 참여시키고야 마는 팬서비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전설없는 땅 - 후나도 요이치>

 

매년 그해 출간되는 일본 미스터리를 대상으로 순위를 매기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는 발표될 때마다 일본 미스터리 애호가들이 가장 궁금해하고 기대하는 랭킹이다. 1989년에 시작된 그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의 최초 1위작은 바로 지금 소개하는 후나도 요이치의 <전설 없는 땅>. 욕망으로 꿈틀대는 남미를 배경으로 일군의 거친 사나이들이 거액의 돈과 천연자원을 놓고 격돌하는 일종의 모험소설로서, 작가인 후나도 요이치는 국제모험소설이라 불리는 이 장르의 장인이다. 어떻게 보면 펄프작가 이원호의 <황금의 땅>을 연상시키는 테스토스테론 과다분비 액션활극이라 할 수도 있지만, 30년 넘게 남미와 동남아를 누비며 직접 취재를 하고 당대 제3세계의 현실을 누구보다 선명하게 책 속에 담아내는 후나도 요이치의 작품은 한 편의 인문서로서도 손색이 없으니 말초적인 재미에만 치중하는 여타의 활극과는 분명히 그 궤를 달리한다. 무척 좋아하는 개빈 라이얼의 <미드나이트 플러스 원>을 연상시키는 고독하고 허무한 남자들과 피를 뿜는 총격전. 한마디로 남성들이 즐길 요소가 가득하다. 참고로 후나도 요이치의 작품은 휴양지로 유명한 필리핀 세부의 참혹한 현실을 다룬 <무지개 골짜기의 5월>이 번역되어 있으며, 그 외에 이 작품이 유일하게 소개되었다. 개인적으로 후나도 요이치 또 하나의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작인 1992년작 <모래의 크로니클>과 일본모험소설협회 대상<거친 방주> 정도는 더 보고 싶은데, 과연 나와줄런지...

 

 

 

2009년 7월의 미스터리: <전설없는 땅 - 후나도 요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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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9-08-14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마클럽은 몇년전에 봣는데, 나인스게이츠를 먼저 보고 봣었는데도 영화보다 소설이 별로 였던 느낌이었어요.ㅠ ㅠ 사실 너무 지루해서 죽을뻔....;; 지금은 얘기조차 기억 안나네요.ㅠ ㅠ
그나저나 제다이님 오랜만입니다.^^

paviana 2009-08-14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제다이님 오래간만이세요.
백기도연대는 저도 재미있게 읽었어요.ㅎㅎ

jedai2000 2009-08-15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플님...저는 영화는 못 보고, 소설만 읽었는데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다 막판의 허무한 결말을 보고 급분노를-_-;; 영화를 나중에 봐야겠습니다 ^^ 정말루 너무 오랜만이네요. 너무 반갑습니다~~

파비아나님...파비아나님도 진짜 완전 반가워요^^;; 잘 지내시죠? <백기도연대 풍>은 아직 안 봤는데 어서 읽어야겠어요. 무더운 여름이 아직 지나가지 않았어요. 건강 관리 잘 하세요^^


쥬베이 2009-09-13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누나도 완전히 히가시노 게이고에 빠졌어요
저는 별론데, 좋아하더라고요ㅋㅋ
<범인 없는 살인의 밤>, 띠지인지 알았는데 아니어서 황당했었는데
제다이님도 그러셨네요^^

jedai2000 2009-09-14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베이님...히가시노 게이고 추리소설은 난이도도 비교적 쉽고, 스토리가 흡입력이 아주 강해서 미스터리 초보 독자들에게 아주 잘 맞죠. 저도 그래서 추리소설 처음 접하는 분들께는 늘 게이고를 추천합니다 ㅎㅎ 이런 홍보 스티커는 최악이예요. 애써서 표지 디자인 잘 해놓고 상품 광고로 가려버리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_-;;
 

 

<행방불명자 - 오리하라 이치>

서술트릭으로 유명한 오리하라 이치의 작품이다. 작년에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도착 시리즈'의 1편 <도착의 론도>가 나와 반응이 좋았는데 나오라는 2편 <도착의 사각>은 안 나오고, 다른 출판사에서 의외의 작품이 출간된 셈이다. 참고로 <행방불명자>는 <유괴자> <실종자> 등 <OO자> 시리즈의 최신작이란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리 차일드의 작품 제목을 <추격자> <탈주자>로 역시 <OO자>로 내고 있는데, <노숙자>를 누가 먼저 쓸지 귀추가 주목된다. 언제나처럼 장기인 서술트릭을 전면에 내세운 이 작품은 지방의 명문가 4인 가족이 어느날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사건을 조사하는 르포라이터의 이야기와 우연히 여성들을 습격하는 괴한의 정체를 알게 된 추리소설 작가 지망생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된다. 서술트릭이란 독자들이 오로지 작가의 서술을 통해서만 정보를 제한적으로 습득할 수밖에 없다는 문학 텍스트의 구조적인 한계를 이용하여 함정을 파놓은 걸 뜻한다. 오리하라 이치는 '나'라는 1인칭 주인공을 사용해 서술자의 성별을 숨긴다든지(독자는 '나'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다. 소설은 영상처럼 '보는' 게 아니기 때문에), 현재-과거-미래를 마구 뒤섞어 사건의 선후를 오독시키는 등 다채로운 서술트릭의 테크닉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독자들을 속이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장치를 사용함으로써 읽는 동안 머리가 지끈지끈해지며, 결말도 명쾌한 맛이 부족한 것 같다. 같은 서술트릭의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나 <살육에 이르는 병>을 보면 결정적인 트릭은 단 한 가지고, 그게 공개되는 순간 뒤통수에 한 방 제대로 팍 맞는 느낌이 시원스럽다. 하지만 <행방불명자>는 결말을 확인하는 순간조차 웬지 막무가내로 억지를 쓰는 사람을 보는 기분이 든다. 여러 사건이 얽히고 섞인 게 너무 혼란스러워, 사건의 복잡한 전말 역시 작가가 그렇다면야 그렇겠지, 하고 더 생각하기도 싫어지는 것이다. 독자를 속이기 위해 이렇게까지 구질구질하게 굴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입맛이 쓰다. 아무리 먹고 사는 방법도 여러 가지라지만 즐겁자고 보는 추리소설에서 먹고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추리소설가의 쥐어짬을 보는 기분은 안타까울 뿐이다. 

 

<예지몽 - 히가시노 게이고>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흥행 '보증수표화' 되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연작 단편집. 이 작품의 주인공이 바로 그 유명한 <용의자 X의 헌신>의 물리학 조교수 유가와와 형사 구사나기 콤비다. 이들의 활약은 첫번째 단편집 <탐정 갈릴레오>에서 시작되며, <예지몽>은 그 두번째다. 나오키상을 타고 영화화되는 등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용의자 X의 헌신>이 제3편으로, 이 시리즈는 현재 <갈릴레오의 고뇌>와 <성녀의 구제>까지 총5편으로 한일 양국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예지몽>은 이공계 추리소설 작가로 유명한 게이고가 야심차게 준비한(요즘 보기 드문) 물리트릭 지향의 작품이다. 수록된 다섯 개의 단편들 모두 최신 과학에 기반을 둔 기발한 트릭들이 사용되며, 폴터가이스트 현상, 도깨비불, 예지몽 등 온갖 초자연적인 현상들에 숨겨진 비밀을 거침없이 파헤치는 유가와 교수의 활약이 짜릿하다. 다만 이 시리즈의 약점은 독자가 추리할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 단적인 예로 표제 단편 '예지몽'에서 선보인 교살 트릭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기발한 것이지만, 첨단 신소재에 대한 지식이 없는 독자가 맞출 방법이 없다. 대부분의 단편들이 이런 식이라 명탐정 갈릴레오(유가와의 별명)의 명쾌한 설명에 고개를 주억거리다 박수를 치는 것 말고는 독자가 할 게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시원스런 전개와 신기한 트릭으로 인해 읽는 맛은 아주 뛰어나다. 1시간 30분 정도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은 독자에겐 최고의 선택일 듯.   

 

 

 

 

 

 

 

  

<은폐수사 - 곤노 빈>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에서는 유독 경찰소설의 인기가 많다. 일본에서는 국가고시를 통과한 엘리트들(캐리어)과 진급에 한계가 있는 평경관(논캐리어) 간의 첨예한 대립이 있으므로, 두 계층 사이에 드라마틱한 사건이 발생할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왜 경찰소설이 안 될까를 생각해보면, 역시 건국 이후 줄기차게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며 많은 국민들에게 폭력적이고 말이 안 통하는 모습만을 보여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런 우리나라의 경찰 이미지는 최근까지 많이 개선되었다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으니 친근한 시민의 지팡이로 국민에게 다가서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은폐수사>는 요코야마 히데오, 사사키 조 등과 함께 일본 경찰소설을 대표하는 작가인 곤노 빈의 류자키 시리즈 제1작으로 올해의 발견이라 할 만큼의 수준작이다. 보통 일본의 경찰소설은 현장을 잘 모르면서도 젊은 치기와 엘리트주의에 빠져 수사를 망치는 캐리어에 맞서는 일선 형사들의 활약을 많이 그리는 편인데, 이 작품은 조금 다르다. 주인공 류자키는 도쿄대를 졸업한 경찰 관료로 뼛속까지 캐리어의 사고방식을 가진, 어떻게 보면 보기만 해도 올라오는 재수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전국을 뒤흔든 연쇄 살인사건과 그 배후에 숨겨진 경찰 조직들 간의 파워 게임에서 그가 보여주는 원칙과 소신은 '왕비호' 류자키를 어느새 국민 훈남으로 변화시키고 만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란, 상식이 잘못된 게 아니라 사회가 잘못된 것이라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할 수 있는 남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도 굽힘이 없는 그의 원칙에 진심으로 감탄하고 또 감동하게 되었다. 이런 인물이 소설 속에만 있지 말고, 우리 주변의 경찰에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류자키의 다음 활약을 어서 빨리 보고프다. 추리소설이라기엔 이렇다 할 미스터리가 없지만, 꽉 막힌 경찰 조직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신경전 그리고 무엇보다 권력에도, 인정에도, 심지어 가족에도 절대 굴하지 않는 진짜 사나이 류자키의 매력이 환상적인 독서를 보장한다. 

 

 

 

 

 

 

 

<방해자 - 오쿠다 히데오>

이 달의 미스터리다. <은폐수사>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훌륭한 작품이라 생각하지만 대진운이 좋지 못했다. <방해자>를 이번 달에 잡았다는 게 <은폐수사>의 유일한 패인이라고 할까. <공중그네>로 나오키상을 수상하고 폭소탄 유머소설가로 자리매김한 오쿠다 히데오가 이런 작품을 썼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걸작이다. 두 아이의 엄마로 대형 마트에서 아르바이트 일을 하며 살림에 보태는 평범한 주부가 있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이 다니는 회사에서 방화 사건이 일어나고 사건 당시 유일하게 회사에 남아 있던 남편이 용의자로 지목되며, 소박한 행복에 서서히 균열이 오기 시작한다. 내 남편이 범인이라면? 아이들은 손가락질 받고, 남편은 회사에서 해고되어 집 대출금조차 갚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녀의 고민은 언제든지 한순간에 아찔하게 추락해버릴 수 있는 현대인의 마음속 공포를 놀랍도록 날카롭게 자극한다. 한편 방화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는 교통사고로 임신 중인 아내를 잃고 불면증과 신경 쇠약에 시달리는데, 야쿠자와 결탁한 선배 형사를 감시하는 모두가 기피하는 더러운 일을 하다가 우연히 동네 불량소년을 폭행해 목이 잘릴 판이다. 커다란 금전적 피해나 인명 사고도 없는 자그마한 방화 사건에 얽힌 주인공들의 내일은 이제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암담하며, 누구나 한숨을 쉴 수 밖에 없는 우울한 운명의 소용돌이로 독자를 안내한다. 전3권으로 출간되어 금전적인 부담이 있지만, 일단 한 번 잡으면 절대로 놓지 못하는 페이지터너다. 내 경우 이틀 만에 봤다. 회사에서도 몰래 읽었을 정도. 평범한 사람들에게 닥친 비극을 통해 현대 일본 사회를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같은 해에 출간된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과 느낌이 비슷하고, 어느 주부의 어쩔 수 없는 일탈 행동을 그려 강렬한 독서 체험을 선사하는 기리노 나쓰오의 <아웃>도 생각나는 줄거리다. 하지만 공히 인정받은 이 두 작품과 비교해 절대로 부족하지 않은 소설로, 이 정도 재능을 가진 작가가 왜 계속 추리소설을 쓰지 않고 유머소설을 쓸까 하는 생각에 잠시 우울해졌다. 책 띠지에 이츠키 히로유키라는 동료 소설가가 '이 작가에게는 어딘가 독자를 끌어당기는 천부적인 재능이 느껴진다'라고 한 코멘트를 담았는데, 제대로 본 듯하다. 정말이지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박진감 넘치는 책으로, 2권 마지막 장에서 돋은 오싹한 소름이 아직까지 가시지 않았다. 다만 작가 오쿠다 히데오는 우익적 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작품에서도 노동 운동가들에 대해 그들의 위선을 맵게 풍자하는 장면이 있어 그 점에서 신경이 쓰일 독자도 있을 수 있겠다는 건 미리 말해둔다.







2009년 6월의 미스터리: <방해자 - 오쿠다 히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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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07-18 0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신 순으로 하신거죠? 이달의 미스터리라길래.. 이달 출간된 건줄 알았네요. ^^

오쿠다 히데오의 <방해자>는 양장본에 권당 200페이지대 책에 책 사이즈도 작은데 3권으로 나오는 무리수를 둔 이유가 궁금합니다. 추리소설 중에서 이렇게 적은 분량이 분권으로 나온건 정말 처음인듯해요.

은폐수사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 경찰소설 좋아해서, 보관함에 담아두었는데, 괜찮다니, 요즘 읽을 책도 없는데 ( ...응?) 읽어봐야겠네요.

이매지 2009-07-18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해자>는 정말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더군요. 하이드님 말씀처럼 3권에 양장본 출간이라는 무리수를 왜 둔 건지는 참 -_-;; 오쿠다 히데오의 네임벨류를 믿고 이래도 산다고 생각하고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탐정 갈릴레오>는 드라마로 먼저 봐서 그런지 내용이 심심하던데, <예지몽>은 어떨까 궁금하네요. <은폐수사>는 보관함에 담습니다 ㅎㅎ

비연 2009-07-18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지몽>은 드라마와 내용이 거의 비슷해서 좀 김이 빠졌었넨ㄷ.
<방해자>는 오쿠다 히데오가 쓴 의외의 작품이라는 평이 많더군요^^
<은폐수사>는 괜챦을라나...경찰소설이 재미나죠 사실~

Koni 2009-07-18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쿠다 히데오의 미스터리라니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전 <은폐수사> 쪽도 끌리네요.^-^

jedai2000 2009-07-19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네, 이번 달에 제가 본 책들입니다 ^^;; 실은 매달 출간된 책들을 대상으로 해서 그 달, 그 달 가장 추천하는 책들을 알려드리고 싶은데, 경제적 여건상 쏟아져 나오는 책들을 다 소화할 수가 없네요ㅠ.ㅠ <방해자>는 일본에서 2권으로 나온 책인데, 우리나라에서 굳이 3권으로 낸 이유를 잘 모르겠네요...<은폐수사> 후회하지 않으실 것 같아요~

이매지님...저도 소비자 입장에서 썩 유쾌하지는 않은데, 어떻게 내도 책이 잘 나간다면 무리수라고 볼 수만은 없을 것 같아요. 2권으로 내도 권당 15,000원을 책정하면 어차피 그게 그거기도 하구요-_-;; 제가 보기에 <예지몽>은 <탐정 갈릴레오>보단 각 단편들 수준이 더 나은 것 같아요^^

비연님...전 드라마를 못 봤는데, 드라마는 <탐정 갈릴레오>와 <예지몽>이 합본된 내용인가 보네요^^; <은폐수사>는 일본에서 반응이 굉장히 좋았고, 우리나라에서도 읽어보신 분들은 다 만족하신 것 같더라구요. 시작 출판사에서는 2편 <과단>까지 계약했답니다. 근데 속편은 내년에 나온대요 ㅠ.ㅠ

냐오님...오쿠다 히데오는 오히려 대박을 쳤던 <공중그네> 같은 유머소설을 제외한 작품들이 괜찮은 것 같네요. 국내에 나온 것 중에서는 <방해자>와 <남쪽으로 튀어>를 제일 잼있게 봤습니다. <방해자>를 너무 괜찮게 읽어서 <최악>도 샀어요^^

쥬베이 2009-09-13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해자>가 저 정도로 명작이라니...
저는 사실 무시하고 있었거든요. 장바구니 직행~
<최악> 볼만해요ㅋㅋ

jedai2000 2009-09-14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베이님...<방해자>는 현재까지는 올해 본 책 중에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새로운 오쿠다 히데오를 느끼실 수 있을 듯. <최악>은 아직도 안 읽었네요 -_-;;
 

- 앞으로 매월 읽은 미스터리를 짤막하게 정리해 그 달의 베스트를 정하려 합니다. 나이 먹다 보니 하는 것도 없이 바빠 길게 독후감을 쓸 시간이 없어 편법을 쓰게 되네요...

 

 




<제물의 야회 - 가노 료이치>

 

미스터리 동호회 등에서 평이 대단히 좋았던 가노 료이치의 하드보일드 스릴러. <양들의 침묵>을 비롯해 영미권에서 대단히 인기 있는 사이코 스릴러를 연상시키는 연쇄 살인범이 등장한다. 그는 여성 하프 연주자의 아름다운 손을 탐내 그녀를 죽이고 손을 잘라 가져간다. 그와 맞서는 두 남자는 어두운 과거를 가진 프로 살인청부업자와 아이를 잃고 아내와 별거중인 고독한 형사. 비록 살인으로 먹고 살지만, 어딘지 모를 기품과 철저한 장인정신을 가진 청부업자의 캐릭터는 오사와 아리마사의 <독원숭이>에 등장하는 중국인 킬러 '독원숭이'를 떠오르게 만들며, 고독한 형사 역시 일본 경찰소설에서 자주 본 듯한 인물이다. 십수 년 전인 중학교 때 엽기 살인을 저지른 과거가 있는 자가 핵심 용의자라는 설정을 통해 소년범죄 및 소년범 관리의 허와 실을 지적하기도 하며, 야쿠자 세력 간의 암투를 긴장감 넘치게 그리는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굉장히 두꺼운 작품이지만 질리지 않고 재미있다. 다만 위에서 말했듯 서양식의 이상심리가 주제인 스릴러, 각종 소설과 영화, 만화 등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킬러들의 총격전과 격투, 전형적인 일본 경찰소설의 클리쉐가 혼합되어 있어 독창성 면에서는 약간 감점을 주고 싶다.

 

 


<고식2 - 사쿠라바 가즈키>

 

<내 남자>로 나오키상을 탄 바 있는 사쿠라바 가즈키는 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라이트노벨 작가로 출발해 서서히 영역을 넓히고 문단에서도 인정받은 특이한 이력의 작가다. 라이트노벨 시절의 대표작인 '고식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 <고식2 - 그 죄는 이름도 없이>는 라이트노벨을 그리 읽지 않는 내게도 미스터리색이 비교적 강해 만족스러웠다. 1차대전이 막 끝난 유럽을 배경으로, 독일과 스위스 국경 어딘가에 있다는 가공의 왕국 소뷔르에 유학간 일본인 소년 카즈야와 '늑대'라는 소문이 있는 천재 소녀 빅토리카가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베일에 가려져 있는 빅토리카의 과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그녀의 어머니가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과거의 살인사건에 도전한다. 당시 살해 현장에 있던 사람들 중 누구 하나 정확한 시간을 기억하지 못했다는 간단한 사실만으로 명추리를 펼치는 빅토리카의 활약이 대단하며 일종의 밀실 미스터리로도 볼 수 있을 듯. '고식 시리즈'는 라이트노벨 특유의 가벼운 분위기, 소소한 유머와 소년소녀가 겪는 아슬아슬한 모험담, 사건풀이의 재미, 서서히 싹트는 알콩달콩한 로맨스까지 즐길 만한 요소가 많다.

 

 





 

<악몽의 엘리베이터 - 기노시타 한타>

 

아마도 연극 극본가이자 연출가인 작가가 연극용으로 썼으리라 보여지는 유머 서스펜스. 사건이 대부분 엘리베이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데, 이 간단한 설명만 듣고는 그 안에서 일이 있어봐야 얼마나,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온갖 일이 다 벌어지므로 쉴 새 없이 페이지가 넘어가다 어느새 마지막 장을 보게 된다(물론 페이지 수가 적은 탓도 있다). 평범한 바텐더가 회식 때 술에 뻗은 여직원을 데려다주고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정신을 잃는다. 눈을 떠보니 고장난 엘리베이터 안이고, 뭘 해도 어색한 수염남, 메뚜기를 닮은 오타쿠, 음침한 분위기의 여자와 함께다. 바텐더는 아내가 출산 예정이라 엘리베이터를 탈출하고 싶은 생각밖에 없는데, 다른 사람들은 천하태평이니 속이 탈 수밖에...1장은 바텐더, 2장은 메뚜기 오타쿠, 3장은 수염남 각각 세 사람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점차적으로 대체 이날  엘리베이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의 퍼즐이 맞춰지는 구조라 연극으로 보자면 3막극이 아닐까 싶다. 바텐더의 절박함과 대비되는 다른 사람들의 느긋하고 엉뚱한 반응이 웃음과 더불어 애가 타는 서스펜스를 발생시키는 포인트. 반전도 비교적 괜찮아 재미있게 읽었지만, 단지 계속 꼬여가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등장인물들을 몇 명 죽이기까지 한 건 조금 지나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유령은 밤에 나타난다 - 하야미네 카오루>

 

아동 추리소설가 하야미네 카오루의 자칭 명탐정 '유메미즈 키요시로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 전작에 이어 유메미즈는 옆집 사는 세쌍둥이 아이, 마이, 미이와 함께 새로운 사건에 도전한다. 이번 사건은 학교 시계탑의 종이 울리면 누군가가 죽는다는 '학교 전설'과 관련되어 있으며, 한밤중 갑자기 하늘에서 학교 운동장으로 책상, 의자, 마네킹이 날아오는 등 그야말로 기묘한 일들 천지다. 유메미즈가 단번에 밝혀낸 사건의 진상은 일종의 거대한 장치 트릭이라 볼 수 있을 텐데, 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솔직히 현실감은 제로다. 그러나 아동용 미스터리를 보며 리얼리티를 따질 독자들은 많지 않을 테니, 큰 약점은 아닐 터. 작가 하야미네 카오루는 본격 미스터리에서의 리얼리티라는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자재로 '유메미즈 키요시로 시리즈'를 쓰고 있어, 일본에서는 벌써 13권이 나왔고 250만부나 팔렸다고 한다. 아동용 추리소설까지 활발히 창작되고 있는 일본이 문득 부러워진다.

 

 





 

<구부러진 경첩 - 존 딕슨 카>

 

밀실 추리소설의 마스터, 고전 추리소설의 세 대가 중 한 명인 존 딕슨 카의 대표작이다(나머지 두 대가는 당연히 애거서 크리스티와 엘러리 퀸이리라). 미스터리 애호가들이 가장 출간을 손꼽아 기다렸던 작품으로, 이번 <구부러진 경첩> 출간을 기화로 크리스티나 퀸에 비해 유독 국내 출간 편수가 적은 카의 작품들이 속속 나와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작품의 배경은 언제나처럼 영국의 시골 마을. 마을에서 존경받는 존 판리 경에게 불청객이 찾아온다. 불청객은 타이타닉 호 침몰사건 때 머리에 충격을 받아 원래 존 판리였던 자신과 떠돌이 서커스 단원의 신분이 바뀌었고, 지금 존 판리 경 행세를 하고 있는 남자는 사기꾼 패트릭 고어에 불과할 뿐이라 주장한다. 마침 어린 시절 존 판리 경이 재미삼아 찍어두었던 지문이 남아 있음이 알려지고 그 지문 감식이 이뤄지는 순간에 현재의 존 판리 경이 정원에서 목이 잘려 죽는다. 목격자들은 여럿이 있으나, 존 판리 경이 허공에서 팔을 휘두르는 모습만 보았을 뿐 그곳에 제2의 인물은 없었다. 일종의 '열린 밀실'이라 할 정원의 보이지 않는 살인자의 정체는? 카가 창조한 명탐정 기디온 펠이 펼쳐내는 사건의 해답은 두 가지인데 놀랍게도 둘다 말이 되고 논리적이다. <왕자와 거지>를 연상시키는 흥미로운 플롯과 카의 전매특허인 독창적인 트릭이 결합된 고전 본격 미스터리의 명편으로 처음 선정하는 '이 달의 미스터리'에 손색이 없다. 하지만 때로 대체 무슨 말인지를 이해할 수 없는 어색한 번역과 줄 맞추기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조악한 편집은 크게 유감스럽다. 기왕에 대가 존 딕슨 카의 명작을 출간하는데, 작가의 명성에 걸맞는 뛰어난 만듦새까지 뒷받침되면 더욱 반응이 좋을 거라 생각한다.

 

 

 

 

2009년 5월의 미스터리: <구부러진 경첩 - 존 딕슨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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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2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jedai2000 2009-07-01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밀글님...늦게 답변을 드려 죄송합니다. 제가 요즘 사는 게 사는 게 아닐 정도로 힘든 삶을 살고 있어서요. 전혀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취지에는 깊이 공감을 합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시국 선언까지의 행동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네요. 일단은 잠시 관망하는 중이랍니다. 저는 비록 합세하지 못했지만, 뜻이 맞는 애국자 분들이 두루 모이셔서 꼭 뜻하는 바를 이루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__)
 

매년 연말이면 한 해에 제일 재미있게 보았던 책이나 영화, TV 프로그램 등의 결산을 하곤 했다. 올해는 연초에 뒤숭숭한 일이 많고 바빠서 넘어가게 되었는데, 역시 안 하니까 재미가 없다. 그리하여 일단 먼저 2008년에 본 수십 편의 일본 미스터리 중에서 베스트를 뽑아보는 시간을...

 

* 완벽하게 주관적인 순위입니다.
** 2008년에 출간된 책만을 포함하며, 당연히 국내에 출간된 모든 일본 미스터리를 읽지는 못했습니다. 

 

 

5위 옛날에 내가 죽은 집 - 히가시노 게이고 
 




풋풋하던 고등학교 시절 사귀게 되어, 약간 머리가 굵어진 대학교 때 헤어진 그녀로부터 7년 만에 전화가 왔다. 이미 결혼해 외동딸을 키우고 있는 그녀는 딸에게 전혀 애정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고, 그런 자신에 대해 심한 자책감을 가지고 있다. 왜 그녀는 딸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하고 학대를 일삼는 것일까. 한편 그녀에게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전혀 없다. 아마도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해 자녀를 사랑하는 그 느낌 자체를 모르는 것이라고 추측한 그녀는 완전히 사라진 유년기의 기억을 되찾고 싶어한다. 단서는 그녀 아버지가 남긴 유품 속의 지도 한 장과 비밀스런 어느 집의 열쇠 뿐. 주인공은 옛 애인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녀의 기억을 재구축하는 하룻밤의 여행에 동참한다. 그 끝에 감춰진 비밀은 무엇일까? 손꼽히는 베스트셀러 제조기이자 희대의 스토리텔러 히가시노 게이고가 선보이는 깔끔한 본격 미스터리. 모든 사건이 하루 동안에, 외딴 집 한 채 안에서 벌어져 마치 연극을 보는 듯하다. 최근 청소년 범죄나 노인 복지 등 사회적인 문제에 천착하는 작풍을 보여주는 것과 달리 1994년에 쓴 이 작품은 '회상 속의 범죄'라는 미스터리의 오래된 주제를 밀도 있고 오싹하게 그리고 있다.

 

 

4위 황금을 안고 튀어라 - 다카무라 가오루 

 



'지독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의 집요한 묘사로 유명한 '일본 미스터리의 여왕' 다카무라 가오루의 데뷔작. 백억 엔 상당의 금괴가 잠들어 있는 은행을 터는 여섯 남자의 이야기다. 언제나처럼 철두철미한 리서치로 오사카 시에 위치한 은행 주변의 지형지물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웬만큼 끈기 있는 독자가 아니라면 여기서 독서를 포기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말초적이고 대중적인 재미 따위를 이 작가의 작품에서 기대하면 곤란하다. 단순히 일확천금을 노리고 은행을 터는 강도들이라고 보기에 여섯 남자들은 모두 끝 모를 허무와 고독 속에서 방황하고 있다. 사나이는 누구나, 아니 사람은 누구나 몸과 마음이 다 외로운 존재인 것인지, 커다란 고독과 마르지 않는 슬픔을 안고 인간이 없는 세계로 떠나고 싶어하는 그들의 모습은 너무도 아프게 느껴진다. 작품 후반부, 실제로 은행을 터는 장면은 분 단위로 실시간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그전까지의 다소 지루한 흐름을 일거에 반전시키는 속도감이 일품이다. 빼어난 미스터리로 보든, 잘 된 한편의 문학 작품으로 보든 손색이 없는 수작으로 데뷔작에서 이 정도의 경지를 보여준 다카무라 가오루는 역시 소설가 지망생들에게 존경과 낭패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난공불락의 작가다.

 

 

3위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 하라 료 

 




비열한 도시를 헤매는 고결한 밤의 기사 필립 말로 탐정. 레이먼드 챈들러가 창조한 이 하드보일드 미스터리의 영원한 아이콘은 수많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 감흥을 준 모양이다. 재즈 피아니스트 출신의 하라 료가 바로 그런 작가인데, 챈들러의 작품을 수없이 읽고 사숙해 마침내 데뷔작인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에서 일본의 필립 말로라 할 수 있는 사와자키 탐정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하라 료는 일본의 레이먼드 챈들러가 되었으며, 그 명성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변함이 없다. 실종된 르포라이터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아들인 사와자키 탐정은 최근 일본 전역을 떠들석하게 했던 도쿄 도지사 저격 사건과 사라진 르포라이터가 관련이 있음을 알아차린다. 야쿠자가 마약 거래한 돈을 훔치고 잠적한  전 파트너 덕분에 경찰과 야쿠자 양쪽에서 견제를 당하는 고달픈 신세의 그는 내세울 빽도, 완력도 없지만 진실에 대한 열정 하나로 사건의 핵심을 파고든다. 하드보일드의 에센스를 고스란히 간직한 근사한 분위기와 챈들러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문장이 돋보이며, 챈들러만큼 냉소적이지만 챈들러보다는 훨씬 따뜻한 느낌이라 누가 읽어도 만족할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2위 인사이트 밀 - 요네자와 호노부 

    




산 속의 고립된 건물 '암귀관'에서 열두 명의 참가자들이 거액을 놓고 추리 대결을 펼친다. 간단한 규칙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참가자 중 어느 한 사람이 누군가를 죽이면 시급 2배의 보너스를 받는데 이 금액은 누적된다. 또한 참가자 중 어느 한 사람이 탐정이 되어 살인자를 밝혀내면 시급 3배의 보너스를 받게 되고 이 금액도 누적된다는 식. 세상에 돈 마다하는 사람 없듯이 참가자들 중에서도 돈이 궁한 사람이 있었고, 그는 암귀관의 규칙을 적절히 활용하며 시체를 하나씩 늘려 나가 보너스 금액을 올린다. 하지만 암귀관에는 탐정 역을 맡은 유키도 있었으니 그는 안 돌아가는 머리를 최대한 굴려 범인의 정체와 범행의 진짜 목적을 밝히는데 도전한다! 흔히 비현실적이고 작위적이라는 비난을 받는 본격 미스터리의 단점을 오히려 극한까지 밀어붙여 마치 게임같이 속도감 넘치는 새로운 스타일의 미스터리로 만들어낸 역발상이 돋보인다. <배틀 로열> <큐브> <쏘우> 같은 잘 만든 스릴러 영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Y의 비극> 같은 고전 본격 미스터리까지 다채로운 작품들의 재미가 혼합되어 있어 시종일관 기분 좋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논스톱 퍼즐 미스터리!

 

 

1위 고스Goth - 오츠 이치 

 




열일곱 살에 등단한 괴물 혹은 천재 작가 오츠 이치의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대표작. 다른이의 죽음을 보고 싶어하고, 끔찍한 살인사건을 조사하며 살인자의 기분을 느껴보고 싶어하는 '고스 족'인 '나'와 밤을 사랑하는 소녀 요루는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집에서는 평범한 부모의 아들이며 좋은 오빠지만 나의 어두운 내면을 알고도 여전히 나를 똑같이 대할 수 있을까? 나와 요루는 그들 주변에서 일어나는 6개의 기묘한 사건과 맞닥뜨리며 인간 존재의 심연을 바닥까지 들여다보고 만다. <ZOO>와는 달리 매번 같은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연작 단편집으로 연쇄 토막 살인사건을 본격 미스터리풍으로 멋지게 풀어낸 '암흑계'와 기가 막힌 반전이 돋보이는 '개'가 가장 마음에 들었지만 모든 작품들이 전부 수준급 이상이다. 우리와는 사고 체계가 다른 '비정상적인' 나와 요루가 서로의 아픔에 교감하며 조심스레 손을 내미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눈물도 찔끔 났음을 고백한다. 개인적으로는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멋진 독서를 했다고 생각하며, 주인공들의 연령이 고등학생이라는 점을 빌미로 정부에서 내린 어이없는 19금 판정도 쉽사리 잊지 못할 것 같다. 작가 후기를 보면 오츠 이치는 애절한 이야기에는 강하나, 미스터리에는 약하다는 평판을 듣고 미스터리를 강화하기로 마음 먹고 썼다고 하는데,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고 어느 정도의 노력을 통해 그 부분을 확실하게 채워 넣은 능력을 보면 과연 천재다, 하고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게 된다.

 

 

베스트 단편 

 
<제3의 시효> 중 '제3의 시효' - 요코야마 히데오 

 




경찰소설의 대가 요코야마 히데오의 탁월한 이 단편집에서도 가장 빛나는 작품이 바로 표제작인 '제3의 시효'다. 15년이라는 살인의 공소 시효를 앞두고 있는 강간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구스미 반장 이하 F현 경찰청 강력계 2반의 민완형사들. 모든 힘을 쏟았지만 아무 성과도 없이 사건의 종료가 몇 시간 앞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감정이 없는 듯한 냉혈한 구스미 반장은 제2의 시효, 그리고 아무도 예상치 못한 제3의 시효를 준비하며 범인을 압박하는데...제3의 시효가 주는 기발함과 통렬한 반전, 작가 특유의 감동과 인간미가 어우러진 정말 잘 쓴 단편이다. F현 경찰청의 경관들이 돌아가며 주인공을 맡는 이 단편집은 표제작 말고도 거의 모든 작품들이 높은 완성도를 자랑해 감히 필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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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02-07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이 좋은 책들 중 아직 <제 3의 시효>를 읽어보지 못했네요.
위의 책들 중 저와 탑5와 겹치는 것은 다카무라 가오루의 <황금을 가지고 튀어라> 가 있어요.

물만두 2009-02-07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편이나 못 읽었다는 좌절감이 밀려옵니다 ㅜ.ㅜ

jedai2000 2009-02-09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앗, 하이드님의 베스트5 읽어보러 가야겠군요 ^^ <제3의 시효>는 아주 괜찮은 단편집이니 꼭 읽어보세요~

물만두님...어이쿠. 여기는 좌절금지랍니다! 책이 어디로 도망가는 것도 아닌데 멀 걱정하세요. 천천히 읽어보심 되지^^
 

어제에 이어 오늘은 그간 읽은 일본 미스터리 중에서 70편을. 아무래도 최근 몇 년 동안 일본 미스터리가 유행하면서 급하게 소개된 게 많아 영미권만큼 저변이 넓지 않은 관계로 100편을 채우는 건 무리였다. 역시나 퍼즐 미스터리뿐 아니라 스파이 스릴러나 액션, 모험 소설 등 일본 내 분류에서 두루 미스터리로 포괄되는 작품들을 다 넣었다. 현재 절판작도 포함했으며, 아쉽게도 여러 가지 이유로 내가 직접 못 본 작품들은 아무리 유명한 작품이라 해도 넣지 않았다. 출간연도 순으로 나열했으며, 대부분 국내 출간 제목으로 표기했다. 이 리스트는 몇 년에 한번꼴로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Top 70 Mystery Novels of All Time  - Japan



1. 음울한 짐승 1928 - 에도가와 란포
2. 옥문도 1947 - 요코미조 세이시
3. 불연속 살인사건 1947 - 사카구치 안고
4. 문신 살인사건 1948 - 다카키 아키미츠
5. 팔묘촌 1949 - 요코미조 세이시
6. 이누가미 일족 1950 - 요코미조 세이시
7. 점과 선 1957 - 마쓰모토 세이초
8. 고양이는 알고 있다 1957 - 니키 에츠코
9. 야수는 죽어야 한다 1958 - 오오야부 하루히코
10. 제로의 초점 1959 - 마쓰모토 세이초


11. 고층의 사각 1969 - 모리무라 세이이치
12. 야성의 증명 1977 - 모리무라 세이이치
13.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 1978 - 아토다 다카시
14. 대유괴 1978 - 텐도 신
15. 나폴레옹 광 1979 - 아토다 다카시
16. 점성술 살인사건 1981 - 시마다 소지
17. 샤라쿠 살인사건 1983 - 다카하시 가즈히코
18. 미로관의 살인 1988 - 아야쓰지 유키토
19.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1988 - 하라 료
20. 내가 죽인 소녀 1989 - 하라 료


21. 도착의 론도 1989 - 오리하라 이치
22. 외딴섬 퍼즐 1989 - 아리스가와 아리스
23. 신주쿠 상어(소돔의 성자) 1990 - 오사와 아리마사
24.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1990 - 아야쓰지 유키토
25. 독원숭이 1991 - 오사와 아리마사
26.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1991 - 와카타케 나나미
27. 황금을 안고 튀어라 1991 - 다카무라 가오루
28. 시계관의 살인 1991 - 아야쓰지 유키토  
29. 링 1991 - 스즈키 코지
30. 화차 1992 - 미야베 미유키


31. 살육에 이르는 병 1992 - 아비코 다케마루
32. 마크스의 산 1993 - 다카무라 가오루
33. 고독의 노랫소리 1994 - 텐도 아라타
34. 옛날에 내가 죽은 집 1994 - 히가시노 게이고
35. 우부메의 여름 1994 - 교고쿠 나츠히코
36. 망량의 상자 1995 - 교고쿠 나츠히코
37. 광골의 꿈 1995 - 교고쿠 나츠히코
38. 화이트 아웃 1995 - 신포 유이치
39. 테러리스트의 파라솔 1995 - 후지와라 이오리
40. 불야성 1996 - 하세 세이슈


41. 얼어붙은 송곳니 1996 - 노나미 아사
42. 아웃 1997 - 기리노 나쓰오
43. 삼월은 붉은 구렁을 1997 - 온다 리쿠
44. 검은 집 1997 - 기시 유스케
45. 이유 1998 - 미야베 미유키
46. 천사의 속삭임 1998 - 기시 유스케
47. 비밀 1998 - 히가시노 게이고
48. 영원의 아이 1999 - 텐도 아라타
49. 백야행 1999 - 히가시노 게이고
50. 배틀 로열 1999 - 타카미 고슌


51. 부드러운 볼 1999 - 기리노 나쓰오
52. 가위남 1999 - 슈노 마사유키
53. 미싱 1999 - 혼다 다카요시
54. 모방범 2001 - 미야베 미유키
55. 연기, 흙 혹은 먹이 2001 - 마이조 오타로
56. 13계단 2001 - 다카노 가즈아키
57. 고쓰 2002 - 오츠 이치
58.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2003 - 우타노 쇼고
59. 중력 삐에로 2003 - 이사카 고타로
60. 제3의 시효 2003 - 요코야마 히데오



61. 그로테스크 2003 - 기리노 나쓰오
62. 클라이머즈 하이 2003 - 요코야마 히데오
63. ZOO 2003 - 오츠 이치
64. 굽이치는 강가에서 2004 - 온다 리쿠
65.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2004 - 이사카 고타로
66. 범인에게 고한다 2004 - 시즈쿠이 슈스케
67. 용의자 X의 헌신 2005 - 히가시노 게이고
68. 붉은 손가락 2006 - 히가시노 게이고
69.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2006 - 요네자와 호노부  
70. 인사이트 밀 2007 - 요네자와 호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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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8-12-29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읽지 못한 책이 20권...열심히 읽었다고 생각했는데-_-;; 역시 내공의 부족. 제가 주변에 추천하는 책은 [13계단] [모방범] [아웃] [인사이트밀] [용의자 X의 헌신] [팔묘촌] [삼월은 붉은 구렁을]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정도? 주변에 추리소설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본격적인 건 추천을 못하겠더라고요;

물만두 2008-12-29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권이나 안 읽었어요 ㅜ.ㅜ
충격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08-12-29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전 열권쯤 읽은거 같은데 대단하십니다들..

BRINY 2008-12-29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쯤 읽었군요...이젠 일본 미스테리 원서(단행본) 사놓고 다 못읽은 사이에 번역본 내지는 저가 문고본이 나와버리는 사태가 발생중...

jedai2000 2008-12-29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석님...헐, 70권 중에 50권이면 대단하죠!!! 추천작들이 다 제가 좋아하는 작품들이네요. 주변에 마니마니 소개하셔서 10만 추리소설 애호가 양산해요 ^^

물만두님...헉, 충격인데요. 전 당연히 다 보셨을 거라고...쿨럭,,

FTA반대휘모리님...예, 저같이 추리소설만 보는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관심사를 다룬 책들을 즐겨보시나 봐용~ 사실 편독은 해로운 바 10권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답니다.

BRINY님...앗, 원서 능력자시군요. 적어도 내년까지는 막 쏟아져나올 테니까 당분간 단행본 사지 마세요. 환율이 얼마인데, 아깝잖아요 ^^

oldhand 2008-12-30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는 23권 미독입니다. 역시 올해 나온 책들은 많이 못 읽었네요. 더구나 올해는 독서량도 줄어든 데다 그나마 영미 소설들을 더 많이 찾아 읽은 해라서요. 책장에 꽂힌 채 기다리는 목록들이 꽤 눈에 띕니다. 애 딸린 회사원에게 독서는 너무 힘들어요. 하하.

이매지 2008-12-29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 30권 읽었군요.
그래도 얼핏 절반은 읽었다고 위안으로 삼으렵니다 -_ㅜ
그나저나 10만 추리소설 애호가 양산 왠지 혹하는군요 ㅎ
(그치만 주변에 왠통 책 안 읽는 사람들만 있다는;;;;)

비연 2008-12-29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는 27권 읽었군요..ㅜㅜ 일본소설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쩝.
분발해야겠슴다..ㅋㅋㅋ

Kitty 2008-12-30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긴 4권 읽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끄럽습니다 ㅋㅋㅋㅋ
기억도 가물가물한 링, 친구가 추천해서 읽은 모방범, 그리고 올해 한국 나갔다가 읽은 삼월은 붉은 구렁과 나의 미스테리어스한 일상 이렇게 4개네요. 모방범은 하도 두꺼워서 나름 지겨워하면서 읽었는데;;; 나중에 미야베 미유키가 한국에 소개되서 이렇게 뜰 줄 몰랐어요 ㅎㅎ

jedai2000 2008-12-30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님...따님이 많이 컸을 것 같아요 ^^ 설마 벌써 초등학교 들어갈 나이라든가-_-;; 석원님도 그렇고 확실히 가정을 꾸리시면 독서할 시간이 줄어드나 봅니다. 그래도 짬을 내서 독서하시구, 대단하세요 ^^b

이매지님...5권을 더 읽으셔야 절반입니다 ㅎㅎ 농담이구요, 추리소설이 10만은 고사하고, 1만명만 고정적으로 팔리는 시장만 되도, 아마 서점에 깔린 대다수의 책이 추리소설이 될 거랍니다. 근데 그게 참 어렵네요 ^^

비연님...어유, 분발은 무슨요 ^^ 전 미스터리만 읽기 때문에 그렇지 다른 책들은 비연 님 발끝에도 못 미칠걸요 ^^

키티님...아아, <모방범>을 일본에서 원서로 보셨나 보네요. 대작이고 저는 엄청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새해에는 다양한 책들 많이 보시는 짬짬이 추리소설도 마니 사랑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