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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클래식

 

 

  그렇다. 이 영화 심각한 신파 영화다. 관객들 울려서 주머니 털어보려고 작정한 영화라는 말이다. 초반부의 산뜻한 에피소드와는 달리 질질 짜는 후반부는 늘어지며, 심지어 영원히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조승우와 손예진의 '징한' 운명의 고리가 노출되는 후반부는 그야말로 범죄의 수준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 분명히 미덕이 있다. 특히 현재 부분, 조인성 선배를 짝사랑하던 손예진이 선배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 고백을 하기 위해 빗속을 달리는 장면은 정말 최고다. 멀리서 바라만 보던 사람이 사실은 나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 설레임이 너무도 잘 표현되어 있다. 이 장면의 리듬, 감정, 음악, 연기 모든 것들이 최고다. 이 장면의 손예진은 너무도 사랑스러워 정상적인 남자라면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스탭들과 배우들도 이 영화 너무 낡은 느낌이라며 반신반의했을 때 이 장면을 찍고 그야말로 혼연일체가 되었다고 한다.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의 설레임과 떨림, 젊은 날의 터질 것 같은 열정이 너무도 아름답게 필름에 찍혀 있다. 볼 때마다 너무 설레여 가슴이 터질 것 같다. 그런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사실은 그 역시도 나를 사랑하고 있었음을 깨닫는 기분을...만약 그렇다면 빗속을 달릴 것이다. 몸이야 젖겠지만, 사랑에 빠진 남자가 그깟 몸 좀 젖는게 대수겠는가...

 

 

2)  러브 레터

 


 이미 고전이 되어 버린 멜로 영화의 걸작이다. 대학교 2학년 때 친구들, 후배들과 단체로 보았는데 영화에 흠뻑 취해 버렸다. 영화 끝나고 맥주를 마시러 갔는데 평소 시끄럽다고 술집에서 쫓겨나기까지 한  여자 후배들이 모두 한마디도 하지 않는게 아닌가. 수다쟁이 본인 역시 마찬가지였고...이 영화의 향기에 모두 취해 버린 것이다. 결국 그날의 자리는 조용히 각자 앞의 맥주만 홀짝거리며 흘러가 버렸다.

  마지막 장면, 단 한장의 그림으로 모든 걸 설명하는데 엄청난 울림을 준다.

가장 잘만든 반전이 들어간 영화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이 영화를 꼽는다.

 

 

3) 첨밀밀

 

  요즘은 뜸한 진가신 감독의 영화이다. 긴세월동안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던 두 연인이 결국 운명을 깨닫고 함께 한다는 내용이다. 단순한 멜로에 머물지 않고 중국의 근현대사나 이민사 등의 시대적 공기를 잘 담아낸 것도 멋지다.

 마지막 장면, 기차안에서 두 남녀가 머리를 맞대고 자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두 사람이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인이나 우리나 비슷한 동양사람이라 그런지 운명이라는 것을 믿고 순응하는 것 같다. 나도 운명을 믿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해나갈 소중한 운명을 믿는다. 아직은 아무도 발견 못했지만, 순진한 나를 모두 비웃는다만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믿고 있다. 내 시작과 끝을 모두 채워줄 단 한사람이 어딘가에 기다리고 있음을...

 

 

4) 가위손

 

  

 너무도 가슴아픈 영화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시리다. 중학교 때 보았는데, 다들 그러다시피 본인도 성장통으로 그 때 참 괴로웠다. 누구와도 소통이 힘들어 괴로웠던 그 때, 진심을 알리고 싶어도 특이한 모습의 가위손을 가진 에드워드가 오해받고 배척당하는 장면들은 보기 너무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한 여자를 위해 얼음을 깎아 눈을 만들어주는 에드워드의 모습이 환영처럼 눈가에 아련하다. 너무도 고통스럽고 아름다운 영화다. 그러나 내 힘들었던 젊은 날(어린 날)이 떠올라 다시 보지 못하고 있다. 가슴속에 너무 아프게 남아있는 영화라 차마 다시 보지 못하겠다. 중학교 때 이후 한번도 보지 않았다. 언젠가 그런 기억들이 흐릿해지는 순간이 오면 다시금 꺼내볼 수도 있겠지...눈물이 어려 흐릿해진 눈으로 어린 날의 동지이자 영원히 잊지 못할 친구, 에드워드 가위손을 바라볼 그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5) 하나와 엘리스

 

 개인적으로 가장 후회스러운 게 있다면 학창 시절을 풋풋하게 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 나는 또래에 비해 책을 많이 읽었었다. 그것도 또래 수준의 책을 뛰어 넘어서 말이다. 초등학교 3학년때 <인간시장>, 5학년때 <장길산> 이런 식으로 말이다.  지나치게 생각이 많고 복잡한 아이가 됐다.

또래의 일들은 다 시시했고...그렇게 학창 시절을 지나온 게 너무 후회가 된다. 그 순간의 나이는 다시 오지 않는다. 열 여덟살은 단 한번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나는 열 여덟살을 열 여덟살같이 보내지 못한 것이다.

이 영화의 풋풋한 여고생들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를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 나는 왜 저런 학창 시절을 보내지 못했을까...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열 여덟살은 단 한번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때는 왜 그걸 몰랐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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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위는 절대 무순

16. 쿄시로 2030 - 토쿠히로 마사야

 

 

 

이 작품을 선정한 이후 살짝 두려움에 떤다. 이 작품은 작가 자신도 변태 만화라고 인정할 정도로 야하고, 토막 시체가 쉴틈없이 등장하고 말하는 개가 등장하면서 엽기 유머를 선보이기도 한다. 솔직히 1권만 봐서는 완전 3류 성인 만화다. 하지만 천천히 뜯어보면 이 작품은 놀라운 수작이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미래 세계의 일본으로 추정되는 국가. 핵전쟁으로 인해 국가는 피폐해져 있고 식량난까지 심각해져 있다. 게놈당이라는 독재당은 남.녀를 격리, 수용해 집단 농장에서 식량 생산에만 종사하게 한다. 그들에게 제공되는 것은 버츄어 섹스 기계...가상 공간에서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는 버츄어 섹스 기계는 집단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만 제공되기에 국민들은 환락에 빠져 우민화되어 간다. 주인공 쿄시로는 집단 농장을 탈출하는 사람들을 처치하는 전직 군인. 그러다 버츄어 섹스를 통해 유리카라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사랑에 빠지게 되는 두 사람...현실에서의 유리카는 게놈당 간부의 성 노리개이다. 쿄시로는 사랑하는 유리카와 함께 하기 위해 긴 여행을 떠난다. 일본 국토를 횡단하는 여정 속에서 그는 황폐해진 일본 세계의 비극과 국가 권력이라는 이름하에 자행되는 폭력에 눈을 뜨게 된다. 두 사람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않으신가? 디스토피아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부르고 싶은 작품이다. 정말 감동적이고 많은 걸 생각하게 해주는 그야말로 '작품'이다.

 

 

17. 허리케인 죠 - 치바 테츠야

 

 



  지금은 이미 전설이 되어 버린 고전이다. 고아 출신의 위악적인 청년 죠가 소년원에서 권투에 발을 담그고, 이후 호적수들을 만나고, 그들과 대결하면서 마침내 자신의 모든 걸 하얗게 불태운다는 내용이다. 60년대 작품으로 일본 운동권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들었다. 모든 걸 불태우는 열혈 청년 조가 내뱉는 대사 하나하나가 모두 멋지다. 어떤 문학 작품에도 지지 않을 만화만의 예술성을 잘 보여준 걸작이다. 아직 젊음을 하얗게 불태워보지 못한 청춘들은 이 작품을 꼭 보시기 바란다.

 

 

 

 

18. 시티 헌터 - 호죠 츠카사

 

 




 개인적인 취향이 크게 작용했다. 학교 다닐 때 정말 좋아하던 작품이었다. 마약 조직에게 동료를 잃은 청부 해결사 '사에바 료'. 동료의 여동생 가오리와 함께 청부일을 해나간다. 일에 있어서는 최고지만 단 한가지 문제는 그에겐 선천적 여자 밝힘증이 있다는 것. 항상 헤벌레하고 넋나간 듯 보이지만 실상 최고의 능력을 가지고 있고,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인 사에바 료는 나의 우상이었다. '나중에 커서 저런 사람이 되어야지'했는데, 헤벌레하고 넋나간 것만 닮게 되었다. 에피소드 형식으로 각권마다 하나씩의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심심할 때 보면 이만한 작품이 없다. 작가는 상당한 총기 마니아인 듯...여자들을 상당히 예쁘게 그린다.

 

 

19. OZ - 이츠키 나츠미

 

 



  이 작품을 아시는 분은 상당한 만화 마니아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1994년 전 4권으로 대원동화에서 완간했는데, 지금은 구하기 정말 힘든 희귀본 중의 희귀본이다. 94년에 한번 읽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작품이다. 구하고 싶다. 다시 한번 나와 주었으면...

 미래 세계가 배경이다. 핵전쟁으로 인해 황폐해진 세계. 천재 소녀 과학자(이름이 생각안남)에게 그녀의 오빠 리온이 사람 한 명과 여자형 사이보그 하나를 보낸다. 사람은 용병 무토, 사이보그는 1019호...리온은 자신이 지상 낙원 과학도시 OZ(오즈)를 만들었다며 동생을 초대한다. 무토와 1019호는 그 안내자 역할이고...그러나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OZ는 실상은 과학에 경도된 미치광이 리온의 광기가 만들어낸 지옥이었다. 핵전쟁을 일으킨 곳도 OZ였음이 밝혀진다. 리온의 광기는 점점 더 심해지는데...역시 디스토피아 미래 세계를 그린 작품이지만 SF보다는 인간에 방점이 찍힌 작품이다. 가장 잊혀지지 않는 장면은 사이보그 1019호가 무토의 말을 듣고 번민하는 장면...'기계에게 키스할 수는 없어.' 이런 말에 절규하는 사이보그가 등장하는 만화는 본 적이 없다.

마지막 장면, 희생이라는 것이 프로그래밍되어 있지 않은 사이보그 1019호는 무토를 위해 대신 죽는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자문을 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20. 슬램덩크 - 다케이코 이노우에

 

 

 스포츠 만화 불멸의 걸작이다.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듯 하다. 국내에 농구 열풍을 불러 일으킨 작품으로 잊혀지지 않을 재미와 감동이 있는 작품이다.

날건달에 불과했던 강백호가 농구를 접하게 된다. 길지 않은 농구 인생 속에서 그는 자신이 팀의 한 구성원이라는 걸 자각하며, 동료들을 믿게 되고, 승리를 위해 혼연일체가 되어 땀을 흘리는 재미를 알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농구를 정말로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사랑과 우정, 땀과 웃음이 멋지게 어우러진 청춘 스포츠 만화의 최대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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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10-25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즈는 애장판이 나올 예정이라고 합니다...계약이 되었다는 얘기는 들었었는데.. (무..물론 언제나올지는..^^;;;;)

jedai2000 2005-10-25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은 만화를 참 좋아하시는 분이시군요. 애장판 저도 기다리겠습니다. 이번에는 놓치지 말자구요! ^^;;

panda78 2005-10-25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애장판 나오면 바로 사려구요. 이츠키 나츠미의 다른 만화들도 다 재미있고 좋았지만, 오즈가 제일 갖고 싶어요. ^^;

jedai2000 2005-10-25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78님, 애장판 언제 나온답니까? 귀를 쫑긋 기울여야겠군요..^^;; 이츠키 나츠미의 다른 작품이 나온 게 있나요?

panda78 2005-10-26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츠키 나츠미의 작품이 몇 있죠. [팔운성] 이게 제일 길구요, [카시카] 이것도 나름대로 귀엽고 재밌어요. ^^ 그리고 [수왕성]인가? 5권으로 끝난 게 있는데 본 지가 몇 년 되어서 제목이 가물가물.. ^^

panda78 2005-10-2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왕성 맞네요. ^^ (전 5권)

팔운성은 19권.

 

 

 

 

 

 

카시카 12권.

지금도 나오고 있는 데몬 성전(6권까지 출간)

 

오즈만은 못해도 다 매력적인 작품들이에요. ^^


jedai2000 2005-10-26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78님, 너무 감사합니다..^^;; 수고스럽게 이미지까지 찾아주셨네요. 사실 <오즈>는 고교 때 한 번 딱 보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던 작품입니다. 이 작가의 작품을 접해볼 기회가 다시는 없어 저에게는 웬지 신비한 작가로 남았었는데, 국내에 이렇게 많이 나와 있었다니 배신감이 드네요.-_-;; 다 제가 무지했던 탓이지요..^^;; 요즘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소설 읽기도 바쁘기 때문에 만화책을 거의 못 봐요. 한가해지면 꼭 챙겨서 다 보겠습니다..감사합니다.

panda78 2005-10-27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즈, 중학교 땐가 고등학교 땐가 만화방에서 보고 너무 좋아했더랬어요. 그러다 대학 와서 친구집에 있는 걸 보고 반색을 하며 다시 봤는데, 다시 봐도 좋더라구요. ^^ 애장판의 정확한 출간일자는 정해진 바 없다고 하던데, 나오기는 나올런지 걱정이 슬며시 됩니다. ;;;
[카시카]가 모 만화잡지(순정)에 연재되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그랬나, 다른 것들도 많이 나왔어요. 팔운성과 수왕성과 카시카가 같이 나올 땐 정말 최고였다죠, ^^;
만화책을 앞에 쌓아두고 손 닿는 곳에는 간식거리를 두고 느긋하게 읽으실 시간이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

jedai2000 2005-10-27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 순정만화 비슷하게 분류되는 것 같은데, 그것을 뛰어넘는 뭔가가 있는 작가라는 생각입니다. <카시카>와 <팔운성>,<수왕성>에도 그런 훌륭한 요소들이 있겠죠? 기대됩니다. 판다78님 말씀대로 소처럼 누워서 간식 먹으며 만화책을 쌓아두고 볼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돈을 벌면 시간이 안 나고, 시간이 넘치면 돈이 없고...참 영원한 딜레마네요..^^;;
 



 
미스테리 소설계의 여왕!!


소설가 다카무라 카오루(高村薰). 계기는 보너스로 PC를 산 것이었다. 직장생활을 할 때 퇴근 후 한가한 틈에 시작한 소설 쓰기. 치밀한 구성력과 극명한 정경 묘사, 남성적인 필체, 사회에 대한 냉철한 시선, 그리고 보편성이 프로를 능가해 데뷔 후 불과 3년만에 나오키상(直木賞)을 수상했다. 작풍을 보면 과묵하고 무서운 사람일 것 같은데 실제로 만나 보면 평범한 아줌마였다. 독자의 마음을 흔드는 이야기는 담담하고 규칙적인 생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소설은 매일 페인트를 칠하는 일!"

그녀는 오사카 시내의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깔끔한 서재가 있는 2층짜리 단독주택에서 네마리 고양이와 살고 있다. 부모는 모두 세상을 떠났고 독신이다. 일본 최고의 사회파 작가라고 불리우고 있는데 생활은 평범하기 그지 없다. 작가라고 하면 불규칙한 생활, 한 밤이 되어서야 글을 쓰는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그녀의 생활을 샐러리맨과 같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짓고 청소와 세탁을 합니다. 오전 9시부터 책상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해 정해진 시간에 점심을 먹고 설겆이를 한 후 다시 책상에 앉죠. 오후에는 쇼핑을 갔다와서 저녁을 먹어요. 그 후 5시간 정도 글을 쓰는데 야근에 해당하는 셈이죠."

2층 서재에서 담배를 피워 물고 위스키를 삼키면서 워드프로세서를 두드린다. 밤 12시가 되면 집필을 중단한다. "내게 소설을 쓴다는 것은 감정이 서서히 고조되어 어느새 아침이 되어 버리는 것 같은 게 아닙니다. 매우 이성적인 일이죠. 사무적이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페인트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이 매일 벽을 칠하는 것과 같은 겁니다."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 게 중요하다"

이런 일상 틈틈히 대사건과 정치 문제 등에 대해 논평을 해달라는 요청을 신문사와 출판사로부터 받는다. 영화화된 <레이디 조커(レディ ジョ-カ-)>는 글리코모리나가사건(グリコ森永事件)을 참고로 했다. 취재를 위해 여러차례 신문사를 찾았다. 전화로 전문가들에게 논평을 요구하는 기자들의 모습도 자주 봤다. 그녀가 신문사에 사회 문제에 대한 발언을 하는 것은 무엇보다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소설가라고 하면 여관에 쳐박혀 있는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지 않습니다. 사회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결되기 위해서는 내가 뭔가를 해야만 합니다. 소설만 쓰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서민적인 일상도 역시 사회나 현실과의 연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 듯하다. 그런 평범한 생활이 복잡해지는 시대의 핵심을 찔러 사회와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를 이끌어내는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밤의 여가가 준 선물"

원래부터 소설가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오사카에서 태어난 그녀는 도쿄의 국제기독교대를 졸업한 후 다시 오사카로 돌아와 외자계 상사로 들어왔다. 비서도 겸한 일로 폭넓은 업무를 담당했다. 서른 살이 지나자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은 지도 몰랐다. 결혼할 상대도 없다. 입사한 지 9년째되던 해였다. 퇴근 후 회사에서 다하지 못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보너스 70만 엔으로 PC를 샀다.

거품경제기였기 때문에 보너스가 꽤 많았다. 집에 사들고 오자마자 PC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그녀는 특별히 쓰고 싶었던 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뭔가 1줄이라고 써보자. 사무적인 문서가 아닌 문장을 써보고 싶었다"는 것이 소설가 다카무라의 시작이었다. 전부터 기계를 좋아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PC를 사용하는 느낌이 좋았다. 매일 밤 쓰고 지우는 일을 반복했다. 이렇게 해서 처녀작 [리비에라를 쏴라(リヴィエラを擊て)]가 탄생되었다.

다 쓰고 나니 누군가에게 읽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족이나 친구에게 보이기는 부끄러웠다. 그 때 발견한 것이 잡지 구석에 있던 공모광고였고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니까 괜찮겠다 싶어서 응모했다. 그러나 곧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응모한 사실을 까맣게 잊고 경황없는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다. 제2회 일본추리서스펜스대상 최종후보가 되었다는 것이다. 대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출판관계자들의 권유로 다시 글을 쓰긴 했지만 그때까지도 소설가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3년만에 나오키상 수상"

두번째 작품은 은행강도를 다룬 소설 [황금을 안고 날아라(黃金を抱いて翔べ)]. 지난 해에 자신을 빗겨간 대상을 거머줬다. 상금을 받기 위해서는 한 작품을 더 써야 한다는 게 조건이었다. 두가지 일을 다 할 수 없어서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그리고 연쇄살인사건을 쫓는 형사를 경찰조직의 하나로 그린 [막스의 산(マ-クスの山)]으로 마침내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평범한 직장여성이 퇴근 후 틈틈히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불과 3년만의 일이었다. 대형 작가의 탄생이라고 떠들썩했지만 마음은 복잡했다.

자신이 읽고 싶은 소설이 아니라는 게 걸렸다. 바로 그 때 한신대지진이 일어났다. 몇개월 후에 시작할 연재소설에 대한 구상을 끝낸 상태였지만 다시 백지 상태로 돌아왔다. 40대의 아줌마로서 생각해 봐도 모든 게 변하는 시기였다. "우리들의 세대는 21세기가 장미빛 미래라고 생각하고 자란 '철완 아톰' 세대입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에 들어 대지진, 그리고 지하철 사린사건 등이 일어나면서 큰 전환점을 맡았습니다. 이제까지 쓰여지지 않은 사회적인 소재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현실과 정면에서 맞서는 사회파 소설가, 미스테리 소설계의 여왕이 탄생했다.

 

 

참고로 이 자료는 <일본으로 가는 길>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현재 제가 가장 존경하는 작가입니다.

작가 자신은 비록 마음에 든다고 하지 않지만 <마크스의 산>은 90년대 최고의 일본소설입니다.

집요할 정도의 꼼꼼함과 완벽한 리서치, 비록 펜을 들었지만, 마치 칼을 든 사무라이 같은 결기로 글을 쓰는 작가랍니다.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다카무라 카오루의 책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작가는 이래야 한다는 걸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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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25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디 조커를 출판할 계획을 세우세요~ 여기저기 찌르는데 참...

jedai2000 2005-10-25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디 조커>가 국내에 나오면 아마 5권 빡빡하게 내면 4권 분량이랍니다. 장편 대하 추리소설이 얼마나 팔릴까요.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작품이 <고다3부작>인데 아마 어렵겠죠. 쩝.

BRINY 2005-10-25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다3부작! 추진해 보세요~

jedai2000 2005-10-26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꼭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
 



 

드디어 네 번째로 편집한 신작 <코핀 댄서-암살자의 문신>이 출간되었다. 여태껏 작업한 책 중에 가장 맘에 드는 작품이다. 정말 정말 재미있다..^^;;

 

국내 개봉된 영화 <본 컬렉터>의 원작 소설을 쓴 제프리 디버는 영화 속에서는 댄젤 워싱턴이 맡았던 전신마비 법과학자 링컨 라임과 미모의 파트너 아멜리아 색스가 등장하는 시리즈를 6편 썼다. 시리즈 첫 작품이 <본 컬렉터>, 후속작이 <코핀 댄서-암살자의 문신>이다.

 

'코핀 댄서'는 전설적인 킬러의 이름이다. 이 넘은 어찌나 사람을 잘 죽이는지, 누구도 정체를 본 적이 없고 성공률 100%다. 심지어 한번 의뢰하면 의뢰자도 취소 못한다. '코핀 댄서'는 중요한 사건의 증인 3명을 45시간 동안 모두 암살해야 하고, 우리의 링컨 라임은 침대에 누워 '코핀 댄서'와 대결해야 한다는 줄거리이다.

 

죽이는 게 빠를까, 지키는 게 먼저일까...창과 방패의 대결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런데 제일 재미있는 부분은 바로 '코핀 댄서'의 정체가 드러나는 장면이다. 그야말로 반전의 반전...단언컨대 책을 무지 꼼꼼하게 보시는 분도 '코핀 댄서'의 정체를 맞출 수 없을 것이다.

 

작가 제프리 디버는 변호사 출신으로 머리가 무지 좋은 사람이다. 20편 남짓한 스릴러 소설을 썼는데 모두 반전으로 유명하다. 반전이라고 해서 전쟁을 싫어한다는 건 아니고, 방심하고 있던 독자의 뒷통수를 후려갈기는 그 반전 말하는 거다.

 

깊어가는 가을 밤, 심심한 솔로들은 이 책을 보시길...이 책의 재미는 그간의 외로움, 설움, 질투, 분노, 원한, 공복감...등을 일순간에 날려줄 만큼 강력하기 때문에...^^;;

 

p.s/ 표지 이미지는 사신이 여자와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다. 암살자 '코핀 댄서'에 대해 유일하게 알려진 건 팔뚝에 저 문신이 있다는 것이다. 춤이 끝나면 여자를 관에 넣겠다는 소름끼치는 암시를 담고 있다. 저 표지 이미지 일러스트레이터 써서 비싼 돈주고 한거다...-_-;;

 

 

 회사 내부에서 책에 사진 빼자고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던 웬지 인상이 맘에 안 드는 작가다.

그런데 글 쓰는 걸 보면 거의 천재다. 그 독창적인 반전과 플롯들을 어케 다 만드는지 궁금하다...

 

 

 

 

 

 

 

 

 

작가: 제프리 디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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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10-25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박 나길 바랍니다. ^^

jedai2000 2005-10-25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야클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대박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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