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인 아버지를 바라보는 형은 연금술을 찬찬히 익힌다. 아버지가 연금술사라지만 동생은 들판을 휘저으며 뛰놀기를 좋아한다. 연금술에는 눈길조차 안 두는 동생이 형으로서는 못마땅하다. 함께 놀지 않고 연금술에만 빠진 형이 동생한테는 서운하다. 함께 배우고 같이 놀기는 어려울까. 서로 아끼며 나란히 웃고 노래하는 힘들까. 형은 동생과 어떻게 살아가고 싶을까. 동생은 형이란 어떤 삶을 누리고 싶을까. 그림책 《장난감 형》은 아이들 넋과 삶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우리 스스로 어떤 삶을 찾아서 걸어가려 하는가를 넌지시 이야기한다. 4347.4.2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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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형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이경임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2월
7,500원 → 6,750원(10%할인) / 마일리지 370원(5% 적립)
2014년 04월 20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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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순이 20. 바람을 먹으며 (2014.4.16.)



  자전거를 달리며 바람을 먹는다. 휭휭 부는 바람을 온몸으로 먹는다. 두 아이를 뒤에 샛자전거와 수레를 붙여 태우니, 바람을 먹을 적마다 나는 끙끙 소리를 내지만, 아이들은 뒤에서 바람이 좋다며 깔깔 웃고 노래한다. 허벅지와 등허리가 뻐근하지만, 바람을 먹는 아이들 웃음과 노래를 들으면서 기운을 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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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유채밭



  자작나무에 새잎이 돋는다. 면소재지를 다녀올 적마다 동호덕마을 어귀를 지나면서 늘 바라보는 자작나무이다. 언제나 먼발치로만 바라보는데, 가까이에서 바라보지 않더라도 새잎이 돋는 줄 알 수 있다. 자전거를 함께 달리는 큰아이도 샛자전거에서 “아버지, 저기 봐요. 하얀 나무에 잎이 났어요!” 하고 소리친다. “그래, 나도 봤어. 빛깔이 곱지?” 큰아이한테 ‘자작나무’라고 이름을 알려주지만 큰아이는 으레 ‘하얀 나무’라고 말한다. 하기는. 줄기가 하얀 빛으로 보이니 하얀 나무라고 할 만하다. 사월로 접어든 자작나무는 들판에 가득한 유채꽃 물결과 함께 새잎을 돋으면서 한결 싱그럽다. 자작나무 뒤쪽으로 이어지는 멧자락에도 푸릇푸릇 새로운 빛이 환하다. 겨울을 난 잎빛과 봄에 새로 돋은 잎빛이 어우러진다. 집으로 달리던 자전거를 멈추고 한참 푸른 빛깔을 바라본다. 노란 물결과 어우러지는 푸른 빛깔이 얼마나 고운가 하고 생각한다. 4347.4.1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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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물결 나들이

고흥 길타래 14―꽃내음 들길



  날마다 유채물결 나들이를 한다. 대문을 열고 마을을 한 바퀴 빙 돌아도 유채물결 나들이를 한다. 아이들과 함께 삼십 분쯤 들길을 걸어도 유채물결 나들이가 되고,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워 면소재지를 오가는 길에도 유채물결 나들이가 된다.


  동백마을부터 봉서마을 사이 들판이 유채꽃으로 흐드러진다. 동백마을부터 다시 면소재지 동오치마을까지 들판이 유채꽃으로 물결친다. 동호덕마을 둘레에는 마늘을 심거나 논삶이를 하는 데가 있지만, 신기마을과 원산마을은 들판을 모두 유채꽃으로 물들인다. 삼월 끝무렵과 사월 첫무렵만 하더라도 유채물결이 될까 갸웃갸웃했지만, 사월 한복판을 넘어서면서 환하게 고운 유채잔치가 이루어진다.


  아이들은 유채꽃 들길을 천천히 걷고 싶어 한다. 이 들길은 자전거로 달리기보다는 자전거에서 내려서 천천히 걷고 싶다고 말한다. 어른들도 이 들길은 자가용으로 달리기보다 천천히 거닐면 즐거우리라 생각한다.


  꽃내음 물씬 흐르는 들길을 거닐면서 꽃바람을 마신다. 꽃빛을 품으면서 마음을 살찌운다. 이 킬로미터 더하기 이 킬로미터 즈음 되는 짧은 길이지만, 이 길에 서면 꽃을 바라보는 눈길이 얼마나 포근하면서 넉넉해지는지 알 수 있다. 우리 삶터를 어떻게 가꿀 때에 아름다울까 하고 느낄 수 있다. 관광단지가 있어야 하는 시골이 아니라, 푸른 들과 숲이 있어야 하는 시골인 줄 온몸으로 깨달을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수출·수입을 먹고 살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밥과 물과 바람을 먹으면서 산다. 싱그러운 밥을 먹고, 시원한 물을 마시며, 맑은 바람을 마신다. 아파트나 자가용을 먹으면서 살아가는 목숨이 아니다. 햇볕과 비와 흙이 곱게 어우러진 곳에서 바람과 풀을 먹는 목숨이다.


  시골을 살리는 길은 투자 유치나 시설 유치가 아니다. 시골을 살리는 길은 시골이 시골스럽게 시골빛이 나도록 하는 데에 있다. 4347.4.1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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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78) 트레못


갯바위 지남철에 / 다다귀 붙은 트레못

《안학수-낙지네 개흙 잔치》(창비,2004) 28쪽


  시를 쓰는 안학수 님은 ‘나사(螺絲)’가 한자말이기에 이 낱말을 쓰고 싶지 않아 ‘트레못’이라는 낱말을 새로 지어 보았다고 합니다. ‘트레머리’라는 낱말에서 보기를 얻어 ‘트레 + 못’처럼 쓸 만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한국말사전에서 ‘나사’를 찾아보면 “소라의 껍데기처럼 빙빙 비틀리어 고랑이 진 물건”을 뜻한다고 나옵니다. ‘나사’에서 ‘나(螺)’는 ‘소라’를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나사못이라 할 때에는 ‘소라처럼 빙빙 비틀리듯 생긴 못’이라는 소리요, 처음부터 ‘소라못’이라고 할 수 있었어요.


 소라못

 트레못

 빙빙못

 빙글못

 비틀림못


  어른들은 그냥 ‘나사못’이라 쓰지만, 아이들은 나사못이 왜 나사못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말뜻을 풀이해서 알려주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테지만, 왜 소라못이라 안 하고 나사못이라 하는지 궁금해 할 수 있습니다.


  시인이 읊은 ‘트레못’처럼 생각을 기울여 ‘빙빙못’이나 ‘빙글못’이라 할 만합니다. 빙빙 돌아가는 못이요 빙글 도는 못이거든요. 비틀리는 모습을 가리켜 ‘비틀림못’이나 ‘비틂못’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그러고 보면, ‘지남철(指南鐵)’도 쉽게 알아듣도록 고쳐쓰면 어떠할까 싶어요. ‘지남철’은 ‘자석(磁石)’과 같은 낱말이라는데, 찰싹 달라붙는 쇠입니다. ‘붙는쇠’라든지 ‘붙쇠’처럼 쓸 수 있습니다. 4347.4.1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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