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무엇일까. 삶은 그저 삶일 텐데, 삶은 어떤 나날일까. 마법은 무엇일까. 깜짝잔치와 같을 적에 마법일까. 이루어질 수 없다고 여기는 일이 이루어지면 마법일까. 그러면, 우리 삶은 어떠할까. 우리 삶은 이루어질 만한 일만 일어나고, 이루어지지 않을 법한 일은 안 일어나는가. 즐겁거나 멋지거나 놀랍거나 기쁜 일이 일어날 적에는 무엇이라 하면 좋을까. 이때에도 그냥저냥 다 일어날 법했으니 일어났다고 해야 할까. 마법이 일어났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우리 꿈과 사랑이 차근차근 이루어진다고 여겨야 할까. 만화책 《마법을 믿으십니까》를 읽는다. 갑작스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일이 생기는 이야기를 읽는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믿어야 할까. 무엇을 사랑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길은 하나이다. 무엇을 보든 나 스스로를 볼 노릇이고, 무엇을 사랑하든 나 스스로를 사랑하면서 함께 어깨동무를 할 노릇이다. 4347.4.2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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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믿으십니까? 2
타니카와 후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4월
3,000원 → 2,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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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말 '주저'가 퍽 널리 쓰이면서
한국말은 여러모로 쓰임새를 잃곤 합니다.
한국말을 곰곰이 살피면서 하나둘 익히면
자리와 때에 맞추어 재미나면서 즐겁게
우리 뜻과 느낌을 한껏 살릴 수 있습니다.

..

망설이다·머뭇거리다·우물쭈물·엉거주춤
→ 시원스레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을 가리키는 낱말들인데, 느낌이 살짝 다릅니다. ‘망설이다’는 “생각만 이리저리 굴리”면서 못 움직이는 모습이고, ‘머무적거리다(머뭇거리다)’는 “자꾸 멈추는” 모습이요, ‘우물쭈물’은 “어떻게 해야 좋을는지 모르는” 모습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똑같아 보이는 모습이지만, 저마다 까닭이 다를 테지요. ‘엉거주춤’은 “이렇게 해야 할는지 저렇게 해야 할는지 모르는 채 몸을 구부정하게 있”는 모습입니다. ‘주춤거리다’도 “자꾸 멈추는” 모습으로는 ‘머무적거리다’와 비슷한데, ‘주춤거리다’는 다른 사람 눈치나 눈길을 살피는 느낌이 짙습니다. ‘갈팡질팡하다’는 “갈 곳을 몰라 헤매”면서 한 자리에 선 모습을 나타내요. ‘우물쭈물’은 큰말이고 ‘오물쪼물’은 여린말입니다. ‘엉거주춤’은 큰말이요 ‘앙가조촘’은 여린말입니다.

망설이다
: 뚜렷하거나 시원스레 움직이지 못하면서 생각만 이리저리 굴리다
 - 어느 쪽을 골라야 할지 몰라 망설인다
 - 망설이다가 해가 넘어가겠네
머뭇거리다
: ‘머무적거리다’를 줄인 낱말
 - 어서 들어오지 않고 왜 머뭇거리니
 - 할 말이 있으면 머뭇거리지 말고 시원스럽게 털어놓으렴
머무적거리다
: 뚜렷하거나 시원스레 움직이지 못하면서 자꾸 멈추다
 -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머무적거리만 한다
 - 쑥스러운 나머지 뒷통수를 긁적이며 머무적거린다
우물쭈물
: 뚜렷하게 하지 못하면서 어찌할 줄 모르는 모습
 - 가슴이 콩닥콩닥 뛰며 우물쭈물 말을 못 한다
 - 바쁘고 어수선해서 우물쭈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엉거주춤
1. 앉지도 서지도 않고 몸을 반쯤 굽히는 모습
 - 거기 엉거주춤 서서 무얼 하니
 - 깜짝 놀라 엉거주춤 몸이 굳었다
2.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
 - 이쪽으로 갈지 저쪽으로 갈지 엉거주춤 길 한복판에 섰다
 - 우는 아기를 안을지 업을지 모르는 채 엉거주춤 있다
주춤거리다
: 뚜렷하게 움직이거나 걷지 못하면서 자꾸 멈추다
 - 네가 뻔히 쳐다보니까 주춤거리는 듯해
 -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주춤거리기만 한다
갈팡질팡하다
: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채 이리저리 헤매다
 - 어디라도 좋으니 갈팡질팡하지 말고 길을 나서자
 - 여기도 아닌 듯하고 저기도 아닌 듯해서 갈팡질팡한다

(최종규 . 2014 - 새로 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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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76) 존재 176 : 기억만 존재할 뿐


돌이켜보면 기억만 존재할 뿐으로, 이러한 기억들을 보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여기서 멈추는 것이라는 인식이 뒤따른다

《제프 다이어/한유주 옮김-지속의 순간들》(사흘,2013) 135쪽


 기억만 존재할 뿐으로

→ 기억만 있을 뿐으로

→ 기억만 남을 뿐으로

 …



  사진을 찍지 않으면 기억만 남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지 않고 기억을 남기려면 모든 움직임이나 삶을 여기에서 멈추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억을 ‘남기는’ 일을 이야기하는 보기글입니다. 보기글 앞뒤로 ‘남길’을 넣어도 되고, 앞쪽은 ‘있을’을 넣고 뒤쪽은 ‘남길’을 넣어도 됩니다. 4347.4.22.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돌이켜보면 기억만 남을 뿐으로, 이러한 기억들을 남길 수 있는 가장 나은 길은 여기서 멈추기라는 생각이 뒤따른다


‘보존(保存)할’은 ‘남길’로 손질하고, “최선(最善)의 방법(方法)”은 “가장 나은 방법”이나 “가장 나은 길”로 손질합니다. “여기서 멈추는 것이라는 인식(認識)”은 “여기서 멈추는 것이라는 생각”이나 “여기서 멈추기라는 생각”으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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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33) 그녀의 8 : 그녀의 두 아이들


한 어머니와 그녀의 두 아이들이 그를 응시한다

《제프 다이어/한유주 옮김-지속의 순간들》(사흘,2013) 32쪽


 한 어머니와 그녀의 두 아이들이

→ 어머니와 두 아이들이

→ 어머니와 두 아이가

 …



  영어에서는 어머니를 ‘she’나 ‘her’로 가리킬 테지만, 한국말에서는 어머니를 ‘어머니’로 가리킵니다. 영어사전을 보면 ‘her’ 풀이를 “그녀를, 그녀의”로 적습니다. 영어를 배우며 영어사전을 살피는 어린이나 푸름이는 모두 ‘그녀’라는 낱말을 익숙하게 쓰기 마련이요, ‘그녀 + 의’ 꼴까지 스스럼없이 쓰곤 합니다. 학교에서 이처럼 가르치고 영어사전에 이렇게 나오니까요. 외국책을 한국말로 옮기는 분도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녀의’ 같은 말투를 씁니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말투는 아주 널리 뿌리를 내렸다고 할 만하기 때문입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궁금합니다. 바로 앞에 ‘어머니’라 적는데, 곧바로 ‘그녀의’로 받아야 할는지 궁금합니다. 한국말로 옮기는 책이라 한다면, 한국말답게 옮겨야 할 일이 아닐까 궁금합니다. 어머니를 어머니라 가리키지 않고 ‘그녀’로 가리키기에, 어머니를 어머니라 말하지 못하고 ‘한 어머니’라 말합니다. 4347.4.22.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어머니와 두 아이가 그를 바라본다


“한 어머니”는 “어머니”로 바로잡습니다. 한국말은 ‘한’ 같은 관사를 붙이지 않습니다. 한자말 ‘응시(凝視)’는 “눈길을 모아 한 곳을 똑바로 바라봄”을 뜻합니다. “그를 응시한다”는 “그를 바라본다”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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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코 2
쿄우 마치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334



즐겁구나, 내 하루

― 미카코 2

 쿄우 마치코 글·그림

 한나리 옮김

 미우 펴냄, 2011.3.30.



  아침에 똥을 누러 뒷간에 가서 앉는데, 엊그제 우리 집으로 돌아온 큰 제비 한 마리가 뒷간 바로 위에 드리운 전깃줄에 앉아서 한참 노래합니다. 열어 둔 뒷간 문으로 제비 꽁지를 올려다보면서 노래를 듣습니다. 제비는 찌찌찌찌 찌르르르찌르르째르르르째르르르 무척 빠른 가락으로 노래를 합니다. 노래를 할 적에 주둥이 아래쪽 턱이 떨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제비는 시골집 처마 밑에 둥지를 짓거나 고쳐서 살지만, 사람이 가까이 다가서면 휙 하고 날아가는데, 내가 뒷간에 있는 줄 모르고 요 위에 앉아서 노래합니다. 이리하여 제비가 노래하는 모습을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봅니다.


  뒷간이 바깥에 있는 시골집은 이래서 참 좋다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똥을 누면서 바람소리를 듣고 구름빛을 보며 새노래를 만납니다.



- “이치무라! 굉장한 거 보여줄게.” (10쪽)

- ‘15분 지각했더니 정문이 닫혀 있었다. 그대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 건 내가 아니라 발 때문이었다.’ (13쪽)

- ‘어서 여기를 뜨지 않으면 발톱이 초록으로 물들 것 같다.’ (16쪽)





  올해에는 마을에 제비가 몇 마리 안 돌아왔습니다. 제비가 깃드는 집도 몇 안 되겠구나 싶습니다. 올해에 우리 마을에 돌아온 제비를 보면 덩치가 꽤 큰 아이가 하나이고, 작은 제비가 여럿입니다. 어제 자전거를 타고 마실을 하다가 우리 집 제비보다 덩치가 더 큰 제비를 한 마리 보았어요. 되게 큰 제비도 있구나 하고 새삼스레 생각했습니다. 워낙 큰 제비일까요, 여러 해 살아서 덩치가 커졌을까요.


  제비 깃털을 가만히 바라보면 새까만 빛이 반들반들 빛납니다. 짙은파랑과 짙은보라가 섞여 거의 새까맣다 싶은 빛깔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제비를 그림으로 그린다면 까망과 하양 두 가지 빛깔로 그리되 짙은파랑이나 짙은보라를 살짝 곁들이면 잘 어울리리라 느낍니다.


  제비가 우리 집에 돌아오면서, 겨우내 봄내 제비집에 조용히 깃들던 참새와 딱새는 처마 밑에서 떠납니다. 집임자가 돌아왔으니 떠나야겠지요. 그래도 참새와 딱새는 우리 집 처마 밑 둥지에서만 떠날 뿐, 우리 집 둘레에서 맴돕니다. 후박나무 가지에 앉고 초피나무 가지에 앉습니다. 전깃줄에 앉고, 가끔 빨래줄에 앉습니다. 이불을 말리려고 바깥에 내놓아 해바라기를 시키는데, 어제는 제비가 그만 이불에 똥을 한 차례 질렀습니다. 녀석아, 똥 눌 자리는 많은데 왜 이불에다가 똥을 지르니. 저기 갓꽃밭이나 유채꽃밭에다가 똥을 질러야지.



- “반년밖에 안 남았어. 최소한 이과냐 문과냐는 정해야지. 안 그러냐? 언제까지 이럴래? 그럼 곤란하다고.” ‘반년 뒤에도 달라질 건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31쪽)

- ‘부러웠던 건 아니다.’ (52쪽)

- ‘아무거나 상관없지만, 새로운 접시는 절대 안 깨지는 것으로 보내 주세요.’ (67∼68쪽)





  우리 집 옆밭에 갓꽃이 한창입니다. 일곱 살 큰아이보다 웃자란 갓꽃은 하늘하늘 춤을 춥니다. 갓꽃밭 옆에 서면 갓꽃내음이 확 끼칩니다. 갓꽃내음은 유채꽃내음과 거의 같습니다. 갓잎은 유채잎보다 쓴맛이 센데, 꽃내음은 둘이 거의 같아요. 꽃빛도 꽃잎도 둘은 거의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배추꽃도 유채꽃이나 갓꽃하고 많이 닮았어요. 세 가지 꽃은 빛깔이며 잎사귀며 냄새며 동무입니다. 한식구랄까요, 이웃이랄까요. 저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빛이며 무늬이며 모양은 서로 어깨동무를 합니다.


  곰곰이 생각합니다. 제비와 참새와 딱새는 저마다 다른 숨결입니다. 다 다른 가락으로 노래하고, 다 다른 먹이를 즐깁니다. 그렇지만 이 새들은 똑같은 사랑이요 숨결이며 목숨이에요. 지구별에서 함께 살아가는 새입니다. 사람과 함께 지구별에서 노래하는 빛입니다.



- ‘이 통이 가득 찰 일은 없을 것 같다.’ “뭐? 그게 뭐야? 그럼 쓸쓸하잖아. 잠깐만 기다려.” (76∼77쪽)

- ‘빨간 페디큐어를 지우고, 난 아직 아이인 채로 있기로 했다.’ (112쪽)

- ‘늦가을에 내리는 비는 차가웠다.’ (120쪽)





  쿄우 마치코 님 만화책 《미카코》(미우,2011) 둘째 권을 읽습니다. 물빛이 흐르는 만화입니다. 물빛처럼 물내음이 나고 물노래가 흐르는 만화입니다. 냇물이랄까요, 도랑물이랄까요, 샘물이랄까요, 골짝물이랄까요. 조용하면서 차분하게 흐르는 물빛이 감도는 만화책을 읽는 동안 내 삶이 어떠한 빛인가 하고 스스로 되새깁니다. 내 삶은 어떤 빛으로 물들며 고운 냄새를 피우는가 하고 가만히 돌아봅니다. 내 삶은 어떤 빛이 꿈과 사랑으로 자라면서 이웃들한테 즐겁게 웃음꽃을 베풀 만한가 하나하나 곱씹습니다.


  노래하기에 삶입니다. 노래하기에 사랑입니다. 노래하기에 꿈입니다. 노래하지 않으면 삶이 아니요 사랑이 아니며 꿈이 아닙니다. 노래하는 하루일 때에 즐겁습니다. 노래하는 하루를 밝히면서 다 같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어요. 이야기는 꽃이 되고 잎이 되며 열매가 됩니다. 이야기는 한들한들 춤을 추면서 마음속으로 스며듭니다. 이야기는 어디에서나 고운 손길로 어루만지는 착한 꽃내음입니다. 4347.4.2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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