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07:20
오늘은 06:20
고흥읍에서 여수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이때에 타려면
두바퀴를 몰아야 한다.

어제는 구름길
오늘은 빗길

두바퀴를 달리며
오늘날 '어른 아닌 꼰대'를
한참 돌아본다.

고흥은 유난히 버스나루에서
담배 꼬나무는 아재가 많다.
이들은 고흥읍 버스나루에
20군데 넘게 붙은 '금연'이란 글씨를
못 읽는다.

한글을 못 읽는 그대들은
그저 꼰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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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천 서울 부천 돌고서
서울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를
아침 첫 버스로 탔다.

고흥읍에 12:08에 내린다.
12:40에 마을로 들어가는 시골버스 타면
풀벌레노래 너울치는 우리 보금숲이다.

오늘은 낮에
고흥 발포바다를 함께 보며
시쓰기를 하는 수업을 한다.

잘 해보자.
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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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서울에서 인천으로 (2023.8.18.)

― 인천 〈아벨서점〉



  인천 배다리 책골목은 어릴 적부터 으레 뛰놀거나 지나다니던 길입니다. 어릴 적에는 ‘책집마다 다른 이름’인 줄 느끼거나 눈여겨보지 않았습니다. “거기 가면 책집 많잖아?”라든지 “거기 가면 없는 책 없을걸?” 같은 말을 또래나 동무하고 주고받을 뿐입니다.


  인천에서 나고자라며 인천 모든 책숲(도서관)을 가 보았습니다. 어린이(국민학생)일 적에는 “어린이 출입금지”로 못박기 일쑤라 1987년까지는 얼씬조차 못 했고, 푸름이(중학생)로 들어선 1988년부터 중구·동구·남구·북구·서구로 찾아다녔어요. 쉬는 날짜(요일)가 다 달랐거든요. 이제는 다르지만, 1992년까지 인천 책숲은 ‘입시 도서실’하고 똑같았고, 책도 얼마 안 갖추었어요. 슥 들러보아도 쥐고픈 책이 드물고, 이레쯤 드나들면 더는 읽을 만한 책을 못 찾았습니다.


  이러던 1992년 8월 28일에 배다리 책골목 가운데 〈아벨서점〉에서 드문책(절판본)을 두 자락 찾아냈고, 이날 처음으로 ‘책이 들려주는 말소리’를 생생하게 들었습니다. 책소리를 들은 이날 “그런데 여기 이름은 뭐지?” 하고 책집 알림판을 쳐다보았어요. 1992년 가을하고 1993년 한 해 내내 배다리 책골목하고 〈아벨서점〉은 앳된 푸름이가 어질게 철드는 눈빛을 북돋우는 샘터였습니다.


  1994년 3월 2일부터 서울 이문동 열린배움터(대학교)로 먼길을 달려가야 했고, 이레에 하루나 이틀 겨우 〈아벨서점〉을 찾아가서 눈귀를 씻고 마음을 다독였어요. 서울은 훨씬 큰 고장이지만 〈아벨서점〉보다 작고 책이 적은 책집이 수두룩합니다. 〈대창서림〉이나 〈창영서점〉보다 작고 책이 조금인 책집도 많더군요. 그런데 서울은 인천보다 책값이 눅어요. 드문책을 찾기도 수월합니다. “이래서 다들 ‘서울타령’을 하는구나.” 싶더군요.


  책도 많고 책집도 많을 뿐 아니라, 헌책값도 눅고 사람도 많고 일거리도 많고 돈도 많이 도는 서울인데, 서울은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운 고을일까요? 땅값이 어마어마하지만 막상 나무 한 그루 설 틈이 없고, 들풀 한 포기를 만날 골목조차 드문 서울은 얼마나 살갑거나 포근한 터전일까요?


  싸움터(군대)를 다녀오고 제금난 1998년 1월 6일부터 집(주소)을 서울로 삼았습니다. 서울에서는 ‘작은 헌책집을 품은 골목마을’에서 숨통을 텄어요. 달포 만에 인천으로 찾아갈 적에도 ‘인천이라는 골목마을을 품은 작은 헌책집’에서 숨길을 열었어요. 북한산도 인왕산도 청계천도 아닌 ‘서울 골목골목 작은 헌책집’이랑, 관교동도 연수동도 송도도 영종도 아닌 ‘인천 배다리 책집’이 키워 주었어요.


ㅅㄴㄹ


《참마음 샘터 5 영원한 행복》(편집부, 진화당, 1986.5.30.)

《노을》(김원일, 문학과지성사, 1978.11.10.첫/1979.7.15.2벌)

《崔仁勳全集 11 유토피아의 꿈》(최인훈, 문학과지성사, 1980.1.25.첫/1983.11.15.3벌)

《한국의 조류》(원병오, 교학사, 1993.5.30.)

《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에버하르트 뫼비우스/김라합 옮김, 보리, 2000.10.25.)

《가난이 사는 집》(김수현, 오월의봄, 2022.10.24.)

《모여라 꼬마과학자》(박종규 외, 태창출판사, 1992.5.15.)

《늙은 떠돌이의 詩》(서정주, 민음사, 1991.11.10.)

《버려진 조선의 처녀들·훈 할머니》(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엮음, 아름다운사람들, 2004.2.24.)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F.엥겔스/김대웅 옮김, 아침, 1987.11.30.)

《한국으로부터의 통신, 유신선포에서 민청학연까지》(岩波 엮음/편집부 옮김, 한울림, 1985.1.30.)

《실록 친일파》(임종국 글·반민족문제연구소 엮음, 돌베개, 1991.2.27.)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정주영, 제삼기획, 1991.10.5.첫/1991.10.10.6벌)

《새벽편지》(정호승, 민음사, 1987.9.30.첫/1997.6.30.신장판)

《파로호반의 여름》(김구연, 동아사, 2009.3.20.)

《절정의 노래》(이성선, 창작과비평사, 1991.9.20.)

《산정묘지》(조정권, 민음사, 1991.7.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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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칠 몇 가지를 마무르지 않았지만
새벽길을 나선다.

서울에서 버스를 내려
인천으로 건너갈 텐데
마침 철도파업이란다.

파업을 하기 앞서
바꾸고 손볼 얼거리를
서로 얼마나 살폈을까.

가만 보면
거의 모든 파업은 서울(도시)에서 한다.
시골에서는 파업이 없지 싶다.

시골이 파업하면
들숲바다가 파업하면
그야말로 다 죽으리라.

우리는 뮐 얼마나
보거나 느끼거나 알까?

읍내에 나와서 서울버스 기다린다.
한 시간 기다리면 탄다.
시골에서는 한두 시간쯤 가볍게 기다린다.

아직 안 돌아간 제비를 둘 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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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가슴 염통 마음 (2022.8.27.)

― 제주 〈노란우산〉



  시골에서 살더라도 숲을 잊으면 바보로 나아갑니다. 서울에서 살더라도 숲을 품으면 어진 눈빛을 틔웁니다. 삶터도 대수롭되, 삶터를 가꾸는 마음이 더없이 대수롭습니다. 우리 몸에서 가운데에 있어서 ‘가슴’입니다. 생각을 빛으로 맑게 틔우며 가꾸는 곳인 ‘마음’입니다. 옛말로는 ‘슴·음’이 ‘삼·움’에 ‘살·알’로 같습니다.


  이제는 ‘염통’을 짐승한테만 써야 하는 듯 치지만, ‘옆구리’처럼 ‘옆’이라는 자리이면서 ‘여미’는 몫을 하는 속을 가리키는 이름이에요. ‘여기다’라는 낱말도 있습니다. ‘여기 + 다’인 ‘여기다’인데, 말밑인 ‘여’는 ‘열다’하고 맞물려요. 열고 엮어서 여미고 여기는 동안 마음이 자라고 몸이 깨어납니다.


  빗방울이 노래하는 날, 제주 〈노란우산〉에서 조촐히 이야기꽃을 폅니다. 말 한 마디가 어떤 씨앗으로 우리 숨결로 깃드는가 하고 나누는 자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반가우면서 즐겁습니다. 눈을 틔우려면 눈치 아닌 눈길일 노릇이에요. 눈치를 보기에 움츠리고, 눈길을 열기에 움직입니다. 눈여겨볼 수 있다면 웅크릴 까닭이 없어요. 눈빛을 밝혀 눈꽃으로 피어나려고 움트면서 일어나요.


  우리 힘으로 나아갑니다. 언제나 한 걸음씩 내딛습니다. 신나게 펼치는 자리입니다. 일부러 왁자지껄해야 하지 않고, 붐비거나 북적거려야 대단하지 않습니다. 북새통이라면 돈은 모일는지 모르나, 마음이나 꿈이나 사랑이 싹트기 어려워요. 아니, 북새통에서는 오히려 씨앗이 밟히고 나무뿌리도 밟혀서 아파요.


  서울 한복판을 봐요. 풀싹이 날 틈이 없습니다. 나무가 가지를 뻗을 틈바구니가 없습니다. 새가 나뭇가지에 내려앉을 틈새란 어디 있을까요?


  가슴을 여는 글로 여민 책도 널리 팔리거나 읽힐 수 있으나,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드뭅니다. 마음을 밝히는 글로 엮은 책도 두루 팔리거나 읽힐 만한데, 아직 우리나라 마을책집에서는 이 대목에 덜 마음을 기울입니다.


  탓을 하고 타박을 놓고 투정을 부리기는 매우 쉬워요. 하나씩 해보는 길도 아주 쉽지요. 어느 ‘쉬운길’을 갈는지 스스로 고를 노릇입니다. 여태 써온 말도 스스로 돌아보자면 ‘쉬운말’일 테지만, 먼 옛날부터 숲사람이 스스로 지은 말도 ‘쉬운말’이요, 오늘 우리가 숲빛으로 새롭게 지을 말도 ‘쉬운말’입니다.


  눈에 띄는 책은 ‘뜨일’ 뿐입니다. 손에 잡히는 책은 ‘잡힐’ 뿐입니다. 그들을 탓할 틈이 있으면, 우리 스스로 새롭게 배우면 즐거워요. 그들을 타박할 짬이 있으면, 멧새랑 바닷새를 보금자리 곁으로 불러서 함께 노래하면 사랑스럽습니다.


ㅅㄴ


《오늘이》(이성강, 한솔수북, 2017.3.29.)

《오름나그네 1》(김종철, 다빈치, 2020.4.15.)

《오름나그네 2》(김종철, 다빈치, 2020.4.15.)

《오름나그네 3》(김종철, 다빈치, 2020.4.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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